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70년대부터 저출산·고령화 위기 겪은 일본
⊙ 8년째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시행… ‘저출산’과 무관한 ‘여성 활약’이 목표
⊙ 시간당 기본 이용료만 4만7000원… 시장 공급·수요 모두 ‘미미해’
⊙ 중소기업이 직원의 가사도우미 이용 지원하면 정부가 보조하는 실증사업 실시
⊙ “가사도우미로 저출산 문제 풀자는 단순한 생각 접어야”(아소토 와코 교토대 교수)
⊙ “출산 의욕 높이기 위해 공적 보육 서비스 체계 구축·확충해야”(이토 요시노리 사이타마현립대학 부학장)
⊙ ‘외화내빈(外華內貧)’ 사업 대신 1만5000개소 감소한 어린이집 증설이 급선무
⊙ 8년째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시행… ‘저출산’과 무관한 ‘여성 활약’이 목표
⊙ 시간당 기본 이용료만 4만7000원… 시장 공급·수요 모두 ‘미미해’
⊙ 중소기업이 직원의 가사도우미 이용 지원하면 정부가 보조하는 실증사업 실시
⊙ “가사도우미로 저출산 문제 풀자는 단순한 생각 접어야”(아소토 와코 교토대 교수)
⊙ “출산 의욕 높이기 위해 공적 보육 서비스 체계 구축·확충해야”(이토 요시노리 사이타마현립대학 부학장)
⊙ ‘외화내빈(外華內貧)’ 사업 대신 1만5000개소 감소한 어린이집 증설이 급선무
- 일본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수행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인력파견업체 ‘파소나’는 현재 ‘외국인 가사도우미’ 65명을 고용해 약 700가구에 ‘가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파소나
저출산·고령화 위기를 우리보다 앞서 겪은 일본은 우리의 ‘미래’다. 일본은 이미 1960~70년대부터 저출산·고령화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지금은 반세기 전부터 저출산 위기를 직면했던 일본보다 우리의 출산율이 더 낮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와 일본의 출산율은 각각 0.72명, 1.32명이다. 이미 2000년부터 일본에 뒤지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1986년부터 지금까지 1.3명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출산율이 1.66명에서 1/2로 급감한 우리와 대조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의 원조는 ‘일본’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저출산 문제 해법’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시범 운영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의 원조는 ‘일본’이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모색하면서 ‘일본식 모델’을 택했다.
흔히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의 효과에 대해 논할 때 싱가포르나 홍콩 등을 언급하지만, ▲국가와 인구 규모 ▲법률·문화적 차이 탓에 해당국의 운영 모델을 따르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설계할 때 일본 사례를 참고했다.
▲소극적인 외국인 노동자 수용 정책 ▲공식 범주에 속하지 않던 기존 가사 근로 업종 ▲엇비슷한 한국(3만6194달러)과 일본(3만5793달러)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운영 방식의 유사성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 등을 고려할 때 일본의 ‘경험’은 유용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해당 사업은 성공했을까? 이를 추진하거나 찬성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긍정적 효과를 봤을까?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그 현황을 살폈다.
2017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행한 일본에서는 인권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입주’하지 않고, 출퇴근을 한다. 숙소는 고용주인 파견업체가 제공하고, 이용료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부담한다. 또한 전일제가 아닌 시간제 근무를 할 수 있다. 내국인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의 ‘사적 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 지정된 관리업체(특정기관)가 외국인을 고용하고, ‘가사 대행’ 서비스 수요자에게 이들을 파견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임금법’ 등 국내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같은 국제법에 따라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기숙사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한 이들의 월급여는 평균 20만 엔(188만원)이다. 우리의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하루 8시간씩 근무했을 때 월 206만원(시간당 최저임금 9860원 적용)을 받는데, 여기서 숙소비 등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일본과 비슷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는 ‘보육’, 일본은 ‘가사’
이처럼 사업 운영 방식이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업무’다. 국내에서 시범 사업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가사 지원’을 하지 않는다. 1일 최장 8시간 동안 ‘보육’과 관련된 업무(육아용품 정리 등)만 담당하는 ‘시간제 보모(保姆)’인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가사도우미’는 적절한 명칭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본 기사에서는 이미 세간에서 통용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라는 표현을 쓰겠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진짜 ‘가사도우미’다. ‘가사 지원’만 한다. ▲청소 ▲빨래 ▲정리 ▲식물 물 주기 ▲쓰레기 버리기 ▲세탁물 맡기기 등의 ‘가사’만 대신한다. 시간당 이용료는 4만7000원 수준이다. ‘돌봄’ 업무는 하지 않는다. ▲아동 등·하교 ▲씻기기 ▲숙제 봐주기 ▲책 읽어주기 ▲만들기 ▲아이와 함께 빨래 접기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보모’ 서비스는 ‘가사 지원’과 구분된다. ‘보모’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가사 지원’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이 같은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저출산 대응에 초점을 맞춘 국내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자연스럽지 않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한일(韓日) 양국의 유사성을 고려하면, 우리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행과 관련해 유의미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너무 다른 한일의 사업 목적
일본은 원래 외국인 체류와 이민에 ‘보수적’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 외국인 노동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그 취지는 ‘일본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전문 기술 또는 지식을 가진 소위 ‘외국인 고도 인재’를 수용하려는 것이었다. 단순직종 비숙련 외국인을 내국인 대체 인력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은 공적으로 배제했다.
