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시진핑 시대의 중국 / 정치 : 월간조선

중국공산당은 11월 15일 시진핑(習近平·59)을 5년 임기의 새로운 당 총서기로 선출했다. 당 총서기를 중임(重任)했던 전임자 후진타오(胡錦濤·70)의 시대는 이날로 ‘지나간 10년’이 됐다. 후진타오가 앉아 있는 국가주석 자리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때 시진핑에게 넘겨진다.

중국공산당 당원 수는 800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전국에서 선출된 2270명의 당 대표들은 지난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 모여 제18차 전국대표대회(全大)를 열어 정위원 205명, 후보위원 171명 등 모두 376명으로 구성된 5년 임기의 새로운 제18기 중앙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들 376명의 중앙위원들이 15일 제1차 전체회의를 열어 새로운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단, 당 총서기를 선출했다.

전임자 후진타오를 당 총서기로 하는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가 지난 2007년에 구성한 정치국의 위원들은 모두 25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11명이 2012년 현재 만 68세 미만이다. 이들은 시진핑, 리커창(李克强·57), 왕치산(王岐山·64·경제), 리위안차오(李源潮·62·조직), 장더장(張德江·66·경제), 류옌둥(劉延東·67·여·통일전선공작), 류윈산(劉云山·65·선전), 위정성(兪正聲·67·상하이 당서기), 장가오리(張高麗·66·톈진 당서기), 왕양(汪洋·57·광둥성 당서기), 보시라이(薄希來·63·전 충칭시 당서기) 등이었다.

중국공산당은 후진타오의 전임자 장쩌민(江澤民·86) 시절에 만 68세 미만으로만 핵심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이른바 ‘칠상팔하(七上八下)’의 내부 원칙을 세웠다. 이들 가운데 부인이 영국인을 독살한 사건의 범인이 되는 바람에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낙마한 보시라이를 제외한 10명이 이번에 모두 중앙위원 명단에 올랐다. 이들 10명이 앞으로 5년간 중국공산당과 정부를 끌고 갈 것이며, 이들 가운데 5년 뒤에도 만 68세 미만이 될 시진핑, 리커창, 리위안차오, 왕양 등 4명은 2022년까지 10년간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핵심 요직을 담당할 예정이다.

장쩌민·리펑·주룽지 등 모습 드러내

11월 8일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8차 당 대회 개막식 장면은 현재의 중국 권력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대회를 주재할 후진타오 당 총서기의 바로 뒤에 등장한 인물은 놀랍게도 장쩌민 전 당 총서기였다. 장쩌민뿐만이 아니라 리펑(李鵬·84)과 주룽지(朱鎔基·84)등 두 명의 전 총리를 포함해서 장쩌민 시대에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인물들이 모조리 현직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등장해서 대회 주석단 맨 앞자리에 포진했다.

시진핑과 리커창을 핵심으로 하는 제5세대 지도부의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광경이었다. 칭화(淸華)대학 법학박사 출신의 시진핑이 행정경험을 쌓은 지역이 저장(浙江), 푸젠(福建)성과 상하이(上海)시 등 개혁개방 정책의 최대 수혜지역이라면, 베이징대학 경제학박사 출신의 리커창이 행정경험을 쌓은 지역은 농업 중심지 허난(河南)성과 효율 낮은 국영기업이 몰려 있는 랴오닝(遼寧)성이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장쩌민으로서는 개혁개방 정책의 지속을 위해 시진핑을 당 총서기로 밀었고, 경제적으로는 개방정책을 지지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이념적 성향을 띠고 있는 좌파인 후진타오는 리커창을 당 총서기로 밀었으며, 장쩌민이 후진타오에게 권력을 넘겨준 인물이라는 점에서 결국 장쩌민이 지지하는 시진핑이 당 총서기에, 후진타오가 지지하는 리커창은 정치국 상무위원 겸 총리로 자리매김이 이루어졌다.

시진핑과 리커창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 5세대 지도부의 특징은 모두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당시 태어나지 않았거나, 출생 직후의 유아기(幼兒期)로, 항일전쟁이나 국민당과의 국공내전(國共內戰)을 비롯한 혁명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세대로 이루어진 최초의 지도부라는 점이다.

