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러시아와 30년 장기계약으로 천연가스 도입 합의
⊙ 美, 일본·NATO회원국에 특별히 셰일가스 수출 추진
⊙ 日,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先物시장 설립
劉敏鎬
⊙ 52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 現 워싱턴 〈Pacific,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 美, 일본·NATO회원국에 특별히 셰일가스 수출 추진
⊙ 日,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先物시장 설립
劉敏鎬
⊙ 52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 現 워싱턴 〈Pacific,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 셰일가스의 등장과 함께 에너지자원을 매개로 한 강대국의 각축전이 심해지고 있다.
전쟁의 주인공은 중국과 일본이다. 두 나라는 센카쿠열도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중국 최고 실력자에 오른 뒤 첫 방문국이다. 구원(舊怨)으로 날이 선 적도 있지만, 그래도 중국에는 과거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共有)했던 러시아가 친구 중의 친구이다.
시진핑은 1953년생이다. 청년기에 마오쩌둥(毛澤東)이 추진했던 문화혁명을 겪었고, 태어나자마자 공산주의의 세례를 받은 사람이다. 중국은 흐루쇼프의 수정주의에 반대하면서 소련과 멀어지지만, 1당 독재를 강조하는 스탈린주의는 마오쩌둥 체제를 굳히는 만병통치약으로 자리 잡았다. 1960년대를 전후한 중국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시진핑은 과거 소련공산주의자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의 골수 공산주의자라고 보면 된다. 그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中, 러시아 석유 개발 참여
시진핑과 푸틴은 첫 번째 합작품으로 천연가스(LNG)와 석유 구입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푸틴 대통령이 ‘장기적이고 역사적인 결과물’이라고 극찬한 천연가스 협약을 보자. 러시아는 30년 계약으로 2018년부터 중국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기로 했다. 초기에 380억㎥를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간 60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현재 러시아 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인 독일의 연간 수입량 330억㎥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이 되는 것이다.
보통 천연가스 수출은 장기계약으로 이뤄지지만, 30년은 진짜 장기계약에 속한다. 러시아는 3200km에 달하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중국에 천연가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힘’이란 이름의 가스 파이프 라인은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태평양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로 이어지는데, 공사비만 500억 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태평양 전진기지인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는 대형 천연가스 저장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가스 파이프 라인 외에 LNG수송선으로 중국에 가스를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천연가스 개발과 가스 파이프 건설, 가스저장소 건설은 이미 착공에 들어갔으며, 모두 5년 안에 완공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석유 수출도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2009년부터 러시아는 중국에 연간 1500만 톤의 석유를 수출해 왔는데, 이를 연간 3100만 톤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러시아산(産)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 된다.
이에 중국은 석유 개발을 위해 러시아에 20억 달러를 장기저리(長期低利)로 빌려주기로 했다. 중국의 최대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이 러시아의 석유 개발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조건이다. 러시아는 자국(自國)의 석유개발사업에 외국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관영 CCTV가 이 사실을 얼마나 크게 선전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에너지동맹
![]() |
| 세계 셰일가스분포도. 셰일가스 매장량은 중국이 최대지만, 이를 개발, 수출하는 데는 미국이 앞서고 있다. |
에너지가 군사무기 이상의 전략적(戰略的) 의미를 갖는 국가안보의 기반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나라와 나라가 ‘산업의 피’인 에너지를 통해 연결되는 것은 서로가 형제, 동맹관계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현대사를 볼 때 가장 확실한 동맹은 에너지를 매개로 이뤄지는 동맹이다. 여기에는 직접 에너지를 공급하는 동맹관계도 있고, 간접적으로 에너지라인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공동전선으로서의 동맹관계도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아시아 및 세계전략은 주로 에너지라인을 보호하는 간접적인 에너지동맹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미국은 에너지 수입국인 동시에, 전 세계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국제경찰이기도 하다. 태평양을 지키는 미국의 제7함대가 없다면, 중동산 석유나 동남아산 가스는 타이완-한국-일본으로 원활하게 공급될 수 없다. 에너지 공급선이 끊어지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는 물론, 군사력이 무력화(無力化)된다는 의미다. 미 7함대 항공모함은 북한의 공격만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에너지 공급선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개발기술과 에너지원이 등장하면서 미국은 단순히 에너지 공급선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 에너지의 직접적인 공급을 통한 동맹관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는 만년(萬年) 에너지 수입국이던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으로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국의 변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시진핑이 러시아로 떠나기 한 달 전인 2월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워싱턴을 방문했다. 아베는 오바마 미(美) 대통령이 2기 집권에 들어서면서 만난 첫 번째 외국정상(頂上)이다.