이런 일본이 2017년부터 도쿄·오사카 등 6개 특별구역에서 일종의 시범사업 방식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구역별로 지정된 사업자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이들을 각 가구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은 시행 5년 전에 수립된 ‘아베노믹스’에서 비롯됐다. ‘아베노믹스’는 2012년 12월에 재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 정책이다. 아베 정권은 2013년에 ‘일본 재흥(再興) 전략’을 발표, 초고령 사회 일본의 활로를 ‘여성의 활약’에서 찾으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4년, “일본 여성이 남성 수준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면, 일본의 GDP는 16%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에는 아베 전 총리가 제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인 ‘1억 총 활약 사회’로 이 같은 구상이 구체화됐다. ‘1억 총 활약 사회’란 50년 뒤에도 일본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고, 여성과 노령자를 포함해 1억 명이 모두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외국 인재 유치’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이토 요시노리(伊藤善典) 사이타마현립대학 부학장 겸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이토 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증가 요인 등을 분석·비교한 바 있는 해당 분야 전문가다.
“‘출입국 관리 및 난민 인정법’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입국은 외교관 등이 대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가사노동자 등 ‘단순 노동자’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일본 재흥 전략’을 수립하고, 경제 성장 전략의 하나로 ‘여성의 활약’을 강조했습니다. 경제산업성이나 인재파견 업계는 ‘가사의 외부화’로 여성의 취업률을 끌어올릴 수 없는지 검토했습니다. 재일(在日) 미국 상공회의소는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사업가를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고용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또 국제금융도시를 목표로 하던 도쿄도나 가나가와현(요코하마 등이 속한 도쿄 남서부 인접 광역자치단체)에서 외국의 ‘고도 인재(高度人材, 고학력·고도기술을 보유한 외국인)’를 유인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고용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여성 사회 진출 제고’와 ‘외국 인재 유치’
이에 아베 정권은 ‘국가전략특별구역법’을 개정해 2017년부터 지역을 한정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현황은 어떨까.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 사업 시행 8년이 지났지만, 그 실적은 저조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의 다케다 가나(武田佳奈) 상급 컨설턴트의 연구 보고서 〈가사 지원 서비스 현황(2017년)〉에 따르면 2014년 당시 노무라연구소가 경제산업성 위탁을 받아 25~44세 여성 4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사 지원 서비스’ 이용률은 약 1%에 불과했다. 과거 이용 경험이 있는 이들까지 포함해도 이 비율은 3%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응답자의 70%는 “서비스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이용 경험이 없다”, 27%는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시장 상황은 지금도 비슷하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帝國) 데이터뱅크의 2023년 소비자 조사 결과 20~40대 응답자 약 2200명 중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1.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6%는 “가사도우미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지만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살핀 내용은 일본 ‘가사 대행’ 시장 전체 규모에 관한 것이다. 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장 규모는 통계로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시장의 공급·수요 자체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2017년 사업 시행 이후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는 1000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미미’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장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수행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인력파견업체 ‘파소나(일본 인력 파견 시장의 70% 점유)’에 고용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8월말 기준 65명이다. 해당 구역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파견업체 ‘베어스’의 다카하시 유키(高橋ゆき) 부사장 겸 일본 전국가사대행서비스협회 회장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361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면서 “일손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참고로 다카하시 부사장은 1990년대 당시 홍콩에 체류할 때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덕분에 임신·출산·육아를 하면서도 일을 포기하지 않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던 ‘체험’을 확산하고자 일본에 돌아와서 ‘베어스’란 업체를 만들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공급이 어려운 이유는 까다로운 ‘비자 취득 요건’,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려면 18세 이상에 실무 경력 1년 이상이 돼야 하며, 일정 수준의 일본어 구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해당 서비스 이용자 수는 얼마나 될까. 하시모토 유코(橋本優子) 파소나 홍보부 매니저에 따르면 해당 업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 이용 가구는 8월 말 기준 약 700가구다. 파소나의 사업 구역인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의 인구(각각 1418만 명, 923만 명)와 가구 수(각각 722만 가구, 402만 가구)를 감안했을 때 이는 말 그대로 ‘미미(微微)’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시간당 4만7000원인 기본 이용료
