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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한화팬의 대전 새구장 방문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는 한화 이글스가 새 역사 써 내려갈 공간”

글 :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yamko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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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신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참석해 보니
⊙ 인피니티풀 등 차별화된 액티비티 시설 가득
⊙ 넓어진 좌석 간 간격, 다채로운 먹거리 등의 편의시설도
⊙ 팬들 만족도 ‘최상’… “기아 챔피언스필드보다 좋다”
⊙ 팬들 염원 담은 불꽃놀이… 이번 시즌 한화 이글스 성적 기대감 UP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의 한화 이글스가 1964년 개장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떠나, 2025년 3월 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2022년 3월 첫 삽을 뜬 지 3년 만이다. 2074억원이 투입된 이곳은 현재 KBO 10개 구단 중 가장 ‘새것’ 냄새가 나는 야구장이다.
 
  기자는 10년 넘게 한화 이글스를 응원해 온 ‘골수팬’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월간조선》 기자가 되어 가장 먼저 쓴 기사가 KBO 구단 치어리더 인터뷰였을 정도다. 한화 이글스 경기장을 찾을 때면 전날 밤 설레어 잠을 설치기 일쑤였으며, 응원하는 선수들을 위해 직접 주문 제작한 쿠키 60여 개를 챙겨간 적도 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은 그리 넉넉한 품을 가진 곳이 아니었다. 세월이 묻어나는 낡은 시설, 앞 좌석에 무릎이 닿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 그리고 원정팀(3루) 응원석에는 치어리더 단상조차 마련되지 않아 흥이 반감됐다. 부모님과 함께 경기를 보러 갈 때면 주차 공간이 부족해 인근 초등학교에 차를 대고 20여 분을 걸어야 했고, 좁은 통로에서는 관중끼리 어깨를 부딪히며 이동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3월 6일, 한화 이글스 측에서 기자단을 초청해 신구장을 공개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주저 없이 신청했다. 오랜 시간 팬들의 염원이 깃든 신구장을 직접 확인할 기회였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신구장 개막식이 예정되어 있었고, 기자들은 3시간 앞선 오후 3시에 간담회를 통해 베일에 싸여 있던 신구장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시각, 경기장 입구에는 이미 많은 팬이 줄을 서 있었다. 아직 공식 행사가 시작되려면 한참 남았건만, 누구도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탄생한 이 새로운 역사의 현장을, 직접 눈에 담고 싶다는 간절함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태양 선수 “야구장이 너무 좋다” 감탄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둥지가 될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전경. 사진=한화 이글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는 익숙한 자리, 과거 홈구장 바로 옆에 새 터를 잡았다. 오랜 시간 펜스 너머에서 공사 소음이 들려왔었는데, 그 낯선 분주한 움직임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구장의 첫인상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수용 좌석은 총 2만7석. 규모와 시설 면에서 기존 구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웅장함이 느껴졌고, 신구장으로 향하는 길마저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경기 전 짐과 마음을 풀고 나가는 로커룸. 새롭게 지어져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하다. 사진=한화 이글스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되었다. 기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사용하는 로커룸. 기자는 과거 한화 이글스를 취재하며 구단 로커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과 이번 신구장의 로커룸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다. 전혀 다른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내부, 은은한 주황빛 조명 아래 줄지어 선 개인 로커에는 선수들 저마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번 로커룸은 단순히 개인 공간을 넘어,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가 수납 공간까지 마련된 것이 특징이었다.
 
  로커룸을 둘러보던 이태양 선수는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야구장이 너무 좋다” “(한화 이글스가) 성적만 내면 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정갈하게 정돈된 내부는 선수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제공할 듯했고, 천장에 설치된 조명은 색상을 조절할 수 있어 경기 전후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다.
 
 
  세계 최초로 야구장에 설치된 인피니티풀
 
  인피니티풀, 몬스터월 등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특색 있는 시설들도 신구장을 더욱 빛냈다. 세계 최초로 야구장 내에 설치된 인피니티풀은 가로 15m, 세로 3m 규모로, 경기장을 감싸듯 자리 잡았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가득 채워져 사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으며, 팬들은 물속에서 편안히 경기를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화 이글스는 이 시설을 비시즌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인피니티풀 옆엔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카라반 공간도 조성되어 있고, 바비큐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바비큐장도 개막 전 준비가 막바지에 돌입해 있었다.
 
