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포

현대건설 해외 공사현장을 가다

소수 한국인이 수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軍團 지휘

  •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agleb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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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건설 경쟁력은 외국인 근로자 관리능력
⊙ 민간회사가 해외건설 현장에서 親韓派 대거 양성
⊙ 아라비아반도에 ‘제2의 중동 붐’ 기대
⊙ 현대건설, 카타르에서 47억 달러·UAE에서 73억 달러어치 공사 진행 中
카타르 요소비료공장 현장. 완공시 세계 최대 요소비료 생산시설이 된다.
사막의 햇볕은 이른 아침부터 따가웠다. 카타르 수도(首都) 도하(Doha)에서 아라비아만(灣)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달렸다. 카타르 최대 산업지역인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목적지였다. 차창 너머로 회색 빛 ‘모래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창문을 여니 바다 쪽에서 몰려온 습기가 숨을 멎게 했다.
 
  아라비아반도에 붙어 있는 카타르는 우리나라 경기도 면적에 불과한 소국(小國)이다. 그러나 1인당 GDP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8만4000달러다. 원유(100년간 생산가능)와 천연가스(매장량 세계 3위) 덕이다. 카타르 정부는 천연자원의 고갈에 대비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들고 있다. 발전소와 공장 등 각종 산업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카타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대형(大型)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주역(主役)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주축으로 국내 여러 협력업체 직원들이 열사(熱砂)의 땅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 도하항 전경.
  맏형 역할을 하는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건설사(史)를 새로 쓰고 있다. 사상 최초로 연간 해외 수주액 100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소수 정예 직원들이 수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국격(國格)을 높이고 거액(巨額)의 달러도 벌어들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국적군(軍)의 사령관·연대장·중대장·소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민간회사가 파견한 ‘건설장교단’인 셈이다. 지난 10월 말, ‘제2의 중동 바람’이 부는 역사의 현장을 둘러봤다.
 
  승용차로 한 시간을 달려 라스라판 산업단지 입구에 도착했다. 이 산업단지는 카타르 석유공사가 관리·운영하는 카타르 내(內) 최대 산업시설이다. 단지 전체가 보안시설이라 외부인 출입이 까다로웠다. 단지 내 사진촬영도 금지돼 있다.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전체 면적은 295㎢다. 단지 내에 천연가스 액화시설, 석유화학공장, 발전소 등이 건설되고 있다. 공사는 여러 구역으로 분할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두 개의 공사를 맡았다. 하나는 천연가스로 청정디젤유(油)를 생산하는 ‘천연가스 액화정제시설 공사(GTL-5)’이고, 또 하나는 발전소 및 담수시설인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RAPO)’이다. 두 곳 모두 공정률 90%를 넘었다.
 
  산업단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천연가스 액화정제시설 공사 현장부터 둘러봤다. 차동철(車東哲) 소장을 비롯해 장응민·위덕성·심보현·김광섭 부장 등 현장 간부들이 공사 현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있는 천연가스 액화정제시설 공사(GTL-5) 현장의 야경.

▣ 카타르 개요
 
   ⊙ 면적: 1만2000여㎢
 
  ⊙ 인구: 170여만명(외국인 영주권자 포함·자국민 20만~
      30만명)
 
  ⊙ 종교: 이슬람교(대부분 수니파)
 
  ⊙ 건국: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 정부형태: 국왕을 원수로 하는 입헌군주제
 
  ⊙ 국가원수: 셰이크 하마다 빈칼리파 알 타니
 
  ⊙ 1인당GDP: 약 8만4000달러(2009년 기준)
 
  ⊙ 1경제성장률: 9%(2009년·올해 16% 전망). 중동지역
      에서 가장 높음
 
  ⊙ 수출: 522억 달러(원유·가스·석유화학제품 등)
 
  ⊙ 원유매장량: 276억 배럴 추정(향후 100년간 생산가
      능), 1일 생산량 86만 배럴
 
  ⊙ 천연가스: 매장량 990조 입방피트(세계 3위), 연간
      생산량 약 2조 입방피트
 
  GTL 공사현장에 국내 최초로 진출
 
차동철 GTL-5 현장 소장.
  현대건설은 천연가스로 청정디젤유를 만드는 ‘GTL(Gas To Liquid) 프로젝트’의 핵심시설(C-5)을 짓고 있다. 공사금액은 10여억 달러. 현재 공정률은 92%라고 한다. 차동철 소장의 말이다.
 
