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니지·이집트 이어 아프리카 전역으로 대규모 독재 반대 시위 확산
⊙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독재’ 100년,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종신직’
⊙ 舊 소련 독립국가들, ‘민주독재’ 다반사
⊙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독재’ 100년,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종신직’
⊙ 舊 소련 독립국가들, ‘민주독재’ 다반사
- 1월 14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시위 군중 수만 명이 내무부 청사 앞에 모여 있는 가운데 한 청년이‘게임 오버’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벤 알리 대통령은 이날 밤 가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다.
국제사회의 변방에 있던 아프리카 튀니지와 이집트가 2011년이 시작하자마자 뉴스의 중심이 됐다. 반정부 시위와 함께 수십 년을 이어온 독재자 벤 알리(Ben Ali) 튀니지 대통령과 이집트 무바라크(Mubarak) 대통령의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반정부 시위 바람은 이집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주변 아프리카 및 중동국가까지 퍼졌다. 날로 격해지는 독재자에 대한 반정부 시위는 이제 유달리 독재자가 많은 이 지역뿐 아니라 전(全) 세계의 독재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 외에도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알게 모르게 많은 독재자가 남아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아프리카·중동 지역에는 아직도 무아마르 카다피(Qaddafi·리비아), 알리 압둘라 살레(Saleh·예멘), 압둘라 국왕(Abdullah·사우디아라비아)이 철권통치로 수십 년째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에서도 정권유지를 위한 통제력 강화가 일어나고 있고 가까운 아시아에서는 미얀마의 탄 슈웨(Than Shwe)의 독재가 19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독재자 중 한 명과 포구(砲口)를 맞겨누고 있다.
‘검은대륙’에서 시작된 반(反)독재의 열풍이 어디까지 뻗어나갈까. 아직도 철권을 휘두르고 있는 독재자들의 현재와 과거를 한번 짚어보자.
현존 최장수 독재자 리비아 카다피
반독재 시위가 일어난 튀니지와 이집트 사이에는 리비아가 위치하고 있다. 리비아의 최고 통치자는 전 세계 생존 독재자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권력을 장악한 무아마르 카다피다. 그는 1969년 무혈 쿠데타에 성공, 왕정을 폐지하고 권력을 잡은 뒤 무려 42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다피는 집권 후 이슬람을 중심으로 하는 반(反)서방외교 노선을 추구했다. 자국 내(內) 미국과 영국의 군사기지를 철수시키고, 과거 리비아를 식민지배했던 이탈리아인들을 모두 추방했다. 단일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했지만 사다트 이집트 전(前) 대통령의 평화정책과 이란-이라크전쟁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이슬람 국제테러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의혹을 받아왔고, 1988년에 발생한 ‘로커비 팬암기 폭탄테러 사건’과 관련됐음이 밝혀지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의 괴팍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은 “미친개”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최근엔 서방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했고, 이탈리아가 했던 식민지배와 리비아의 이탈리아인 추방에 대해 사과를 주고받기도 했다.
리비아에는 《그린북》이라고 불리는 책이 있다. 카다피의 철학과 사회주의, 이슬람, 대중통치이념 등이 집약된 책이다. 카다피는 이를 기반으로 한 그만의 정치체제를 구상했고, 의회도 정당도 없는 독자적 직접민주제를 주창하면서 체제비판은 금기시했다. 그 역시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비아는 2008년 기준 1인당 GDP가 1만8000달러로 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부유하다. 이는 수출의 96.6%를 차지하는 석유 덕분이다. 하지만 리비아의 석유 산업은 국유화돼 있으며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탓에 부의 재분배가 잘 이뤄지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리비아 국민들은 막대한 석유수출 수입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들이 가난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가난이 외교마찰로 인한 국제 제재의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제재가 사라지고 많은 시간이 흐른 상태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폭압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 정부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국민들에 스며들고 있다는 평가다.
살레 예멘 대통령, 반정부 시위에 종신대통령 포기
더구나 이웃 국가의 반독재 시위로 카다피는 초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튀니지 혁명 발발 후 그는 “우리 모두는 벤 알리와 튀니지에서 성취된 개혁을 알고 있다”면서도 “왜 당신들은 그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느냐”라고 했다. 이런 와중에 23년간 튀니지를 철권통치했던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두둔한 것이다. 하긴 그렇게 하지 않을 도리도 없었겠지만, 카다피의 이런 정세관이 이집트와 튀니지 시위 열풍의 상륙을 앞당길지도 모를 일이다.
