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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2015년 미국에서 본 중국

G2라니!

글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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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는 키신저 추종자인 프레드 버그스텐의 발명품… 미국에서는 ‘G2=민주당’으로 통해
⊙ 미국의 對中수출은 GDP의 0.6%에 불과, 한국은 GDP의 5.4%에 달해
⊙ 오바마, TPP 타결 직후 “중국과 같은 나라에 글로벌 경제에 관한 룰을 쓰게 할 수 없다”

劉敏鎬
⊙ 54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 現 워싱턴 ‘Pacific, 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자금성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각국 정상들과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G2 리스크,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지난 10월 7일 한국 신문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하의 제7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기사 제목이다. 기사에 의하면, 이 자리에서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등, 이른바 G2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소라 진단하면서 정부의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G2라는 단어다. ‘Group of Two’의 약어인 G2라는 단어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용했는지, 아니면 기사 제목으로 적당히 붙인 말인지가 궁금했다. 국내 신문·방송·웹사이트를 훑어봤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G2라는 말을 언급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추정컨대, 참석한 경제자문단들이 G2라는 단어를 꺼내면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설명했을 것 같다. 그러나 회의 전체 분위기를 보면, 박 대통령이 G2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경제를 동일선상에 두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은 사실인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G2라는 말을 언급했는지 여부에 주목하는 이유는, G2라는 말에 과연 보편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G2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세계관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신문·방송 기사를 통해, G2라는 말이 일상화된 나라는 전(全)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국제 관련 뉴스를 보면, 세계는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된 듯하다.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은 G2를 뒤따르는 2군(群) 정도로 취급한다. 최근에는 조금 뜸하지만, 중국 경제가 일본을 넘어선 데 이어 미국마저 따라잡을 것이고, 중국 자본이 미국 전체를 사들일 것이라는 식의 뉴스가 넘치는 나라가 한국이다. 아예 G2를 넘어서, 장차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세계를 호령하는 G1이 될 것이라는 투다. 뜨는 중국을 부각시키면서, 슈퍼파워 미국의 쇠락을 점치는 글도 한국 신문·방송에 넘치고 넘친다. 세계에서 이 같은 분위기의 나라는 극히 드물다.
 
 
  G2는 글로벌 무대에서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용어
 
  지난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戰勝節)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후, 한국 언론은 한동안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을 버리고 한국을 선택했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냈다. 통일 자전거 타기, 통일 펀드, 통일 편지 같은 이벤트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중국과 미국이 합의하기만 하면 통일은 따놓은 당상이란 식의 ‘G2 통일론’이 확산됐다. 미국의 2중대인 일본은 무시하면 그만이고, 냉전(冷戰) 당시의 대형(大兄) 러시아에 대한 고려도 없다.
 
  G2는 보편성을 갖지 않는, 글로벌 무대에서 일반화되지 않은 말이다. G2라는 말의 기원은 2005년 프레드 버그스텐(Fred Bergsten)이란 인물에게서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그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현재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전신(前身)인 국제경제연구소(IIE)를 세운 경제학자다. 버그스텐이 정의한 G2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1. 경제위기 직전의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세계 경제성장의 절반 정도를 리드한 두 개의 나라.
 
  2.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개의 경제대국.
 
  3.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무역대국.
 
  4. 세계 환경오염의 주범.
 
  5. 정부 재무구조로 볼 때 양극단에 있는 나라로, 미국은 세계 최대의 부채(負債) 국가이며 중국은 미국 국채(國債)를 가장 많이 보유한 채권국가.
 
  6. 미국은 선진국의 맏형으로, 중국은 신흥시장의 리더로서의 각 경제군의 대표주자.
 
 
  G2는 키신저 추종자의 작품
 
G2라는 말을 만들어 낸 프레드 버그스텐.
  버그스텐은 1970년대에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경제 정책 전문가로 일한 경제 관료다. 1970년대의 중국은 미국인의 80%, 일본인의 90%가 친구로 느끼던 나라다. 그도 키신저를 통해 중국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왔다고 볼 수 있다. 키신저는 원래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닉슨의 중국 방문 이후 중국 문제는 민주당의 주된 이슈가 되었다. 1979년 카터 대통령이 중국과 국교(國交)를 정상화했기 때문이다. 정통 공화당 지지자들은 키신저를 월남(남베트남)을 호찌민(胡志明)에게 넘긴 배신자 정도로 여긴다. 따라서 키신저는 현재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가까운 인물이다.
 