  “GTL프로젝트의 전체 사업 규모는 2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카타르 석유공사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로열 더치 셸’이 공동으로 발주한 프로젝트죠. 국내 기업이 GTL 공사에 참여한 것은 현대건설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죠. 물론 우리가 천연가스를 기름으로 바꾸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시설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커요. 더군다나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인 ‘셸’이 발주한 공사가 아닙니까.”
 
  로열 더치 셸(Royal Dutch Shell)은 원유 탐사·개발, 석유제품 생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위(4580억 달러)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셸의 피터 보서(Peter Voser) 회장은 최근 G20 비즈니스서밋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향후 주요 에너지원(源)으로 천연가스와 바이오 연료가 부상한다”며 “2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천연가스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청정디젤유를 생산하는 것이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청정디젤유는 GTL공법으로 생산된다.
 
  GTL 공장의 완공 예정일은 2011년 10월이다. 차동철 소장은 “다른 구역을 맡고 있는 미국·일본 등 초대형 건설업체들의 평균 공정률이 80%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공정률은 매우 빠르다”며 “발주처가 현대건설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GTL 프로젝트 발주처의 총괄 책임자는 “현대건설은 타 회사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GTL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이 공장에서 하루 14만 배럴의 청정디젤유가 생산된다.
 
  문득 천연가스를 청정기름으로 만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천연가스를 굳이 청정기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 현대건설 기술담당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해저(海底)와 지하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는 원유와 마찬가지로 정제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정제과정에서 용도에 맞는 여러 가스들이 생산된다. LNG, 부탄가스, LPG, NGL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원유의 생산량 감소와 유가(油價) 상승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천연가스를 기름으로 만들어 팔아도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급 그린에너지인 청정디젤유의 잠재 고객이 상당하다고 한다.
 
  카타르 현지에 건설 중인 GTL 생산시설은 사실상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대 생산시설이 될 것이라고 한다.
 
▣ 천연가스 현황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상(史上) 처음으로 세계 가스 생산량이 줄었다. 현재 가스 생산량 1위는 미국이다. 전 세계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 미국은 천연가스 소비국 1위이기도 하다. 천연가스의 주요 수출국은 러시아·노르웨이·캐나다·카타르·네덜란드 순이다. 카타르는 천연가스 생산량의 80%를 수출한다.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에 해저 파이프를 통해 수출하고, 나머지는 LNG 형태로 한국·일본·인도 등에 판다. 천연가스의 주요 수입국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일본·이탈리아·프랑스·영국·스페인·한국 등이다. 각종 천연가스 중에 액화천연가스(LNG)가 세계 가스 교역량의 30%를 차지한다. 일본·한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은 LNG에 크게 의존한다. 가스 가격은 2008년 이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유가격과 분리되는 경향을 보인다. 원유 1배럴과 비교하면 18대 1 수준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유익하다.
 
  현대건설 직원 350명이 외국인 근로자 2만3000명 지휘
 
한국인 직원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거주하는 캠프.
  GTL 프로젝트 현장에는 산소 생산시설을 맡은 LINDE, 특수건물을 담당한 STRABAG, 저장탱크를 설치하는 CB&I, 그리고 일본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인 JGC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광섭 부장의 말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다 보니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셸’이 발주하는 공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해요. 우리 기업들은 공사 도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일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죠. 그런데 ‘셸’은 공사를 완전히 중단시키고 문제부터 해결합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안전과 정확성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 달라요. 플랜트 산업은 시계제조와 같은 정밀도를 요구해요. 파이프 라인을 연결할 때 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지요.”
 
  GTL 프로젝트 한국 건설 현장에 참여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총 3500여 명이다. 공사 절정기 때 최대 7000여 명까지 투입됐다고 한다. 인도와 필리핀 등 동남아 출신 근로자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차동철 소장의 말이다.
 
