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가 5% 이상 성장하면 일자리·세수(稅收) 감소·소득 양극화(兩極化)·가계부채 증대·자영업자 부도·국가채무 증대 등 현안 해결
⊙ 명목 국내총생산은 세계 13위지만, 1인당 소득은 27위로 중진국 상위권 수준
⊙ 국가경쟁력은 63개국 중 27위(IMD, 2022년)… 싱가포르 3위, 홍콩 5위, 대만 7위, 중국 17위
⊙ 아일랜드, 1987년 물가·실업률 20% 넘는 상황에서 야당이 먼저 대타협 제안, 親시장 개혁 단행
崔洸
1947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학 공공정책학 석사, 메릴랜드대학 경제학 박사 / 미국 와이오밍대학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조세학회 회장, 한국조세연구원장, 한국공공경제학회장,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예산정책처장,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성균관대 석좌교수 역임 / 저서 《한국재정 40년사》 《한국조세정책 50년》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정부》 등
⊙ 명목 국내총생산은 세계 13위지만, 1인당 소득은 27위로 중진국 상위권 수준
⊙ 국가경쟁력은 63개국 중 27위(IMD, 2022년)… 싱가포르 3위, 홍콩 5위, 대만 7위, 중국 17위
⊙ 아일랜드, 1987년 물가·실업률 20% 넘는 상황에서 야당이 먼저 대타협 제안, 親시장 개혁 단행
崔洸
1947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학 공공정책학 석사, 메릴랜드대학 경제학 박사 / 미국 와이오밍대학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조세학회 회장, 한국조세연구원장, 한국공공경제학회장,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예산정책처장,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성균관대 석좌교수 역임 / 저서 《한국재정 40년사》 《한국조세정책 50년》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정부》 등
- 부산 감만부두 컨테이너 야적장. 한국은 겉보기에는 세계 유수의 경제 대국이자 무역 대국이지만, 속으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사진=조선DB
건국 이래 대한민국이 이룬 발전의 과정은 한마디로 기적 중의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은 당연 불굴의 정신을 가진 국민과 지도자들의 합심 노력의 결과이지만, 역사의 매 순간을 뒤돌아보면 알 수 없는 기적의 힘 또한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모습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는 네 번에 걸친 기적이 연속되었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토 분단의 와중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자체가 건국된 기적이다.
둘째, 광복 후 좌파 사회주의가 우세한 이념공간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국가 정체성(正體性)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기적이다.
셋째, 건국 후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전복(顚覆) 적화(赤化) 야욕을 분쇄해 나라가 보전된 기적이다.
넷째,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기적을 이루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주는 국가로 전환한 기적이다.
이들 네 기적 모두 사전적 준비나 체계적 논의의 결과이기보다는, 아무도 모르는 신(神)의 섭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신의 섭리 외에는 네 기적 모두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年 5% 성장하면…
작금 나라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고 아마도 당분간 계속 이러할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모두가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무언가 체계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보다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나라 바로 세우기와 경제 살리기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체계적인 논의도 적극적인 활동도 주목할 만한 것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오늘날의 위기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 정치 지도자의 책임이 크다. 정치권은 권력 쟁취와 개인 영달에 빠져, 바른길을 애써 외면하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의 멸망을 가져온 조선 시대 사색당쟁(四色黨爭)이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가 큰 문제이다. 최근 반도체·수출·무역수지에서 모처럼 ‘트리플 플러스’를 기록함으로써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22년에 2.6% 성장했던 우리 경제가 2023년엔 1.5% 저성장을 기록한 후 2024년에는 2.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반해 세계 경제는 2023년 3.0%, 2024년 2.9% 성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랫동안 세계 경제보다 3배, 2배 성장하던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보다 훨씬 낮은 성장을 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어서 빨리 문제를 찾아, 훌륭한 정책을 세워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발산해 한국 경제가 적어도 연평균 5% 이상 성장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가 5% 이상 성장하면 일자리·세수(稅收) 감소·소득 양극화(兩極化)·가계부채 증대·자영업자 부도·국가채무 증대 등 현안의 많은 과제가 해소될 것이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최근 〈한국의 다음 S-곡선(Korea’s Next S-Curve)〉 보고서에서 ‘연 5% 성장, 2040년 세계 7위 경제 강국’이라는 장밋빛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외교와 안보에 전력투구하여 ‘죽고 사는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텄다. 이제 남은 임기 동안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길 기대한다. 경제 살리기는 윤 대통령의 임기를 넘어 3~5년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정권 차원을 넘는 원대한 구상이 마련되어야 한다.
Ⅰ. 한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
대한민국의 성공에 대해 다양한 찬양이 언론에서 통상적으로 회자된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9위 무역 대국 ▲7대 우주 강국 ▲6위 군사 대국 ▲5위 방위 수출 대국 ▲4위 자동차 생산국 ▲3위 철강 생산국 ▲2위 조선 생산국 ▲세계 1위 반도체와 스마트폰 생산국 등이 그것이다. 이들 모두 사실이고 대단한 성취다. 그러나 각기의 실상과 내면을 살펴보면, 위태위태하고 유지하기 불안한 등위(登位)이다.
한국 경제에 관한 우리 국민의 일반적 인식은 긍정적이다. 즉 ‘그간 어떠한 위기라도 잘 극복해왔고, 1인당 소득 3.3만 달러 선진국 그리고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했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 경제는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경제위기는 구조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것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었다. 유엔 기구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 지칭하긴 했으나 1인당 소득 3.3만 달러는 세계 27위로 아직 중진국 상위권에 불과하다.