예멘은 이집트와 함께 2011년 튀니지발(發) 재스민 향기가 가장 강하게 퍼진 곳 중 하나다. 인구의 40%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빈곤국가로 명예살인과 조혼풍습 등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석유 생산량이 감소해 경제상황마저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튀니지의 혁명으로 고무된 예멘 국민들은 수도 사나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종신 개헌을 추진하던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2013년 정권에서 물러날 것을 약속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던 예멘의 통일을 이룬 주역이자 통일예멘의 초대(初代) 대통령이다. 그는 쿠데타를 통해 1978년부터 북부 예멘을 통치했다. 당시 남부 예멘은 지배하던 영국이 점령을 포기하면서 들어선 공산 정권의 권력다툼으로 내전에 휩싸이는 등 혼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살레 대통령이 통치하던 북 예멘이 남 예멘을 흡수하는 식의 통일예멘이 출범했고, 1990년 살레는 자연스럽게 통일예멘의 첫 국가수반이 됐다.
그 후 살레 대통령은 통일 후 혼란을 수습하면서 강력한 권력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살레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회당은 남 예멘에 기반을 둔 예멘사회당을 탄압해 분리독립 운동을 촉발했고, 결국 1994년 내전으로 비화됐다. 2개월간의 내전에서 완승한 살레 대통령은 1999년 야권이 참가하지 않은 첫 대선에서 96% 이상의 지지를 얻어 재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테러범을 양성하는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가 예멘으로 본거지를 옮기고 9·11테러가 발생하자 살레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테러전에 적극 협조하며 미국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06년 역시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하며 리비아의 카다피에 이어 2번째로 장기 집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초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대통령 연임 제한규정을 없애는 개헌안을 의결, 사실상 ‘종신대통령’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 시위로 인해 살레 대통령의 33년 장기 집권이 위기를 맞았다. 시위가 격화되자 살레 대통령은 급히 인권과 언론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개헌안의 내용을 오해하고 있다”며 2013년 정권이양을 약속했지만 시위대는 살레의 퇴진만을 요구하고 있다. 예멘은 아직 활화산인 셈이다.
ICC로부터 기소된 바시르 수단 대통령
2008년 7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수단의 대통령 오마르 하산 알 바시르(al-Bashir)에 대해 인종대량학살, 전쟁범죄, 반인륜적 범죄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ICC 창설 이래 첫 국가수반 기소사례다.
바시르 대통령은 1989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1993년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 1996년부터 자신의 권력기반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5차례의 연임에 성공하면서 22년째 최고 통치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절대 권력도 최근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다르푸르에서 벌어진 인종청소의 원흉으로 지목돼 ICC로부터 기소를 당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2월 실시된 남부 분리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 결과 남수단인 98.83%가 찬성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남수단의 독립을 받아들여야 했다.
오랜 독재정치로 언론·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20년 넘게 지속된 분쟁과 국방비 과다지출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면서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내부 압박 역시 심해졌다. 한때 바시르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하산 알-투라비가 이제는 그의 최대 정적이 됐다. 알-투라비는 지난해 바시르 대통령에게 다르푸르 내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ICC에 자수하라고 촉구한 사건으로 구금됐다가 두 달 만에 석방됐다. 그는 올해 초에도 수단에서의 ‘튀니지식 봉기’를 주장해 체포됐다.
32년째 집권 중인 무가베
로버트 무가베(Mugabe) 짐바브웨 대통령은 짐바브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80년부터 31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왔다. 그가 실권을 잡을 당시만 해도 그는 흑백인 간의 ‘화해’를 이끌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와 함께 ‘큰 정치인’으로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2000년부터 무가베 대통령과 서방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식민 지배 책임론’을 수용하고 당시 소수의 백인이 전체 농지의 32%를 소유하는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던 영국이 약속을 어기자 무가베는 자신만의 토지 재분배를 추진한 것이다. 그는 백인들의 토지를 몰수해 재분배했지만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결국 국가 경제를 큰 혼란 속에 빠뜨렸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의 곡식창고’라 불리던 짐바브웨는 실업률 90%, 연간 물가상승률 2억%에다 AIDS와 기아에 시달리는 나라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도 그는 25만 달러(약 3억8000만원)짜리 호화 생일파티를 벌여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정치도 파행으로 치달았다. 악화된 경제 사정과 정보기관을 앞세운 폭정으로 국민들의 반감이 심해진 가운데 맞이한 2008년의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하자 그는 과반수를 가리기 위한 2차 투표에서 야당 지도자인 모건 창기라이의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창기라이는 부정선거라며 반발했지만 선거는 강행되었고 창기라이가 불참한 가운데 무가베는 85.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에 반발한 창기라이와 야당 지지자들로 인해 정국이 불안해지자 무가베는 창기라이에게 총리 자리를 내주며 정국을 수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가베는 연정 출범 후 일방적으로 고위 관직에 자기 사람을 임명하고 창기라이의 측근을 배제하는 등 독재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야권과의 권력 분점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내년 8월 전에 현재의 권력 분점 구도를 끝장내겠다고 호언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무가베를 종신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서약까지 했다. 창기라이 총리는 권력 분점 합의에 따른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추세라면 짐바브웨는 무가베의 독재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또다시 맞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아프리카에는 이외에도 장기 집권하는 독재자가 수없이 많다. 에리트레아의 아페워르키(Afewerki) 대통령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에리트레아를 종교와 언론의 자유 없이 다스리고 있고,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Nguema) 대통령은 1979년부터 32년째 통치하고 있다. 앙골라에선 산투스(Santos) 대통령이 일당체제하에 1979년 취임, 1992년 재선에 성공하고, 2009년에 예정됐던 선거를 미루면서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다.
