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은 나라를, 클럽 월드컵은 아시아 대륙을 대표해 나가는 것”(김영권 선수)
⊙ “울산 HD FC가 가지고 있는 치열함과 승리를 향한 열정을 보여줄 것”(김광국 대표)
⊙ 혹한도 막을 수 없는 열정, 울산 HD FC의 훈련장 풍경
⊙ ‘커피 한 잔을 걸고’… 선수들의 승부욕이 만든 열정적인 분위기
⊙ 강팀들과 한 조… 울산이 가장 기대하는 상대는?
⊙ “선배들이 정말 많이 챙겨줘요”… 울산 HD FC의 남다른 팀워크
⊙ “클럽 월드컵에서 제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어요”(백인우 선수)
⊙ “울산 HD FC가 가지고 있는 치열함과 승리를 향한 열정을 보여줄 것”(김광국 대표)
⊙ 혹한도 막을 수 없는 열정, 울산 HD FC의 훈련장 풍경
⊙ ‘커피 한 잔을 걸고’… 선수들의 승부욕이 만든 열정적인 분위기
⊙ 강팀들과 한 조… 울산이 가장 기대하는 상대는?
⊙ “선배들이 정말 많이 챙겨줘요”… 울산 HD FC의 남다른 팀워크
⊙ “클럽 월드컵에서 제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어요”(백인우 선수)
- 2024년 11월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우승팀인 울산 HD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울산 HD FC
“뺏기지 마!”
“추워도 버텨!”
매서운 칼바람이 울산을 할퀴던 2월 3일, HD현대스포츠 클럽하우스에는 이를 무시한 뜨거운 열기만이 가득했다. 영하 4도, 뺨을 스치는 바람 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훈련장 위를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은 그 모든 한기를 잊게 만들었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몸을 움츠리기 마련이지만, 이들에게 추위는 그저 사소한 환경 변수일 뿐이었다.
훈련장 한편, 선수들은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었다.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깨우고, 실내 자전거를 타며 체온을 끌어올리던 선수들은 어느새 얇은 겉옷 하나만 걸친 채 야외 훈련장으로 걸어 나왔다. 기온과 상관없이, 그들의 몸에는 오직 훈련을 향한 집중만이 깃들어 있었다.
서른 명 남짓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였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울산 HD FC의 정예 멤버들. 몸을 풀기가 무섭게 가벼운 러닝이 시작됐다.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다섯 바퀴나 돌아 뛰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힘든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훈련에 동참한 기자는 두꺼운 겉옷을 껴입고도 바람에 절로 몸이 웅크려졌는데, 선수들은 오히려 추위를 즐기는 듯 서로 장난을 치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훈련장의 공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러닝이 끝나자,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둥글게 원을 형성했다. 본격적인 전술 훈련의 시작이었다. 이날 첫 번째 프로그램은 론도(Rondo) 훈련. 상대 압박 속에서도 정확히 패스를 주고받으며 볼 소유권을 유지하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다.
“삑!”
코치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훈련이 시작됐다. 공은 빠르게 발끝을 타고 흘렀고, 원 안에 선 두 명의 선수는 쉼 없이 움직이며 공을 빼앗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공을 다루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패스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처음에는 가벼운 터치로 시작됐지만 5분쯤 지나자 선수들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서로 눈빛만으로 의도를 읽으며 패스를 주고받았고, 압박하는 선수들도 더욱 거칠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골키퍼들도 마찬가지였다. 필드 플레이어와는 달리 주황색 훈련복을 입은 골키퍼들은 예상보다 과감하면서도 정교한 패스를 구사했다. 단순히 슈팅을 막는 역할을 넘어, 빌드업의 출발점으로서 경기를 조율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움직임이었다.
그중에서도 조현우(趙賢祐·33) 골키퍼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순간적인 판단력은 노련한 미드필더를 연상케 했고, 큰 키를 활용해 상대의 패스를 차단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후배 선수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건네며 훈련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팀을 독려하는 그의 모습에서 ‘선배의 품격’이 자연스레 엿보였다.
커피 한 잔을 걸고
훈련장 한편에서 선수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기자는 문득 그들의 밝은 표정이 인상적이라고 느꼈다. 혹한 속에서도 유독 즐거운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코칭 스태프에게 묻자, 그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선수들끼리 내기를 하고 있어요. 공을 가장 많이 빼앗긴 사람이 훈련이 끝나고 커피를 사기로 했거든요.”
영하의 날씨도, 고된 훈련도 이들의 사기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훈련을 놀이처럼 즐기며 경쟁심과 동료애를 동시에 불태우고 있었다. 숨을 고르면서도, 장갑 낀 손을 맞부딪치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 그 모습에서 울산 HD FC가 왜 강팀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훈련장은 마치 경기장과도 같았다. 숨소리와 구령만이 훈련장을 가득 메웠고, 선수들의 진지한 표정은 다가올 클럽 월드컵(FIFA Club World Cup)을 향한 각오를 대변하는 듯했다. 이들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이 열정이 클럽 월드컵에서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분명한 것은, 울산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기자는 울산 HD FC 선수들과 하루를 함께 보내며 전반적인 훈련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구단 측 세심한 배려 엿보이는 식사 구성
이날 오전 훈련은 원래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강추위가 훈련장을 덮치면서 훈련은 한 시간가량 미뤄졌고, 선수들은 11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라운드로 나섰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매서운 바람이 훈련장 곳곳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풀고, 서로를 독려하며 한파 속에서도 묵묵히 훈련을 이어나갔다.
