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공산당은 관세, 환율 조작, 강압적 기술이전 요구, 지적재산권 절도, 보조금 지급 등 자유공정무역과는 동떨어진 정책으로 일관”(펜스 美 부통령)
⊙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체제 자체에 대한 不信으로 확대
⊙ 美, 경제번영네트워크, 화웨이 제재 등 추진하면서 미국과 중국 중 擇一 요구
金起秀
연세대 문리대 졸업, 서울대 정치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학 국제정치경제학 박사,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실장 역임. 現 수석연구위원 / 저서 《중국경제의 추락: 경제·정치 모순의 분출》 《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패권》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국제경제기구》 《중국경제 추락에 대비하라》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등
⊙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체제 자체에 대한 不信으로 확대
⊙ 美, 경제번영네트워크, 화웨이 제재 등 추진하면서 미국과 중국 중 擇一 요구
金起秀
연세대 문리대 졸업, 서울대 정치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학 국제정치경제학 박사,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실장 역임. 現 수석연구위원 / 저서 《중국경제의 추락: 경제·정치 모순의 분출》 《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패권》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국제경제기구》 《중국경제 추락에 대비하라》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등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미시간주 입실랜티 포드자동차 공장을 방문, 연설했다. 사진=AP/뉴시스
코로나19바이러스(우한폐렴・이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졌다. 지난 6월 중순 전 세계 확진자는 약 740만명이고, 이 중 42만명이 사망했다. 거의 모든 국가가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력은 강한 반면 백신과 치료제는 모두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독한 코로나19가 언제 잡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히 미국이 많이 놀랐다. 확진자 200만명, 사망자 11만명을 돌파하며 세계 최대 코로나19 피해국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적 충격이 너무 컸는지, 막강하다는 미국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코로나19가 이토록 빠른 시간 내에 급속히 전파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파력이 매우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이 한몫했다. 그렇다면 이토록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필연이었을까? 사태가 심각했으므로 의문이 꼬리를 물었고, 수많은 전문가가 분석에 매달렸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병했고, 중국 당국 혹은 민간인이 코로나19의 존재를 일찍 확인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통제를 못 했을까? 바로 이 점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근본 이유다.
언론 자유의 不在가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
놀랍게도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순 우한 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李文亮)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을 찾은 환자 7명에게서 비슷한 증상을 처음 관찰했고, 12월 말에는 동료들에게 병원균과 그것의 전염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말이 일반인에게 퍼지자 당국은 리원량을 조사해 훈계서를 강요한 후 석방했다. 이후로 리원량은 병원균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할 수 없었다. 당국이 손놓고 있는 사이 지난 1월 24일부터 6일간 춘제(春節·설날)가 시작되어, 약 1000만명의 우한 인구 중 절반 정도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상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전파된 사회적 배경이다.
중국의 관청 질병통제센터는 지난 1월 8일 코로나19의 존재를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중국과학원의 한 논문에서는 당국이 2019년 11월 코로나19 존재를 벌써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무튼 춘제 이전에 당국이 전염병을 확인한 것만은 분명했다.
통제 사회의 특성상 관료가 스스로 나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민간인 리원량의 말에는 귀를 기울여야 했고, 그랬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공산주의 국가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인민 동요 방지 및 선전·선동을 위한 사실 은폐와 왜곡이 몸에 밴 관료, 그리고 그것에 익숙한 중국 인민들의 행태가 외부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선진국, 특히 미국이 경악한 것은 민주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와 같은 터무니없는 중국 사회의 특징이었다. 한마디로 언론 자유의 부재(不在)가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었다. 정부기관과 개인 모두가 코로나19의 존재를 알았으므로, 그것에 기초하여 이 문제가 조기에 공론화(公論化)됐다면 전 세계는 물론 중국 내 감염도 당연히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코로나19 사태가 단순 전염병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용어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펜스가 보여준 미국의 對中 인식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 약 1년이 지난 2018년 3월경 미국과 중국의 경제분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2017년 기준 375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黑字) 중 2000억 달러를 줄이라고 중국 측에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매우 황당했을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국가는 협상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바가 점차 드러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은 대미 무역흑자 축소 외에 ‘중국 정부의 대(對)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중단’ ‘지적재산권 및 상업기밀 절취 근절’ ‘당국의 환율 조작 금지’ 그리고 ‘미국을 포함 외국 서비스 기업에 대한 시장 개방(특히 금융 자유화와 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중국의 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미국과 비슷한 자유주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다. 양국의 입장을 좁히는 것은 당연히 어려웠다. 이어지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중국에 대한 정치 공세, 특히 2018년 10월 허드슨연구소에서 행해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미국의 새로운 대중(對中) 인식을 다음과 같이 전해줬다.