선거·의회·정당 없이 반세기를 이어온 사우디
시민혁명으로 인해 자국을 탈출한 튀니지의 알리 대통령을 받아준 곳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이집트 사태에 대해서도 압둘라 국왕은 “일부 침략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이집트의 치안과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민주화의 불길이 자국으로 확산돼 99년째 이어지는 ‘왕가의 독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現) 국왕인 압둘라 국왕은 가혹할 정도로 보수적인 이슬람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전임인 파드 국왕이 사망하자 2005년 신임 국왕으로 등극했다. 그는 전임 파드 왕보다 더 보수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슬람 전통에 철저하다. 가혹한 처벌제도와 여성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고수하며 종교의 자유마저 억압하고 있다. 사우디에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150만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가 있지만 사우디 당국은 이슬람 외의 공식적인 종교 행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독재는 압둘라 ‘개인의 독재’보다는 ‘왕족의 독재’라는 성격이 더 짙다. 압둘라 국왕의 정식 이름은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다. ‘알 사우드’는 사우드 집안 출신이란 뜻이고, ‘빈 압둘아지즈’는 압둘아지즈의 아들이란 뜻이다. 압둘아지즈는 사우드 집안의 수장으로 190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세운 인물이다.
이 왕가는 압둘아지즈가 세상을 떠난 1953년부터 형제간 왕위 상속을 계속해 왔다. 사우드(1953~1964)-파이살(1964~1975)-할리드(1975~1982)-파드(1982~2005)-압둘라(2005~)에서 다음 국왕으로 예정된 술탄까지 6대가 모두 형제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알 사우드 가문에 속하는 왕족이 2만2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각부 장관, 군 지휘관, 국영 기업체의 장, 경제단체장, 대학총장 할 것 없이 국가의 모든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선거·정당·의회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왕족이 워낙 많다 보니 체제 전복을 위한 반란이나 쿠데타는 생각지도 못한다.
2006년 《포브스》는 압둘라 국왕의 재산이 전 세계 지도자 가운데 1위라고 보도했다. 이때 보도된 그의 공식 재산은 210억 달러(약 20조원).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산업과 관련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세기에 석유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달러 가운데 왕족 개인의 금고로 들어간 돈은 적게 잡아도 500억 달러, 많이 잡으면 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감사를 받지도 않고, 세금도 없다. 국고와 왕실 금고에 구분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생긴 돈은 왕족의 권력 유지를 위해 사용된다.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서 광물성 연료가 사우디 전체 수출의 89.8%를 차지하고 있고 석유화학제품군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의 95.2%에 달한다. 때문에 유가(油價)가 떨어져 정부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정부 지출을 줄인 1990년대부터 부유한 왕족에 대한 불만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튀니지발 시민혁명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이유다.
이란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이란의 정부수반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Ahmadinejad) 대통령이지만 이란의 진정한 실권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Khamenei)다. 신정(神政)체제인 이란에서 이슬람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직접 정책을 입안·추진하지는 않지만 국가 정책에 대한 최종 비토(거부권)를 갖는다. 입법·사법·언론기관 수장 임면권, 국영기업 통제권도 그의 손에 있다. 최고지도자의 임기는 종신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전임자였던 루홀라 호메이니를 추종하여 이슬람 혁명에 몸을 던졌고, 1981년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도 지냈다. 이어 1989년 호메이니가 최고지도자 자격요건에서 이슬람 시아파 신학자의 최고 지위인 ‘그랜드 아야톨라’ 제한을 없애주고 사망하자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보수파 종교 지도자인 그는 반미주의와 이슬람체제 강화를 추구하며 개혁파에 대한 탄압을 지속해 왔다. 또 이슬람 율법을 강조하면서 여성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측근들을 입법·사법 및 정부 주요직에 심고, 바시즈 민병대와 혁명수비대를 적극 활용해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2005년 하메네이는 정치적으로 무명에 가깝던 아마디네자드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면서 정적인 라프산자니를 꺾었다. 2009년의 선거에서는 부정 논란에도 불구,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은 신의 뜻”이라며 아마디네자드를 옹호하다가 대규모 반대시위를 불러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도 라프산자니와의 권력투쟁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한다.
