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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패권 다툼

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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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南중국해 實效지배 위해 7곳에 인공섬 건설 중. 인공섬 건설지는 習近平이 직접 선정
⊙ 美, 일본-호주-베트남-인도-中央亞 연결하는 對中 포위망 구축
⊙ 中, 一帶一路 전략과 AIIB설립 통해 美의 對中견제 迂回
⊙ 시진핑의 策士 왕후닝, 一帶一路 건설공작 領導小組 수석 부조장 맡아

李長勳
⊙ 58세. 서울대 영문과 졸업.
⊙ 공군사관학교 영어교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역임.
⊙ 저서: 《홍군 VS 청군-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
중국이 베트남·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화양다오. 중장비를 동원해 산호초를 메워 인공섬을 건설 중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팔꿈치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인공섬을 건설하려 해서는 안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밝힌 경고의 메시지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부의 주요 장관과 고위 관리들이 연일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비난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바다 밑 암초(暗礁)를 매립해 주권(主權)을 제조(manufacture)하는 것은 국제법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도 “특정국가의 영공(領空)이나 영해(領海)가 아닌 공해(公海) 지역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중단을 요구하면서,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 뒀다.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중국 정부가 현재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만들고 있는 지역은 7곳이나 된다. 대표적인 곳이 스프래틀리 제도의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베트남명 다쯔텁)이다. 피어리 크로스 암초는 만조(滿潮) 때 높이가 수면 위로 60cm 정도만 드러나는 작은 바위섬이다.
 
  남중국해 중앙에 위치한 피어리 크로스 암초는 중국 하이난성에서 1000km,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480km, 말레이시아에서는 550km 떨어진 요충지(要衝地)이다. 중국 정부는 피어리 크로스 암초 주변 바다를 매립하는 등 1단계 공사를 끝냈다. 인공섬의 길이는 3000m에 달하고 폭은 200~300m로 추정된다. 인공섬 동쪽으로는 5000톤급 함정과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는 규모의 항구 조성 공사도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이 섬의 남서쪽에 인민해방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대공포와 통신시설도 배치했다. 이 섬의 길이로 볼 때 활주로와 비행기 계류장(繫留場)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스프래틀리 제도 북부에 위치한 사우스 존슨 산호초(중국명 츠과자오)도 매립해 0.1km² 정도의 인공섬을 만들었다. 이곳에도 각종 시설물을 속속 만들고 있다. 부두와 비행장 등 군사시설도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사를 50% 넘게 진행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게이븐(난쉰자오), 쿠아테론(화양자오), 휴즈(둥먼자오), 엘다(안다자오) 등 5개 산호초 주변 바다를 매립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매립하는 암초와 산호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우성리 중국 해군사령원은 지난해 9월 남중국해를 해상 시찰하면서 매립할 암초와 산호초를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기지를 세우려는 의도는 무엇보다 남중국해를 무력(武力)으로 실효(實效) 지배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 공군기지나 비행장이 전혀 없었는데, 우선 비행장을 건설해 제공권(制空權) 확보에 활용할 속셈이다. 중국이 매립하고 있는 인공섬들은 사실상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중국의 인공섬과 군사기지 건설은 남중국해에 방공(防空)식별구역을 선포하기 위한 사전(事前)포석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암초를 매립해 만든 인공섬에 비행장과 항만을 건설해 군대를 주둔시키면 영유권(領有權)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을 때에도 전투기 등을 출격시킬 수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 수 있다면 태평양과 인도양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를 자국(自國)의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하고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다.
 
 
  미국의 ‘거대한 게임’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포위 전략’을 추진해 왔다. 미국은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를 잇는 육상 루트와 인도양과 태평양,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태평양에 이르는 해상 루트를 장악해 중국을 철저하게 봉쇄한다는 ‘거대한 게임(The Great Game)’을 벌여 왔다.
 
  ‘거대한 게임’은 원래 영국의 작가 루드야드 키플링이 대영제국(大英帝國)과 제정(帝政)러시아가 19세기 말 중앙아시아를 놓고 벌인 치열한 쟁탈전을 표현한 말이다. 당시 두 제국은 인도로 가는 길목인 히말라야, 힌두쿠시, 카라코룸 산맥의 협곡과 구릉지역, 카스피해 일대를 장악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이 지역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이 있는 곳이다. 원래 고대(古代) 통상로인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곳이다. 중국은 과거 실크로드를 개척해 동서(東西) 문물을 교역하는 등 수백 년간 이 지역을 지배한 바 있다.
 