이창열 현대건설 과장의 방에는 1인용 침대와 책상, 소형TV, 에어컨 등이 설치돼 있다.
  “현대건설 직원은 고작 52명에 불과해요. 이들이 수천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움직여요. 어려움이 없진 않죠. 우선 정확한 의사(意思)소통이 힘듭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어가 가능하고 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을 조장(組長)으로 임명해요. 우리는 조장을 중심으로 전체 근로자를 관리하죠. 단순 사고도 드물어요.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니까요.”
 
  카타르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일본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 일본 중앙일간지 기자가 다녀갔다고 한다. 일본 기자는 차동철 소장에게 “일본기업과 비교할 때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선전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차 소장은 일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일본기업보다 나은 게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들을 관리·감독하는 능력이 일본보다 낫다고 봅니다. 일본 건설회사는 발주처가 시키는 것만 하지만 우리는 발주처의 입장에서 일을 진행합니다. 발주처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요. 일본회사는 자사(自社) 협력업체에 하청을 줄 때 계약서대로만 해요. 우리는 협력업체 직원과 소속 외국인 근로자까지 관리를 합니다. 공사의 완성도가 당연히 높지요.”
 
  현대건설은 카타르 내(內) 6개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주액을 모두 합치면 47억 달러에 달한다. 카타르 현지에는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등 국내 8개 업체가 진출해 있는데 이들의 수주 총액은 28억 달러다. 현대건설의 수주액이 8개 업체의 총액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카타르에 파견된 현대건설 직원은 총 350여 명이다. 이들의 지휘를 받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2만3000여 명이다.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에 설치된 담수 생산시설.
  기자는 라스라판 산업단지 내에 있는 또 다른 현대건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GTL-5 공사현장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복합화력발전소(RAPO)’이다. 천연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바닷물을 담수(淡水)로 만드는 곳이다.
 
  최재찬(崔在燦) 소장과 이기만 부소장, 황용순 상무, 홍성계 공무부장과 함께 현장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생선구이와 김치·상추·오이·당근·고추 등이 식탁에 올랐다. 채소는 인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복합발전소에 대한 현대건설 관계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최재찬 소장은 “현대건설이 완공한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에 버금가는 공사”라며 “RAPO 프로젝트는 해외공사 총액 600억 달러 달성의 분수령이 된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복합발전소의 공정률은 99%다. 2011년 4월 완공예정이다.
 
  공사금액 21억 달러인 복합발전소 공사는 현대건설이 설계부터 자재구입, 시공, 시험가동까지 총괄적으로 수행한 대형 프로젝트다. 황용순 상무는 “발전·담수·변전소 시설과 고압 케이블 공사까지 도맡았는데 향후 현대건설이 해외 발전산업 분야에서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홍성계 부장, 황용순 상무, 최재찬 소장, 이기만 부소장(왼쪽부터).
 
  대기업·중소기업 相生의 현장
 
  발전소 건설공사에는 한국 협력업체 23개사가 참여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공사액 21억 달러 중 10억 달러가 국내 협력업체에 ‘공사비’로 지급된다. 카타르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역만리(異域萬里)에서 손을 잡고 상생(相生)하는 역사의 현장인 셈이다.
 
  복합발전소는 카타르 전체 전력생산량의 26%를 담당하게 된다. 순간 최대 전력생산량은 2728MW로, 작년말 UAE가 발주한 원자력발전소의 절반 규모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카타르의 주요 도시에 공급될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수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RAPO 복합발전소는 인구 80만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물도 공급한다.
 
  공사는 수주 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최재찬 소장의 말이다.
 
  “카타르 측이 공사를 발주할 때 공기(工期)를 34개월로 못 박았어요. 건설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였지요. 시공기간이 짧아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업체들은 ‘불가능한 공사’로 생각했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임했죠. 현대건설의 강점인 ‘불도저 정신’이 발휘됐던 겁니다.”
 