시리아 父子 세습
시리아에선 ‘다마스쿠스의 사자’로 불리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al-Assad) 전 대통령이 숨진 뒤 그의 아들인 바샤르 알 아사드가 정권을 잡아 부자(父子)가 40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하페즈 알 아사드는 1971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철권통치를 하다 2000년 6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의 뒤를 이은 것은 영국에서 안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던 아들 바샤르 알 아사드다. 그는 2000년과 2007년 7년 임기의 대통령 선거에서 각각 97.3%와 97.6%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하며 2014년까지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가 집권하는 시리아는 중동국가 중에서도 가장 억압적인 정부로 이란과 헤즈볼라, 하마스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그는 지방선거 실시를 위한 정치개혁과 비정부 기구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새로운 미디어법을 제정하는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퓰리즘과 언론탄압으로 정권 유지하는 남미 국가들
1959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Castro)는 바티스타 정권을 타도하고 국무총리가 되면서 정권을 잡았다. 그는 1965년 쿠바 공산당 제1비서로 쿠바를 일당 사회주의공화국으로 만들었고 1976년에는 각료 회의 의장과 더불어 국가평의회 의장, 최고사령관직에 올랐다.
그는 철저한 반미주의 노선으로 쿠바를 냉전시기 사회주의의 최전방 요새로 만들었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으로 국민의 추앙을 받았지만 반대파에 대한 철저한 숙청으로 가혹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을 사임할 때까지 49년 동안 국가권력 최고의 위치에 머물며 최장수 집권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카스트로’의 지배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피델의 동생이자 혁명 동지인 라울이 피델의 건강이 악화된 2006년부터 그의 자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라울이 피델의 권력을 계승하면서 쿠바의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도 했지만 최근 피델의 건강이 호전되고 다시 외부 활동을 시작하자 한편에선 그의 복귀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카스트로 형제와 절친한 사이로는 주변국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Chavez) 대통령이 있다. 차베스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12년간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다. 차베스는 앞의 독재자들과는 다르게 선거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1992년 주도한 좌익 쿠데타의 실패로 빈곤 민중의 지지를 얻어 1998년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후 차베스는 사회복지정책을 펴 대중의 지지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2000년 재선과 개헌, 2006년 3선, 2007년과 2008년에 개헌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장기집권의 길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특히 보수세력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2002년 보수세력의 쿠데타 기도로 정권이 위기에 몰리는 경험을 하고 나서 그는 언론을 장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강력한 언론탄압으로 인해 “베네수엘라에는 오로지 정부 목소리밖에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舊소련 출신의 독재자들
옛 소련 땅에도 장기집권 중인 독재자가 많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벨로루시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Lukashenko)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1996년 임기를 연장하고 2001년 재선, 2006년 헌법의 3선 금지조항을 삭제하고 3선에 성공, 2010년 말 80%의 지지율로 4선에 성공하면서 16년 장기집권 중이다. 야당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수도 민스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azarb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소련 해체 직전인 1991년 대통령에 선출된 이래 2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집권당을 앞세워 헌법을 개정하고 임기를 연장해 왔다. 2010년 말에는 2012년 임기 만료를 앞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임기를 대선을 치르지 않고 연장하는 길을 열었다. 사실상 ‘종신집권’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Karimov) 대통령도 20년 동안 철권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소련 붕괴 시 공산당 세력을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권력을 장악한 후 각종 정치공작을 통해 정권을 연장해 왔다. 초대 대통령 선거 후 무자비한 야당 탄압과, 2005년 ‘레몬혁명’으로 키르기스스탄의 정권이 넘어가고 반정부 시위의 물결이 우즈베키스탄으로 확산되자 군을 보내 유혈진압을 하는 등 철권통치를 펼치고 있다. 카리모프의 정적들은 대부분 해외 망명 중이거나 투옥돼 있다. 2007년 7년 임기의 대통령 3선에 성공했다.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몬(Rahmonov) 대통령 역시 소련 해체 전 공산당 서기를 거쳐 독립 후 1992년부터 국가원수의 역할을 수행했다. 반정부 세력과의 내전이 종식된 1994년 대통령으로 취임해 다른 ‘스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연이은 개헌을 이용,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전문은 “라흐몬 대통령이 나라 경제를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함 알리예프(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아버지이자 전임 대통령인 헤이다르 알리예프로부터 권력을 세습했다.
