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목욕탕에 검사 추정 인물 찾아와” 주장… 목욕탕 관계자 “그렇다”
⊙ 평산책방, 중국인 등 관광객으로 붐벼… 중국어판 《운명》이 3위
⊙ 9월 3주 차 책방 인기도서 1위는 《문재인의 독서노트》
⊙ 평산책방, 중국인 등 관광객으로 붐벼… 중국어판 《운명》이 3위
⊙ 9월 3주 차 책방 인기도서 1위는 《문재인의 독서노트》
- 문재인 전 대통령 사돈 가족이 운영하는 목욕탕 외관. 사진=월간조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8월 말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집과 사무실, 별장을 압수수색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소유주라고 알려진 태국 저비용 항공사다. 앞서 다혜씨 전 남편인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이 된 지 넉 달이 지난 시점인 2018년 7월에 이 회사 전무로 취업했다. 검찰은 항공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고위 임원으로 채용된 것과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 사이에 대가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씨 또한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되며 지난 1월 자신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민주당 측 주장에 따르면, 검찰은 서씨 가족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시의 목욕탕에도 찾아갔다고 한다. 윤건영·이용선·진성준 의원 등 문재인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 27명은 지난 5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검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손님으로 가장해 전 사위의 모친이 운영하는 목욕탕을 이용했다”며 “다른 날에는 목욕탕 내 카운터 진입을 시도하며 ‘사돈을 감싸려다 큰일 난다’고 겁박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칠순 노모인 전 사위 모친에게 검찰이 19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보냈다”며 “수사가 아니라 스토킹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 목욕탕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19년부터 서씨는 이 목욕탕 지분 일부를 증여받아 소유하고 있다. 2017년 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지역 매체인 《양산신문》은 이 목욕탕을 찾아 카운터를 보던 서씨 어머니와 만나 짧은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당시 서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도 경희대를 나왔고 사돈 내외도 경희대 동문”이라며 “우리와 사돈 맺는 것을 봐도 얼마나 서민적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며느리도 그렇고 안사돈도 백화점에 가는 것을 꺼릴 정도로 소탈하다. 가구도 경매 나온 것을 산 것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로부터 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사이 서씨와 다혜씨는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 전 대통령 가족과 서씨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시작된 만큼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기자는 이들과 접촉하기 위해 이틀간 이 목욕탕에 들러 취재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욕탕 관계자로부터 이렇다 할 기삿거리를 뽑아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취재하면서 보고 들었던 몇 장면을 스케치하기 위함이다.
“사돈 맞느냐” 질문에
평일 아침 방문한 목욕탕. 한 노년 여성이 카운터에 앉아 계산을 돕고 있었다. 이 여성은 기자에게 “젊은 손님이 왔다”며 일회용 샴푸와 린스 값을 받지 않고 무료로 줬다.
건물 2층에 있는 남탕은 온탕·열탕·냉탕·사우나실 각 1칸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였다. 탕 구석에선 7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그보다 더 나이 많은 노년 남성의 때를 밀어주고 있었다. 30여 분 뒤 이 남성이 일을 끝내고 탈의 공간으로 나가자 그를 따라나섰다.
남성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문 전 대통령 사돈이 맞느냐”고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어 “검찰이 목욕탕에 찾아온 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또 “검찰이 사모님에게 문자도 보냈다던데 이 또한 사실이냐”고 묻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은 이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은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튿날 목욕탕을 다시 찾았다. 남탕에 들어서자 이 남성과 다시 마주칠 수 있었다. 그는 탈의 공간에 있었다면 누구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크기의 목소리로 지인과 통화하고 있었다. 그는 수화기 너머로 “어제도 한숨도 못 잤다”며 “아들 걱정 때문에”라고 말했다. 직접 밝히진 않았으나 이 남성이 문 전 대통령의 전 사돈이 맞다면, 통화에 등장하는 ‘아들’이 서씨가 맞다면, 또 ‘아들 걱정’이 검찰 수사 때문이 맞다면 사돈 일가는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그는 탕 안으로 들어가 묵묵히 손님의 때를 밀어줬다.
‘딸 음주운전 혐의’ 文 침묵
가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데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일까? 문 전 대통령을 만나 이에 대해 묻고 싶었다. 목욕탕에서 나와 차로 약 30분 거리인 평산책방으로 향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뒤 양산의 평산마을 사저로 내려가 지난해 4월 이 책방을 열었다.
마을 입구에선 유튜버로 보이는 중년 남녀 4~5명이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확성기를 틀고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간이 텐트 주변으론 ‘문재인 여적/이적/간첩죄/국정농단 특검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여러 인터넷 블로그를 보면 문 전 대통령은 평일 오후 4시쯤 이 책방에 나와 손님을 맞이한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아는 듯 오후 4시께 도착한 책방은 이미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가족 단위 관광객도 여럿 보였다. 실제 이곳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라고 한다.