  공사는 무사히 끝났고 현재 시험가동 중에 있다. 그동안 카타르 내에서 진행된 대형 프로젝트 중에서 공기를 맞춘 공사는 현대건설의 복합발전소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기만 부소장은 “카타르 발주처 관계자들이 놀라워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음식 문화권에 따라 나뉜 특정 식당을 이용한다.
  현대건설은 불가능하다는 공기를 어떻게 맞췄을까. 최재찬 소장은 “작업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공사를 강행했다”고 했다. 공사가 한창일 때는 하루 동원 인력이 1만명에 달했다. 최 소장의 말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지요.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추가 근로수당을 주며 유인책도 썼지요. 우수 근로자에게는 특별상(賞)도 줬어요.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을 움직이게 하려면 동기부여를 잘해야 해요. 인력관리의 노하우는 여기에서 나오죠.”
 
  최재찬 소장은 중동 열사(熱砂)의 땅에서 발휘하는 한국형(型)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 곳이 중동지역입니다. 한국인은 국내에 있을 때는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해외에 나오면 달라져요. 인종차별을 하는 나라에서도 참고 견디며 화합하려고 해요. 기후와 문화가 맞지 않아도 적응해 갑니다. 추진력과 돌파력, 투지력도 있어요. 이런 것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큰일’을 내죠.
 
  동남아 사람들을 다루는 데도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국인 근로자들 대부분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인데 과거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잖아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점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해 줘요. 해외공사에 약한 일본 사람들은 민족적 성향이 우리와 다른 것 같아요. 유럽 기업들이 중동에서 경쟁력을 잃어 가는 것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서죠.”
 
  발전소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들은 후 홍성계 공무부장의 도움으로 공사 주요 현장을 둘러봤다. 대형 터빈이 들어있는 발전시설과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거대한 파이프 라인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있었다.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는 이곳에서 한국인 직원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십 개월 동안 흘린 땀방울을 한데 모으면 얼마나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땀방울의 양도 양이겠지만, 그 땀의 농도는 사해(死海)보다 더 진하리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발전소 굴뚝을 쳐다보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그 무엇’이 기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최재찬 소장을 비롯해 한국 직원과 27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묵는 캠프(숙소)를 방문했다. 이창열 과장과 유영준 주임이 캠프 규모와 운영 전반에 대해 설명해 줬다. 한국 직원은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고, 외국인 근로자는 2~4인이 한 방을 사용했다. 방에는 1인용 침대와 에어컨, 소형냉장고, 책상 등이 비치돼 있었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려 있었다. 독신자용 ‘원룸’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원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방문만 열면 밤에도 섭씨 30도가 넘는 후끈한 ‘열’이 밀려오니 말이다.
 
 
  음식과 돈에 민감한 외국인 근로자
 
  캠프에는 방 1600개와 인터넷룸, 도서관, 당구장, 실내 골프연습장 등이 마련돼 있었다. 작년 여름 공사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1만여 명이 머물렀다고 한다. 현장마다 약간 다르지만 출근시간은 새벽 5시30분, 퇴근시간은 저녁 6시다. 점심시간은 하절기에 두 시간, 동절기에 1시간30분이 주어진다.
 
  현지 생활 5개월째인 이창열 과장은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그는 날씨 탓에 흐르는 땀을 계속 훔쳐댔다. 기자에게 하나라도 더 설명해 주려는 그의 모습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외롭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다섯 살 된 아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노무(勞務)업무를 맡고 있는 이창열 과장은 “외국인 근로자 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과거엔 근로자들끼리 패싸움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해요. 나라별로 보면 태국 사람들은 조금 거친 편이고, 중국인들은 자존심이 강해요. 순한 사람은 필리핀 사람들이죠. 숙소는 국적과 업무 분야를 고려해 배치합니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국적과 관계없이 뭉쳐요. 한번은 밤중에 정전(停電)이 된 적이 있었어요. 에어컨이 작동 안돼 근로자들이 잠을 못 잤죠. 곧바로 항의가 들어왔어요. 긴급조치반을 동원해 발전기를 새벽 늦게야 고쳤는데 근로자들은 잠도 안 자고 발전기 고치는 것을 끝까지 지켜봅디다. 우리가 조치를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거죠.
 
