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는 방사선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복구 능력을 넘어서면 각종 장애를 겪게 된다. 이런 능력을 넘지 않게 정한 것이 바로 생물학적 기준치로, 보통 1년을 기준으로 한다. 일상생활에서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는 1mSv다
⊙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은 1700여 종…인공 방사성 물질 중 ‘요오드’와 ‘세슘’이 가장 위험
⊙ 베크렐(Bq)은 ‘방사능’을 나타내는 단위…시버트(Sv)는 ‘피폭선량’의 단위
⊙ 인체 표면에 오염된 경우, 신체접촉으로 이동 가능성…방사성 물질은 샤워로 제거 가능
⊙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은 1700여 종…인공 방사성 물질 중 ‘요오드’와 ‘세슘’이 가장 위험
⊙ 베크렐(Bq)은 ‘방사능’을 나타내는 단위…시버트(Sv)는 ‘피폭선량’의 단위
⊙ 인체 표면에 오염된 경우, 신체접촉으로 이동 가능성…방사성 물질은 샤워로 제거 가능
- 일본 도쿄 시부야역 근처에서 지난 3월 15일 방사선 측정기로 잰 공기 중 방사선 측정치가 평소의 15배 수준인 0.6mSv(밀리시버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날 도쿄 도심 신주쿠의 방사선 측정치가 최고 0.8mSv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原電) 사고로 강원도에서 크세논(영어권은 제논)과 세슘이 검출되고,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요오드가 검출되면서 국민들은 방사성 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극히 적은 양이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정부는 말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방사능(放射能)이 대체 무엇이기에 우리를 이렇듯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일까.
헷갈리는 용어들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무서운 것은 방사성(放射性) 물질의 누출이다. 방사성 물질은 우라늄, 플루토늄, 라듐 등 방사선(放射線)을 방출하는 물질이다. ‘방사선’은 방사성 물질이 방출하는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입자(입자선)와 짧은 파장의 전자파를 말한다.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에너지 같은 자연방사선과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의 전자파, 건강검진에 쓰이는 X선, 그리고 원전 등에서 발생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등에 비유하면, 전등이 발산하는 빛은 방사선이고 전등은 방사성 물질이다. 방사능은 전등이 빛을 내는 성질 또는 능력이다.
주된 방사선으로는 알파선(α선), 베타선(β선), 감마선(γ선), X선, 중성자선이 있는데 알파선, 베타선, 중성자선은 입자이고, 감마선과 X선은 전자파이다. 방사성 물질에서는 주로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세 종류가 관심 대상이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방사선은 물질을 뚫고 지나가는 힘이 있다. 방사선이 물질을 뚫고 지나갈 때 그 물질에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방사선의 영향이 생긴다.
알파선은 기체를 이온화시키는 전리작용(전기적 성질을 띰)이나 세포를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투과력이 약해 종이 한 장으로도 차단할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신체는 통과할 수 없다. 또 방사선 중에서도 무거운 입자여서 공기 중에서 몇 cm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베타선의 투과력은 알파선보다 강하다. 보통 1~2cm의 물이나 손바닥 정도의 신체부위는 가볍게 통과한다. 그러나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통과할 수 없다.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갈 경우 주변 세포를 대량으로 죽일 수 있다.
한편 감마선은 투과력이 아주 강하다. 보통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보다 강해 우리 몸뿐 아니라 2cm 두께의 납도 통과할 수 있다. 투과력이 강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체 내에서 DNA를 파괴할 수 있는 확률이 크다는 얘기다.
감마선에 노출될 경우 유전자의 변형이 일어나 암이 유발되거나 세포들이 죽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방사선 치료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암세포 부위에만 방사선을 쏘아서 죽이는 원리 말이다.
