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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水爆 실험 그 이후

일본이 보는 北核

미・일(美日) 공동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 미・북(美北) 간 타협 경계

글 : 홍형  전 주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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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방위비, 사상 최대 규모인 5조2551억엔(미화 약 500억 달러)
⊙ ‘한국·일본·대만이 핵무장을 하면, 중화패권주의 붕괴’라고 생각하기 시작
⊙ 한국에 대한 호감도 바닥, “중국은 미운(보기 싫은) 나라, 한국은 건방진 나라, 북한은 나쁜 나라”

홍형
1954년생. 육군사관학교 졸업(26기) / 주일(駐日)한국대사관 참사관·공사 역임. 와세다대 현대한국연구소 객원연구원
2013년 10월 27일 사이타마(埼玉)현 아사카(朝霞) 훈련장에서 열병식을 하는 육상자위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앞에 일본은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하순, 한일(韓日) 양국에서 공습경보가 울렸다. 한국의 공습경보는 연례 을지훈련 기간 중의 민방위훈련이었다. 서울보다 일주일 후(8월29일)에 일본에서 울린 미사일 공습경보는 실제상황이었다. 북한의 중거리탄도탄(화성-12형)이 일본(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때문이다.
 
  김정은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5일 후인 9월 3일, 대륙간탄도탄 장착용 핵탄두 실험인 6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대신은 북측의 핵실험 폭발력을160kt으로 발표, 히로시마형(型) 원폭의 10배 이상인 수소폭탄임을 인정했다.
 
  북한의 핵무기체계의 완성, 즉 핵미사일 실전 배치는 한일 두 나라에 더없이 심각한 공통의 위협이다. 이에 대한 한일 양국의 대응은 양국의 국민성만큼이나 다르다.
 
  지금 한일 양국이 목도하고 있는 사태, 즉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결은, 어느 쪽이 이기든 한반도의 현상(‘1953년 체제’) 변경을 의미한다. 이 엄청난 역사적 현상 변경 과정에서 한일 양국은 과연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갈 것인가? 함께 갈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근래 한미(韓美)동맹이 겉돌고 있는 데 비하여, 일본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정보 공유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정확하게 예상하고 대처하고 있다.
 
 
  재난국가 일본의 핵 대비
 
  한일 양국은 동아시아의 역사적인 현상 변경을 앞두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다. 양국은 국가 목표가 다르다. 한국은 북쪽의 공산 전체주의 체제를 제거하는 것이 생존은 물론, 궁극적 국가 목표이다. 일본은 군사적으로 자신에게 가해질 공격, 즉 공습과 상륙을 거부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목표, 군사력 건설의 목표이다.
 
  한국이 분단 후 72년간 전쟁 속에서 국가를 건설하는 동안, 일본은 평화를 누려 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은 일본사람들도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 일본이라고 하면 지진을 떠올릴 정도로 거대한 자연재해로부터 일상을 지키기 위해 전쟁 대비 이상의 노력을 해 왔다.
 
  전쟁국가 한국엔 병역의무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자연재해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교육훈련이 철저하다. 양국이 지금 직면한 핵 위협에 대해, 한국은 너무나 오래 지속된 전쟁 때문에 오히려 공포에 둔감하고 대범해진 반면, 일본은 거대 재해의 공포에 핵 위협이 더해진 꼴이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수폭 완성, 즉 한반도의 현상 변경에 무지·무책(無知·無策)인 반면, 일본사회는 태평양전쟁 이래 잊어 왔던 국방·안보를 위한 총력체제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도 유명해진 J-Alert라는 공습경보 시스템은 전쟁보다 더 큰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 대비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이다.
 
  현재 일본은 1000년에 한 번이라는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11일)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엄청난 국가적 고통과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었던 자민당이 예상외로 빨리, 더 강한 정권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 정권이 거대 재해 앞에서 보여준 무능과 한계 때문이었다.
 
