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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심리학자 3인이 말하는 윤석열 마음의 行路

편집적·자아도취적, 내향적 직관형, 휴머니스트적 성향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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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다.”(심리학자 융)

⊙ “내향적 직관형… 문제 본질을 꿰뚫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나 정작 눈앞의 현실에 둔해”(김창윤 울산대 의대 명예교수)
⊙ “모든 사태나 인물들을 흑과 백으로 구별하는 경향”(김용신 전 단국대 석좌교수)
⊙ “우월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 달리 비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 부족한 것”(김창윤)
⊙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대략적인 계획은 세우나, 세세한 계획을 세우는 데는 취약”(황상민 박사)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12일 12·3 계엄 후 4번째 대국민담화를 했다. 사진=뉴시스
  비상계엄 선포로 사상 초유의 내란(內亂) 혐의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독일의 한국학 박사 1호 베르너 사세 함부르크대 명예교수가 “나는 대통령이 감옥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 그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 12월 9일 자 《조선일보》와 가진 사세 교수의 인터뷰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픈 것이 대통령 성격의 병리적(病理的) 문제인지, 혹은 퇴행적(退行的) 리더십에 대한 문제인지 궁금해졌다.
 
  윤 대통령은 12월 12일 오전 대(對)국민담화를 자청,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무척 억울하다는 투로 계엄령 선포 때와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득 2013년 10월 국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의 발언이 떠올랐다.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강골(强骨) 검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 발언으로 그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에서 검찰의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이후 문재인 정권의 ‘검수완박’에 맞서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호감을 사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거대 야당의 거짓 선동”과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 것일까.
 
 
  지도자의 4가지 병리적 유형
 
베르너 사세 함부르크대 명예교수. 사진=조선DB
  지난 2년 반의 재임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단점만 지닌 대통령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 장점이 눈에 띄었던 것도 사실이다. 2022년 3·9 대선 기간 중 그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문재인 정권에 신물이 난 보수 유권자들을 속 시원하게 만들었다. 지난 2년 반 동안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위태로울 때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한·미·일 협력에 이정표를 세웠다.
 
  이랬는데 순식간에 ‘내란 수괴’로 전락했다. 현 정부의 고위 관료에 대한 야당의 줄탄핵과 무차별적인 예산 삭감이 원인이었다 해도 이번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의 규정 요건에 안 맞는 위헌·불법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기자는 우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정신분석학적 정치·사회 이론을 전공하여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정치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용신(金容新) 전(前) 단국대 석좌교수에게 윤 대통령의 마음의 행로를 탐문해 보았다.
 
  김용신 교수는 미국 정신분석학계의 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코넬대 의학대학 정신과 교수인 컨버그(Otto Kernberg·1928~)의 이론을 빌려 지도자의 병리적 성격을 크게 4가지 유형으로 설명했다. ‘분열적(Schizoid)’ ‘강박적(Obsessive)’ ‘편집적(Paranoid)’ ‘자아도취적(Narcissistic)’ 유형이 대표적인 지도자의 병리적 성격에 해당한다.
 
  《지도력의 허상》(2016), 《정신분석학적 인문사회연구》(2019) 등의 저자인 김 교수는 “퇴행적 병리성은 지도자에게 특정한 유형 하나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2개 이상의 유형이 섞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윤 대통령은 편집적 유형과 자아도취적 유형이 섞여 있다”고 간추렸다.
 
 
  모든 것을 흑백 이분법으로 구별
 
  편집적 성격은 모든 사태나 인물들을 흑과 백의 이분법으로 구별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이는 자신의 사고나 가치 체계가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편향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목적을 선(善)으로, 반대하는 집단의 성향을 악(惡)으로 엄격하게 규정한다. 적(敵)과 동지(同志)의 개념으로, 지지자와 반대자로 구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김용신 교수는 “자신이 적으로 규정하는 집단을 제압하고 불이익을 주어 그들의 비판을 막아내려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성격의 지도자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투쟁하려는 집단의 수장(首長) 역할은 잘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자아도취적 성격은 일반적으로 모든 지도자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 특징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남보다 자신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 물론, 무슨 일이든지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나무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아도취적이면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김 교수는 “자아도취적 최고 지도자는 자신이 이끄는 구성원들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이에게 사랑받기를 강하게 원한다”며 “찬사(讚辭)를 보내는 구성원만을 인정하고, 비판을 용납하지 못하며 복종(服從)하고 따르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내외를 막론하고 자신의 경쟁 상대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그들에 대한 적개심 내지 분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김용신 교수는 “윤 대통령은 자기 자신에 대해 굉장한 자긍심을 갖고 있고 뚝심도 있다. 사법고시에 9번 도전한 것만 봐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굉장히 강한 사람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사 생활을 오래 해 세상 사람을 범죄자와 비범죄자로, 흑과 백으로 양분하려는 성품이 굳어졌을 수 있다. 그는 “그러니까 범죄자들을 다 척결해야 한다는 아주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윤 대통령”이라며 “여기다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녀서 주변 사람들이 자기 말을 잘 따르리라는 환상을 갖고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박정희, 김대중, 윤석열
 