헤이다르 알리예프는 구(舊) 소련 시절 아제르바이잔 공산당 중앙위 제1서기, 정치국원 등을 거쳐 1993년 내전의 와중에 대통령이 됐다. 이후 그는 2003년까지 10년간 철권통치 후 건강악화로 세상을 떠나기 4개월 전 아들 일함 알리예프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물려줬다.
일함 알리예프는 2003년 아버지의 지원에 힘입어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과도적 지도자라는 전망과는 달리 정적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며 권력기반을 다져갔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08년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 2009년엔 대통령 2선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헌법 개정 투표에도 성공했다.
동남아의 독재자들
미얀마의 탄 슈웨는 1988년 8월 8일에 일어난 ‘8888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등장한 신군부의 일원으로 쿠데타에 가담했다. 그는 당시 의장이 된 소 마웅의 오른팔 역할을 했고, 1992년 소 마웅 사임 때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SLORC) 의장(국가원수), 국방장관, 국군최고사령관으로서 그의 후계자가 됐다. 이때 “장기간 권력을 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는 반대로 국가평화발전평의회(SPDC)의 의장으로 19년째 집권하고 있다. 그는 적십자와 국제사면위원회 인사들의 입국을 허용하는 등 주변국에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 부패를 없앤다는 명분 아래 대규모 숙청을 가해왔으며 2007년 반정부 시위를 총격으로 진압하기도 했다.
탄 슈웨 독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웅산 수치다. 1990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군부는 정권을 이양하지 않았다. 이후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2010년 석방되면서 미얀마의 민주화는 다시 국제 뉴스의 도마에 올랐다.
캄보디아의 훈 센(Hun Sen)은 동남아 최장수 총리다. 그는 크메르루즈 정권을 몰아내고 28세의 나이에 실권자가 되어 헹 삼린을 국가 주석에 앉혔고, 1985년 35세의 나이에 총리직에 올랐다. 1993년 총선에서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에게 밀려나 제2 총리로서 연정(聯政)했지만 4년 후 쿠데타를 일으켜 라나리드 왕자를 국외로 추방하고 단일 총리로서 실권을 잡았다. 이후 1998년 자신이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승리하면서 정권을 유지했다. 2003년 총선에서는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해 푼신펙당(FUNCINPEC)과 잠시 연립 정권을 수립했으나 2006년 개헌으로 다시 단독정부를 구성했고, 2008년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하면서 26년째 집권 중이다.⊙
튀니지와 이집트 외에도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알게 모르게 많은 독재자가 남아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아프리카·중동 지역에는 아직도 무아마르 카다피(Qaddafi·리비아), 알리 압둘라 살레(Saleh·예멘), 압둘라 국왕(Abdullah·사우디아라비아)이 철권통치로 수십 년째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에서도 정권유지를 위한 통제력 강화가 일어나고 있고 가까운 아시아에서는 미얀마의 탄 슈웨(Than Shwe)의 독재가 19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독재자 중 한 명과 포구(砲口)를 맞겨누고 있다.
‘검은대륙’에서 시작된 반(反)독재의 열풍이 어디까지 뻗어나갈까. 아직도 철권을 휘두르고 있는 독재자들의 현재와 과거를 한번 짚어보자.
현존 최장수 독재자 리비아 카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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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 |
카다피는 집권 후 이슬람을 중심으로 하는 반(反)서방외교 노선을 추구했다. 자국 내(內) 미국과 영국의 군사기지를 철수시키고, 과거 리비아를 식민지배했던 이탈리아인들을 모두 추방했다. 단일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했지만 사다트 이집트 전(前) 대통령의 평화정책과 이란-이라크전쟁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이슬람 국제테러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의혹을 받아왔고, 1988년에 발생한 ‘로커비 팬암기 폭탄테러 사건’과 관련됐음이 밝혀지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의 괴팍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은 “미친개”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최근엔 서방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했고, 이탈리아가 했던 식민지배와 리비아의 이탈리아인 추방에 대해 사과를 주고받기도 했다.
리비아에는 《그린북》이라고 불리는 책이 있다. 카다피의 철학과 사회주의, 이슬람, 대중통치이념 등이 집약된 책이다. 카다피는 이를 기반으로 한 그만의 정치체제를 구상했고, 의회도 정당도 없는 독자적 직접민주제를 주창하면서 체제비판은 금기시했다. 그 역시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비아는 2008년 기준 1인당 GDP가 1만8000달러로 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부유하다. 이는 수출의 96.6%를 차지하는 석유 덕분이다. 하지만 리비아의 석유 산업은 국유화돼 있으며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탓에 부의 재분배가 잘 이뤄지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리비아 국민들은 막대한 석유수출 수입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들이 가난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가난이 외교마찰로 인한 국제 제재의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제재가 사라지고 많은 시간이 흐른 상태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폭압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 정부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국민들에 스며들고 있다는 평가다.
