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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본 한국 ③ 세네갈 정치 흔드는 젊은 정치인 우스만 송코

부패청산·식민지배 청산 내걸고 승승장구…사법리스크 직면

글 : 최필영  예비역 육군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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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포퓰리스트’라는 비판도 받아
⊙ 독립 60년 지나면서 식민 경험 못 한 젊은 층 중심으로 배타적 민족주의 확산
⊙ 세네갈 여성단체, 송코 고발한 여성 외면
⊙ 송코의 출두 둘러싼 폭력 시위로 총 14명 사망, 600명 이상 부상

崔必暎
1975년생. 육군사관학교(54기)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졸업, 同 국제지역대학원 유럽연합학과 석사 / 한국군 건설공병지원단(서희부대), 유엔수단임무단 통역장교, 육사 외국어학과 강사, 한미연합사·국방대학교 국제평화활동센터 근무, 육군 소령 예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세네갈 사무소 근무 / [역서] 《수단 내전》 《카르툼》 《디데이》 《이런 전쟁》(공역)
세네갈 야당 파스테프의 지도자 우스만 송코. 사진=AP/뉴시스
  여느 식민지들처럼 아프리카 또한 독립 이전부터 민족주의가 정치적으로 발현했다. 20세기 중반 아프리카에서 민족주의란 넓게는 범(汎)아프리카주의부터 좁게는 종족 중심의 단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나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을 기점으로 60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프랑스어권 아프리카에서는 독립 이전에 출생해 식민을 경험한 국민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든 반면 독립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식민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채 오늘날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민으로서 정체성(正體性)을 가지고 성장한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중위(中位)연령이 18세인 아프리카에서는 어느 나라고 간에 인구의 절반이 20세 이하이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와서 아프리카가 보여주는 역동적인 발전상은 비록 저개발을 극복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20세기 후반 아프리카 전역에 만연했던 극빈(極貧), 정치적 불안정, 부패 등으로 얼룩진 음울함을 씻어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사람으로 치면 독립 후 환갑에 접어드는 즈음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자국이 외형적으로는 독립국이나 실제로는 여전히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런 부정적인 목소리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보급의 혜택을 받아 기성(旣成)세대보다 불평과 불공정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견해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
 
 
  유럽이 주목하는 우스만 송코
 
  정도를 막론하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상에 비난을 집중하여 세를 불리는 선동법은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정치인이 이용해왔다. 서아프리카에서는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청년층을 등에 업고 세(勢)를 불리려는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말리나 부르키나파소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네갈은 아직 말리나 부르키나파소 수준의 상황은 아니지만 반(反)프랑스주의를 내걸며 중앙정치에 화려하게 등장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야당 정치인의 사례를 통해 이런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2021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세네갈에서는 흔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야당 정치인 지지자들 중심으로 청년층이 대거 시위에 참여하면서 소요가 발생하여 14명이 사망하고 600명 이상이 부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태는 결국 3월 8일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2021년 1월 6일부터 시행한 야간 통행금지 시각을 21시 시작에서 24시 시작으로 바꾸며 사실상 해제하는 무마책 등을 제시하고서야 누그러졌다.
 

  이 사태의 중심 인물은 야당 국회의원인 우스만 송코(Ousmane Sonko· 1974~). 얼마 전인 올해 2월 17일에도 법원에 출두하는 송코를 지지하며 모인 군중이 소요를 일으키자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하여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충돌이 발생했다. 세네갈에서 송코로 인한 소요를 직접 목격한 필자는 주재 기간 내내 송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태에 관심을 가지고서 복수(複數)의 언론보도를 탐독했으며 송코를 주제로 현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송코는 어떤 인물인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그를 주목한다. 단적인 예로 프랑스와 독일이 합작해 만든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아르테(Arte)’는 〈우스만 송코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2022년 11월 19일 유튜브에 올렸다.
 
  필자가 보기에 송코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는 세네갈의 정계를 아프리카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으로써 뒤흔들고 있으며 당장은 내년 1월 대통령 선거까지,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세네갈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인물이다. 동시에 그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유행어가 된 내로남불의 전형이기도 하다.
 
