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일간지, “怨恨 사라지려면 최소 40年 걸려”
⊙ 한족, “불평만 하는 위구르족에게 혜택 주지 말아야”
⊙ 中國, 海外 위구르 단체 개입 막으려 SNS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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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루무치 시내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오는 모습. 20분간 지켜본 결과 한족, 위구르족 학생이 어울리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2012년 12월 초순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 국제공항 보안검색대 앞. 담당 여직원은 허리띠를 풀고 신발을 벗으라고 ‘명령’했다. 양말만 신은 채로 검색대에 서자 다른 여직원의 손이 온몸을 훑었다. 주요 부위는 아슬아슬하게 비켜 갔다. 발도 들라고 했다. 금속탐지기가 발바닥을 스쳤다. 검색 과정이 매우 까다롭게 느껴졌다. 주위를 보니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검색은 일상적인 수준으로 진행됐다. 취재팀에게만 엄격했던 이유는 우루무치행 비행기를 타기 때문이었다. 같은 검색 과정을 거친 사람들을 나중에 기내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3시간30분을 가면 우루무치에 닿는다. 경도로 따지면 두 도시 간에는 2시간의 시차가 있지만, 중국은 전국이 베이징 시간으로 통일돼 있어 공식 시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루무치에선 비공식적으로 베이징보다 2시간 늦은 ‘신장 시간’을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우루무치 사태, 天安門 사태 이후 최대 사건
우루무치는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自治區·신장)의 구도(區都)로 3년 전 대규모 유혈(流血)사태가 발생한 곳이다. 그 발단은 같은 해 6월 광둥(廣東)성 사오관(韶關) 쉬르(旭日) 완구공장에서 발생한 ‘사오관 사건’이다. 이는 ‘위구르족 남자가 한족(漢族) 여성을 강간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한족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위구르인 숙소를 습격, 곤봉 등으로 위구르인을 구타해 여성 2명이 숨지고 118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당시 광둥성 경찰은 ‘위구르족의 한족 여성 강간 사건’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자만 체포했을 뿐 폭행·살인 범인은 검거하지 않았다. 관련 소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그리고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2009년 7월 5일 오후 5시, 우루무치 인민광장에 모인 위구르족 3000여 명은 ‘사오관 사건’의 편파수사에 대해 항의했다. 중국 공안(公安)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소몰이용 전기충격기를 휘두르고 경고사격까지 했다. 그러는 가운데 위구르족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 시위 양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거리 곳곳에 쏟아져 나온 성난 위구르족은 차량을 불태우고, 상점을 약탈하고, 행인들을 때리고 죽였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경 대응했다. 2009년은 중국 건국 60주년, 개혁개방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한편으론 티베트봉기 50주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 파룬궁(法輪功) 사태 10주년이 되는 해였던 만큼 사회불안이 야기될 가능성도 컸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와 신장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운동 혹은 독립 운동을 중점 경계했다. 걱정했던 것처럼, 신장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자 중국 정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진압을 위해 우루무치에 투입된 2만여 명의 무장경찰은 즉각 상황을 정리했다. 우루무치는 7월 10일부터 안정을 되찾았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유혈사태 관련 공식 사망자만 197명이 발생했다. 이 중에는 총상으로 숨진 12명도 있다. 이에 대해 누얼 바이커리(努尔白克力) 신장 자치구 주석은 “법치국가에서 국민의 이익을 지키고 폭력범죄를 막으려면 무력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유혈사태의 희생자 대부분은 무고한 민간인으로, 그들은 대부분 벽돌·쇠파이프 등에 맞아 숨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망자의 대다수가 진압과 무관하다는 주장이었다. 부상자도 1600여 명이 발생한 우루무치 사태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 유혈사태였다. 이에 대해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는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 “위구르족과 한족 사이의 원한이 사라지려면 최소 40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루무치의 상처는 아물어 가는 것일까.
世界에서 이슬람사원 밀도 가장 높은 新疆
우루무치 국제공항에 내려 인민광장이 있는 ‘구도심’으로 향했다. 방문 당시 우루무치를 비롯한 신장 지역에는 폭설이 내렸다. 시내는 제설작업이 한창이라 차량 정체가 심했다. 여기에 퇴근길 정체까지 겹쳐 공항에서 불과 16km를 이동하는 데 거의 두 시간이 흘렀다. 이동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본 우루무치는 몽골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란 이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엔 고층 건물이 즐비했다.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 정책에 따라 시내 곳곳에선 대규모 건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지난해 이곳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를 기록했다.
저녁 8시 인민광장에 도착했다. 그 주변은 각종 조명과 장식, 캐럴로 때 이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 광장은 불과 3년 전 우루무치 사태 당시 최초 시위가 있었던 곳이다. 자주 마주치는 공안 차량과 순찰대원들만 아니었다면, 여느 대도시의 공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식당에 갔다. 가운데에 자리 잡고 주위를 살폈다. 맞은편에서 식사하던 아랍인처럼 생긴 중년 여성 3명이 눈에 들어왔다. 타국에서 온 우리보다 더 이국(異國)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은 위구르족이었다.