한국에서도 보도됐지만, 아베가 워싱턴을 찾은 가장 큰 목적은 미·일(美日)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견제이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의 마찰이 격화되자 일본의 대형(大兄)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에 동맹의무를 확인시키기 위해 급히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계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미국의 셰일가스이다. 미국은 셰일가스를 전략적 차원의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2016년부터 수출에 나설 경우, 특별한 조건을 달아 판매할 예정이다. 돈이 된다고 함부로 수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의회는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에 한해 셰일가스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셰일가스를 구입할 자격이 있지만, 일본은 아니다. 오바마는 아베와의 회담 도중 “동맹국 일본이 갖는 중요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 셰일가스의 일본 수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도쿄 주식시장에 호재(好材)로 작용했다.
아베가 일본으로 돌아온 즉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 보일수록 셰일가스의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설사 농민들의 반대로 도중에 TPP가 좌절되더라도 말이다. 일본 경제계는 미국산 셰일가스의 확보를 전제로 하면서 미국과의 통상에 임하고 있다.
셰일가스 가격, LNG의 30% 수준
미국의 셰일가스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우선 생산량이 엄청나다. 미국 에너지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전체 가스생산량 가운데 약 40%가 셰일가스를 통해 얻어질 것이라고 한다.
가격 면에서 볼 때도 셰일가스는 특별하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수출할 경우, 가격은 기존 천연가스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동남아시아산 천연가스 100만BTU(영국식 기준)의 가격은 15달러 선이다. 이에 비해 미국 내 셰일가스의 가격은 불과 3~4달러 선이다(2013년 1월 기준).
기존의 천연가스가 셰일가스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것은 천연가스 가격체계가 석유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동·러시아·동남아산 천연가스 대부분이 그렇다. 이들 가스의 가격은 기간과 구입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략 석유 가격의 80%대에서 형성된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스 가격도 오른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전혀 다르다. 셰일가스 가격은 석유 가격과 관계없이 시장에 맡긴다.
이제는 ‘가스의 시대’
미국에서 거래되는 셰일가스는 기본적으로 생산 즉시 소비시장으로 나가야만 한다. 가스를 압축, 저장하는 시설이 크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중·북부는 셰일가스 개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뚜렷한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이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에 버금가는 가스붐이 미국 농가에 불어닥치고 있다.
미국의 고민은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셰일가스 고객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셰일가스는 전략상품이기 때문에 중국 같은 나라에 팔 수는 없다. 일본은 이러한 상황을 알아채고 미국의 동맹국임을 내세워 셰일가스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진핑이 러시아와 손잡고 에너지 확보에 나섰다면 아베는 미국에서 에너지 확보전쟁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유가가 급등했던 데에는 산유국의 공급 조절과 함께, 석유고갈에 따른 위기의식도 한몫했다. 여기에 더해 환경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세계 각국은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 ‘석유의 시대’는 가고 ‘가스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가스시장에서 큰손 행세를 해온 나라가 러시아이다. 일찍부터 가스 수출에 나선 러시아는 유럽 가스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도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지만, 대종을 이루는 것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다. 2009년 기준으로 러시아가 하루에 유럽에 수출하는 물량은 3억㎥에 달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유럽 남부와 북부를 가르는 두 개의 대형 가스 파이프를 통해 공급되는데, 우크라이나로 이어지는 남부 파이프 라인이 주된 공급원이다.
