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풍 “해임 취소 위한 행정 소송 돌입할 것”
⊙ KBS “상황 안타까우나 회사가 ‘배임 리스크’에 놓일 순 없어”
⊙ KBS 노조 “‘복직 후 퇴직’, 제안한 안 중 가장 좋지 않은 조건”
⊙ 이영풍 “박민 사장 연임 노리고 민노총 눈치 보느라 복직 불허한다” 주장
⊙ KBS 고위 관계자 “2017년 민노총 ‘불법 파업’ 법적 대응 검토할 수 있어”
⊙ “KBS, 이영풍 복직 조건 없이 허용해야”(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 KBS “상황 안타까우나 회사가 ‘배임 리스크’에 놓일 순 없어”
⊙ KBS 노조 “‘복직 후 퇴직’, 제안한 안 중 가장 좋지 않은 조건”
⊙ 이영풍 “박민 사장 연임 노리고 민노총 눈치 보느라 복직 불허한다” 주장
⊙ KBS 고위 관계자 “2017년 민노총 ‘불법 파업’ 법적 대응 검토할 수 있어”
⊙ “KBS, 이영풍 복직 조건 없이 허용해야”(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 이영풍(왼쪽 두 번째) 당시 KBS공영노조부위원장,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허성권 KBS1노조부위원장 등 KBS 검언유착 의혹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020년 8월 KBS와 MBC를 허위·왜곡 보도와 공영방송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뉴시스
박민 사장 체제의 KBS가 이영풍 전 KBS 기자의 복직을 불허했다. 이 전 기자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김의철 사장 체제 KBS의 ‘공영성’ 회복을 위해 6년간 사내 투쟁을 벌이다 업무지시·업무복귀 명령 불이행 등의 사유로 지난해 8월 해임됐다.
해임 이후 이영풍 전 기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으나 그해 12월 기각됐다. 이 전 기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난 4월 15일 양측에 화해권고기간을 부여하며 4월 19일 12시까지 화해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화해는 이뤄지지 않았다. KBS는 “내외부 4곳에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이 전 기자를 복직시킬 경우 회사에 배임 소지가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화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양측은 지방노동위 심의 결과인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이 명시된 결정문을 조만간 송달받을 예정이다. 이 전 기자는 “결정문 송달 후 90일 안에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해임 취소를 위한 행정 소송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와 KBS는 ▲중노위 화해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배임 소지가 있는지 여부 ▲“복직 후 해임을 취소하는 대신 즉각 퇴직하겠다”는 제안을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를 두고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이 전 기자와 KBS, KBS 고위 관계자, KBS 노동조합(제1노조·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는 다름) 집행부 관계자 등을 취재해 위 사안을 살펴봤다.
복직 시 KBS 배임 소지?
취재에 따르면, KBS 측은 이영풍 전 기자 복직 여부를 두고 회사 내 법무팀과 로펌 등 4곳에서 법률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회사는 이 전 기자를 복직시킬 경우 배임 혐의에 놓일 수 있다는 자문을 얻었다.
회사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이 전 기자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전 기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노위 화해 권고가 내려진 만큼 일단 복직시킨 뒤 사내 규정에 따른 징계를 내리면 될 것”이라며 “우리 측 변호사도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KBS 이사를 역임한 강규형 EBS 이사는 “KBS는 중노위 화해 권고가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복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중노위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중노위 화해권고는 당사자 간 자율적인 합의를 말하는 것이며,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과 달리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사측이 징계를 취소하거나 감경 시 해임 기간 동안의 임금 전액 내지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임금 지급을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계속 근무하게 되는 이상 근무 기간에 대한 퇴직금 등 지급 의무는 발생하게 된다”며 “이 경우 (회사에 재산상 손실이 발생해) 배임죄의 형사소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법률 자문의 결과”라고 밝혔다.