‘여성의 사회 참여율 제고’를 내걸고 시행된 일본의 획기적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이 이처럼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까닭은 바로 ‘고(高)비용’ 문제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베어스’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기본 서비스 이용료는 시간당 약 4만7000원(교통비, 소비세 포함)이다. 1회에 기본 3시간을 이용해야 하며 시간 초과 시 30분마다 2만5000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같은 회사의 보모 서비스 요금은 시간당 4만4600원이다. 다른 업체들의 요금 규정도 이와 비슷하다. 이를 고려하면, 일본 도쿄에서 가사 또는 보모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회·3시간’에 13만~14만원을 써야 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만만치 않은 금액 탓에 평균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가사 대행’ 또는 ‘보모’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의 경우에는 시간당 이용료가 1만4900원이다. 하루 8시간 서비스를 받을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용료는 238만원이다. 일본보다는 요금이 저렴하지만, 해당 서비스 실수요층인 국내 맞벌이 가구의 ‘평균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일본처럼 서비스 이용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2022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국내 맞벌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 및 저축에 이용할 수 있는 소득)은 월 648만원이다. 이 중 월 흑자는 275만원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제안·도입되는 서비스인데도 ‘평균 수준’의 맞벌이 가구에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극소수 ‘고소득 가구’의 전유물
하세베 미카(長谷部美佳)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교양교육센터 부교수는 사업 시행 전 〈외국인 가사대행인력의 도입과 그 배경(2016년)〉이란 논문을 통해 “외국인의 가사 지원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부유층’에 ‘한정’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특권적인 부잣집 여성이 가사노동을 사서 점점 더 특권적으로 돼가고,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일본인 여성과 고용할 수 없는 일본인 여성 사이의 간극도 커지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사다마쓰 아야(定松文) 케이센(惠泉)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사회학, 이민학)는 연소득이 1200만 엔(1억13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가 가사 대행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다음은 ‘고비용’ 문제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2012년이나 지금이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연봉이 1200만 엔(1억1300만원) 이상인 가구에서 주로 가사 대행을 이용하는데, 일본에서는 지난 기간 해당 소득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가 생각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연공서열 ▲종신 고용 ▲남성 외벌이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은 일단 정규직을 그만두면 다시 정규직으로 취업할 기회가 적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경우 연봉은 많아야 연 200만 엔(1884만원)입니다. 또 일본의 경우 ‘배우자 공제’라는 ‘세액 공제(2018년부터 한화 1410만원가량인 150만 엔 한도)’가 있는데, 여성은 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범위에서 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봉 1200만 엔’ 이상 가구가 늘지 않는 데는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여성 취업 촉진’ 효과도 없어”
이토 요시노리 교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라고 해도 일본인 노동자와 같은 수준의 급여가 요구되고, 기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본인 가사노동자 요금보다 싸지 않은 까닭에 해당 서비스의 주요 고객은 도심에 사는 ‘맞벌이 부자’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득층 이하에서는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 진출 효과는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해도 극히 한정적이라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토 교수는 “여성 가사 부담 경감·사회 진출 촉진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적당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일반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서 ‘여성의 취업 촉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거의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인력파견업체 ‘베어스’의 다카하시 유키 부사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외국인 도우미를 포함한 본사의 가사 대행 서비스는 부유층뿐 아니라 폭넓은 계층이 이용하고 있고, 그 저변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기업이 종업원에 대한 복리후생으로 가사 대행을 도입하는 움직임도 많다. 