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루먼부터 오바마까지 총 90회 ‘코리아’ 언급, 중국(61회), 일본(27회)보다 많아
⊙ 1950년대 초 가장 많이 언급, 1990년대 이후 다시 증가
⊙ 공화당 출신보다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많이 언급
⊙ 1950년대 초 가장 많이 언급, 1990년대 이후 다시 증가
⊙ 공화당 출신보다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많이 언급
- 2011년 1월 25일 오바마 미 대통령(앞)이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뒷줄 왼쪽·상원의장),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지켜보고 있다.
“2012년은 세계 선거의 해가 될 것이다.”
2011년 12월 30일, 《포린 어페어스》 편집장과 《뉴스위크》 편집장을 역임한 학자 겸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2012년을 이렇게 정의했다. 한 해 동안 26개국이 국가수반을 새로 선출하리라는 것이었다. 특기할 사항은 이들 중 상당수가 초강대국이라는 것이다. 2012년 한 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5개국 가운데 네 나라가 선거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를 시행했다. 2012년 11월 6일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세계의 관심사였다.
우리나라는 예외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우 올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다. 남의 나라의 선거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더 큰 이유는 대권을 놓고 대결을 벌였던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의 대한(對韓) 정책에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강경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자유무역 정책 지지자였다. 전당대회 직후 공개한 정강 정책을 통해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를 다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과 공약도 롬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과는 달리 그는 강경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니었다. 오바마는 2011년 10월에는 전임자였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현실화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대화 지상주의와 유화정책 만능주의로부터 거리를 뒀다. 강한 압박 정책을 유지했다. 많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그를 보기 드문 지한파, 친한파 대통령으로 여기게 했다.
그렇다면 그는 연설에서 얼마나 자주 ‘코리아’를 언급했을까? 다른 미 대통령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는 어땠을까? 앞으로의 미 대통령 연설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어떻게 바뀔까?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궁금증을 풀고자 했다. 국내 최초로 미 대통령이 행하는 대표적인 연설 중 하나인 연두교서(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 속에 녹아 있는 대통령들의 한국관을 비교 분석했다. 크게 다섯 가지 사실을 발굴해 냈다.
총 58건의 연두교서 발표
첫째, 대한민국 건국 이후 올해까지 행해진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모두 58건이었다. 1948년 8월 15일, 일제(日帝)에 대한 비타협적 대결을 추구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한편 근대화에 앞섰던 일본도 이루지 못한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대한민국이 건국 선언을 했다. 선언 뒤 있었던 최초의 연두교서 연설은 1949년 1월 5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했다. 1945년 4월 12일, 부통령 재직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하자 미국을 이끌게 된 그는 역사적인 대통령이 됐다. 2차 대전의 종전과 냉전의 개전에 관여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호의 출항을 지켜보았다.
기간 중 마지막 연두교서는 2012년 1월 24일 오바마가 했다. 이제 오바마는 2013년 1월 그의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연두교서를 내놓을 것이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중계된 2012년의 연설은 사상 두 번째로 의원들이 당적 구분 없이 앉아 연설을 경청한 사례였다. 1949년에서 2012년 사이 집권한 12명의 대통령들은 평균 약 4.8회의 연두교서 연설을 했다. 교서를 가장 많이 발표한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그는 8회의 연설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그리고 빌 클린턴은 각각 7회를 했다. 아이젠하워는 재임에 성공하며 8년 임기를 채웠지만 임기 첫해 양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행한 연설에서 연두교서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후임이었던 린든 존슨은 6회의 연두교서를 행했다.
