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해외포커스

G-0시대의 美中 관계와 한반도

한국은 미군과 함께 피를 흘릴 각오가 되어 있나?

글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지금은 경제·정치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 없는 G-0시대
⊙ 트럼프가 무역장벽 주장하는 것은 금융만으로도 글로벌 覇權 유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
⊙ 北核·對北제재 문제는 中 입장에서는 美의 압력 비켜갈 수 있는 좋은 구실
⊙ 中,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서는 G-2로 등장

劉敏鎬
⊙ 55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現 워싱턴 ‘Pacific, 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 저서: 《일본내면풍경》《미슐랭을 탐하다》 등.
동맹은 피로 유지하는 것이다. 작년 12월 한미연합 도하훈련에 참가한 한국군과 미군이 목표지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꽂으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육군
  “트럼프는 200년 동안 지켜져 온 무역관련 경제의 원칙을 깨고 있다.”
 
  지난 3월 10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톱 스토리다. 자유로운 무역 대신 무역을 제한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많다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관한 분석기사다.
 
  19세기 말 이래 서방은 자유무역을 원칙으로 해 왔다. 트럼프는 다르다.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발(發) 수입상품에 대해 관세를 높게 부과하고, 외국에 공장을 만드는 미국 기업에 대한 징세(徵稅)를 강화해서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확보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45%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2015년 한 해 동안 3660억 달러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는 “중국이 저가(低價)의 노동력을 통해 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중국과 거래를 하면 할수록 미국이 손해를 보고, 결국엔 미국이 침몰한다는 논리다.
 
 
  트럼프는 美 국민의 아바타
 
  《뉴욕 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의 논리가 효과적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2009년 중국산 타이어 제품에 대한 오바마의 보복성 관세 35%가 그 예(例)이다. 그 결과 물밀 듯 들어오던 중국산 저가 타이어 수입이 줄어들고, 타이어 관련 미국 노동자의 재취업도 가능해졌다. 오바마는 2012년 연두교서에서 이를 자신의 치적(治績) 중 하나로 자랑했다. 한국에도 가끔씩 전해지긴 했지만, 트럼프는 환율조작을 일삼는 일본·한국에 대해서도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수차례 천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단순히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지난 200여 년 동안 국가 간 상식으로 여겨 온 무역원리 그 자체를 부정하는 대통령 후보”라고 결론지었다.
 
  전체적인 논조를 보면, 트럼프를 경제 문외한(門外漢)인 포퓰리스트 수준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후보로 분석하고 있는 게 보인다. 사실 트럼프의 주장은 일반적인 미국 국민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반중·반일(反中·反日)은 감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와 관련해 피부로 느끼는 문제다. 기사에도 나오지만, 트럼프는 단 한 장의 티셔츠도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2016년의 상황을 대변한다. 중국산 티셔츠가 들어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티셔츠를 만들던 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진 게 문제다.
 
  “티셔츠 공장의 노동자들이 다른 곳으로 가서 재취업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척박하다. 오바마가 일자리를 늘려 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실업률(Unemployment Rate)은 5%에 달한다. 갤럽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기 능력에 비해 저가의 임금으로 일하는 사람, 즉 저평가 취업률(Underemployment Rate)의 경우 무려 14.7%에 달한다(2016년 2월 기준). 미국 경제학자들은 2020년이 되면 미국의 실업률은 다시 7%대로 올라가고, 저평가 취업률도 20%대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와 같은 유의 주장은 일시적 감정분출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 낸 미국민의 아바타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와 왕이의 만남
 