현재 신장에는 한족, 카자흐족, 회족, 몽골족, 키르기스족, 러시아족, 만주족, 타지크족 등 총 47개 민족이 살고 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신장 인구 전체 2210만명 중 1000만명이 위구르족이다. 한족은 약 900만명이고, 이외에 카자흐족이 150만명, 기타 소수민족은 175만명이 있다. 우루무치는 한족이 다수를 차지한다. 《2010 우루무치 통계연감》에 따르면 관내 인구 311만명의 민족 구성은 ▲한족 233만명 ▲위구르족 31만명 ▲회족 23만명 ▲카자흐족 7만명 등이다.
중국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중 위구르족은 특별하다. 신장 지역은 세계에서 이슬람사원의 밀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위구르족이 완전히 이슬람화된 시기는 16세기다. 이후 이들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생활하며 정체성을 지켜 왔다.
위구르족이 중국의 직접적 지배를 받게 된 건 18세기부터다. 1727년 청조 옹정제는 러시아와 ‘카흐타 조약’을 맺고 위구르족 영역을 중국의 동투르키스탄과 러시아의 서투르키스탄으로 분할하는 데 합의했다. 1759년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건륭제는 ‘옛 땅을 도로 찾았다(故土新歸)’는 의미에서 ‘신장(新疆)’이라고 명명했다.
20세기 들어 청이 무너지자, 위구르족은 독립국을 건설하려 했다. 1933년 세운 동(東)투르키스탄 이슬람공화국은 3개월 만에 소멸했다. 1944년 위구르족은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만들었지만, 1949년 펑더화이(彭德懷)가 이끄는 중공 인민해방군은 신장을 점령하고 ‘성(省)’으로 만들었다. 당시 중공군이 우루무치를 점령하고 진주했던 곳이 지금의 인민광장이다. 신장이 자치구가 된 것은 1955년의 일이다.
流血사태 이후 漢族 겨냥한 ‘에이즈 주사기 테러’ 발생
우루무치 도착 다음 날, 유혈사태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듣기 위해 한인(韓人)들을 찾았다. 우루무치에는 중계(中繼)무역, 자영업, 유학, 선교 등을 목적으로 한인 3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시위가 있었던 인민광장 근처 톈산(天山)백화점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의류 판매장이 있다는 얘길 듣고 찾아갔지만, 현지 직원은 “사장은 결혼을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한국 식당으로 향했다. 한인 업주는 “한인 중 사업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부 접촉을 꺼려서 만나기 어려운 데다, 위구르족 문제는 민감한 문제라서 조심해야 한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 중계무역상도 “지금 중국 정부의 취재 허가를 받고 들어온 거냐? 여기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데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난감한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수소문 끝에 우루무치에서 10년 가까이 선교 활동을 해 온 이 모씨를 만났다. 그는 우루무치 사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7월 5일 밤 9시쯤 위구르족 거주 지역인 얼따오차오 시장에 갔다 오던 한족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인민광장 근처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몰려와 버스를 흔든다’면서 ‘위험하니 밖에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그 사람은 버스 기사가 시위대를 뚫고 나가 봉변을 당하진 않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건 아니네요.
“외출을 안 했으니까요. 그런데 연락을 받고 얼마 안돼 집 근처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인민광장에서 온 위구르족 무리가 한족 운영 상점에 불을 지른 거였어요. 그날 밤 11시쯤에는 TV에서 위구르족 3~4명이 행인을 쓰러뜨리고, 머리를 차고, 돌로 내리찍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 줬는데, 정말 무서웠죠. 아마 그때는 윗선에서 보도 통제를 하지 않았었나 봐요. 그 다음 날엔 ‘민족단결’ 같은 내용만 나올 뿐 사건 관련 보도는 없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며칠 동안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됐습니다. 생필품을 사러 잠깐씩 상점에 들르는 걸 빼곤 아예 외출을 안 했습니다.”
—숫자가 훨씬 많은 한족의 대응은 없었습니까.
“7일에 한족들이 보복하겠다면서 흉기를 들고 나가 위구르족들을 공격했던 일이 있었지만, 첫날 같은 상황은 아니었어요.”
—유혈사태 이후 양측의 감정이 매우 안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군경(軍警)이 투입돼 상황은 곧 안정됐지만, 어느 정도 긴장감은 남아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위구르족 관련 유언비어가 많이 떠돌아 분위기가 뒤숭숭했어요. 안 그래도 위구르족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한족 입장에선 그런 소문을 듣고 그들을 더 안 좋게 봤습니다.”