“소련 붕괴 이후 우리는 ‘자유 중국(free China)’은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런 낙관론에 기초해서 미국은 중국의 미국 시장 접근을 허용했고,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도 동의했다. 중국의 자유는 모든 형태(경제, 정치, 재산권, 개인 및 종교적 자유, 인권 등)로 신장될 것이라는 희망에 기초한 결정이었지만, 그런 바람은 실현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잘못된 경제 행태도 예리하게 꼬집었다.
“중국 공산당은 관세, 쿼터, 환율 조작, 강압적 기술이전 요구, 지적재산권 절도, 사업보조금 지급 등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과는 동떨어진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 정도면 미국의 생각을 아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한마디로 미국 등 자유주의 국가들과 비교하여 생각이 다른 것은 물론, 사회·경제 시스템 역시 상이한 중국과 함께 잘 지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경제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중국 경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은 잠시 잊혔다.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7일 이후로 신규 확진자는 없는 것처럼 처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7일 기준 중국 당국이 확인한 누적 확진자는 8만1740명, 그리고 사망자는 3331명이었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보다 낮은 수치였는데,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 수치를 신뢰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아무튼 중국에 대한 불신(不信)은 또다시 쌓이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경제통계를 통해서도 고통은 드러난다. 2020년 1분기 GDP 증가율은 1992년 국민통계기준이 도입된 이후 최초의 역(逆)성장인 -6.8%였다. 1~2월 산업생산 증감률도 -13.5%였고, 소매판매 -20.5%, 그리고 고정자산투자 -24.5% 등이었다. 실업자 역시 450만명으로 경기 위축이 분명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1~3월 46만 개의 중국 법인이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4월 이후부터 회복세에 있다고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구체적인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경제·무역 환경을 둘러싼 거대한 불확실성 탓에 경제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인대에서 중국인들의 가슴을 부풀게 하는 경제 전망이 누락된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러나 현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실제 실업자 수가 최소 2억명이라는 주장이 중국의 선전탄왕자산관리공사에서 제기됐다. 류첸제 업라이트 캐피탈(Upright Capital) 이사장 역시 입장이 비슷했다. 당국 발표와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중국 소비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자동차 판매가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86% 급감했고, 휴대폰 출하량 역시 56% 줄었다는 사실도 각 부문 제조협회를 통해 확인됐다.
경기 회복은 언제 가능할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률 저하는 가시적이었다. 그런 하향 추세에 코로나19 불황이 덮친 셈이므로 과거 수준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적 압박 혹은 국제경제적 압력이 추가되면 어떻게 될까?
