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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의 전말

수사팀 大選 3개월 전 김건희 무혐의 결론 냈지만, 親文 檢 지휘부는 종결짓지 않았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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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주가 조작 ‘선수’로 지목된 이모씨는 지인들에게 ‘투마로우(tomorrow)’로 불렸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놓고, ‘오전에 갚으라’고 하면 ‘오후에 준다’, ‘오늘 달라’고 하면 ‘내일 준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오수 전 회장은 유펜 MBA, 골드만삭스, JP모건 출신이라고 밝힌 이씨에게 속아, 호의로 평소 알고 지내던 김건희 여사에게 소개했다.

⊙ 작년 12월 3일 권오수 등 관련자 구속 기소하면서 김건희 무혐의 결론
⊙ 김건희 무혐의 결론 일축한 고위 검찰 간부의 실체
⊙ ‘선수’ 지목 이씨, 美서 세탁소 운영
⊙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증거 없어
⊙ 권오수 전 회장 “김 여사와 상관없다”… 檢, 별건으로 관련자들 압박
⊙ “무혐의 결론 내놓고 소환조사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정상적”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특별검사 도입 주장도 나온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11일 국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김건희 특검 촉구’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두려움 없이 수사하는 게 검찰의 역할’이라고 했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인 김건희씨와 윤 대통령의 권력 비리 의혹을 수사하지 않고 공정과 상식을 얘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김건희 특검’ 주장은 정치 공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지적이다.
 
  《월간조선》 취재 결과 검찰은 2021년 12월 3일 주가 조작 ‘선수’ 등을 구속 기소하면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공모한 정황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핵심 키를 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도 김 여사의 주가 조작 관여 여부에 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당시 수사팀은 ‘무혐의’ 결론을 보고했지만, 친 문재인 정부 성향으로 평가받는 지휘 라인에서 반대했다고 한다.
 
 
  김태훈 4차장검사는 왜 김건희 무혐의 결정에 반대했을까?
 
지난 2021년 10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뉴시스
  검찰 관계자는 “특히 무혐의를 보고받은 김태훈 4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 윤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던 여권과 검찰 지휘부가 ‘김건희 사건’을 선거에 활용하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사팀의 조사 결과대로 무혐의 처분이 확정됐다면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서 자유로웠을 가능성이 크다. 김 여사의 무혐의 처분에 반대한 김태훈 차장검사는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 그를 징계할 징계위원회의 실무를 맡았다. 김 차장검사의 이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나왔다. 한 후보자가 공범으로 연루된 이른바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증인으로 당시 대검찰청 형사1과장이었던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나왔는데 그의 발언을 보면 김태훈 차장검사의 성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김관정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됐으니 형사부 명의로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서 형사1과 명의로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에 낼 의견서(한동훈 후보 불기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법무부나 중앙지검, 대검 내부에서도 구본선 당시 대검 차장과 김관정 당시 형사부장이 이를 제출하지 말도록 다각도로 종용이 있었다. 법무부 쪽에서는 전무곤 당시 형사기획과장이 다이렉트로 연락이 왔다. 김태훈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도 연락했다.”
 
  2021년 6월 25일 법무부는 역대 최대 규모 검찰 중간간부(고검검사급 652명, 일반검사급 10명 등)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는 친(親)문재인 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이 두드러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인사에서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아래에서 검찰 인사를 담당한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주요 특수수사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로 발탁됐다.
 
 
  NL 운동권 출신 검사
 
  김태훈 4차장검사는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 출신이다. 김 4차장검사는 1991년 5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소속으로 ‘민주자유당 해체와 공안통치 반대’ 등을 외치며 서울 여의도 민자당 중앙당사를 점거,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돼 구속된 전력이 있다. 이 사건으로 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아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1994년엔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당시 ‘3세대’ 선본 이름으로 강병원 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 이후엔 비(非)주사파 NL 계열 학생운동 조직인 ‘21세기 진보학생연합’에서 활동했다. 박주민·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이 단체에 몸담았다.
 
