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알 카에다가 9·11 테러와 함께 동시에 추진한 ‘駐韓美軍기지 공격작전’ 관련 主犯들의 ‘진술요지文書’ 세계최초 입수 : 월간조선

2001년 8월 16일 미국의 FBI(연방수사국)는 미네소타의 조종 훈련소에서 교육을 받던 모로코계 프랑스인 자카리아 무사위를 이민법(移民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수사관들은 그의 방에서 개인 컴퓨터, 칼, 점보 여객기의 매뉴얼을 발견했다. 무사위를 FBI에 신고한 사람은 비행교관 크라렌스 프레보스트 씨였다. 그는 무사위가 조종술을 공부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고 사소한 것만을 묻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FBI 수사관은 무사위의 컴퓨터와 거실(居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상부에 건의했으나 거절당했다.

그해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가 있고 나서야 무사위가 알 카에다에서 파견한 요원으로서 비행기 납치를 위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만약 FBI가 그의 개인 컴퓨터를 수색했더라면 9·11 테러의 음모를 사전(事前)에 알아내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재판에 넘겨진 무사위는 2006년에 ‘감형(減刑)이나 사면이 없는 여섯 번의 종신형(終身刑)’이 확정됐다. 연방법원의 버지니아 동부지원이 관할한 재판에서 검사나 변호사들은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에서 조사를 받던 알 카에다 조직원들에 대한 신문(訊問)기록을 열람할 수 없었다. 미군은 보안상의 이유로 수사기록 제공이나 수사관 면담 및 증언을 거부했다. 법원도 이를 수용했다. 변호사들은 다만 군 수사기관이 제공한 알 카에다 요원 신문기록의 요약본을 제출할 수 있었다.

9·11 테러를 기획하고 관리했던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KSM이란 약자로 더 유명해진 인물)에 따르면 무사위의 역할은 9·11의 후속(後續) 테러 담당이었다고 한다. 무사위를 신고한 비행교관은 2년 전에 500만 달러의 신고 포상금을 받았다.

KSM 진술요지 발견

9·11테러에 연루돼 종신형을 선고받은 자카리아 무사위.

이 사례는 미국의 법원이 국가 안보상의 범죄일 경우 수사정보의 비밀 유지를 위해 얼마나 배려를 많이 해 주는가를 잘 보여준다. 한국의 변호사들은 대공(對共)수사기관이 신문 중인 간첩혐의자를 찾아가 만날 수 있다. 간첩이 일단 자백했다가 변호사를 만나고 오면 진술을 뒤집는 수도 있다.

2006년 7월 31일 미국 법원은 무사위의 재판기록 1202점을 법원 인터넷 사이트(court's web site)에 올려 공개했다. 필자는 이 자료를 검색하다가 9·11 테러를 기획, 지휘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의 진술서 요약본을 읽게 됐다. KSM은 알 카에다 두목인 빈 라덴에게 9·11 테러의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테러요원들의 선발, 교육, 작전 등을 총괄한 핵심인물이다. 파키스탄 당국은 2003년 3월 그를 체포, 미군에 넘겼다. 폴란드에 있는 CIA 감옥에서 조사를 받은 뒤 쿠바 내 미 해군기지 관타나모에 수용되어 있다. 그는 신문을 받을 때 물고문을 여러 차례 당했다고 한다.

이 ‘KSM 진술요지’엔 9·11 테러의 일환으로 추진된 ‘동남아시아 작전계획’에 대한 증언이 실려 있다. 이 작전의 개념은 뉴욕 공격과 타이밍을 맞추어 도쿄나 홍콩 등 아시아 공항에서 미국 국적의 여객기를 납치해 주한(駐韓) 미군기지와 도쿄의 미국 대사관 등에 충돌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작전의 개략적인 성격에 대해 필자는 작년 5월호 월간조선(月刊朝鮮)에 기사화한 적이 있다. 이번엔 이 작전의 기획·실무자 두 사람의 진술 요지를 추가로 확보해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 수 있게 됐다. 빈 라덴이 중간에 마음을 바꾸지 않았으면 9·11 테러와 동시에 용산 미군기지 등에서 대참사가 났을 것이다. 무사위 재판정에 피고인의 변호사가 제출한 ‘KSM 진술요지’는 미군 수사당국이 변호사에게 보여준 진술 자료들을 정리한 것이다. 진술요지의 일부를 인용한다.

미국과 동아시아에서 同時테러 發想

미국 법정에 제출된 주한미군 기지 테러 계획의 주모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와 실행책임자 할라드의 진술요지.

