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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의 전쟁과 평화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 한국의 대책

美中 무역전쟁의 본질은 覇權경쟁

글 : 이춘근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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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무역전쟁은 ‘미국이 보기에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될 것
⊙ 중국의 對美 수출은 연간 5050억 달러, 미국의 對中 수출은 1300억 달러… 관세전쟁은 미국이 유리
⊙ “미국 경제가 양호… 트럼프는 중국 무역전쟁을 더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는 자유 확보”(《월스트리트저널》)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저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지난 3월 22일 중국을 향한 54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및 투자 제한 방침을 밝힌 뒤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1990년 45년간의 긴 냉전(冷戰)에서 소련을 무너뜨리고 승리를 거머쥔 미국은 냉전시대 동안에는 할 수 없었던 자국(自國)의 국제 경제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밀고 나갔다. 냉전 시대 동안 미국은 소련과 싸워 이기는 일이 너무 급해서 미국 편에 속한 나라들에 자유무역 원칙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련이 무너진 후 미국은 구(舊) 공산주의 진영 국가들에 대해서는 물론 자유 진영의 미국 동맹국들에게도 냉혹한 자유경제 원칙을 적용하기 시작한다.
 
  자유무역 질서에 기반을 둔 미국의 경제 정책은 ‘세계화(世界化) 시대’ 라고 불리는 한 시대를 창출했다. 정치적 국경은 남아 있을지 몰라도 경제적인 국경은 무너져 버린 세계를 상징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패권(覇權)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적(一極的)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시대가 되었고 국가간의 자유무역은 시대의 정신이 되었다. 무역을 통해 국가들은 서로 가까워졌고 평화의 가능성도 더 높아진 것 같았다.
 
  그런데 약 15년 정도 지속되어 왔던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 질서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국가들이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통합된 대표적 상징인 유럽연합(EU)에서 그 조짐이 나타났다. 발전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파산의 위기에 처한 나라도 나타나게 되었다. 잘나가던 독일이 있었지만 붕괴의 위기에 놓인 그리스도 있었다. 유럽인들은 화폐도 하나, 여권도 하나인 유럽 연방을 꿈꾸고 있었지만 자국의 주권이 유럽연합에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 사람들도 있었다.
 
 
  트럼프의 경제전쟁
 
  세계화 시대에 대한 최초의 거대한 반란이 영국에 의해 주도되었다.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EU에서 탈퇴하고 말았던 것이다. 세계화가 아니라 민족주의의 열기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경향은 가속화되었다. 프랑스에서도 우파정당이 약진했다. 미국에서도 국제주의(globalism)보다는 국가주의(nationalism)를 부르짖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체제가 중국 등 비공정한 플레이어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경제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조(前兆)가 되었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는 민주당의 표밭인 노동자들의 거주지들을 파고들어 갔다.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주 등 미국의 공업지대로 강철 벨트(Steel Belt)라 불리던 주(州)들은 세계화 시대 이후 중국 등 제3세계로 떠난 기업들의 녹슨 공장시설만이 흉측스럽게 남아 있는 녹슨 벨트(Rust Belt)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 정부의 세계주의에 분노하던 실직한 노동자들은 세계화에 반대하는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중 중국 때문에 미국 기업 6만개가 문을 닫았고 미국 노동자 320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외쳤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다 주어야 하며, 그것은 결국 중국으로부터 일자리를 뺏어 옴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가 중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은 단순히 관세의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중국을 미국을 향한 도전자의 반열에서 탈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관찰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챔피언십 자리를 두고 벌이는 지구적 차원의 패권경쟁(hegemonic struggle) 이라는 맥락에서 보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미국은 본시 자유무역의 국가가 아닌가? 그리고 미국은 자유무역을 해야 더 유리한 나라가 아닌가? 그런데 왜 미국은 스스로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인가?
 
 
  국제무역의 정치논리
 
  자유주의 경제이론에 의하면 무역을 더 많이 하면 할수록 무역하는 나라들의 국민들은 무역을 적게 하거나 혹은 하지 않을 때에 비해 훨씬 더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잘 만드는 물건은 수출하고 다른 나라가 더 잘 만드는 물건을 수입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은 경제학 이론에서 일찍이 증명된 자명한 수준의 진리다.
 
  국제정치학에도 국가 간 무역이 증대되는 것은 국가들 사이에 평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전쟁의 가능성은 줄이는 일임을 증거하는 이론이 있다. ‘자유주의 국제정치학 이론’으로 뭉뚱그려 불리는 이 이론은 산업혁명 시대 영국 산업의 중심지였던 맨체스터에서 유래했다. 소위 맨체스터 학파(Manchester School) 소속 학자들은 “이제 싸우지 말고 장사를 합시다!(Let’s Trade Not War!)” “사람들은 돈을 버는 일에 바빠 싸우는 일은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국제무역은 평화의 관건”이라고 칭송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에 대해 분노의 삿대질을 해 가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니 어찌된 일인가? 관세를 낮추고, 상대방이 서로 더 잘 만드는 물건을 더 많이 사 주는 등 무역장벽을 낮추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의 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과 중국의 현재 지도자들은 자유무역의 이점(利點)을 모른단 말인가?
 