작금의 반(反)시장적 경제 정책이 계속되면 지속적 성장은커녕 남미(南美) 국가들의 전철을 따라 1인당 소득이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 당국자는 물론 경제 전문가 어느 누구도 우리 경제가 ‘남미 꼴’이 될 수 있음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20세기 초, 유럽 그리고 미국과 더불어 가장 선진국이었던 남미의 몇몇 나라가 경제 파탄으로 100년 전보다 못 살고 있는 사실을 왜 외면하고 교훈을 얻으려 하지 않는지 의아할 뿐이다.
Ⅱ. 한국 경제의 현 상황과 위상
- 경제성장률, 국가경쟁력, 경제자유도 낮아
작금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설명하는 변수(變數)와 지표(指標)는 차고도 넘친다.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투자 감소, 수출 부진, 내수(內需) 감소, 무역수지 적자(赤字), 생산 위축, 마이너스 성장,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급등, 고환율, 고금리, 인력난, 세계 경제의 분절화, 기업가동률 저하 등 수많은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와 정책 당국자들은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공장 10곳 중 3곳이 폐업 또는 휴업 상태라는 보도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우리나라가 10대 경제 대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총생산 기준으로는 그러하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액은 1조7343억 달러로 전 세계 191개국 중 13위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얼마나 잘사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소득은 2022년 3만2960달러이고, 세계 순위로는 27위에 불과하다. 국민의 삶의 수준은 세계 10위권인 총생산액이 아닌 세계 27위인 1인당 소득에 좌우되기에, 우리의 갈 길이 아직은 매우 멀다.
어느 나라든 한 나라 경제의 종합성적표는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70년대에 10.5%, 1980년대에 8.8%, 1990년대에 6.2%, 2000년대에 4.7%, 2010년대에 3.3%, 2020~2022년간 2.1% 성장했고, 2023년 정부의 예측 성장률은 1.4%이다. 이렇게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는데도 역대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참으로 무책임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8~10%는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1990년대 이후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는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는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아래서 맴돌기 시작했다. 충격적이게도 오늘날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크게 밑도는 지경이다.
한 나라의 경제를 평가하는 지표로 국가경쟁력 평가와 자유도 평가도 있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2022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 중 27위를 기록, 이는 상위 42% 수준에 불과한 낮은 결과다. 싱가포르 3위, 홍콩 5위, 대만 7위, 중국 17위와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부각된다. 세부적 지표를 살펴보면 국제투자 37위, 기업여건 48위, 생산성 36위, 노동시장 42위, 경영활동 38위, 근로자 동기 부여도 52위, 금융서비스 사업 활동 지원도 47위, 공공 및 민간의 기술개발 지원도 46위 등으로 우리의 국가경쟁력에 크게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과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에서 발표하는 경제 자유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자유도는 세계 123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하였고, OECD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중하위권에 그쳤다. 경제 자유도란 각국의 제도와 정책이 경제적 자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근로시간, 채용, 해고 등 노동시장 규제를 평가하는 노동시장 항목에서 전체 12개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와 함께 ‘부자유’ 등급을 받았다.
국가경쟁력 평가와 자유도 평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 금융 부문과 노동 부문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두 부문에 대한 혁신과 개혁이 필요하다.
Ⅲ. 성공한 나라들과 성공한 정책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기적을 이룬 나라는 독일, 싱가포르, 대만, 일본, 아일랜드, 한국 등이고, 퇴보 쇠퇴한 나라는 옛 소련, 아르헨티나, 필리핀, 북한 등이다. 한국병 치유는 물론 우리 경제의 제2의 도약을 도모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3대 경제 기적, 즉 라인강의 기적, 아일랜드의 기적,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살펴보자.
1. 라인강의 기적
세계적 칼럼니스트인 토드 부크홀츠는 20세기의 가장 성공한 경제 정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이 추진한 일련의 경제 정책을 든 바 있다. 전쟁 후의 참혹한 폐허와 엄청난 혼란 속에서도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경제장관(훗날 총리 역임)은 가격 통제를 과감히 해제하고, 기업 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 결과 1945~1970년 25년 동안 여타의 선진국들이 1~2% 성장하는 데 반해, 독일 경제는 연간 6~7%씩 성장했다. 이를 후세 사람들은 ‘라인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2. 아일랜드의 기적
아일랜드는 1990년에 1만 달러였던 1인당 소득이 2021년에 10만 달러로 증가, 30년 사이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경제적 기적을 이뤄냈다. 1980년대 중반 유럽에서 가장 빈국인 아일랜드에 경제위기가 찾아와 국민 모두가 고통을 겪던 당시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두 개의 대타협이 이루어졌다. 하나는 앙숙이었던 정치가들이 대화합을 이뤄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모든 나라가 경제부흥에 돌입했지만 아일랜드는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매년 20%를 웃돌고,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블린 공항은 이민을 떠나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이었다.
이 경제위기 상황을 돌파한 것이 정치적 대화합이었다. 1987년 제1야당인 피네 게일당의 대표 앨런 듀크스(Alan Dukes)가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핵심 사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60년간 정쟁을 벌이던 상대당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폭탄선언이었다. 집권여당인 피어나 포일당 소속의 찰스 호이(Charles Haughey) 총리는 1987년 보수야당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과감하게 친(親)기업적 친시장적 개혁을 단행했다.
야당이 경제 살리기에 전적으로 동참하고 노사가 대타협으로 사회연대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국가 재건 ▲경제·사회 발전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공정성 확립 ▲성장 지속 ▲복지 개선 등 거시경제 전체를 포괄했다. 협약 후 노동시장이 크게 변화해 협약 이전 임금인상률은 20%에서 2.5%로 하락하였고,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상승률은 3~5%로 안정되었다. 노사분규는 1970~1980년대에 1년에 250건에 달했지만 노사정 합의 이후 50건 미만으로 줄었고, 1980년 20%를 웃돌던 실업률은 4%로 떨어졌다.