 
  부패와 싸우는 젊은 정치인
 
지난 3월 16일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는 송코의 법원 출두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AP/뉴시스
  1974년생으로 엘리트 교육을 거쳐 공무원이 되어 세무 분야에서 15년을 근무한 송코는 2014년 1월, 젊은 공무원, 기업가, 사업가들을 모아 정당 파스테프(PASTEF)를 창당했다. 파스테프는 ‘일, 윤리 그리고 동지애를 위한 아프리카 세네갈 애국자들’을 뜻하는 단어들의 머리글자를 모은 약어이다.
 
  참고로 세네갈 법률은 공무원의 공직 겸직과 정당 가입을 허용한다. 장관 겸 국회의원, 장관 겸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국회의원 겸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관이나 국회의원 중 다수는 이런 조합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송코는 2016년 5월 한 방송에 출연하여 세네갈 엘리트들의 부패 관행을 폭로한 뒤 ‘공무원의 자제 의무’ 위반이라는 사유로 해임되었다. 참고로 프랑스 제도에서 ‘자제 의무’란 의견 내용을 문제 삼거나 의견을 표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의견 표출 방식을 문제 삼는다.
 
  부패 관행을 고발한 뒤에 해임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송코는 여세를 몰아서 2017년 5월, 《세네갈의 석유와 가스: 약탈의 연대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송코는 살 대통령을 거명하며 대통령과 측근들이 세네갈의 천연자원을 착복한다고 비난했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확보한 송코는 7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이듬해 2월, 송코는 영국의 석유 재벌인 페트로-팀(Petro-Tim)이 “해상 광구 2곳의 개발권을 부정하게 확보했음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서명했다”면서 살 대통령의 추문 연루를 주장했다. 이는 2019년 BBC가 방송으로 다루면서 세네갈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되돌아온다.
 
 
  송코, 첫 대선 출마에서 3위 기록
 
  2018년 9월, 송코는 두 번째 저서 《해결책: 새로운 세네갈을 위하여》를 출간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세네갈의 문제점과 해결 대안을 제시했다. 송코는 이미 이때 2019년 2월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 책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은 당시 무역중소기업부의 무역국장이자 2019년 대선 이후 내부 승진으로 장관에 취임하게 되는 아미나타 아솜 디아타로부터 나왔다. 상무 관료로서 잔뼈가 굵은 디아타는 송코의 주장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며 부정확하다”면서 “1980년대라면 통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지식은 부분적이며 그중 일부는 틀리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송코의 저서와 인터뷰를 찾아 읽으면서 그를 연구한 필자 또한 이런 비판에 동의한다. 디아타의 지적처럼 송코의 주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는 통할 수 없는 것들투성이였다.
 
  그러나 송코는 자신의 주장을 계속 밀고 나가면서 2019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선 1차 투표에서 15%를 득표하며 3위를 기록했다. 낙선했지만 생애 최초로 대선에 출마한 후보, 그것도 45세밖에 안 되는 신인이 15%를 득표했다는 파격적인 사실 덕에 송코는 공무원과 고위층의 부정부패 관행을 고발한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이미지에 ‘세네갈의 총체적 문제를 해결할 기대주(期待株)’라는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특히 청년층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정치인으로서 공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대통령 동생의 부패 스캔들
 
  2019년 대선이 끝나고 오래지 않아 송코의 입지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9년 6월 3일, 영국의 BBC가 송코의 첫 번째 책, 즉 《세네갈의 석유와 가스》에 담긴 내용을 〈세네갈: 100억 달러짜리 추문〉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하며 세네갈이 발칵 뒤집어졌다.
 
  BBC는 자국 석유회사인 BP(British Petroleum)가 세네갈 해저 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으며 여기에 살 대통령의 동생인 알리우 살이 연루되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알리우 살은 5년 동안 페트로-팀의 모(母)회사인 티미스(Timis)에 고용되어 달마다 2만5000달러, 총 150만 달러를 수령했다. 2016년에 가스가 발견되자 BP는 이 관계를 알고 있음에도 40년에 걸쳐 최소 90억 달러, 최대 120억 달러를 티미스에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고, 2017년에는 티미스가 알리우 살 소유의 회사에 25만 달러를 비밀리에 지급했다고 한다.
 
