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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

고이즈미 유 日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센터 연구원

“北·中 핵 위협에 대응할 미군 잠수함이 없다!”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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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정부 시절 최고의 억지력인 중거리 핵탄두 순항미사일 탑재 잠수함 폐기
⊙ “北·中 위협은 당장의 현실… 韓日 협력은 양국 생존과 직결한 중요한 과제”
⊙ “美, 自國 이외의 나라에 대한 러시아·중국·북한 핵 위협에 대항할 억지력은 줄여나가고 있어”
⊙ “中·北, 러시아 승리 시 ‘핵 가진 러시아가 밀어붙인 결과, 美·나토 또한 개입하지 못해 푸틴의 목적 달성됐다’고 판단할 것”
⊙ “日, 전쟁 억지력의 중요성과 동맹의 가치 재인식”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2022년 1월 15일 괌의 아프라항에 기항한 미국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네바다함. 사진=미 해군
  우크라이나 전쟁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과 중국이 흉내 낼 새로운 국제질서의 서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핵 위협의 화신 푸틴을 떠받드는 독재자가 한반도 주변에는 넘쳐난다. 급변하는 국제정치 프레임에 관한 통찰력이 절실하다.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이 왜 갑자기 일상화되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오늘과 내일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오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동아시아의 내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추이에 가장 주목하는 나라 중 하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022년을 경제적·안보적 차원에서 전후(戰後) 최대의 위기의 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보도를 거의 매일 장시간 다루고 있다. 외교적·군사적·경제적 차원의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전달되고 있다.
 
  도쿄대학교 첨단과학기술센터의 고이즈미 유(小泉悠·40) 연구원은 최근 일본 신문·방송에서 거의 매일 접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일본 외무성 국제총괄 정보분석관 출신인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종합적 시각으로 살펴보는 일본 최고의 러시아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인공위성을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독자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핵무기 전문가로서 중국과 북한이 펼칠 핵 위협의 추이에도 주목하고 있다. 도쿄대학 연구실로 줌 비디오를 연결, 고이즈미 유 연구원과 인터뷰를 했다.
 
 
  “러시아, 2014년에도 휴전 약속 깨고 공격”
 
고이즈미 유(小泉悠)
1982년생. 와세다대학 졸업 / 일본 외무성 국제총괄 정보분석관,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객원연구원, 現 도쿄대학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연구원. 사진=고이즈미 유
  ― 외신을 보면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임박한 느낌이다. 현재 전황(戰況)은?
 
  “우크라이나가 어느 정도 승기를 잡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월 들어 지면이 진흙탕으로 변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상태다. 우크라이나가 부분적으로 이기는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계속 이길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9월부터 한 달간 동원령을 내려 30만 명의 병력을 증원했다. 이들이 훈련을 마치고 전선에 본격 투입될 경우 러시아의 전력(戰力)은 강화될 것이다. 물론 겨울 동안 우크라이나도 병력을 증원하고 서방 측 지원을 받아 전력을 증강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누가 이긴다는 식의 판단은 너무 조급하다. 전쟁은 앞으로 한층 더 격화될 것이다.”
 
  ― 가까운 시일 내에 휴전이나 종전(終戰) 뉴스를 듣기 어렵다는 말인가.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금방 전쟁이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전쟁 중단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의 경우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막 크리미아(크름/크림)에서 영토 수복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없다.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점도 우크라이나가 휴전이나 종전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예를 들어 3개월간 휴전에 들어간다고 치자. 러시아는 그동안 병력과 군사력을 증강해 한층 더 강력한 공세에 돌입할 것이다. 실제로 2014년 전쟁 당시 러시아는 휴전 약속을 깨고 공격에 나섰다.”
 
 
  ‘2월 24일 이전 복귀’라는 말의 의미
 
  ―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전쟁을 어떤 식으로 끝내려 할까.
 
  “전쟁 발발 이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두 개 원칙을 세계에 공언하고 있다. 첫째,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미국은 제3차 세계대전이 될 수도 있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전제로 한 미국의 정책은 지난 9월 나토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합의된 ‘키이우 안전 협정(Kyiv Security Compact)’을 통해 한층 더 구체화되었다. 협정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전쟁 이전 상태로 복귀하라.
 
  둘, 정전(停戰) 이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가 재침략에 나설 경우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전할 것이다.”
 