<모하메드는 9·11 테러에 이르게 된 계획의 발전과정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그는 1994년에 (필리핀에서) 람지 유세프(KSM의 사촌.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파범. 복역중) 등과 함께 ‘보징카 작전’을 추진했다. 이 작전은 김포공항 등 동(東)아시아에서 이륙한 12편의 미국 여객기에 폭탄을 설치, 태평양상에서 폭파시키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이 들통난 후 모하메드는 1996년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빈 라덴을 설득하려고 했다. “돈과 공작원들을 제공해 주면 미국에서 열 대의 비행기를 납치, 동부 및 서부지역의 각 5개 표적물을 공격한다”는 설명을 들은 빈 라덴은 실현성이 약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1999년 3월 혹은 4월에 빈 라덴은 생각을 바꾸고 모하메드를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로 불렀다. 빈 라덴은 모하메드에게 “그 계획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알 카에다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즉석에서 네 사람을 납치·자살테러 공작원으로 추천했다. 왈리드 모하메드 살리 빈 아타시(별명 ‘할라드’), 아부 바라 알 야마니, 할라드 알 미드할(‘미드할’), 그리고 나와팔-하즈미. 모하메드와 빈 라덴, 그리고 이 계획에 관계하게 된 알 카에다의 고위 간부들은 이 계획을 ‘비행기 작전’(Planes Operation)이라 부르기로 했다.

1999년 봄에서 여름에 걸쳐 모하메드는 작전을 수정하게 됐다. 그 이유는 할라드와 아부 바라는 예멘 국적을 갖고 있었는데 미국 입국(入國) 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모하메드는 그래도 이들이 ‘비행기 작전’에 관계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작전을 두 개로 쪼개어 두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보징카 작전’을 기획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작전의 제1부는 미국 공격이었다. 당시엔 아직 누구를 보낼까 결정되지 않았지만 상당수 공작원을 미국으로 파견, 미국 국적의 여객기를 납치, 미국 내 목표물에 충돌시키는 계획이었다. 모하메드와 빈 라덴은 1999년 중반 이 작전에 미드할과 하즈미를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그때 미국 입국 비자를 받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비행기 작전’의 제2부는 ‘보징카 작전’의 축소판이었다. 알 카에다 공작원들이 태평양 항로(航路)를 다니는 미국 국적의 여객기들을 납치, 미국과 거의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테러)작전을 감행해 심리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로 했다.

모하메드는 비자 발급의 난이도(難易度)를 계산해, 미국 작전엔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들을, 동아시아 계획엔 예멘 국적의 할라드와 아부 바라를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할라드는 미국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된 적이 있어 미국 작전에는 쓸 수가 없었다.>

駐韓美軍 기지와 도쿄의 미국 대사관

구글 어스를 검색하면 주한미군 기지의 위성사진이 생생하게 보인다.

필자는 법정에 제출된 위의 KSM 진술요지(I)보다 더 자세한 기록을 볼 수 있었다. 2004년 미국 정부는 9·11 테러를 주도한 KSM과 할라드 등 알 카에다 간부들을 체포, 비밀기지에 수용시켜 놓고 집중적인 신문(訊問)을 하고 그 요지를 관련국에 통보했다. 미국 정부가 노무현(盧武鉉) 정부에 제공한 KSM과 할라드의 진술요지엔 9·11 테러의 일환으로 계획된 주한(駐韓)미군 기지에 대한 비행기 공격 계획이 더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9·11 테러의 총괄지휘자인 모하메드는 이 ‘진술요지(II)’에서 처음엔 공중폭파를 생각했다가 왜 주한(駐韓)미군 기지를 공격하기로 했는가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미국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시간대를 택해 동아시아에서 미국 국적의 여객기를 납치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비행 편수가 많지 않아서였다. 한두 대의 여객기를 납치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주한미군 기지와 도쿄의 미국 대사관을 목표물로 설정했다. 나는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여행안내 책자, 인터넷 웹 사이트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정부 사이트에 올라 있는 주한미군 기지와 시설에 대한 정보가 풍부했다. 나는 이 정보를 알 카에다의 지휘부인 빈 라덴과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알 카에다 군사부장. 2001년 11월에 미군 폭격으로 사망)에게 건네주었다.