김용신 전 단국대 교수.
  지난 12월 10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에게서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은 “현장 지휘관들이 ‘안 된다’고 했고, 저도 그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지시사항을 이행해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했을 시 작전 병력이 나중에 범법자가 되는 문제와 강제로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기 때문에 차마 그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군이 자신의 부당한 요구마저도 순순히 따를 것으로 오판한 것이다.
 
  김용신 교수는 “윤 대통령이 몇몇 사람의 말만 듣고 충분히 계엄군의 무력 진압이 가능하다고 확신했지만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고 용의주도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강박적 성격의 지도자입니다. 강박적 성격의 지도자는 일반적으로 완벽주의를 추구하기에 모든 구성원에게 실수 없는 업무 처리를 당부하죠. 계획이 완전히 수립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재임 시절, 군 수뇌부의 성향을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다 완성한 사람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옵세시브(강박적 성향)한 측면이 강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죠.
 
  반면 윤 대통령은 자아도취적이고 편집적 성향이 강해 자기 말이면 모든 계획이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이라는 자만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사전 점검을 철저히 못 했고, 세밀한 부분이 부족했던 거죠.”
 
  김 교수는 “무조건 자기는 옳고 상대는 나쁘기 때문에 세밀함이 없었던 것”이라며 이렇게 부연설명했다.
 
  “자기주장대로 이행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야 하는데, 계엄군이 거부해 버렸어요. 김용현씨도 욱하는 성질만 있지 면밀히 준비를 안 한 거고요. 대통령은 자신의 모교 출신 몇 사람 말만 믿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착각을 한 거예요.”
 
 
  “尹-韓 갈등, 60년대생과 70년대생의 차이”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은 어떻게 보시나요.
 
  “제가 볼 때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말을 안 들은 게 아니라 1960년대생과 70년대생의 사고방식 차이라고 봅니다. 곽종근 전 사령관도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따르지 않은 겁니다. 배신한 것이 아니지요. 윤 대통령은 지금 굉장히 당황스럽고 괴로울 겁니다. 시대가 변해 요즘 사람들은 권력자의 지시라 해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거든요.”
 
  ―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괴로워할까요.
 
  “자기 잘못에 있어서는 99%의 사람이 제대로 이해 못 해요. 뉘우칠 만큼 잘못의 인지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짓을 안 하죠. 실패했을 때 핑계 댈 게 없으니까.”
 
  김용신 교수는 윤 대통령 성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틀리지 않다고 진단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편집증적이고 자아도취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돌이켜보면 무척 반항적이고 자의식이 강한 소년이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생각은 어머니(李順禮·1914~1998년)에게 물려받았는데 노 전 대통령의 회고에 따르면 “어머니는 매사에 자기주장이 뚜렷했고 가난에 한(恨)이 맺혀 돈이 없어 수모당한 것을 몹시 분하게 여기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자아 이상(理想)이 가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부와 가난, 평등과 불평등, 정의와 불공정 등 주로 극단적인 개념의 양분적 구조로 전개되었을 수도 있다.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반항적이고 저항적인 태도는 무의식이 이념적으로 편집적 양상을 가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김 교수는 “모든 사태나 상황을 흑과 백으로 나누어 보는 성격적 경향을 가지게 되어 노 전 대통령이 이념성을 강하게 가지게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내향적 직관형’
 
김창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울산대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예교수인 김창윤 교수에게 윤 대통령의 성격적 경향성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김 명예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고 대한정신약물회 이사장, 서울아산병원 스트레스 심리상담센터 소장,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및 주임 교수를 역임했다.
 