  외국인 근로자들은 잠을 자고, 먹고, 입는 것에 아주 민감해요. 특히 식사는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힌두교도는 소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음식을 잘못 줬다가는 종교갈등을 빚을 수도 있어요. 현재 이곳 현장에는 세 곳의 식당이 있어요. 비슷한 음식 문화권끼리 묶었지요. 국가별로 명절 때가 되면 특식도 제공해요. 라마단 기간에는 급여도 올려주고요.”
 
카타르 도하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노경석 지사장, 우경학 차장, 권혁주 과장, 조윤묵 차장, 김경우 과장, 윤성환 대리, 정국선 사원(오른쪽부터).
  취재 이튿날 카타르 도하 시내에 위치한 현대건설 카타르 지사(支社)를 방문했다. 지사에는 한국 직원 6명과 외국인 근로자 15명 등 총 21명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현대건설 중동지역부문 소속 4명도 함께 근무했다. 중동지역 부문장 박병관 상무는 자신의 차량을 기자에게 내주며 취재에 협조했다.
 
  노경석(盧京錫) 도하지사장은 카타르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카타르는 중동지역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아요. 향후 대형 인프라, 건축공사가 발주될 가능성도 많고요. 도시 재개발 계획에 따라 도로, 철도, 상하수도, 고층빌딩, 국립박물관 건설도 예정돼 있는데 초대형으로 판을 벌일 겁니다. 카타르는 한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공급처로서도 중요해요.”
 
  노경석 지사장에 따르면, 현재 카타르는 국가 발전전략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천연자원 고갈을 대비해 교육, 의료, 문화 중심 국가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지사장은 “카타르 왕비(王妃)가 직접 나서 ‘교육대국(大國) 카타르’를 준비하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 해외 파견 직원의 고충
 
  현장에서 만난 한국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겸했다. 동남아 근로자들에게 기술은 물론 한국문화와 언어, 정서 등을 전했다. 물론 회사의 영리(營利)목적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만 명의 친한파(親韓派)가 양성된다는 점은 분명 공익적(公益的)이다. 그들은 민간회사가 파견한 ‘건설·문화 외교관’이었다.
 
  과거 우리 정부는 중동건설 현장에 나간 민간 근로자들에게 세제혜택, 금융지원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줬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혜택은 지금 거의 없어졌다. 해외에 나가는 사람도 많아졌고, 국고에 쌓인 달러도 많아졌다.
 
  현재 해외파견 근로자의 경우 150만원 한도에서 소득세를 공제해 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 중에서 이를 ‘혜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득증대 효과가 별로 없어서다. 정부는 민간외교관인 이들에게 제도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요즘 건설사 직원들은 해외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곳이 대부분 개발도상국과 중동지역에 몰려 있는데 가족이 함께 나가기에는 교육 및 생활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지역은 주택 임대료가 서울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해외 파견 직원 95% 이상이 단신(單身)으로 현지에 부임한다. 나가면 고생하고 수입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은 親韓派 양성소”
 
  노경석 지사장은 카타르에서 진행 중인 현대건설 공사와 관련해 “현대건설의 활약으로 카타르 국민들이 갖는 한국업체에 대한 인식은 아주 좋다”며 “특히 외국인 근로자 관리에도 다른 나라 업체에 비해 잘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현대건설은 1980년 중반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을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외국인 근로자의 활용 노하우도 많이 축적됐죠. 이제 해외 건설 공사의 승패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대우를 해야 해요.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님도 생전에 근로자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우리는 노가다 회사다. 근로자들이 잘 먹고 잘 자야 일을 잘한다’고 했지요.
 
  공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아닙니까. 사람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죠. 외국문화와 외국인에 대한 소양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는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면 잘 먹고 돈도 많이 번다’는 말이 나옵니다. 한국 사람은 정(情)이 많잖아요. 정으로 대하면 그들이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요.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한국말도 스스로 배우죠. 공사 현장은 건물만 짓는 게 아니라 해외 친한파(親韓派)를 양성하는 현장이기도 해요.”
 