훈련을 지켜보던 기자는 두꺼운 겉옷을 여미며 실내로 피신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혹한도, 지연된 일정도 이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없었다. 훈련을 마친 뒤 실내로 들어온 선수들의 몸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한 시간 넘게 바깥에서 몸을 움직였으니,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흘린 땀이 그대로 증기로 바뀐 것이다. 선수들은 숨을 고르며 간단한 샤워를 마친 뒤 하나둘 식당으로 향했다.
훈련이 늦어진 만큼 식사 시간도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하지만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이들은 훈련뿐만 아니라 식사조차 하나의 루틴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식당으로 내려온 선수들은 준비된 메뉴를 확인하곤 익숙한 듯 각자 식판을 들었다.
이날 중식 메뉴는 돈육허브불고기, 잡곡밥, 바지락수제비국, 새송이전과 양념장, 감자고추장조림, 풋고추양파쌈장무침, 그리고 포기김치. 선수들의 건강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식단이었다. 여기에 구단의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아직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을 위해 스파게티와 연어구이 같은 서양식 메뉴도 함께 제공됐다.
선수들은 자리로 돌아와 별다른 말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모두 배가 고팠던 걸까. 숟가락과 젓가락이 바삐 움직였고, 금세 식판이 비워졌다. 어떤 선수들은 추가 배식을 받기 위해 다시 줄을 서기도 했다. 한 선수에게 조심스럽게 음식의 맛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맛있어서 항상 감사하면서 먹고 있다”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팀의 강한 조직력과 체력을 책임지는 것은 그라운드 위의 훈련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몸을 채우고, 힘을 비축하는 순간들 역시 이들의 경기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선배들이 정말 많이 챙겨줘”
식사가 끝나자마자 선수들은 또 다른 일정에 나섰다. 이날은 울산 HD FC의 공식 ‘포토 데이(Photo Day)’. 새 시즌을 맞아 입단한 신입 선수들과 기존 선수, 그리고 김판곤 감독까지 모두 새로운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촬영장에는 새롭게 공개된 울산 HD FC의 2024 시즌 유니폼이 준비되어 있었다. 푸른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며 강인한 인상을 주는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카메라 앞에 서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촬영 감독이 “앞으로의 포부를 보여달라”고 주문하자, 선수들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하는 선수도 있었고, 다부진 눈빛으로 렌즈를 응시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날 촬영장에서는 새롭게 울산 HD FC에 합류한 윤재석(尹宰晳·21), 서명관(徐名官·22), 백인우(18) 선수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처음으로 공식 프로필 촬영에 임하는 만큼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사진 촬영이 끝난 후, 이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막 울산의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세 선수. 이들이 바라보는 클럽 월드컵은 어떤 무대일까?
— 그래서 커피는 누가 샀나요.
“훈련장에서 선수들끼리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저와 강민우 선수가 결국 최후의 수단인 ‘골대 맞히기’까지 가게 됐어요. 마지막 순간, 민우가 지는 바람에 커피 사는 건 그의 몫이 됐죠.(웃음)”(서명관)
—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선배들이 정말 많이 챙겨주세요. 영권 형(김영권)과 청용 형(이청용)은 항상 ‘힘든 거 없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라’ 하면서 어린 선수들을 신경 써 주십니다. 선후배 간 벽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팀워크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윤재석)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처음 울산에 왔을 때 많이 어색했어요. 그런데 형들이 먼저 다가와서 챙겨주시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죠. 실수를 해도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주도적으로 하면 된다’며 피드백을 주셨어요. 두바이 전지훈련 때도 영권 형, 승범이 형(고승범), 현우 형(주현우)이 후배들을 따로 불러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백인우)
“선배들도 잘 챙겨주시고, 코칭 스태프 분들도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십니다. 이런 환경에서 팀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없지요.”(서명관)
클럽 월드컵을 향한 각오
— 아시아와 대한민국을 대표해 클럽 월드컵에 출전하는데, 부담감은 없나요.
“아시아 및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하는 만큼, 그 위상에 걸맞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윤재석)
“클럽 월드컵은 세계 최정상의 팀들이 모이는 대회라 경기 수준이 굉장히 높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런 무대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 또 형들이나 동료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백인우)
“출전하는 팀들이 모두 강팀이라 긴장되긴 하지만, 울산 HD FC도 충분히 강한 팀입니다. 우리만의 ‘울산다운’ 축구를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서명관)
— 윤재석 선수는 K리그2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데, 울산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지난 시즌 영플레이어상을 아쉽게 놓쳤어요. 올해는 팀 목표인 K리그 우승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클럽 월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윤재석)
— 클럽 월드컵은 세계적인 강팀들이 모이는 무대인 만큼 압박감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 부담감을 즐기면서 저만의 플레이를 보여줄 생각입니다.”(윤재석)
“저는 압박감을 즐기는 편이에요. 클럽 월드컵에서 제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훈련장에서 준비한 모든 걸 자신 있게 펼칠 계획입니다.”(백인우)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주목하는 대회라 부담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기대됩니다.”(서명관)
강팀들과 한 조… 가장 기대되는 상대는?