글로벌 가치 사슬의 취약성 드러나
현재까지 중국 경제의 환율, 외환보유고 등 대외(對外) 경제 지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산업생산의 피해 때문에 수출입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1~2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2%였다. 같은 기간 수입 증가율 역시 -13.5%를 기록했다. 국내 경제보다는 감소율이 적어 국제적 파장이 덜할 것 같지만, 다음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의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35.8%, 자본재는 29.2%였다. 중국산 소재 혹은 부품의 대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생산 자체에 타격을 입자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던 외국 기업의 피해가 가시화됐다. 한국 자동차 업체는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전선 뭉치를 몇 년 전부터 중국 제품에 의존해왔다. 가격에 비해 인건비가 많이 드는 부품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전선 생산 업체가 가동을 중단하자 국내 자동차 업체 역시 부품 부족 때문에 조립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대자동차 7개 공장과 쌍용자동차 공장이 피해를 입었다. 중국 부품 혹은 자본재의 수입의존도가 80%를 넘는 제품은 와이어링 하니스를 포함해 17개 품목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중간재에 대해 한국 제조업이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위 현상은 한중(韓中)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인 독일 보쉬사는 우한의 2개 공장을 포함해 중국 내 총 60여 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자 전 세계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요컨대 현재의 방대한 부품 교환 체제, 즉 ‘글로벌 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의 취약점이 드러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취약성이 자유주의 체제의 모순이 아니라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섞이면서 불거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공급의 취약성을 깨달은 외국 기업들은 ‘중국 이외의 다른 부품사 찾기’를 의미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 1)’ 전략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과 世界化의 분리
코로나19로 인한 1위 피해국이 되면서 미국은 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경험했다. 인명 피해가 언제 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제적 피해 역시 가시적이었다. 현재까지 약 4000만명이 실업자가 됐고, 경제 운영에도 충격이 가해졌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0.1%일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국 큰 인명 피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 그리고 중국 책임론 등이 어우러져 있는 셈인데, 바로 이것이 미국 대중(對中)정책의 논리적 기반이다.
미국의 허락으로 가능했던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이 세계화에 동참한다는 의미였다. 현재 미국은 그것이 오늘날 중국으로부터 분출되는 폐해의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처방은 논리상 중국과 세계화(世界化)의 분리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화의 생산 네트워크, 즉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는 것으로 미국의 입장은 정리됐다.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 혹은 공산당의 정치·경제적 목적을 수행하는 중국 기업을 압살하는 것 등이 구체 방안으로 떠올랐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이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경우 세제(稅制) 혜택과 이전비가 제공됐다. 공산당 기업 화웨이에 대한 공세도 강화됐다. 최근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TSMC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나아가 1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구체화했다.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최근 영국·일본 정부의 결정, 공공(公共) 입찰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한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 등도 맥락은 비슷하다. 최근 미국 상무부 역시 중국 24개 기업을 포함한 총 34개 첨단산업 관련 기관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상원은 한술 더 떠 지난 5월 20일 일명 ‘중국 기업(미국 증시) 상장제한법’을 통과시키며,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退出)을 도모하고 있다.
세계경제 체제의 변화를 통해서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 즉 중국을 배제한 미국과 미국 동맹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공동체 설립을 미국은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배제하는 대신 그 빈 공간을 한국·일본 등 미국 동맹국 혹은 인디아와 베트남 같은 친미(親美) 국가들이 메운다는 구상이다. 뒤집어 보면 친미와 친중(親中)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접근임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 20일 미국 국무부가 한국과 경제번영네트워크 공동 추진을 논의했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미국의 적극성이 드러난다.
미국은 펜스 부통령의 언급처럼 중국을 포함시킨 세계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고가 퍼질 즈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사실상 고착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유럽과 일본 등 자유주의 국가의 사고(思考)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식 공산주의가 무엇이고, 그것이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재평가였다. ‘자유로움을 수용할 수 없는 자유롭지 않은 국가와 자유롭게 무언가를 함께 도모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세계 여론은 ‘어렵다’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코로나19가 이토록 빠른 시간 내에 급속히 전파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파력이 매우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이 한몫했다. 그렇다면 이토록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필연이었을까? 사태가 심각했으므로 의문이 꼬리를 물었고, 수많은 전문가가 분석에 매달렸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병했고, 중국 당국 혹은 민간인이 코로나19의 존재를 일찍 확인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통제를 못 했을까? 바로 이 점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근본 이유다.
언론 자유의 不在가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
놀랍게도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순 우한 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李文亮)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을 찾은 환자 7명에게서 비슷한 증상을 처음 관찰했고, 12월 말에는 동료들에게 병원균과 그것의 전염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말이 일반인에게 퍼지자 당국은 리원량을 조사해 훈계서를 강요한 후 석방했다. 이후로 리원량은 병원균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할 수 없었다. 당국이 손놓고 있는 사이 지난 1월 24일부터 6일간 춘제(春節·설날)가 시작되어, 약 1000만명의 우한 인구 중 절반 정도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상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전파된 사회적 배경이다.