  중앙아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에너지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중동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과 맞닿아 있어 지정학적(地政學的) 가치가 큰 지역이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이어 중앙아시아 각국에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 온 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미국이 서남아의 맹주(盟主)이자 중국의 잠재적 적국(敵國)인 인도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또 미얀마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 동남아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온 것도 중국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요다’ 앤드루 마셜
 
미국의 국방전략 설계자인 앤드루 마셜 전 국방부 총괄평가국장.
  미국의 이런 전략은 앤드루 마셜 전 국방부 총괄평가국장의 구상에서 비롯됐다. 마셜 전 국장은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인물이다. 총괄평가국은 지난 1977년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이 장기 군사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신설한 부서이다. 초대(初代) 총괄평가국장을 맡은 마셜은 지난 1월 은퇴할 때까지 같은 직책을 그대로 유지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그의 별명은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 나오는 제다이의 기사를 가르치는 스승 ‘요다(Yoda)’이다.
 
  마셜은 레이건 정부에서 실제로 ‘스타워즈 계획’을 입안하는 등 지난 1980년대 말까지 옛 소련의 위협을 미국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짜는 작업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1990년대부터 잠재적 적국으로 중국을 상정하고 이에 대비한 전략을 집중 연구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력은 유럽에 너무 편중됐으며 아시아에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지정학적 전략과 국방예산을 아시아에 우선적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99년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담은 ‘아시아 2025’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첫째 서남아와 동남아에 전진 작전기지 설치, 둘째 중국과 인도의 동맹을 저지, 셋째 한국·호주·태국·필리핀과의 동맹 강화, 넷째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 다섯째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1년 11월 하와이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태평양 국가이며 앞으로도 태평양 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및 중동 분쟁 등에 미국의 국력이 크게 소모됐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浮上)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아·태 지역에 대한 안보와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국방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아·태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동맹국과 우방국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왔다. 이와 관련,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12년 1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라는 제목의 새 국방 전략 지침서를 발표했다. 새 국방 전략 지침서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역내(域內) 패권국(覇權國)으로 부상하면 미국의 경제와 안보 이해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 지침서는 어느 국가가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해도 미국은 이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投射)할 것이라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전략을 추진해 온 국가는 중국을 말한다.
 
  미국은 또 경제적으로도 아·태 국가들과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 Treaty)을 추진해 왔다. 이 협정은 농산물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관세를 100% 철폐하고 투자와 금융, 서비스 등에서도 장벽을 아예 없애는 등 말 그대로 완전히 자유무역을 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TPP는 가장 개방적인 경제통합 협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이 TPP를 추진하는 배경은 아・태 국가들과의 경제동맹을 통해 중국의 경제력 팽창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新型大國關係 주장
 
  중국은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에 정면으로 맞받아치지는 못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동등하게 협력하고 핵심이익을 상호 존중하는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맺자고 제의했다. 신형대국관계는 새로운 강대국들 간의 관계를 말한다.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세 가지 원칙은 서로 충돌 또는 대립하지 않고, 상호 존중하며, 공동 번영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적 협력을 확대해 공존·공영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자”고 밝혔다. 시 주석은 “강대국 간 충돌과 대립의 역사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공동 협력의 새 길을 가는 것이 양국은 물론 세계에도 이롭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새로운 대국관계 구축을 제안한 것은 글로벌 이슈에서 중국이 미국과 함께 규칙 제정자로 대접받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의도는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종합 국력을 키울 시간을 벌겠다는 속셈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이런 전략은 과거 냉전시절 옛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으로 몰락을 자초했던 교훈도 반영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시 주석이 강조하는 중화민족 부흥과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선 미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면서 전략적인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無冠의 策士’ 왕후닝
 
시진핑의 대외전략을 설계하고 있는 왕후닝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의 신형대국관계 제의를 조건부로 수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이 평화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중국이 계속해서 성공의 길을 걷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등의 영유권 분쟁, 공정한 무역, 인권 등을 언급하면서 중국을 강대국으로 인정하는 조건으로 국제사회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형대국관계는 왕후닝(王滬寧)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의 작품이다. 왕 주임은 공산당의 정책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의 수장이고, 25명의 정치국원 중 한 명이지만 유일하게 주요 보직을 맡지 않아 ‘무관(無冠)의 책사(策士)’로 불리고 있다.
 