— 울산 HD FC는 도르트문트, 플루미넨시,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한 조에 속했는데, 가장 기대되는 팀이 있나요.
“솔직히 약한 팀이 하나도 없어요. 모든 팀이 강팀입니다.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해 부딪쳐 보겠습니다.”(윤재석)
“도르트문트요. 정말 강한 팀이고, 저도 평소에 도르트문트 경기를 즐겨 봤거든요. 그런 팀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울산 HD FC가 명문 구단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서명관)
— 타 대륙 팀들은 프리 시즌 기간이라 체력 부담이 덜할 수도 있는데, 울산 HD FC는 K리그와 클럽 월드컵을 병행해야 합니다. 다소 힘들 거 같은데….
“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클럽 월드컵에 출전하는 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미 몸이 만들어진 상태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잘 준비하면 장점이 많을 거예요.”(윤재석)
— 클럽 월드컵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본선 진출이 목표입니다.”(윤재석)
“예선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으면 좋겠어요. 본선에 올라가 세계적인 강팀과 부딪치고, 경험도 쌓고 싶습니다.”(백인우)
“예선을 통과하고, 8강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서명관)
—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제 플레이에 몰입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선보이기 위해 연습 또 연습하고 있습니다.”(윤재석)
“훈련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부상과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요. 선배들의 피드백도 꾸준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백인우)
“개인적으로는 체력과 피지컬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팀적으로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훈련 중입니다.”(서명관)
“울산 HD FC가 ‘강팀’이라는 것 보여줄 것”
세 선수(윤재석, 서명관, 백인우)는 이제 막 울산 HD FC의 유니폼을 입은 신입 선수들이었지만, 팀을 빛내겠다는 열망만큼은 그 어떤 베테랑 못지않았다. 그렇다면 2022년부터 울산 HD FC에서 활약해 온 베테랑이자, 이번 시즌 팀의 주장을 맡게 된 김영권(金英權·34) 선수는 클럽 월드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사진 촬영을 마친 김영권 선수는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 월드컵과 클럽 월드컵, 두 대회를 모두 경험하시게 됐는데요, 어느 쪽이 더 부담이 되나요.
“두 대회 모두 큰 중압감을 느끼죠. 월드컵은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것이고, 클럽 월드컵은 아시아라는 대륙을 대표해 나가는 것인데, 각 대륙 최고의 팀이 모이는 만큼, 월드컵 못지않은 무게감을 지닌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클럽 월드컵은 전 세계에 ‘울산 HD FC’라는 팀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주장으로서 팀이 준비한 것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고, 후배 선수들이 이 무대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서포트할 계획입니다.”
— 구체적으로 클럽 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울산 HD FC가 ‘강팀’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이번 클럽 월드컵은 새롭게 개편되면서 기존의 FIFA 월드컵과 유사한 형태로 바뀌었어요.”
클럽 월드컵은 매년 개최되던 대회였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4년 주기로 바뀌었고, 참가 팀 수도 기존 7개 팀에서 32개 팀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게 되는 무대이기 때문에, 울산 HD FC의 조직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준비한 것을 모두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클럽 월드컵에서도 골 넣고 싶다”
— 2018년 독일전과 2022년 포르투갈전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으셨잖아요.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도 득점을 기대해도 될까요.
“저는 일단 수비수이기 때문에, 공격수를 막는 데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기회가 된다면 골을 꼭 넣을 생각입니다.”
김영권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에서는 세계 최강이던 독일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골로 독일은 80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김영권의 이름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4년 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도 팀의 첫 골을 기록하며 2대1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경기를 통해 한국은 조별리그를 극적으로 통과하며 16강에 진출했고, 김영권은 다시 한 번 ‘빅 매치에 강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 지난 시즌에는 경기력이 다소 기복을 보였는데, 이번 시즌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있나요.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서 신체적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어요. 또 팀 선수단도 리빌딩되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는데, 이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정말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라 팀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어요.”
— 이번 시즌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K리그 3연패다운 팀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선수들이 모여 있는 것 같고요. 특히 이번 시즌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기술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어요. 이 선수들이 울산 HD FC의 색깔을 빠르게 익히고, 팀에 잘 녹아든다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이번 시즌, 가장 기대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강민우, 서명관 선수를 기대하고 있어요. 두 선수 모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선수들이 더욱 성장한다면 울산 HD FC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나갈 재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력 관리, 전략적 운영이 핵심”
울산 HD FC 선수들은 클럽 월드컵 진출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면서도, 강팀들과 맞서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서 더 많은 노력을 다짐하고 있었다. 그들의 각오는 단순한 참가를 넘어, 세계 무대에 울산의 이름을 각인시키겠다는 확고한 목표로 이어졌다.
특히 김영권 선수는 클럽 월드컵을 단순한 국제 대회가 아닌, 울산 HD FC를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었다. 그는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의 중심을 잡고, 수비수로서 울산의 골문을 지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기회가 온다면, ‘결정적인 한방’을 다시 한 번 재현할 각오도 되어 있는 듯했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선수단의 체력 관리 문제였다. 한 시즌 동안 여러 대회를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일정이 촘촘해질수록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부상 위험과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선수들이 “괜찮다”고 말해도,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걱정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울산 HD FC는 이번 시즌 K리그 4연패에 도전하는 동시에, 클럽 월드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코리아컵까지 출전하게 된다. 단순히 하나의 대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즌에 4개의 대회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
이처럼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선수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김판곤(金判坤·55) 감독의 의견을 들어봤다.