왼쪽으로 치우친 V자 형상
둘째, ‘코리아’가 언급된 빈도 수는 왼쪽으로 치우친 영문 브이(V)자 형상을 띠었다. 언급은 1950년대 초반에 가장 많았다. 1951년 최초로 등장한 이듬해에는 11회가 언급되었다. 1953년과 1954년 연두교서에서도 각각 9회와 6회가 언급됐다. 반면 1980년대에는 10년간의 긴 침묵이 이어졌다. 1981년에서 1991년 기간 한국은 단 두 차례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1992년 이후 언급 수는 다시 늘기 시작한다. 2000년대에도 연두교서에서 한국 관련 언급은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1950년대에 버금갈 정도로 폭발적 증가는 없었다. 한국 관련 언급의 총 건수는 90회였다. 연두교서당 평균 1.55회가 언급된 셈이다.
단어 수를 기준으로 할 때 1949년에서 2012년 사이 연두교서의 평균 길이가 약 5375자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미미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소평가는 곤란하다. 연두교서는 수많은 국내 정책에 대한 소개와 업적에 대한 홍보를 담는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관여하는 사안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기도 한다.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이 언급된 횟수와 비교할 때도 적지 않은 숫자다. 차이나(China)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횟수는 모두 61건으로 연두교서 1회당 평균 1.05회 꼴이었다. 재팬(Japan)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사례는 총 27건이었다. 1회당 평균 0.47회 언급된 셈이었다. 모두 한국이 언급된 건수보다 적었다.
트루먼이 한국을 가장 자주 언급
셋째, 한국을 가장 자주 언급한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치른 트루먼이었다. 4번에 걸쳐 연두교서 연설을 했던 그는 1회당 평균 4.75번을 언급했다. 두 번째는 오바마였다. 3회의 연두교서를 발표했던 미국 최초의 유색 인종 대통령은 1회 평균 3.33회 코리아를 언급했다. 세 번째는 아이젠하워였다. 총 19번을 8회의 연두교서 속에서 말했다. 반면 리처드 닉슨, 지미 카터,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의 연두교서에서는 단 한 차례씩만 등장했다. 그 결과 레이건은 평균 언급 건수가 가장 적었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소속 정당별로 살펴보았을 때 민주당 대통령들이 공화당 대통령들보다 한국을 언급한 횟수가 많았다.
민주당 대통령들은 모두 51번을 언급했다. 민주당 대통령들이 26회에 걸쳐 연두교서 연설을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매회 평균 1.96번을 말한 셈이다. 이에 비해 공화당 대통령들은 평균 1.22회를 언급했다. 코리아라는 단어는 32번의 연두교서 연설에서 모두 38번 등장했다. 지역별로 본다면 남부 출신 대통령보다는 비(非)남부 출신 대통령들이 언급을 자주 했다. 남북전쟁에서 북부에 맞섰던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텍사스, 그리고 버지니아 주를 남부로 규정할 때 이 지역 출신 대통령들의 코리아 언급 평균 건수는 1.38건이었다. 비남부 대통령들의 평균 언급 건수는 1.69건이었다.
우리나라 언급은 21회, 북한 언급은 16회
넷째, 북한보다는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이 잦았다. ‘코리아’가 모두 대한민국을 가리킨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북한을 가리키는 과정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을 지칭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표현의 등장 빈도를 보았을 때 남한 또는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횟수는 총 22회였다.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라는 표현은 1963년 1월 30일 존 F. 케네디가 행한 연두교서 뒤 모두 15번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공식 명칭인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의 등장 시점은 이보다 빨랐지만 언급 빈도 수는 적었다. 1951년 트루먼이 언급한 뒤 6번 사용됐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북한의 공식 명칭은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는 단어가 언급된 경우는 적지 않았다. 최초의 언급은 존슨이 행한 1967년 연두교서에 등장한다. 이후 언급 건수는 크게 늘었다. 1995, 1996, 2000, 2005년과 2006년 연두교서에는 사우스 코리아나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는 단어 대신 노스 코리아라는 단어만 등장했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자 정권에 대해 구체적인 경고가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해서 2002년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북한은 국민들을 아사로 몰아넣으면서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국내 정책과 관련해서도 언급
다섯째, 한국에 대한 언급은 모두가 우호적이었지만 관련 주제는 다양했다. 한국 관련 언급이 한결같았다는 것은 양국 관계의 현실과 연두교서 사이의 간극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항상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한국전 정책과 관련,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집권 초기 혁명 정부가 내건 반공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 말기 비현실적 대한 정책을 공약으로 집권한 지미 카터와 첨예한 대립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였다. 그러나 연두교서에 양국 관계의 어두운 그림자는 드리워지지 않았다.