  아니다. 미국도 중국도 자유무역이 궁극적으로 자신들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국가들 간의 상업은 개인들 사이의 상업적 관계와는 그 본질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국가들의 경제관계는 순수히 상업적이기보다 정치적이며 권력적이다. 국가들이 무역을 하는 이유는 자국 국민을 잘살게 하려는 측면과 더불어 자국의 힘을 증진시킨다는 목표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들은 무역을 통해 돈을 더 벌려고 한다.
 
  또 하나 국제무역은 국내정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산 쌀을 수입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된다. 쌀을 생산하는 농민보다 쌀을 소비하는 국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요인은 이 같은 상업적인 기준만을 고려로 삼을 수 없다. 소수(少數)의 농민일지라도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들은 자유무역의 원칙을 공평하게 적용하려 하지 않는다. 내 것은 더 많이 수출하고 남의 것은 더 적게 수입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는 타당하지 못하겠지만 정치학적으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수출을 많이 하고 수입을 적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더 좋은 일 같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아예 ‘수출입국’(輸出立國)이라는 국가의 구호조차 있었던 나라다. 수출을 통해서 나라를 세운다는 말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제무역은 균형적이기보다 불균형적일 가능성이 높이지기 마련이다. 수입을 많이 해서 달러가 빠져나가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수출을 통해 달러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는 나라도 있다.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 국가들 사이의 무역액이 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상 그 어떤 시대보다도 더 높았다. 총액 기준으로만 보았을 때 유럽 국가들은 국제무역의 비중이 가장 높아졌던 시절에 역사상 가장 처절한 전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이론이 주장하는 ‘무역은 평화의 관건’이라는 가설(假說)을 여지없이 붕괴시켜 놓은 사건이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이었다.
 
  문제는 불균형이었다. 국가들은 저마다 돈을 벌기에 바빠 상대방을 굶겨 죽이겠다는 무역정책을 감행했다. 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정책은 국제정치학자들이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beggar thy neighbour policy)이라고 부를 지경이었다.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 역시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보아야 이해가 된다. 1970년대 중반 미국과 중국은 ‘소련을 견제’한다는 국제전략적 목표 아래 수교하고 화해했다. 소련을 제압하고 패권을 유지하려던 미국은 1960년대 초반부터 야기된 중소(中蘇) 분쟁, 즉 공산진영의 분열을 이용했다. 중국을 소련으로부터 완전히 떼어 내어 미국의 편에 서게 함으로써 미국은 미소 패권경쟁에서 승기(勝機)를 잡았다.
 
  소련과 거의 전쟁 직전까지 다가감으로써 소련의 핵 공격마저 두려워해야 할 지경이었던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인 제휴를 함으로써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의존적 경제구조 아래 중국은 달러를 엄청나게 벌게 되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싼 가격의 중국 물건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에 대규모 적자(赤字)를 보았다. 중국은 같은 기간 엄청난 액수의 달러를 쌓아 놓았다. 2010년 중국은 GDP 기준, 일본을 앞질러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자로 인식될 정도로 중국의 규모가 커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浮上)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데 중국 사람들은 이제 곧 중국이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2030년, 혹은 2040년 구체적인 해까지 제시하면서 중국은 미국을 앞질러 세계 제1의 국가가 될 것이라며 자만하고 있다.
 
  물론 세계가 하나의 주체로 인식되기 이전, 중국은 1000년 이상 아시아 지역의 패자(覇者)였다. 2010년 경제력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 중국은 미국을 앞서는 것을 대전략의 목표로 삼았다. 중국의 목표와 행태는 강대국 간 국제정치에 항상 나타났던 보편적인 일이다. 그러기 위해 중국은 더욱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매년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2017년 중국은 한 해 동안 미국으로부터 약 37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은 그만큼 적자를 보았다는 말이다.
 
 
 
美, 中의 覇權 도전 허락 못해

 
미국의 전략이론가 에드워드 럿왁.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무엇일까? 유명한 전략이론가 에드워드 럿왁 박사는 2015년 하버드 대학 출판부에서 간행된 저서에서 “미국은 당연히 중국의 부상(浮上)을 꺾는 대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단언한다.
 
