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중평화포럼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 : 월간조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주최하고 중국정경문화연구원(이사장 李映周) <월간조선>이 공동 주관한 한중 전문가 포럼이 9월 28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선 천영우(千英宇)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기조연설을 한 뒤, 정종욱(鄭鍾旭) 전 주중대사(동아대 석좌교수)가 ‘한반도 통일이 한중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왕지쓰(王緝思·Wang Jisi)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북핵 문제 및 당면 한중 관계’를 각각 발제했다.

사회는 서진영(徐鎭英) 고려대 명예교수, 니펑(倪峰·Ni Feng)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이태환(李泰桓)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지해범(池海範) 조선일보 중국 전문기자, 김강일(金强一) 옌볜대 동북아연구원 원장, 쑨젠항(孫建杭·Sun Jianhang) 중국공산당 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박승준(朴勝俊) 인천대 교수, 유호열(柳浩烈)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했다.

“남북한 통일은 한중 윈윈게임”

“통일이 되면 북한은 동북아 산업의 인프라가 될 겁니다. 북한 전역은 공사장으로 변하겠지요. 한반도 인력과 중국으로 떠난 탈북자들만으로는 노동력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자연스레 중국 인력으로 충당하게 될 겁니다.”

천영우 외교통상부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남북통일이 한중 양국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차관은 “중국의 지속적 고도성장을 유지하는 데 평화로운 주변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들었다”라며 “중국발전에 북한의 핵무장과 군사적 모험주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와 토론 요지.

제1주제 ‘한반도 통일이 한·중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 정종욱 전 주중대사 발제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기대를 깬 것은 천안함 폭침사건이다. 여러분도 잘 아는 바와 같이 중국은 천안함 사건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걸 막아 왔다. 많은 사람이 이게 무슨 전략적 동반이냐 우리 정부가 너무 앞서 갔던 것이 아니냐,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너무 몰랐고 중국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알 만한 중국 사람들은 중·북 관계에 대해 말을 아낄 정도이다. 중·북 관계는 특수한 관계 이상으로 특수하다. 몇 가지 예를 들겠다.

中·北관계는 특수관계 이상의 특수관계

1971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서 마오쩌둥(毛澤東)을 만나고 미국·중국 간 화해를 여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록을 보면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키신저 미 국무장관을 만난 직후 평양에 간다. 저우언라이가 암을 앓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도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나고 북한 당국자를 만나서 미국·중국 관계 진전을 설명한다.

또 하나 예는 내가 중국대사 할 때 얘기다. 황장엽씨가 망명을 해서 35일 동안 이야기를 하고 협상이 잘돼서 베이징을 떠났다. 당시 중국은 황장엽씨의 한국 송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김정일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때 내가 대사로서 중국 외교부의 실무 부부장 이야기를 들으려고 가면 북한 대사가 항상 먼저 와 있었다. 김정은 시대에도 북·중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를 단시일 내 기대하긴 어렵지 않으냐고 했는데, 나도 북·중 관계는 김정은 시대에도 변함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8월 말 김정일의 방중(訪中) 때 신문보도를 보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이 있지 않았나. 그는 “김정은 시대에도 조(朝)·중(中) 간 대를 이어 친선을 유지하는 것이 양국 간 역사적인 창구(窓口)다”라고 했다. 북한 감싸기를 이어 가겠다는 얘기다.

새로운 생각이 아니면 통일은 불가능

한중평화포럼 개막식. 왼쪽부터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영주 중국정경문화 연구원 이사장,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 정종욱 전 주중대사.

남북한의 통일은 올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냉전 틀에 박혀서 통일에 대한 절박성이나 필연성에 의해 상당히 감각이 둔해진 측면이 대단히 많다. 평통이 해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생각이 아니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또 하나는 통일에 있어 중국 역할이 필연적이다. 통일을 열어 나가는 단계마다 중국 협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통일이 갑자기 혹은 점진적으로 다가온 후라 하더라도 중국 협력 없이는 벅찬 도전이 될 수밖에 없고 통일의 범위가 굉장히 희석될 수밖에 없는 그런 점을 알아야 하겠다.

통일은 가능하다. 급변사태에 의한 통일은 우리도, 중국도, 미국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남북한 합의에 의한 평화적인 통일이다.

그런 가능성을 끌어내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는 게 가장 절실한 과제다.

중국 자신이 분단국가이다. 성격이 다르지만 분단국가인 동시에 한반도 분단에 자의든 타의든 기여한 측면이 있어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는 것도 중국이다. 통일이 이뤄진다면 연해주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자본과 기술, 노하우를 가진 새로운 경제협력 지대가 될 것이다.

▶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토론

지역안보인 동북아 안보는 ‘화평발전(和平發展)’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동북아의 평화가 곧 공동의 이익이다.