빈 라덴과 아부 하프스는 특정한 표적을 선택하진 않았으나 최대한 많은 미군이 거주하는 시설을 선호(選好)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도쿄의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기가 어려우면 후보로 재일(在日) 미군기지도 고려했다. 나는 무기를 숨겨서 비행기에 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9·11 이전엔 폭탄이나 무기를 갖고 있다고 협박만 해도 쉽게 비행기를 탈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9년 12월, 나는 (주한미군 기지 등의 공격 임무를 맡은) 할라드와 아부 바라를 동남아시아로 파견, 미국 국적 여객기가 동아시아 노선(路線)에서 어떤 보안조치를 취하는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알 카에다의 쿠알라룸푸르 頂上회의

2000년 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있었던 알 카에다 정상(頂上)회의 참석자들. 맨 윗줄 맨 오른쪽이 한국판 9·11 작전 기획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가운데 줄 맨 왼쪽이 실행자인 할라드, 맨 오른쪽은 발리 폭탄 테러 배후 조종자 함발리.

법정에 제출된 KSM의 진술요지(I)에 쿠알라룸푸르 회의가 나온다.

<2000년 1월 할라드, 아부 바라, 하즈미 세 사람이 파키스탄의 카라치로부터, 미드할은 예멘으로부터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 회동했다. 할라드와 아부 바라의 임무는 미국 국적 여객기의 보안태세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위의 네 사람은 순교(殉敎)하기 위해 자원한 상태였다. 구체적인 임무는 몰랐지만 할라드와 아부 바라는 동아시아 작전에, 미드할과 하즈미는 미국 작전에 투입될 것이란 정도는 알았을 것이다.>

이 진술요지는 부분적인 것이다. 9·11 테러 이후에 전모(全貌)가 드러난 알 카에다의 이 쿠알라룸푸르 회의는 ‘알 카에다의 정상(頂上)회담’으로 불린다. 아프가니스탄에 본부를 둔 알 카에다와 동남아시아 회교국가권의 이슬람 테러조직이 연대해 일을 꾸민 것이다. 이 회의를 주재한 것은 KSM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보당국은 1월 5~8일 사이 콘도에서 이뤄진 이 회의를 감시하고 참석자들 사진도 찍었다. 이 자료를 미국 CIA에 제공했으나 CIA는 회의의 중요성을 간과(看過)해 9·11 테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참석자들은 12명 이상이었고 국적(國籍)은 이집트, 파키스탄, 사우디, 예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인도네시아인 함발리는 JI(제마 이슬라미야)라는 테러조직의 두목이었다. 그는 알 카에다와 협력해 동남아시아에 이슬람 원리주의 정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KSM은 9·11 테러 이후 전개될 후속 테러에 함발리의 조직을 참여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 함발리는 2000년 여름 별도로 싱가포르에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자폭(自爆)테러를 계획해 알 카에다의 군사부장 아부 하프스에게 건의했고 지원을 약속받았다. 싱가포르 당국은 9·11 테러 직후 이 계획을 적발했다. 함발리는 발리 자폭 테러에 연루되어 수배 중이던 2003년 8월 태국 당국에 체포되어 미국에 넘겨졌다.

쿠알라룸푸르 회의에선 그해 가을에 발생한 예멘 아덴항 정박 미군 구축함 콜호 자폭공격 계획에 대한 토의도 있었다. 알 카에다의 공격으로 17명의 미 해군이 죽었다. KSM은 쿠알라룸푸르 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할라드와 아부 바라에게 주한미군 기지 공격을 위해 사용할 미국 국적 여객기의 보안태세를 점검하도록 한 것이다.

테러의 天才, 김포공항에 주목

KSM은 이슬람 세계가 배출한 ‘테러의 천재(天才)’이다. 그가 2003년에 붙들리지 않았더라면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그가 기획한 테러의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는 1994년 필리핀에서 ‘보징카 작전’을 준비할 때 조립식 폭탄을 개발했다. 그의 사촌형(1차 세계무역센터 폭파 테러 주범)은 이때 폭탄의 부품들을 따로 분해해 이를 콘택트 렌즈 세척용 물약 등으로 위장, 휴대하고 탄 다음 비행기 화장실 안에서 시한(時限)폭탄으로 조립해 이를 의자 밑에 두고 내리는 실험도 했다. 일본행 필리핀 항공 점보기에 놓고 내린 폭탄은 제대로 터지지 않아 승객 1명만 사망했다.

KSM은 9·11 테러를 준비하면서 혁명적인 발상을 했다. 수십 t의 기름을 실은 여객기를 자살 테러범이 납치, 조종해 일종의 미사일로 활용하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의 성패(成敗)는 납치범들이 조종실에 들어갈 수 있느냐, 그리고 그런 자살테러 자원자들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KSM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보징카 작전’을 준비할 때부터 김포공항에 주목했다. 그가 시한폭탄을 두고 내리기로 작정한 12편의 여객기 중에 4편이 김포공항을 경유하거나 이곳에서 출발하는 미국 국적기였다.

