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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오세훈 서울시’의 ‘교통방송 개혁’

‘교통방송 폐국’ 위기는 ‘오세훈 서울시’와 TBS의 ‘자업자득’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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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주도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 중단’ 결정… ‘오세훈 서울시’는 ‘갈팡질팡’
⊙ ‘年 2100억원’ 쓰는 EBS가 ‘8개 채널’ 운영하는데, 굳이 TBS를 ‘교육방송’으로?
⊙ 본예산에서 88억원 깎고, 추경 통해 73억원 복원 시도한 서울시의 ‘조삼모사’
⊙ ‘TBS 운명’ 걸렸다면서도 ‘지원 중단 연기’ 조례 발의 시기 놓친 서울시
⊙ “조례 의결 후 1년 동안 후속 대책 안 세운 서울시의 행태 유감스러워”(김현기 시의회 의장)
⊙ 예산 지원 요구하면서도 ‘2024년 사업계획’ 안 내고 시의회 설득 안 한 TBS
⊙ 시의회가 잠시 살린 TBS… 6월엔 ‘법인 취소’ 혹은 ‘전파 반납 후 폐국’ 가능성도
사진=뉴시스
  ‘편향 방송’ 논란을 자초했던, 서울시 출연기관 ‘미디어재단 TBS(이하 교통방송)’가 폐국(廢局) 위기에 몰렸다가 일시적으로 숨을 돌렸다. 원래 교통방송은 올해 1월 1일부로 서울시 출연금(出捐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 내용으로 가결·공포된 서울시 조례(條例)가 시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조례 시행일이 다가오자 ‘오세훈(吳世勳) 서울시’는 ‘조례 시행 연기’를 서울시의회(이하 시의회)에 요청했다. 시의회는 거부했다. 2024년도 서울시 예산안에는 ‘교통방송 출연금’ 자체가 계상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막판에 시의회는 ‘입장 선회’를 했다. 시의회는 2023년 12월 22일, 서울시가 제출한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 시행 연기 조례안’을 가결했다. 개정된 조례에 따라 교통방송은 앞으로 5개월 동안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존속할 수 있게 됐다.
 
  시의회는 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의 출연에도 동의했다. 이에 따른 서울시의 출연금은 92억9770만원이다. 그야말로 존폐 기로에 섰던 교통방송은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잠시 모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은 올해 5월 31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에는 교통방송 스스로 운영해야 한다.
 
 
  “오세훈은 1년간 뭐 했나?”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요청을 수용해 2023년 12월 22일,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 시행 연장’ ‘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의 93억원 출연’에 동의했다. 사진=뉴시스
  교통방송이 ‘폐국 위기’에 몰렸다가, 잠시 기사회생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비판을 시의회 측에서 제기했다. “‘오세훈 서울시’는 1년 동안 교통방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뭘 했느냐?”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110명 중 75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35명)보다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시의회 의석 상황을 고려할 때 해당 비판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를 가결한 게 2022년 11월 15일, 서울시가 이를 공포한 게 그해 12월 2일이다. 공포 당시 서울시는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제외해 교통방송이 민간 주도 언론으로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그 사유를 밝혔다. 그 뒤 조례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와 교통방송에는 ‘1년’이란 ‘준비 기간’이 있었다. 조례안 발의 시점부터 따지면 1년 6개월이다. 이 기간, 서울시와 교통방송은 대체 뭘 하다가 조례 시행을 앞두고 급박하게 ‘조례 시행 연기’를 주장했을까. 왜 시의회는 조례 시행일을 5개월 늦추고, 93억원에 달하는 서울시민 세금을 추가로 투입하자고 한 서울시 의견에 동의했을까.
 
  이에 기자는 교통방송에 대한 세금 지원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했던 ‘오세훈 서울시’의 행태를 되돌아보고, 교통방송이 서울시와 주고받은 공문 내역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가 교통방송 출연 중단 사태를 대비해 그간 어떤 노력을 했는지 확인해봤다.
 