KBS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기자와 오래 알아왔고 상황 역시 안타까우나 복직시킬 경우 현 사장과 회사가 배임 혐의에 놓일 수 있는 상황”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 소송을 통해 이 전 기자가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저녁 식사 자리
중노위 화해 권고 기한이 끝난 뒤인 4월 22일 저녁, KBS 실무 총책임자와 KBS 노조 집행부는 식사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전 기자의 복직 여부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이날의 상황과 대화 내용을 두고 양측 입장이 엇갈린다. 이영풍 전 기자는 노조 집행부를 통해 들었다는 내용을 이튿날인 4월 23일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썼다. 이 전 기자는 해당 글에서 “특히 화해 수용 협의를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저의 과거 채권(해임부터 발생한 임금)과 미래 채권(복직 후 발생할 임금)을 포기하고 복직하자마자 사직서를 쓸 것을 명시하는 서약서를 공증해달라는 사측 실무 총책임자의 제안에 경악했다”며 “박민 사장 체제에 대해 큰 실망감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임금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의 임금까지 주지 않겠다는 것은 ‘해임 딱지’만 떼줄 테니 복직하자마자 바로 사표 쓰고 나가란 얘기”라며 “머리끝에서 피가 확 솟아올랐다”고 토로했다.
반면 KBS 측은 “이영풍 전 기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KBS 측 설명에 따르면, 4월 22일 KBS 실무 책임자와 KBS 노조 집행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전 기자 복직 여부에 관한 말이 나왔을 때 노조 집행부는 ‘이 전 기자의 복직이 배임 문제가 된다면, 복직 후 즉각 퇴직하겠다는 것이 이 전 기자의 뜻’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그 뒤 KBS 고위 관계자는 “KBS 법무실에 이 같은 제안을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는데, 검토 진행 중에 이 전 기자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직 후 퇴직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된 합의서를 써야 하고, 합의서를 쓰면 공증을 받는 건 당연한 절차”라며 “이 전 기자는 이 절차를 문제 삼는데, 만약 복직 후 퇴직하지 않으면 회사는 배임 혐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임으로 재취업 제한
중간에서 양측 입장을 조율한 KBS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합원이었던 이영풍 전 기자와 사측 인사를 꾸준히 만나가며 중간에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회사는 복직 불가 입장을 피력했던 상황에서 이 전 기자는 A, B, C안을 만들어 회사에 제안해달라고 했다”며 “그중 A안, B안에 대해 사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왔고, 해임 처분을 거둬들이는 대신 복직 후 퇴직하겠다는 C안에 대해 회사는 ‘검토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노조 집행부와 이 전 기자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현재 해임 상태이기 때문에 재취업이 제한돼 경제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해임 처분을 취소하는 대신 바로 퇴직한다는 C안을 제안했던 것이라고 한다. 다만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여러 안 중 가장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사측은 사내 노무 주간(主幹)을 통해 ‘(C안의 경우) 가능할 여지가 있기는 하나 이를 명시하는 공증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며 “그러자 이 전 기자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불신하고, 자신이 주장한 모든 걸 부정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KBS 측은 “이 전 기자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회사가 먼저 제안했다고 비난했을 때에도 노조 집행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사측에 제안했고, 이는 이 전 기자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 측은 “KBS 측이 전화를 걸어와 ‘(노조 집행부 측) 제안을 받고 검토한 건데 왜 사측이 먼저 (C안을) 제안한 것처럼 (이 전 기자가) 얘기를 하느냐’고 항의했다”면서 “이 전 기자의 해임은 부당하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노총 눈치 보기?