이씨의 말처럼 우루무치 유혈사태 후 “위구르족이 수돗물에 독을 탔다” “○○ 지역에서 위구르족이 한족 가족을 몰살했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 이는 한족과 위구르족 간 갈등을 더 심화시켰다. 2009년 9월에는 한족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에이즈 감염 주사기 테러’가 발생해 민족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관영 신장TV에 따르면 476명이 에이즈 감염 위험이 있는 혈액이 담긴 주사기 바늘에 찔려 치료를 받았다. 피해자 가운데 433명이 한족이었다. 이런 까닭에 한족들 사이에선 “주사기 테러는 위구르족 소행”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공안 당국은 “주사기 테러를 시도한 15명을 체포했다”고만 발표했다.
“石油·가스는 漢族이 다 가져가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
이번엔 한족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우루무치 시내 각지에서 “위구르족의 주사기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요구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를 열고, 위구르족 거주 지역으로 들어가려 했다. 중국 정부는 무장경찰을 투입해 이들을 진압했고, 해산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루무치시 발표에 따르면 5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이후에도 신장 지역에선 ‘민족 갈등’으로 확대될 만한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위구르족에 의한 허톈시 파출소 습격과 인질극, 카스 지역 흉기 난동과 폭발물 테러, 허톈발 우루무치행 여객기 납치 미수 등이다. 카디르가 이끄는 세계위구르회의를 비롯한 해외 위구르 단체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의 사실 왜곡을 주장하지만, 위구르족 테러에 의한 한족 희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신장에서 한족에 대한 위구르족의 폭력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부터 우루무치에서 중계무역을 하는 한 한인은 “그동안 위구르족은 한족으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아 왔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위구르족 차별은) 그냥 눈에 보입니다. 같은 대학 졸업생인데도 한족과 위구르족의 급여가 다르거든요. 위구르족이 훨씬 덜 받죠. 또 그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正)’이 되긴 어려워요. 몇몇은 ‘부(副)’까지 올라가지만, 대부분 말단에 머물거든요. 이마저도 취업이 잘 안되니까 위구르족 중엔 ‘생계형 잡범(雜犯)’이 많아요. 그래서 한족은 위구르족에 대한 편견을 더 갖게 되는 거고요.”
신장 관련 국내 논문들은 역사, 정치, 경제, 종교·문화에서 ‘한·위구르 갈등’의 원인을 찾는데, 지적하는 내용은 비슷하다. 이를 종합하면 위구르족은 신장 최대 민족이고 역사적으로 독립국을 건설해 본 경험이 있지만, 중국에 병합되고 나서 제대로 된 자치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정치 참여의 기회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자신들의 터전인 신장이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원개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중국 정부의 동화정책과 한족 이주 등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이 해체되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취재팀이 만난 위구르족들도 이런 불만을 토로했다. 흑차(黑車·무허가 택시)를 운행하는 아리프(29) 씨에게 한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운전만 하다가 화려하게 장식된 국영 석유회사 건물을 보더니 “여기서 나오는 석유와 가스는 다 한족들이 가져가고 우리는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짧게 얘기했다.
중국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신장은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중국 1위, 석탄과 철광석 매장량 중국 2위 등 막대한 부존자원이 있어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역내 1인당 GDP는 다른 지역보다 낮다. 신장이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후진성을 띠는 이유는 지방이 경제자치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원 소유권과 통제권은 중앙정부가 행사한다. 신장은 중앙 방침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다른 지역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고, 여기서 얻는 이익마저도 70% 이상은 중앙으로 흘러 들어간다.
위구르족, “민족 차별 때문에 우리끼리 더 뭉친다”
위구르족 밀집지역 국제시장의 이슬람 식당 종업원 라비아(32) 씨는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일자리를 구할 때도 위구르족이라고 차별하니까 우리끼리 더 뭉쳐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에스칸다르(38) 씨는 “원주민이 아닌, 신장에 이주한 한족들은 이슬람에 대해 잘 몰라서 문화적 차이를 많이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슬람 문화는 중국 문화와 많은 점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중국에서 이런 문화적 차이는 용인되지 않는다.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위구르인은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간 업체 사정도 비슷하다. 한족 사장들은 성지(聖地) 순례, 라마단(이슬람 금식 기간) 등을 지키려는 위구르족을 채용하길 꺼린다. 이 때문에 위구르족 실업률은 한족보다 4배나 높고, 위구르 청년들은 이슬람식당 외에는 취직할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게 위구르족 모두의 공통된 불만은 아니다. 우루무치 공항 근처 ‘신도심’에 있는 양꼬치집 종업원 아디리(21) 씨는 한족에 대한 반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좋아한다”는 그는 카스에서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카스는 톈산산맥 남쪽, 즉 난장(南疆)의 중심 도시로 전체 인구의 80%가 위구르족이다. 또 세계에서 이슬람 사원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위구르족의 정신적 고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처럼 민족 정체성을 지키던 도시에서 온 아디리 씨는 우루무치 생활에 불만이 없었다. 그는 “고향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며 “오히려 고향에 가면 다시 그쪽 생활방식에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 “문화적으로 차이를 느낄 때마다 사장님에게 상의하고 그때그때 해결하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 게이레트(44) 씨는 “2009년 시위로 한족과의 갈등이 심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은 한족 손님과 웃으며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족은 위구르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 인도, 러시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친디루스연구소 오홍섭 연구원은 《중국 신장》이란 책에서 “중국 내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평판은 부정적”이라며 그 원인을 ‘신장 유랑아동들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관련 내용이다.