<1. 노스웨스트 항공 30편: 마닐라∼서울∼LA.

2. 델타 항공 59편: 미국 포틀랜드∼서울∼타이베이∼방콕. 테러리스트는 서울 김포공항에서 탑승, 폭탄을 기내(機內)에 두고 타이베이에서 내린다. 폭탄은 타이베이에서 방콕으로 비행하는 도중에 터진다.

3. 유나이티드 항공 808편: 샌프란시스코∼서울∼마닐라∼서울∼샌프란시스코. 테러리스트는 김포공항에서 탄 뒤 마닐라에서 내린다. 폭탄은 비행기가 마닐라를 출발한 뒤 터지도록 시간을 맞춰 놓는다.

4. 유나이티드 항공: LA∼서울∼타이베이∼서울∼LA. 테러리스트는 김포공항에서 탑승, 폭탄을 장치하고 타이베이에서 내린다. 폭탄은 여객기가 서울로 가는 도중에 터진다.>

1995년, 음모자들이 일을 꾸미던 마닐라 아파트에 불이 나 경찰이 덮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수백 명의 한국인이 태평양과 남중국해 상공에서 폭사(爆死)했을 것이다.

마닐라-김포공항 정찰 여행

2007년 AP통신은 KSM의 진술서 일부를 입수해 그가 1994년에 폭약 등 부품을 품고 마닐라-서울 노선의 팬암 항공편에 탑승한 과정을 소개했다. KSM이 마닐라 공항에서 탑승절차를 밟으려 하자 한국 입국 비자가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는 “한국 대사관에서 비자가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둘러대어 탑승이 허용됐다. 그는 폭약인 니트로메탄을 13개의 콘택트렌즈 세척용 병에 넣고 이것들을 가방에 담았다. 뇌관으로 쓰이는 볼트는 발바닥에 붙이고 테이프로 감싼 다음 양말을 신었다. 이것이 금속 탐지기에 걸리면 변명을 하기 위해 쇠붙이로 된 단추가 붙은 옷을 입었고 보석을 착용했다.

마닐라 공항 검색대에서 걸린 그는 가방을 열고 조사를 받았다. 검색대 요원이 콘택트렌즈가 많은 데 대해 묻자 “필리핀에서는 값이 싸 구입했다”고 했다. 가방에 든 전선(電線)과 배터리에 대해서는 “내가 기술자이므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검색 요원은 바지와 속옷까지 벗게 해 금속 탐지기를 들이대었으나 발바닥에 붙인 볼트를 찾지 못했다. 탑승 직전에 그는 다시 한 번 조사를 받고 배터리를 압수당했다. 그렇게 해 김포공항에 도착했으나, 입국 비자가 없어 다시 마닐라로 돌아갔다.

알 카에다의 주한미군 기지 공격 작전은 9·11 테러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슬람 과격세력은 김일성(金日成) 시절부터 북한과 매우 가까웠다. 북한정권은 이슬람 테러조직원들을 북한으로 데려가서 훈련시켜 주었다. 이런 끈끈한 유대관계는 수십 년간 이어졌다. 알 카에다가 주한미군 기지 공격에 미국 내의 세계무역센터 공격 정도로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한 것은 주한미군 기지를 반미(反美)의 상징으로 여기는 북한의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2007년 3월 10일, 관타나모 기지에서 열린 미군 군법회의에 출정한 KSM은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이런 진술을 했다.

“그들(탈레반)은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정치적 망명처를 허용했다. 중국의 반(反)정부 세력이나 북한사람들에게도 그러했다. 그렇다고 해 그들이 탈레반과 모든 점에서 같은 것은 아니다.”

문맥으로 봐서 ‘북한사람’은 ‘북한의 반정부 세력’이 아니라 탈레반과 합류한 북한사람으로 해석된다. 알 카에다와 북한 공작기관과의 협력 관계는 연구 대상이다.

“방콕-서울 유나이티드 항공을 타 보라”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폭탄 트럭 공격을 구상했던 알 카에다의 군사부장 아부 하프스.

9·11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한 KSM 아래서 주한미군 기지 공격 부문을 맡은 이는 ‘왈리드 모하메드 살리 빈 로샤에드 빈 아타시’라는 긴 이름(별명 ‘할라드’)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사우디의 명문(名門) 집안 출신으로 오사마 빈 라덴 집안과 오랜 친교(親交)가 있었다. 할라드는 파키스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199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북방동맹군과 싸우다가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의족(義足)을 달고 다니면서도 빈 라덴의 경호원으로 일하면서 신임을 받았다. 할라드는 알 카에다가 1998년 탄자니아와 케냐의 미국 대사관을 동시에 폭파한 작전(223명 사망)과 미국 구축함 콜호 폭파 사건에 깊숙이 간여했다. 할라드는 2003년 KSM과 비슷한 시기에 체포되어 쿠바의 미군기지 관타나모 등 비밀시설에 수용되어 조사를 받아 왔다.