— 한 시즌에 4개의 대회를 동시에 치러야 합니다. 선수단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요.
“상당히 힘든 일정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전력을 적절히 분배해 매 경기 최적의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최대한 체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각 대회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오후에는 자율훈련
— 클럽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강팀들과 맞붙게 됩니다. ‘울산다운 축구’로 맞설 계획인가요.
“올 시즌은 단순히 ‘울산다운 축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발전된 전략을 구축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이고, 선수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클럽 월드컵을 비롯해, 이번 울산 HD FC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특히 지난해 ACLE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더 나은 전략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럽 월드컵에서는 울산이 가진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 우리의 실력을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포토 타임을 가진 선수들은 오후 훈련이 없음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훈련을 이어갔다. 어떤 선수는 휴대폰으로 전술 영상을 분석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플레이를 연구했고, 또 어떤 선수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끝없이 연습을 거듭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클럽하우스 내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도 많았다.
이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자, 구단 관계자는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오후는 자율 훈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거의 모든 선수가 오후에도 남아서 훈련에 매진한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우려 노력하고, 경기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한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울산 HD FC가 지금의 성과를 만들어낸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단순한 재능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무료 티켓 나눠주던 구단에서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훈련장으로 향하는 택시 안, 기자는 택시기사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구단 중 하나로 성장한 울산 HD FC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장 좌석을 채우기 위해 무료 티켓을 나눠주던 팀이었다는 것.
“과거에는 문수월드컵경기장 근처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료로 축구 표를 나눠줬어요. 그런데 지금은 표를 구하려 해도 너무 인기가 많아서 못 구할 정도죠. 단장이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된 것 같아요.”
택시기사의 말에서 느껴지듯, 울산 HD FC는 단순히 경기력만이 아니라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변화’를 만들어낸 구단이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 한 사람이 있었다. 울산 HD FC를 K리그의 인기 구단으로 끌어올린 주역, 김광국(金光國·58) 대표이사. 그는 2014년 말, 울산 HD FC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구단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울산을 명문 구단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를 만나 울산 HD FC의 목표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었다.
— 울산 HD FC가 국내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제가 단장을 맡은 지 이제 11년째인데, 그동안 울산 HD FC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죠. 2017년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코리아컵(당시 FA컵)에서 우승했고, 2022년부터는 K리그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이번에는 클럽 월드컵에도 진출하게 되어 정말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 처음 단장으로 취임하실 때 목표했던 바를 이뤘다고 보나요.
“저는 평균 관중 1만 명을 목표로 했는데, 이제는 평균 1만8000명이 경기장을 찾아와 주십니다. 처음에는 ‘언제쯤 시내가 축구 경기 날 시끌시끌해질까’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울산 HD FC도 좋은 성적을 내면서 팬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어 더욱 기쁩니다.”
— 이번 시즌 울산 HD FC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K리그 4연패가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한 지난해 코리아컵 결승에서 아쉽게 준우승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CLE 시즌 도중 감독 교체 등으로 집중력이 다소 떨어졌던 점이 아쉬웠는데, 남은 두 경기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클럽 월드컵은 개편 후 첫 출전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 클럽 월드컵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최대한 높은 순위까지 올라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선수단 체력 관리와 구단 차원의 지원을 세심하게 조정하고 있습니다. 울산 HD FC가 전 세계 32개 팀 중 하나로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지만, 동시에 구단에 큰 경제적 기회가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이사는 상금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전 세계 뛰어난 팀들이 모인 리그이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 클럽 월드컵 진출로 해외 팬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요한 것은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입니다. 울산 HD FC가 가지고 있는 치열함과 승리를 향한 열정을 보여준다면, 해외 팬들도 자연스럽게 감동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클럽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되는 상대팀은 어디인가요.
“모두 강팀이지만, 저는 마멜로디 선다운스와의 경기가 가장 기대됩니다. 조 추첨 당시, 마멜로디 선다운스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기존 클럽 월드컵에서 승점을 단 한 점도 따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두 번 참가했지만 승점을 얻지 못했죠. 그래서 제가 ‘이번에는 둘 중 하나가 클럽 역사상 첫 승점을 따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그래서 더욱 기대됩니다.”
— 이번 시즌 선수들이 네 개 대회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데,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은 굉장히 힘든 일정이 될 겁니다. 국가대표 차출 선수도 많고 일정도 빡빡하죠. 하지만 이런 도전을 이겨낼 수 있는 선수만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새로 합류한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울산 HD FC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포진한 팀이라 경쟁이 치열합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베테랑 선배들의 플레이와 태도를 보며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기도 합니다. 힘들겠지만,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울산 HD FC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할 것”
김광국 대표이사는 울산 HD FC가 이번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밝혔다.