＜중국 전체 유랑아동 중 신장 유랑아동들의 범죄 사건이 가장 많다. (중략) 신장 유랑아동들만 보이면 ‘도둑을 붙잡아라!’ ‘늑대가 왔다!’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신장 유랑아동에 대한 편견이 대단하다. 반대로 이는 신장 유랑아동들이 한족을 증오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위구르족 옆 지날 때면 가방, 지갑 단속하게 돼”
오 연구원에 따르면 신장 유랑아동의 90%가 위구르족이다. 위구르족 유랑아동의 숫자와 범죄행위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이유는 ▲위구르족의 높은 이혼율 ▲경제적 후진성 ▲기초교육 수준의 미발달 등이다. 위구르족은 조혼(早婚)·정혼(定婚) 풍습이 있다. 이는 부부 상호 간 이해 부족으로 이어져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이혼 절차도 간단하다. 종교전통에 따라 남편이 위구르어로 ‘휴처(休妻)’란 뜻의 ‘타라커(塔拉克)’를 세 번 외치면 이혼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방치된 청소년들이 집단을 이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오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유랑아동 범죄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단호한 대응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자칫 민족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위구르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확고해지는 것이다.
취재팀이 베이징에서 만난 한족 여성(31)은 “위구르족은 범죄율이 높기 때문에 그들 옆을 지날 때면 저절로 가방이나 지갑을 단속하게 된다”며 “쓰촨(四川)에서 대학에 다닐 때도 위구르족 학생이 몇명 있었지만, 같은 과 한족 친구들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루무치 호텔 식당 여종업원에게 위구르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취재팀이 한국인임을 알고 “장난(江南) 스타일!”이라며 가수 싸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안면이 있어 몇 마디는 해 줄 거라 생각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강남 스타일’을 얘기하며 즐거워하던 때와 달리 질문을 받고서 정색하더니 뒤돌아섰다.
다른 호텔 직원 타오쯔(27) 씨는 “호텔에 위구르족 직원이 꽤 있지만 얘기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며 “서로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앞으로도 쉽게 친해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2004년 간쑤성에서 우루무치로 이주해 식당을 운영하는 팡리치앙(45) 씨는 “위구르족이라고 해서 우리와 뭐 다를 게 있겠느냐”면서도 “이라크, 이란과 같은 무슬림이라서 그런지 호전적인 성향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흑차 기사 리우지안(27) 씨는 “위구르인들은 대학진학이나 취직 때 소수민족이라서 특혜를 받는다”며 “정부는 항상 불평만 하는 그들에게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을 막기 위해 각종 반대급부를 준다. ‘가오카오(高考)’라 불리는 대학입시에서 총점 20점을 더 주고, ‘1가정 1자녀’의 산아제한 대상에서도 제외시킨다. 한족들 사이에서 “그렇게 혜택을 주는데 무엇이 불만이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같은 中國 人民’이란 의식도 있어
더 솔직한 얘기를 듣기 위해 몇 단계를 거쳐 소개 받은 한족 쫑(仲) 모씨와 술자리를 가졌다. 산둥성 출신인 그는 2005년부터 우루무치에서 자동차 부품 유통업을 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이다.
—소수민족이 많은 신장에 올 때 두렵진 않았습니까.
“방문한 손님은 주인 뜻에 따르는 게 중국의 예절입니다. 저는 외지(外地)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곳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 같은 건 없었습니다.”
—위구르족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까.
“저와 거래를 했던 위구르족 사람들에게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들 인품이 괜찮았습니다.”
—3년 전, 우루무치 사태를 겪은 이후엔 그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위구르족이 한족을 어떻게 죽였는지 봤기 때문에 그때를 떠올리면 위구르족을 대하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큰 사건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말입니까.
“한족이나 위구르족이나 다 같은 고장에서 밥 먹고, 일하며 사는 사이 아닙니까. 민족이 다를 뿐 우리는 같은 중국 인민입니다. 앞으로 작은 문제는 간혹 일어날지 몰라도, 큰 분쟁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우루무치에서 민족 갈등이 봉합됐다고 봅니까.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 같은 대도시는 여러 민족이 살아도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잖아요? 여기는 개발 초창기니까 그 과정에서 약간의 충돌이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베이징에서 신장에 투자도 많이 하고, 위구르족이 많은 난장에 돈 벌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줘서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습니다.”
—아직 불만을 얘기하는 위구르족도 있는데요.
“만약 한족이 신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들이 지금처럼 살 수 있었겠습니까? 난장에선 얼마 전까지 위구르족들이 양 치고, 낭(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 만든 위구르족의 주식)이나 먹으며 생활했습니다. 한족이 들어와서 집도 생기고, 생활환경도 개선됐는데 아직 그런 불만이 있다는 건 조금 못마땅합니다.”
