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주도로 시작해 야당이 반대 어려운 난처한 상황
⊙ “특정 지역만을 위한 통합특별법이 아니라 전국을 포괄하는 ‘행정통합 기본법’ 필요”(최호택 교수)
⊙ “특정 지역만을 위한 통합특별법이 아니라 전국을 포괄하는 ‘행정통합 기본법’ 필요”(최호택 교수)

- 지난 2월 2일 민주당 충청지역발전특위 현안 관련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월 초, 대전 시내에서 만난 한 주민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2026년 2월 현재, 충청권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행정 통합을 전격 제안하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1989년 대전이 충남에서 분리된 지 37년 만에 다시 논의되는 ‘재결합’. 이번에는 ‘대전특별시’ 출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통합이 곧 ‘대권 플랫폼’
지난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충남대전통합특별법안·전남광주통합특별법안’을 제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애초 구상은 훨씬 더 큰 스케일이었다. 세종에 거주하는 유재일 한국대전략연구소 소장은 “처음 논의된 충청 통합은 대전·세종·청주를 원형으로 묶는 구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세종 시민들 사이에는 ‘세종은 세종’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 같은 굵직한 현안이 걸린 상황에서, 통합이라는 불확실한 선택에 선뜻 올라타려 하지 않죠. 공무원 중심의 도시 구조와 독립된 행정도시라는 정체성(正體性)이 통합 담론과 거리를 두게 만듭니다.”
통합 논의가 ‘정책’에서 ‘정치’로 기우는 지점은 인물론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격 제안 이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여의도와 지역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통합특별시장은 단순한 광역단체장이 아니다. 전국 단위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광역 리더’로 체급이 달라진다. 통합이 곧 ‘대권(大權)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지역 여론은 엇갈린다. 민주당 지지층 일부는 “이왕이면 힘 있는 사람이 와야 예산과 권한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기대를 보낸다. 반면 무당층(無黨層)과 반대 진영에서는 “지역이 특정 인사의 대권 발판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가 강하다. 충청권이 그간 전국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어온 ‘스윙 스테이트’라는 점이 이런 심리를 증폭시킨다.
통합특별시장은 행정의 수장이자 정치의 상징으로, 그 상징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통합의 의미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합이 ‘충청 대망론(待望論)’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대권 프로젝트’로 소비되고 있다는 불안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특대만 파는 설렁탕 식당?
2024년 12월 18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광역연합 출범식 모습. 사진=뉴시스만약 설렁탕이 모두 특대가 되면, 사실 특대는 보통에 불과하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비유로 통합 논의의 부작용을 짚었다. 그는 “통합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처럼 한두 달 만에 법을 밀어붙이는 건 위험하다”며 “특정 지역만을 위한 통합특별법이 아니라 전국을 포괄하는 ‘행정통합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호택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이 점점 정치적 인센티브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은 지역의 산업 기반과 기능이 맞아야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단순히 선물 주듯 이전한다고 해서 지역이 살아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대전·충남뿐 아니라 광주, 부산, 대구까지 전국이 앞다퉈 통합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전 우선’을 요구하면 결국 불만만 쌓이게 됩니다.”
그는 또 정부가 병행 추진 중인 ‘5극 전략(권역별 메가시티 구상)’의 본래 취지를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략은 수도권·충청권·호남권·동남권·대경권으로 나눈 5극 체계로, 광역 연합을 기반으로 한 지방분권형 국가 구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전·충남 통합이 급부상하면서 이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통합으로 가는 단선적인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애초의 설계 철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차별이 아니라 똑같이 달라고 싸우는 상황이 올 겁니다.”
최호택 교수는 이번 통합 논의를 “정치적 동기와 행정적 필요가 뒤섞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권역별로 각각 다른 법안을 만들면 지역 간 차등과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대전·충남은 국민의힘 안, 광주는 민주당 안을 따르면 결국 재정 권한과 특례가 제각각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이 통과된 뒤엔 ‘왜 우리만 덜 받았느냐’는 차별 논란이 반드시 터질 겁니다.” 최 교수는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모든 광역 통합에 공통으로 적용할 ‘행정통합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기본법에 자치권과 재정권, 교부세 배분 비율 등 공통된 뼈대를 명확히 규정하고, 지역별 산업·환경 특례만 별도로 두면 된다”며 “지금처럼 지역마다 개별법을 만들다가는 후폭풍이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