  한화 이글스는 또한 비교적 짧은 우측 담장을 보완하기 위해 ‘몬스터월’을 도입했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의 홈에서 우측 폴까지의 거리는 95m, 좌측은 99m로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몬스터월은 경기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줄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는 복층식 불펜이 자리 잡았고, 외부에는 반투명 미디어 글라스를 덧대어 독특한 디자인을 내보였다. 1층은 홈팀 불펜, 2층은 원정팀 불펜으로 배치됐는데, 특히 2층 불펜은 팬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형태였다. 이날 신구장을 소개한 이창용 경영지원팀 과장은 “복도를 지나는 팬들이 원정팀 불펜 투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원정 투수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응시의 압박’이 주어지는 셈이었다.
 

  실내 훈련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바닥은 빈틈없이 질 좋은 인조잔디가 깔려 있어 푹신하면서도 쾌적한 느낌을 줬다. 광활한 공간은 압도적이었지만,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이창용 과장은 “공간이 워낙 넓어 안전상의 이유로 기둥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글스 홈팬 위한 배려 엿보여
 
  이번 구장을 설계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요소는 단연 한화 이글스 팬들의 편의성과 다양한 경험이었다. 그만큼 좌석 배치부터 시청 환경까지 홈팬들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조정되었다. 이창용 과장은 “1루 쪽에 더 많은 관람석을 배치하는 것이 목표였다. 원래 전광판은 외야 중앙에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1루 측에서 더욱 잘 보이도록 맞은편으로 이동시켰다”라며 “복층 불펜 역시 전광판 이동에 맞춰 배치를 고민한 끝에 홈팬 구역과 가깝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라운드로 나오자, 1루 측 홈팬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존 야구장들이 전광판을 외야 중앙에 두는 것과 달리,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는 1루 관람석에서 시야가 최적화되도록 사선 방향으로 전광판을 배치했다. 경기 관람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좌석 간 간격도 넉넉하게 조정되어 한층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 점도 눈에 띄었다.
 
  경기장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먹거리다. 이번 신구장은 한층 다양한 미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이날은 신구장 점검 단계였기에 직접 맛볼 수는 없었지만, 입점 브랜드 라인업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더본코리아는 스포츠 관람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직관 푸드’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대표 브랜드 8개를 한데 모은 ‘더본 테이스티’를 3루 측에 구축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30여 개의 식음료 브랜드가 입점을 확정 지으며, 신구장은 ‘미식 야구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전 팬들에게 익숙한 ‘대전의 자랑’ 성심당은 아쉽게도 신구장에서 만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한화 측 관계자는 “성심당 본점과 거리가 너무 가깝고, 수익성 문제로 인해 입점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성심당을 기대했던 일부 팬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다양한 브랜드가 채운 먹거리 라인업이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시설이 신식이라 좋다”
 
어머니와 함께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찾은 지선우 군. 사진=고기정
  기자간담회가 끝난 오후 5시30분, 한쪽에서는 문동주·노시환 선수를 비롯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팬사인회가 열리고 있었다. 동시에 구장 입구에서는 개장을 기다리던 팬들이 하나둘 들뜬 표정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처음 마주하는 신구장의 모습에 이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은 이번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날 어머니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지선우(13)군은 ‘신구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 구장보다 깔끔하고 모든 시설이 최신식이라 좋다”라며 “좌석도 많아지고 간격도 넓어졌다. 앞으로도 어머니와 함께 자주 올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화 팬뿐만 아니라 타 구단 팬들도 다수 찾아와 신구장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2018년부터 한화 이글스를 응원해 왔다는 손영선(31)씨와 그의 지인인 기아 타이거즈 팬 박정현(38)씨에게 신구장에 대한 기대감을 물었다.
 
  — 신구장에 직접 와보니 어떤 느낌인가요.
 