방사성요오드와 세슘, 인체에 가장 해로운 물질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연계에 흔하게 존재한다. 우리에게 노출되는 전체 방사선 중 자연방사선은 약 85%로, 지구가 처음 생성될 때 만들어졌거나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과 대기중의 물질이 반응해 생성된다. 자연방사선의 양은 지역이나 고도에 따라 달라 연간 1~10mSv(밀리시버트)이지만, 평균적으로 사람은 연간 2.4mSv의 자연방사선을 쬔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은 1700여 종이나 된다. 비교적 인체 영향이 적은 것부터 해로운 것까지 다양한데 이 중 20종은 인체에 특히 위험하다. 자연방사성 물질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기체인 ‘라돈’이다. 라돈은 알파선을 방출하며, 탄광이나 지하철 공사장에서 숨 쉴 때 폐로 들어가 폐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공 방사성 물질 중에서는 요오드와 세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감마선의 방사선을 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방사성요오드(131)가 m³당 0.049∼0.356mBq(밀리베크렐), 춘천에서 세슘(134, 137)이 각각 0.018mBq, 0.015mBq 검출되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물론 극히 미량이라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도 안 된다.
원전이 폭발했을 때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80%는 크세논과 크립톤이다. 크세논은 가벼운 기체라서 방출되자마자 멀리 흩어지므로 지상(地上)에 있는 사람이 마실 확률은 거의 없고, 몸에 들어와도 가벼워서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적다.
방사성 물질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방사성요오드’다. 이 물질은 대부분 갑상선에 축적돼 집중적 피해를 준다. 요오드는 방사선 가운데 베타선(요오드 129)과 감마선(요오드 131)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며, 갑상선 세포를 망가뜨려 갑상선암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갑상선에서 이뤄지는 호르몬 작용을 교란시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사선량이 반(半)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7~8일로 짧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세슘(134, 137)’이다. 세슘은 투과력이 아주 강한 감마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온몸을 투과하는데, 90%가 근육에 저장돼 근육세포를 파괴한다. 나머지는 뼈와 간, 기타 기관에 달라붙는다. 많은 양이 정상세포에 침투하면 각종 암에 걸릴 수 있다. 세슘의 반감기는 30년 정도로 길다. 134나 137 같은 숫자는 질량이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를 뜻한다.
방사선의 단위 시버트와 베크렐의 차이는?
여기서 하나 알고 넘어가자. 방사선의 단위를 표시할 때 어떤 때는 ‘베크렐’을 쓰고 어떤 때는 ‘시버트’를 사용한다. 일반인들이 혼동을 많이 일으키는 부분이다. 왜 두 가지를 쓸까. 방사능과 방사선은 의미가 다르므로 양을 표시하는 방법도 다르다. 예를 들어 전등의 소비전력은 와트(W)로 표시하지만, 그 빛의 세기는 럭스(lux)로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크렐(Bq)은 방사선을 내는 능력(세기), 즉 방사능을 나타내는 단위다. 1베크렐은 1초 동안에 방사성 물질 내의 원자핵이 1회 붕괴되어 나오면 양으로 ‘1베크렐의 방사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ℓ당 1베크렐은 1초에 물 1ℓ에서 방사성 원소가 1개 붕괴된다는 뜻이다. 알기 쉽게 방사성 물질의 ‘농도’로 이해하면 빠를 것이다.
시버트(Sv)는 방사선을 쬐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방사선을 쬐는 것을 피폭(노출)이라고 하고, 받은 방사선량을 ‘피폭선량’이라고 한다. 즉 시버트는 피폭선량의 단위이다. 낮은 방사선량의 경우에는 시버트의 1000분의 1인 ‘밀리시버트(mSv)’를 사용한다.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 영향을 환산한 것이 시버트이다. 이를테면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4만5,500Bq이 1mSv에 해당되고, 세슘의 경우엔 7만5,000Bq이 1mSv에 해당된다.
일상생활에서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는 1mSv이다. 이는 자연 방사선량을 제외한 것이다. 우리가 X선 촬영을 한 번 할 때 받는 방사선량은 약 0.1∼0.3mSv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번 할 때 몸에 쪼이는 방사선량은 6.9mSv이다. 따라서 우리는 CT촬영에 더 민감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연간 20mSv 이상의 피폭을 피하도록 기준치를 정해 놓고 있다.
‘방사선량 기준치를 넘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
그렇다면 이러한 방사선의 기준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생물체의 세포조직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얼마간 손상된다. 그런데 생물체는 방사선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복구 능력을 넘어서면 각종 장애를 겪게 된다. 그 효과는 인공방사선이든 자연방사선이든 동일하다. 이런 능력을 넘지 않게 정한 것이 바로 생물학적 기준치이며, 보통 1년을 기준으로 한다.