살레 예멘 대통령, 반정부 시위에 종신대통령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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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대의 압력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살레 예멘 대통령. |
예멘은 이집트와 함께 2011년 튀니지발(發) 재스민 향기가 가장 강하게 퍼진 곳 중 하나다. 인구의 40%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빈곤국가로 명예살인과 조혼풍습 등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석유 생산량이 감소해 경제상황마저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튀니지의 혁명으로 고무된 예멘 국민들은 수도 사나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종신 개헌을 추진하던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2013년 정권에서 물러날 것을 약속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던 예멘의 통일을 이룬 주역이자 통일예멘의 초대(初代) 대통령이다. 그는 쿠데타를 통해 1978년부터 북부 예멘을 통치했다. 당시 남부 예멘은 지배하던 영국이 점령을 포기하면서 들어선 공산 정권의 권력다툼으로 내전에 휩싸이는 등 혼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살레 대통령이 통치하던 북 예멘이 남 예멘을 흡수하는 식의 통일예멘이 출범했고, 1990년 살레는 자연스럽게 통일예멘의 첫 국가수반이 됐다.
그 후 살레 대통령은 통일 후 혼란을 수습하면서 강력한 권력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살레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회당은 남 예멘에 기반을 둔 예멘사회당을 탄압해 분리독립 운동을 촉발했고, 결국 1994년 내전으로 비화됐다. 2개월간의 내전에서 완승한 살레 대통령은 1999년 야권이 참가하지 않은 첫 대선에서 96% 이상의 지지를 얻어 재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테러범을 양성하는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가 예멘으로 본거지를 옮기고 9·11테러가 발생하자 살레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테러전에 적극 협조하며 미국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06년 역시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하며 리비아의 카다피에 이어 2번째로 장기 집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초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대통령 연임 제한규정을 없애는 개헌안을 의결, 사실상 ‘종신대통령’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 시위로 인해 살레 대통령의 33년 장기 집권이 위기를 맞았다. 시위가 격화되자 살레 대통령은 급히 인권과 언론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개헌안의 내용을 오해하고 있다”며 2013년 정권이양을 약속했지만 시위대는 살레의 퇴진만을 요구하고 있다. 예멘은 아직 활화산인 셈이다.
ICC로부터 기소된 바시르 수단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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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범죄로 ICC로부터 기소된 바시르 수단 대통령. |
바시르 대통령은 1989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1993년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 1996년부터 자신의 권력기반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5차례의 연임에 성공하면서 22년째 최고 통치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절대 권력도 최근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다르푸르에서 벌어진 인종청소의 원흉으로 지목돼 ICC로부터 기소를 당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2월 실시된 남부 분리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 결과 남수단인 98.83%가 찬성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남수단의 독립을 받아들여야 했다.
오랜 독재정치로 언론·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20년 넘게 지속된 분쟁과 국방비 과다지출로 인해 경제가 무너지면서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내부 압박 역시 심해졌다. 한때 바시르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하산 알-투라비가 이제는 그의 최대 정적이 됐다. 알-투라비는 지난해 바시르 대통령에게 다르푸르 내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ICC에 자수하라고 촉구한 사건으로 구금됐다가 두 달 만에 석방됐다. 그는 올해 초에도 수단에서의 ‘튀니지식 봉기’를 주장해 체포됐다.