  ―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까.
 
  “미국과 유럽은 푸틴이 2월 말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이 계속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시달리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전쟁 이전 상태로 되돌리려 해도, 국민의 지지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쉽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전쟁의 주인공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과 EU, 그리고 러시아가 전쟁의 주인공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EU의 지지하에 러시아와 싸우는 존재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나 젤렌스키는 미국과 EU의 뜻에 거스를 수 없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내부에서의 전쟁만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2월 24일 이전 복귀’라는 말은 우크라이나가 2014년 뺏긴 크름반도 수복은 애초부터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젤렌스키가 미국과 EU의 생각에 반하는 행동에 나설 경우 어떻게 될까? 당장 무기 지원이 끊어지는 것은 물론 젤렌스키 교체 얘기도 나올 수 있다.
 
 
  나토의 딜레마
 
  ―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어려운가.
 
  “그렇다. 우크라이나가 정전에 들어간다고 해도, 2014년 푸틴 후원하에 탄생한 2개의 괴뢰 정권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가능성이 앞으로도 계속 남는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EU 혹은 나토는 항상 전쟁 위협 아래에 놓이게 된다. 우크라이나를 위해서는 나토 가입이 필요하지만, 나토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 나아가 2개의 괴뢰 정권과의 전쟁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찬성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유가 될지 모르겠는데, 생명보험 가입 조건으로 ‘중병에 걸리기 이전 상태’를 내거는 것이라고 할까? 중병에 걸린 상태에서는 보험에 들기 어렵다.”
 
  ― 러시아의 현재 상황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늪에 빠진 미국과 비교하고 싶다. 미국의 당시 고통을 지수 10이라고 할 경우,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서의 고통 지수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군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10을 훨씬 넘어선 50, 100 수준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전사자는 10년 전부 통틀어 2000명 정도에 그쳤다. 당시 참전 미군의 규모도 10년간 1만4000명이었다. 러시아 경우를 보면, 불과 9개월간의 전쟁에서 1만5000명~2만 명가량의 전사자가 나왔다고 한다. 군사 장비 손실도 엄청나다. 탱크를 보면, 일본 육상자위대 총 보유량의 4배 정도가 파괴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역사상 가장 많은 피해가 불과 9개월 만에 발생한 셈이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피해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민주주의와 무관한 전체주의(totalitarian) 국가다. 미국의 경우 미군 1명만 전사(戰死)해도 국가적 문제가 된다. 러시아는 미디어 통제를 통해 전사자가 1만 명, 아니 2만 명이 된다고 해도 간단히 넘어갈 수 있다. 현재 러시아 국민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상태다. 용병(傭兵), 2개의 괴뢰 정권 출신 군인들과 러시아와의 관계다. 이들은 사실상 푸틴의 명령을 받지만, 러시아 정부는 그들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발뺌을 하면서 피해 전모를 숨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2014년 이후 국가의식 결집”

 
지난 6월 3일 전사한 올렉 마하체크 대령의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가족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국가의식은 고양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우크라이나 국민의 러시아에 대한 저항 의지는 어떤가.
 
  “역사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는 모자이크 국가로 분류됐다. 민족·언어·종교라는 측면에서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나라다. 서구에서 200~300여 년 전에 경험한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 역사가 우크라이나에서는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2014년 러시아의 침략 이래 8년간은 ‘우크라이나 네이션 빌딩 축적기’였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토착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해도 공통된 국가의식이 나타났다. 젤렌스키의 유무(有無)와 무관하게, 우크라이나인의 국가의식이 하나로 결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와 전혀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진 독립된 나라로서의 우크라이나가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푸틴이 말하는 ‘러시아의 형제로서의 우크라이나’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10월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갈 위협인 셈이다.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면서 “(무기 제공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주권 문제”라고 말했다. 푸틴 발언에 정면 대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 석연치 않다. 아예 무대응으로 가거나, “한국의 주권 문제에 대한 외국 정상(頂上)의 발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대하는 것이 정답이다. “살상 무기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식의 변명성 해설은 불필요하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제 로켓 미사일을 구입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살해하고 있다. 한국에 이런저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어디까지가 살상 무기 범주에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그 어떤 무기를 주든 말든 한국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러시아만이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친절한 설명이야말로 사족(蛇足)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강한 이유
 
  ―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의 약세가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러시아가 약한 것인가, 아니면 우크라이나가 강한 것인가.
 