 
  TBS 직원들도 자인한 ‘불공정 방송’
 
고(故)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으로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권한 기간 교통방송은 ‘친민주당 방송’ ‘불공정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얻었다. 사진=뉴시스
  박원순(朴元淳) 전 서울시장과 문재인(文在寅) 정권 시절 교통방송은 ‘친(親)더불어민주당 방송’ ‘편파 왜곡 방송’을 일삼는다는 비판을 줄기차게 받아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도 숱하게 받았다. 2022년 12월에 시행된 내부 조사 결과를 보면, 교통방송 직원들조차 자사 방송 콘텐츠의 공정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당시 조사에서 교통방송 직원 215명 중 53.1%는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정하다”고 한 이는 27%에 불과했다. ‘대표적인 불공정 편파 왜곡 방송’이라고 꼽혔던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중립성’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40.5%)와 “그렇지 않다”(22.3%)는 응답이 전체의 62.8%에 달했다. 이와 달리 긍정적인 답변은 20%(매우 그렇다 7%, 그렇다 13%)에 불과했다. 심지어 그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측도 교통방송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36명 전원은 교통방송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방송심의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조례안을 공동발의했다.
 
  서울시민은 서울시 출연을 받은 공공기관인 ‘교통방송’이 소위 ‘공영방송’을 자처하면서도 연일 자행하는 ‘불공정 방송’에 분노했다. 이런 곳에 서울시민 세금으로 연간 300억~4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주는 것은 ‘혈세 낭비’란 인식이 팽배했다. 불공정 방송을 스스럼없이 하는 방송사를 세금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들 스스로 ‘독립언론’을 자처하므로 ‘재정도 독립하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이런 민심에 힘입어 오세훈 시장이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10년 만에 서울시정에 복귀한 그는 주요 현안 중 하나로 교통방송 출연금 삭감 또는 지원 중단을 내걸었다. 오 시장 관련 언론 보도에서 ‘교통방송 개혁’ 관련 내용이 자주 언급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을 찍은 이들이 꼽은 급선무 또한 ‘교통방송 개혁’이었다. 그들이 요구한 ‘교통방송 개혁’은 이미 정보통신 기술 발달에 따라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한 ‘교통방송’에 대한 세금 지원 중단을 말한다. 오 시장은 표면적으로 교통방송 문제에 대한 서울시민의 ‘문제의식’에 동조했다.
 
  오 시장은 “교통방송 재정 독립은 시민의 바람이고, 그런 바람에 부응하는 게 서울시의 재정 원칙”이라고 강조했지만, 이후 ‘오세훈 서울시’의 행태는 이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
 
 
  ‘TBS 지원 중단’은 시의회가 결정
 
  윤석열(尹錫悅)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1일 시행된 10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서울시 지역도 국민의힘이 휩쓸었다. 오세훈 시장이 다시 시정을 맡고,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시의회 의석의 2/3을 확보했다. 의정 주도권을 쥔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시의회가 개원하자마자 최초 과업으로 ‘교통방송 개혁’을 추진했다. 이들은 사실상 첫 의안으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공동발의했다. 서울시가 교통방송에 연간 300억~400억원에 달하는 시민 세금을 ‘출연금’ 명목으로 지원하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탓에 ‘교통방송 재정 지원 중단’ 등 ‘오세훈 시정’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시의회가 선수를 친 것이었다.
 
  해당 조례안은 2022년 11월 1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오세훈 서울시’는 같은 해 12월 2일, 《서울시보》를 통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를 공포했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 1일부터는 서울시의 재정 지원 없이 ‘독립언론’을 자처하는 교통방송이 실제로 ‘재정 독립’을 이뤄 방송하고 각종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단,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유예 기간에 교통방송이 자체적인 혁신안을 마련해 이를 이행하는 노력을 한다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를 개정할 수도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吳는 왜 ‘교육방송 전환’ 주장했나?
 