  왕 주임은 상하이 푸단대학 교수 시절이던 1995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의해 중앙정책연구실 정치 담당 조장으로 발탁된 뒤 18년간 장 전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정책개발에도 깊이 참여해 왔다. 장 전 주석의 3개 대표론과 후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 등 지도이념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맡고 있는 왕 주임은 시 주석 취임 이후 국내외 모든 일정에 빠지지 않고 수행하는 최측근이다.
 
  왕 주임은 중국의 ‘살아있는 제갈량(諸葛亮)’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지략을 발휘해 왔다. 특히 왕 주임은 미국 전문가라는 말을 들어 왔다. 지난 1980년대 말 2년간 방문학자 자격으로 미국 아이오와대와 UC버클리에 유학했고, 1991년 미국 정치를 비판하는 《미국은 미국을 반대한다》는 책을 쓰기도 했다.
 
 
  一帶一路 영향권 인구 44억에 달해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一帶一路의 영향권에는 60개국 44억명의 인구가 포함된다.
  이후 양국은 어느 정도 불협화음을 보이긴 했지만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중국은 미국의 전략을 반격할 묘책(妙策)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묘책이란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전략이다.
 
  일대일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대(一帶·One Belt)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지대(Silk Road Economic Belt)’를 말하는데, 중국 서북지역에서 중앙아시아 및 유라시아 대륙과 유럽을 관통하는 육상 무역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일로(一路·One Road)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21st Century Maritime Silk Road)’로, 중국 동남 연해(沿海) 지역에서 동남아-인도양-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바닷길을 말한다. 육상 실크로드는 한(漢)나라의 제7대 황제 무제(武帝·BC 156~BC 87년)가 개척한 비단길을 말한다. 해상 실크로드는 명나라 때 환관 출신 제독인 정화(鄭和·1371~1433년)가 개척한 바닷길을 의미한다.
 
  중국은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며 위안화를 결제(決濟) 수단으로 확산시키는 ‘범중화(汎中華)경제권’을 구축(構築)하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전략의 영향권에는 60개국 44억명의 인구가 포함된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조6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올해는 일대일로 전략의 원년(元年)”이라고 천명하면서 “앞으로 일대일로의 구축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까지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15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34개국, 유럽 20개국, 아프리카 2개국, 남미 1개국 등 57개국을 AIIB의 창립회원국으로 확정했다.
 
  올 연말 출범하는 AIIB의 초기 자본금은 1000억 달러(107조9300억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의 75%는 아시아권 국가에서, 25%는 유럽 및 비(非)아시아 지역 국가에 할당할 예정이다. 출자 비율은 각국 경제 규모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창립 회원국들을 보면 북미(北美)를 제외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南美), 대양주 등에 있는 국가들이 골고루 포함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에는 미국을 제외한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4개국이 모두 참가했고, 주요 20개국(G20) 중에는 13개국이 가입을 신청했으며, 주요 7개국(G-7) 중에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를 제외한 4개국이 참가했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있는 국가들에 AIIB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대출해 주는 등 거대한 경제권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아·태 지역 국가들과 안보협력을 강화해 왔지만, 중국은 미국의 포위 전략을 깨기 위해 아·태 지역 국가들과 경제협력이라는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일대일로 전략도 왕 주임의 머리에서 나왔다. 미국에서 돌아온 시 주석은 왕 주임에게 미국과의 정면승부가 아닌 우회(迂回) 전략 수립을 주문했고, 왕 주임은 당시 연구 중이던 일대일로 전략을 제시했다. 일대일로 전략은 경제 논리로 미국을 견제하는 묘수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일대일로 건설공작 영도소조(領導小組) 조장에 정치국 상무위원인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를, 4명의 부조장에는 왕 주임, 왕양(汪洋) 부총리, 양징(楊晶) 국무위원,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을 각각 임명했다. 왕 주임은 수석 부조장으로서 사실상 일대일로 전략을 총괄한다. 왕 주임이 막후(幕後)에서 벗어나 전면에 나선 것은 일대일로 전략의 중요성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中, 방공식별구역 선포 통해 美 의지 시험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군사적으로 자국(自國)을 어느 정도 압박할 의지가 있는지도 시험해 보았다. 지난 2013년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 fication Zone)은 영공 방위를 목적으로 영공과 연결된 바깥 상공에 설정하는 지역이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비행물체를 식별해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군사상의 위협을 평가해 대응하기 위한 공간이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이 아니고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지역이다. 각국은 방공식별구역이 영공이 아니기 때문에 타국(他國)의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격추할 수 있는 권리는 없지만, 보통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대응 조치를 취한다. 한 국가가 타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할 경우 항공기를 진입시킬 때 이를 사전에 통보해 허가를 받는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구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비롯해 일본과 우리나라, 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군사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지는 않았다. 대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동맹 강화에 적극 나서는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문제로 자칫하면 우발적 충돌 상황이 벌어져 역내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中의 인공섬 건설은 美·日전략 모방한 것
 