32년째 집권 중인 무가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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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
하지만 2000년부터 무가베 대통령과 서방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식민 지배 책임론’을 수용하고 당시 소수의 백인이 전체 농지의 32%를 소유하는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던 영국이 약속을 어기자 무가베는 자신만의 토지 재분배를 추진한 것이다. 그는 백인들의 토지를 몰수해 재분배했지만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결국 국가 경제를 큰 혼란 속에 빠뜨렸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의 곡식창고’라 불리던 짐바브웨는 실업률 90%, 연간 물가상승률 2억%에다 AIDS와 기아에 시달리는 나라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도 그는 25만 달러(약 3억8000만원)짜리 호화 생일파티를 벌여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정치도 파행으로 치달았다. 악화된 경제 사정과 정보기관을 앞세운 폭정으로 국민들의 반감이 심해진 가운데 맞이한 2008년의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하자 그는 과반수를 가리기 위한 2차 투표에서 야당 지도자인 모건 창기라이의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창기라이는 부정선거라며 반발했지만 선거는 강행되었고 창기라이가 불참한 가운데 무가베는 85.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에 반발한 창기라이와 야당 지지자들로 인해 정국이 불안해지자 무가베는 창기라이에게 총리 자리를 내주며 정국을 수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가베는 연정 출범 후 일방적으로 고위 관직에 자기 사람을 임명하고 창기라이의 측근을 배제하는 등 독재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야권과의 권력 분점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내년 8월 전에 현재의 권력 분점 구도를 끝장내겠다고 호언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무가베를 종신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서약까지 했다. 창기라이 총리는 권력 분점 합의에 따른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추세라면 짐바브웨는 무가베의 독재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또다시 맞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아프리카에는 이외에도 장기 집권하는 독재자가 수없이 많다. 에리트레아의 아페워르키(Afewerki) 대통령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에리트레아를 종교와 언론의 자유 없이 다스리고 있고,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Nguema) 대통령은 1979년부터 32년째 통치하고 있다. 앙골라에선 산투스(Santos) 대통령이 일당체제하에 1979년 취임, 1992년 재선에 성공하고, 2009년에 예정됐던 선거를 미루면서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다.
선거·의회·정당 없이 반세기를 이어온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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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
현(現) 국왕인 압둘라 국왕은 가혹할 정도로 보수적인 이슬람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전임인 파드 국왕이 사망하자 2005년 신임 국왕으로 등극했다. 그는 전임 파드 왕보다 더 보수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슬람 전통에 철저하다. 가혹한 처벌제도와 여성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고수하며 종교의 자유마저 억압하고 있다. 사우디에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150만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가 있지만 사우디 당국은 이슬람 외의 공식적인 종교 행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독재는 압둘라 ‘개인의 독재’보다는 ‘왕족의 독재’라는 성격이 더 짙다. 압둘라 국왕의 정식 이름은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다. ‘알 사우드’는 사우드 집안 출신이란 뜻이고, ‘빈 압둘아지즈’는 압둘아지즈의 아들이란 뜻이다. 압둘아지즈는 사우드 집안의 수장으로 190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세운 인물이다.
이 왕가는 압둘아지즈가 세상을 떠난 1953년부터 형제간 왕위 상속을 계속해 왔다. 사우드(1953~1964)-파이살(1964~1975)-할리드(1975~1982)-파드(1982~2005)-압둘라(2005~)에서 다음 국왕으로 예정된 술탄까지 6대가 모두 형제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알 사우드 가문에 속하는 왕족이 2만2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각부 장관, 군 지휘관, 국영 기업체의 장, 경제단체장, 대학총장 할 것 없이 국가의 모든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선거·정당·의회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왕족이 워낙 많다 보니 체제 전복을 위한 반란이나 쿠데타는 생각지도 못한다.
2006년 《포브스》는 압둘라 국왕의 재산이 전 세계 지도자 가운데 1위라고 보도했다. 이때 보도된 그의 공식 재산은 210억 달러(약 20조원).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산업과 관련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세기에 석유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달러 가운데 왕족 개인의 금고로 들어간 돈은 적게 잡아도 500억 달러, 많이 잡으면 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감사를 받지도 않고, 세금도 없다. 국고와 왕실 금고에 구분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생긴 돈은 왕족의 권력 유지를 위해 사용된다.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서 광물성 연료가 사우디 전체 수출의 89.8%를 차지하고 있고 석유화학제품군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의 95.2%에 달한다. 때문에 유가(油價)가 떨어져 정부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정부 지출을 줄인 1990년대부터 부유한 왕족에 대한 불만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튀니지발 시민혁명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이유다.
이란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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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8월 3일 이란 대통령 승인식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
그는 1960년대부터 전임자였던 루홀라 호메이니를 추종하여 이슬람 혁명에 몸을 던졌고, 1981년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도 지냈다. 이어 1989년 호메이니가 최고지도자 자격요건에서 이슬람 시아파 신학자의 최고 지위인 ‘그랜드 아야톨라’ 제한을 없애주고 사망하자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보수파 종교 지도자인 그는 반미주의와 이슬람체제 강화를 추구하며 개혁파에 대한 탄압을 지속해 왔다. 또 이슬람 율법을 강조하면서 여성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측근들을 입법·사법 및 정부 주요직에 심고, 바시즈 민병대와 혁명수비대를 적극 활용해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2005년 하메네이는 정치적으로 무명에 가깝던 아마디네자드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면서 정적인 라프산자니를 꺾었다. 2009년의 선거에서는 부정 논란에도 불구,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은 신의 뜻”이라며 아마디네자드를 옹호하다가 대규모 반대시위를 불러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도 라프산자니와의 권력투쟁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한다.