G-0개념을 주창한 이언 브레머.
사진=위키피디아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는 지난 2월 23일부터 3일간 워싱턴을 공식 방문했다. 마침 터진 북핵(北核)문제 때문에 대북(對北)제재 문제가 중요한 현안이 되었지만, 진작에 예정되어 있던 방미(訪美)였다. 마침 미국은 국무부·국방부 할 것 없이 중국이 남중국해에 9개의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왕이를 만나 준 것이다. 5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바마는 남중국 문제를 배제한 채 미·중관계 강화라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아무리 중국이 뻗어 가는 나라라고 하지만, 오바마가 일국의 외무장관을 만나 주는 것은 ‘결코’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영국·프랑스·독일처럼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나라의 외무장관이면 몰라도,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통해 미국에 대한 적의(敵意)를 숨기지 않는 나라의 외교수장(首長)을 백악관에 불러 ‘덕담’으로 일관했다는 것은 이상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격(格)에 맞지도 않고, 만났어도 별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 자리를 백악관이 마련한 것이다.
 
  워싱턴 관계자에 따르면 왕이의 백악관 접견은 최후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워싱턴을 방문하는 정치인이나 정부 고관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꿈이다. 오바마는 그런 꿈을 중국 외교수장에게 선사한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관영 CCTV 등 중국의 모든 매체가 이 사실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이 결코 무시하지 못할 나라’라는 점을 은연중 과시한 것이다.
 
  트럼프의 새로운 경제정책, 오바마와 왕이의 만남은 현재의 미국, 나아가 세계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 ‘G-0(제로)’다. 2010년 국제정치 무대에 등장한 G-0라는 말은 글로벌 현실정치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는 용어다. 2011년 2월 1일 《뉴욕타임스》 시사용어 해설란을 통해 그 뜻을 알아보자.
 
  〈경제적·정치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나 블록이 없는 상태를 설명하는 말. 주창자인 이언 브레머(Ian Bremmer)와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그 어떤 나라나 블록도 국제적 이슈를 단독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미국이 글로벌 파워를 대표하는 유일한 나라인 것은 사실이지만, 인적·물적 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이고 글로벌 문제보다 국내정치 분야에 사로잡히면서 세계를 지도할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대신하는, 세계를 이끌 대안(代案)의 나라는 없다.〉
 
  간단히 말해 G-0시대란 국제경찰이 사라진, 힘 빠진 왕을 중심으로 한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 나아가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는 백가쟁명(百家爭鳴) 시대를 말한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인류의 대부분은 전 세계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게 된다. 내가 곧 지구와 우주의 중심이다. 지구촌 200여 나라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기주장에 열을 올린다. 냉전(冷戰) 시대에는 미국과 구(舊)소련이, 20세기 말에는 카우보이 미국이 백가쟁명을 정리정돈했다. 21세기는 다르다. 세상을 야만 시대로 되돌린 이슬람 국가(IS) 문제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2016년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모두가 국내정치 기준에 의해 계산을 하기 때문에 글로벌 차원의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금융무기화’
 
  미국과 러시아가 지상군을 파견할 경우 IS 하나 없애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러나 오바마는 행동을 주저한다. 지난해 12월 17일 오바마는 미국 주요 언론사 간부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 지상군이 IS와의 전쟁에 나설 경우 하루 100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미국은 하루 100명, 아니 하루 10명의 미군 사망자도 견뎌 낼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언론 가운데 IS와 싸우기 위해 지상군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G-0는 무력(武力) 약화와는 무관하다. ‘평화안전 제일주의’의 결과다. 죽어도 좋다고 달려드는 집단이나 나라에 맞서 100명, 아니 1000명, 나아가 1만 명의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해결점을 찾겠다는 의지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미국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외교문제를 통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G-0시대의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G-0시대에도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미국은 ‘카우보이’로서의 영향력은 약화됐다. 그러나 다른 부분의 파워를 통해 글로벌 패권(覇權)은 지키고 있다. 미군의 출혈(出血) 없이, 글로벌 지분(持分)은 그대로 지키는 리더십이다.
 
  어떻게 그런 상황이 가능할까? G-0 주창자 이언 브레머는 ‘금융무기화(Weaponization of Finance)’와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라는 말로 풀이한다.
 