만약 기준치를 넘은 방사선을 쬐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한때 후쿠시마 제1원전 근처의 방사선량이 1시간에 3.244mSv였던 적이 있다. 언론에서는 이 수치가 “울릉도 기준치의 2만3000배를 넘었다”며 흥분한 어조로 보도했다. 방사선량이 1시간에 3.244mSv라는 것은 원전 근처에서 1시간 내내 서서 온몸에 쬐었을 경우 인체에 피폭되는 양을 뜻한다. 방사성 물질은 이곳저곳에 퍼져 희석되기 때문에 방사선량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든다. 따라서 발전소 주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민에겐 별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식품이나 수돗물도 마찬가지다. 기준치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 해당 식품, 예를 들어 우유나 유제품을 1일 1ℓ, 잎채소류 1일 100g을 1년간 지속적으로 먹어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설정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방사성 물질 규제치는 음료수 1㎏당 방사성 요오드 10Bq(베크렐)이다. 하지만 일본과 같은 원전사고 시에는 규제치를 300Bq, 비상시에는 3000Bq까지 허용한다. 방사성요오드에 오염된 시금치를 1년 내내 하루 100g씩 섭취하는 것은 어렵다. 또 오염된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거기에 붙은 방사성 물질의 모든 양이 인체 내에 축적되는 것도 아니다. 80% 이상은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그럼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에 노출되었을 때 어떤 위험이 따를까. 보통 한번에 방사선 1000mSv를 온몸에 쬐면 구토가 일어나고, 생식세포의 경우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 2000~5000mSv를 일시에 온몸에 쬐면 메스꺼움이나 탈모, 출혈을 유발한다. 6000mSv 이상은 2개월 이내에 80% 이상이 죽고, 7000mSv 이상을 일시에 온몸에 쬐면 모두 죽게 된다. 방사선량은 단위 부피당 에너지 양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구가 작은 유아가 특히 더 취약하다.
오염된 부위는 깨끗이 씻어야
만일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들이 내 곁에 온다면 혹시 전염될까. 이것도 하나의 걱정거리다. 물론 음식의 섭취나 호흡기를 통해 사람 몸속에 들어간 방사선은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옷, 피부, 털, 귀와 같은 인체의 표면에 오염된 경우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하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외부의 신체 일부가 방사선에 피폭됐다면 의복 등 오염된 부위를 깨끗이 씻는 것이 필요하다. 옷은 물빨래로 대부분 씻어낼 수 있고, 인체 내부를 투과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은 샤워로 제거가 가능하다.
일본의 방사성 물질 누출이 더 심해지면 더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다. 이때 방사선량 수치만 가지고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방사성 물질의 추이를 살펴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헷갈리는 용어들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무서운 것은 방사성(放射性) 물질의 누출이다. 방사성 물질은 우라늄, 플루토늄, 라듐 등 방사선(放射線)을 방출하는 물질이다. ‘방사선’은 방사성 물질이 방출하는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입자(입자선)와 짧은 파장의 전자파를 말한다.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에너지 같은 자연방사선과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의 전자파, 건강검진에 쓰이는 X선, 그리고 원전 등에서 발생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등에 비유하면, 전등이 발산하는 빛은 방사선이고 전등은 방사성 물질이다. 방사능은 전등이 빛을 내는 성질 또는 능력이다.
주된 방사선으로는 알파선(α선), 베타선(β선), 감마선(γ선), X선, 중성자선이 있는데 알파선, 베타선, 중성자선은 입자이고, 감마선과 X선은 전자파이다. 방사성 물질에서는 주로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세 종류가 관심 대상이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방사선은 물질을 뚫고 지나가는 힘이 있다. 방사선이 물질을 뚫고 지나갈 때 그 물질에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방사선의 영향이 생긴다.