중국의 관청 질병통제센터는 지난 1월 8일 코로나19의 존재를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중국과학원의 한 논문에서는 당국이 2019년 11월 코로나19 존재를 벌써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무튼 춘제 이전에 당국이 전염병을 확인한 것만은 분명했다.
통제 사회의 특성상 관료가 스스로 나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민간인 리원량의 말에는 귀를 기울여야 했고, 그랬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공산주의 국가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인민 동요 방지 및 선전·선동을 위한 사실 은폐와 왜곡이 몸에 밴 관료, 그리고 그것에 익숙한 중국 인민들의 행태가 외부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선진국, 특히 미국이 경악한 것은 민주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와 같은 터무니없는 중국 사회의 특징이었다. 한마디로 언론 자유의 부재(不在)가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었다. 정부기관과 개인 모두가 코로나19의 존재를 알았으므로, 그것에 기초하여 이 문제가 조기에 공론화(公論化)됐다면 전 세계는 물론 중국 내 감염도 당연히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코로나19 사태가 단순 전염병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용어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펜스가 보여준 미국의 對中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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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018년 10월 4일 워싱턴의 허드슨연구소에서 중국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사진=AP/뉴시스 |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국가는 협상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바가 점차 드러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은 대미 무역흑자 축소 외에 ‘중국 정부의 대(對)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중단’ ‘지적재산권 및 상업기밀 절취 근절’ ‘당국의 환율 조작 금지’ 그리고 ‘미국을 포함 외국 서비스 기업에 대한 시장 개방(특히 금융 자유화와 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중국의 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미국과 비슷한 자유주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다. 양국의 입장을 좁히는 것은 당연히 어려웠다. 이어지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중국에 대한 정치 공세, 특히 2018년 10월 허드슨연구소에서 행해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미국의 새로운 대중(對中) 인식을 다음과 같이 전해줬다.
“소련 붕괴 이후 우리는 ‘자유 중국(free China)’은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런 낙관론에 기초해서 미국은 중국의 미국 시장 접근을 허용했고,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도 동의했다. 중국의 자유는 모든 형태(경제, 정치, 재산권, 개인 및 종교적 자유, 인권 등)로 신장될 것이라는 희망에 기초한 결정이었지만, 그런 바람은 실현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잘못된 경제 행태도 예리하게 꼬집었다.
“중국 공산당은 관세, 쿼터, 환율 조작, 강압적 기술이전 요구, 지적재산권 절도, 사업보조금 지급 등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과는 동떨어진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 정도면 미국의 생각을 아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한마디로 미국 등 자유주의 국가들과 비교하여 생각이 다른 것은 물론, 사회·경제 시스템 역시 상이한 중국과 함께 잘 지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경제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중국 경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은 잠시 잊혔다.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7일 이후로 신규 확진자는 없는 것처럼 처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7일 기준 중국 당국이 확인한 누적 확진자는 8만1740명, 그리고 사망자는 3331명이었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보다 낮은 수치였는데,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 수치를 신뢰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아무튼 중국에 대한 불신(不信)은 또다시 쌓이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경제통계를 통해서도 고통은 드러난다. 2020년 1분기 GDP 증가율은 1992년 국민통계기준이 도입된 이후 최초의 역(逆)성장인 -6.8%였다. 1~2월 산업생산 증감률도 -13.5%였고, 소매판매 -20.5%, 그리고 고정자산투자 -24.5% 등이었다. 실업자 역시 450만명으로 경기 위축이 분명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1~3월 46만 개의 중국 법인이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4월 이후부터 회복세에 있다고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구체적인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경제·무역 환경을 둘러싼 거대한 불확실성 탓에 경제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인대에서 중국인들의 가슴을 부풀게 하는 경제 전망이 누락된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러나 현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실제 실업자 수가 최소 2억명이라는 주장이 중국의 선전탄왕자산관리공사에서 제기됐다. 류첸제 업라이트 캐피탈(Upright Capital) 이사장 역시 입장이 비슷했다. 당국 발표와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중국 소비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자동차 판매가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86% 급감했고, 휴대폰 출하량 역시 56% 줄었다는 사실도 각 부문 제조협회를 통해 확인됐다.