  이런 과거가 있는 김태훈 4차장검사 등 지휘부는 수사팀의 ‘김건희 무혐의’ 의견을 일축한 채 김 여사에 관한 내용은 결론을 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김태훈 4차장검사 등 지휘부는 김건희 여사를 직접 소환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무혐의 결론이 나 있음에도 김 여사를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는 것이다. 일종의 망신 주기란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무혐의 결론을 내놓고 소환조사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전 정부, 그러니까 친문재인 성향의 검사 간부들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했다.
 
  한 중앙 언론사 법조팀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검찰 담당 기자들은 주가 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만한 기자들은 다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대선 막판에 뭔가 있는 것처럼 민주당발 기사들이 마구 쏟아졌다. 김건희 여사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사도 제대로 못 할 지경
 
  김건희 여사는 대선 기간 살이 많이 빠졌다. 그에게 쏟아진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과거와 비교해 체중이 10kg 가까이 빠졌다. 허리 통증도 심했다. 제대로 앉지도 못할 정도였다. 몸이 이 지경까지 된 데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한몫했다. 김 여사 측 관계자는 “얼마나 억울한 감정이 쌓였으면 몸이 이렇게까지 상했겠느냐”고 했다. 반면 민주당과 친여 매체들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을 통해 거액을 벌었을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주장한다.
 
  《월간조선》은 오랜 기간 이 의혹에 김건희 여사가 관여됐는지를 추적해왔다. 관여했다면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전혀 관련이 없다면 더는 인신공격 및 모독을 당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이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면 진위를 바로 알 수 있다.
 
 
 
‘투마로우’라 불리던 선수의 실체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사진=공동취재사진
  2005년 김건희 여사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두 사람 모두를 잘 아는 유력 기업인 A씨로부터 서로를 소개받았다. 2009년 11월쯤 권오수 전 회장은 사회생활 도중 알게 된 재력가로 보이는 지인으로부터 주가 조작을 주도한 선수 이모(李某)씨를 소개받았다. 당연히 당시에는 주가 조작 선수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이씨는 자신을 유펜(펜실베이니아대) MBA 과정을 마친 후 골드만삭스, JP모건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유펜은 하버드, 스탠퍼드와 함께 미국 1위 MBA를 다투는 학교다.
 
  2010년 2월경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에게 이씨를 소개해줬다. 이씨의 이력에 완전히 속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권 전 회장이 소개했기에 김 여사도 안심하고 금융전문가를 자처한 이씨에게 10억원이 든 자신의 신한증권 계좌를 맡겼다. 투자를 잘한다는 사람에게 자신의 계좌를 맡기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다수 법조인의 시각이다.
 
  김 여사로부터 주식 계좌 매매에 대한 권한을 부여받은 이씨는 독자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했다. 이씨는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약 5개월가량 김 여사의 계좌를 맡았다. 그 기간 손실(약 4000만원)이 있었고, 김 여사는 2010년 5월 20일 이씨로부터 계좌를 회수했다. 이후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김씨 자신 명의의 별도 계좌로 옮기고, 2017년까지 분산 매매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 구간에 따라 수익을 보거나 손해를 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는 주가가 내려갔던 기간에도 손해를 보면서 상당한 주식을 지속해서 매도했다. 김 여사가 주가 조작 공범이라면 굳이 주가가 내려갔을 때 주식을 손절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것이 김 여사가 공범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라고 했다.
 
  《월간조선》은 취재 과정에서 ‘선수’ 이씨와 관련 흥미로운 증언을 확보했다.
 
  이씨는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옷 세탁 전문가였던 이씨는 자신의 이력까지 거짓으로 세탁한 셈이다. 당시 이씨가 운영한 세탁소 이름이 ‘골드만삭스’였다는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이씨는 지인들에게 ‘투마로우(tomorrow)’로 불렸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놓고, ‘오전에 갚으라’고 하면 ‘오후에 준다’, ‘오늘 달라’고 하면 ‘내일 준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증언을 종합해봤을 때 이씨는 타인과의 돈거래에 있어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해온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이씨는 의도를 가지고 권 전 회장의 지인에게 접근, 그를 통해 재력가인 권 전 회장과 김 여사에게 접근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경찰, 한국거래소, 금감원 모두 주가 조작 의혹 무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한국거래소, 금감원, 경찰의 표적이 된 것은 2013년도이다. 2013년은 당시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시기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핵심 부서에서 활동한 관계자의 이야기다.
 