국가가 중소기업의 가사 지원을 보조하는 실증사업도 시작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사 대행 사업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3월부터 ‘가사 지원 서비스 급부금 도입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기업과 가사 대행 업체가 계약을 맺고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하면, 비용의 2/3를 지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서 다카하시 부사장은 “가사 대행 서비스는 사회 인프라, 생활 지원 인프라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며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금전적 부담 ▲가사 대행 서비스 이용에 대한 죄책감 ▲공급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사도우미는 저출산 해법 안 돼”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은 시행 8년째가 됐지만, 이용 실적이 ‘미미’하다. 애초 기대했던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기여도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일본의 사업 모델을 사실상 모방한 우리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막 ‘시범사업’을 개시한 마당에 그 성패를 얘기하는 건 성급한 감이 있지만, 일본 사례를 고려할 때 ‘고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유의미한 사업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아소토 와코(安里和晃) 교토대 문학연구과 교수(이민학, 사회복지학)는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서울시)가 선전하는 것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받고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안 됩니다. 가사도우미로 저출산 문제를 풀자는 단순한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입주 가사도우미 제도를 시행할 경우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논의도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출산율은 일본보다도 낮습니다. 싱가포르는 5가구 중 1가구가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낮습니다. 특히 화인(華人)계의 출산율은 1을 밑돌고 있습니다. 학비와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삶이 어려워져 자녀를 갖는 게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농사일에 대한 부담 경감 등의 측면에서 ‘자녀’가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과 지금, ‘자녀’의 의미는 다릅니다.”
이토 요시노리 교수는 “여성의 취업 의욕이 높아지면 취업과 육아의 양립은 어렵기 때문에 여성은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게 되지만, 가사나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여성에게 정신·신체적인 여유가 생겨 출산 의욕이 커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고소득층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가정에서도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 보조금 교부 ▲가사 대행 서비스 이용 가구에 대한 환급 등을 실시하고, 공적 보육 서비스 체계를 구축·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적 보육 서비스 체계 구축이 ‘최선’
앞서 일본 전문가들은 ‘가사 대행’ 서비스 이용 시 ‘공적 지원’ 등을 조언했는데, 이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역차별’ ‘양극화’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극소수 ‘고소득’ 가구를 제외하면 가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제력을 갖춘 가구는 많지 않다. 이런 구조 탓에 가사 대행 서비스 이용료를 정부나 지자체가 일부 보조할 경우 그 혜택은 ‘고소득자’에게 편중될 수밖에 없다. ‘고비용’이란 ‘진입 장벽’ 탓에 애초부터 고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행위가 국민적 공감을 얻을 가능성은 적다. 지금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에 대한 숙소·교통·통역비 지원 등을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쓰겠다는 서울시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공적 보육 서비스 체계를 구축·확충하는 길이 ‘최선’일 수 있다. 실제로 보육이 ‘저출산’ 문제의 핵심 원인이라면 그렇다. 이런 취지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21년 가족과 출산 조사〉의 기술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구가 가장 희망하는 돌봄 서비스는 ▲국공립·직장·민간 어린이집 50.8% ▲본인이나 배우자 15% ▲정부 아이 돌보미 1.5% ▲민간 돌보미 0.7% 순이다. 가장 희망하지만, 실제 이용률이 가장 낮은 서비스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그렇다면 정부나 지자체가 지금 이 순간 집중해야 할 사업은 10년 사이에 1만4816개소(34%) 감소(2013년 4만3770개소→2023년 2만8954개소)한 어린이집을 적재적소에 국공립 형태로 증설해 운영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적 계약’을 통한 ‘보육의 외주화’를 조장하거나, 언어가 다르고 문화도 이질적인 외국인에게 ‘미래세대’ 보육을 맡기자고 하거나, 구호는 화려하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을 ‘저출산 해법’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란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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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출산율이 반등한 적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0명’대로 하락한 출산율은 매년 최악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출처=통계청 |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의 원조는 ‘일본’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저출산 문제 해법’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시범 운영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의 원조는 ‘일본’이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모색하면서 ‘일본식 모델’을 택했다.