이 사회연대협약에 더하여 아일랜드 정부는 과감한 세율 인하와 공공부문 축소와 개혁을 단행해 엄청나게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 지출을 과감히 축소하고 시장친화적 정책을 행한 덕분에 과감한 세율 인하에도 세수가 크게 증대하여 공공부채는 점차 낮아져 2022년도에 50.3%로 줄었다. 경제자유도는 OECD 38개 회원국 중 스위스, 뉴질랜드에 이어 3위로 높아졌고, 무역자유도는 1위 싱가포르에 이어 3위, 고용유연성 OECD 6위, 기업의 80%가 무노조로 바뀌었다.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율을 12.5%로 낮게 유지한 결과 1700개 기업이 아일랜드에 투자하였다. 소프트웨어, 반도체, 컴퓨터, 의학, 생명공학의 1500개 미국 기업이 아일랜드에 본부를 두었고, 세계 10대 제약업체 중 9곳이 아일랜드에 진출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애플, 구글 등 세계 10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9개 유럽본부가 아일랜드에 있고,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5개 사가 아일랜드에 자리했다.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 소프트웨어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고, 아일랜드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아일랜드 수출의 5분의 4, GDP의 4분의 1에 기여하고 있다.
3. 한강의 기적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재임 18년간은 통상의 대통령의 통치가 아니고 박정희라는 혁명가가 자신의 일생을 조국을 위해 바친 기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애국심 하나로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천지개벽으로 이끌었다.
서독의 에르하르트 총리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다. 1961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이 82달러였는데 1979년 1546달러로 19년 동안 무려 19배 증대하였다. 국민총생산의 경우 1961년 20억 달러에서 1979년 630억 달러로 31.5배, 수출은 같은 기간 4100만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366배 증대했다.
사실 한강의 기적은 라인강의 기적과 아일랜드의 기적을 능가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가들과 충분히 소통,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총동원해줬고, 정부-기업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애 요소를 과감히 제거해줬다. 사회간접자본의 구축과 수출 주도 성장의 추진 과정에서 오늘의 주력 산업과 대기업을 키운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탁월한 안목과 추진력 덕분이다.
많은 전문가가 박정희 대통령의 치세를 국가주의(statism)나 개입주의로 지칭하지만, 이는 표피적 관찰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고도성장과 새마을운동의 놀라운 성공의 배경에는 자율화·개방화의 논리가 구석구석에 배어 있으며, 당근과 채찍을 적극 활용한 시장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 원리와 경제 정책
비행기를 조종할 때 비행사는 자신의 감각보다는 계기판을 믿어야 한다. 이유는 하늘로 올라가면 전후좌우가 분간이 안 되어 우리의 감각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사막을 건널 때도 규칙이 있는데,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야 된다.
경제 정책을 두고 계기판이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장과 경제 원리다. 동서고금 모든 나라, 모든 정부에서 시장에 순응하고 경제 원리를 존중한 경우는 경제적 기적을 일궈 국민 모두가 그 과실을 향유했다.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에 기반한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시장에 저항을 하거나 시장을 억누르는 경우는 시장의 보복을 받아 경제가 쇠퇴하였다. 경제 원리를 무시한 경제 정책은 언제나 실패했다. 경제 원리의 정확한 이해가 경제 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하버드대학 맨큐(G. Mankiew) 교수의 명저 《경제학 원론(Principles of Economics)》 제1장에는 10대 경제 원리가 요약·제시되어 있다.
1. 사람들은 선택에 직면해 하나를 택하면 다른 것은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
2.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수반되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특정 선택의 비용은 그 선택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시장에서 갖는 값어치이다.
3. 합리적 판단은 한계적으로 이루어진다.
4. 사람들은 유인과 제재에 반응한다.
5. 거래와 교환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
6. 시장은 경제 문제를 거의 해결한다.
7. 정부는 아주 드물게 시장 실패를 교정할 수 있다.
8. 한 나라 국민이 얼마나 잘사느냐 하는 것은 그 국민이 얼마나 많은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
9. 통화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는 상승한다.
10.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에는 상충관계가 있다.
이들 10가지 경제 원리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간단한 경제 원리를 몰라서 못 지키거나 알더라도 다른 목적 추구를 위해 지키지 않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추구하는 정책이 실패로 귀착된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경제에 관한 한 문맹인(文盲人)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가 정책을 다루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대다수도 경제 문맹인이라는 점이다. 기본개념을 잘 모르고 정확한 지식 없이 경제 문제에 대해 너무나 많은 사람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한다. 경제 문맹이 지배적인 상태에서 민주주의라는 미명(美名) 아래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제약 없이 개진할 때 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비극적 종말로 귀착된다.
Ⅳ.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위한 방책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한국 경제를 인간에 비유하면,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같다. 병의 증상은 다양하고, 각기 모두 심각한 상태다. 성장 둔화, 분배 악화, 실업대란, 고용 참사, 투자 절벽, 경기 불황, 수출 부진, 인플레이션, 양극화, 주력 산업의 붕괴, 노조 횡포, 기업 의욕 상실 등 어느 한 군데도 성한 데가 없다. ‘한강의 기적’은 사라지고, ‘한강의 눈물’로 한숨짓고 있다. 우리는 영국병·독일병·스웨덴병·일본병이 복합된 특유의 ‘한국병(韓國病)’을 앓고 있다.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경제를 두고 모두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무언가 체계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보다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나라 바로 세우기’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체계적인 논의도, 적극적인 활동도 주목할 만한 것이 없다. 한국병의 증세를 더 이상 악화시켜서는 안 되고, 이제 명의(名醫)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의거, 치유를 서둘러야 한다.