  기자는 도하에서 남쪽으로 50㎞ 떨어진 메사이드 산업단지에 위치한 ‘카타르 비료공장 5·6단계 공사 현장(QONE)’으로 향했다. 2007년 12월 시작된 공사는 2012년 8월 끝날 예정이다. 비료공장은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은 이탈리아 엔지니어링 회사 ‘사이펨(Saipem)’과 공동으로 수주했다. 전체 공사금액 36억 달러 중 현대건설 수주액은 11억5000만 달러다. 사이펨은 기본설계와 생산기술을, 현대건설은 암모니아 플랜트시설, 요소비료 플랜트, 비료 저장탱크, 발전설비, 부두 증설 공사 등을 맡았다. 현재 공정률은 약 90%이다.
 
  비료공장은 각종 석유화학시설 중에서 최고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요소비료는 천연가스를 화학반응을 통해 암모니아 가스로 만든 후 이를 재(再)처리해 만든다. 여기에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공장에 설치된 각종 배관에는 온도와 압력 등이 일정해야 한다. 배관과 배관이 제대로 용접되지 않을 경우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암모니아 가스의 독성(毒性) 때문이다. 비료공장은 석유화학 분야의 결정판, 집합체라고 불린다.
 
  카타르 비료공장의 1일 생산량은 7700t이다. 비료는 항만시설을 통해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는 근로자 1만4000여 명이 매일 출근한다. 국적별 근로자 순위는 방글라데시 2200여 명, 필리핀 2000여 명, 인도 1800여 명, 네팔 1500여 명, 중국인 800여 명 등이다.
 
  현장에서 만난 민병화(閔丙和) 소장의 휴대폰은 쉴 틈 없이 울려댔다. 민 소장은 “공사현장은 시간과의 싸움터”라고 했다. 이전 공사 현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공사 현황을 설명해 준 이남호 관리담당 상무, 김택규 공무부장, 이현철 차장도 수시로 시계를 쳐다봤다.
 
  이현철 차장으로부터 안전교육을 받은 후 공사 현장에 들어섰다. 온도계는 40도를 가리켰다. 김택규 부장은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좋은 편이다. 50도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공장 부지(10만㎡) 곳곳에는 대형 크레인이 여러 대 설치돼 있었다. 1250t짜리 크레인을 설치하는 데 트레일러 88대가 동원됐다고 한다.
 
▣ 아랍에미리트(UAE) 개요
 
  ⊙ 국가조직: 7개 토후국(아부다비·두바이·사르자·아즈만·움알쿠아와인·라스알카이마·푸자이라)로 구성
 
  ⊙ 수도: 아부다비
 
  ⊙ 면적: 8만3600㎢
 
  ⊙ 인구: 600여만명(2009년·UAE 현지인 120여만명)
 
  ⊙ 독립일: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 1인당GDP: 약 5만 달러(2010년 4월 IMF추정)
 
  ⊙ 주요자원: 원유(매장량 978억 배럴·세계5위), 천연가스(매장량 213조 입방피트·세계5위)
 
  닭보다 먼저 일어나고 닭보다 늦게 잤다
 
공사에 들어가기 앞서 체조를 하는 근로자들.
  이곳 현장에는 작년 여름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3km의 간격을 둔 신설공장과 기존 비료공장을 컨베이어 장치로 연결하는데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난 것이다. 김택규 부장의 말이다.
 
  “두 공장 사이에 송유관과 가스관 수십 개가 매장돼 있었어요. 공사 전에는 전혀 몰랐죠. 컨베이어 벨트를 지지하는 기둥을 땅 밑에 박아야 하는데 포클레인을 동원할 수 없었어요. 할 수 없이 삽으로 땅을 파냈습니다. 그것도 한여름에요. 5분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죠. 공사는 한낮을 피해 계속됐습니다. 당시 우리는 닭보다 먼저 일어나고 닭보다 늦게 자는 그야말로 ‘가축적인 생활’을 했지요. 몇 달에 걸쳐 마침내 지지대 300개를 세웠어요. 컨베이어 설치 공사가 끝난 후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얼싸안고 ‘눈물 파티’를 했지요.”
 