  버그스텐이 세운 PIIE의 배경도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1992년 집권한 클린턴 대통령의 글로벌리즘을 지지하는 정책 집단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 국제 경제 전문 싱크탱크다. 워싱턴에서 국제 경제 하나만 다루는 싱크탱크는 극히 드물다. 아마 PIIE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20세기 말 중국은 글로벌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중국에 관한 자료나 정책이 거의 없던 시기에 PIIE는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浮上)했다. 중국 관련 정책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연구원들을 직접 백악관이나 행정부에 보내 정책에 관여하기도 했다. G2라는 말은 이 같은 배경하에서 탄생한, 키신저 추종 민주당계(系)의 생각이라 볼 수 있다.
 
  버그스텐이 만든 G2라는 개념은 이후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를 통해 워싱턴을 떠돌기 시작했다. 브레진스키는 카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인물. 현실주의 외교로 유명한, 키신저의 아류(亞流) 정도라고 보면 된다. 폴란드 출신인 그는 냉전 당시 소련 타도에 전력했었다. 그는 중국이 좋아서라기보다, 구(舊)소련의 후손인 러시아를 한층 더 약화시키겠다는 생각에서 G2라는 말에 매달렸다.
 
  G2라는 말은 이후 민주당계 지지자들을 통해 워싱턴에서 확산되었고, 이어 매스컴으로 전해졌다. 미국 신문·방송 일부에서 G2라는 말을 사용하기는 한다. 워싱턴 정치에 익숙한 사람에게 G2라는 말은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한순간에 알 수 있게 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말이다. ‘G2 단어 사용=민주당 성향’이란 의미다.
 
 
  미국에서 G2는 민주당의 용어
 
  G2라는 말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가끔씩 흘러나온다. 2013년 7월 이래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일하는 수전 라이스(Susan Elizabeth Rice)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오바마 외교를 담당하는 최고사령탑으로, 국무부 차관보에 이어 유엔대사를 거친 여성이다. 라이스는 키신저와 브레진스키를 철저히 추종한다. G2에 관한 집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안보보좌관이 된 즉시 G2라는 말을 입에 올렸지만, 곧 그만두었다. 중국 무력(武力)이 남중국해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과 긴장이 계속되면서, G2라는 말은 워싱턴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G2라는 말이 일반화된 한국에서 보면 “미중관계가 좋아질 경우 G2라는 개념이 확산될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듯하다. 착각이다.
 
  첫째, 앞서 살펴봤듯이, 민주당 일부에 국한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지만, 2년 전 미국 의회 내 미국인 친구로부터 조크로 가장한 힐난을 들은 적이 있다.
 
  “떼로 몰려온 한국 국회의원들이 공화당 중진과 만난 자리에서 G2라는 말을 사용하더라. 공화당이 잘 모르는 최신 용어를 구사한다는 점에 대해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 미국인 친구는 공화당계다. 민주당 일부에서나 사용하는 G2라는 말을 한국 정치인들이 공화당 중진 앞에서 예사롭게 던진다는 점이 불쾌하고도 불편했을 것이다. G2라는 말은 리버럴이 지배하는 미디어에서는 즐겨 쓰는 단어일 수 있지만, 중국을 ‘감히’ 미국과 맞먹는 수준으로 대우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미국인은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G2라는 개념을 세상에 사용한다 해도, 대부분은 러시아나 유럽연합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둘째는 G2라는 개념 속에 내재한 불편한 해석이 G2의 일상화를 막는 벽이 된다. 한국에서 오르내리는 G2라는 개념은 경제에 집중돼 있다. 돈이다. 굳이 돈을 넘어선 개념을 거론한다면 군사력·인구·국토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GDP)이 미국의 5만3041달러의 8분의 1 수준인 6807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철저히 무시된다. 한마디로 질(質)이나 내실(內實)이 아니라 양(量)과 규모로 논의되는 개념이 한국에서 생각하는 G2 개념의 핵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나온 G2라는 개념도 ‘경제대국’으로서의 중국이란 측면에 집중된다.
 