去毛化 대신 淡毛化 선택

앞으로 중국을 이끌어갈 시진핑 부주석(앞줄왼쪽)과 리커창 부총리가 18차 당대회가 폐막하자 자리를 뜨기 위해 일어서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제1세대인 마오쩌둥, 2세대 덩샤오핑, 3세대 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지도부는 직접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을 지휘했거나 지하공작 등을 한 세대이다. 1942년생인 후진타오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당시 7세로,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하는 제1세대가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가장 자신감에 차 있을 때 초·중등 교육을 받았다는 점이 후진타오를 정치적으로 마오쩌둥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든 좌적(左的)인 경향을 띠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제5세대 지도부는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의 경험이 없는 데다가, 마오가 대약진운동을 비롯한 경제정책에서 실패해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끝에 벌인 문화대혁명 시기에 그의 부모들이 고난을 겪은 경우가 많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으로 혁명성(革命性)보다는 덩샤오핑의 실용주의를 잘 이해하는 지도부로 대체적인 성격규정을 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홍콩을 비롯한 중국 바깥의 미디어들은 중국공산당이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당장(黨章·당규약) 개정을 통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제거하는 ‘거모화(去毛化)’를 감행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제거하는 거모화에는 나서지 않고, 마오쩌둥 사상의 영향력을 희석시키는 ‘담모화(淡毛化)’ 작업만 진행했다.

개막식 당일인 11월 8일 지난 5년간의 공작보고에 나선 후진타오는 앞으로 중국공산당이 나아갈 목표로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의 건설’을 제시하고,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중국공산당은 덩샤오핑 이론과 장쩌민의 ‘3개 대표 이론’, 그리고 자신이 제시한 ‘과학발전관’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지도사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이론의 바탕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거모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왕치산, 기율검사위 맡아

총리 후보로 거론되다가 중앙기율검사위를 맡게 된 왕치산 부총리.

당규약 개정결과는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골자로 한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을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론, 부자(富者)도 당에 가입할 수 있게 한 장쩌민의 3개 대표이론과 함께 다섯 번째의 지도이념으로 삽입하는 것으로 귀결지어졌다.

지금까지의 4개의 이념적 기둥에 과학발전관을 추가해서 5개의 이념적 기둥을 세우는 선에서 당규약 개정을 마무리지은 것이다. 이들 5개의 이념적 바탕 위에서 중국공산당이 나아갈 궁극적인 목표는 ‘소강사회(小康社會)’의 건설, 다시 말해 중산층의 폭이 넓어지는 사회의 건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강사회’의 건설은 덩샤오핑이 1980년대 초에 제시한 용어로,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경제발전의 궁극 목표로 삼아 온 것이었다.

이번 당 대회에서 이루어진 중국공산당 제5세대 인사배치에서 가장 고심을 한 흔적이 나타난 부분은 베이징시 당 서기 출신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흑자 올림픽으로 이끈 경제통 왕치산에 관한 인사배치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 개최 직후인 2008년 10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제담당 부총리로 중국경제를 외부의 파도에서 잘 지키는 역할을 한 데다가 미국과 유럽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나가 중국경제를 책임지는 간판스타로 인식된 왕치산에 관해서는 한동안 리커창 대신 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중국 안팎에 나돌았었다. 그러나 왕치산은 11월 14일 발표된 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한편, 함께 발표된 150명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각각 59세와 57세인 시진핑과 리커창에 비해 64세로 상대적으로 고령인 왕치산에게 기율검사위원회를 맡겨 중국공산당의 기율 담당으로 당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으로 정리가 이뤄진 셈이다.

중앙군사위, 직업군인들 포진

공군 출신으로는 최초로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된 쉬치량 전 공군사령관.

이번 당대회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인민해방군 지휘부의 개편이다. 군부에서 205명의 당중앙위원에 새로이 이름을 올린 쉬치량(許其亮·62) 전 공군사령관과 판창룽(范長龍·65) 전 지난(濟南)군구 사령관은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열린 제17기 중앙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새로운 부주석으로 선임됐다.

앞으로 시진핑과 함께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이끌고 갈 이들은 모두 정치색이 엷은 직업군인이다. 사상 최초의 공군 출신 군사위 부주석인 쉬치량은 16세의 어린 나이로 공군에 입대해서 ‘공군 신동(神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최우수 조종사 출신으로 33세 때 비행단장을 한 경력의 소유자다. 육군 출신의 판창룽도 나이가 가장 많은 군구 사령관으로, 처음에는 군사위 부주석 물망에 오르지 않던 직업군인이다.

중국군의 변화 조짐은 전통적으로 육군 출신들이나 해군 출신들이 맡던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자리에 처음으로 공군 출신을 선임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재개입(Re-engagement) 전략으로 미·중 간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고, 중국이 주변국들과의 영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공군 출신의 군사위 부주석을 선임했다는 것은 앞으로 중국군의 전략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군이 지금까지의 방어위주 전략에서 공군을 활용한, 보다 공격적인 군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우리 군은 잘 관찰해야 할 것이다.