  “푸틴은 이번 상황을 전쟁이라 부르지 않고 있다. ‘특별군사작전’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러시아의 공식 입장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전면전·총력전 같은 상황으로 몰아갈 수 없는 상태다. 징병을 예로 들어보자. 러시아 상비군은 36만 명이다. 이 중 징집된 병력은 20만 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고 있는 러시아군은 16만 명의 직업 군인 중 일부이다. 공식적으로 전쟁이라 선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상비군을 100%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전투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군의 사기, 지휘관 리더십, 무기 수준에 관한 얘기도 있지만, 전면전·총력전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러시아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에 비해 우크라이나는 강하다.”
 
  ― 그 이유가 뭔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는 냉전 당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구(舊)소련은 15개 군사 블록(軍區)을 갖고 있었는데, 당시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가진 블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뿐이었다. 구소련 블록 내 사령부인 러시아와 부사령부인 우크라이나가 격돌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전쟁 상황하의 전면전·총력전으로 대항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약 100만 명의 병력을 전쟁에 투입하고 있다. 푸틴의 침략 전에는 30만 명이었지만, 전쟁 선포와 함께 현재 3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셋째, 미국과 나토의 지원이다. 무기만이 아니라, 정보 지원도 엄청나다. 고성능 인공위성은 물론, 폴란드·루마니아에서 활동 중인 미군 정찰기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젤렌스키, 핵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

 
우크라이나 항전의 구심점이 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핵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 푸틴의 핵 위협은 여전한가.
 
  “핵 사용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크게 세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 무인(無人)지대를 타깃으로 한 핵 위협이다. 사실, 러시아 군부는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에도 핵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질 가능성이 있다면, 적의 공격을 멈추기 위한 위협용으로서 핵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살상용이 아니라, 위협용으로서의 핵무기인 셈이다. 문제는 ‘과연 젤렌스키가 핵 위협에 굴복할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젤렌스키는 ‘위협으로서의 핵 공격’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키이우와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핵 공격이다.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서방 측 대응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군과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은 없겠지만, 대응 보복을 통해 러시아군을 궤멸시킬 것이다.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하고, 미제 탱크나 장거리 미사일 지원도 이뤄질 것이다. 푸틴이 이 같은 경고에 맞서 최소한 수십만 희생자를 낼 핵 공격에 나설지 의문이다.
 
  셋째, 전투 지역에서의 제한적인 핵 사용이다. 여기저기 핵을 사용하는 식인데, 방사능 오염과 함께 러시아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미디어로부터의 맹비난도 필연적이다. 비행금지와 같은 여러 가지 제재도 뒤따를 것이다.
 
  푸틴이 최후의 수단으로 핵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러 상황을 보면, 당분간은 핵 사용에 나서지 않거나, 못 할 것이다.”
 
 
  “無人지대 핵 공격 시 ‘눈에는 눈’”
 
  ― 푸틴이 핵을 사용할 경우, 나토도 핵으로 대응할까.
 
  “어디에 핵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무인지대에 핵을 사용할 경우, 나토의 핵 대응은 없을 것이다. 아예 무시하면서 모른 척할 수도 있다.
 
  인구 밀집 지역에 핵을 사용할 경우 나토와 미국도 달라질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대응이 예상된다. 먼저 핵을 제외한 대응이다. 그러나 핵에 버금가는 엄청난 살상용 무기가 동원될 것이다. 핵 정도 위력은 아니지만 엄청난 무기를 동원해 러시아군을 궤멸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나토는 이 같은 뜻을 푸틴에게 명확히 전달한 상태다.
 