  살 대통령은 BBC 보도가 세네갈을 불안하게 만들려 한다면서 즉각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의 동생은 이익 충돌의 비판이 제기되자 2018년 10월에 티미스에서 사직했다고 밝혔다. BP 또한 계약 체결 전에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고, BBC 보도 수치가 부정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티미스도 BBC 보도는 전적으로 잘못되었으며, 자사는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보도는 세네갈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다카르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석유 및 가스 개발 계약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알리우 살은 2017년 9월부터 맡아오던 국립투자기금 수장(首長)직을 2019년 6월 24일 사임했다. 법무부 장관은 부정 혐의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20년 12월 19일, 법원이 알리우 살의 부정 혐의를 기각(棄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사법부 결론과 별개로 정치적인 파장은 넓고 길게 이어졌다.
 
 
  ‘정치인답지 않은 신선한 정치인’
 
  우선 송코는 이전부터 쌓아온 대로 부정부패와 싸우는, ‘부패한 기존 정치인과 다른, 정치인답지 않은 신선한 정치인’이라는 인상이, 반대로 대통령을 비롯한 기성 여당 관료들과 정치인들에게는 ‘부패한 정치인’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다.
 
  필자는 세네갈에서 택시나 러시아판 우버인 양고(Yango)를 이용하며 새로운 운전자들을 만날 때마다 “송코의 인기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다” “기존 정치인들은 부패해서 믿을 수 없다”였다.
 
  하지만 송코가 제시한 정책을 평가하는 경우는 볼 수 없었다. 택시기사들과 비교해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서비스에 나서는 양고 운전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송코를 지지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바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운전자도 많았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달라 보이는 새로운 정치인을 갈구하기란 세네갈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책의 적절성에 대해 잘 모르거나 무관심한 채 이미지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도 거의 유사해 보였다.
 
  ‘부패를 일소할 정치 신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송코의 지명도는 결국 작년 1월 2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그리고 같은 해 7월 30일 시행된 총선에서 크게 영향을 미쳤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역병(疫病)으로 인해 경제가 급작스럽게 위축된 여파도 있었을 것이다.
 
  2018년 송코의 저서 《해결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디아타 상무장관은 겸직하던 쾨르 마사르 시장에서 낙선했다. 살 대통령의 동생 알리우 살은 게자와이 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 두 선거구는 다카르 광역도에 속하는 곳으로 인구수, 특히 청년층의 비중을 고려할 때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곳이었다. 또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대통령의 최측근 20여 명이 거의 다 낙선하면서 살 대통령의 정치적 패배라는 평가로 볼 수 있었다.
 
  세네갈 여권은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성과가 안 좋았지만 2017년 총선에서 대승했다며 자위했다. 그러나 작년 7월 30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 165석 중 여권이 82석 그리고 야권이 83석을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여권이 과반을 상실했다. 작년 1월 지방선거는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통령은 결국 작년 9월에 개각(改閣)을 단행했고 교체된 장관들에는 2019년 송코의 책을 비판했던 상무장관인 아미나타 디아타도 포함되어 있었다.
 
 
  송코의 법원 출두 문제로 폭동 발생
 
2021년 3월 송코의 법정 출두 때문에 일어난 소요사태로 14명이 사망하고 6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사진=AP/뉴시스
  송코가 이끄는 야권이 연달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성공을 거두며 세를 불려 나가는 가운데, 정작 송코는 요즘 한국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법(司法) 리스크’를 안고 있다.
 
  2021년 2월 2일, 세네갈 정계와 국민이 깜짝 놀란 일이 벌어졌다. ‘달콤한 미녀’를 뜻하는 ‘스위트 보테’라는 마사지 업소의 20세짜리 마사지사인 아지 사르가 기자회견을 열고 송코를 고소한다고 공표했다. 고소 사유는 성(性)폭행과 살해 위협. 이는 불이익을 무릅쓰고 부패 관행을 용감하게 폭로한 내부 고발자이자 부패를 소탕할 대안으로써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신선한 정치인으로 알려진 송코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세네갈 정국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송코는 이 고소가 자신을 두려워한 대통령과 여당이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꾸민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고 국회의원 면책특권(免責特權)을 주장하며 헌병군(군과 경찰의 중간에 해당하는 사법기관)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여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국회는 2021년 2월 26일 표결로 송코의 면책특권을 무효화했다.
 