흔히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의 효과에 대해 논할 때 싱가포르나 홍콩 등을 언급하지만, ▲국가와 인구 규모 ▲법률·문화적 차이 탓에 해당국의 운영 모델을 따르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설계할 때 일본 사례를 참고했다.
▲소극적인 외국인 노동자 수용 정책 ▲공식 범주에 속하지 않던 기존 가사 근로 업종 ▲엇비슷한 한국(3만6194달러)과 일본(3만5793달러)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운영 방식의 유사성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 등을 고려할 때 일본의 ‘경험’은 유용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해당 사업은 성공했을까? 이를 추진하거나 찬성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긍정적 효과를 봤을까?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그 현황을 살폈다.
2017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행한 일본에서는 인권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입주’하지 않고, 출퇴근을 한다. 숙소는 고용주인 파견업체가 제공하고, 이용료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부담한다. 또한 전일제가 아닌 시간제 근무를 할 수 있다. 내국인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의 ‘사적 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 지정된 관리업체(특정기관)가 외국인을 고용하고, ‘가사 대행’ 서비스 수요자에게 이들을 파견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임금법’ 등 국내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같은 국제법에 따라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기숙사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한 이들의 월급여는 평균 20만 엔(188만원)이다. 우리의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하루 8시간씩 근무했을 때 월 206만원(시간당 최저임금 9860원 적용)을 받는데, 여기서 숙소비 등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일본과 비슷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는 ‘보육’, 일본은 ‘가사’
이처럼 사업 운영 방식이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업무’다. 국내에서 시범 사업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가사 지원’을 하지 않는다. 1일 최장 8시간 동안 ‘보육’과 관련된 업무(육아용품 정리 등)만 담당하는 ‘시간제 보모(保姆)’인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가사도우미’는 적절한 명칭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본 기사에서는 이미 세간에서 통용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라는 표현을 쓰겠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진짜 ‘가사도우미’다. ‘가사 지원’만 한다. ▲청소 ▲빨래 ▲정리 ▲식물 물 주기 ▲쓰레기 버리기 ▲세탁물 맡기기 등의 ‘가사’만 대신한다. 시간당 이용료는 4만7000원 수준이다. ‘돌봄’ 업무는 하지 않는다. ▲아동 등·하교 ▲씻기기 ▲숙제 봐주기 ▲책 읽어주기 ▲만들기 ▲아이와 함께 빨래 접기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보모’ 서비스는 ‘가사 지원’과 구분된다. ‘보모’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가사 지원’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이 같은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저출산 대응에 초점을 맞춘 국내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자연스럽지 않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한일(韓日) 양국의 유사성을 고려하면, 우리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행과 관련해 유의미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너무 다른 한일의 사업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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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요시노리 사이타마현립대 부학장은 “아베 정권이 수립한 ‘일본 재흥 전략’에 따라 ‘여성의 활약’을 촉진하고, ‘외국 고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지정된 특구에서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이런 일본이 2017년부터 도쿄·오사카 등 6개 특별구역에서 일종의 시범사업 방식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구역별로 지정된 사업자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이들을 각 가구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은 시행 5년 전에 수립된 ‘아베노믹스’에서 비롯됐다. ‘아베노믹스’는 2012년 12월에 재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 정책이다. 아베 정권은 2013년에 ‘일본 재흥(再興) 전략’을 발표, 초고령 사회 일본의 활로를 ‘여성의 활약’에서 찾으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4년, “일본 여성이 남성 수준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면, 일본의 GDP는 16%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에는 아베 전 총리가 제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인 ‘1억 총 활약 사회’로 이 같은 구상이 구체화됐다. ‘1억 총 활약 사회’란 50년 뒤에도 일본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고, 여성과 노령자를 포함해 1억 명이 모두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외국 인재 유치’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이토 요시노리(伊藤善典) 사이타마현립대학 부학장 겸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이토 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증가 요인 등을 분석·비교한 바 있는 해당 분야 전문가다.