알파선은 기체를 이온화시키는 전리작용(전기적 성질을 띰)이나 세포를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투과력이 약해 종이 한 장으로도 차단할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신체는 통과할 수 없다. 또 방사선 중에서도 무거운 입자여서 공기 중에서 몇 cm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베타선의 투과력은 알파선보다 강하다. 보통 1~2cm의 물이나 손바닥 정도의 신체부위는 가볍게 통과한다. 그러나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통과할 수 없다.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갈 경우 주변 세포를 대량으로 죽일 수 있다.
한편 감마선은 투과력이 아주 강하다. 보통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보다 강해 우리 몸뿐 아니라 2cm 두께의 납도 통과할 수 있다. 투과력이 강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체 내에서 DNA를 파괴할 수 있는 확률이 크다는 얘기다.
감마선에 노출될 경우 유전자의 변형이 일어나 암이 유발되거나 세포들이 죽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방사선 치료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암세포 부위에만 방사선을 쏘아서 죽이는 원리 말이다.
방사성요오드와 세슘, 인체에 가장 해로운 물질
 |
| 2011년 4월 7일 오전 비가 내린 가운데 광주광역시 신창초교 앞 횡단보도를 어린이들이 방사성 물질을 피해 우산을 쓴 채 건너고 있다. |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은 1700여 종이나 된다. 비교적 인체 영향이 적은 것부터 해로운 것까지 다양한데 이 중 20종은 인체에 특히 위험하다. 자연방사성 물질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기체인 ‘라돈’이다. 라돈은 알파선을 방출하며, 탄광이나 지하철 공사장에서 숨 쉴 때 폐로 들어가 폐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공 방사성 물질 중에서는 요오드와 세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감마선의 방사선을 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방사성요오드(131)가 m³당 0.049∼0.356mBq(밀리베크렐), 춘천에서 세슘(134, 137)이 각각 0.018mBq, 0.015mBq 검출되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물론 극히 미량이라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도 안 된다.
원전이 폭발했을 때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80%는 크세논과 크립톤이다. 크세논은 가벼운 기체라서 방출되자마자 멀리 흩어지므로 지상(地上)에 있는 사람이 마실 확률은 거의 없고, 몸에 들어와도 가벼워서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적다.
방사성 물질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방사성요오드’다. 이 물질은 대부분 갑상선에 축적돼 집중적 피해를 준다. 요오드는 방사선 가운데 베타선(요오드 129)과 감마선(요오드 131)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며, 갑상선 세포를 망가뜨려 갑상선암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갑상선에서 이뤄지는 호르몬 작용을 교란시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사선량이 반(半)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7~8일로 짧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세슘(134, 137)’이다. 세슘은 투과력이 아주 강한 감마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온몸을 투과하는데, 90%가 근육에 저장돼 근육세포를 파괴한다. 나머지는 뼈와 간, 기타 기관에 달라붙는다. 많은 양이 정상세포에 침투하면 각종 암에 걸릴 수 있다. 세슘의 반감기는 30년 정도로 길다. 134나 137 같은 숫자는 질량이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를 뜻한다.
방사선의 단위 시버트와 베크렐의 차이는?
 |
| 일반인의 연간 피폭한도는 1mSv, 하지만 컴퓨터단층촬영은 6.9mSv의 방사선량을 방출한다. 대장암을 찾는 ‘대장내시경’ CT촬영 장면. |
여기서 하나 알고 넘어가자. 방사선의 단위를 표시할 때 어떤 때는 ‘베크렐’을 쓰고 어떤 때는 ‘시버트’를 사용한다. 일반인들이 혼동을 많이 일으키는 부분이다. 왜 두 가지를 쓸까. 방사능과 방사선은 의미가 다르므로 양을 표시하는 방법도 다르다. 예를 들어 전등의 소비전력은 와트(W)로 표시하지만, 그 빛의 세기는 럭스(lux)로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크렐(Bq)은 방사선을 내는 능력(세기), 즉 방사능을 나타내는 단위다. 1베크렐은 1초 동안에 방사성 물질 내의 원자핵이 1회 붕괴되어 나오면 양으로 ‘1베크렐의 방사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ℓ당 1베크렐은 1초에 물 1ℓ에서 방사성 원소가 1개 붕괴된다는 뜻이다. 알기 쉽게 방사성 물질의 ‘농도’로 이해하면 빠를 것이다.