  《성격과 삶》(2020)의 저자인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의 성격은 누가 뭐라 그러든 말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게 현실적이든 아니든 그냥 밀어붙이는 ‘마이웨이 형’”이라고 말했다. “현실 인식 능력이 떨어지고, 논리적인 사고가 (현실 인식을) 보완해 주면 좋은데 그게 떨어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도덕적인 면이 깐깐한 스타일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덧붙여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이 굉장히 내향적(內向的)이고 직관적인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기자는 그동안 윤 대통령이 외향적인 면이 더 강하다고 여겼었는데, 내향적이라는 말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향적 직관형 성격은 어떤 성향의 사람일까. 김창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현실 문제보다는 근원적인 것에 관심과 통찰을 보이는 스타일이다. 본질을 꿰뚫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나 정작 눈앞의 현실에는 둔한 편이랄까?
 
  비상계엄을 둘러싼 탄핵·하야 논란이 불거져도 윤석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고 “야당의 허위 선동이 원인”이라 말하며 단호히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한 김창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 제3자한테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거나 잘 모릅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옳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는 그렇게 받아들여야만 하고, 지금은 아니라도 세월이 가면 그렇게 알려질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요.
 
  물론 직관에 의한 판단이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깎아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팩트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되거든요. 틀릴 수도 있다는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되는데 그런 게 잘 안 된 거예요.”
 
 
  “공감 능력 떨어져”
 
  ― 의정(醫政) 갈등 때도 남들이 반대해도 윤 대통령은 ‘꿋꿋이 가겠다. 역사가 증명해 줄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이런 말도 했잖아요. 2024년 10월 22일 부산 범어사에 가서 ‘돌을 던지더라도 맞고 가겠다’고요. 이 말은 나쁜 의도가 아니고 자신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내뱉는 진정성이 담긴 표현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일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낮은 국정 지지율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존의 국정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이었다.
 
  “윤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의료개혁이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판단이 본인의 선한 의도라고 확신해 밀어붙이지만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닌데 이 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합니다.”
 
  ― 내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싫어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감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 게 공감 능력인데, 이런 측면이 좀 떨어져요. 남들이 싫어할 수 있고,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설사 (남들이) 옳다 하더라도 이런 측면에 대한 인식이 없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는 ‘나는 선한 의도지만,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겁니다.”
 
  ― 자신의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굉장히 당황하고 억울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담화 때나 같은 해 8월 19일 의정 갈등 관련 국정브리핑 때도 화가 난 모습이었습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의정 갈등도 억울한 거예요. ‘나는 좋은 의도에서 하는 건데 왜들 이렇게 반대하지?’ ‘사람들이 이해가 안 돼’라는 생각일 겁니다.
 
  윤 대통령은 팩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본인이 나름의 어떤 통찰력이 있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생각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가 카메라 초점을 맞출 때 대상에 초점을 맞추면 배경이 흐려지잖아요. 주변적이고 부차적인 건 신경을 안 써요.”
 
 
  윤석열이 司試 9修한 이유
 
  김창윤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9수(修)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례를 들며 “이분이 근본적인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고시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공부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시험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만약 학자라면 엄청나게 많이 공부해 실력이 늘 수 있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현실적으로 불리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윤 대통령은 다른 고시생들과 공부 방법이 달랐다고 한다. 다른 고시생들은 여러 과목의 책을 한 권의 서브노트로 요약하고 이 노트를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서브노트를 만들지 않고 모든 과목의 책을 그냥 읽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2~3시간이 지나면 그가 공부하는 책상에는 책이 수북이 쌓였다. 책을 보다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관련된 책을 모두 찾아본 것이다. 당연히 고시 공부 진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동차 운전면허도 없다. 자동차 운전면허 필기시험도 “(시험을 봤다면) 다섯 번은 떨어졌을 것”이라며 “자동차를 전부 해부(解剖)해 보지 않고는 면허를 못 땄을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다. 직관적인 사람은 감각적인 면이 떨어지고, 논리적인 사람은 감정적인 면이 떨어진다. 감각적인 사람은 반대로 직관적인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MBTI 검사에서 T형, F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성격의 단점이 적절하게 보상이 안 되면, 그 사람 삶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요. 단점이 장점을 가리는 상황이 될 정도가 되면, 상당히 곤란해지는 거죠. 자신의 단점을 적절히 보완하지 않아 그 사람의 발목을 잡을 경우 그 사람의 운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저는 많이 합니다.”
 