주제와 관련, 절대 다수는 양국 관계, 특히 안보 이슈를 다뤘다. 한국전 중에는 승리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그 뒤로는 동맹 유지 발전에 대한 결의를 밝혔다. 북핵(北核) 문제 해결도 다짐했다. 경제 사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4년 연두교서였다. 아이젠하워는 대한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2008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은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사용됐다. 아이젠하워는 참전 군인들을 위한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케네디는 감세 정책을, 존슨은 물가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 전쟁을 비교의 준거로 사용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교육 정책과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사례를 언급했다.
한국 관련 언급이 계속되려면
2013년은 미국 정치사에 있어 매우 뜻깊은 해다. 2013년은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150주년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인종 차별 종식의 의지를 담아 링컨 기념관에서 행한 ‘저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제목의 연설은 50주년을 기리게 된다.
이처럼 역사적인 해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오바마는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을 이어갈 것인가? 이상의 분석에 근거해 본다면 향후 연두교서에서 한국 관련 언급이 계속되려면 세 가지 변수가 중요하다.
첫째, 미국의 국익에 직결된 지정학적 사건 발발이다. 1950년대 한국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것은 한국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한때 줄었던 언급 횟수가 1990년대 중반부터 늘어났던 이유는 북핵 위기가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 대통령들이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것을 듣고자 안보 위기가 발생하기를 바라서는 안 될 일이다. 바라건대 북한 인민들에 의한 민주화와 같이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 관계와 직결되지만 국민들의 안위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한반도 내 민주 정치발전을 완결시킬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어야겠다.
둘째, 지속적이고 건실한 경제 성장이다. 오바마가 대한민국을 언급한 이유는 공감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들어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중국이, 그리고 과거 일본이 연두교서에 등장한 이유 중 하나는 두 나라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위태롭기만 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식어 가는 경제 성장의 엔진을 되살려야 한다.
셋째, 우호적인 한미 관계다. 미 대통령들의 호의적인 언급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해 미국 사회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양국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신중하지 못한 정책으로 미국 내에서 반한 여론이 확산될 경우 정치적 고려 때문에라도 대통령들은 친한 발언을 삼갈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우리 국민의 감성을 아우르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한미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는, 다층적(多層的) 대미(對美) 정책을 개발, 시행해야 한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수교 131주년을 맞는 2013년을 한미 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기로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1년 12월 30일, 《포린 어페어스》 편집장과 《뉴스위크》 편집장을 역임한 학자 겸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2012년을 이렇게 정의했다. 한 해 동안 26개국이 국가수반을 새로 선출하리라는 것이었다. 특기할 사항은 이들 중 상당수가 초강대국이라는 것이다. 2012년 한 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5개국 가운데 네 나라가 선거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를 시행했다. 2012년 11월 6일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세계의 관심사였다.
우리나라는 예외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우 올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다. 남의 나라의 선거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더 큰 이유는 대권을 놓고 대결을 벌였던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의 대한(對韓) 정책에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강경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자유무역 정책 지지자였다. 전당대회 직후 공개한 정강 정책을 통해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를 다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과 공약도 롬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과는 달리 그는 강경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니었다. 오바마는 2011년 10월에는 전임자였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현실화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대화 지상주의와 유화정책 만능주의로부터 거리를 뒀다. 강한 압박 정책을 유지했다. 많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그를 보기 드문 지한파, 친한파 대통령으로 여기게 했다.