쫑 씨의 말처럼 우루무치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시행한 수습책은 위구르족에게 시혜(施惠)적 차원에서 주택, 연금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위구르족이 빈곤해 ‘극렬분자’들의 선동에 빠지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위구르족 빈민촌을 철거하고 새 집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학교, 병원도 증설해 위구르족에 대한 교육, 의료서비스를 확대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혜택만으로 신장 지역 민족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구르족의 사회적 소외와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하지 않는다면, 신장은 계속 중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위구르족과 함께 다녀 漢族 친구와 멀어져
그렇다면 민족 갈등의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독립’을 생각할 수 있다. 세계위구르회의를 비롯한 위구르족 단체는 해외에서 인터넷과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위구르족 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중국은 국내에서 SNS를 차단하는 대신 자국이 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서 보급하고 있다.
일부 위구르족 단체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훈련 시설을 갖추고 이슬람 전사를 양성하여 무장투쟁을 벌인다. 이들은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도 연계돼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으로 위구르족이 독립할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다.
위구르족이 자력(自力)으로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위구르족 독립의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좀더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는 위구르족이 중국 내에서 민족 정체성을 지키면서 기회의 평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
신장직업대학의 같은 과 친구인 위구르족 아얼큰(21) 씨와 한족 두안쳉야오(21) 씨는 민족 갈등 해법에 대해 “서로 문화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은 학교에서조차 통하질 않는다. 아얼큰 씨는 위구르족이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두안 씨는 위구르족과 함께 다녀 한족 친구들과 멀어졌다. 위구르족이 한족으로부터 존중받는 것은 ‘독립’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인가.⊙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우루무치 사태, 天安門 사태 이후 최대 사건
우루무치는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自治區·신장)의 구도(區都)로 3년 전 대규모 유혈(流血)사태가 발생한 곳이다. 그 발단은 같은 해 6월 광둥(廣東)성 사오관(韶關) 쉬르(旭日) 완구공장에서 발생한 ‘사오관 사건’이다. 이는 ‘위구르족 남자가 한족(漢族) 여성을 강간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한족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위구르인 숙소를 습격, 곤봉 등으로 위구르인을 구타해 여성 2명이 숨지고 118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당시 광둥성 경찰은 ‘위구르족의 한족 여성 강간 사건’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자만 체포했을 뿐 폭행·살인 범인은 검거하지 않았다. 관련 소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그리고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2009년 7월 5일 오후 5시, 우루무치 인민광장에 모인 위구르족 3000여 명은 ‘사오관 사건’의 편파수사에 대해 항의했다. 중국 공안(公安)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소몰이용 전기충격기를 휘두르고 경고사격까지 했다. 그러는 가운데 위구르족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 시위 양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거리 곳곳에 쏟아져 나온 성난 위구르족은 차량을 불태우고, 상점을 약탈하고, 행인들을 때리고 죽였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경 대응했다. 2009년은 중국 건국 60주년, 개혁개방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한편으론 티베트봉기 50주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 파룬궁(法輪功) 사태 10주년이 되는 해였던 만큼 사회불안이 야기될 가능성도 컸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와 신장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운동 혹은 독립 운동을 중점 경계했다. 걱정했던 것처럼, 신장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자 중국 정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진압을 위해 우루무치에 투입된 2만여 명의 무장경찰은 즉각 상황을 정리했다. 우루무치는 7월 10일부터 안정을 되찾았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유혈사태 관련 공식 사망자만 197명이 발생했다. 이 중에는 총상으로 숨진 12명도 있다. 이에 대해 누얼 바이커리(努尔白克力) 신장 자치구 주석은 “법치국가에서 국민의 이익을 지키고 폭력범죄를 막으려면 무력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유혈사태의 희생자 대부분은 무고한 민간인으로, 그들은 대부분 벽돌·쇠파이프 등에 맞아 숨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망자의 대다수가 진압과 무관하다는 주장이었다. 부상자도 1600여 명이 발생한 우루무치 사태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 유혈사태였다. 이에 대해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는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 “위구르족과 한족 사이의 원한이 사라지려면 최소 40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루무치의 상처는 아물어 가는 것일까.
世界에서 이슬람사원 밀도 가장 높은 新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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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9년 중공군의 ‘신장 해방’을 기리는 탑이 있는 우루무치 인민광장은 2009년 유혈사태의 진원이었다. |
저녁 8시 인민광장에 도착했다. 그 주변은 각종 조명과 장식, 캐럴로 때 이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 광장은 불과 3년 전 우루무치 사태 당시 최초 시위가 있었던 곳이다. 자주 마주치는 공안 차량과 순찰대원들만 아니었다면, 여느 대도시의 공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식당에 갔다. 가운데에 자리 잡고 주위를 살폈다. 맞은편에서 식사하던 아랍인처럼 생긴 중년 여성 3명이 눈에 들어왔다. 타국에서 온 우리보다 더 이국(異國)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은 위구르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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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구르족은 투르크계(系) 민족으로 중국 한족(漢族)과 외모, 종교, 문화 등에서 가장 이질적인 소수민족이다. |
중국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중 위구르족은 특별하다. 신장 지역은 세계에서 이슬람사원의 밀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위구르족이 완전히 이슬람화된 시기는 16세기다. 이후 이들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생활하며 정체성을 지켜 왔다.