사실상 러시아의 독무대이던 유럽 가스시장은 최근 급작스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중동의 카타르 때문이다.
카타르는 주로 미국에 천연가스를 팔아왔는데, 미국의 셰일가스 붐으로 천연가스 수출 가격이 폭락하자 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카타르가 싼값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구입하던 나라들은 러시아에 이미 계약했던 가스 가격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9년 1월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끊은 전력(前歷)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밀린 가스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보복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가스 파이프를 차단한 것이다. 그 바람에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도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서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실감했다. 미국산 셰일가스와 함께 카타르산 천연가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천적(天敵)인 것이다.
루가法案
미국 의회도 가스수출대국 러시아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리처드 루가(Richard Lugar) 상원의원(공화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에 대한 셰일가스 수출을 허용하는 법안(法案)을 제출했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국만이 아니라 NATO와 같은 군사동맹국가들에도 셰일가스를 공급하자는 것이다.
카타르에 이어 워싱턴의 미의회로부터도 강펀치를 맞으면서 러시아 가스 관련 주가(株價)가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푸틴이 주도하던, 세계 8위 규모의 초대형 가스전(田)인 슈토크만 개발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기고만장하던 러시아 천연가스의 내일이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시진핑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호재였다. 앞으로 30년간 러시아가 중국에 수출할 천연가스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중국은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액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천연가스 허브’
미국의 셰일가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일본은 도쿄를 천연가스 시장의 중심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 마리아 호벤(Maria Hoeven)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도쿄를 방문했다. 일본 에너지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은 호벤 사무총장은 일본 측에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비싼 천연가스 수입 가격 때문에 아시아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아시아 전체의 수급(需給)을 조절할 천연가스 허브(hub)가 절실히 필요하다.”
호벤 사무총장이 말한 천연가스 허브란, 천연가스의 가격·환경·수출입 규모 등을 다룰 아시아 천연가스 국제기구나 관련 시설의 창설을 뜻한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셰일가스 수입이 시작될 경우, 일본은 전 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정도를 수입할 전망이다. 천연가스 수송과 보관 시설도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천연가스 허브를 통해 수입 가격을 낮추고, 국제시장에서의 가스공급도 안정적으로 유지하자는 것이 일본 측 의도이다.
호벤 사무총장의 제안이 나온 지 한 달도 채 안 된 3월 30일, 일본 정부는 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선물(先物)국제시장을 만든 것이다. 달러로 결제(決濟)하는 천연가스 선물시장은 1차로 일본 내 수입사들이 주된 회원이다. 이 선물시장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을 유가에 연동해서 결정하지 않고, 수입업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형성된 시장 가격에 의해 결정한다.
세계 가스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도하는 이 천연가스 선물시장은 일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싱가포르·타이완이 이 시장에 합류할 경우에는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천연가스를 매개로 일본과 러시아 사이도 가까워지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취임한 지 이틀 후 축하전화를 했다. 한국·중국의 정상은 아베에게 축하전화를 하지 않았다. 이어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가 특사(特使)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 북방 4개 도서(島嶼)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4월 29일 아베는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외무·국방장관이 배석한 러·일 정상회담 후,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0년 만에 나온 두 나라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의 가속화.
둘째, 극동·시베리아에서의 경제협력 추진.
셋째, 양국 외무·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 설치.
이 가운데 일본은 첫 번째와 세 번째, 러시아는 두 번째 항목을 강조하고 있다. 북방영토 문제는 네 개의 섬을 일본과 러시아가 각각 두 개씩 나누는 방식으로 타협할 것 같다. 제3항 양국 안전보장협의위원회 설치는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가 관심을 쏟고 있는 제2항 ‘극동·시베리아에서의 경제협력 추진’이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대일(對日) 수출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가스 파이프 라인을 태평양으로 연결,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천연가스를 팔려 하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은 중국을 견제하고,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이다. 크게 보면 일본·러시아 모두가 윈-윈(win-win) 게임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일본에 유리하다. 두 나라의 밀월(蜜月)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시진핑의 자원외교
중국과 일본은 천연가스는 물론 다른 천연자원들을 놓고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말에 보여준 시진핑과 아베의 특이한 여정(旅程)은 자원획득을 위한 두 나라의 경쟁을 잘 보여 준다.