그렇다면 그는 연설에서 얼마나 자주 ‘코리아’를 언급했을까? 다른 미 대통령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는 어땠을까? 앞으로의 미 대통령 연설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어떻게 바뀔까?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궁금증을 풀고자 했다. 국내 최초로 미 대통령이 행하는 대표적인 연설 중 하나인 연두교서(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 속에 녹아 있는 대통령들의 한국관을 비교 분석했다. 크게 다섯 가지 사실을 발굴해 냈다.
총 58건의 연두교서 발표
첫째, 대한민국 건국 이후 올해까지 행해진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모두 58건이었다. 1948년 8월 15일, 일제(日帝)에 대한 비타협적 대결을 추구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한편 근대화에 앞섰던 일본도 이루지 못한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대한민국이 건국 선언을 했다. 선언 뒤 있었던 최초의 연두교서 연설은 1949년 1월 5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했다. 1945년 4월 12일, 부통령 재직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하자 미국을 이끌게 된 그는 역사적인 대통령이 됐다. 2차 대전의 종전과 냉전의 개전에 관여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호의 출항을 지켜보았다.
기간 중 마지막 연두교서는 2012년 1월 24일 오바마가 했다. 이제 오바마는 2013년 1월 그의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연두교서를 내놓을 것이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중계된 2012년의 연설은 사상 두 번째로 의원들이 당적 구분 없이 앉아 연설을 경청한 사례였다. 1949년에서 2012년 사이 집권한 12명의 대통령들은 평균 약 4.8회의 연두교서 연설을 했다. 교서를 가장 많이 발표한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그는 8회의 연설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그리고 빌 클린턴은 각각 7회를 했다. 아이젠하워는 재임에 성공하며 8년 임기를 채웠지만 임기 첫해 양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행한 연설에서 연두교서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후임이었던 린든 존슨은 6회의 연두교서를 행했다.
왼쪽으로 치우친 V자 형상
둘째, ‘코리아’가 언급된 빈도 수는 왼쪽으로 치우친 영문 브이(V)자 형상을 띠었다. 언급은 1950년대 초반에 가장 많았다. 1951년 최초로 등장한 이듬해에는 11회가 언급되었다. 1953년과 1954년 연두교서에서도 각각 9회와 6회가 언급됐다. 반면 1980년대에는 10년간의 긴 침묵이 이어졌다. 1981년에서 1991년 기간 한국은 단 두 차례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1992년 이후 언급 수는 다시 늘기 시작한다. 2000년대에도 연두교서에서 한국 관련 언급은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1950년대에 버금갈 정도로 폭발적 증가는 없었다. 한국 관련 언급의 총 건수는 90회였다. 연두교서당 평균 1.55회가 언급된 셈이다.
단어 수를 기준으로 할 때 1949년에서 2012년 사이 연두교서의 평균 길이가 약 5375자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미미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소평가는 곤란하다. 연두교서는 수많은 국내 정책에 대한 소개와 업적에 대한 홍보를 담는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관여하는 사안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기도 한다.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이 언급된 횟수와 비교할 때도 적지 않은 숫자다. 차이나(China)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횟수는 모두 61건으로 연두교서 1회당 평균 1.05회 꼴이었다. 재팬(Japan)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사례는 총 27건이었다. 1회당 평균 0.47회 언급된 셈이었다. 모두 한국이 언급된 건수보다 적었다.
트루먼이 한국을 가장 자주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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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년 3월 12일 트루먼 미 대통령이 의회연설에서 공산권봉쇄정책인 트루먼독트린을 발표하고 있다. |
민주당 대통령들은 모두 51번을 언급했다. 민주당 대통령들이 26회에 걸쳐 연두교서 연설을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매회 평균 1.96번을 말한 셈이다. 이에 비해 공화당 대통령들은 평균 1.22회를 언급했다. 코리아라는 단어는 32번의 연두교서 연설에서 모두 38번 등장했다. 지역별로 본다면 남부 출신 대통령보다는 비(非)남부 출신 대통령들이 언급을 자주 했다. 남북전쟁에서 북부에 맞섰던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텍사스, 그리고 버지니아 주를 남부로 규정할 때 이 지역 출신 대통령들의 코리아 언급 평균 건수는 1.38건이었다. 비남부 대통령들의 평균 언급 건수는 1.69건이었다.