울산 HD FC는 새로운 시즌을 맞아 국내 무대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도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클럽 월드컵 진출은 팀과 선수들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K리그 4연패와 FA컵 우승을 노리는 동시에, ACLE에서의 명예 회복과 클럽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 올해 울산이 마주한 도전이다. 전 세계 강호들이 모인 클럽 월드컵 무대에서 울산 HD FC의 축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팬들과 함께 만들어갈 또 다른 역사는 어떤 장면을 연출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마지막으로 울산 HD FC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올 시즌에도 울산 HD FC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팬 여러분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이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김광국)
“팬 여러분이 경기장에서 보내주시는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올해도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습니다.”(김판곤)
“올 시즌 팀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곧 K리그가 개막하니 경기장에서 많이 응원해 주세요.”(김영권)
“체력적으로 힘든 시즌이 되겠지만, 팬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경기장에서 많이 응원해 주세요!”(윤재석)
“만약 제가 데뷔를 하게 된다면, 울산 홈에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선수로 찾아뵙겠습니다.”(백인우)
“울산 HD F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서명관)⊙
“추워도 버텨!”

훈련장 한편, 선수들은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었다.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깨우고, 실내 자전거를 타며 체온을 끌어올리던 선수들은 어느새 얇은 겉옷 하나만 걸친 채 야외 훈련장으로 걸어 나왔다. 기온과 상관없이, 그들의 몸에는 오직 훈련을 향한 집중만이 깃들어 있었다.
서른 명 남짓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였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울산 HD FC의 정예 멤버들. 몸을 풀기가 무섭게 가벼운 러닝이 시작됐다.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다섯 바퀴나 돌아 뛰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힘든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훈련에 동참한 기자는 두꺼운 겉옷을 껴입고도 바람에 절로 몸이 웅크려졌는데, 선수들은 오히려 추위를 즐기는 듯 서로 장난을 치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훈련장의 공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러닝이 끝나자,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둥글게 원을 형성했다. 본격적인 전술 훈련의 시작이었다. 이날 첫 번째 프로그램은 론도(Rondo) 훈련. 상대 압박 속에서도 정확히 패스를 주고받으며 볼 소유권을 유지하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다.
“삑!”
코치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훈련이 시작됐다. 공은 빠르게 발끝을 타고 흘렀고, 원 안에 선 두 명의 선수는 쉼 없이 움직이며 공을 빼앗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공을 다루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패스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처음에는 가벼운 터치로 시작됐지만 5분쯤 지나자 선수들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서로 눈빛만으로 의도를 읽으며 패스를 주고받았고, 압박하는 선수들도 더욱 거칠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골키퍼들도 마찬가지였다. 필드 플레이어와는 달리 주황색 훈련복을 입은 골키퍼들은 예상보다 과감하면서도 정교한 패스를 구사했다. 단순히 슈팅을 막는 역할을 넘어, 빌드업의 출발점으로서 경기를 조율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움직임이었다.
그중에서도 조현우(趙賢祐·33) 골키퍼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순간적인 판단력은 노련한 미드필더를 연상케 했고, 큰 키를 활용해 상대의 패스를 차단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후배 선수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건네며 훈련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팀을 독려하는 그의 모습에서 ‘선배의 품격’이 자연스레 엿보였다.
울산 HD FC는… 1983년 창단한 울산 HD FC는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중 하나다. 현재까지 총 5차례(1996, 2005, 2022, 2023, 2024년) 우승했고 올해 리그 4연패를 꿈꾸고 있다. K리그 최강팀으로 자리 잡아 오는 6월 15일부터 7월 13일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2025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클럽 월드컵은 FIFA가 주관하는 세계 최고의 클럽 대항전. 전통 강호 유럽(UEFA)과 남미(CONMEBOL)를 비롯해 아시아(AFC), 북중미(CONCACAF), 아프리카(CAF), 오세아니아(OFC) 등 각 대륙의 진짜배기 챔피언이 모여 월드 챔피언의 가린다. 울산 HD FC는 리그 4연패는 물론 코리아컵 정상 탈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선전, 그리고 클럽 월드컵에서 경쟁력 증명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
커피 한 잔을 걸고
![]() |
HD현대스포츠 클럽하우스에 모인 울산 HD FC 선수들이 ‘론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울산 HD FC |
“선수들끼리 내기를 하고 있어요. 공을 가장 많이 빼앗긴 사람이 훈련이 끝나고 커피를 사기로 했거든요.”
영하의 날씨도, 고된 훈련도 이들의 사기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훈련을 놀이처럼 즐기며 경쟁심과 동료애를 동시에 불태우고 있었다. 숨을 고르면서도, 장갑 낀 손을 맞부딪치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 그 모습에서 울산 HD FC가 왜 강팀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훈련장은 마치 경기장과도 같았다. 숨소리와 구령만이 훈련장을 가득 메웠고, 선수들의 진지한 표정은 다가올 클럽 월드컵(FIFA Club World Cup)을 향한 각오를 대변하는 듯했다. 이들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이 열정이 클럽 월드컵에서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분명한 것은, 울산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기자는 울산 HD FC 선수들과 하루를 함께 보내며 전반적인 훈련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구단 측 세심한 배려 엿보이는 식사 구성
이날 오전 훈련은 원래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강추위가 훈련장을 덮치면서 훈련은 한 시간가량 미뤄졌고, 선수들은 11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라운드로 나섰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매서운 바람이 훈련장 곳곳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풀고, 서로를 독려하며 한파 속에서도 묵묵히 훈련을 이어나갔다.