과거 교통방송은 김어준씨가 진행하던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다수 시사 프로그램 탓에 ‘가짜뉴스 공장’이 됐다는 지적을 들었지만, ‘독립언론’임을 강조하며 그 비판을 외면했다. 사진=뉴시스
  이와 달리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기간 자신의 지지층이 요구했던 ‘교통방송 지원 중단’ 또는 ‘교통방송 폐지’가 아니라 ‘교육방송으로의 전환’ 등을 얘기하며 ‘존치’를 주장했다. 서울시 출연금으로 ‘방송’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오 시장은 “교통방송의 본질적인 기능의 전환을 고민할 때가 됐다”(2022년 5월 12일), “주파수를 반납하긴 아깝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이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인터넷과 방송이 융합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난다”(2022년 5월 13일)고 주장했다. ▲수신료 192억원 ▲방송발전기금(방송통신위원회 운용 기금) 329억원 ▲국고보조금 893억원 등 연간 1414억원가량(2021년 기준)의 공적자금이 이미 투입되는 ‘교육방송(EBS)’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오 시장의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 EBS가 연간 2100억원 이상 방송사업비를 쓰면서 지상파 TV·라디오·위성·케이블 방송 등 8개 채널에서 각종 교육 콘텐츠를 다량 제공하는 마당에 서울시가 굳이 연간 3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교육 성격 방송’을 따로 운영해야 하는 객관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EBS는 1951년부터 축적된 교육방송 경험을 갖고 있다. KBS에서 분리(1990년)돼 개국한 것만 해도 벌써 40년이 지났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얘기한 ‘교통방송의 기능 전환’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해당 ‘교육 성격 방송’의 설립·운영 타당성도 적고, 경쟁력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실현될 경우 ‘세금 낭비’란 비판을 야기할 가능성이 컸다.
 
 
  “제 생각과 차이 있는 조례안”
 
2022년 지방선거로 서울시의회에서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은 사실상 첫 의안으로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안’을 공동발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지방선거 당시 ‘교육방송으로 전환’ 운운했지만, 선거 이후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교통방송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지방선거에서 ‘오세훈’과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이들이 얘기한 ‘교통방송 개혁’ 작업을 시의회가 주도한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는 국민의힘이 장악한 시의회란 ‘아군’을 얻었지만, ‘교통방송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이 발의한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안’에 대해 “저는 한 번도 지원 전액을 완전히 삭감하겠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제 생각과 차이가 있다”(2022년 9월 15일)고 밝혔다. 서울시도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안’ 검토보고서(2022년 9월)에서 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한편 민선 8기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TBS FM에 대한 교육방송 전환을 시사하였으나, 미디어재단 TBS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민선 8기 서울시가 출범한 지 3개월여가 지난 현재 시점까지 구체적인 계획안 마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됨.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동 폐지조례안의 ‘수정의결’ 의견을 밝혀왔으나, 행정안전부의 출연기관 지위 철회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방송사업자 변경 허가는 상당한 준비와 절차가 필요하므로 향후 미디어재단 TBS의 민간 전환 혹은 계속 운영에 대한 향후 서울시의 정확한 입장도 하루속히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임.〉
 
 
  TBS 지원 관련 서울시의 ‘조삼모사’
 
  ‘교통방송 세금 지원 중단’ 조례 가결 이후 편성된 ‘오세훈 서울시’의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은 232억원이다. 애초 교통방송은 서울시에 412억원을 요구했다. ‘교통방송 지원 중단’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시의회에서 이를 ‘조례’로 만들었는데도 전년도(2022년 출연금 320억원)보다 88억원을 더 달라고 했다. 서울시는 “인사·조직 편성 독립권을 가진 만큼 재정자립 구조도 갖춰야 한다”며 요청 금액보다 180억원 적은 232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면서 “자체 재원 조달 능력에 대해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후일 서울시의 행태는 이와 부합한다고 보기 쉽지 않다.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는 행보를 했기 때문이다.
 