  미국에서는 G2 개념을 이야기할 때 질적 측면도 강조한다. 버그스텐의 정의에서 세계 환경오염의 주범, 신흥시장의 리더로서의 중국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그것이다. 경제뿐 아니라, 국제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존경받는 대국(大國)’으로서의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수전 라이스가 말하는 G2도 이에 가깝다. 힘 자랑, 돈 자랑 하는 G2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모델이 오바마 행정부가 생각하는 G2의 실체다.
 
 
  중국 정부도 G2 공식 부정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
  한국 정치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지만, 중국 요인들을 만날 경우에도 G2라는 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중국에 G2는 결코 찬사가 아니다. 거꾸로 중국인들은 자신을 저주하는 악담으로 여기고 있다.
 
  2009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11회 중국-유럽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공식적으로 G2를 부정했다.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는 이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함께 이끈다는 발상, 즉 G2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라고 말했다. 언뜻 들으면 겸손한 듯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중국은 G2 개념 속에 포함되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동의하거나 따라갈 의향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서 얘기한 것이다.
 
  2013년 9월,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도 칭화대(淸華大) 학생들과의 좌담회에서 “오직 바보만이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G2라는 타이틀하에 함께 세계를 움직여 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생각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G2라는 말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약으로 받아들인다. ‘G2로서, 환경·지구온난화·그린정책에 대한 규제를!’이라는 식의 새로운 외압쯤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유엔 경제국 디렉터급으로 일하는 중국 외교관은 말한다.
 
  “G2라는 것은 트로이 목마(木馬)와 같다. 칭찬처럼 들리지만, 날름 받아먹었다가는 전부 당하게 돼 있다. 아직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인권 문제는 G2가 지켜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맞먹는 대국이란 그럴듯한 타이틀과 함께, 인권·환경·국제룰을 미국과 동일시해야만 한다는 것이 G2의 숨은 의미다.”
 
 
  G2에 맞서는 중국판 논리, 新型대국관계
 
  흥미로운 것은 워싱턴발(發) G2에 맞선 중국식 논리다. 중국은 특이하게 변형된 중국판 G2론을 꺼냈다. 2012년 2월 시진핑의 워싱턴 방문 때 언급된 이래, 중국 외교부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가 그것이다. 상호간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존중하고 서로 간섭하지 말자는 것이 요점이다. 중국 주변 나라에 대해서는 중국이, 나머지 지역은 미국이 주도하는 ‘땅 따먹기 외교’가 신형대국관계의 핵심이다.
 
  중국이 자국령(自國領)이라 주장하며 호시탐탐 노리는 센카쿠(尖閣)열도 문제는 그 같은 신형대국관계의 첫 번째 테스트에 해당된다. 미국이 다른 곳에서 뭘 하든 상관 않을 테니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의 섬이나 바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시진핑 대미(對美) 외교의 핵심이다.
 