현안의 경제 불안을 해소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 창출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 중심의 단편적 처방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제는 나라의 근본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처방이 필요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대한민국·독일·아일랜드가 일궈낸 경제적 기적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세 나라 어느 정책 당국도 특별히 새로운 것을 하지는 않았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과 역사에서 훌륭한 정책이라 판명된 것을 용기 있게 과감히 실행했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도 못 할 리 없다. 지도자들이 결단하고 국민이 수용하면 된다. 현안의 경제 불안을 해결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 창출로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다음에 열거하는 방책 16가지 중 어느 하나도 실행하기 쉬운 것은 없다. 각기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출해 국민이 편하게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방책들이다. 이들을 우리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그 수행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1.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화 통일까지 도모하는, 종북(從北) 주사파 세력의 반체제 준동을 차단하여 나라를 반듯하게 바로 세워야 한다.
2. 정당(정치 세력) 간 적극적 소통과 대화합이 필요하다. 종북 주사파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치 세력이 3년간 정쟁(政爭)을 중지하고,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일심동체로 협력할 수 있는 대협약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여야(與野)가 각자 대화합 협조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총선 이후에 경제 대화합 협약을 만들어내야 한다.
3. 국가 운영과 정책 추진에 있어 반듯한 이념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정책 대립의 근원은 이념 대립이다. 이념 논쟁을 회피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이념 논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좌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파로 기울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당면과제다.
4. 천부적(天賦的) 권리인 사유(私有)재산권과 자유에 제한을 가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 법 만능주의에 따라 제정된 사유재산권을 부인하는 법들과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 일체를 재검토하여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앞으로 사유재산권, 선택의 자유 등 천부적 권리를 제한하는 법의 제정을 금지해야 한다.
5. 법치주의(法治主義)에 따라 법질서와 공공질서를 엄격히 확립해야 한다. 작금의 법질서 파괴 행위는 국기(國基)를 흔들고, 국민의 안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노조의 불법 시위와 집회, 공적·사적 시설에 대한 무단 점거, 대형 국책 사업에 대한 물리적 방해 행위, 공무집행 방해 행위 등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여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를 중심으로
6. 자본주의 시장경제제체를 제대로 이해하여, 경제 정책은 물론 많은 국가 정책에서 ‘시장경제 원리’가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7. 정부는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고 문제의 원인 제공자다. 큰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큰 정부보다 작은 정부가 국가 운영의 대안이다.
8.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성격을 새로이 정립하고, 대화합적·시장친화적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친노동적 방침은 지양하고, 불법 파업 제재, 투자 촉진과 성장에 의한 고용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노사정이 대타협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노조의 임금과 근로 환경에 대한 주장은 존중하되 집단적 정치 활동은 제재되어야 한다.
9.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안전·환경·보건 등 기본 질서와 관련된 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규제를 일거에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10. 좌고우면하지 말고 경제 정책의 초점을 성장 지향적, 투자 지향적으로 맞춰야 한다. 우리의 경우 최소 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라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고, 세계의 자본·기술·기업을 대대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원스톱 지원 서비스의 제공은 물론이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U-turn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해외 우량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 《포천(Fortune)》 500대 기업 모두가 앞 다투어 투자하고 싶어 하는 여건을 가진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지방에 혁신도시를 구축할 것이 아니고 나라 전체를 혁신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11. 포퓰리즘 정책에서 과감히 탈피, 예산 낭비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 지난 수년간의 세금에 의한 퍼주기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비효율을 야기했다. 세금의 낭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다. 필요한 복지제도는 제대로 설계하고, 낭비적 복지지출은 엄격히 막아야 한다.
12.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작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활력이 넘쳐야 할 기업이 탈진한 상태고, 수동적 입장이어야 할 정부가 만용의 칼을 휘두른 데서 야기된 바가 크다. 기업인들은 탐욕의 화신(化神)이 아닌 기적을 만들어내는 집단이며, 보국(保國)의 주체이다. 기업의 경영에 정부가 개입하거나 간섭해서는 절대 안 된다. 경제 활동은 그 자체가 총성 없는 전쟁이고, 이 전쟁의 선봉에 서 있는 사람이 기업인들이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출할 청사진을 만들어야
13. 공공부문을 과감히 혁신하고 개혁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공공부문이 국가 운영의 짐이 되고 있으며, 또한 민간부문을 옥죄고 있다. 정부를 포함, 공공부문의 규모를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 사업성 공기업을 과감히 민영화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무사안일 정신을 혁파하고, 영혼이 있는 공무원으로 다시 탄생시켜야 한다.
14. 전문가들과 관료들은 애국충정으로 정책을 논하고,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15. 대통령실에 경제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경제전략실을 설치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관련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 경제의 중병을 치유하고 리셋하여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출할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16. 국정 개혁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①나라바로세우기위원회(대통령 직속,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우기)
②미래전략위원회(대통령 직속, 성장 엔진 구축과 미래 사회 조명)
③공공부문개혁위원회(대통령 직속, 공공부문의 대대적 개혁과 혁신)
④악법폐지개정위원회(대통령 직속, 국가 정체성 부인 각종 악법 폐지)
⑤공공질서확립위원회(국무총리 직속, 무질서·무법·탈법·범법 척결)
⑥초당적 장기재정위원회(여야 합의 국회 내, 재정건전성 확립과 유지)
⑦초당적 장기복지위원회(여야 합의 국회 내, 복지제도의 가능성 검토) 등 각종 특별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이 모든 방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범국민적·범정치적·범부처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2%인 상황에서 5% 이상의 고도성장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국민이다. 우리가 마음먹고 최선을 다하면 5% 경제성장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가 10% 이상 성장하던 시기에도 어느 누구도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10%라 주장했기에 10% 고도성장을 이룩한 것이 아니었다.
