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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스테르나크의 통곡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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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7일 미국 CNN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시의 주거용 건물과 구급차에도 무차별 포격을 하고 있다”며 “100%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으로 일가족이 희생된 사진을 1면에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기자는 얼마 전 옛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작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년)의 《닥터 지바고》(1957)를 완독했다.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될 당시 금서(禁書)로 매장되어 이탈리아에서 출간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파스테르나크는 소비에트작가동맹에서 제명되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 그러나 인류의 양심은 이 작품에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소설 속 지바고와 연인 라라는 평범하지 않은 것에 편견을 갖지 않는 한 인간이자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두 사람은 청동 기념비와 대리석 기둥 같은 거창한 이념의 위선, 거짓 평등과 혁명이란 이름 아래 자행된 전쟁의 복수극과 맞서다 쓸쓸히 죽어갔다.
 
  “무지크[농민]에게 자유를 줘봤자 서로 목이나 조를 뿐입니다. 정말입니다”라고 말하는 제정러시아 시대 검열관이나 전쟁과 파멸, 죽음을 용인하는 야만적인 적군(赤軍)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지바고는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인간 심연의 매혹, 라일락색 어스름, 밤의 밀어, 쇼팽의 발라드에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되는 러시아군의 야만성에, 1994~2009년 사이에 벌어졌던 러시아와 체첸 간의 비극적 전쟁이 오버랩된다. 러시아는 혁명이란 이름의 폭력과 광기를 이미 뼈저리게 체험했음에도, 그들의 문학이, 《닥터 지바고》가 경고했음에도 또다시 과오를 반복하며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파스테르나크의 통곡이 들리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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