  미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 미일(美日)동맹을 재구축하며, 중국판 땅 따먹기 외교에 정면으로 맞서고 나섰다. 그 바람에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 불던 G2론 자체가 아예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자고 하니까, 아예 지구를 2등분해서 나눠 갖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오바마가 미일동맹 강화로 맞서기 시작한 것은 중국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 워싱턴에서 G2를 거론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거는 어리석은 행위다. G2협력론은 다섯 살 어린애도 믿지 않을 허상이란 것이 워싱턴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9월 말 시진핑의 워싱턴 방문을 G2에 걸맞은 국빈(國賓) 방문이란 관점에서 보도했다. 워싱턴 현지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 직전에 이뤄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진핑에 대한 보도 자체가 적었다. 한국에서 보도한 시진핑 관련 뉴스가 훨씬 더 많았을 정도다. 시진핑 관련 뉴스가 있다 해도 중국의 인권탄압이나 군비증강 등 부정적 뉴스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국빈 방문이 있을 경우, 워싱턴 곳곳에서 관련 행사나 파티가 열린다. 시진핑의 경우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게 지나갔다. 필자가 아는 한, 역대 중국 지도자의 워싱턴 방문 가운데 가장 단출했다. 정상회담 결과를 봐도, 오바마와 시진핑이 만난 뒤 그 흔한 공동성명서 하나 없이 기자회견에서 내용을 밝힌 것이 전부다. 그나마 양국이 합의한 문제는 이제 뉴스로서의 가치가 확 떨어져 버린 북핵 문제 정도다. 중국 경제가 엉망인 상황에서 미국이 도와주겠다는 식의 얘기도 없다. 미국·중국에 직접 관계된 문제에 관해서는 단 한 건의 합의도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오바마가 강조했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론은 냉랭한 미중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존 대국과 신흥 대국이 반드시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오바마의 말은 양국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린 행복해요”를 남발하는 부부일수록 갈라설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부정할 만한 실질적인 얘기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국 짝사랑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7일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했다.
  미국 심지어 중국조차도 부정하는 G2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만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설명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 세계관’이 가장 큰 이유일 듯하다. 한국에서 보면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거나, 아예 미국을 넘어선 대국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다.
 
  ‘우물 안 개구리’식의 세계관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넓은 세계로 나가려는 주변의 개구리들에게 ‘우물 안 세상’만이 전부라고 강조하는 데 있다. 우물이 마를 경우 한순간에 모두가 멸망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우물 안 개구리’식 세계관을 주도하는 것이 대통령과 현 정부라는 점이다. 무책임한 매스컴도 문제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 담당자들의 중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짝사랑 G2’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경제적 관점에서 본 중국의 굴기(屈起)에 있을 것이다. 세계 경제를 중국이 제패하고 있다는 식의 중국 대세론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론에 근거한, 중국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한국 전체, 특히 현 정부 내에 만연해 있다.
 
  중국이 완전 추락하지는 않더라도, 중국의 성장이 한계에 왔다는 것은 국제 경제의 상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중국 대세론은 식을 줄을 모른다. 서두에서 언급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훈시를 보자. 중국 경제가 하향세인 이유를 구조조정과 내부개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실기업, 낮은 생산성, 개발독재에 따른 불황이 아니라, 제2의 도약을 위한 진통에 불과하다는 식의 해석이다. 중국 공산당이 들어도 믿기 어려울 ‘달콤한 평가’다.
 
 
  《WSJ》, ‘중국의 고통은 美경제에 도움’
 
  필자는 석유·원자력 같은 에너지 문제를 통해 글로벌 정치·경제의 흐름을 분석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그 같은 분석틀로 중국 경제를 보면, 중국은 이미 황혼길의 나라라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다. 미국은 중국 경제 하락을 기정사실로 보면서 다른 시장 확보에 이미 나서고 있다.
 
  시진핑의 미국 방문 전인 9월 9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경제에 대한 미국의 자세를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고통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China Woes Could Be Good for U.S. Economy)’라는 도전적인 제목의 기사다. 내용을 보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중국 경제 하락은 미국 경제에 나쁘지 않다.
 
  둘째, 중국 경제가 악화될수록 자원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생산성 하락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한계에 달하면서 거꾸로 중국 자본의 미국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전체 미국 경제 내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에 관한 부분이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미국 상품의 총액이 미국 내 총생산액(GDP) 가운데 얼마나 차지할까? 불과 0.6%다(2013년 기준). 극단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제로로 간다고 해도 미국이 입는 피해는 전체 GDP의 0.6%에 그친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통계상 수치로 본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미국의 총 GDP에 미치는 영향은 1% 미만에 불과하다는 것이 《월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이다.
 