훈련을 지켜보던 기자는 두꺼운 겉옷을 여미며 실내로 피신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혹한도, 지연된 일정도 이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없었다. 훈련을 마친 뒤 실내로 들어온 선수들의 몸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한 시간 넘게 바깥에서 몸을 움직였으니,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흘린 땀이 그대로 증기로 바뀐 것이다. 선수들은 숨을 고르며 간단한 샤워를 마친 뒤 하나둘 식당으로 향했다.
훈련이 늦어진 만큼 식사 시간도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하지만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이들은 훈련뿐만 아니라 식사조차 하나의 루틴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식당으로 내려온 선수들은 준비된 메뉴를 확인하곤 익숙한 듯 각자 식판을 들었다.
이날 중식 메뉴는 돈육허브불고기, 잡곡밥, 바지락수제비국, 새송이전과 양념장, 감자고추장조림, 풋고추양파쌈장무침, 그리고 포기김치. 선수들의 건강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식단이었다. 여기에 구단의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아직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을 위해 스파게티와 연어구이 같은 서양식 메뉴도 함께 제공됐다.
선수들은 자리로 돌아와 별다른 말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모두 배가 고팠던 걸까. 숟가락과 젓가락이 바삐 움직였고, 금세 식판이 비워졌다. 어떤 선수들은 추가 배식을 받기 위해 다시 줄을 서기도 했다. 한 선수에게 조심스럽게 음식의 맛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맛있어서 항상 감사하면서 먹고 있다”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팀의 강한 조직력과 체력을 책임지는 것은 그라운드 위의 훈련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몸을 채우고, 힘을 비축하는 순간들 역시 이들의 경기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선배들이 정말 많이 챙겨줘”
![]() |
울산 HD FC 백인우 선수. 개인 기술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로, 팀의 공수 연결과 영리한 플레이를 곧잘 하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울산 HD FC |
촬영장에는 새롭게 공개된 울산 HD FC의 2024 시즌 유니폼이 준비되어 있었다. 푸른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며 강인한 인상을 주는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카메라 앞에 서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촬영 감독이 “앞으로의 포부를 보여달라”고 주문하자, 선수들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하는 선수도 있었고, 다부진 눈빛으로 렌즈를 응시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날 촬영장에서는 새롭게 울산 HD FC에 합류한 윤재석(尹宰晳·21), 서명관(徐名官·22), 백인우(18) 선수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처음으로 공식 프로필 촬영에 임하는 만큼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사진 촬영이 끝난 후, 이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막 울산의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세 선수. 이들이 바라보는 클럽 월드컵은 어떤 무대일까?
— 그래서 커피는 누가 샀나요.
“훈련장에서 선수들끼리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저와 강민우 선수가 결국 최후의 수단인 ‘골대 맞히기’까지 가게 됐어요. 마지막 순간, 민우가 지는 바람에 커피 사는 건 그의 몫이 됐죠.(웃음)”(서명관)
—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선배들이 정말 많이 챙겨주세요. 영권 형(김영권)과 청용 형(이청용)은 항상 ‘힘든 거 없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라’ 하면서 어린 선수들을 신경 써 주십니다. 선후배 간 벽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팀워크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윤재석)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처음 울산에 왔을 때 많이 어색했어요. 그런데 형들이 먼저 다가와서 챙겨주시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죠. 실수를 해도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주도적으로 하면 된다’며 피드백을 주셨어요. 두바이 전지훈련 때도 영권 형, 승범이 형(고승범), 현우 형(주현우)이 후배들을 따로 불러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백인우)
“선배들도 잘 챙겨주시고, 코칭 스태프 분들도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십니다. 이런 환경에서 팀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없지요.”(서명관)
클럽 월드컵을 향한 각오
![]() |
울산 HD FC 서명관 선수. 아주대 재학 시절인 2022년 제58회 추계대학연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수비상을 받는 등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사진=울산 HD FC |
“아시아 및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하는 만큼, 그 위상에 걸맞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윤재석)
“클럽 월드컵은 세계 최정상의 팀들이 모이는 대회라 경기 수준이 굉장히 높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런 무대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 또 형들이나 동료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백인우)
“출전하는 팀들이 모두 강팀이라 긴장되긴 하지만, 울산 HD FC도 충분히 강한 팀입니다. 우리만의 ‘울산다운’ 축구를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서명관)
— 윤재석 선수는 K리그2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데, 울산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지난 시즌 영플레이어상을 아쉽게 놓쳤어요. 올해는 팀 목표인 K리그 우승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클럽 월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윤재석)
— 클럽 월드컵은 세계적인 강팀들이 모이는 무대인 만큼 압박감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 부담감을 즐기면서 저만의 플레이를 보여줄 생각입니다.”(윤재석)
“저는 압박감을 즐기는 편이에요. 클럽 월드컵에서 제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훈련장에서 준비한 모든 걸 자신 있게 펼칠 계획입니다.”(백인우)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주목하는 대회라 부담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기대됩니다.”(서명관)
강팀들과 한 조… 가장 기대되는 상대는?