  2023년 5월 30일,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에 ‘2023년도 제1회 서울특별시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교통방송 출연금 73억3000만원’을 증액 편성했다. 서울시는 “방송 기능 유지를 위한 필수 소요경비와 법정의무경비, 공정한 공영방송으로의 회복을 위한 혁신안 이행 재원”이라고 편성 사유를 밝혔다. ‘2023년도 예산안’ 제출 당시 ‘재정 자립’을 명분 삼아 출연금을 88억원 깎았던 서울시가 그 금액의 83%를 추경을 통해 교통방송에 더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본예산에서는 교통방송 출연금을 깎고, 관심이 덜한 추경예산에서 복원하는 식으로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인력 증감 계획에 따라 예측 가능한 인건비와 법인이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퇴직급여 충당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지원해야 한다는 ‘증액 사유’가 법적·논리적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의회의 비판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보선 당시 서울 유권자 주요 숙원 중 하나가 바로 ‘교통방송 개혁’이었다. 사진=뉴시스
  추가경정예산은 기존에 편성한 본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추가로 편성하거나 변경한 예산을 말한다. ‘국가재정법’ 제89조 1항에 따르면 추가경정예산 용도는 ▲전쟁 또는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대내외 여건 중대 변화 발생 또는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이 발생·증가한 경우 등이다. ‘지방재정법’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사유를 특정한 조항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미 성립된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제45조)할 수 있다. 하지만 ▲효율성 ▲건전성 ▲투명성 등 ‘재정 운용’의 대원칙을 감안하면 정부와 지자체 모두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에 한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기본 요건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본예산 편성 당시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인건비 또는 퇴직급여 충당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출연금 73억원을 교통방송에 더 줘야 한다고 한 ‘오세훈 서울시’의 언행은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시의회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조차 검토 보고서를 통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인건비는 예산안 편성 당시 현원과 충원계획을 사전에 예측하여 편성했어야 하는 항목으로 추경을 통해 예상 부족분을 증액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처사임.
 
  ◆특히 법정의무경비인 퇴직급여 충당금을 회계연도 중 편성하는 것은 홍보기획관(서울시)이 소관 기관(교통방송)에 대한 관리·감독을 얼마나 소홀히 해왔는지 나타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음.〉
 
  시의회는 교통방송 출연금 증액을 거부했다. 이때 교통방송이 시의회에 내놓은 소위 ‘혁신안(2022년 6월 12일)’에 대해 ‘허위 왜곡 방송’ 논란을 빚은 출연자와 관계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혁신 방안도 공정성과 공영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교통방송 출연금’을 제외하고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2023년 7월 3일, ‘교통방송 책임론’을 꺼냈다. 그는 “공영방송으로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도 전혀 지나친 평가가 아닐 것”이라며 “공정한 공영방송의 길로 들어서 달라는 주문이자 과정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교통방송 개혁’이란 소임을 서울시민으로부터 받은 당사자 ▲본예산안과 추경안 제출 주체 ▲교통방송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의 수장이 ‘오세훈’인 점을 고려하면, 그의 갑작스러운 ‘3인칭 관찰자 시점 관전평’은 서울시민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TBS 대표는 ‘시의회 설득’에 소홀
 
  교통방송은 ‘지원 중단 조례’ 시행을 연기하기 위한 시의회 설득 작업도 충분히 하지 않았다. 정태익 교통방송 대표는 지난해 6월 20일, 시의회 문체위에서 ‘교통방송 혁신안’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자 회의 도중 “그러면 더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고 하면서 짜증 섞인 언행을 보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그는 이후 교통방송의 ‘명운’이 달렸는데도, ‘시의회 설득’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는 2023년 11월 2일, 시의회 문체위 회의에서 정태익 대표 스스로 인정한 부분이다.
 
  〈시의원 아이수루: 조례안(교통방송 지원 중단) 통과 이후 시장님(오세훈)을 몇 번 만나셨습니까?
 
  교통방송 대표이사 정태익: 공식적으로 조례안 통과 이후 세 번 뵀던 것 같습니다.
 
  아이수루: 우리 시의원님들이요? 얼마나 만나셨어요?
 
  정태익: 의원님들은 6월 20일까지는 약간 부족하지만, 혁신안 들고 만나 뵀다 6월 20일 이후에는 제가,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찾아뵀어야 하는데 약간 좀 출입이 금지된 듯한 제 나름의 느낌이 있어서 사실은 쉽게 찾아뵙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제가 그런 부분을 너무 소홀히 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말씀하신 것처럼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 노력이 효과를 보거나 성과를 이룬 것은 단 한 건도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교통방송은 시의회에 ‘2024년도 사업계획’도 제출하지 않았다. 다음은 앞서 언급한 시의회 문체위 회의 당시 지적된 내용이다.
 