  미국의 대응 수위가 예상보다 강경하지 않자 중국은 또 다른 묘책을 남중국해에서 전개하고 있다. 인공섬을 건설하여 군사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은 미국과 일본의 전략을 모방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66년 영국 정부와 협정을 맺고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50년간 임차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이 섬에 군사기지를 건설, 해·공군의 병참기지로 활용해 왔다. 이 섬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B-52 폭격기 발진 기지로 사용됐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이 섬에 폭격기, 전투기, 공중급유기, 각종 함정, 잠수함 등을 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인도양의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듯이 인공섬들에 군사 기지를 세울 경우 남중국해를 실효 지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7년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라는 산호초를 인공섬으로 만들고 등대를 설치해 자국의 최남단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키노토리시마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km 떨어진 태평양에 있는 산호초이다. 이 산호초는 평소에는 대부분 물에 잠겨 있으며 간조 때 수면 위로 70cm 정도 드러나는 면적 10m²의 바위 2개로 구성돼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88년부터 3년간 2억5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방파제를 쌓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산호초를 지름 50m, 높이 3m의 인공섬으로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이 인공섬을 기점으로 40만km²의 해역을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설정했으며, 지난 2013년부터 항구도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지난해 오키노토리시마 북쪽 해역(17만7000km²)을 자국의 대륙붕(大陸棚)으로 설정했다.
 
  미국은 남중국해가 전략 요충지인 만큼 중국이 영유권을 행사할 경우 자유항행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불리하기 때문에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의 AIIB 설립으로 아·태 지역 패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남중국해의 군사 경쟁에서도 밀리면 중국의 굴기(崛起·우뚝 섬)를 견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또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 아·태 지역 국가들에도 얼굴을 들 수 없게 된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의 핵심이 되는 남중국해를 반드시 자국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앞으로 구축할 해상 실크로드의 가장 중요한 통로에 대한 지배권을 미국에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국의 ‘강대강(强對强)’ 대결로 남중국해는 앞으로 더욱 치열한 패권다툼의 무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남중국해는 양국의 사활이 걸린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투키디데스의 덫’
 
  양국이 현재 벌이고 있는 팽팽한 패권다툼은 역사적으로 볼 때 BC 431〜404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직전과 유사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저자인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새로운 힘이 부상하고 기존 세력이 이를 두려워할 때 항상 전쟁이 발발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투키디데스의 덫(Thucydides's trap)’이라 부른다.
 
  그리스 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도시국가는 스파르타였지만,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아테네에 위협을 느꼈다. 아테네도 스파르타에 도전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결국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였다. 스파르타가 승리하기는 했지만 오래지 않아 소멸했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의 국운(國運) 융성과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전쟁 발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어느 한 세력의 빠른 부상은 반드시 주변국들 간의 세력 균형을 흔들고, 무력충돌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5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힘의 축이 이동했던 15번 중 11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패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 강국인 영국과 신흥 강국인 독일의 대결이다. 그 결과 지난 1914년과 1939년의 두 차례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맞아 중국은 새로운 패권국가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아테네’를 연상케 한다. 반면 ‘스파르타’인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노골적인 경계감을 드러내 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5월 25일자)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을 완공하는 것이 마지노선(線)이고, 미국은 이를 저지하는 것이 마지노선이라면 군사적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이 군사적 충돌까지 벌일지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점은 남중국해 다툼이 양국의 본격적인 패권 쟁탈전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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