Ⅳ. 맺음말
경제에는 우연이 없고 결코 공짜가 없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적정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제는 선택의 문제다. 하나의 선택은 다른 것의 포기를 의미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동시에 다 가지려 하고, 그것도 공짜로 다 가지려 한다.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수용해야 하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하면 더 큰 문제가 생성된다.
아무리 어려운 국면이라 하더라도, 문제를 순리대로, 원칙에 따라, 원천적으로 풀어야지, 충격요법으로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대처해서는 아니 된다.
원래 시장경제는 실패를 통해 학습된다. 정부가 돈키호테처럼 해결사로 나서 시장을 대신한다면, 정치의 풍요만을 낳을 뿐 경제적 풍요는 더욱 멀어질 뿐이다. 프리드먼(M. Friedman) 교수는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책에서 “위기만이 진정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갈파했다. 작금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 경제를 튼실하게 하는 요체는 근로자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하고, 가계로 하여금 더 많이 저축하도록 하고, 기업이 더욱더 투자하도록 하여, 경제 전체로 하여금 생산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작금의 한국병은 선진국들이 앞서 앓았던 병들을 야기시킨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단순히 경제 관료들의 기술적 처방으로는 한국병을 치료할 수 없다. 한국병 치료는 물론 현재의 3만 달러 소득을 10만 달러로 증대시키기 위해, 지도자·기업가·국민 모두 합심하여 위에 언급한 열여섯 가지 변화와 혁신 방책을 과감히 추진하여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토 분단의 와중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자체가 건국된 기적이다.
둘째, 광복 후 좌파 사회주의가 우세한 이념공간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국가 정체성(正體性)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기적이다.
셋째, 건국 후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전복(顚覆) 적화(赤化) 야욕을 분쇄해 나라가 보전된 기적이다.
넷째,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기적을 이루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주는 국가로 전환한 기적이다.
이들 네 기적 모두 사전적 준비나 체계적 논의의 결과이기보다는, 아무도 모르는 신(神)의 섭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신의 섭리 외에는 네 기적 모두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年 5% 성장하면…
작금 나라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고 아마도 당분간 계속 이러할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모두가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무언가 체계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보다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나라 바로 세우기와 경제 살리기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체계적인 논의도 적극적인 활동도 주목할 만한 것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오늘날의 위기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 정치 지도자의 책임이 크다. 정치권은 권력 쟁취와 개인 영달에 빠져, 바른길을 애써 외면하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의 멸망을 가져온 조선 시대 사색당쟁(四色黨爭)이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가 큰 문제이다. 최근 반도체·수출·무역수지에서 모처럼 ‘트리플 플러스’를 기록함으로써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22년에 2.6% 성장했던 우리 경제가 2023년엔 1.5% 저성장을 기록한 후 2024년에는 2.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반해 세계 경제는 2023년 3.0%, 2024년 2.9% 성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랫동안 세계 경제보다 3배, 2배 성장하던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보다 훨씬 낮은 성장을 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어서 빨리 문제를 찾아, 훌륭한 정책을 세워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발산해 한국 경제가 적어도 연평균 5% 이상 성장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가 5% 이상 성장하면 일자리·세수(稅收) 감소·소득 양극화(兩極化)·가계부채 증대·자영업자 부도·국가채무 증대 등 현안의 많은 과제가 해소될 것이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최근 〈한국의 다음 S-곡선(Korea’s Next S-Curve)〉 보고서에서 ‘연 5% 성장, 2040년 세계 7위 경제 강국’이라는 장밋빛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외교와 안보에 전력투구하여 ‘죽고 사는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텄다. 이제 남은 임기 동안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길 기대한다. 경제 살리기는 윤 대통령의 임기를 넘어 3~5년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정권 차원을 넘는 원대한 구상이 마련되어야 한다.
Ⅰ. 한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
대한민국의 성공에 대해 다양한 찬양이 언론에서 통상적으로 회자된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9위 무역 대국 ▲7대 우주 강국 ▲6위 군사 대국 ▲5위 방위 수출 대국 ▲4위 자동차 생산국 ▲3위 철강 생산국 ▲2위 조선 생산국 ▲세계 1위 반도체와 스마트폰 생산국 등이 그것이다. 이들 모두 사실이고 대단한 성취다. 그러나 각기의 실상과 내면을 살펴보면, 위태위태하고 유지하기 불안한 등위(登位)이다.
한국 경제에 관한 우리 국민의 일반적 인식은 긍정적이다. 즉 ‘그간 어떠한 위기라도 잘 극복해왔고, 1인당 소득 3.3만 달러 선진국 그리고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했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 경제는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경제위기는 구조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것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었다. 유엔 기구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 지칭하긴 했으나 1인당 소득 3.3만 달러는 세계 27위로 아직 중진국 상위권에 불과하다.
작금의 반(反)시장적 경제 정책이 계속되면 지속적 성장은커녕 남미(南美) 국가들의 전철을 따라 1인당 소득이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 당국자는 물론 경제 전문가 어느 누구도 우리 경제가 ‘남미 꼴’이 될 수 있음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20세기 초, 유럽 그리고 미국과 더불어 가장 선진국이었던 남미의 몇몇 나라가 경제 파탄으로 100년 전보다 못 살고 있는 사실을 왜 외면하고 교훈을 얻으려 하지 않는지 의아할 뿐이다.