  〈위원장 이종환: 아무리 12월 말일로 끝나더라도 자기들이 6개월을 더 연장해달라고 하면 기본적인 계획안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정태익 대표는 어디서 뭘 배워서 티비에스 오신 건가. 연장을 해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홍보기획관 최원석: 죄송합니다.
 
  이종환: 종업원들을 사랑한다, 뭐 한다 하면서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중략) 계획도 없는 데다가 우리한테 출연금을 달라고 하면 시민들이 우리 의원들 볼 때는 어떻게 보겠어요? 하려고 해도 줄까 말까인데 아예 안 한다는데 어떻게 주느냐고.〉
 
 
  서울시와 TBS는 정말 ‘노력’했나?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정 복귀 이후 서울시와 교통방송이 주고받은 공문 목록이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소속 아이수루 시의원에 따르면 교통방송은 시의회 설득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사태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의 협의도 충분히 하지 않았다. 아이수루 시의원은 이와 관련해서 “어떻게든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다시 마련하거나 아니면 폐지 조례의 유효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어야 하는데도, (교통방송 제출 자료를 보면) 신규 조례 제정 또는 폐지 조례 유효 기간 연장과 관련해서 서울시와 협의한 내용이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정에 복귀한 2021년 4월 8일부터 2023년 12월 27일 사이에 서울시와 교통방송이 주고받은 공문 목록을 입수, 그 내역을 살펴보았다. 오 시장 또는 ‘오세훈 서울시’가 ‘교통방송 개혁’과 관련해서 그간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 교통방송은 ‘지원 중단’ 조례 발의 이후 서울시와 어떤 대책을 협의했는지 확인했다. 상기 2년 9개월 동안 서울시가 교통방송에 송신한 공문은 총 2만1653건이다. 이 중 교통방송 소관 부서인 서울시 홍보담당관실이 보낸 공문은 총 265건이다. 이 가운데 ‘교통방송 혁신’ 관련 내용을 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울시 홍보담당관실이 교통방송에 보낸 공문 내용은 주로 ▲홍보기획관 조직 개편 알림 ▲민선 8기 비전 슬로건 적극 활용 요청 ▲서울시 보도자료 감수 결과 알림 및 사례집 송부 ▲직원 채용 관련 사전 점검 결과 회신 등 통상 업무와 유관하다.
 
  같은 기간, 교통방송이 서울시에 보낸 공문은 976건이다. 이 중 975건은 ▲출연금 교부 신청 ▲국회·시의원 요구자료 제출 ▲이사회 개최 안내 ▲파견직원 근무 관련 자료 제출 등이다. 유일하게 ‘교통방송 개혁’ 또는 ‘재정 자립’과 유관한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문건은 2022년 2월 8일, 교통방송 전략기획실이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실에 보낸 ‘TBS 신규사업 개발을 위한 협조 요청’이다.
 
  해당 내역과 앞서 언급한 시의회 지적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와 교통방송이 상황 반전을 위한 ‘TBS 혁신안’을 내놓는 데 충분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서울시의 뒷북치기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는 2023년 11월 6일,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 시행일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돌연 “서울시, 시의회에 TBS 지원 폐지 조례 연기 요청”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홍보담당관 명의의 해당 보도자료는 “TBS의 구조조정 등 기관 혁신뿐만 아니라 독립 경영을 위한 행정절차 이행에 최소한의 준비 기간이 소요되어 6개월간의 한시적인 지원이 필요하므로, TBS 지원 폐지 조례의 시행일을 내년 1월 1일에서 7월 1일로 6개월 연장하는 조례안을 서울시가 시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요청했다”도 아니고 “요청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계획을 밝히는 보도자료인 셈인데, 이는 시의회에서 ‘면피용 여론몰이’란 지적을 받았다.
 