  미국은 패권적 지위가 미국에 얼마나 유리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결코 중국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강대국 국제정치의 본질에 익숙하지 못한 많은 한국 사람들이 금명간 중국이 평화적으로 미국을 앞서서 세계 제1의 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제정치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역사의 진실은 어떤 패권국도 자신의 지위를 평화적으로 양보한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거한다. 하물며 미국과 같은 전략문화(戰略文化)를 갖춘 국가가 자신의 지위를 전쟁에 지지도 않았는데 평화적으로 양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이 패권국이 되고 싶다면 전쟁을 해서 미국을 이겨야만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2030년 혹은 2040년까지 멍청하게 있다가 막강해진 중국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빼앗길 리가 없는 나라다. 미국은 자신의 지위에 도전한 소련·일본·유럽 등을 여지없이 격파해 버린 전력(前歷)을 가지고 있다.
 
  이번 중국의 도전에 대해서도 미국은 마찬가지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일찌감치 중국의 경제적 예봉(銳鋒)을 꺾기로 작정했다. 아직도 서구 수준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 중국을 미리 손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을 지금 경제적으로 손볼 수 있다면 미국은 차후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결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무역전쟁은 단순한 경제 혹은 상업적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미중 무역전쟁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하는 것을 보았다. 국제정치학자인 필자는 ‘미국이 보기에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할 수 없을 때까지’라고 답하고 싶다. 미국은 지금 중국에 대해서도 마치 일본의 경우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강요하고 있는 중이다.
 
 
  美中 관세전쟁, 중국이 불리
 
트럼프의 《터프해져야 할 때》.
  이미 트럼프가 7년 전 저술한 《터프해져야 할 때(Time to Get Tough)》라는 책에서 자세히 주장한 바처럼 미국은 중국이 ‘정당한 게임(Fair Game)’을 벌이고 있는 나라라고 보지 않는다. ‘정당한 게임’이 아니라는 말은 중국이 자유무역을 악용하고 반칙을 범하고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후 곧바로 중국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고자 시도했다. 자신에게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비난이 일자 트럼프는 자신은 자유주의자이며 단지 정당한 경쟁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되받아쳤다. 우선 트럼프는 중국을 향해 정당한 방향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라고 다그치고, 그러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의 수출품에 대해 엄청난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3월 트럼프는 3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45% 관세를 매겼고, 7월 6일에는 340억 달러에 해당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중국도 이에 굴하지 않고 같은 수준의 관세로 보복조치를 단행한다며 덤벼들었다. 즉 중국도 같은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같은 비율의 관세를 매기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미국은 7월 11일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에 대해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한 일간지가 표현했듯이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10% 관세 부과는 가히 핵폭탄급의 조치가 아닐 수 없었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같은 수준의 보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1년에 미국에 5050억 달러의 상품을 수출하는 데 비해 미국 상품을 단지 1300억 달러어치 수입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2000억 달러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해 같은 수준으로 보복할 만큼 미국 물건을 수입하고 있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보복을 위해서는 관세가 아닌 중국화폐 평가절하,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조치 등 다른 조치를 쓸 수밖에 없다. 모두 중국에 유리할 것이 없는 것들이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를 사상 최대의 무역전쟁으로 규정하고, 미국에 대등한 수준의 보복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솔직히 말해 거의 모든 면에서 중국이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미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상당 부분은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수출입 품목 역시 중국에 불리하다. 미국은 공업제품을 주로 수입하지만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같은 비율의 관세를 자신의 수입품에 부과한다는 것은 중국인들의 먹거리 가격이 대폭 상승되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불리한 일이다.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서도 미국의 경제가 대단히 잘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경제가 양호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더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덕택에 2018년 5월은 19년 만에 무역적자 폭이 가장 작은 달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5월 미국의 수출은 1.9%가 늘어난 2135억 달러였고 수입은 0.4%가 늘어난 2584억 달러로 적자는 431억 달러로 줄어들게 되었다. 최대 교역국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이지만 미국의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일자리는 21만3000개가 늘어났으며 미국의 경제는 지난 9년 동안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美, 경제보다 覇權이 중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국제정치학적인 점에서 말하자면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이 중국이 더 이상 미국에 도전하는 나라가 아니게 되었다고 인식할 때 끝난다.
 
  지금 중국의 경제는 여러 면에서 어렵다. 중국이 진정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경제체제로 개혁을 해야 한다. 중국식 국가사회주의를 가지고 세계 1위의 경제 패권국이 되기는 어렵다. 경제 발전은 자유주의적 발상과 경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의 경제발전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증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진정한 시장경제를 향한 개혁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중국 정치에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중국의 정치가들은 지금 안정을 위해 개혁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이는 결국 중국 경제의 침체 혹은 최악의 경우 파탄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대단히 양호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시장친화적인 정책은 물론 무진장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자급, 식량자급, 그리고 개혁정신 등이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는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속적인 무역전쟁은 궁극적으로 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것이지만 미국은 패권 도전자로서 중국의 기세를 꺾는 일을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의 기세가 언제 한풀 꺾일지 그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같은 목표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낙관하며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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