Ⅱ. 한국 경제의 현 상황과 위상
- 경제성장률, 국가경쟁력, 경제자유도 낮아
작금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설명하는 변수(變數)와 지표(指標)는 차고도 넘친다.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투자 감소, 수출 부진, 내수(內需) 감소, 무역수지 적자(赤字), 생산 위축, 마이너스 성장,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급등, 고환율, 고금리, 인력난, 세계 경제의 분절화, 기업가동률 저하 등 수많은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와 정책 당국자들은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공장 10곳 중 3곳이 폐업 또는 휴업 상태라는 보도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우리나라가 10대 경제 대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총생산 기준으로는 그러하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액은 1조7343억 달러로 전 세계 191개국 중 13위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얼마나 잘사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소득은 2022년 3만2960달러이고, 세계 순위로는 27위에 불과하다. 국민의 삶의 수준은 세계 10위권인 총생산액이 아닌 세계 27위인 1인당 소득에 좌우되기에, 우리의 갈 길이 아직은 매우 멀다.
어느 나라든 한 나라 경제의 종합성적표는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70년대에 10.5%, 1980년대에 8.8%, 1990년대에 6.2%, 2000년대에 4.7%, 2010년대에 3.3%, 2020~2022년간 2.1% 성장했고, 2023년 정부의 예측 성장률은 1.4%이다. 이렇게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는데도 역대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참으로 무책임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8~10%는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1990년대 이후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는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는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아래서 맴돌기 시작했다. 충격적이게도 오늘날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크게 밑도는 지경이다.
한 나라의 경제를 평가하는 지표로 국가경쟁력 평가와 자유도 평가도 있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2022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 중 27위를 기록, 이는 상위 42% 수준에 불과한 낮은 결과다. 싱가포르 3위, 홍콩 5위, 대만 7위, 중국 17위와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부각된다. 세부적 지표를 살펴보면 국제투자 37위, 기업여건 48위, 생산성 36위, 노동시장 42위, 경영활동 38위, 근로자 동기 부여도 52위, 금융서비스 사업 활동 지원도 47위, 공공 및 민간의 기술개발 지원도 46위 등으로 우리의 국가경쟁력에 크게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과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에서 발표하는 경제 자유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자유도는 세계 123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하였고, OECD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중하위권에 그쳤다. 경제 자유도란 각국의 제도와 정책이 경제적 자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근로시간, 채용, 해고 등 노동시장 규제를 평가하는 노동시장 항목에서 전체 12개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와 함께 ‘부자유’ 등급을 받았다.
국가경쟁력 평가와 자유도 평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 금융 부문과 노동 부문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두 부문에 대한 혁신과 개혁이 필요하다.
Ⅲ. 성공한 나라들과 성공한 정책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기적을 이룬 나라는 독일, 싱가포르, 대만, 일본, 아일랜드, 한국 등이고, 퇴보 쇠퇴한 나라는 옛 소련, 아르헨티나, 필리핀, 북한 등이다. 한국병 치유는 물론 우리 경제의 제2의 도약을 도모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3대 경제 기적, 즉 라인강의 기적, 아일랜드의 기적,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살펴보자.
1. 라인강의 기적
세계적 칼럼니스트인 토드 부크홀츠는 20세기의 가장 성공한 경제 정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이 추진한 일련의 경제 정책을 든 바 있다. 전쟁 후의 참혹한 폐허와 엄청난 혼란 속에서도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경제장관(훗날 총리 역임)은 가격 통제를 과감히 해제하고, 기업 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 결과 1945~1970년 25년 동안 여타의 선진국들이 1~2% 성장하는 데 반해, 독일 경제는 연간 6~7%씩 성장했다. 이를 후세 사람들은 ‘라인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2. 아일랜드의 기적
![]() |
1982년 3월 미국을 방문, 레이건 대통령 부부와 만난 호그니 아일랜드 총리(오른쪽 끝). 그는 여야 대타협으로 아일랜드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 사진=퍼블릭 도메인 |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모든 나라가 경제부흥에 돌입했지만 아일랜드는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매년 20%를 웃돌고,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블린 공항은 이민을 떠나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이었다.
이 경제위기 상황을 돌파한 것이 정치적 대화합이었다. 1987년 제1야당인 피네 게일당의 대표 앨런 듀크스(Alan Dukes)가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핵심 사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60년간 정쟁을 벌이던 상대당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폭탄선언이었다. 집권여당인 피어나 포일당 소속의 찰스 호이(Charles Haughey) 총리는 1987년 보수야당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과감하게 친(親)기업적 친시장적 개혁을 단행했다.
야당이 경제 살리기에 전적으로 동참하고 노사가 대타협으로 사회연대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국가 재건 ▲경제·사회 발전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공정성 확립 ▲성장 지속 ▲복지 개선 등 거시경제 전체를 포괄했다. 협약 후 노동시장이 크게 변화해 협약 이전 임금인상률은 20%에서 2.5%로 하락하였고,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상승률은 3~5%로 안정되었다. 노사분규는 1970~1980년대에 1년에 250건에 달했지만 노사정 합의 이후 50건 미만으로 줄었고, 1980년 20%를 웃돌던 실업률은 4%로 떨어졌다.
이 사회연대협약에 더하여 아일랜드 정부는 과감한 세율 인하와 공공부문 축소와 개혁을 단행해 엄청나게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 지출을 과감히 축소하고 시장친화적 정책을 행한 덕분에 과감한 세율 인하에도 세수가 크게 증대하여 공공부채는 점차 낮아져 2022년도에 50.3%로 줄었다. 경제자유도는 OECD 38개 회원국 중 스위스, 뉴질랜드에 이어 3위로 높아졌고, 무역자유도는 1위 싱가포르에 이어 3위, 고용유연성 OECD 6위, 기업의 80%가 무노조로 바뀌었다.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율을 12.5%로 낮게 유지한 결과 1700개 기업이 아일랜드에 투자하였다. 소프트웨어, 반도체, 컴퓨터, 의학, 생명공학의 1500개 미국 기업이 아일랜드에 본부를 두었고, 세계 10대 제약업체 중 9곳이 아일랜드에 진출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애플, 구글 등 세계 10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9개 유럽본부가 아일랜드에 있고,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5개 사가 아일랜드에 자리했다.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 소프트웨어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고, 아일랜드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아일랜드 수출의 5분의 4, GDP의 4분의 1에 기여하고 있다.