![]() |
울산 HD FC 윤재석 선수. 2024년 K리그2 전남드래곤즈에서 활동할 당시 뛰어난 활약을 보여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울산 HD FC |
“솔직히 약한 팀이 하나도 없어요. 모든 팀이 강팀입니다.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해 부딪쳐 보겠습니다.”(윤재석)
“도르트문트요. 정말 강한 팀이고, 저도 평소에 도르트문트 경기를 즐겨 봤거든요. 그런 팀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울산 HD FC가 명문 구단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서명관)
— 타 대륙 팀들은 프리 시즌 기간이라 체력 부담이 덜할 수도 있는데, 울산 HD FC는 K리그와 클럽 월드컵을 병행해야 합니다. 다소 힘들 거 같은데….
“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클럽 월드컵에 출전하는 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미 몸이 만들어진 상태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잘 준비하면 장점이 많을 거예요.”(윤재석)
— 클럽 월드컵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본선 진출이 목표입니다.”(윤재석)
“예선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으면 좋겠어요. 본선에 올라가 세계적인 강팀과 부딪치고, 경험도 쌓고 싶습니다.”(백인우)
“예선을 통과하고, 8강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서명관)
—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제 플레이에 몰입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선보이기 위해 연습 또 연습하고 있습니다.”(윤재석)
“훈련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부상과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요. 선배들의 피드백도 꾸준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백인우)
“개인적으로는 체력과 피지컬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팀적으로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훈련 중입니다.”(서명관)
“울산 HD FC가 ‘강팀’이라는 것 보여줄 것”
![]() |
울산 HD FC 주장 김영권 선수. 사진=울산 HD FC |
— 월드컵과 클럽 월드컵, 두 대회를 모두 경험하시게 됐는데요, 어느 쪽이 더 부담이 되나요.
“두 대회 모두 큰 중압감을 느끼죠. 월드컵은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것이고, 클럽 월드컵은 아시아라는 대륙을 대표해 나가는 것인데, 각 대륙 최고의 팀이 모이는 만큼, 월드컵 못지않은 무게감을 지닌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클럽 월드컵은 전 세계에 ‘울산 HD FC’라는 팀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주장으로서 팀이 준비한 것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고, 후배 선수들이 이 무대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서포트할 계획입니다.”
— 구체적으로 클럽 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울산 HD FC가 ‘강팀’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이번 클럽 월드컵은 새롭게 개편되면서 기존의 FIFA 월드컵과 유사한 형태로 바뀌었어요.”
클럽 월드컵은 매년 개최되던 대회였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4년 주기로 바뀌었고, 참가 팀 수도 기존 7개 팀에서 32개 팀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게 되는 무대이기 때문에, 울산 HD FC의 조직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준비한 것을 모두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클럽 월드컵에서도 골 넣고 싶다”
— 2018년 독일전과 2022년 포르투갈전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으셨잖아요.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도 득점을 기대해도 될까요.
“저는 일단 수비수이기 때문에, 공격수를 막는 데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기회가 된다면 골을 꼭 넣을 생각입니다.”
김영권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에서는 세계 최강이던 독일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골로 독일은 80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김영권의 이름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4년 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도 팀의 첫 골을 기록하며 2대1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경기를 통해 한국은 조별리그를 극적으로 통과하며 16강에 진출했고, 김영권은 다시 한 번 ‘빅 매치에 강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 지난 시즌에는 경기력이 다소 기복을 보였는데, 이번 시즌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있나요.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서 신체적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어요. 또 팀 선수단도 리빌딩되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는데, 이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정말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라 팀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어요.”
— 이번 시즌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K리그 3연패다운 팀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선수들이 모여 있는 것 같고요. 특히 이번 시즌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기술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어요. 이 선수들이 울산 HD FC의 색깔을 빠르게 익히고, 팀에 잘 녹아든다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이번 시즌, 가장 기대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강민우, 서명관 선수를 기대하고 있어요. 두 선수 모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선수들이 더욱 성장한다면 울산 HD FC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나갈 재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력 관리, 전략적 운영이 핵심”
![]() |
울산 HD FC 김판곤 감독. 사진=울산 HD FC |
특히 김영권 선수는 클럽 월드컵을 단순한 국제 대회가 아닌, 울산 HD FC를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었다. 그는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의 중심을 잡고, 수비수로서 울산의 골문을 지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기회가 온다면, ‘결정적인 한방’을 다시 한 번 재현할 각오도 되어 있는 듯했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선수단의 체력 관리 문제였다. 한 시즌 동안 여러 대회를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일정이 촘촘해질수록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부상 위험과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선수들이 “괜찮다”고 말해도,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걱정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울산 HD FC는 이번 시즌 K리그 4연패에 도전하는 동시에, 클럽 월드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코리아컵까지 출전하게 된다. 단순히 하나의 대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즌에 4개의 대회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
이처럼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선수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김판곤(金判坤·55) 감독의 의견을 들어봤다.
— 한 시즌에 4개의 대회를 동시에 치러야 합니다. 선수단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요.
“상당히 힘든 일정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전력을 적절히 분배해 매 경기 최적의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최대한 체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각 대회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오후에는 자율훈련
— 클럽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강팀들과 맞붙게 됩니다. ‘울산다운 축구’로 맞설 계획인가요.
“올 시즌은 단순히 ‘울산다운 축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발전된 전략을 구축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이고, 선수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클럽 월드컵을 비롯해, 이번 울산 HD FC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특히 지난해 ACLE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더 나은 전략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럽 월드컵에서는 울산이 가진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 우리의 실력을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포토 타임을 가진 선수들은 오후 훈련이 없음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훈련을 이어갔다. 어떤 선수는 휴대폰으로 전술 영상을 분석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플레이를 연구했고, 또 어떤 선수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끝없이 연습을 거듭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클럽하우스 내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도 많았다.