  컨베이어 설치 공사는 완공됐지만 후유증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공기(工期)가 서너 달 지연된 것이다. 대규모 공사의 경우 하루 지연금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 한달 공기가 연장되면 금전적 피해는 상당하다.
 
열사의 땅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나이, 그대의 이름은 대한민국 건설용사(勇士).
  민병화 소장은 공사 지체로 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는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해 1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만회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공기가 늦어진 게 전적으로 우리 책임만은 아니에요. 발주처가 지하 매설물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주지 않았어요. 설계를 우리가 했다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거예요. 어쨌든 공사 책임자는 본인이니까 할 말은 없어요. 끝까지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직원들에게 가끔 ‘군대 생활보다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경험이 삶의 고난을 헤쳐 나가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해요. 사실 한국 직원들은 100m를 달리는 속도로 1000m를 달리고 있어요. 다행히 직원들이 큰 불만 없이 잘 따라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직원들에게 주말 외에 2주일에 평일 하루를 쉬게 해요. 정신적으로 편안한 시간을 가져야 힘이 나거든요. 특히 이곳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민 소장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기분을 풀기도 하고 숙소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날씨 탓에 맥주 한 병만 마셔도 금방 취한다.
 
카타르 요소비료공장 건설공사를 총괄지휘하는 민병화 소장, 이남호 상무, 김택규 부장(왼쪽부터).
  민병화 소장은 1만4000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관리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니까 그만큼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외국인 근로자들은 특히 음식에 예민해요. 과거 일이지만 식사가 잘못 나와 폭동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한국 직원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밥을 같이 먹는 경우도 많아요. 근로자들은 돈에도 민감하죠. 얼마 전 카타르 거래은행이 돈을 늦게 인출해 주는 바람에 월급을 하루 늦게 지급했어요. 돈을 못 받은 근로자들이 웅성대며 곧바로 반응하더군요. 즉각 근로자 대표들을 불러 상황을 설명했더니 별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노하우가 필요해요.”
 
  카타르 비료공장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캠프 세 곳에서 살고 있다. 자체 캠프에 6500여 명이 거주하고 나머지는 임차한 숙소에 상주한다. 캠프는 모래사막에 들어선 작은 마을과 같다. 소방시설도 있고, 병원도 있다.
 
  근로자들은 출퇴근할 때 버스로 이동한다.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버스는 100여 대다. 캠프관리와 노무를 담당하고 있는 서영덕 대리는 “땅거미가 질 때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움직이는 버스를 볼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라며 “수많은 근로자들이 가족을 뒤로하고 희망찬 내일을 꿈꾸는 모습을 보며 밀려오는 향수(鄕愁)를 달래고 있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카타르 인접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도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1977년 UAE에 진출한 이래 발전·항만·건축 분야에서 총 34건, 수주액 20억 달러어치의 공사를 끝냈다. 현재 시공 중인 공사는 11건으로, 수주액은 73억 달러 규모다. 작년말 한국전력이 수주한 원전(原電) 공사를 맡은 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전은 2020년 완공 예정이다. 현재 공사를 위한 시설물 설치작업이 진행 중이다. 본격 공사는 내년부터 시작된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건설업계 주간지 에 따르면, GCC국가(UAE·사우디·카타르·오만·쿠웨이트·바레인 등 걸프만 인접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공사를 발주하고 있는 국가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순이다. 당분간 UAE는 세계 건설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현대건설이 현재 UAE에서 가장 크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부다비 통합가스처리시설 공사(IGD-5)’이다. 현대건설은 가스처리단지의 전력, 저장, 폐수처리 시설 등을 건설한다. IGD-5 공사의 발주처는 아부다비 국영 가스회사다. 공사계약 금액은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이다.
 
  기자는 카타르항공편을 통해 아부다비공항에 도착했다. 비행 시간은 40분에 불과했다.
 
  이혜주(李惠主) 현대건설 아부다비 지사장(支社長)을 만났다. 그의 말이다.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나라가 UAE 아부다비입니다. 최소 600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아부다비 정부는 국가개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부다비 비전 2030’을 발표했는데, 2030년까지 사회인프라를 구축하고 산업시설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입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제2의 중동 붐’의 현장이 될 것으로 봅니다.”
 