  2013년 미국의 대중(對中)수출액은 153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3680억 달러에 달한다. 모두 5210억 달러의 교역이 이뤄졌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미국 상품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제 물건의 미국 내 수출은 그리 늘어날 수 없다. 이유는 팔 수 있는 물건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최첨단 기술집약상품이 뒤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집약상품의 대미수출은 한계에 달한 지 오래다. 미국의 대중수출이 아무리 줄어든다고 해도 총 GDP의 0.6%에 불과하고, 중국발 미국 수출도 한계에 달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경제불황이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따라서 서두에 언급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G2리스크 운운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중국 올인
 
  문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중국에 1830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중국으로부터는 91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黑字)가 920억 달러에 달한다. 대중 흑자액이 1160억 달러인 타이완에 이어 2위다. 2013년 한국 총 GDP에서의 대중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5.4%에 달한다.
 
  국가별로 대중수출액이 GDP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세계 2위다. 1위는 말레이시아(8.1%), 3위는 태국(4.8%)이다. 일본은 9위(2.2%)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대중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 경제 추락이 한국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을 G2라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현 정부의 중국 올인 정책에 있을 것이다. 경제만이 아니라, 통일·북한 심지어 역사 문제까지 중국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로 인한 문제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올인하면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에 실기(失機)했다. F-35 기술 이전에 실패한 것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연계하면서 반일전선을 펴온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인도의 덩샤오핑’ 모디
 
모디 인도 총리.
  비틀거리는 중국을 제쳐놓고 미국이 세계 경제를 혼자서 짊어지고 나갈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하다. 때문에 미국은 ‘중국 이후’의 파트너를 이미 물색해 놓고 있다. 인도가 바로 2015년 겨울 미국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리더십 아래 적어도 2020년 올림픽 때까지 성장이 계속될 일본, 그리고 이란·베트남과 같은 국가들도 중요하다.
 
  양적으로 볼 때 미국에서 보도하는 인도 관련 뉴스는 대략 한국의 10배 정도 될 것 같다. 인도 특수(特需)가 중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카드로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개방 정책에 적극 나서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이 신뢰하는 인도판 덩샤오핑(鄧小平)이다. 인도가 자랑하는 IT 기술 덕분에 미국과의 접점(接點)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호(號)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의미와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한반도 미래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중국이 거대하기 때문에 한국은 거꾸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5·16 직후 군소(群小) 차이나타운을 전부 정리한 것은 그런 점에서 혜안(慧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반일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중국에 올인하는, 최악의 방법으로 말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3일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국의 열병식을 참관했다. 서방에서는 천안문을 ‘탱크’와 ‘학살’이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열병식에 국가수반이 참석한 나라는 20개국에 불과했다. 면면을 보면 대부분 10년, 20년 정권을 유지해 온 독재자들이다. 열병식은 글로벌 독재자들의 파티였다.
 
  중국은 이 열병식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초청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초라했다. 러시아의 푸틴을 비롯해 독재국가나 중국 주변 약소국 20개 나라의 수반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이것이 한국에서 치켜세우는 ‘G2 중국’의 실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에 성공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고, 피 흘려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 대한민국의 수반이 그 자리에 함께 서 있었다는 것은 비극이다.
 
 
  오바마, ‘중국과 같은 나라’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외교를 위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그 자리에 갔다고 선전했다. 불과 두 달도 안 되어 중국의 양다리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 행사를 전후해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혼자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동맹국인 미국, 일본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힘을 모두 모아야 움직일 수 있는 나라다. 시진핑 앞에서 탈북자 인권 문제를 한마디도 못 꺼내는 대통령이 있는 한, 한국은 영원히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10월 5일, 오바마는 TPP 타결 직후 성명에서 “중국과 같은 나라에 글로벌 경제에 관한 룰을 쓰게 할 수 없다(We can’t let countries like China write the rules of the global economy)”고 강조했다. ‘중국과 같은 나라’라는 표현은 외교적으로 아주 실례가 되는 표현이다. 현장에도 없는 사람을 군중 앞에서 욕하는 것과 똑같다.
 
  그렇다면 오바마가 말하는 ‘중국과 같은 나라’라는 것은 과연 어떤 종류의 나라를 의미할까? 여러 각도에서 분석 가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이 생각하는 중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한국에서나 통하는 G2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세상과 거꾸로 가던 100여 년 전 구한말(舊韓末)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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