“‘출입국 관리 및 난민 인정법’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입국은 외교관 등이 대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가사노동자 등 ‘단순 노동자’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일본 재흥 전략’을 수립하고, 경제 성장 전략의 하나로 ‘여성의 활약’을 강조했습니다. 경제산업성이나 인재파견 업계는 ‘가사의 외부화’로 여성의 취업률을 끌어올릴 수 없는지 검토했습니다. 재일(在日) 미국 상공회의소는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사업가를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고용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또 국제금융도시를 목표로 하던 도쿄도나 가나가와현(요코하마 등이 속한 도쿄 남서부 인접 광역자치단체)에서 외국의 ‘고도 인재(高度人材, 고학력·고도기술을 보유한 외국인)’를 유인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고용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여성 사회 진출 제고’와 ‘외국 인재 유치’
이에 아베 정권은 ‘국가전략특별구역법’을 개정해 2017년부터 지역을 한정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현황은 어떨까.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 사업 시행 8년이 지났지만, 그 실적은 저조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의 다케다 가나(武田佳奈) 상급 컨설턴트의 연구 보고서 〈가사 지원 서비스 현황(2017년)〉에 따르면 2014년 당시 노무라연구소가 경제산업성 위탁을 받아 25~44세 여성 4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사 지원 서비스’ 이용률은 약 1%에 불과했다. 과거 이용 경험이 있는 이들까지 포함해도 이 비율은 3%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응답자의 70%는 “서비스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이용 경험이 없다”, 27%는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시장 상황은 지금도 비슷하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帝國) 데이터뱅크의 2023년 소비자 조사 결과 20~40대 응답자 약 2200명 중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1.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6%는 “가사도우미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지만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살핀 내용은 일본 ‘가사 대행’ 시장 전체 규모에 관한 것이다. 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장 규모는 통계로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시장의 공급·수요 자체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2017년 사업 시행 이후 ‘외국인 가사도우미’ 수는 1000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미미’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장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수행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인력파견업체 ‘파소나(일본 인력 파견 시장의 70% 점유)’에 고용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8월말 기준 65명이다. 해당 구역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파견업체 ‘베어스’의 다카하시 유키(高橋ゆき) 부사장 겸 일본 전국가사대행서비스협회 회장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361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면서 “일손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참고로 다카하시 부사장은 1990년대 당시 홍콩에 체류할 때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덕분에 임신·출산·육아를 하면서도 일을 포기하지 않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던 ‘체험’을 확산하고자 일본에 돌아와서 ‘베어스’란 업체를 만들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공급이 어려운 이유는 까다로운 ‘비자 취득 요건’,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려면 18세 이상에 실무 경력 1년 이상이 돼야 하며, 일정 수준의 일본어 구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해당 서비스 이용자 수는 얼마나 될까. 하시모토 유코(橋本優子) 파소나 홍보부 매니저에 따르면 해당 업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 이용 가구는 8월 말 기준 약 700가구다. 파소나의 사업 구역인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의 인구(각각 1418만 명, 923만 명)와 가구 수(각각 722만 가구, 402만 가구)를 감안했을 때 이는 말 그대로 ‘미미(微微)’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시간당 4만7000원인 기본 이용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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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와 가나가와현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베어스’의 ‘가사 대행’ 서비스 이용료는 시간당 4만7000원가량이다. 사진=베어스 |
우리의 경우에는 시간당 이용료가 1만4900원이다. 하루 8시간 서비스를 받을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용료는 238만원이다. 일본보다는 요금이 저렴하지만, 해당 서비스 실수요층인 국내 맞벌이 가구의 ‘평균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일본처럼 서비스 이용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2022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국내 맞벌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 및 저축에 이용할 수 있는 소득)은 월 648만원이다. 이 중 월 흑자는 275만원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제안·도입되는 서비스인데도 ‘평균 수준’의 맞벌이 가구에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극소수 ‘고소득 가구’의 전유물