2020년까지 소득 倍增 선언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체제가 떠맡게 된 가장 큰 고민은 경제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임자 후진타오는 11월 8일 당 대회 개막연설을 통해 “앞으로 우리 당은 2020년까지 전면적인 소강사회를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1인당 국민소득도 2020년까지는 2배로 만든다는 목표에 따라 경제건설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후진타오가 대륙 전역에 생방송으로 중계된 가운데 한 연설을 통해 그런 장밋빛 청사진을 인민들에게 내보이고 시진핑에게 넘겨주었지만, 중국공산당은 이미 2년 전 가을에 제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열어 앞으로 중국경제는 2011년부터 5년간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質的)인 성장을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包容性增長·Inclusive Growth)을 추구할 것이라고 공표(公表)한 바 있다. 포용적 성장이란 구체적으로 매년 7% 정도의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고 의미 규정까지 마쳐 놓았다. 그래 놓고는 불과 2년 만에 “2020년까지 중산층의 비율이 커진 소강사회의 건설과 1인당 국민소득의 배증(倍增)”을 다짐해 놓았으니, 과연 시진핑 체제는 어떻게 정책목표를 새로 세우거나 수정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 체제가 후진타오로부터 물려받은 더 큰 숙제는 정치개혁이다. 중국인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는 1989년 5월과 6월에 걸친 천안문 광장 시위 사태라는 과격한 형태로 표출됐다. 그러나 덩샤오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시의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한 유혈진압을 하면서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에 대해 ‘빠른 경제발전’이라는 대체물을 제시했고, 이후 23년 동안 마치 달리지 않으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자전거처럼 달려왔다. 그러면서 정치개혁은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오로지 빠른 경제발전으로 인민들을 달래면서 그 책임을 다음 지도부로 넘기는 수건돌리기를 해 왔다. 특히 후진타오와 함께 후-원(胡-溫)체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여러 차례 정치개혁의 필요성은 언급하면서도 실천에는 나서지 않는 자세를 취해 왔다.

정치개혁도 先行先試?

“중국은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개인이건 조직이건 법률 앞에서 완전히 평등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2011년 4월 28일 말레이시아에서 한 말이다. 공식방문 기간 중에 현지 주재 대사관원들과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2010년 8월과 9월 선전(深圳) 경제특구 설립 30주년 기념 연설 등을 통해 정치개혁에 대해 말을 꺼내기 시작한 이래 또다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중국 정치의 속사정에 대해 궁금증을 낳게 만들었다.

후진타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도 2010년 9월 선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체제와 정치체제, 사회체제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선전시의 선행선시(先行先試)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0년 전 조그만 어촌마을이던 선전시가 경제특구가 되면서 중국 경제발전을 선도한 것처럼, 정치개혁도 선전시가 먼저 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이었다. 원자바오의 발언에 이은 후진타오의 언급에 뒤따라 중국공산당은 9월 15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통해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명시하는 구절이 담긴 공보(公報)를 발표해서 중국 안팎을 놀라게 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서도 18기 중앙위원회를 구성하면서 224명의 후보자 가운데 투표를 통해 가장 적은 표를 얻은 순서로 19명을 떨어뜨리는 이른바 차액(差額)선거를 하는 데 그쳤다. 탈락비율 9.3%는 2007년 17차 당 대회 때 221명의 후보 가운데 17명을 탈락시켰을 때의 8.3%보다 겨우 1% 높아진 탈락률로 생색만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국공산당의 주장은, 과거 필요한 후보만 선정해서 찬반투표를 하던, 이른바 등액(等額)선거보다는 많이 민주화됐다는 것이지만, 5년 만에 탈락률을 1% 높였다는 사실을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중국공산당은 이번에 겨우 1%의 민주화 진전도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하겠다.

인민일보, 덩샤오핑의 南巡講話 강조

지난 2월 23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는 ‘심화개혁 인식론’이라는 시리즈 논평의 첫 번째 글이 실렸다. 제목은 ‘필요한 것은 불평도 위기도 아니다(寧要微詞不要危機)’였다.

“1978년 이후 지금에 이르러 중국의 개혁은 마치 배가 강의 중류에 이르러 떠가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강폭은 넓어졌고, 파도는 더욱 거칠어져 배를 뒤흔들고 있다. … 개혁에는 위험이 뒤따르지만 개혁을 하지 않으면 당이 위험해질 것이다. … 민의에 귀를 기울이고, 소문을 따라다니지 말라. …”

《인민일보》가 그런 의미심장한 내용의 논평을 싣기 사흘 전인 2월 20일 관영 《신화통신》은 ‘덩샤오핑 남방담화 발표 20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타전했다.