 
  “윤(석열)이 달마 수사를 했다”
 
  김창윤 교수는 “직관적인 사람은 사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말했다. 멀리 보고, 근본적인 걸 보니까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해관계는, 남들은 다 보는데도, 혼자만 못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큰 틀에서 김건희 여사가 어떤지 윤 대통령이 실제 모를 가능성이 많다. 보는 관점도 다르고 그래서 큰 틀에서만 보고 세부적인 것은 안 보니까.
 
  “남들도 보는 걸 혼자만 못 보는 것은 등잔 밑이 어두운 경우예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능하지만 반대로 세부적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둔합니다.
 
  이럴 경우 (이해당사자들과)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런 문제를 미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참모가 받쳐줘야 합니다. 대통령이 다 잘할 필요는 없거든요. 근데 이게 안 되면 엉망이 됩니다. 단점이 그 사람의 장점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비현실적인 걸로 비쳐서 마치 돈키호테처럼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2015년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해 “제대로 채워져 있는 게 없다”고 불만 섞인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윤석열 수사팀의 사건 연결고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얘기였다. 이 말을 들은 한 선배 검사는 “윤(석열)이 달마 수사를 했다는 얘기네”라며 혀를 찼다고 한다. ‘커다란 붓으로 휘저었는데 속은 비어 있다’는 뜻이다.
 
  김창윤 교수는 윤석열 검사의 선배 검사가 “윤(석열)이 달마 수사를 했다”고 한 표현에 밑줄을 긋는다.
 
  “수사가 팩트에 베이스를 둬야 하는데 달마 수사라는 게 직관적이고, 사실관계에 기초한 사고방식이 아니라는 얘기거든요. 어떤 방향을 잡고 그다음에 사실관계를 자기 직관에 맞추는 경우가 사실 많거든요.
 
  칼 포퍼(Karl Popper) 아시죠? 《열린 사회의 적들》에서 비합리적인 성향을 예로 들며 전체주의 나치를 비판했습니다. 합리적이라는 게 뭐냐?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 점에서 윤 대통령은 합리적인 스타일이 아닌 거예요.”
 
 
  “실제보다 과소평가되는 경우 많아”
 
  김창윤 교수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의도가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근본적인, 어찌 보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너무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상대가 나를 약 올린다고 때리면, 내가 피해자인데 한순간에 가해자로 바뀌지 않나요?
 
  결론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달리 비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지, 본인이 우월감이나 특권의식이 있어서 상대를 이용하고 거기에 대한 죄책감을 못 느끼는 나르시시스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 자기도취적인 성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병적 나르시시즘은 아니나 내향적 사람은 내적 우월감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어요.
 
  다시 말해 ‘나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의정 갈등 때도 정부가 의사들을 못 이긴다고 해도 ‘나는 달라. 이전 정부와는 달라’라고 맞섰어요. 계엄 선포 역시 ‘나는 다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대책이 없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뭐를 해도 한다’는 식인 것이지요. 계엄은 적절한 방식은 아니나, 윤 대통령 자신은 상대 야당의 의도에 나름 맞서려는 뜻으로 보입니다.”
 
  김 교수는 심리학자 융이 언급한 ‘내향적인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다’는 통찰에 강조점을 두었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기껏 꺼낸 얘기가 의도치 않게 혹은 준비 부족으로 엉뚱한 말실수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평소 자신을 드러내지 않다가 불쑥 지나치게 직설적인 비판을 하거나 감정이 폭발하면 자신의 장점보다 단점을 드러내서 실제보다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보기에 따라 외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내향적인 스타일로 보는 게 맞을 거예요. 어떤 문제를 현실에 맞게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아서, 그러니까 상대한테 본인 의도와 달리 비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습니다.”
 
 
  “윤석열은 외향적”
 
황상민 박사.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의 분석이 궁금해 연락을 해보았다. 황 박사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대 사이언스센터와 캘리포니아대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연세대 교수를 역임했다.
 