필자는 할라드가 미국 수사관에게 진술한 요지도 입수할 수 있었다. 할라드는 주한미군 기지 공격 계획을 세울 때 KSM 아래서 실무 책임자로 일했으므로 진술내용이 더 구체적이다.

KSM의 ‘진술요지(II)’에 따르면, 할라드는 2000년 1월, 동남아시아에서 미국 여객기의 보안태세를 점검하고 나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보고하기를 “미국 여객기 보안 관계자들이 나를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러나 우리는 무기를 반입해 비행기를 납치할 계획이 아니므로 이런 보안검색이 작전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할라드는 미국 수사관에게 이렇게 진술했다.

<나는 유나이티드 항공 1등석을 타고 방콕-홍콩을 왕복했다. 1등석 손님은 거의가 미국인이었다. 미국 항공사의 보안시스템은 지역을 불문하고 통일적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로 돌아온 나는 빈 라덴 및 군사부장인 아부 하프스와 함께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작전을 검토했다. 이 자리에서 빈 라덴은 나에게 오래된 서울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작전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나는 방콕에서 유나이티드 항공 여객기를 타고 서울을 다녀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빈 라덴은 이코노미석에 타 보라고 했다. 그는 납치 여객기에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으면 미국인이 아닌 억울한 사람들을 더 많이 죽였다는 비판을 받을까 걱정했다. 유나이티드를 선택한 것은 이 구간을 나는 유일한 미국 국적의 항공사였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에 도착하면 나는 아부 하프스의 동료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로부터 표적으로 선정된 미군 기지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 접촉자의 이름을 듣지 못했고, 그가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으며, 어떻게 그를 접촉할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었다.

빈 라덴은 2000년 중반기에 나의 비행계획을 취소시켰다. 전번에 내가 방콕공항에서 심한 수색을 당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나는 유나이티드 항공을 타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으나 거절당했다. 나는 다시 KSM을 추천했다. 그는 영어를 잘하므로 검색에 걸려도 의심을 덜 받을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빈 라덴은 KSM의 과거 보안 검색 전력(前歷)을 들어 이 제안 또한 거절했다. 나는 (1994년에 마닐라-서울을 비행했던 적이 있는) KSM에게 그때 관찰했던 기내 상황을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보잉 747의 1층 맨 앞에 있는 1등석에 타고 있었으므로 조종실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다. 2층 비즈니스석 바로 앞에 조종실이 있었다”고 했다.>

“미국 국적이 아닌 여객기 납치가 더 유리”

주한미군 기지 공격 계획의 실무 책임자 할라드는 2004년 4월 중순의 진술에선 ‘동아시아 작전’에 투입하기로 한 일곱 명의 공작원 이름을 댔다. 그는 이들 중 조종 경력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이 2001년 9·11 테러 수개월 전에 파키스탄의 카라치로 가서 비행기 납치 훈련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때는 빈 라덴이 주한미군 기지 공격 계획을 취소한 다음이다. 진술요지만 읽어선 이 훈련이 어떤 목적을 가진 것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할라드는 2000년 어느 때부터는 공격목표에 싱가포르의 미군기지도 추가됐다고 했다. 그는 알 카에다 군사부장 아부 하프스가 싱가포르에 가서 표적을 정찰했다고 진술했다. 할라드는 “서울과 싱가포르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빈 라덴이었다”고 진술했다. 빈 라덴은 싱가포르의 표적에 대한 정보는 비디오 테이프를 포함해 다 수집이 됐다고 말하더란 것이다. 주한미군 기지 및 도쿄의 미국 대사관 공격용으로 납치할 여객기는 방콕, 쿠알라룸푸르, 도쿄, 마닐라 공항을 출발하는 유나이티드 및 아메리칸 에어라인 소속을 대상으로 삼아 연구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 통보한 KSM의 ‘진술요지(II)’에 따르면 2000년 중반 이후 어느 날 빈 라덴은 주한미군 기지 공격 계획을 포기하게 된다. 미국에서 납치할 여객기와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여객기를 동아시아 근방에선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9·11 테러는 뉴욕 및 워싱턴 현지시각으로 아침 9시 전후(前後)였는데, 한국은 이 시간대가 밤늦은 시간이다. 테러범이 납치한 비행기를 몰고 미군 기지에 돌입하려면 육안(肉眼) 관찰이 가능해야 한다. 세계무역센터처럼 고층(高層)이면 더 좋다. 미군기지엔 그런 고층건물이 없다.