  자체적으로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 시행일 연기 조례안’을 발의할 시기를 놓친 서울시가 갑자기 보도자료를 낸 데는 다른 ‘속셈’이 있다는 비판이었다. 서울시 보도자료 내용은 지방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로 하여금 사태의 ‘책임’이 시의회에 있다는 식으로 오해하게 할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조례 발의 시기 놓친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그해 10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당시 “교통방송이 문을 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서울시의 소관 부서는 대체 뭘 하다가 ‘조례 발의 시기’를 놓친 것일까. 다음은 이와 관련해서 2023년 11월 7일 시의회 문체위에서 오간 문답이다.
 
  〈시의원 유정희: “‘TBS 출연금 중단 내년 1월에서 7월로’… 서울시, 시의회에 요청”이라는 언론 보도자료는 어디에서 만든 거죠?
 
  홍보기획관 최원석: 홍보기획관에서 냈습니다.
 
  (중략)
 

  유정희: 왜 서울시에서 발의하지 않고 의회에 요청하죠?
 
  최원석: 논의 과정에서 시 집행부에서 발의하는 기간이 지나서, 집행부에서 발의하려면 2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부터 일련의 절차가 있습니다, 의안 발의는. 그게 지나다 보니 지금 남아 있는 기간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의원입법밖에는 없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유정희: 다시 물을게요. 왜 시에서 직접 발의할 수 있는 그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의회에 요청하느냐는 거죠.
 
  최원석: 다시 한 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유정희: 정식으로 문서가 갔어요? 안 왔다는데요? 서울시의회에는 안 왔대요, 요청이. 아까 전문위원실에다 확인했어요.
 
  최원석: 문서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유정희: 문서로 와야죠.
 
  최원석: 그리고 아까 좀 전에…. 알겠습니다.〉
 
 
  5개월 뒤에는 같은 문제 ‘재발’ 안 할까?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교통방송과 관련한 ‘오세훈 서울시’의 행태에 대해 “조례안이 의결되고 1년이 넘도록 서울시는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고, (교통방송 추가 출연을 위한) 정례회 조례안 제출 시한을 넘겼다”고 지적하면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교통방송 지원 중단 시점 연기’를 골자로 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서울특별시장 제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출연 동의안’(서울특별시장 제출)을 가결하고 나서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조금 전, 우리 서울시의회는 TBS 조례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중략) 그동안 저는 천만 시민의 대표 기관인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그간 TBS 지원 조례 개정 여부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TBS 세금 지원 중단 조례안이 의결되고 1년이 넘도록 서울시는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데다, 이번 정례회 조례안 제출 시한을 넘겨 낸 시(市)의 행태가 심히 유감스러우나, 묵묵히 일해왔던 다수의 TBS 직원들의 생계 등을 감안해 대승적 견지에서 조례안 심의 등을 허용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보면, 교통방송은 지난 정권 시절 ‘불공정 방송’을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고 법정제재를 당하면서도 이에 대한 시정 요구를 외면하기 일쑤였다. 분노한 민심은 서울시와 시의회 주도권을 국민의힘에 주고 ‘교통방송 개혁’을 주문했다. 이에 시의회는 전격적으로 ‘교통방송 지원 중단’ 조례를 처리해 대대적인 ‘혁신’을 압박했다.
 
  하지만 교통방송은 이에 부응하는 혁신안을 내놓지 않았다. 대표이사의 언급과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시의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소홀히 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교통방송에 무슨 지원을 하고, 시의회와의 중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불분명하다. 오 시장은 “모든 건 TBS 임직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거기에 서울시는 무한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오세훈 서울시’는 그간 무슨 노력을 했을까.
 
  지난해 12월, 시의회에서 이례적으로 조례 개정안을 처리하고 출연에 동의해 잠시 숨을 돌렸지만, 교통방송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고수한다면 6월에도 같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실제 교통방송에 대한 지원 조례가 폐지되고, 교통방송은 ‘서울시 출연기관’이 아닌 ‘민간 비영리법인’이 된다. 이럴 경우 민영화가 가능하지만, 방송사업을 하는 법인에 대한 허가가 취소될 위험도 있다. 취소되지 않는다고 해도 민간 매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자금난’에 허덕이다가 주파수를 반납하고 스스로 폐국할 수도 있다. 과연 ‘논란’의 교통방송은 6월 1일에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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