책방 중앙 가판 위에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쓴 《꽃은 무죄다》, 문 전 대통령 자신이 쓴 《변방에서 중심으로》 등이 놓여 있었다. 책방 기둥엔 ‘9월 3주 평산책방 인기도서’ 목록이 붙어 있었다. 1위는 《문재인의 독서노트》, 2위는 《변방에서 중심으로》, 3위는 중국어판 《운명》이었다.
기자는 10월 4일 책방을 방문해 1시간가량 머물렀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순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튿날 새벽 다혜씨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다혜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49%였다. 문 전 대통령은 딸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씨 또한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되며 지난 1월 자신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민주당 측 주장에 따르면, 검찰은 서씨 가족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시의 목욕탕에도 찾아갔다고 한다. 윤건영·이용선·진성준 의원 등 문재인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 27명은 지난 5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검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손님으로 가장해 전 사위의 모친이 운영하는 목욕탕을 이용했다”며 “다른 날에는 목욕탕 내 카운터 진입을 시도하며 ‘사돈을 감싸려다 큰일 난다’고 겁박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칠순 노모인 전 사위 모친에게 검찰이 19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보냈다”며 “수사가 아니라 스토킹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 목욕탕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19년부터 서씨는 이 목욕탕 지분 일부를 증여받아 소유하고 있다. 2017년 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지역 매체인 《양산신문》은 이 목욕탕을 찾아 카운터를 보던 서씨 어머니와 만나 짧은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당시 서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도 경희대를 나왔고 사돈 내외도 경희대 동문”이라며 “우리와 사돈 맺는 것을 봐도 얼마나 서민적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며느리도 그렇고 안사돈도 백화점에 가는 것을 꺼릴 정도로 소탈하다. 가구도 경매 나온 것을 산 것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로부터 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사이 서씨와 다혜씨는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 전 대통령 가족과 서씨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시작된 만큼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기자는 이들과 접촉하기 위해 이틀간 이 목욕탕에 들러 취재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욕탕 관계자로부터 이렇다 할 기삿거리를 뽑아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취재하면서 보고 들었던 몇 장면을 스케치하기 위함이다.
“사돈 맞느냐” 질문에
평일 아침 방문한 목욕탕. 한 노년 여성이 카운터에 앉아 계산을 돕고 있었다. 이 여성은 기자에게 “젊은 손님이 왔다”며 일회용 샴푸와 린스 값을 받지 않고 무료로 줬다.
건물 2층에 있는 남탕은 온탕·열탕·냉탕·사우나실 각 1칸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였다. 탕 구석에선 7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그보다 더 나이 많은 노년 남성의 때를 밀어주고 있었다. 30여 분 뒤 이 남성이 일을 끝내고 탈의 공간으로 나가자 그를 따라나섰다.
남성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문 전 대통령 사돈이 맞느냐”고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어 “검찰이 목욕탕에 찾아온 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또 “검찰이 사모님에게 문자도 보냈다던데 이 또한 사실이냐”고 묻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은 이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은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튿날 목욕탕을 다시 찾았다. 남탕에 들어서자 이 남성과 다시 마주칠 수 있었다. 그는 탈의 공간에 있었다면 누구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크기의 목소리로 지인과 통화하고 있었다. 그는 수화기 너머로 “어제도 한숨도 못 잤다”며 “아들 걱정 때문에”라고 말했다. 직접 밝히진 않았으나 이 남성이 문 전 대통령의 전 사돈이 맞다면, 통화에 등장하는 ‘아들’이 서씨가 맞다면, 또 ‘아들 걱정’이 검찰 수사 때문이 맞다면 사돈 일가는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그는 탕 안으로 들어가 묵묵히 손님의 때를 밀어줬다.
‘딸 음주운전 혐의’ 文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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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책방 입구. 사진=월간조선 |
마을 입구에선 유튜버로 보이는 중년 남녀 4~5명이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확성기를 틀고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간이 텐트 주변으론 ‘문재인 여적/이적/간첩죄/국정농단 특검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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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은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평산마을 입구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사진=월간조선 |
책방 중앙 가판 위에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쓴 《꽃은 무죄다》, 문 전 대통령 자신이 쓴 《변방에서 중심으로》 등이 놓여 있었다. 책방 기둥엔 ‘9월 3주 평산책방 인기도서’ 목록이 붙어 있었다. 1위는 《문재인의 독서노트》, 2위는 《변방에서 중심으로》, 3위는 중국어판 《운명》이었다.
기자는 10월 4일 책방을 방문해 1시간가량 머물렀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순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튿날 새벽 다혜씨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다혜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49%였다. 문 전 대통령은 딸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