3. 한강의 기적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재임 18년간은 통상의 대통령의 통치가 아니고 박정희라는 혁명가가 자신의 일생을 조국을 위해 바친 기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애국심 하나로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천지개벽으로 이끌었다.
서독의 에르하르트 총리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다. 1961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이 82달러였는데 1979년 1546달러로 19년 동안 무려 19배 증대하였다. 국민총생산의 경우 1961년 20억 달러에서 1979년 630억 달러로 31.5배, 수출은 같은 기간 4100만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366배 증대했다.
사실 한강의 기적은 라인강의 기적과 아일랜드의 기적을 능가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가들과 충분히 소통,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총동원해줬고, 정부-기업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애 요소를 과감히 제거해줬다. 사회간접자본의 구축과 수출 주도 성장의 추진 과정에서 오늘의 주력 산업과 대기업을 키운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탁월한 안목과 추진력 덕분이다.
많은 전문가가 박정희 대통령의 치세를 국가주의(statism)나 개입주의로 지칭하지만, 이는 표피적 관찰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고도성장과 새마을운동의 놀라운 성공의 배경에는 자율화·개방화의 논리가 구석구석에 배어 있으며, 당근과 채찍을 적극 활용한 시장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 원리와 경제 정책
비행기를 조종할 때 비행사는 자신의 감각보다는 계기판을 믿어야 한다. 이유는 하늘로 올라가면 전후좌우가 분간이 안 되어 우리의 감각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사막을 건널 때도 규칙이 있는데,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야 된다.
경제 정책을 두고 계기판이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장과 경제 원리다. 동서고금 모든 나라, 모든 정부에서 시장에 순응하고 경제 원리를 존중한 경우는 경제적 기적을 일궈 국민 모두가 그 과실을 향유했다.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에 기반한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시장에 저항을 하거나 시장을 억누르는 경우는 시장의 보복을 받아 경제가 쇠퇴하였다. 경제 원리를 무시한 경제 정책은 언제나 실패했다. 경제 원리의 정확한 이해가 경제 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하버드대학 맨큐(G. Mankiew) 교수의 명저 《경제학 원론(Principles of Economics)》 제1장에는 10대 경제 원리가 요약·제시되어 있다.
1. 사람들은 선택에 직면해 하나를 택하면 다른 것은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
2.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수반되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특정 선택의 비용은 그 선택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시장에서 갖는 값어치이다.
3. 합리적 판단은 한계적으로 이루어진다.
4. 사람들은 유인과 제재에 반응한다.
5. 거래와 교환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
6. 시장은 경제 문제를 거의 해결한다.
7. 정부는 아주 드물게 시장 실패를 교정할 수 있다.
8. 한 나라 국민이 얼마나 잘사느냐 하는 것은 그 국민이 얼마나 많은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
9. 통화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는 상승한다.
10.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에는 상충관계가 있다.
이들 10가지 경제 원리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간단한 경제 원리를 몰라서 못 지키거나 알더라도 다른 목적 추구를 위해 지키지 않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추구하는 정책이 실패로 귀착된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경제에 관한 한 문맹인(文盲人)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가 정책을 다루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대다수도 경제 문맹인이라는 점이다. 기본개념을 잘 모르고 정확한 지식 없이 경제 문제에 대해 너무나 많은 사람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한다. 경제 문맹이 지배적인 상태에서 민주주의라는 미명(美名) 아래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제약 없이 개진할 때 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비극적 종말로 귀착된다.
Ⅳ.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위한 방책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 |
윤석열 정권이 불법적 노동운동에 대해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자 노동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했다. 사진=조선DB |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경제를 두고 모두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무언가 체계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보다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나라 바로 세우기’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체계적인 논의도, 적극적인 활동도 주목할 만한 것이 없다. 한국병의 증세를 더 이상 악화시켜서는 안 되고, 이제 명의(名醫)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의거, 치유를 서둘러야 한다.
현안의 경제 불안을 해소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 창출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 중심의 단편적 처방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제는 나라의 근본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처방이 필요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대한민국·독일·아일랜드가 일궈낸 경제적 기적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세 나라 어느 정책 당국도 특별히 새로운 것을 하지는 않았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과 역사에서 훌륭한 정책이라 판명된 것을 용기 있게 과감히 실행했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도 못 할 리 없다. 지도자들이 결단하고 국민이 수용하면 된다. 현안의 경제 불안을 해결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 창출로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다음에 열거하는 방책 16가지 중 어느 하나도 실행하기 쉬운 것은 없다. 각기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출해 국민이 편하게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방책들이다. 이들을 우리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그 수행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1.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화 통일까지 도모하는, 종북(從北) 주사파 세력의 반체제 준동을 차단하여 나라를 반듯하게 바로 세워야 한다.
2. 정당(정치 세력) 간 적극적 소통과 대화합이 필요하다. 종북 주사파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치 세력이 3년간 정쟁(政爭)을 중지하고,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일심동체로 협력할 수 있는 대협약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여야(與野)가 각자 대화합 협조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총선 이후에 경제 대화합 협약을 만들어내야 한다.
3. 국가 운영과 정책 추진에 있어 반듯한 이념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정책 대립의 근원은 이념 대립이다. 이념 논쟁을 회피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이념 논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좌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파로 기울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당면과제다.