위구르족이 중국의 직접적 지배를 받게 된 건 18세기부터다. 1727년 청조 옹정제는 러시아와 ‘카흐타 조약’을 맺고 위구르족 영역을 중국의 동투르키스탄과 러시아의 서투르키스탄으로 분할하는 데 합의했다. 1759년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건륭제는 ‘옛 땅을 도로 찾았다(故土新歸)’는 의미에서 ‘신장(新疆)’이라고 명명했다.
20세기 들어 청이 무너지자, 위구르족은 독립국을 건설하려 했다. 1933년 세운 동(東)투르키스탄 이슬람공화국은 3개월 만에 소멸했다. 1944년 위구르족은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만들었지만, 1949년 펑더화이(彭德懷)가 이끄는 중공 인민해방군은 신장을 점령하고 ‘성(省)’으로 만들었다. 당시 중공군이 우루무치를 점령하고 진주했던 곳이 지금의 인민광장이다. 신장이 자치구가 된 것은 1955년의 일이다.
流血사태 이후 漢族 겨냥한 ‘에이즈 주사기 테러’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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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루무치 사태 당시 희생된 사람들. 공식 사망자만 197명인 이 사건은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희생자를 냈다. |
수소문 끝에 우루무치에서 10년 가까이 선교 활동을 해 온 이 모씨를 만났다. 그는 우루무치 사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7월 5일 밤 9시쯤 위구르족 거주 지역인 얼따오차오 시장에 갔다 오던 한족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인민광장 근처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몰려와 버스를 흔든다’면서 ‘위험하니 밖에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그 사람은 버스 기사가 시위대를 뚫고 나가 봉변을 당하진 않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건 아니네요.
“외출을 안 했으니까요. 그런데 연락을 받고 얼마 안돼 집 근처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인민광장에서 온 위구르족 무리가 한족 운영 상점에 불을 지른 거였어요. 그날 밤 11시쯤에는 TV에서 위구르족 3~4명이 행인을 쓰러뜨리고, 머리를 차고, 돌로 내리찍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 줬는데, 정말 무서웠죠. 아마 그때는 윗선에서 보도 통제를 하지 않았었나 봐요. 그 다음 날엔 ‘민족단결’ 같은 내용만 나올 뿐 사건 관련 보도는 없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며칠 동안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됐습니다. 생필품을 사러 잠깐씩 상점에 들르는 걸 빼곤 아예 외출을 안 했습니다.”
—숫자가 훨씬 많은 한족의 대응은 없었습니까.
“7일에 한족들이 보복하겠다면서 흉기를 들고 나가 위구르족들을 공격했던 일이 있었지만, 첫날 같은 상황은 아니었어요.”
—유혈사태 이후 양측의 감정이 매우 안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군경(軍警)이 투입돼 상황은 곧 안정됐지만, 어느 정도 긴장감은 남아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위구르족 관련 유언비어가 많이 떠돌아 분위기가 뒤숭숭했어요. 안 그래도 위구르족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한족 입장에선 그런 소문을 듣고 그들을 더 안 좋게 봤습니다.”
이씨의 말처럼 우루무치 유혈사태 후 “위구르족이 수돗물에 독을 탔다” “○○ 지역에서 위구르족이 한족 가족을 몰살했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 이는 한족과 위구르족 간 갈등을 더 심화시켰다. 2009년 9월에는 한족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에이즈 감염 주사기 테러’가 발생해 민족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관영 신장TV에 따르면 476명이 에이즈 감염 위험이 있는 혈액이 담긴 주사기 바늘에 찔려 치료를 받았다. 피해자 가운데 433명이 한족이었다. 이런 까닭에 한족들 사이에선 “주사기 테러는 위구르족 소행”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공안 당국은 “주사기 테러를 시도한 15명을 체포했다”고만 발표했다.
“石油·가스는 漢族이 다 가져가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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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7월 7일 한 한족 남성이 위구르족을 공격하려고 쇠파이프를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
이후에도 신장 지역에선 ‘민족 갈등’으로 확대될 만한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위구르족에 의한 허톈시 파출소 습격과 인질극, 카스 지역 흉기 난동과 폭발물 테러, 허톈발 우루무치행 여객기 납치 미수 등이다. 카디르가 이끄는 세계위구르회의를 비롯한 해외 위구르 단체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의 사실 왜곡을 주장하지만, 위구르족 테러에 의한 한족 희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신장에서 한족에 대한 위구르족의 폭력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부터 우루무치에서 중계무역을 하는 한 한인은 “그동안 위구르족은 한족으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아 왔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위구르족 차별은) 그냥 눈에 보입니다. 같은 대학 졸업생인데도 한족과 위구르족의 급여가 다르거든요. 위구르족이 훨씬 덜 받죠. 또 그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正)’이 되긴 어려워요. 몇몇은 ‘부(副)’까지 올라가지만, 대부분 말단에 머물거든요. 이마저도 취업이 잘 안되니까 위구르족 중엔 ‘생계형 잡범(雜犯)’이 많아요. 그래서 한족은 위구르족에 대한 편견을 더 갖게 되는 거고요.”