경기 회복은 언제 가능할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률 저하는 가시적이었다. 그런 하향 추세에 코로나19 불황이 덮친 셈이므로 과거 수준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적 압박 혹은 국제경제적 압력이 추가되면 어떻게 될까?
현재까지 중국 경제의 환율, 외환보유고 등 대외(對外) 경제 지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산업생산의 피해 때문에 수출입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1~2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2%였다. 같은 기간 수입 증가율 역시 -13.5%를 기록했다. 국내 경제보다는 감소율이 적어 국제적 파장이 덜할 것 같지만, 다음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의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35.8%, 자본재는 29.2%였다. 중국산 소재 혹은 부품의 대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생산 자체에 타격을 입자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던 외국 기업의 피해가 가시화됐다. 한국 자동차 업체는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전선 뭉치를 몇 년 전부터 중국 제품에 의존해왔다. 가격에 비해 인건비가 많이 드는 부품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전선 생산 업체가 가동을 중단하자 국내 자동차 업체 역시 부품 부족 때문에 조립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대자동차 7개 공장과 쌍용자동차 공장이 피해를 입었다. 중국 부품 혹은 자본재의 수입의존도가 80%를 넘는 제품은 와이어링 하니스를 포함해 17개 품목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중간재에 대해 한국 제조업이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위 현상은 한중(韓中)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인 독일 보쉬사는 우한의 2개 공장을 포함해 중국 내 총 60여 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자 전 세계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요컨대 현재의 방대한 부품 교환 체제, 즉 ‘글로벌 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의 취약점이 드러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취약성이 자유주의 체제의 모순이 아니라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섞이면서 불거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공급의 취약성을 깨달은 외국 기업들은 ‘중국 이외의 다른 부품사 찾기’를 의미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 1)’ 전략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과 世界化의 분리
코로나19로 인한 1위 피해국이 되면서 미국은 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경험했다. 인명 피해가 언제 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제적 피해 역시 가시적이었다. 현재까지 약 4000만명이 실업자가 됐고, 경제 운영에도 충격이 가해졌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0.1%일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국 큰 인명 피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 그리고 중국 책임론 등이 어우러져 있는 셈인데, 바로 이것이 미국 대중(對中)정책의 논리적 기반이다.
미국의 허락으로 가능했던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이 세계화에 동참한다는 의미였다. 현재 미국은 그것이 오늘날 중국으로부터 분출되는 폐해의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처방은 논리상 중국과 세계화(世界化)의 분리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화의 생산 네트워크, 즉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는 것으로 미국의 입장은 정리됐다.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 혹은 공산당의 정치·경제적 목적을 수행하는 중국 기업을 압살하는 것 등이 구체 방안으로 떠올랐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이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경우 세제(稅制) 혜택과 이전비가 제공됐다. 공산당 기업 화웨이에 대한 공세도 강화됐다. 최근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TSMC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나아가 1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구체화했다.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최근 영국·일본 정부의 결정, 공공(公共) 입찰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한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 등도 맥락은 비슷하다. 최근 미국 상무부 역시 중국 24개 기업을 포함한 총 34개 첨단산업 관련 기관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상원은 한술 더 떠 지난 5월 20일 일명 ‘중국 기업(미국 증시) 상장제한법’을 통과시키며,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退出)을 도모하고 있다.
세계경제 체제의 변화를 통해서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 즉 중국을 배제한 미국과 미국 동맹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공동체 설립을 미국은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배제하는 대신 그 빈 공간을 한국·일본 등 미국 동맹국 혹은 인디아와 베트남 같은 친미(親美) 국가들이 메운다는 구상이다. 뒤집어 보면 친미와 친중(親中)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접근임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 20일 미국 국무부가 한국과 경제번영네트워크 공동 추진을 논의했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미국의 적극성이 드러난다.
미국은 펜스 부통령의 언급처럼 중국을 포함시킨 세계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고가 퍼질 즈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사실상 고착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유럽과 일본 등 자유주의 국가의 사고(思考)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식 공산주의가 무엇이고, 그것이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재평가였다. ‘자유로움을 수용할 수 없는 자유롭지 않은 국가와 자유롭게 무언가를 함께 도모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세계 여론은 ‘어렵다’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