이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자, 구단 관계자는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오후는 자율 훈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거의 모든 선수가 오후에도 남아서 훈련에 매진한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우려 노력하고, 경기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한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울산 HD FC가 지금의 성과를 만들어낸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단순한 재능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무료 티켓 나눠주던 구단에서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 |
울산 HD FC 김광국 대표 이사가 HD현대스포츠 클럽하우스 입구에 진열되어 있는 역대 우승컵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울산 HD FC |
“과거에는 문수월드컵경기장 근처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료로 축구 표를 나눠줬어요. 그런데 지금은 표를 구하려 해도 너무 인기가 많아서 못 구할 정도죠. 단장이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된 것 같아요.”
택시기사의 말에서 느껴지듯, 울산 HD FC는 단순히 경기력만이 아니라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변화’를 만들어낸 구단이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 한 사람이 있었다. 울산 HD FC를 K리그의 인기 구단으로 끌어올린 주역, 김광국(金光國·58) 대표이사. 그는 2014년 말, 울산 HD FC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구단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울산을 명문 구단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를 만나 울산 HD FC의 목표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었다.
— 울산 HD FC가 국내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제가 단장을 맡은 지 이제 11년째인데, 그동안 울산 HD FC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죠. 2017년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코리아컵(당시 FA컵)에서 우승했고, 2022년부터는 K리그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이번에는 클럽 월드컵에도 진출하게 되어 정말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 처음 단장으로 취임하실 때 목표했던 바를 이뤘다고 보나요.
“저는 평균 관중 1만 명을 목표로 했는데, 이제는 평균 1만8000명이 경기장을 찾아와 주십니다. 처음에는 ‘언제쯤 시내가 축구 경기 날 시끌시끌해질까’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울산 HD FC도 좋은 성적을 내면서 팬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어 더욱 기쁩니다.”
— 이번 시즌 울산 HD FC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K리그 4연패가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한 지난해 코리아컵 결승에서 아쉽게 준우승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CLE 시즌 도중 감독 교체 등으로 집중력이 다소 떨어졌던 점이 아쉬웠는데, 남은 두 경기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클럽 월드컵은 개편 후 첫 출전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 |
새롭게 개편된 클럽 월드컵은 오는 6월 15일~7월 13일 개최된다. 울산 HD FC는 F조에 배정되었으며, 플루미넨시(브라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와 경쟁을 벌이게 된다. 사진=FIFA |
“최대한 높은 순위까지 올라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선수단 체력 관리와 구단 차원의 지원을 세심하게 조정하고 있습니다. 울산 HD FC가 전 세계 32개 팀 중 하나로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지만, 동시에 구단에 큰 경제적 기회가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이사는 상금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전 세계 뛰어난 팀들이 모인 리그이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 클럽 월드컵 진출로 해외 팬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요한 것은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입니다. 울산 HD FC가 가지고 있는 치열함과 승리를 향한 열정을 보여준다면, 해외 팬들도 자연스럽게 감동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클럽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되는 상대팀은 어디인가요.
“모두 강팀이지만, 저는 마멜로디 선다운스와의 경기가 가장 기대됩니다. 조 추첨 당시, 마멜로디 선다운스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기존 클럽 월드컵에서 승점을 단 한 점도 따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두 번 참가했지만 승점을 얻지 못했죠. 그래서 제가 ‘이번에는 둘 중 하나가 클럽 역사상 첫 승점을 따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그래서 더욱 기대됩니다.”
— 이번 시즌 선수들이 네 개 대회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데,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은 굉장히 힘든 일정이 될 겁니다. 국가대표 차출 선수도 많고 일정도 빡빡하죠. 하지만 이런 도전을 이겨낼 수 있는 선수만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새로 합류한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울산 HD FC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포진한 팀이라 경쟁이 치열합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베테랑 선배들의 플레이와 태도를 보며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기도 합니다. 힘들겠지만,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울산 HD FC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할 것”
김광국 대표이사는 울산 HD FC가 이번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밝혔다.
울산 HD FC는 새로운 시즌을 맞아 국내 무대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도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클럽 월드컵 진출은 팀과 선수들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K리그 4연패와 FA컵 우승을 노리는 동시에, ACLE에서의 명예 회복과 클럽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 올해 울산이 마주한 도전이다. 전 세계 강호들이 모인 클럽 월드컵 무대에서 울산 HD FC의 축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팬들과 함께 만들어갈 또 다른 역사는 어떤 장면을 연출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마지막으로 울산 HD FC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올 시즌에도 울산 HD FC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팬 여러분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이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김광국)
“팬 여러분이 경기장에서 보내주시는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올해도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습니다.”(김판곤)
“올 시즌 팀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곧 K리그가 개막하니 경기장에서 많이 응원해 주세요.”(김영권)
“체력적으로 힘든 시즌이 되겠지만, 팬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경기장에서 많이 응원해 주세요!”(윤재석)
“만약 제가 데뷔를 하게 된다면, 울산 홈에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선수로 찾아뵙겠습니다.”(백인우)
“울산 HD F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서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