북한이 열악한 상태로 계속 방치돼 남북 간 불균형이 심화되면 안정 상태는 깨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괜히 일으켰겠는가.

미국과 중국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한, 미·중 관계는 동북아 평화에 가장 핵심적인 변수다. 한반도의 통일은 미국, 중국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통일 후 얻을 경제적 효과도 막대하다. 철도를 통해 시베리아와 중국으로 갈 수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중국이 그렇게 원하는 태평양 진출에도 도움이 된다.

▶ 지해범 조선일보 중국 전문기자 토론

중국은 G2라고 해서 국제적 위상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의 도움 없이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앞서 나왔다. 나는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의 교집합을 찾아 그걸 늘리는 데 통일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집합은 무엇인가.

김정일은 안정적 권력승계의 대상인 김정은을 데리고 4박5일간 중국을 다녀왔고, 후진타오 주석에게도 소개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김정은의 손을 잡고 지린(吉林) 화학석유공장, 창춘(長春)의 농업시설 등 중국의 앞선 산업현장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경제공부를 시킨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만찬에서 ‘북한은 개혁개방, 대외개방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한이 내세우는 게 자립갱생인데, 결례를 범하는 게 아닌지 우려될 정도로 강하게 대외합작을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김 위원장은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창지투, 창춘-지린-두만강) 지역에서 ‘이곳에 관심이 많다’라고 했다고 한다. 창지투 개발에 북한이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다. 만약 창지투 개발과 북한이 올 초에 선전한 나진·선봉 특구가 연결되고, 거기 한국 기업이 참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 차원에서 이 일을 추진한다면 한국이 중국에 대한, 중국이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외교를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가 교집합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 김강일(金强一) 옌볜대 동북아연구원 원장 토론

정 교수의 논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공감하는 부분은 제외하겠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중국이 북한을 감싸고 돈다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중국과 한국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중국의 학계 흐름, 중국이 북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발표하겠다.

우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을 변화시키자’라는 게 중국 학계 흐름이다. 특히 경제적 흐름을 통해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이 변화를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로 한국 국민들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핵 문제, 천안함 사태 모두 미국이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은 이 두 사건을 통해 미·일 동맹, 이란 동맹의 강화 효과를 봤다. 이로 인해 중국의 남해 문제나 싱가포르 문제에도 공공연히 개입하려고 한다.

미국은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통제한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가 문을 열고 협력적이어야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과 중국의 전략이 대치되고 있다. 이 구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요즘 여론 문제에는 한국의 책임도 있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훈련을 하고, F22까지 동원해 동북아와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저의를 내비쳤다. 나는 이번 군사훈련을 보면서 과잉대응이 아닌가 싶었다. 북한 군사력이 어느 수준인지 아는데 저만큼의 군사력을 데리고 훈련할 필요가 있을까, 그 훈련의 대상이 중국까지라는 게 아니라면 거짓말일 것이다.

▶ 쑨젠항(孫建杭) 중국공산당 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중 간 이해가 다르다는 점이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에 100%의 증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북한의 소행이라면 북한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실제로도 완벽한 증거는 없지 않은가.

이처럼 다른 견해가 있다더라도 전략적 협력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 개별 사건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여지는 있다.

북한은 우리와 한국이 수교 맺을 당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 측과 협의를 맺으면서도 북한과 계속 접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수교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만약 우리가 북한과 그렇게 특별한 관계이고 그들의 이해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면 수교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핵무기에 대해 상부에서부터 일반국민까지 전부 반대한다.

그러나 미국·남한·일본이 함께 북한에 압력만 가해서는 문제해결은 되지 않을 것이다. 서로 적대적인 국면을 완화시켜야지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북한에 급변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이득보다는 장기적인 피해가 클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제2주제 ‘북핵 문제 및 당면 한중 관계’

◆ 왕지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발제

북핵 문제는 국제 문제이기도 하고 북한의 내부 정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북한 지도층이 핵무기 개발에 따른 대가와 위험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핵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 집권층의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된다면 그건 내부 정치적으로 변화가 생겨야지만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저희는 바라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은 핵계획을 정치적 유산으로 삼아 차세대 지도자에 물려줄 것이다. 세 가지 전망을 해 볼 수 있다.

첫째, 새 집권층이 당면 정치체제와 국정방침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다. 핵보유는 물론 가일층 발전시키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방안이다. 둘째는 새 집권층이 정치·경제 국면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북한 정국에 큰 불안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한국 등 외부세력이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줄곧 어떤 시기에 군사공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기지를 점령, 핵시설을 파괴할 준비를 해 왔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에도 위반되고 막대한 위험부담이 따르는 등 취할 바가 못된다.