  송코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항의 시위가 연속되는 가운데 송코의 출석 여부를 두고서 갑론을박이 계속되었다. 2021년 3월 3일,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는 송코의 주변으로 지지자들이 집결하며 시위로 발전하자 헌병군은 송코를 무허가 시위에 참여하여 공공 안녕을 저해한 혐의로 체포했고 이는 결국 다카르를 포함한 전국적인 폭력 소요 사태로 번졌다. 닷새 동안 지속된 폭력 시위로 총 14명이 사망하고 전국적으로 6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송코, 내년 대선 출마 선언
 
  이 소요는 2021년 3월 8일 20시, 마키 살 대통령이 TV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야간 통행금지 단축을 포함한 민심 무마책, 특히 불만을 가감 없이 표출하며 정부에 냉소를 보내던 청년층을 염두에 둔 대책을 약속하자 바로 사그라졌다.
 
  세네갈은 강화된 코로나19 대책으로서 최다 인구 거주 지역인 다카르 광역도와 티에스 광역도에서 2021년 1월 6일 21시부터 다음 날 05시까지 매일 밤 야간 통행금지를 적용하고 있었다. 이는 다카르와 티에스는 물론 국민 경제 활동 전반에 큰 타격을 가져오며 사회적 불만을 유발했다.
 
  민심 무마 차원에서 대통령은 야간 통행금지를 24시부터 05시까지로 종전보다 3시간 단축했다. 이는 사실상 폐지나 마찬가지였고 단축된 야간 통행금지도 3월 19일부터 해제했다. 필자는 시위를 가까이서 목격했고 대통령 특별담화를 시청하고 난 뒤 어떤 반응인지를 알기 위해 일부러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연일 폭력성을 높여가던 소요는 대통령 담화가 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결국 송코는 출국금지와 금요일마다 법원에 출두하여 신병(身柄)을 확인하는 조건으로 석방되었다. 주요 야당 정치인이라는 정치적 비중은 아직까지도 이 사건의 결론이 미뤄지는 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연이긴 하지만 송코를 조사하던 예심판사가 전국적인 소요 사태 직후 사망한 뒤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이 자리는 무려 7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고발 후 2년이 넘었지만 이 사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세네갈에서는 송코를 중심으로 야권 연합이 결성되었고 결국 야권 연합이 작년 1월 지방선거와 7월 총선에서 크게 약진하며 정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이와 더불어 송코는 세네갈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지갱쇼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키울 수 있었다.
 
  이후 송코는 내년 1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사실상 야권 대선 후보로서 입지를 굳힌 상태이다. 대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송코의 성폭행 및 살해 위협 혐의가 어떤 결론으로 끝날지는 예단할 수 없다. 그리고 사법부가 내릴 결론이 어떤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지는 더더욱 예단하기 어렵다.
 
 
  여성단체들의 위선
 
  외부인으로서 송코 사태를 관찰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고발자인 아지 사르의 말이 사실임을 전제로 할 때, 그녀는 이 사건에서 사회적 약자(弱者)다. 성별, 학력, 나이, 직업, 가문 등 어느 것 하나 변변하지 못하다. 반면 송코는 불체포특권을 포함하여 각종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이자 지방자치단체장에 선출된 유력한 정치인이다.
 
  그런데 세네갈의 인권단체들, 특히 여성의 권익을 옹호한다던 여성단체들은 사회적 약자라 할 아지 사르의 고발에 한결같이 침묵했다. 2021년 3월 소요 사태 후 1년 뒤인 작년 3월, 프랑스의 국제 전문 언론인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시오날’은 아지 사르와 독점 인터뷰를 갖고 이를 기사화했다. 인터뷰에서 아지 사르는 “세네갈에서는 여자가 여자를 상대로 싸운다. 나는 어떤 여자도 내가 겪은 일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여성단체들의 위선(僞善)을 꼬집었다.
 
  실제로 송코의 당인 파스테프 대변인은 아지 사르의 인터뷰 기사 이후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이 사건을 뒤로 제쳐놨다. 7월 총선과 2024년 대선이라는 핵심에 집중하고 있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필자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경비원인 말릭은 송코에 대한 뒷이야기를 몇 개 해주었다. 성폭행 등으로 고발되자 송코의 두 번째 아내는 화가 나서 송코를 떠나 친정으로 가버렸다고 했다. 필자가 물었다.
 
  “송코 반대자들은 왜 그를 싫어하는가?”
 
  말릭이 열을 내며 답했다.
 
  “송코는 오직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포퓰리스트이다.”
 
