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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사태 2년’ 계기로 보는 ‘눈 귀 잃은 국정원’

“요소수 사태, 국내 정보 활동 못 하니 눈만 껌뻑껌뻑하다가 터진 것”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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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정원, 정보관이 요소수 문제 보고했지만 ‘단순 첩보’로 여겨
⊙ 文 정권, ‘정치 사찰’ 이유로 국정원 ‘정보보안국’과 ‘정보분석국’ ‘국내 정보 담당관(IO)’ 폐지
⊙ 文 정권 부동산 정책, 잼버리 대회 실패도 국정원 IO 폐지가 원인 중 하나
⊙ 박정희 정권 시절 중정, 동두천 미군부대 주변 ‘짬밥’ 줄어들고 있다는 첩보에 주한미군 철수 감지
⊙ “요즘 직원들 ‘그건 위법 아닙니까’ 되묻기도… 정보기관 행정화 심각해”(장종한 양지회장)
⊙ “자료 수집을 정쟁의 소재로 삼을 경우, 경제 안보에 공백 초래”(전략연 보고서)
  결국 보고서다. 국가정보원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정보, 그중에서도 쓸모 있는 내용이 정부에 보고된다. 일선 요원들이 제아무리 중요한 첩보를 입수하더라도 간부와 정책 결정권자가 눈길을 주지 않으면 ‘첩보 쪼가리’에 그친다는 게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들에 따르면, 첩보의 중요도를 가늠하는 척도는 국내에 미치는 파급력이다.
 
  이를 놓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문재인 정부 때 벌어진 ‘요소수 대란’이다. 지난 2021년 10월 중국의 수출 통제 여파로 한국 내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그해 11월 23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이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외 정보관에게 요소수 문제를 보고받았지만 단순 첩보로 여겨 간과했다”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출신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를 지낸 김 의원은 해당 정보관의 파견국이 ‘중국’이라고 밝혔다. 외국 현지에서 보고한 첩보가 있었음에도 지도부에 그 심각성을 설득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돼버린 셈이다.
 
  뒤늦게 보완 입법이 이뤄졌다. 류성걸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발의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안정화법)’이 지난 6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요소수 사태가 터진 지 2년 반 만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제정된 이 법은 국정원의 ‘경제 안보’ 대응 역할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국내 활동이 손발이 묶인 상황에선 공급망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국익(國益), 안보 등과 관련해 얼마든지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 담당 부서인 ‘정보보안국’과 ‘정보분석국’을 없앴다. ‘국내 정보 담당관(IO·Intelligence Officer)’ 제도도 폐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개정된 국정원법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 정보”라는 개념을 삭제,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요소수 사태를 통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정원의 역할을 되짚었다.
 
 
  IO는 신경망 조직
 
저서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를 쓴 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이 지난 7월 2일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월간조선
  “2002년 월드컵 때 누가 그 행사를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통제했을까요. 생각해보십시오. 그걸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에서 했을까요, 아니면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경찰이 했을까요?”
 
  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은 10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2년 월드컵 당시 국정원 경남 지부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때 울산 월드컵 경기장에 안전 요원으로 잠입했던 그는 “국정원에서 경찰, 군(軍), 소방 등과 사전 회의나 기관 간담회를 통해 역할 분담을 주관했다”며 “배후에서 행사 관련 모든 부분을 컨트롤했던 게 국정원”이라고 설명했다. 하 전 지부장은 “테러 집단이 침투할 경우, 법무부와 협조해야 하는데 각 부처에 입김이 작용하는 공안기관이 국정원밖에 없었다”며 “특활비(특수활동비) 등 많은 예산이 확보됐기 때문에 각 정부 부처를 배후에서 지휘할 수 있었고, 별 탈 없이 행사가 끝났다”고 했다.
 

  하 전 지부장은 사회 전반에 걸쳐 있었던 국정원의 숨겨진 활동들을 열거했다.
 
  “국내 각 분야에 국내 정보 담당관(IO)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슈마다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어요. 이를 통해 신경망 조직처럼 통제, 지휘했어요.”
 
 
  노무현도 눈여겨본 국정원 보고서
 
  ― 직접 경험한 다른 사례도 있나요.
 