분석은 연두교서 중 코리아(Korea)라는 단어에 대한 빈도 조사를 중점으로 했다. 분석 대상 선정은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이 개념을 정립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공고히 한 연두교서에 대한 협의의 정의에 근거했다. 미 헌법 제2장 제3조는 매년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보고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적어 놓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상하원 의원들이 하원에 모여 연두교서라는 제목이 붙은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는, 우리에게 낯익은 모습이 등장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2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 이래 대통령들은 오랜 기간 서면보고서를 제출했다. 1913년 집권한 윌슨은 제퍼슨의 관행을 뒤엎었다. 직접 연설을 했다. 루스벨트는 윌슨의 뒤를 따랐다. 1934년, 이제껏 사용되던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연례 메시지(A President’s Annual Message to Congress)’라는 제목 대신 연두교서라는 제목을 명시한 연설을 했다. 새로운 미국 정치의 전통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는 몇몇 대통령들이 행한 서면보고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일부 대통령들이 행했던 연두교서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은 연설 역시 분석하지 않았다. |
우리나라 언급은 21회, 북한 언급은 16회
넷째, 북한보다는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이 잦았다. ‘코리아’가 모두 대한민국을 가리킨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북한을 가리키는 과정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을 지칭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표현의 등장 빈도를 보았을 때 남한 또는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횟수는 총 22회였다.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라는 표현은 1963년 1월 30일 존 F. 케네디가 행한 연두교서 뒤 모두 15번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공식 명칭인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의 등장 시점은 이보다 빨랐지만 언급 빈도 수는 적었다. 1951년 트루먼이 언급한 뒤 6번 사용됐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북한의 공식 명칭은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는 단어가 언급된 경우는 적지 않았다. 최초의 언급은 존슨이 행한 1967년 연두교서에 등장한다. 이후 언급 건수는 크게 늘었다. 1995, 1996, 2000, 2005년과 2006년 연두교서에는 사우스 코리아나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는 단어 대신 노스 코리아라는 단어만 등장했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자 정권에 대해 구체적인 경고가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해서 2002년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북한은 국민들을 아사로 몰아넣으면서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국내 정책과 관련해서도 언급
다섯째, 한국에 대한 언급은 모두가 우호적이었지만 관련 주제는 다양했다. 한국 관련 언급이 한결같았다는 것은 양국 관계의 현실과 연두교서 사이의 간극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항상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한국전 정책과 관련,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집권 초기 혁명 정부가 내건 반공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 말기 비현실적 대한 정책을 공약으로 집권한 지미 카터와 첨예한 대립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였다. 그러나 연두교서에 양국 관계의 어두운 그림자는 드리워지지 않았다.주제와 관련, 절대 다수는 양국 관계, 특히 안보 이슈를 다뤘다. 한국전 중에는 승리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그 뒤로는 동맹 유지 발전에 대한 결의를 밝혔다. 북핵(北核) 문제 해결도 다짐했다. 경제 사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4년 연두교서였다. 아이젠하워는 대한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2008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은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사용됐다. 아이젠하워는 참전 군인들을 위한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케네디는 감세 정책을, 존슨은 물가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 전쟁을 비교의 준거로 사용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교육 정책과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사례를 언급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추구할 한반도 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 상황과 새로 등장할 중국 지도부와의 관계 이외에도 다음 세 가지 변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2기 대통령 징크스다. ‘두 번째 임기를 맞는 대통령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자 하지만 내정에서는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기기 힘들다’는 통념이 적용될 경우 오바마는 국내 정책보다는 대외 정책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김정은이 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낼 경우 그는 1기 행정부와는 사뭇 다른 대북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개방의 초석을 놓는 한편 이를 통해 대 중국 포위망을 한층 더 공고화했다는 평가를 듣고자 할 수 있다. 둘째, 일본 자민당의 재집권이다. 지난 5년간 한미 관계가 우호적이었던 데는 일본의 역할도 컸다. 집권 민주당은 자민당과 사뭇 다른 대미 정책을 지향했다. 곤란에 빠진 미국으로 하여금 전통적 우방이었던 일본의 대안을 찾도록 했다. 