  말릭은 송코의 시장 선거운동 중 교통사고가 일어나 당원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음에도 송코는 선거운동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며 그가 이중적인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에서도 많이 봤던 상황을 세네갈에서도 보게 되면서 개혁을 외치는 이들이 가진 위선의 유사성이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송코의 ‘과거사 청산’
 
지난 3월 16일 법정에 출두했다 나온 송코는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귀가했다. 사진=AP/뉴시스
  마키 살 대통령이 정적(政敵)이었지만 자신의 전임자인 와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명칭을 국립경기장에 헌정하고 있을 때 청년층으로부터 받는 선풍적인 인기를 근거로 가장 영향력 있는 야당 정치인이 된 우스만 송코는 시장으로 취임한 지갱쇼시의 주요 도로명을 바꾸는 결정에 서명하고 있었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펴낸 두 번째 저서인 《해결책: 새로운 세네갈을 위하여》에서 송코는 오늘날 세네갈이 겪는 문제의 원인에는 프랑스가 있다며 프랑스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프랑스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독자적인 정치·경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갱쇼 시장으로 취임한 송코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식민 시대에 프랑스인들의 이름을 따 명명된 도로 5개의 명칭을 개명해야 한다고 시 의회에 제안한 것이다. 지갱쇼 시의회는 이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지갱쇼는 물론 프랑스 식민지였던 곳에는 하나 이상씩은 남아 있을 ‘드골 장군 길’은 ‘평화 길’로 바뀌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르무완 중위를 기리는 ‘르무완 중위 길’은 1944년에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세네갈 티라이외르들을 프랑스군이 무력으로 진압하며 학살한 지점의 이름을 딴 ‘티아로이 44길’로 바뀌었다. ‘자블리에 대위 대로’는 프랑스 육군에서 복무하며 제1·2차 세계대전에 종군한 아프리카 출신 병사들을 부르는 명칭인 티라이외르를 써 ‘아프리카 티라이외르 대로’로 결정되었다. 도로명 변경을 결정하면서 송코는 “식민 역사가 부정적으로 담겨 있는 도로명을 변경한다. 독립 후 60년이 더 지났는데도 이런 호칭을 쓰는 것은 우리의 국가적 존엄에 상처이다”라고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법부 판결도 무시
 
  이 결정은 세네갈은 물론 프랑스를 포함한 주변 국가들로부터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는 2019년 대선 당시 범아프리카주의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반프랑스 및 반제국주의를 강하게 주장했고 세네갈의 유력 정치인인 우스만 송코가 내린 결정이기에 더 그러했다. 세네갈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작년 12월 8일, 세네갈 대법원은 지갱쇼 광역도가 지갱쇼 시의회와 송코의 도로명 변경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소에서 동(同) 결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2월 9일, 우스만 송코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트위터에 “아프리카 티라이외르 대로, 티아로이 44길, 평화 길은 탈식민화된 상태로 새로운 명칭을 유지할 것”이라는 문구를 새로운 현판을 제막하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흔히 봤던 상황을 아프리카에서도 보면서, 그리고 말로만 나오리라 생각했던 주장들이 2017년 이후 현실이 되는 것을 본 필자로서는 동일한 주장과 행동이 세네갈에서 대통령을 꿈꾸는 유력 야권 정치인으로부터 나오고 시행되는 것을 보면서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세네갈, 정치 안정 무너지나?
 
  송코에 대한 성폭행 및 살해위협 혐의가 어떻게 처리될지는 알 수 없다. 반면 내년 1월로 예정된 세네갈 대선까지는 이제 9개월쯤 남았다. 송코는 이미 두 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강력하고 지명도 있는 야권 유력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경쟁력을 재차 확인한 데 이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뒤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는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런 유력 정치인을 성폭행과 살해위협을 이유로 기소하거나 또는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 정치적으로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다. 반대로 기소하지 않거나 또는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것 또한 만만찮은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마키 살 대통령이 3선을 위해서 정적을 탄압한다는 주장을, 후자는 정부가 유력 야권 정치인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무마했다는 주장을 각각 신빙성 있게 만듦으로써 국론이 확연하게 양분되고 이에 따라 그간 안정적인 정정(政情)을 유지하던 세네갈이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내년 1월, 세네갈은 그간 이어온 정치적 안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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