  “노무현 정부 때 일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국정원 보고서를 잘 받아 보지 않았다는 후문이 돌았습니다. 이런 노 전 대통령도 눈여겨본 보고서가 있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대기업에서 노사(勞使) 대립이 극심했어요. 그때 국정원 노동 담당관이 노동조합에 노조원으로 신분을 가장해 농성 투쟁 현장에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합숙을 했죠. 그러고 현장에서 들은 노조원 개개인의 요구 사항과 갈등의 배경 등을 정확하게 보고서로 작성했습니다. 7장 분량의 보고서 안에 해결 방안까지 들어갔어요. 그렇게 국정원장에게 보고가 된 이 보고서를 노무현 대통령이 받아 보고는 노동부 장관을 바로 불렀어요. 그러고 이 보고서를 주면서 대책 수립을 지시했어요. 이 보고서는 노조와 기업,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대안까지 제시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왜 부동산 정책 실패했나
 
  하 전 지부장은 비근(卑近)한 예시들을 술술 풀어놨다. 예고 없이 불시에 건 전화였음에도 그의 토로엔 마치 준비된 듯한 인상을 줄 만큼 묵힌 답답함이 서려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때 군에서 탈영이나 총기 난사 사건이 늘었어요. 그땐 국내 정보 담당관들이 아예 용산에서 2주간 숙식을 했습니다. 군인들이 휴가를 나오면 주로 용산역에서 많이들 내린단 말이죠. 그럼 국내 정보 담당관이 현역 군인에게 다가가서 밥을 사줍니다. 물론 국정원 신분을 밝히지 않고, 병무청에서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둘러대는 식으로요. 식사를 같이 하면서 용돈도 좀 챙겨주고 군 생활이 어떤지 고민은 무엇인지 등을 듣습니다. 그렇게 죽치고 앉아 있으면 군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실마리를 못 찾겠습니까. 그 정보를 국방부에 넘겨 탈영 문제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심리, 사기(士氣)에 관한 참고가 될 수 있게 했습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활동은 이런 거예요.”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서훈 전 국정원장은 2017년 6월 1일 취임 첫날부터 국내 정보 담당관(IO)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대한 의견을 하동환 전 지부장에게 물었다.
 
  ― IO 제도가 폐지돼서 생긴 피해가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십 차례에 걸쳐 정책을 내놨잖아요. 정책을 내놓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땜질을 하는 식으로요. 왜 그런 줄 아십니까. 부동산 투기꾼들의 복잡다단(複雜多端)하고 미묘한 수법을 공무원들은 모르잖아요. 국토부 공무원들이 날고 기는 ‘떴다방(불법 부동산 중개인)’들의 생리를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만약 국토부나 부동산 관련 국내 정보 담당관이 있었다면 문제의 원인을 보다 가까이에서 알 수 있었겠죠. 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으면 대통령은 국토부에 그 정보를 줄 수 있었을 거고요. 예전에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국정원 정보관들이 있었어요.
 
  요즘 심각한 마약 유통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생들까지 마약을 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너무 답답해요. 경찰과 검찰은 이미 범죄가 일어났을 때 수사하는 기관이고, 사전에 위험을 파악하고 예방하고 경종을 울리는 건 국정원입니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이런 모니터링(관찰)을 할 수 있는 역할을 없앴죠. 그 후유증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국정원 자체를 적폐로 몰아 악마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장종한 회장.
  이처럼 현장으로 ‘위장 침투’를 할 수 있는 정보기관의 역할은 일반 공무원들이 할 수 없는데다가, 각종 사회 안전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범죄화되기 전에 예방할 수 있기에 중요하다.
 
  ―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데, 왜 알려지지 않았나요.
 
  “우리가 다른 정부 기관들처럼 홍보를 할 수 없잖아요. 정보기관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을 알릴 수는 없지만 정치인들은 잘 압니다.”
 
  ―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는데요.
 
  “예전엔 여의도를 출입하는 정치 담당 정보관이 있었죠. 과거에 대통령과 같은 통치권자가 여당에만 유리하도록 야당의 동향과 약점을 가져오라고 악용한 게 문제였는데, 그러면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면 되잖아요. 처벌 조항을 만들거나 그 분야 담당관만 없애면 되는데 국정원 자체를 적폐로 몰아 악마화하고, 국정원의 국내 정보 업무를 통째로 없애버렸습니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집 전체를 불태우는 격이죠.”
 
  요소수 사태 얘기로 돌아와서, 하동환 전 지부장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 활동 기능이 남아 있었다면 요소수 사태와 같은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요소수 사태의 경우, 오랜 기간 전문성을 축적한 경제 담당 IO가 주시하고 있었으면 이러한 사태를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소수 사태 관련 분야에 오래 재직한 전직 정보기관 고위 간부 A씨는 “요소수 사태는 국정원이 미리 예측해서 막았어야 하는데, 국내 정보 활동을 못 하게 되니 눈만 껌뻑껌뻑하다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에게 물었다.
 