  ‘금융무기화’란 금융을 통한 글로벌 경제통제를 의미한다. 금융을 가지고 대치 중인 나라나 블록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전략·전술을 구사한다. 이것이 G-0시대의 특징이다. 최근의 미국 금리(金利)인상이 좋은 예다. 중국경제 전체가 난리를 치고 있다. 2014년 6월 4조 달러에 달했던 외환은 불과 2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2013년 말 달러당 6.1위안(元)까지 갔던 인민폐(人民幣)는 3월 7일 기준으로 6.52위안까지 9%가량 떨어졌다. 미국 금융계는 올해 중국의 외환자본 유출이 최소한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0.25% 인상한 것 때문에 중국 금융과 외환시장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무기화의 최대 희생자는 中·러”
 
  지난 3월 중순 방영된 미국 CNBC 중국경제 프로그램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1%포인트 높일 경우 중국의 외환은 1년 만에 제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월스트리트 금융 하나만으로도 미국이 견제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언 브레머는 “금융무기화의 최대 희생자는 중국·러시아와 같은 국가자본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가자본주의’란 기업이 아닌 국가가 직접 나서서 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노동조합·복지·환경 같은 것들을 고려할 필요 없이 한꺼번에 힘을 모아서 엄청난 자본을 순식간에 축적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이런 나라는 자본을 축적하는 동안 자율적인 금융시장 운영을 소홀히 하면서 자본시장을 보호한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글로벌 금융일원화 체제 아래 있다. 아무리 사회주의 체제라 해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의 금융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비틀거리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중국경제는 하향세를 이어 가고 있다. 국가자본주의의 약점을 파고든 미국의 금융무기화의 결과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경제정책은 이런 G-0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중국과 담을 쌓더라도, 금융만으로도 미국의 패권과 이익을 증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트럼프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그가 부동산 사업을 하면서 뉴욕 월스트리트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아니라 그 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그와 비슷한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중국 외교부장 왕이를 만나 양국 간 우호관계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G-0 상황에서 파생될지도 모를 지역 내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이언 브레머가 말하는 G-0의 특성 중에 ‘중심축 국가(Pivot State)’라는 개념이 있다. ‘글로벌 문제에 관해 모두가 손을 놓는 상태에서, 자주적으로 외교를 행하는 나라’를 말한다. ‘중심축 국가’는 특정 국가에 예속되지 않고, 상황과 환경에 따라 좌우를 오가면서 자신과 이해관계에 맞게 행동한다. 자국의 국가이익을 지키고, 강대국 간 조정역을 맡는다. 모든 나라가 원하는 국가 모델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할 능력을 가진 나라는 극히 드물다.
 
  혹자는 미국을 ‘황혼대국(黃昏大國)’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대표적인 ‘중심축 국가’다. 아시아에서 미국은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다양한 분야에서 친분을 과시한다. 언젠가 북한과 미국이 외교관계를 맺을 경우, 워싱턴이 남북한 사이에서 양다리외교를 할 수도 있다.
 
  미국 옆에 있으면서도 사안에 맞게 독자적 외교를 펼치는 캐나다도 ‘중심축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면서 미군 탈영병 보호소 역할을 했던 나라가 캐나다다. 반대로 미국 옆에 있으면서 거의 반(半)식민지국으로 전락한 멕시코는 ‘중심축 국가’의 반대인 ‘그림자 국가(Shadow State)’의 본보기라 볼 수 있다.
 
 
  ‘책임분담자’로서의 G-2
 
미국은 중국에 ‘책임지는 G-2’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12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만난 존 케리(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연합뉴스
  중국경제 추락을 보면서 달라지고는 있지만, 한국은 진작부터 중국을 미국에 준하는 글로벌 G-2로 인정한 나라다. 언론이고 지식인이고 할 것 없이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을 추월해 G-1이 될 것”이라고 떠들었다. 작년 9월 톈안먼(天安門) 망루(望樓)에 선 한국 대통령의 모습은 그런 관점을 잘 보여준다. 그런 세계관으로 본다면 오바마가 왕이와 만나서 중국을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로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서 말하는 G-2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오바마가 주문하는 것은, 13억 인구에다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모습에 걸맞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세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권국가로서의 G-2가 아니라, 책임분담자로서의 G-2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에서의 해상분쟁, 지구온난화, 중국경제의 전면적 개혁, 인권과 언론자유 보장과 체제의 민주화, 핵무기 감축을 위한 국제협약 참가 같은 문제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라는 것이 미국이 생각하는 G-2론의 핵심이다.
 