  둘째, 핵을 통한 대응이다. 러시아가 무인지대에 핵을 쏠 경우, 미국이나 나토도 비슷한 위력의 핵무기를 러시아 근처 국경지대에 발사하는 식이다. 실제 미국은 2018년 핵 정책 논문에서 무인지대 핵 공격에 맞서는 ‘눈에는 눈’ 대응 지침을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눈에는 눈’의 주된 대상이 러시아였다. 중국·북한·이란도 ‘눈에는 눈’ 핵 공격 대상이다. 그러나 ‘눈에는 눈’ 정책은 무인지대 핵 공격에 대한 대응이다. 푸틴이 인구 밀집 지역에 핵을 쏠 경우, 거기에 상응하는 핵을 러시아에 투하하는 것은 상상 밖이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美의 본심은 ‘핵 억지력 불개입 정책’”
 
  인터뷰 내내 고이즈미 연구원은 한일 안보협력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으로 중거리 핵탄두 순항미사일 탑재 잠수함만 한 것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한일 양국이 힘을 합쳐 이를 부활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중거리 핵탄두 순항미사일 탑재 잠수함은 굳이 한반도 근처 바다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지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이란 점에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의 무기라는 것이다.
 
  ― 북한의 무인지대 핵 공격도 미국의 핵 대응 정책에 포함돼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북한이 한국 내 무인지대에 핵을 쏠 경우에 대비한 논의는 이미 미국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핵 억지력에 관한 부분이다.
 
  원래 동아시아 핵 억지력의 핵심은 미군 잠수함에 탑재한 핵탄두 순항미사일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정권 때 중거리 핵탄두 순항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전부 없애버렸다.
 
  당시 일본은 물론 한국도 엄청나게 반대했다. 그 결과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거리 핵탄두 잠수함 부활이 추진됐다. 그러나 바이든 정권 출범과 함께 다시 없던 얘기로 돌아간 상태다. 따라서 북한이나 중국의 핵 위협에 대응할 미군 잠수함의 핵 대응 능력은 현재 제로 상태다. ‘눈에는 눈’ 핵 공격에 나설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의미다.”
 
 
  “中, 2030년까지 핵탄두 1000발 증강에 나설 것”
 
2019년 10월 1일 국경절 행사에 등장한 중국의 DF-17 미사일. 중국은 2030년까지 핵탄두 1000발을 증강할 계획이다. 사진=AP/뉴시스
  ― 글로벌 관점에서 본, 바이든 정권하의 핵 억지력은 어떤 상황인가.
 
  “오바마 정권 이래 전통이지만, 미국은 자국에 대한 공격에 맞설 핵 억지력은 계속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외 나라에 대한 러시아·중국·북한 핵 위협에 대항할 미국의 억지력은 줄여나가고 있다. 유럽·일본·한국이 미국의 이 같은 핵 정책 변화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은 핵 억지력 불개입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밖에서 터지는 핵전쟁에까지 휘말리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본심일 듯하다.”
 
  ―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중국은 무엇을 배울 것이라 보는가.
 
  “냉전 당시 통했던 핵 억지력이 2022년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했을 듯하다.
 
  러시아와 나토는 핵 보유국이다. 둘은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에 돌입하기 어렵다. 서로 상대의 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도 나토가 러시아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란 논리다. 이른바 냉전 당시 이론인 ‘안정 불안정 패러독스(stability-instability paradox)’ 논리로, 핵 보유국끼리는 타협점을 찾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핵을 갖지 못한 나라는 위험에 한층 더 직면하게 된다.
 
  중국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듯하다. 중국은 앞으로 핵무기를 늘리면서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 강화에 한층 더 힘을 쓸 것이다.
 
  미국의 분석으로, 중국은 2030년까지 핵탄두 1000발 증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미국이 가진 핵탄두의 70% 정도를 보유하게 된다. 중국이 핵을 늘리는 만큼 미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고, 대신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해진다. 핵도 동맹도 없는 대만은 이 같은 ‘안정 불안정 패러독스’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惡의 교훈’
 
  ― 북한은 어떨까.
 
  “북한도 중국과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핵을 갖고 있는 이상 미국도 전쟁을 피할 것이고, 한국을 공격한다 해도 관여가 제한적일 것이라 판단할 것이다. 핵을 늘리면 늘릴수록, 미국과의 전쟁에서 멀어지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도 합리화될 것이란 논리다.”
 
  고이즈미 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길 경우, 중국과 북한의 정세 판단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핵을 가진 러시아가 밀어붙인 결과, 미국과 나토가 직접 개입하지 못했고 그 결과 푸틴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경우 ‘악(惡)의 교훈’으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젤렌스키와 현지 국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일본 그리고 대만의 운명에까지 직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국제 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고이즈미 연구원의 판단이다.
 

  ― 드론 등장과 함께 전쟁의 양상이 크게 변했다는 얘기가 있다.
 