  ― 요소수 사태가 터지기 전, 국정원이 중국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한 바 있지 않습니까.
 
  “외국에서 아무리 중요한 첩보를 입수하면 뭐 합니까. 그게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국내 실정(實情)과 연계해 보고해야 설득력을 얻어요. 근데 지금 국가정보원은 국내 정보 활동을 사실상 못 하잖아요. 그럼 외국에서 얻은 정보는 딱 한 줄짜리 ‘첩보 쪼가리’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끼리 부서는 달라도, 정보 활동의 영역을 두고 이런 말을 해요. ‘국제 없는 국내 없고, 국내 없는 국제 없다’고요. 국내외를 아우르는 정보 활동을 해야 외국의 동향을 보고 국가에 위해(危害)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낼 수 있는 거죠.”
 
  ― 당시 박지원 국정원장이 이를 단편 첩보로 간과했다고 사과한 바 있죠.
 
  “국내 정보 활동이 활성화됐으면 그 첩보도 임팩트(충격) 있게 보고됐을 거예요. 근데 어디 한쪽 구석에서 희미한 단편 첩보가 보고되니까 사장(死藏)돼버린 거죠. 국정원이 국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때, 국가의 위기 상황을 초래할 정도의 첩보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강도 있게 보고됩니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대학원장을 지낸 장종한 양지회(국정원 퇴직자 모임) 회장도 “IO들은 여기저기서 단순한 것들도 귀담아듣고 와서 분석한다”고 했다. 10월 8일 만난 장 회장에게 ‘국정원에 들어오는 수많은 첩보 가운데 특정 첩보가 실제 대응으로 이어지려면, 그 첩보의 국내 파급력이 관건이 되어 설득력 있는 보고서가 올라가야 하는지’를 묻자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요소수 사태 때도 우리끼리는 ‘이건 분명히 우리 IO들 있었으면 사전에 보고해서 조치됐을 거다’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사소한 정보 한 조각’
 
  ― 예전 국내 정보 담당관(IO)들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
 
  “IO들은 각 기관, 기업 등 여러 곳에 들어가 여러 가지 고급 정보들을 얻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책과 국정에 반영했거든요. 지금은 모두 없어져 이런 역할을 하는 국가 기관이 이젠 없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나요.
 
  “1970년대 즈음, 주한미군 제2사단이 있는 동두천 담당 국내 정보관이 사소한 정보를 하나 가져왔어요. 그 동네에선 군부대에서 나온 ‘짬밥(잔반)’을 돼지 사료로 썼는데, 이 ‘짬밥’이 계속 줄어든다고 동네 주민들이 하소연한다는 거예요. 사소한 정보 한 조각이지만 이 담당관은 왜 그런지에 대해 정보 수집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알아보니, 주한미군이 한미연합훈련을 하러 온다며 비어 있는 비행기를 미국에서 들여와 주한미군을 데리고 나가기 시작한 거였어요. 지미 카터(Jimmy Carter·100) 당시 대통령이 동두천에 있는 주한미군 제2사단을 철수시키려 한 거죠. 그래서 당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에게 수집된 정보 보고가 올라가니, 박 대통령은 서해안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고 주한미군 철수는 중단됐습니다. 사소한 첩보 이면에 있는 깊숙한 내막을 분석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그때 우리는 몇백 명이 앉아서 해외, 전국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분석했으니까 (국내·해외 부서가) 서로 맞추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 기능이 다 죽었지만요.”
 
  ― 국내 정보 활동을 하지 못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할 만한 사례가 있을까요.
 
  “지난해 8월 일어난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죠. 정부 부처에선 비리가 있거나 잘못된 행정 처리가 발견되면 사건의 표면만 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국정원은 그러한 행사도 ‘사전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봅니다.”
 
  ― ‘공급망안정화법’과 같은 보완 입법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국내 정보 활동을 못 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런 법을 하나씩 만들면 각 분야마다 그런 법률이 엄청나게 만들어질 텐데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국정원의 행정조직화 심각”
 
  ― 그래도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져 국내 정보 활동이 축소된 것 아닙니까.
 