KSM은 미국 수사관 앞에서 만약 ‘동아시아 계획’을 다시 세운다면 미국 국적이 아닌 항공편을 납치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9·11 테러 이후엔 여객기를 납치하려면 무기를 갖고 타야 하고 그럴 경우엔 비(非)미국 여객기의 보안체계가 허술하므로 자신들에겐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동아시아 작전의 실무를 맡았던 할라드는 빈 라덴이 주한미군 공격 계획을 포기한 이유는 미국 공격 계획 준비만큼 빨리 진척되지 않은 데다가 영어를 잘하는 공작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이렇게 증언했다. 할라드의 ‘진술요지’를 인용한다.

<순교 자원자가 적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동아시아 작전에 배치된 일곱 명의 이름만 알고 있었지만 그 이외에도 넘칠 정도의 자원자가 있었다. 9·11 이후엔 정찰 목적의 비행이 어려워졌다. 내가 만약 이런 계획을 다시 세운다면 나는 정찰과정을 생략하고 가능한 한 많은 수의 공작원을 여객기에 태워 비행기를 순식간에 장악하는 방법을 쓸 것이다.>

카라치의 인터넷 카페에서 9·11 구경

참수되기 직전의 다니엘 펄 기자(월스트리트저널). 모하메드가 직접 목을 베었다는 증언이 있다.

빈 라덴의 작전참모로서 9·11 테러의 기획자 겸 지휘자였던 KSM은 2001년 9월 11일 파키스탄의 항구 카라치의 인터넷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인터넷을 켜 놓고,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돌입한 두 대의 여객기와 솟아오르는 연기를 관찰하면서 실망했다고 한다. 그가 미국 수사관들에게 진술한 바에 따르면 여객기가 충돌한 직후 두 개의 타워가 즉시 무너질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 불안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두 타워가 무너지자 그는 비밀 아지트로 직행해 그곳에서 동료들과 얼싸안고 텔레비전 중계를 구경하면서 밤새도록 기뻐 날뛰었다는 것이다.

KSM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준비하는 사이에도 그 나름 후속 작전을 꾸몄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테러단체를 지휘하는 함발리와 손을 잡고 말레이시아인 네 명을 납치 공작원으로 포섭했다. 표적은 로스앤젤레스의 가장 높은 건물인 라이브러리 타워. 이 건물을 9·11식으로 공격하기 위해 KSM은 ‘신발 폭탄’을 개발한다. 신발에 숨긴 폭탄으로 닫힌 조종실 문(9·11 후엔 여객기의 조종실 문을 폐쇄했다)을 폭파하고 난입(亂入)해 조종간을 장악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포섭된 유일한 조종 경력자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탈퇴한 이후 진척되지 않았다.

KSM은 2002년 1월 31일, 파키스탄에서 알 카에다 조직에 납치된 월스트리트저널의 다니엘 펄 기자를 참수할 때 가담했다는 증언도 있다. KSM은 조카를 통해, 미국 여객기를 공중 폭파시키려고, 두 명의 ‘신발폭탄 자폭테러 자원자’를 조종했다. 그중 한 사람인 영국인 리처드 라이드는 2001년 12월 22일 파리를 출발, 미국으로 가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63편에 탑승, 신발폭탄을 터뜨리려다가 붙들렸다.

숨어 다니면서도 테러 지휘를 계속해 온 KSM은 2002년 10월 12일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있었던 자살폭탄 테러도 원격 조종했다. 이 테러로 152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202명이 죽었다.

2002년 4월 11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휴양 도시 제르바에 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인 교회(시나고그)에 가스통을 가득 실은 트럭이 돌입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16명의 독일 관광객을 포함한 19명이 죽었다. ‘사이프 알딘 알 투니시’라는 알 카에다 요원이 트럭을 몰고 들어와 자폭한 것이었다. 범행 세 시간 전 테러범은 KSM과 마지막 통화를 한 것이 감청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트럭을 이용한 자살폭탄 공격도 준비

이 사이프 알딘이 주한미군 기지를 상대로 그런 자폭테러를 계획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다름 아닌 KSM이었다. 그는 2004년 4월 말 미국 수사관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진술요지(II)’를 인용한다.

<아부 하프스(알카에다의 군사부장)는 주한미군을 공격하기 위한 별도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마도 폭탄 트럭을 이용한 계획이었을 것이다. 아부 하프스는 사이프 알딘을 한국으로 보내 공격 목표를 결정하려고 했으나 비자를 얻지 못해 한국에 갈 수 없었다.>

사이프 알딘은 한국 작전 대신에 튀니지 작전에 소모된 셈이다.