  “당시는 검찰과 국정원이 세게 붙은 시기였다. 국정원에서 확인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에 관련한 풍문을 하루가 멀다 하고 보고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국정원 보고에 도이치모터스 내용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이 정권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시기에 갑자기 금융 당국과 사정 당국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들여다봤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당시 정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단 이야기다. 강도 높은 조사 또는 내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지만 경찰, 한국거래소, 금감원은 모두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김 여사는 경찰의 내사 대상도 아니었다. 경찰청 고위 간부는 “권 전 회장과 ‘선수’ 이씨에 대한 내사는 있었지만, 김 여사는 대상자가 아니었고 따라서 별다른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내사에 진전이 없어 시작 후 7개월여 만에 내사를 접었다. 이후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조작과 관련한 수사도 추가로 벌이지 않았다”고 했다.
 
  수사 당국 관계자의 이야기다.
 
  “당시 경찰청 대범죄수사과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의혹을 내사했고 결국 사실무근임이 밝혀져 종결했다. 주가 조작에 관여된 것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꼬투리를 잡아 처벌했을 텐데 아무것도 없었다. 비슷한 시기 한국거래소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의 의뢰로 금감원이 다시 벌인 조사에서도 똑같이 무혐의 결론이 났다.”
 
  또 다른 수사 당국 관계자의 증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경찰 등의 내사가 있었을 2013년 알선수재로 형(刑)을 받은 인물이 있는데, 그 사람이 2021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알선수재 혐의로 조사받을 때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도 들여다봤다고 하더군요. 당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별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이 인물에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실제 그때 주가 조작 증거가 있었다면 검찰이 추가 기소를 했겠지요. 이 사람으로서는 7~8년 전 기소당하지 않은 도이치 주가 조작 의혹 사건 때문에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다시 구속됐으니 얼마나 미치고 펄쩍 뛸 심정이었겠습니까.”
 
 
 
별건 수사 논란 일 정도로 탈탈 털었지만…

 
2022년 2월 11일 백혜련(왼쪽 셋째) 최고위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그렇게 여러 기관으로부터 무혐의로 결론지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건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의 〈“윤석열 아내 김건희, 주가 조작 연루 의혹” 경찰 내사 확인〉 〈윤석열 아내 김건희-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란 제목의 기사가 나온 2020년 2월 17일부터다. 보도의 근거는 이른바 ‘2013년 경찰이 작성한 수사 첩보 보고서’였다. 경찰이 접수된 제보 등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보고서다. 뉴스타파는 “당시 경찰이 해당 문건을 토대로 정식 내사를 진행했던 사실까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에 내사 보고서를 전달한 경찰관은 경감에서 경위로 1계급 강등됐다. 강등 조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2020년 4월 7일 연일 ‘윤석열 때리기’에 앞장섰던 열린민주당 대표였던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선수’인 이씨에게 5개월간 주식 계좌를 맡긴 사실이 있는 만큼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어느 정도로 탈탈 털었느냐면 검찰은 최강욱 의원이 고발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형사6부에 배당해 수개월간 수사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형사6부 검사 대부분을 해당 수사에 투입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행했다고 한다.
 
 
  별건 수사 항의 받아
 
  김 여사에 대한 혐의가 나오지 않자 11월 이 사건을 반부패수사2부(현 반부패수사·강력2부)에 배당했다. 대기업 수사 등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내 핵심 부서다. 2021년 7월 금융 수사 전문인 박기태·한문혁 부부장검사가 해당 부서에 새로 배치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수사 과정에서 별건 수사 논란도 일었다. 2021년 6월 즈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B씨는 반부패수사2부에 “왜 도이치모터스와 관련 없는 별건 수사를 하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수사관이 B씨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관련 조사를 하다가 별안간 이 사건과 관련 없는 B씨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매출 신고’를 문제 삼으며 질문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B씨의 항의 이후 담당 수사관은 같은 부서 다른 검사실로 이동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선 “본류(도이치모터스 주가 사건)에서 혐의 입증을 못 하는 관계자를 다른 사건으로 무리하게 압박하다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수사관이 B씨를 상대로 ‘윤 전 총장 아내 김씨와 관련된 무엇이라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가족의 변호인은 “도이치모터스 시세 조종 의혹 건에 대해 중앙지검 특수부(반부패수사2부)에서 수십 명을 반복 소환해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고 별건 수사까지 계속 시도하면서 무리한 수사가 지속되고 있다”며 “별다른 혐의점이 없으면 마땅히 수사를 종결하여야 할 것임에도 계속 수사 중인 상태로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가담 증거 전혀 없어
 