  “국정원 직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면 징역 7년형에 처해집니다. 연금도 못 받고 쫓겨날 텐데 그럴 수 있나요. 국정원 예산, 활동비까지 국회로 불러 따지고 있는 데다 요즘 직원들은 어떤 일이 주어지면 ‘그거 법률에 저촉되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을 만큼 정보기관의 행정화가 심각합니다.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 일부는 공격적인 정보 활동도 하는데요.”
 
  전직 정보기관 간부 A씨는 “국제 정보가 바로 그다음 날 우리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며 “요소수 사태처럼, 외국에서 온 첩보가 국내와 다 연결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FBI와 CIA를 총괄하는 ‘국가정보장(ODNI)’ 제도를 만들었다”며 “독일과 이스라엘 등 각국이 국내외 정보 담당 부서를 사실상 융합하고 있고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지난 7월 23일 발간한 《공급망안정화법 시행을 계기로 바라본 정보기관의 역할》에 따르면 “공급망 문제는 국내외 여건과 환경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따로 분리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이어지는 내용을 발췌했다.
 
  〈국제 정세·외국의 자원 현황·외국 정부의 정책 변화 등 대외적인 변수에 대한 파악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내의 물자 보유·수급 여건·재정 상황 등에 대한 국내 공급망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없이는 수집된 정보가 무용지물이 되거나 수요자에 맞는 정확한 정보 분석이 이루어질 수 없다. 정보기관의 국내 기관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자료 수집을 지난 정부 시절 폐지된 국내 정보 활동으로 오인을 하거나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삼을 경우, 정보력 약화로 이어져 경제 안보에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국정원 “민간 협력 중요”
 
  이처럼 국내 정보 활동을 못 하게 된 상황이다 보니 국정원에선 ‘민간, 학계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해외 공급망 위험 탐지와 국내 파급 연결고리에 대한 지속적 관찰을 위해서는 국내외 정부 부처는 물론 학계·민간 분야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급망안정화법은 국정원이 경제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국내외 공급망 위험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대외 경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정원은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공급망안정화위원회에 소속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물자 등 공급망에 경고등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공급망안정화위원회는 ▲3년 주기의 공급망 안정화 기본 계획 수립 ▲국내외 위협 점검 및 조기 경보 발령 ▲경제 안보 품목 지정 및 리스크(위험) 관리 ▲위기 발생 시 국가적 대응 전개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공급망기본법에 따른 ‘경제 안보’의 정의는 “국내외에서 발생 가능한 경제·통상·정치·외교적 상황 변화에도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품목, 서비스, 기술 등이 원활히 유입되고 부적절하게 유출되지 않음으로써 국가 안전 보장이 유지되고 국가 및 국민의 경제 활동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상태”다.
 
  정보기관이 보유한 휴민트(humint ·인간정보), 테킨트(techint·기술정보) 등 첩보망을 통해 모니터링(관찰), 수집, 생산된 공급망 위험 정보를 신속히 알리는 ‘조기 경보’에 집중한다는 게 국정원의 계획이다. 또 ▲원자재·희토류 등 중요 품목의 공급망 위험이 우리 국가 안보 및 경제 안보에 미치는 파급 효과 ▲외국 정부 또는 해외 공급자 정책 변화에 따른 국내외 공급망 위험 정도 등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평가 활동도 국정원이 맡게 된다.
 
  국정원은 “그간 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원료나 배터리 핵심 소재 등에 대한 공급망 문제 발생 가능성을 주시해왔으며, 이번 법안(공급망기본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는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통해 대내외에 관련 정보를 전파하게 된다”고 밝혔다.
 
 
  기업 “공급망은 복잡, 관리 쉽지 않아”
 
  공급망안정화법과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7월 8일 기자와의 서면 질의에서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 관련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자재에서 생산까지 이뤄지는 하위 공급망은 굉장히 복잡하고, 수시로 변경되는 것으로 관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회사(삼성전자)는 하위 공급망까지 파악해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주요 자재들의 공급선 다변화 및 탄력적인 체계를 만들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게 물었다.
 
  ― 공급망 불안정으로 혼란을 겪었던 대표적인 사례가 있나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2020~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여파로 제기된 공급망 리스크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만, 적극 대응하여 실제 심각한 수급 불안으로 이어진 바는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탄력적인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요소수 시장 점유율 1위 업체 A사 측은 요소수 사태 당시 피해 규모, 공급망안정화법 시행 및 관련 대응 계획을 묻는 질의에 “답변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요소수 사태 이후 공급망안정화법 시행과 관련해 “반성과 함께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범(汎)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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