  그런데 1000년에 한 번 대규모의 해저지진과 쓰나미가 30년 내에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태평양 연안을 덮칠 것이라는 예고가 일본을 전율시키고 있다. 일본에 이런 가공할 자연재해에 비하면 북핵은 오히려 대응하기 쉬운 문제일 수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반도에서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듯이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일본정부에 군사적 대비를 주문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정부가 미국과 연대 혹은 역할분담을 통해 대북 압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북 석유 수출 제한 ▲북한 노동인력 수출 제한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도 협력 ▲한반도 전쟁 회피 등 국내외적으로 많이 거론된 내용이다.
 
 
  국방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지난 2014년 4월 일본을 방문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대신. 마치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들어가 있는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진=뉴시스
  안보문제는 일반 국민들의 감각을 일본정부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할 수는 없다. 일본사회에는 일본의 미사일 요격능력을 믿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처럼 북핵은 미국이 해결할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거의 체념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 지도층의 생각은 확고하다. 특히 미사일방어체계를 동맹국 미국과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미·일(美日) 통합방어체제 속에서 이미 보유 중인 이지스함(현재 6척)의 SM-3 및 PAC-3 요격체계(36개 포대) 개량에 더하여 ‘이지스 어쇼어’ 도입도 정해졌다. 일본은 이러한 시스템을 비싸더라도 동맹국 미국에서 도입한다. 그게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는 2019년도부터 5개년계획으로 ▲조기경보위성과 독자적인 GPS위성 체계 구축 등 정보력과 군사력이 결합된 군사력 건설 ▲적(敵)기지 공격능력 등 정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늘리는 문제도 검토됐다고 한다. 지난 8월 입각(入閣)한 오노데라 방위대신은 바로 입각 전까지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문제는 돈이다. 방위성이 요구한 내년도 방위비는 금년 대비 2.5% 늘어나 사상 최대 규모인 5조2551억 엔(미화 약 500억 달러)이다. 복지예산의 6분의 1이다. 이렇게 늘었어도 내년도에 적기지(북한 미사일기지 등) 공격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인 이들이 많다.
 
  일본은 방위비를 미국이 나토국가에 요구하는 수준인 GDP 2%까지 늘릴 수 있을까? 이론상 매년 7.2%씩 늘려 가면 10년 후에는 방위비가 두 배가 된다.
 
  상속세를 대폭 올리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증세(增稅)는 정치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매상세(부가가치세, 현재 8%)를 당초 계획대로 10%로 올리는 것도 경제상황을 살펴야 한다. 고령화에도 복지지출을 억제하는데 국방강화를 위해 증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경제성장을 하면 세수가 늘지만 그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인구동태로 볼 때 30년 후인 2050년경 인구는 지금보다 2000만명 안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에 협력할까
 
  일본정부는 현재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대북(對北)제재 강화를 미국과 함께 주도하고 있다. 때문에 평양 측과의 대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정한다.
 
  미·일동맹은 미국의 최대 전략자산의 하나다. 일본은 지금 소위 ‘해석 개헌’ 및 안보 관련 법제를 정비하여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미국이 김정은을 징벌하는 군사작전을 전개할 때는 미국은 일본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
 
  미국이 북한 핵 능력 및 김정은 제거를 목표로 대북 군사작전을 전개할 경우, 일본은 미군을 지원할 것인가? 일본정부 당국자들은 원론적으로는 “미·일동맹 체제에서 일본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일관계의 심층을 들여다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일본을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戰犯國)으로 취급, 핵무장을 허용치 않는다. 반면에 일본의 많은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늘 제2의 닉슨 쇼크(1971년 닉슨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중국방문으로 인해 일본이 받은 충격)를 우려한다.
 