  중국은 그동안 그러한 미국의 요구를 무시해 왔다. ‘아직 중진국 이하 수준인 가난한 나라’라는 것이 이유다. 또 남의 나라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 과거 중국의 외교방침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은 타국(他國)의 주권을 위협하는 호전적(好戰的) 국가로 변해 가고 있다. 센카쿠(尖閣)열도를 둘러싼 대치국면, 남중국·동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방통행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은 재빨리 대응했다. 군함도 보내고, 센카쿠에 외국군이 침략해 올 경우 일본과 함께 전쟁에 참가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중국경제의 추락은 이 같은 상황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중국은 책임분담자로서의 G-2 역할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그나마 예외적으로 적극 나서는 분야는 환경문제이다. 중국 스스로 고통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파리 기후총회(COP21)에서 중국은 2030년까지 비화석연료 비중을 30%로 늘리고, 2030년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의 60~65%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의 약속은 선진국이 제공하는 환경지원비를 전제로 한 것이다. 선진국의 지원이 없을 경우 공수표(空手票)가 될 약속이다.
 
 
  “中의 對北간섭 심해질 것”
 
  한국 언론은 2월 말 왕이가 마치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워싱턴에 간 것처럼 보도했다. 북핵 문제는 중국 입장에서는 호재(好材)였다. 대북제재 문제는 국내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중국에 난제(難題)가 아니라 워싱턴의 반중(反中)정서를 피해 갈 수 있는 구실이 됐다. 중국은 대북제재에 동참함으로써 G-2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또 대북제재 동참을 사드(THAAD)에 반대하는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왕이는 이번 워싱턴 방문 중 가능하면 대북제재 문제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워싱턴 중립계 싱크탱크의 한 아시아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은 나라다. 당시 중국경제가 수직 하강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90년 상황을 보면 1년 전에 비해 관광객이 20%, 외국인투자가 22%, 외국으로부터의 대출이 40%씩 감소한다. 선진국으로부터의 신기술 이전도 한순간에 중단됐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다.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중국은 어디가 북한의 급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결코 숨을 멈추게 만드는 제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유엔결의 참가는 오바마가 요구하는 G-2론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라 보면 된다. 중국에 대한 G-2로서의 책임론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간섭은 한층 더 심해질 것이다. 남중국·동중국에서의 중국의 야욕을 희석시켜 줄 중요한 협상카드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버릴 것이라 믿는 곳은 워싱턴에서 단 한 군데도 없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여가 앞으로 한층 더 깊어질 것이란 점이다.”
 
 
  왕이의 CSIS 연설
 
  왕이는 워싱턴 방문기간 중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을 했다. 중국 고관의 싱크탱크 연설은 극히 드물다. 워싱턴의 아시아 관계자가 총출동했다. 1시간31분간 진행된 연설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중은 서로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협력관계의 나라다.
 
  둘째, 남중국에 중국 진출은 정당하다.
 
  셋째, 사드 한반도 배치는 미·중관계를 해치는 악재다.
 