시진핑은 러시아 방문 직후인 3월 24일과 25일,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했다. 탄자니아는 중국이 아프리카 자원 수입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은 이미 1970년대 마오쩌둥의 지시로 5억 달러에 달하는 철도 건설비를 탄자니아에 제공한 적이 있다.
시진핑은 이번 방문에서 중국이 탄자니아 하기모요에 100억 달러를 제공해 아프리카 최대의 항구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하기모요 항구는 탄자니아만이 아니라, 주변국과 아프리카 전체의 물류(物流) 수송기지가 될 예정이다.
마오쩌둥 이래 중국의 아프리카 비즈니스는 자원을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행해져 왔다. 중국이 상품을 팔면 아프리카는 돈이 아니라 자원을 넘기는 식으로 결제한다. 전 세계 소비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구리·아연·알루미늄 등의 광물이 탄자니아 항구를 통해 중국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아베의 몽골 방문
아베의 3월 말 여정도 결코 시진핑에게 밀리지 않는다. 아베가 3월 30일 찾은 나라는 몽골이다. 그는 ‘에루치(몽골어로 ‘활기’라는 의미)’ 이니셔티브를 논하기 위해 울란바토르를 방문했다.
“자유민주주의 평화를 나누는 나라로서 관계를 중시 여긴다”는 아베의 말에서 보듯, 1당 독재국가인 중국을 경계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반면에 시진핑은 탄자니아 방문 시, 탄자니아 대통령으로부터 “중국 근해의 모든 섬이 중국의 영토임에 분명하다”는 발언을 얻어냈다.
아베는 몽골 체제 중 에루치 이니셔티브 정신에 입각해, 몽골 내 화력발전소 개수(改修)를 위해 4500만 달러의 장기저리차관을 제공하고, 울란바토르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일본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베가 가장 노력한 부분은 몽골의 탄광 개발에 일본이 참여하는 문제였다. 그 밖에 양국 정상은 미국·일본·몽골이 참여하는 외교차관급 전략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반중(反中) 정서가 강한 세 나라가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 에너지전쟁에 대비하고 있나?
![]() |
| 한국석유공사가 일부 지분을 확보한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트의 셰일가스田. |
시베리아-만주-한반도로 이어지는 ‘통 큰’ 러시아 가스 파이프 라인에 관한 얘기가 낭만적인 수사(修辭)와 함께 언론을 장식할 것이다. 북한을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 파이프 라인이 한반도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라느니 하는 얘기가 나오고, 서해를 통과하는 시베리아발 가스 파이프 건설안도 그럴 듯하게 윤색돼서 재등장할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통한 천연가스 수송프로젝트는 이미 선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한 서유럽 국가들이 에너지안보를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반미(反美)정서를 등에 업고 시베리아 천연가스 구입을 적극 추진하는 이들도 나올 것이다.
에너지정책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따지고 또 따져서 나온 산물(産物)이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셰일가스 등장으로 세계 에너지 구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전 방위적 정책협의가 절실하다. 에너지정책을 결정할 때는 가격뿐 아니라, 장기적·안정적인 공급가능성도 살펴보아야 한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에너지를 공유한다는 것은 동맹관계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러시아와 미국이라는 동맹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전 방위 외교정책의 연장선에서 에너지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동맹관계를 고려한 고(高)차원적인 에너지정책은 고사하고, 수급 차원의 단순한 에너지정책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도 그리 절실한 것 같지 않다. 이미 늦었지만, 총성 없는 에너지전쟁에 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