2021년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한 질의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2022년 5월 12일 사의표명)이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검찰이 ‘김건희 연루설’을 밝혀내려면 김 여사가 ‘선수’ 이씨의 범죄 행위를 인식하고도 의도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있어야 한다. 김 여사가 시세 조종을 통해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2010년 초 권 전 회장으로부터 소개받은 이씨에게 계좌 관리를 맡기며 협조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주가 조작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권 전 회장을 포함 주가 조작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이들은 주가 조작과 김 여사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진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건 수사 논란도 이들을 압박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일제히 ‘윤석열 수사’ 사인을 보내자, 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특수부’까지 동원해 ‘윤석열 찍어내기’를 위해 아내를 겨냥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는 게 도이치모터스 의혹의 진실”이라고 했다.
 
 
  주가 조작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는 증인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언급했지만, 검찰은 2021년 12월 초 권오수 전 회장과 주가 조작 ‘선수’ 이모씨 등 관련자들을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2009년 12월부터 약 3년에 걸쳐 소위 주가 조작 ‘선수’들과 함께 91명, 157개 계좌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 이상 매매 주문 7804회를 통해 1661만 주 상당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상승시켰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10년 8월~2011년 4월 2000원대에서 8000원대까지 올랐는데, 검찰은 주가 상승이 권 회장 등이 주가 ‘호재’를 흘리면서 ‘2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매입을 권유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도이치 주가는 2012년 12월 3000원대 초반까지 장기간에 걸쳐 지속해서 하락했다. 그런데 2022년 2월 11일 재판에서는 공소사실에 다소 의문을 품게 하는 증언 내용이 나왔다. 이 사건 첫 증인으로 나온 투자자 C씨는 “어떻게 수익을 보장받기로 약정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며 “상장이 안 되면 주식을 다시 사주겠다는 약속만 있었고, 상장 이후에는 일절 약속이나 보장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상장 이후인) 2010~2011년 사이에 주식 매입 권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권 회장과 친분은 있지만 서로 어려운 사이라 권유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권 회장이 ‘현재 도이치 주식을 매집하고 있어 1만~2만원 갈 것’이라며 주식 매입을 권유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당시는 대통령 선거 전인데,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누가 이길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초박빙 양상이었다. 증인이 권 전 회장과 김 여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날 증인신문에 따르면 주가 등락은 시장 거래에 따른 것이고 도이치 측의 매수 권유나 ‘호재’ 유출 등을 통한 주가 조작은 없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수의 법조인은 “김 여사 등 투자자의 주식 거래가 범죄가 되려면 먼저 회사의 주가 조작 사실이 인정돼야 하고, 여기에 투자자 또한 주가 조작 사실을 알고 가담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며 “권 전 회장 등 기소된 피고인들은 물론 투자자까지도 ‘정상 거래였다’고 주장하는 게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이것이 검찰이 2년 넘게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 여사를 기소하지도, 소환하지도 못한 이유”라고 했다.
 
  엘리트 검찰 다수가 2년 넘게 먼지 털기식 수사, 별건 수사를 벌였음에도 김건희 여사가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작년 12월 수사팀이 무혐의 처분 의견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친문재인 정부 성향으로 이뤄진 지휘부는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김 여사는 지금까지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으로 상대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사실 작년 12월 사실상 무혐의 처리가 났음에도 검찰이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발표를 접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측은 강력하게 반발할지, 대응하지 않을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당시 참모들은 괜히 검찰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무대응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 방향대로 갔는데 결과적으로 본다면 김 여사가 계속 공격받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 됐다. 이후 민주당에서 떳떳한데 왜 가만히 있었느냐며 바짝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까닭이다. 현 야당이 김건희 여사가 관련됐다고 주장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남긴 것은 ‘정치 공세’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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