  미국이 혹시 장래에 미·일관계보다 미·중관계를 우선시키지는 않을까?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펴다가 북한과 극적으로 타협하는 것은 아닐까? 미국에 대한 그러한 의구심 때문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TV토론 등에서 “일본은 미·북 간의 중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일본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후에도 냉전 상황 아래서 꾸준히 북한과 접촉하면서 수교를 모색해 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는 데 북한의 위협을 이용해 왔다. 19년 전(1998년 8월 31일)에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떨어졌을 때, 일본정부는 불과 4개월 만에 정찰위성 도입을 결정했다. 일본은 2003년부터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국방력 강화 공감대 형성
 
  일본인들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왜 김정은을 제거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악(惡)으로 보고, 레짐 체인지와 제거를 언급할 때, 일본인들은 ‘악의 제거’라는 개념, 목표에 동의하는 게 쉽지 않다. 이는 일본인들에게 악이나 ‘악의 체제’에 대해 증오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선진국들 중에서 예외적으로 기독교 문명 내지 자유민주주의의 전통이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아베 총리의 재집권 초기에 회자되던 ‘가치관 외교’라는 구호는 어느 틈엔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런 일본을 깨운 것은 무모한 김정은과 이를 부추기고 이용해 온 중국이다. 그들이 미국의 보호에 안주해 온 일본을 결정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배치를 계기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해 보면서, ‘일본인들은 전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 지금처럼 거칠기 짝이 없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와 일본을 압박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방력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에 언제까지 의존할 수만 없으므로, 나토국가 정도의 국방비 부담은 각오하는 것 같다. 결국 일본의 국방비는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것이다.
 
  재작년 정도까지만 해도 “평양 측이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폐기했으므로 한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말하면 이질분자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일본 자신은 당장은 정치적 역사적 경위 때문에 핵무장하기가 어렵지만 한국·일본·대만 등이 모두 핵무장을 하면, 중화패권주의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보통사람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동맹에는 호주·인도·동남아 국가들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새로운 동맹군들이 대개 영연방국가들이라는 점이다. 메이 영국 총리의 일본 방문을 보며 영·일동맹이 한 세기 만에 다시 부활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조선신보》, 북핵실험 마지못해 보도
 
일본 도쿄에 있는 조총련 본부건물.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일본 내 조총련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김정은의 ‘한반도 현상 변경’ 도전과 문재인 정권의 반미(反美) 반일(反日) 노선은 재일 한국인들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에 반일 정권이 들어서서 한일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면 재일 한국인들은 유·무형의 압박을 받게 된다. 한국의 친중(親中)반일 노선은 일본사회에서는 바로 한중(韓中)의 반일 연합전선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주위의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에게 말을 아낀다. 혹시 불필요한 마찰로 발전할까 봐 조심하거나 아예 말을 섞기 싫다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 등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예 묻지도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연히 들은 이야기다. 일본인들끼리 있을 때 남북한과 중국을 어떻게 말하느냐는 것이었다. 아주 간단했다. “중국은 미운(보기 싫은) 나라, 한국은 건방진 나라, 북한은 나쁜 나라(憎い中国 生意気な韓国 悪い北朝鮮)”라고 말한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국·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서울올림픽 때가 가장 높았다. 그 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다가, 김대중 정권이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라는 우호적 연출을 했을 때 일시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한국정부에 대한 신뢰는 계속 떨어져 지금은 5공 때보다 못한 것으로 느껴진다.
 
  민단과 조총련 사회의 반응이 흥미롭다. 민단은 얼마 전에 모처럼 평양과 조총련에 대한 규탄 활동을 전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총련과 한통련 등 재일반국가단체 구성원들의 본국 자유입국 허용 방침을 밝히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위원으로 강종헌 등 민단 파괴에 앞장서 온 반국가단체 간부와 외국 국적자까지 위촉한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총련 조직의 반응은 더 흥미롭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 4일자는 평양이 발표한 수폭실험 성명을 눈에 잘 띄지 않게 게재했다. 《조선신보》(종이신문)는 수폭실험 5일 후인 9월 8일자에야 수폭실험 성공 소식을 1면에 넣었다. 평양의 지시 때문에 마지못해 게재한 것 같은 분위기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때문에 일본 전국에 공습경보 훈련이 실시된 것은 조총련으로서는 15년 전에 김정일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는 바람에 조총련 조직 전체가 뿌리째 흔들렸던 악몽의 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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