시버트(Sv)는 방사선을 쬐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방사선을 쬐는 것을 피폭(노출)이라고 하고, 받은 방사선량을 ‘피폭선량’이라고 한다. 즉 시버트는 피폭선량의 단위이다. 낮은 방사선량의 경우에는 시버트의 1000분의 1인 ‘밀리시버트(mSv)’를 사용한다.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 영향을 환산한 것이 시버트이다. 이를테면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4만5,500Bq이 1mSv에 해당되고, 세슘의 경우엔 7만5,000Bq이 1mSv에 해당된다.
일상생활에서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는 1mSv이다. 이는 자연 방사선량을 제외한 것이다. 우리가 X선 촬영을 한 번 할 때 받는 방사선량은 약 0.1∼0.3mSv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번 할 때 몸에 쪼이는 방사선량은 6.9mSv이다. 따라서 우리는 CT촬영에 더 민감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연간 20mSv 이상의 피폭을 피하도록 기준치를 정해 놓고 있다.
‘방사선량 기준치를 넘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
그렇다면 이러한 방사선의 기준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생물체의 세포조직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얼마간 손상된다. 그런데 생물체는 방사선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복구 능력을 넘어서면 각종 장애를 겪게 된다. 그 효과는 인공방사선이든 자연방사선이든 동일하다. 이런 능력을 넘지 않게 정한 것이 바로 생물학적 기준치이며, 보통 1년을 기준으로 한다.
만약 기준치를 넘은 방사선을 쬐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한때 후쿠시마 제1원전 근처의 방사선량이 1시간에 3.244mSv였던 적이 있다. 언론에서는 이 수치가 “울릉도 기준치의 2만3000배를 넘었다”며 흥분한 어조로 보도했다. 방사선량이 1시간에 3.244mSv라는 것은 원전 근처에서 1시간 내내 서서 온몸에 쬐었을 경우 인체에 피폭되는 양을 뜻한다. 방사성 물질은 이곳저곳에 퍼져 희석되기 때문에 방사선량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든다. 따라서 발전소 주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민에겐 별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식품이나 수돗물도 마찬가지다. 기준치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 해당 식품, 예를 들어 우유나 유제품을 1일 1ℓ, 잎채소류 1일 100g을 1년간 지속적으로 먹어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설정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방사성 물질 규제치는 음료수 1㎏당 방사성 요오드 10Bq(베크렐)이다. 하지만 일본과 같은 원전사고 시에는 규제치를 300Bq, 비상시에는 3000Bq까지 허용한다. 방사성요오드에 오염된 시금치를 1년 내내 하루 100g씩 섭취하는 것은 어렵다. 또 오염된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거기에 붙은 방사성 물질의 모든 양이 인체 내에 축적되는 것도 아니다. 80% 이상은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그럼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에 노출되었을 때 어떤 위험이 따를까. 보통 한번에 방사선 1000mSv를 온몸에 쬐면 구토가 일어나고, 생식세포의 경우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 2000~5000mSv를 일시에 온몸에 쬐면 메스꺼움이나 탈모, 출혈을 유발한다. 6000mSv 이상은 2개월 이내에 80% 이상이 죽고, 7000mSv 이상을 일시에 온몸에 쬐면 모두 죽게 된다. 방사선량은 단위 부피당 에너지 양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구가 작은 유아가 특히 더 취약하다.
오염된 부위는 깨끗이 씻어야
만일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들이 내 곁에 온다면 혹시 전염될까. 이것도 하나의 걱정거리다. 물론 음식의 섭취나 호흡기를 통해 사람 몸속에 들어간 방사선은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옷, 피부, 털, 귀와 같은 인체의 표면에 오염된 경우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하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외부의 신체 일부가 방사선에 피폭됐다면 의복 등 오염된 부위를 깨끗이 씻는 것이 필요하다. 옷은 물빨래로 대부분 씻어낼 수 있고, 인체 내부를 투과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은 샤워로 제거가 가능하다.
일본의 방사성 물질 누출이 더 심해지면 더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다. 이때 방사선량 수치만 가지고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방사성 물질의 추이를 살펴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