신장 관련 국내 논문들은 역사, 정치, 경제, 종교·문화에서 ‘한·위구르 갈등’의 원인을 찾는데, 지적하는 내용은 비슷하다. 이를 종합하면 위구르족은 신장 최대 민족이고 역사적으로 독립국을 건설해 본 경험이 있지만, 중국에 병합되고 나서 제대로 된 자치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정치 참여의 기회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자신들의 터전인 신장이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원개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중국 정부의 동화정책과 한족 이주 등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이 해체되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취재팀이 만난 위구르족들도 이런 불만을 토로했다. 흑차(黑車·무허가 택시)를 운행하는 아리프(29) 씨에게 한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운전만 하다가 화려하게 장식된 국영 석유회사 건물을 보더니 “여기서 나오는 석유와 가스는 다 한족들이 가져가고 우리는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짧게 얘기했다.
중국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신장은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중국 1위, 석탄과 철광석 매장량 중국 2위 등 막대한 부존자원이 있어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역내 1인당 GDP는 다른 지역보다 낮다. 신장이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후진성을 띠는 이유는 지방이 경제자치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원 소유권과 통제권은 중앙정부가 행사한다. 신장은 중앙 방침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다른 지역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고, 여기서 얻는 이익마저도 70% 이상은 중앙으로 흘러 들어간다.
위구르족, “민족 차별 때문에 우리끼리 더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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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위구르회의를 이끄는 레비야 카디르. 중국 정부는 그를 우루무치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고, 해외 위구르 단체들의 중국 내 ‘분리주의 활동’을 염려해 SNS를 차단했다. |
이슬람 문화는 중국 문화와 많은 점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중국에서 이런 문화적 차이는 용인되지 않는다.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위구르인은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간 업체 사정도 비슷하다. 한족 사장들은 성지(聖地) 순례, 라마단(이슬람 금식 기간) 등을 지키려는 위구르족을 채용하길 꺼린다. 이 때문에 위구르족 실업률은 한족보다 4배나 높고, 위구르 청년들은 이슬람식당 외에는 취직할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게 위구르족 모두의 공통된 불만은 아니다. 우루무치 공항 근처 ‘신도심’에 있는 양꼬치집 종업원 아디리(21) 씨는 한족에 대한 반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좋아한다”는 그는 카스에서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카스는 톈산산맥 남쪽, 즉 난장(南疆)의 중심 도시로 전체 인구의 80%가 위구르족이다. 또 세계에서 이슬람 사원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위구르족의 정신적 고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처럼 민족 정체성을 지키던 도시에서 온 아디리 씨는 우루무치 생활에 불만이 없었다. 그는 “고향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며 “오히려 고향에 가면 다시 그쪽 생활방식에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 “문화적으로 차이를 느낄 때마다 사장님에게 상의하고 그때그때 해결하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 게이레트(44) 씨는 “2009년 시위로 한족과의 갈등이 심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은 한족 손님과 웃으며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족은 위구르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 인도, 러시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친디루스연구소 오홍섭 연구원은 《중국 신장》이란 책에서 “중국 내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평판은 부정적”이라며 그 원인을 ‘신장 유랑아동들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관련 내용이다.
＜중국 전체 유랑아동 중 신장 유랑아동들의 범죄 사건이 가장 많다. (중략) 신장 유랑아동들만 보이면 ‘도둑을 붙잡아라!’ ‘늑대가 왔다!’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신장 유랑아동에 대한 편견이 대단하다. 반대로 이는 신장 유랑아동들이 한족을 증오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위구르족 옆 지날 때면 가방, 지갑 단속하게 돼”
오 연구원에 따르면 신장 유랑아동의 90%가 위구르족이다. 위구르족 유랑아동의 숫자와 범죄행위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이유는 ▲위구르족의 높은 이혼율 ▲경제적 후진성 ▲기초교육 수준의 미발달 등이다. 위구르족은 조혼(早婚)·정혼(定婚) 풍습이 있다. 이는 부부 상호 간 이해 부족으로 이어져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이혼 절차도 간단하다. 종교전통에 따라 남편이 위구르어로 ‘휴처(休妻)’란 뜻의 ‘타라커(塔拉克)’를 세 번 외치면 이혼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방치된 청소년들이 집단을 이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오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유랑아동 범죄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단호한 대응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자칫 민족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위구르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확고해지는 것이다.