  연설이 끝나자 질문들이 쏟아졌다. “남중국해 인공섬 개발과 군사시설은 정당하고, 사드배치는 나쁘다는 것이 모순되지 않은가”라는 것이 첫 번째 질문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중국이 얼마나 자가당착에 빠진 일방통행의 나라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중국이 북핵실험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세계패권 차원에서 미국에 맞먹는 G-2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동아시아 G-2로 성장한 셈이다. 이 경우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입장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우선하리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평화협정
 
서울에서 베이징까지 1시간이면 날아갈 수 있는 B-2스텔스 폭격기.
  워싱턴에서 보는 북한은 이란이나 쿠바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오바마뿐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돼도 우호관계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물론 여기에는 북핵포기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과 중국은 미국에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번에 유엔 대북제재와 함께 곧바로 워싱턴에서 터져 나온 평화협정 체결이 북한 측의 첫 번째 요구가 될 것이다. 평화협정은 결국 미군철수 내지 한반도 중립화(中立化)를 의미한다.
 
  중국은 그 같은 북한의 주장을 적극 전달하는 전령(傳令)이자, 그런 주장을 부추기는 멘토다. 한국 학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군철수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보다도 더 미군철수를 열망하는 나라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자세를 보면 답이 나온다.
 
  중국에서 볼 때 3월 초에 한미 양국이 실시한 대규모 합동훈련은 북한만이 아닌,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3월 9일 미 국방부는 B-2스텔스 폭격기 3대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B-2는 전 세계에 21대밖에 없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스텔스 폭격기다. 서울에서 베이징(北京)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954km, 최고속도가 음속(音速) 0.9인 B-2스텔스에는 한 시간 거리다. 중국이 미군철수에 찬성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1월 6일 북핵실험 이후 밀어닥친 상황을 보면 한국은 정처없이 떠다니는 난파선처럼 느껴진다. 국가생존을 위한 방략(方略)은 없고, 국내에서나 통하는, 여론을 안심시키기 위한 헛된 낙관만이 보일 뿐이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 미국에 책임을 지우고 중국을 원망하며 일본을 욕하는 버릇은 130년 전 구한말(舊韓末)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외교력 부족 같은 단기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힘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국제사회에서 통하는 카드가 한국에는 전무한 게 문제다. 반일(反日) 캠페인을 통해 중국과 연대(連帶)하고 미국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약발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워싱턴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을 자신의 친구로 느끼고 있다. 한국은 뭔가 신뢰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나라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현재 일본 외교정책의 핵심은 집단적 자위권을 매개로 미국과 함께 싸운다는 것이다. 그에 호응해서 미군도 센카쿠 수호를 위해 함께 피를 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원래 미·일동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을 위해 피를 흘리는 구조였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드물게 일본 자위대의 ‘땀’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아베가 들어서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통해 일본도 피를 흘리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G-0시대의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를 정확히 읽고 발 빠르게 미국에 밀착한 것이다.
 
 
  가장 큰 보험은 함께 피(血)를 흘리는 것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한국을 위해 피를 흘려야 하는 관계다. 한국에서 전쟁이 터질 경우, IS와 전쟁을 벌일 경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死傷者)가 발생할 것이다. 2016년 11월 당선되는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그 같은 상황을 감내해 낼 수 있을까?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학생도 인터넷 정보를 가지고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핵폭탄 제조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뒤에 불어닥칠 후폭풍(後爆風)이다. 외국과의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핵폭탄 제조 이후 밀어닥칠 각종 경제제재를 이겨낼 수 있을까?
 
  결국 G-0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히 보험은 ‘피(血)’다. 돈이나 땀이 아니라, 붉게 흐르는 피만이 국가안전과 이익, 나아가 국제무대에서의 발언력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프랑스가 시리아 내전에 지상군을 파병하고, 독일이 공습에 참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이 중국을 누르고 한국을 무시할 수 있는 힘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미군과 함께 피를 흘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G-0시대에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한국군의 탈한반도화(脫韓半島化)’다. 한미동맹을 매개로 한국군도 한반도 밖에서 미군과 함께 피를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차피 ‘한국군의 탈(脫)한반도’는 시간 문제다. 나중에 피동적으로 끌려다니기보다는 한국이 능동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를 흘릴 각오가 없다면 주변 강대국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피를 흘리지 않으면 안전보장도 없다!(No Blood, No Guarantee!)⊙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3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