복직 불발에 대한 이유로 이영풍 전 기자는 “박민 사장이 오는 11월 사장직 연임을 노리고 KBS 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세력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회사와 박민 사장에 대한 전형적인 음해”라며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민 사장은 언론노조가 장악해온 KBS 정상화를 위해 다수의 문제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임명동의제 불인정, 방만 경영 해소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박민 사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판은 오히려 이영풍 전 기자의 복직 요구 순수성이 곡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영풍 전 기자는 “애초 해임 자체가 부당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기자는 그 근거로 “2017년 민노총 불법 파업 당시 이들은 나보다 더한 행위를 하고도 해고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졌다”고 했다. KBS 노조 역시 “2017년 민노총 불법 파업에 따른 폭력사태,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KBS는 민형사상 조치와 사내 규정에 따른 징계를 내렸어야 했다”며 “그러나 그에 대해 조치는 하지 않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이 전 기자만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2017년 당시 민노총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2023년 6월 대법원은 고대영 전 KBS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2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참가인 공사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아님에도 원고의 퇴진만을 목적으로 파업을 주도하였으므로 위 파업은 주체 및 목적의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에 해당한다”고 썼다.
KBS 측은 “민노총 노조원의 불법 파업 행위 등을 눈감아주고 이 전 기자를 해임한 것은 전적으로 김의철 전 사장 등 이전 경영진의 행위”라면서 “현 경영진은 이 전 기자에 대한 징계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다만 “이런 인식과는 별개로 KBS와 경영진에 대한 실정법(배임) 위반 논란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 민노총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 재물 손괴 혐의 등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 KBS 고위 관계자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영풍 전 기자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서동구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 전 기자는 “외부에서 아무리 회사 문제에 대해 소리쳐도 효과가 없었다”며 “이럴 거면 원내 진입 후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들어가 KBS나 MBC 내 민노총 세력과 싸워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이영풍의 희생과 용기 존중해야”
이영풍 전 기자와 KBS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KBS를 비판하는 각계의 성명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는 4월 21일 성명을 내고 “KBS 경영진은 이영풍 기자의 해고를 방조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언총은 “KBS가 좌파 세력과 민노총 언론노조의 진지로 전락해버린 7년간 대부분 침묵하고 패배주의에 젖어 있을 때 이영풍 기자는 저항했다”면서 “김의철의 해임으로 들어선 현 KBS 경영진은 양승동-김의철 시기에 벌어진 공영방송의 타락을 바로잡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KBS를 만들 역사적 사명이 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이영풍 기자의 부당한 해임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4월 23일 성명을 내고 “KBS에 법률 자문을 하는 변호사들은 복직을 허용할 경우 경영진의 배임 가능성도 주장한다고 들린다”며 “하지만 이는 작년부터 벌어진 사건의 맥락과 그 역사적 의미로 볼 때 지나치게 주변적인 변명들이다. 만일 이 기자에게 징계 사유가 있었다면 복직 후 이를 점검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KBS 박민 사장과 경영진 그리고 구성원들은 노조의 방송 장악에 공영방송의 가치를 수호하려 했던 이영풍 기자의 희생과 용기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YTN 노조위원장 노종면은 국회의원이 되고, KBS 이영풍은 실업자가 되는 세상은 정의로운 곳인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KBS는 이영풍 기자의 복직을 조건 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임 이후 이영풍 전 기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으나 그해 12월 기각됐다. 이 전 기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난 4월 15일 양측에 화해권고기간을 부여하며 4월 19일 12시까지 화해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화해는 이뤄지지 않았다. KBS는 “내외부 4곳에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이 전 기자를 복직시킬 경우 회사에 배임 소지가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화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양측은 지방노동위 심의 결과인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이 명시된 결정문을 조만간 송달받을 예정이다. 이 전 기자는 “결정문 송달 후 90일 안에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해임 취소를 위한 행정 소송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와 KBS는 ▲중노위 화해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배임 소지가 있는지 여부 ▲“복직 후 해임을 취소하는 대신 즉각 퇴직하겠다”는 제안을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를 두고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이 전 기자와 KBS, KBS 고위 관계자, KBS 노동조합(제1노조·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는 다름) 집행부 관계자 등을 취재해 위 사안을 살펴봤다.
복직 시 KBS 배임 소지?