4. 천부적(天賦的) 권리인 사유(私有)재산권과 자유에 제한을 가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 법 만능주의에 따라 제정된 사유재산권을 부인하는 법들과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 일체를 재검토하여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앞으로 사유재산권, 선택의 자유 등 천부적 권리를 제한하는 법의 제정을 금지해야 한다.
5. 법치주의(法治主義)에 따라 법질서와 공공질서를 엄격히 확립해야 한다. 작금의 법질서 파괴 행위는 국기(國基)를 흔들고, 국민의 안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노조의 불법 시위와 집회, 공적·사적 시설에 대한 무단 점거, 대형 국책 사업에 대한 물리적 방해 행위, 공무집행 방해 행위 등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여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를 중심으로
![]()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노조의 불법행위 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 요구를 받아들여 입법을 강행했다. 사진=조선DB |
7. 정부는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고 문제의 원인 제공자다. 큰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큰 정부보다 작은 정부가 국가 운영의 대안이다.
8.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성격을 새로이 정립하고, 대화합적·시장친화적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친노동적 방침은 지양하고, 불법 파업 제재, 투자 촉진과 성장에 의한 고용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노사정이 대타협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노조의 임금과 근로 환경에 대한 주장은 존중하되 집단적 정치 활동은 제재되어야 한다.
9.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안전·환경·보건 등 기본 질서와 관련된 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규제를 일거에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10. 좌고우면하지 말고 경제 정책의 초점을 성장 지향적, 투자 지향적으로 맞춰야 한다. 우리의 경우 최소 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라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고, 세계의 자본·기술·기업을 대대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원스톱 지원 서비스의 제공은 물론이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U-turn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해외 우량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 《포천(Fortune)》 500대 기업 모두가 앞 다투어 투자하고 싶어 하는 여건을 가진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지방에 혁신도시를 구축할 것이 아니고 나라 전체를 혁신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11. 포퓰리즘 정책에서 과감히 탈피, 예산 낭비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 지난 수년간의 세금에 의한 퍼주기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비효율을 야기했다. 세금의 낭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다. 필요한 복지제도는 제대로 설계하고, 낭비적 복지지출은 엄격히 막아야 한다.
12.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작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활력이 넘쳐야 할 기업이 탈진한 상태고, 수동적 입장이어야 할 정부가 만용의 칼을 휘두른 데서 야기된 바가 크다. 기업인들은 탐욕의 화신(化神)이 아닌 기적을 만들어내는 집단이며, 보국(保國)의 주체이다. 기업의 경영에 정부가 개입하거나 간섭해서는 절대 안 된다. 경제 활동은 그 자체가 총성 없는 전쟁이고, 이 전쟁의 선봉에 서 있는 사람이 기업인들이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출할 청사진을 만들어야
13. 공공부문을 과감히 혁신하고 개혁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공공부문이 국가 운영의 짐이 되고 있으며, 또한 민간부문을 옥죄고 있다. 정부를 포함, 공공부문의 규모를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 사업성 공기업을 과감히 민영화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무사안일 정신을 혁파하고, 영혼이 있는 공무원으로 다시 탄생시켜야 한다.
14. 전문가들과 관료들은 애국충정으로 정책을 논하고,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15. 대통령실에 경제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경제전략실을 설치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관련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 경제의 중병을 치유하고 리셋하여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출할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16. 국정 개혁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①나라바로세우기위원회(대통령 직속,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우기)
②미래전략위원회(대통령 직속, 성장 엔진 구축과 미래 사회 조명)
③공공부문개혁위원회(대통령 직속, 공공부문의 대대적 개혁과 혁신)
④악법폐지개정위원회(대통령 직속, 국가 정체성 부인 각종 악법 폐지)
⑤공공질서확립위원회(국무총리 직속, 무질서·무법·탈법·범법 척결)
⑥초당적 장기재정위원회(여야 합의 국회 내, 재정건전성 확립과 유지)
⑦초당적 장기복지위원회(여야 합의 국회 내, 복지제도의 가능성 검토) 등 각종 특별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이 모든 방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범국민적·범정치적·범부처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2%인 상황에서 5% 이상의 고도성장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국민이다. 우리가 마음먹고 최선을 다하면 5% 경제성장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가 10% 이상 성장하던 시기에도 어느 누구도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10%라 주장했기에 10% 고도성장을 이룩한 것이 아니었다.
Ⅳ. 맺음말
경제에는 우연이 없고 결코 공짜가 없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적정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제는 선택의 문제다. 하나의 선택은 다른 것의 포기를 의미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동시에 다 가지려 하고, 그것도 공짜로 다 가지려 한다.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수용해야 하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하면 더 큰 문제가 생성된다.
아무리 어려운 국면이라 하더라도, 문제를 순리대로, 원칙에 따라, 원천적으로 풀어야지, 충격요법으로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대처해서는 아니 된다.
원래 시장경제는 실패를 통해 학습된다. 정부가 돈키호테처럼 해결사로 나서 시장을 대신한다면, 정치의 풍요만을 낳을 뿐 경제적 풍요는 더욱 멀어질 뿐이다. 프리드먼(M. Friedman) 교수는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책에서 “위기만이 진정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갈파했다. 작금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 경제를 튼실하게 하는 요체는 근로자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하고, 가계로 하여금 더 많이 저축하도록 하고, 기업이 더욱더 투자하도록 하여, 경제 전체로 하여금 생산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작금의 한국병은 선진국들이 앞서 앓았던 병들을 야기시킨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단순히 경제 관료들의 기술적 처방으로는 한국병을 치료할 수 없다. 한국병 치료는 물론 현재의 3만 달러 소득을 10만 달러로 증대시키기 위해, 지도자·기업가·국민 모두 합심하여 위에 언급한 열여섯 가지 변화와 혁신 방책을 과감히 추진하여주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