자민당 정권은 미국과의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 하는 한편 한일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도의 대 중국 동맹의 일원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한국은 필연적으로 친중(親中) 세력이 될 나라’라는 인식을 미국 내에 확산시키려 할 것이다. 셋째, 중동 정세 악화다. 9월 터진 리비아 미 영사관 피습 및 대사 암살 사건은 이른바 ‘중동의 봄(Arab Spring)’ 이후 지역 정정이 극도로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게다가 미군 철군을 앞두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핵 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 관계도 해소될 줄 모른다. 이와 관련, 중동 정세가 통제불능 상태로 빠질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가 그러했듯 중동 문제 해결에 치중하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기 정부는 이와 같은 시나리오들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 |
한국 관련 언급이 계속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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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2월 2일 부시 미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다. 뒤는 딕 체니 부통령(상원의장). |
이처럼 역사적인 해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오바마는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을 이어갈 것인가? 이상의 분석에 근거해 본다면 향후 연두교서에서 한국 관련 언급이 계속되려면 세 가지 변수가 중요하다.
첫째, 미국의 국익에 직결된 지정학적 사건 발발이다. 1950년대 한국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것은 한국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한때 줄었던 언급 횟수가 1990년대 중반부터 늘어났던 이유는 북핵 위기가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 대통령들이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것을 듣고자 안보 위기가 발생하기를 바라서는 안 될 일이다. 바라건대 북한 인민들에 의한 민주화와 같이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 관계와 직결되지만 국민들의 안위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한반도 내 민주 정치발전을 완결시킬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어야겠다.
둘째, 지속적이고 건실한 경제 성장이다. 오바마가 대한민국을 언급한 이유는 공감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들어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중국이, 그리고 과거 일본이 연두교서에 등장한 이유 중 하나는 두 나라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위태롭기만 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식어 가는 경제 성장의 엔진을 되살려야 한다.
셋째, 우호적인 한미 관계다. 미 대통령들의 호의적인 언급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해 미국 사회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양국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신중하지 못한 정책으로 미국 내에서 반한 여론이 확산될 경우 정치적 고려 때문에라도 대통령들은 친한 발언을 삼갈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우리 국민의 감성을 아우르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한미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는, 다층적(多層的) 대미(對美) 정책을 개발, 시행해야 한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수교 131주년을 맞는 2013년을 한미 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기로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외 정책은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이면 체스 게임이다.” 하버드대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 교수의 지적이다. 퍼트넘의 문제 의식을 적용할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미 정책은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두 사람은 일면 체스를 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 정책은 국내 정치에 매몰됐다. 특히 대통령의 언사가 문제였다. 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파병 요구를 수용하는 등 실제 정책에 있어서는 미국과 보조를 함께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책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양산했다. 말과 행동의 괴리는 핵심 지지층의 이반을 낳았을 뿐 아니라 한미 관계 발전을 저해했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행동에 실망했고 미국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독자적인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의 도전에 홀로 맞서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뻔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는 국내 정치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대미 정책 입안 과정에서 국민 여론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소홀히 했고 정책 발표를 전후해서는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이 부족했다. 이른바 ‘광우병 파동’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대통령은 정부 고위 인사 정책의 난맥상으로 인해 불거진 국민 여론의 악화와 10년 만에 정권을 내준 야권의 조직적 반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한미 FTA 체결을 서둘렀다. 후속 조치를 소홀히 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도심 시위와 여론의 추가적 악화를 자초했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 20퍼센트대로 떨어지면서 집권 초기 누렸어야 할 허니문 기간을 자진 반납했다. 한미 수교 131주년을 맞는 2013년 한미 관계를 이끌어 가게 될 차기 대통령은 두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