셋째, 내외 압박하에 새 집권층이 현행 대내외 정책을 대폭 개선하는 것이다. 핵보유의 득보다 실(失)이 크다는 것을 마침내 인식함으로써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시나리오 중 가장 좋은 전망이다. 세 번째 전망을 노력하여 이뤄 내야 한다.

중·북 관계는 한중 관계보다 특수하고 좋아

중·한 양국은 모두 북한의 비핵화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공통적 견해가 많았는데 최근 서로 다른 견해들이 나왔다.

첫 번째 차이점은 양국의 전략적 관심, 전세계 전략적 고려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북핵 문제를, 북한의 군사적인 확장을 주요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중국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 심히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변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정에 있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중국 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둘째 차이는 북한에 대한 시각에 있어 양국이 좀 다르다. 중국은 한국과 이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북한과도 전통적인 우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 건국 이전부터 저희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북한이 얼마나 친밀한 관계였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아주 많다. 북한의 한 지도자께서 정치적 원인으로 중국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러한 문제는 중·북 간 특수한 관계가 있단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북 관계는 한중 관계보다 더 특수하고 좀 더 좋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중국 정책 연구가들은 지도자들로부터 북한의 견해들을 들을 기회를 굉장히 많이 갖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 의견에 영향받을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 듣게 되는 북한에 대한 평가들을 보게 되면 북한을 우호적인 국가로 전혀 보지 않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을 합법적 국가나 어떤 평등한 협력의 대상으로 전혀 보지 않는다. 중국은 권고하는 입장에서 말을 하는데 한국·미국·일본은 권고보다 압력을 가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

중국 국민 중 북핵 긍정적인 사람 많아

세 번째 차이는 한중 간 미국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 제도도 미국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중·미 관계를 보면 굉장히 복잡한데 먼저 미국은 중국에 있어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을 최대 안보위협국으로 본다. 한국과 미국은 군사적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 중국은 미국을 위협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미국을 대하는 태도가 한국·중국 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북핵 문제, 천안함 사건 등 이렇게 돌발적인 사태에 직면해서는 중국은 바로 미국을 생각한다. 미국이 없었다면 북한이 핵개발했겠나.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숨길 수 없는 사실은 북한이 핵을 갖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으론 반대하고 있지만.

네 번째는 정책의 연속성 차이다. 중국은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지도자 집단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져 내려왔다. 정책적 차이점을 지도자가 바뀌면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매번 대통령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에 있어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마지막은 최근의 변화들이다. 천안함 사건 후 중·한 관계에 여러 문제점 드러나고 있다. 민족주의 정서가 강화된 상황 속에서 언론이 이 민족주의 여론에 휘둘리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중·한 간 민족주의적인 감정대립이 심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11월에 열릴 G20에서 중·한 정상들이 한중 관계에 대해 더욱 큰 중요한 국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극복,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금융감독 시스템 구축, 무역관계의 발전 문제를 논의하기 바란다.

▶ 박승준 인천대 교수 토론

천안함 사건에 중국이 대응한 걸 보고 대단히 놀랐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만드는 데 중국이 힘을 발휘해서 기어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고 쏜 원인 제공자가 북한이란 것을 적시하지 못하게 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해 합동 군사훈련을 하려는 것도 중국이 강렬한 표현으로 반대해서 못하게 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작년에 베이징 가서 중·미 관계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관계라고 했다. 영어로 찾아보면 cross river in the same boat, 같은 배를 타고 간다는 거다. 이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도 동의했는데 그렇다면 중·미가 합의한 동주공제 중에서 한반도 ‘공제’는 예외란 말인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동북지방 방문 때 중국이 북한 대하는 걸 보면 중국이 이제 중·북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을 분리하기로 한 거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 중국 최고 수뇌부가 중·북 관계와 북한 핵문제를 구별하기로 한 것인지 들려 달라.

한중 관계를 되돌아보면 마오쩌둥 시대의 한중 관계가 있었고 덩샤오핑 한중 관계도 있었는데 천안함 사태 때 보니까 덩샤오핑 한중 관계도 지나갔고 후진타오 한중 관계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오쩌둥 시대엔 적대적이었고, 덩샤오핑 땐 서로 접근했는데, 후진타오 시대에는 또 새롭다.

한중 관계도 흔들리고 중·미 관계도 아니라면 앞으로 남북한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중·미 관계 틀 안에서 보는 앞으로 남북한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또 일·중 간 센카쿠 열도 사건을 보고 많은 사람이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어디로 갔는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대가 바뀐 것인지 말해 달라.

▶ 유호열 고려대 교수 토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맞물려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보호주의적 경향으로 치우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북한의 모험주의적 강경 노선을 방조하거나 지원하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보유 의지 천명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 필요성을 강화해 준다. 그건 결국 동아시아 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게 한다. 왕 교수도 말했듯 이건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배치되는 것 아닌가.