취재팀이 베이징에서 만난 한족 여성(31)은 “위구르족은 범죄율이 높기 때문에 그들 옆을 지날 때면 저절로 가방이나 지갑을 단속하게 된다”며 “쓰촨(四川)에서 대학에 다닐 때도 위구르족 학생이 몇명 있었지만, 같은 과 한족 친구들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루무치 호텔 식당 여종업원에게 위구르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취재팀이 한국인임을 알고 “장난(江南) 스타일!”이라며 가수 싸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안면이 있어 몇 마디는 해 줄 거라 생각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강남 스타일’을 얘기하며 즐거워하던 때와 달리 질문을 받고서 정색하더니 뒤돌아섰다.
다른 호텔 직원 타오쯔(27) 씨는 “호텔에 위구르족 직원이 꽤 있지만 얘기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며 “서로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앞으로도 쉽게 친해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2004년 간쑤성에서 우루무치로 이주해 식당을 운영하는 팡리치앙(45) 씨는 “위구르족이라고 해서 우리와 뭐 다를 게 있겠느냐”면서도 “이라크, 이란과 같은 무슬림이라서 그런지 호전적인 성향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흑차 기사 리우지안(27) 씨는 “위구르인들은 대학진학이나 취직 때 소수민족이라서 특혜를 받는다”며 “정부는 항상 불평만 하는 그들에게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을 막기 위해 각종 반대급부를 준다. ‘가오카오(高考)’라 불리는 대학입시에서 총점 20점을 더 주고, ‘1가정 1자녀’의 산아제한 대상에서도 제외시킨다. 한족들 사이에서 “그렇게 혜택을 주는데 무엇이 불만이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같은 中國 人民’이란 의식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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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루무치는 ‘아름다운 목장’이란 이름과 달리 고층 건물이 즐비한 인구 300만 이상의 대도시다. |
—소수민족이 많은 신장에 올 때 두렵진 않았습니까.
“방문한 손님은 주인 뜻에 따르는 게 중국의 예절입니다. 저는 외지(外地)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곳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 같은 건 없었습니다.”
—위구르족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까.
“저와 거래를 했던 위구르족 사람들에게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들 인품이 괜찮았습니다.”
—3년 전, 우루무치 사태를 겪은 이후엔 그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위구르족이 한족을 어떻게 죽였는지 봤기 때문에 그때를 떠올리면 위구르족을 대하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큰 사건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말입니까.
“한족이나 위구르족이나 다 같은 고장에서 밥 먹고, 일하며 사는 사이 아닙니까. 민족이 다를 뿐 우리는 같은 중국 인민입니다. 앞으로 작은 문제는 간혹 일어날지 몰라도, 큰 분쟁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우루무치에서 민족 갈등이 봉합됐다고 봅니까.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 같은 대도시는 여러 민족이 살아도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잖아요? 여기는 개발 초창기니까 그 과정에서 약간의 충돌이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베이징에서 신장에 투자도 많이 하고, 위구르족이 많은 난장에 돈 벌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줘서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습니다.”
—아직 불만을 얘기하는 위구르족도 있는데요.
“만약 한족이 신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들이 지금처럼 살 수 있었겠습니까? 난장에선 얼마 전까지 위구르족들이 양 치고, 낭(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 만든 위구르족의 주식)이나 먹으며 생활했습니다. 한족이 들어와서 집도 생기고, 생활환경도 개선됐는데 아직 그런 불만이 있다는 건 조금 못마땅합니다.”
쫑 씨의 말처럼 우루무치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시행한 수습책은 위구르족에게 시혜(施惠)적 차원에서 주택, 연금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위구르족이 빈곤해 ‘극렬분자’들의 선동에 빠지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위구르족 빈민촌을 철거하고 새 집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학교, 병원도 증설해 위구르족에 대한 교육, 의료서비스를 확대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혜택만으로 신장 지역 민족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구르족의 사회적 소외와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하지 않는다면, 신장은 계속 중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위구르족과 함께 다녀 漢族 친구와 멀어져
그렇다면 민족 갈등의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독립’을 생각할 수 있다. 세계위구르회의를 비롯한 위구르족 단체는 해외에서 인터넷과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위구르족 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중국은 국내에서 SNS를 차단하는 대신 자국이 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서 보급하고 있다.
일부 위구르족 단체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훈련 시설을 갖추고 이슬람 전사를 양성하여 무장투쟁을 벌인다. 이들은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도 연계돼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으로 위구르족이 독립할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다.
위구르족이 자력(自力)으로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위구르족 독립의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좀더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는 위구르족이 중국 내에서 민족 정체성을 지키면서 기회의 평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
신장직업대학의 같은 과 친구인 위구르족 아얼큰(21) 씨와 한족 두안쳉야오(21) 씨는 민족 갈등 해법에 대해 “서로 문화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은 학교에서조차 통하질 않는다. 아얼큰 씨는 위구르족이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두안 씨는 위구르족과 함께 다녀 한족 친구들과 멀어졌다. 위구르족이 한족으로부터 존중받는 것은 ‘독립’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인가.⊙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