  IGD-5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현대건설 아부다비지사 김용호 과장이 동행했다. 공사현장은 아부다비에서 남서쪽으로 140여㎞ 떨어진 합샨(Habshan)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아라비아만 해역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이곳으로 옮겨진 후 ‘산업가스’로 정제된다. 산업가스는 다시 르와이스 산업단지로 전달돼 그곳에서 각종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져 해외로 수출된다고 한다.
 
  IGD-5 가스처리 공사현장은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 도로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앞서 가는 차량이 모래먼지를 일으키면 앞이 전혀 안 보였다. 현장 사무실 정문에 들어서자 UAE 국기와 태극기가 조기(弔旗)상태로 걸려 있었다. 방문 당일 세상을 떠난 UAE 토후국 라스알카이마의 샤이크 국왕을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공사 책임자인 김용묵(金容默) 상무와 김영기 관리부장, 안성준 품질관리부장이 공사 현황을 설명해 줬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공사의 현재 공정률은 20%로 초기단계라고 한다. 완공 시점은 2013년 5월이다. 김용묵 상무는 “현재 공사는 예정보다 2개월 앞서 진행되고 있다. 모범적인 현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모래먼지가 너무 심하다”고 하자 김영기 관리부장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3~6월 사이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요. 모래언덕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죠. 먼지 때문에 천식환자가 많아요. 이곳 사람들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한여름이고, 4월부터 9월까지는 지옥(地獄)’이라는 말을 자주 해요. 그만큼 덥다는 얘기죠. 한여름에는 숨쉬기도 어려워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공사는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김용묵 상무는 “현대건설 직원 55명과 한국의 12개 협력업체 관계자는 서로 의지하며 단결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IGD-5 공사현장에는 STX가 철골과 배관, 구산·효동·태암은 토목, 성창·백석은 기계분야, 신연은 파이프 건설, 대영EMC는 도장분야, IWI는 배관, 대명은 기계장치, HOWSYS는 건물 냉난방을 맡고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허벅지를 찌르면 똑같이 피 흘려
 
UAE 아부다비 통합가스처리시설 공사 현장을 맡고 있는 김영기 관리책임자, 안성준 품질책임자, 김용묵 공사책임자, 최한중 STX협력업체 소장(오른쪽부터).
  IGD-5 공사현장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2500여 명이다.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에서 온 근로자들이 대다수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인력은 최대 6000여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각국 에이전트를 통해 공급받는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월급은 국가별·직종별로 다른데 단순 근로자는 20만~30만원, 숙련공은 1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평균 50만원 수준으로 보면 된다.
 
  김용묵 상무는 “현재 6000여 명이 숙식할 수 있는 베이스 캠프를 짓는 데 600억원이 들어간다”며 “근로자 편의를 위해 거액을 쓰고 있다”고 했다. 캠프는 공사가 끝나면 철거된다. 그러나 인근지역에 다른 공사가 시작되면 재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IGD-5의 현장 사무실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게 깨끗했다. 사무실 바닥에는 타일이 깔려 있었다. 사무실 청결과 근무자의 건강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안성준 품질관리부장의 설명이다.
 
아부다비 통합가스처리시설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배관시설 작업을 하고 있다.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해요. 공사시한을 맞추고 성과를 내려면 외국인 근로자를 철저히 연구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해요. 그래야만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갈 수 있지요. 개별국가의 문화에 대해서도 공부가 필요해요. 태국사람들은 머리에 손대는 것을 아주 싫어하죠. 인도사람들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우리나라는 그 반대이지요. 그래서 오해가 종종 생겨요. 이슬람교도들은 운전을 하다가도 기도할 때가 되면 차를 세워 놓고 메카를 향합니다. 얼마 전 저의 운전수도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차를 세운 후 제게 ‘사원(寺院)에 다녀오겠습니다’고 하더군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그들도 우리처럼 허벅지를 찌르면 똑같이 피를 흘리는 ‘사람’입니다.”
 
  공사 현장을 둘러본 후 아부다비로 향할 무렵 벌겋게 물든 태양이 사막 지평선에 걸려 숨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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