  “너무 새롭고 기대돼요. 이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게 되잖아요.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어서 기아 타이거즈 팬인 친한 동생까지 데리고 왔어요.”
 
  — 공교롭게도,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 상대가 기아 타이거즈인데요.
 
  “그래서 더 긴장돼요. 기아는 지난 시즌에도 강팀이었잖아요. 하지만 한화 이글스도 새 구장에서 첫 시즌을 시작하는 만큼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할 것 같아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아 챔피언스 필드도 시설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데, 두 구장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아 타이거즈 팬 박정현씨의 의견을 들어봤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찾은 기아 타이거즈 팬 박정현(왼쪽)씨와 한화 이글스 팬 손영선씨. 사진=고기정
  — 기아 챔피언스 필드와 비교했을 때,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확실히 신식이라 시설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화장실이 많다는 점이에요. 경기장에 오면 화장실이 부족해서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입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점도 세심한 배려라고 느껴졌어요.”
 
  — 신구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공간이 있다면요.
 
  “푸드코트요. 특히 더본코리아 브랜드들이 입점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잖아요.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인 편이라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전 하늘 가득 메운 팬들의 염원
 
3월 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식이 열렸다. 이날 개장식은 불꽃놀이와 걸그룹 오마이걸의 무대 등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행사에는 이장우 대전시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대전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의 하늘이 환하게 빛났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과 함께 개장식의 피날레를 장식한 불꽃이 밤하늘에 수놓였다. 새롭게 단장한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3월 5일 저녁 6시부터 시작된 개장식은 1부 ‘시민화합 축하콘서트’와 2부 ‘개장식’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대전시립교향악단과 대전아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고, 소프라노 황수미와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무대에 오르며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DJ쇼와 레이저쇼, 치어리더들의 퍼포먼스는 마치 축제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과 함께 가수 설운도, 최성수, 김의영, V.O.S, 오마이걸이 축하 무대를 꾸몄다.
 
  그리고 한화 하면 빠질 수 없는 순간.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2018년, 오랜 부진을 딛고 한화 이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대전 하늘을 가득 메운 그 불꽃놀이가 다시 한 번 펼쳐졌다. 한강 불꽃놀이에 버금가는 스케일,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염원을 담아 터지는 불꽃 속에서 팬들은 크게 미소 지으며 이번 시즌 한화 이글스의 가을 야구 진출을 꿈꿨다.
 
 
  한화 이글스가 보여줄 것은 오직 ‘야구’뿐
 
  이날 개장식 티켓은 이미 지난달 조기 매진되었고, 암표까지 등장하자 한화 이글스와 대전시는 추가 판매를 결정할 정도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만큼 새로운 구장, 그리고 새로운 한화 이글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이제, 본업으로 돌아올 시간. 구장이 낡고 노후했다는 변명은 더 이상 없다. 새로운 시설,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한화 이글스가 보여줄 것은 오직 ‘야구’뿐이다.
 

  지난 몇 년간 한화 이글스의 성적은 녹록지 않았다. 2018년 이후 9위, 10위, 10위, 10위, 9위, 그리고 지난해 8위. 그래도 지난해는 66승 2무 76패를 기록하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시즌 초반 8승 2패라는 놀라운 스타트를 끊으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고, 한때 가을야구를 꿈꿀 수 있었던 순간도 있었다. 비록 마지막엔 아쉬움이 남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셈이었다.
 
  그리고 2025시즌, 한화 이글스는 더욱 날카롭게 칼을 갈았다. FA 시장에서 kt 위즈의 엄상백과 심우준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정우주와 권민규 등 유망주들을 품었다. 여기에 신구장의 첫 시즌을 맞아 더욱 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는 문동주와 노시환, 그리고 김서현까지. 한화 이글스가 기대할 수 있는 이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살아 있는 전설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늘 ‘보살’이라 불린다. 하지만 아무도 그 별명을 원한 적은 없다. 응원은 팀이 이길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이제는 한화 이글스가 그 믿음에 응답할 시간이다. 새로운 구장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그리고 새로운 희망과 함께. 하늘 높이 날아오를, 한화 이글스의 비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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