취재에 따르면, KBS 측은 이영풍 전 기자 복직 여부를 두고 회사 내 법무팀과 로펌 등 4곳에서 법률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회사는 이 전 기자를 복직시킬 경우 배임 혐의에 놓일 수 있다는 자문을 얻었다.
회사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이 전 기자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전 기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노위 화해 권고가 내려진 만큼 일단 복직시킨 뒤 사내 규정에 따른 징계를 내리면 될 것”이라며 “우리 측 변호사도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KBS 이사를 역임한 강규형 EBS 이사는 “KBS는 중노위 화해 권고가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복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중노위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중노위 화해권고는 당사자 간 자율적인 합의를 말하는 것이며,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과 달리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사측이 징계를 취소하거나 감경 시 해임 기간 동안의 임금 전액 내지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임금 지급을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계속 근무하게 되는 이상 근무 기간에 대한 퇴직금 등 지급 의무는 발생하게 된다”며 “이 경우 (회사에 재산상 손실이 발생해) 배임죄의 형사소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법률 자문의 결과”라고 밝혔다.
KBS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기자와 오래 알아왔고 상황 역시 안타까우나 복직시킬 경우 현 사장과 회사가 배임 혐의에 놓일 수 있는 상황”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 소송을 통해 이 전 기자가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저녁 식사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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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풍 전 KBS 기자. 사진=이영풍 페이스북 |
반면 KBS 측은 “이영풍 전 기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KBS 측 설명에 따르면, 4월 22일 KBS 실무 책임자와 KBS 노조 집행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전 기자 복직 여부에 관한 말이 나왔을 때 노조 집행부는 ‘이 전 기자의 복직이 배임 문제가 된다면, 복직 후 즉각 퇴직하겠다는 것이 이 전 기자의 뜻’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그 뒤 KBS 고위 관계자는 “KBS 법무실에 이 같은 제안을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는데, 검토 진행 중에 이 전 기자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직 후 퇴직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된 합의서를 써야 하고, 합의서를 쓰면 공증을 받는 건 당연한 절차”라며 “이 전 기자는 이 절차를 문제 삼는데, 만약 복직 후 퇴직하지 않으면 회사는 배임 혐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임으로 재취업 제한
중간에서 양측 입장을 조율한 KBS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합원이었던 이영풍 전 기자와 사측 인사를 꾸준히 만나가며 중간에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회사는 복직 불가 입장을 피력했던 상황에서 이 전 기자는 A, B, C안을 만들어 회사에 제안해달라고 했다”며 “그중 A안, B안에 대해 사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왔고, 해임 처분을 거둬들이는 대신 복직 후 퇴직하겠다는 C안에 대해 회사는 ‘검토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노조 집행부와 이 전 기자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현재 해임 상태이기 때문에 재취업이 제한돼 경제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해임 처분을 취소하는 대신 바로 퇴직한다는 C안을 제안했던 것이라고 한다. 다만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여러 안 중 가장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사측은 사내 노무 주간(主幹)을 통해 ‘(C안의 경우) 가능할 여지가 있기는 하나 이를 명시하는 공증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며 “그러자 이 전 기자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불신하고, 자신이 주장한 모든 걸 부정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KBS 측은 “이 전 기자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회사가 먼저 제안했다고 비난했을 때에도 노조 집행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사측에 제안했고, 이는 이 전 기자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 측은 “KBS 측이 전화를 걸어와 ‘(노조 집행부 측) 제안을 받고 검토한 건데 왜 사측이 먼저 (C안을) 제안한 것처럼 (이 전 기자가) 얘기를 하느냐’고 항의했다”면서 “이 전 기자의 해임은 부당하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노총 눈치 보기?