“20년 전의 봄날, 복잡한 국내외 형세 아래에서 세기의 위인 덩샤오핑은 35일간의 남국 여행을 통해 화하(華夏·중국의 별칭) 대지에 무한한 생기와 활력을 가져다준 봄바람을 불게 했다. … 1992년 1월 18일에서 2월 21일까지 덩샤오핑이 탄 열차는 우창(武昌)에서 선전으로, 주하이(珠海)에서 상하이로 달렸다. 당시 88세의 고령이던 덩샤오핑은 현지를 돌아보던 중 이렇게 말했다. ‘사회주의도 시장경제를 할 수 있다.’ …”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의 의미심장한 논평은 20년 전인 1992년 덩샤오핑이 중국 남부의 경제특구 도시들을 돌면서 “무엇을 망설이느냐, 기회를 잡았을 때 발전해 나가자”고 촉구한,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계기로 게재한 것이었다.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의 시대는 1978년 12월부터 시작됐지만, 개혁이 10여 년 진행되는 동안 중국 사회 내부에서는 당시 중국공산당 최고의 경제전문가 천윈(陣雲)을 비롯한 보수파들이 “지나치게 빠른 경제성장은 사회주의의 기본을 위태롭게 만든다”면서 개혁과 경제발전의 템포를 늦출 것을 요구하는 흐름이 생겨 개혁이 위기를 맞고 있었다. 당시 88세의 덩샤오핑은 이미 상하이시 당 서기 출신의 장쩌민에게 당 총서기 자리를 넘겨주고 은퇴한 입장이었지만, 천윈을 비롯한 보수파들의 견제에 장쩌민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중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노구(老軀)를 이끌고 경제발전의 수혜지역이던 중국 남부의 경제특구 도시들을 돌면서 빠른 경제발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베이징의 보수파들을 압도한 것이 바로 남순강화라는 사건이었다.

위험사회 중국

그러나 그런 덩샤오핑도 정작 정치개혁에는 나서지 않았고, 후임자 장쩌민도 겨우 부분적인 차액제를 도입하는 선에서 말 그대로 시늉만 하는 정치체제 개혁작업을 했고, 후진타오 시대에도 정치개혁에는 등한시하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더구나 정치개혁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언론의 정치비판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중국은 사회적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Gini Coefficient)가 사회가 폭동으로 붕괴되는 수준인 0.5를 넘어선 상태이지만, 한 해 최대 18만 건까지 벌어지는 집단시위도 중국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아,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사회이면서도, 외견상으로는 커다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정도의 위험한 사회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우리나 미국, 유럽의 정당과는 달리 헌법에 독자적인 지위가 명문화되어 있는 특권적(特權的) 지위를 지닌 정당이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전문(前文)은 “중국의 신민주주의 혁명의 승리는 중국공산당이 각 민족 인민들을 이끌고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의 지도에 따라 이루어 놓은 것이며, 중국의 각 민족 인민들은 앞으로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과 3개 대표이론이라는 중요한 사상의 지도에 따라 인민민주 전제와 사회주의의 길, 그리고 개혁개방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규정해 놓았다. 중국공산당 1당이 끌고 가는 당국가(黨國家・Party State)를 보장해 놓은 것이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500건이 넘는 집단시위가 발생하고, 매일같이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정치적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환경에서 언제까지 당국가 체제가 유지될지, 앞으로 10년간의 시진핑 체제가 과연 아무 일 없이 5년 뒤의 19차 당 대회, 10년 뒤의 20차 당 대회를 치르고,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2배로 높이는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 전망이 밝다고밖에 말할 수는 없는 환경이 아닌가 중국공산당 5세대 지도부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시진핑-리커창 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후춘화 네이멍구 자치구 당서기(왼쪽)와 쑨정차이 지린성 서기.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하는 원로 지도자들이 배후에서 큰 힘으로 작용하는 중국정치가 새 피를 수혈하는 장치만은 잘 가동하고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5년 전인 2007년에 후진타오 2기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시진핑과 리커창이라는 젊은 피를 수혈해 두었다가 이번에 물려준 것처럼, 이번 18기 중앙위원회에 각각 49세의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 자치구 당위원회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지린(吉林)성 당위원회 서기를 17기에 이어 재(再)진입시킴으로써 앞으로 제6세대 지도부 형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18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5세대 지도부를 출범시킨 중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해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에 대해 가장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싱가포르 동아시아연구소의 정융녠(鄭永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는 지금까지 걸어온 일본과 그 뒤를 잇는 한국, 대만의 길에서 벗어나 유럽의 길을 뒤쫓아 가는 길, 둘째는 한국을 비롯한 ‘4소룡(小龍)’의 길을 계속해서 뒤쫓아 가는 길, 그리고 중산층 확대의 함정에 빠지는 일의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융녠 교수의 말대로 중국이 일본과 한국, 대만이 걸어온 길에서 벗어나 유럽의 뒤를 따르려면 무엇보다도 정치개혁을 빨리 추진해야 하는 위험이 따르고, 앞으로도 당분간 한국과 대만의 길을 가려 할 경우 정치개혁은 유보할 수 있겠지만 노동시장에서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많으며, 중산층 확대의 구조를 만들어 나가려면 내수(內需)확대 대신 수출증진을 통한 빠른 경제성장을 더 지속해야 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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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의 중국 / 정치

후진타오 시절 비해 실용성 강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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