  최근 황 박사는 《나만의 마음; 자기인식과 성찰의 힘》(마음읽기)이라는 책을 펴냈다. 묵직한 이 책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심리·행동 특성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황 박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보스 기질과 카리스마 ▲타인과의 좋은 관계를 통한 존재감 획득 ▲외향적이고 유쾌함 ▲‘무대뽀스러운’ 업무 처리 방식과 순발력 등 심리·행동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향이 강한 이들은 ‘휴머니스트’다. 황 박사의 말이다.
 
  “휴머니스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그리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휴머니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입니다. 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도 많이 하는 사람을 ‘로맨티시스트’로 규정하죠.”
 
  또 평범한 사람의 수준을 막연히 설정하고,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는 ‘리얼리스트’, 남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해야 살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의 사람들 등으로 나뉜다.
 
  김창윤 교수는 윤 대통령의 성격 성향을 내향적으로 봤지만 황상민 박사는 외향적으로 본다. 김용신 교수도 외향적인 성향으로 봤다. 한 사람에 대한 진단이나 평가가 그 사람의 다양한 어떤 면에 초점을 두며 접근하느냐에 따라 정반대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황상민 박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외향적이라고 보는 이유로 첫째, 사람을 대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지 않고, 둘째 유머 감각이 좋고 유쾌한 성격이라는 평을 자주 듣고, 셋째 부정적 경험이나 정서를 쉽게 잊어버리며, 넷째 정작 본인의 부정적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며, 거절을 잘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휴머니스트와 ‘단무지’
 
  황상민 박사는 외향적인 휴머니스트 성향을 3음절로 ‘단무지’라 말했다. 단순, 무식, 지랄.
 
  “휴머니스트 성향의 사람은 본인이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평가, 비판하고 단죄할 때는 정의의 사도(使徒)가 됩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 ‘내 편’은 예외입니다. ‘우리가 남이가’가 적용되죠. 다른 이는 먼지 하나라도 죄가 되는데 우리는 웬만하면 ‘그럴 리가 있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죄를 저지를 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심리·행동의 특성을 가진 사람은 보스 기질을 보이며, 타인과 좋은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이 나타낸다.
 
  “휴머니스트의 기본 욕구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타인의 관심을 얻는 것, 그리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등입니다. 강점은 긍정적 태도, 높은 사교성과 친화력, 강한 추진력 등이죠. 약점은 충동적, 디테일의 부족, 지나친 오지랖, 집중과 몰입의 어려움, 권위주의 등입니다.”
 

  황 박사는 “휴머니스트가 복잡 미묘한 상황의 변화나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는 서투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휴머니스트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수용해 주고 싶어 하지만 안 됩니다. 정작 그 사람이 왜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지,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겪는지 세세하게 캐치하는 것을 어려워하죠. 휴머니스트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감한다는 것은 타인과의 감성적인 공유라기보다는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행동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실수 저질러”
 
  자기를 몰라주는 이들에 대해 섭섭함과 함께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황상민 박사의 설명이다. 또 김창윤 교수의 설명과 비슷하게 “주변 사람들 모두 다 아는 소문을 혼자만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이다.
 
  휴머니스트는 권위와 서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순발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지식의 습득력이나 이해력은 빠르지만 덜렁거린다는 게 황 박사의 주장이다.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대략적인 계획은 세우나, 세세한 계획을 세우는 데는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윤 대통령을 볼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세요. 보스 기질, 카리스마, ‘나를 따르라’, 그리고 ‘어퍼컷’ 같은 몸짓에서 보듯 사람들과 ‘으쌰으쌰’ 하는 과정을 즐기며 나름의 존재감을 얻는 분입니다. 외향적이고 유쾌하게 느껴지고 대장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이는 자기를 환호할 때 이런 모습을 보이죠.
 
  그러나 급하게 행동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실수를 하거나 준비 없이 난관을 맞이하기도 하죠. 예상하기 힘든 지금의 상황에서는 좀비처럼 숨어버립니다.”
 
  기자는 3명의 심리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 모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해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편집적이고 자아도취적이며 내향적 직관형의 성격과 휴머니스트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다시 건너올 수는 없어 보인다. 이럴 때 우리 국민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어떤 결심을 해야 할까.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로 인해 지금 한국인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신문과 잡지를 읽을 때마다, 방송을 틀 때마다 탄핵과 하야, 계엄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취재를 마칠 때쯤 김창윤 교수가 문자를 보내왔다.
 
  “‘내향적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다’는 융의 말이 윤 대통령에게 딱 들어맞는 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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