여기에 등장한 아부 하프스는 1944년 출생으로 추정되는데, 이집트 사람이다. 그는 공군에서 근무한 뒤 농업기술자로 일하다가 이집트의 이슬람 지하드 소속원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 소련군과 싸웠다. 그는 1988년 빈 라덴, 알 자와히리와 함께 알 카에다를 창설하기 위한 회의 때부터 참여한 사람이다. 빈 라덴은 1996년 전임(前任) 군사부장이 사고로 죽자 아부 하프스를 후임자로 임명했다. 빈 라덴은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부 하프스와 의논하라. 그는 나보다 훨씬 머리가 좋다”고 말하곤 했다. 아부 하프스는 알 카에다의 실질적인 지도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주한미군 기지 공격 계획에도 아부 하프스는 KSM의 상관으로 관여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인 함발리가 추진한 싱가포르 미군기지 공격계획을 지원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주한미군 기지 공격을 준비했던 것 같다.

우리 곁에 다가온 알 카에다

KSM의 진술요지를 읽어 보면 2000년 무렵 이미 한국에 알 카에다 조직원이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여러 모로 알 카에다가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더 성숙됐다. 한국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 사람들이 10만명 이상이나 된다. 이들은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고, 모스크를 중심으로 모이는데 정보기관원이 안으로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탈레반과 연루된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이 한국인의 삶 속으로 가까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이 한국과 한국인들을 적대시(敵對視)하고 테러나 공작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사건들이 축적되고 있다.

*2007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여행을 갔던 23명의 기독교인이 탈레반에 납치되어 두 명이 피살되고 40여일 만에 풀려났다.

*작년 3월엔 예멘을 여행하던 한국인 4명과 현지 안내자 1명이 알 카에다의 자폭 테러로 죽었다. 6월엔 네덜란드 의료자선단체 소속의 한국여성이 다른 8명과 함께 알 카에다에 납치됐다가 피살된 시신(屍身)으로 발견됐다.

*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는 지난 2월 19일 한 지방 대도시의 이슬람 사원(寺院)에서 성직자(이맘)로 활동하던 파키스탄 사람 K씨를 출입국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경찰에서 “2001년 9월부터 2003년 6월까지 한국에 머물 때 탈레반 지도자 잘랄루딘 하카니 등으로부터 주한미군 기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받고 활동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됐다. 그는 추방됐다가 다른 파키스탄 사람의 여권을 갖고 불법입국한 뒤 그동안 17회에 걸쳐 입·출국을 거듭했다고 한다. 한국은 입국 심사 때 외국인의 지문(指紋)을 채취하는 제도가 없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없다.

*2009년 3월 13일 파키스탄 당국은 카라치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점령지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를 수색한 끝에 무수(無水)초산 14t을 압수했다. 이 초산은 아편을 헤로인으로 정제(精製)할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화공약품이다. 파키스탄은 이 컨테이너가 한국에서 출발한 사실을 우리 경찰에 알렸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 무수초산이 경기 지역의 한 화공약품 공장에서 출발한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 국적을 얻은 파키스탄인 G씨가 공장을 운영하면서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무수초산을 사 모아 과산화수소로 위장, 파키스탄에 불법수출한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다가 다른 파키스탄인과 인도인 두 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두 사람도 같은 목적으로 무수초산을 모으고 있었다.

*경찰은 G씨에게 무수초산 구입자금이 들어온 경로를 추적하다가 ‘하왈라’라고 불리는 이슬람의 전통적인 송금(送金)방법을 알아냈다. 은행을 거치지 않는 방식이었다. 국내 거주 파키스탄인이 본국의 A씨에게 송금하고 싶으면 국내 하왈라 조직에 돈을 준다. 하왈라 조직원은 저리(低利)의 커미션을 뗀 뒤 팩스로 파키스탄 내 조직에 이 사실을 알리고 그 조직은 A씨에게 돈을 준다. 이렇게 되면 은행을 거치지 않으므로 기록도 남지 않는다.

G20 頂上 회의는 안전한가?