천안함 사건 전까지 한중 관계는 순탄했다. 사태 이후 중국 입장은 한국 관점에서 보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천안함에 대한 부정확한 이론, 한국 내에서 제기되는 의구심 이런 걸 근거로 국제 조사단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주목하지 않는 태도는 중국이 한반도 정책에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한다.

중국 지도부가 북한을 향해 개혁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고 듣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중국 측의 실질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북한 김정은 시대 이후의 권력구도가 좀 더 개방적이고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토론

왕 교수는 북핵 해법에 있어 장기적으로 북한의 새로운 정권이 북핵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만약 북한이 경제개혁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할 것인지에 의문이 든다. 파키스탄 사례가 보여주듯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규모 원조를 해 줬음에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 대립관계는 여전하고 파키스탄은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북핵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와 같은 북핵 문제의 원인인 군사적 대립 관계도 남북한, 미국·중국 간 군사적 적대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본다.

북한도 지금 자신들의 핵개발 목적이 한반도 군사적 적대관계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이 문제를 고민해야 된다. 내가 볼 때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북한의 안보적 과제와 한국의 안보적 과제를 서로 교환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안보와 경제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안보와 안보로 바꿔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요인들이 해소되기보다는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이 항공모함 보유계획을 밝히고, 동중국해에서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등 급속한 군사적 증강을 하고 있다. 여기 맞대응해서 미국도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정말로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 의사가 있다면 미국·중국 간 군사적 해법, 적어도 한반도 문제만에 있어서라도 전략적 타협을 이뤘으면 한다.

▶ 왕지스 원장 답변

박승준 교수가 중·미 관계는 동주공제라고 말했었다라는 것인데, 이건 정치학자의 말이다. 어떤 중국 전문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고 했다. 중·미 관계는 동주공제라는 비유보단 동상이몽이 더 적합하지 않은가.

중국은 오바마가 대중정책 바꿨다고 의심

아무리 좋더라도 끝까지 좋고 나쁜 것은 없다. 중·미 관계는 계속 기복이 있다. 현재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시각차로 중·미 관계가 좋지 않은 쪽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연초부터 타이완에 무기판매를 결정했고,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중국에 압력을 넣고 있다. 중국은 오바마 정부가 대중정책을 바꾼 거 아니냐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한국 쪽에서도 이 문제에 있어 많은 불만이 있는 걸로 안다. 천안함 사건 후 한미 간 군사훈련을 치렀는데 한국에선 먼저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훈련에 참여시키겠다고 발표했었고 군사훈련을 황해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은 굉장히 불만이었다. 내가 아는 고위관리가 해 준 말인데, 미국은 한국에서 군사훈련을 하기로만 결정했었고 조지워싱턴호를 파견할지는 결정 못했다고 한다. 미국은 굉장히 수동적이었다고 한다. 한국 근해에서 훈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싫어하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미훈련 계획은 중국 내에서 대미 비판 목소리를 키웠고, 이러니 미국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아닌, 한국 언론에서 그렇게 감정적 대응을 키웠다.

1부 행사에서는 정종욱 교수가 ‘한반도 통일이 한·중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중국 측 토론자들은 천안함 사건, 한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시각 차가 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이태환, 지해범, 서진영(사회), 정종욱, 쑨젠항.

중국은 도광양회 계속 유지

중국이 도광양회를 포기했냐고 물었다. 중국 경제는 신속히 발전해 왔고 규모도 일본을 앞섰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 총량이 10~20년 후엔 미국도 추월할 거라고 추산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굉장한 자신감에 차 있다. 나중에 1인자가 될 수 있단 자신감도 있다. 그 감정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지도자들이 생각하기로는 중국은 1, 2인자가 될 수 있다기보다 여전히 개발도상국인 가난한 나라다. 그래서 도광양회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이런 감정들, 과도한 자신감이 있다 해서 정책에 영향을 주진 못한다. 중국은 미국과 투쟁할 생각이 없다. 댜오위다오 문제 등에서 민족주의적 목소리가 강해질 건 틀림없지만 앞으로 일정 기간 흐르면 중국은 아마 우리가 잘 아는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평화 발전을 추구하는 과거의 중국으로 말이다. 중국이 바르게 발전하지만 우리가 정책적으로 얼마나 많은 수단을 갖고 있느냐는 건 다른 문제다.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이 북핵, 대미 문제에 더 많은 수단을 가진 것은 아니다. 내가 볼 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중국 경제가 빨리 발전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새로운 국내 문제들이 생길 것이다. 다른 국제 문제에도 직면할 것이다.

경계심을 가지고 이런 반응에 대해 주변 변화들이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예의 주시할 것이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도광양회, 나도 추구할 것이지만 모든 중국인이 나와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중·미 관계, 중·일 관계에 사실 좋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면 북한 국내 변화는 더 이루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 대북 관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