시리아 父子 세습
시리아에선 ‘다마스쿠스의 사자’로 불리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al-Assad) 전 대통령이 숨진 뒤 그의 아들인 바샤르 알 아사드가 정권을 잡아 부자(父子)가 40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하페즈 알 아사드는 1971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철권통치를 하다 2000년 6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의 뒤를 이은 것은 영국에서 안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던 아들 바샤르 알 아사드다. 그는 2000년과 2007년 7년 임기의 대통령 선거에서 각각 97.3%와 97.6%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하며 2014년까지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가 집권하는 시리아는 중동국가 중에서도 가장 억압적인 정부로 이란과 헤즈볼라, 하마스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그는 지방선거 실시를 위한 정치개혁과 비정부 기구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새로운 미디어법을 제정하는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퓰리즘과 언론탄압으로 정권 유지하는 남미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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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포옹하고 있다. |
그는 철저한 반미주의 노선으로 쿠바를 냉전시기 사회주의의 최전방 요새로 만들었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으로 국민의 추앙을 받았지만 반대파에 대한 철저한 숙청으로 가혹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을 사임할 때까지 49년 동안 국가권력 최고의 위치에 머물며 최장수 집권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카스트로’의 지배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피델의 동생이자 혁명 동지인 라울이 피델의 건강이 악화된 2006년부터 그의 자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라울이 피델의 권력을 계승하면서 쿠바의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도 했지만 최근 피델의 건강이 호전되고 다시 외부 활동을 시작하자 한편에선 그의 복귀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카스트로 형제와 절친한 사이로는 주변국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Chavez) 대통령이 있다. 차베스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12년간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다. 차베스는 앞의 독재자들과는 다르게 선거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1992년 주도한 좌익 쿠데타의 실패로 빈곤 민중의 지지를 얻어 1998년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후 차베스는 사회복지정책을 펴 대중의 지지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2000년 재선과 개헌, 2006년 3선, 2007년과 2008년에 개헌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장기집권의 길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특히 보수세력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2002년 보수세력의 쿠데타 기도로 정권이 위기에 몰리는 경험을 하고 나서 그는 언론을 장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강력한 언론탄압으로 인해 “베네수엘라에는 오로지 정부 목소리밖에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舊소련 출신의 독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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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소련 출신의 독재자들. 왼쪽부터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리모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azarb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소련 해체 직전인 1991년 대통령에 선출된 이래 2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집권당을 앞세워 헌법을 개정하고 임기를 연장해 왔다. 2010년 말에는 2012년 임기 만료를 앞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임기를 대선을 치르지 않고 연장하는 길을 열었다. 사실상 ‘종신집권’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Karimov) 대통령도 20년 동안 철권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소련 붕괴 시 공산당 세력을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권력을 장악한 후 각종 정치공작을 통해 정권을 연장해 왔다. 초대 대통령 선거 후 무자비한 야당 탄압과, 2005년 ‘레몬혁명’으로 키르기스스탄의 정권이 넘어가고 반정부 시위의 물결이 우즈베키스탄으로 확산되자 군을 보내 유혈진압을 하는 등 철권통치를 펼치고 있다. 카리모프의 정적들은 대부분 해외 망명 중이거나 투옥돼 있다. 2007년 7년 임기의 대통령 3선에 성공했다.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몬(Rahmonov) 대통령 역시 소련 해체 전 공산당 서기를 거쳐 독립 후 1992년부터 국가원수의 역할을 수행했다. 반정부 세력과의 내전이 종식된 1994년 대통령으로 취임해 다른 ‘스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연이은 개헌을 이용,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전문은 “라흐몬 대통령이 나라 경제를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함 알리예프(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아버지이자 전임 대통령인 헤이다르 알리예프로부터 권력을 세습했다.
헤이다르 알리예프는 구(舊) 소련 시절 아제르바이잔 공산당 중앙위 제1서기, 정치국원 등을 거쳐 1993년 내전의 와중에 대통령이 됐다. 이후 그는 2003년까지 10년간 철권통치 후 건강악화로 세상을 떠나기 4개월 전 아들 일함 알리예프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물려줬다.
일함 알리예프는 2003년 아버지의 지원에 힘입어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과도적 지도자라는 전망과는 달리 정적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며 권력기반을 다져갔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08년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 2009년엔 대통령 2선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헌법 개정 투표에도 성공했다.
동남아의 독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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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의 최고권력자 탄 슈웨 장군. |
탄 슈웨 독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웅산 수치다. 1990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군부는 정권을 이양하지 않았다. 이후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2010년 석방되면서 미얀마의 민주화는 다시 국제 뉴스의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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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부터 집권 중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