  “항공기만이 아니라, 해상 드론도 등장해 파괴력을 과시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더불어 민간 위성을 통한 인터넷 접속도 가능해지고, 공격 목표를 정확히 포착하는 군사위성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분은 전부 지상에서 본 전투라는 측면에서의 변화에 불과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3차원 전쟁이란 개념으로 보면, 20세기 전쟁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먼저 전쟁의 명분이다. 푸틴이 말하는 민족통합 논리는 마치 19세기 고전 전쟁사로 돌아간 느낌이다. 전쟁의 주된 영역이 댐·교통중심지·열차·발전소와 같은 곳에 집중되는 것도 20세기 전쟁으로 느껴진다. 흥미롭게도 이번 전쟁 무대의 대부분은 80년 전 독일과 소련이 싸웠던 장소와 일치한다. 전투라는 측면에서는 변화가 있지만, 전쟁이란 각도에서 보면 너무도 고전적이다.”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은?
 
  ― 중국의 향후 대만 문제에 대한 변화는?
 
  “동맹 관계가 없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보면서, 대만에 대한 워싱턴의 개입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이 약한 나라라는 판단을 내리기 쉽다. 중국이 대만 공격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반대 의견도 있다. 러시아가 당초 예상과 달리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대만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하려 할 것이란 것이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아직 성장세에 있는 나라다. 이기든 지든, 전쟁 후 러시아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러시아를 교훈으로 삼아 무력(武力) 점령이 아닌 20년, 30년 뒤 평화적으로 대만을 통일하자는 생각도 나타날 수 있다. 앞서 강조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중국의 대만 문제 대응과 직결할것이다.”
 
  ― 일본이 얻은 교훈은?
 
  “두 가지다. 전쟁 억지력의 중요성과 동맹의 가치 재인식이다. 상대가 공격해올 경우 막아내는 것은 물론, 상대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란 경고성 억지력 확보가 중요하다. 결국 군사력인데, 이 같은 억지력을 갖지 않는 한 언제든지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재삼재사 확인했다. 물론 이 같은 과정에서 동맹은 중요하다. 그냥 동맹이 아니라, 핵을 가진 나라와의 동맹이다.
 
  우크라이나는 당했지만, 폴란드가 건재한 이유는 바로 나토의 핵 억지력에 있다. 미일 동맹을 통한 전쟁 억지력 향상과 상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일본 안보환경의 핵심이자 기본이다.”
 
 
  “韓美日 3차원 방어체계가 중요”
 
한·미·일은 지난 9월 30일 동해상에서 합동 대잠수함전 훈련을 실시했다. 선두부터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애너폴리스함(SSN),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DDH-II), 일본 구축함 아사히함(DD), 미국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미국 순양함 첸슬러스빌함(CG). 사진=해군
  ― 만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다면 어떤 어드바이스를 하고 싶은가.
 
  “일본의 경우처럼, 전쟁 억지력 향상과 동맹 관계 재인식이 가장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일본인으로서 한국 대통령에게 ‘감히’ 어드바이스를 한다면, 일본과 한국은 운명공동체라는 점부터 강조하고 싶다. 같은 배를 탄 입장에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과거사 문제가 산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위협은 지금 당장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민주주의·자유경제·인권에 기초한 가치관을 공유(共有)하고 있는 국가다. 동아시아 위기와 관련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영역이 엄청나게 많다. 구체적으로, 북한 핵에 대응할 미사일 방어체계는 양국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미 동맹, 미일 동맹으로 이뤄지는 2차원 대응이 아닌, 한·미·일 3차원 방어체계가 중요하다. 더불어 해상 보급선인 대만 주변의 시레인(Sea Lane)에 대한 한·미·일 공동방어망 구축도 눈앞의 현실로 나타난 상태다.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양국의 생존과 직결하는 중요한 과제다.”
 
  인터뷰는 당초 예정했던 시간을 넘겨 1시간 이상 계속됐다. 고이즈미 연구원의 분석과 전망은 면도날처럼 매끄럽고도 날카로웠다.
 
  이제 마흔 살인 안보전문가가 ‘한일 협력=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의 출발점’이라 분석하는 것이 놀랍게 느껴졌다. 과거나 이념을 넘어선, 현실과 생존 중시 세계관에 따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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