서울 이태원동의 이슬람 사원에서 예배를 보는 이슬람 교도들. 국내의 이슬람 공동체는 테러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월 11, 12일 G20 정상(頂上)회의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접경(接境) 파슈툰족(族) 거주지에 숨어 있는 빈 라덴은 군침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빈 라덴과 KSM은 주한미군 기지의 존재의미를, 중동 지역에 개입하는 미군(美軍)과 동일시해 이를 공격하는 것에 대단한 상징성을 부여해 왔다. KSM은 1994년 필리핀에서 보징카 계획을 세울 때도 김포공항을 출발하는 미국 국적 항공편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작전의 중심에 놓았다. 본인이 직접 폭약과 기폭(起爆)장치를 갖고 팬암 여객기를 타고 마닐라-김포 노선을 답사하는 집념을 보였다. 빈 라덴과 KSM이 9·11 테러 계획을 세울 때도 주한미군 기지 공격을 미국 내 작전과 거의 동격(同格)으로 중시했다. 군사부장 아부 하프스는 이와는 별도로 트럭을 이용한 자폭테러를 구상했다.

빈 라덴의 이런 집착, 국내에 형성된 이슬람 공동체란 인프라의 존재, G20 정상회의라는 먹잇감, 여기에 한국의 느슨한 출입국 관리 및 외국인 감시가 더해진다.

한국에 사는 등록 외국인은 2008년 현재 85만명이다.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100만명을 넘는다. 외국인 범죄인원은 2003년엔 약 6200명이었는데, 5년 뒤엔 다섯 배로 늘어 약 3만4000명이었다.

이들 외국인이 입국하고 장기체류할 때 지문과 사진을 찍어 두어야 하는데 지난 11월에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안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국회통과는 아직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한심한 의견을 표명했다.

9·11 테러의 가장 큰 교훈은 테러리스트의 입국을 공항과 항만에서 저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란 사실이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싱가포르, 브라질 등이 지문정보 제도를 도입했다. 북한정권으로부터 수많은 테러를 당해 온 한국이 아직도 이런 자위(自衛)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은 빈 라덴일 것이다. 외국의 경우 지문채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외국인 범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선 지문등록 제도를 시행한 이후 3만3000여 명의 외국인 범죄자를 입국심사 단계에서 체포했는데, 살인범이 100여 명, 성(性)범죄자가 2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좌파정권의 비호를 받으면서 반국가, 반사회적 세력을 편들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걱정하는 것은 한국인의 인권이 아니라 테러범 등 범죄자들의 인권인 모양이다.

“빈 라덴은 이슬람의 워싱턴이다”

작년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9·11 테러범을 비롯한 ‘적성(敵性)전투원’(Enemy Combatant)을 수용해 온 관타나모 기지의 관련 시설을 1년 내에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테러범들에 대한 물고문 논란에 대한 조치였다. 에릭 홀더 2세 법무장관은 9·11 테러 주범(主犯)인 KSM 등 다섯 명을 군사법정이 아닌 민간 법정에 세우기로 하고 연방법원의 뉴욕 지원(支院)을 재판장소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여론이 들끓었다. 테러 희생자들이 많이 사는 뉴욕에서 왜 공개재판을 열어 그들에게 선전장(宣傳場)을 주느냐는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 이곳에서 재판하기는 어렵게 됐다.

KSM은 올해 45세인데, 쿠웨이트에서 출생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농업기술대학에서 기술공학을 전공, 1986년에 졸업했다. 그는 2007년 3월 10일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서 있었던 군법회의에 출정해 ‘적성 전투원 심사’를 받은 적이 있다. 비공개로 열린 이 재판에서 KSM, 즉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는 9·11 테러를 합리화했다. 이런 요지이다.

“우리는 조지 워싱턴이 하던 일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미국인이 조지 워싱턴을 영웅으로 우러러보듯이 회교도는 빈 라덴을 그렇게 본다. 워싱턴이 영국의 압제와 싸웠듯이 빈 라덴은 미국의 압제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 때문에 3000명이 죽은 것은 정말 미안하다. 나는 어린이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쟁이다. 전쟁에는 전쟁의 문법이 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라크를 쳐들어가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우리와 같은 짓을 하지 않았는가? 왜? 이건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군은 자와히리(알 카에다의 2인자)의 부인, 그리고 두 딸과 한 아들을 죽였다. 그가 집에 숨어 있다는 정보를 얻자마자 폭격을 가했다. 자와히리는 그 집에 없었다. 그들은 내 아들을 넉 달 동안 감금하고 폭행했다. 역사를 읽으면 알겠지만 전쟁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전쟁은 인생이다. 그렇다면 누가 적성 전투원이고 누가 아닌가? 그래 나는 적성 전투원이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건 적성 전투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 공정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테러 전문가들은 금명간에 알 카에다가 9·11 수준의 테러를 시도할 것이며, 화생방(化生放) 무기를 쓸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 자살테러 지원자들이 서는 줄이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 서울은, 그리고 G20 정상회의만은 늘 안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