복직 불발에 대한 이유로 이영풍 전 기자는 “박민 사장이 오는 11월 사장직 연임을 노리고 KBS 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세력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회사와 박민 사장에 대한 전형적인 음해”라며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민 사장은 언론노조가 장악해온 KBS 정상화를 위해 다수의 문제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임명동의제 불인정, 방만 경영 해소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박민 사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판은 오히려 이영풍 전 기자의 복직 요구 순수성이 곡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영풍 전 기자는 “애초 해임 자체가 부당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기자는 그 근거로 “2017년 민노총 불법 파업 당시 이들은 나보다 더한 행위를 하고도 해고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졌다”고 했다. KBS 노조 역시 “2017년 민노총 불법 파업에 따른 폭력사태,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KBS는 민형사상 조치와 사내 규정에 따른 징계를 내렸어야 했다”며 “그러나 그에 대해 조치는 하지 않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이 전 기자만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2017년 당시 민노총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2023년 6월 대법원은 고대영 전 KBS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2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참가인 공사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아님에도 원고의 퇴진만을 목적으로 파업을 주도하였으므로 위 파업은 주체 및 목적의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에 해당한다”고 썼다.
KBS 측은 “민노총 노조원의 불법 파업 행위 등을 눈감아주고 이 전 기자를 해임한 것은 전적으로 김의철 전 사장 등 이전 경영진의 행위”라면서 “현 경영진은 이 전 기자에 대한 징계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다만 “이런 인식과는 별개로 KBS와 경영진에 대한 실정법(배임) 위반 논란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 민노총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 재물 손괴 혐의 등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 KBS 고위 관계자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영풍 전 기자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서동구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 전 기자는 “외부에서 아무리 회사 문제에 대해 소리쳐도 효과가 없었다”며 “이럴 거면 원내 진입 후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들어가 KBS나 MBC 내 민노총 세력과 싸워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이영풍의 희생과 용기 존중해야”
이영풍 전 기자와 KBS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KBS를 비판하는 각계의 성명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는 4월 21일 성명을 내고 “KBS 경영진은 이영풍 기자의 해고를 방조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언총은 “KBS가 좌파 세력과 민노총 언론노조의 진지로 전락해버린 7년간 대부분 침묵하고 패배주의에 젖어 있을 때 이영풍 기자는 저항했다”면서 “김의철의 해임으로 들어선 현 KBS 경영진은 양승동-김의철 시기에 벌어진 공영방송의 타락을 바로잡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KBS를 만들 역사적 사명이 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이영풍 기자의 부당한 해임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4월 23일 성명을 내고 “KBS에 법률 자문을 하는 변호사들은 복직을 허용할 경우 경영진의 배임 가능성도 주장한다고 들린다”며 “하지만 이는 작년부터 벌어진 사건의 맥락과 그 역사적 의미로 볼 때 지나치게 주변적인 변명들이다. 만일 이 기자에게 징계 사유가 있었다면 복직 후 이를 점검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KBS 박민 사장과 경영진 그리고 구성원들은 노조의 방송 장악에 공영방송의 가치를 수호하려 했던 이영풍 기자의 희생과 용기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YTN 노조위원장 노종면은 국회의원이 되고, KBS 이영풍은 실업자가 되는 세상은 정의로운 곳인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KBS는 이영풍 기자의 복직을 조건 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반론보도] <이영풍 "복직 후 규정에 따른 징계" vs KBS "복직시킬 경우 회사 배임 소지"> 관련 본 월간지는 지난 5월 23일자 사회면에 <이영풍 "복직 후 규정에 따른 징계" vs KBS "복직시킬 경우 회사 배임 소지">라는 제목으로 고대영 전 KBS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 2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참가인 공사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아님에도 원고의 퇴진만을 목적으로 파업을 주도하였으므로 위 파업은 주체 및 목적의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에 해당한다"고 썼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본지에서 인용한 대목은 법원 판결문 내용이 아니라 위 판결 원고 고대영 전 KBS사장의 일방적 주장이며, 2017년 당시 파업은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함께 결의한 단체행동으로써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주도한 불법적 파업이 아니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을 따른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