하세베 미카(長谷部美佳)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교양교육센터 부교수는 사업 시행 전 〈외국인 가사대행인력의 도입과 그 배경(2016년)〉이란 논문을 통해 “외국인의 가사 지원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부유층’에 ‘한정’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특권적인 부잣집 여성이 가사노동을 사서 점점 더 특권적으로 돼가고,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일본인 여성과 고용할 수 없는 일본인 여성 사이의 간극도 커지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사다마쓰 아야(定松文) 케이센(惠泉)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사회학, 이민학)는 연소득이 1200만 엔(1억13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가 가사 대행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다음은 ‘고비용’ 문제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2012년이나 지금이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연봉이 1200만 엔(1억1300만원) 이상인 가구에서 주로 가사 대행을 이용하는데, 일본에서는 지난 기간 해당 소득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가 생각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연공서열 ▲종신 고용 ▲남성 외벌이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은 일단 정규직을 그만두면 다시 정규직으로 취업할 기회가 적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경우 연봉은 많아야 연 200만 엔(1884만원)입니다. 또 일본의 경우 ‘배우자 공제’라는 ‘세액 공제(2018년부터 한화 1410만원가량인 150만 엔 한도)’가 있는데, 여성은 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범위에서 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봉 1200만 엔’ 이상 가구가 늘지 않는 데는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여성 취업 촉진’ 효과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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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유키 베어스 부사장 겸 일본 전국가사대행서비스협회 회장은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에 대해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금전적 부담을 줄이고, 공급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인력파견업체 ‘베어스’의 다카하시 유키 부사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외국인 도우미를 포함한 본사의 가사 대행 서비스는 부유층뿐 아니라 폭넓은 계층이 이용하고 있고, 그 저변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기업이 종업원에 대한 복리후생으로 가사 대행을 도입하는 움직임도 많다. 국가가 중소기업의 가사 지원을 보조하는 실증사업도 시작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사 대행 사업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3월부터 ‘가사 지원 서비스 급부금 도입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기업과 가사 대행 업체가 계약을 맺고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하면, 비용의 2/3를 지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서 다카하시 부사장은 “가사 대행 서비스는 사회 인프라, 생활 지원 인프라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며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금전적 부담 ▲가사 대행 서비스 이용에 대한 죄책감 ▲공급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사도우미는 저출산 해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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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토 와코 교토대 교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싱가포르 등의 출산율은 일본보다 낮다”고 지적하면서 “가사도우미로 저출산 문제를 풀자는 생각은 단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아소토 와코(安里和晃) 교토대 문학연구과 교수(이민학, 사회복지학)는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서울시)가 선전하는 것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받고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안 됩니다. 가사도우미로 저출산 문제를 풀자는 단순한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입주 가사도우미 제도를 시행할 경우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논의도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출산율은 일본보다도 낮습니다. 싱가포르는 5가구 중 1가구가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낮습니다. 특히 화인(華人)계의 출산율은 1을 밑돌고 있습니다. 학비와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삶이 어려워져 자녀를 갖는 게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농사일에 대한 부담 경감 등의 측면에서 ‘자녀’가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과 지금, ‘자녀’의 의미는 다릅니다.”
이토 요시노리 교수는 “여성의 취업 의욕이 높아지면 취업과 육아의 양립은 어렵기 때문에 여성은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게 되지만, 가사나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여성에게 정신·신체적인 여유가 생겨 출산 의욕이 커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고소득층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가정에서도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 보조금 교부 ▲가사 대행 서비스 이용 가구에 대한 환급 등을 실시하고, 공적 보육 서비스 체계를 구축·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적 보육 서비스 체계 구축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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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자녀가 있는 국내 가구가 가장 희망하는 돌봄 서비스는 ‘국공립·직장·민간 어린이집’이지만, 지난 10년 사이 전국 어린이집은 1만4816개소(34%)가 줄었다. 출처=통계청 |
이를 고려하면, 공적 보육 서비스 체계를 구축·확충하는 길이 ‘최선’일 수 있다. 실제로 보육이 ‘저출산’ 문제의 핵심 원인이라면 그렇다. 이런 취지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21년 가족과 출산 조사〉의 기술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구가 가장 희망하는 돌봄 서비스는 ▲국공립·직장·민간 어린이집 50.8% ▲본인이나 배우자 15% ▲정부 아이 돌보미 1.5% ▲민간 돌보미 0.7% 순이다. 가장 희망하지만, 실제 이용률이 가장 낮은 서비스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그렇다면 정부나 지자체가 지금 이 순간 집중해야 할 사업은 10년 사이에 1만4816개소(34%) 감소(2013년 4만3770개소→2023년 2만8954개소)한 어린이집을 적재적소에 국공립 형태로 증설해 운영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적 계약’을 통한 ‘보육의 외주화’를 조장하거나, 언어가 다르고 문화도 이질적인 외국인에게 ‘미래세대’ 보육을 맡기자고 하거나, 구호는 화려하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을 ‘저출산 해법’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란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