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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취업비자 못 따서 울며 돌아오는 韓 유학생

취업비자 100% 추첨제… 한국인 유학생 중 5%만 획득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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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배터리·전기차 관련 대미 투자 확대되는 상황에서 비자 문제가 걸림돌 될 수도
⊙ 캐나다, 멕시코, 호주, 싱가포르, 칠레… FTA로 자체 취업비자 쿼터 획득, 한국은?
⊙ 올 4월,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 창설 법안 발의
⊙ “美 남부 공화당 의원들, 비자 관련 법안 이민 이슈로 인식… 법안 통과 쉽지 않아”(한국貿協 관계자)
비자 발급을 위해 유학생들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과 정보기술(IT)학을 전공한 김영욱(29)씨. 김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테네시주(州)에 있는 한 종합가구 기업에서 유통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넘게 살던 미국을 뒤로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그간 학생비자의 한 종류인 F-1 STEM OPT를 발급받아 일했는데, 이 비자가 만료될 때까지 정식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졸업 후 미국에 남아 일하길 희망하는 유학생들은 보통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신청한다. H-1B 비자는 미국이 회계사, 건축사, 엔지니어 등 전문지식을 가진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자다. 최소 3년, 최대 6년간 미국 체류 및 노동을 보장한다. 문제는 이 비자가 1년에 한 번, 100% 추첨으로 발급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H-1B 비자를 발급받는 한국인은 연간 약 2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한국인 유학생 수의 5%가량이다.
 
  김씨 역시 매년 한 번씩, 3년간 H-1B 비자를 신청했지만 모두 당첨되지 못했다. 김씨는 “미국 대학의 졸업 시기인 4~6월이 되면 유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진다”면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H-1B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친구들 대다수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유학생은 늘어가는데…
 
2021~2022년 출신 국가별 유학생 수를 나타낸 자료.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4만 755명으로 중국, 인도에 이은 3위다. 사진=국제교육연구원(IIE) 〈오픈 도어스(Open Doors)〉 보고서
  지난해 11월 국제교육연구원(IIE)이 발간한 〈오픈 도어스(Open Doors)〉 보고서 따르면,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12~2013년 7만627명을 기록한 뒤 매년 감소해 2020~2021년도 3만9391명을 기록했다. 그러던 중 2021~2022년 유학생 수는 전년도 대비 3.2% 증가한 4만775명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그 수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높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2년 한국인 유학생은 중국 29만86명(30.6%), 인도 19만9182명(21%)에 이어 세 번째(4.3%)로 많다.
 

  그러나 앞서 김영욱씨의 사례에서 보듯, 한국인 유학생 대다수는 졸업 후 귀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취업해 경력을 쌓고 싶어도 취업비자 취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매년 4~6월 전 세계 외국인들의 신청을 받아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발급한다. 그러나 연간 학사 6만5000개, 석사 2만 개로 제한을 두고 있다. 2021~2022년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수가 95만여 명인 것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이민국(USCIS)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도 H-1B 비자 신청자 수는 75만9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발급 인원의 9배에 달한다.
 
  비자 발급이 추첨이라고는 해도 국적별 H-1B 비자 발급자 중 한국인의 비중은 매우 낮다. 지난해 한국인의 H-1B 비자 발급은 2179건을 기록, 전체 13만2429건(기존 H-1B 비자 소지자의 이직으로 인한 발급 포함)의 1.6%에 그쳤다. 이는 인도(7만7673건), 중국(1만8911건)은 물론 필리핀(2301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공계 졸업, 비자 발급 확률 조금 높여”
 
  반면, 국가별 취업비자 쿼터를 확보해 미국 내 취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무제한), 멕시코(무제한), 호주(1만500개)는 E-3 비자라는 이름의 취업비자 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5400개)와 칠레(1400개) 역시 H-1B1 비자라는 이름의 취업비자 쿼터를 갖고 있다. 모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얻어낸 결과물이다. 위 5개국 출신 학위자는 E-3 비자 또는 H-1B1 비자는 물론, H-1B 비자까지 신청할 수 있어 미국 취업의 폭이 넓다. E-3 비자와 H-1B1 비자는 유효 기간이 2년인데, 특별한 예외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연장할 수 있다. 배우자에게도 취업비자를 제공하며, 21세 이하 미혼 자녀에게는 체류비자를 내준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과 FTA 협상을 시작한 초기부터 매년 취업비자 쿼터를 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인은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모든 외국인 구직자들과 취업비자 추첨 경쟁을 펼쳐야 한다.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 박진영 신세계이주공사 부장은 “미국 복수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미국 내 취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발급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 유학 준비 단계에서부터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관련 학과로 진학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관련 학과 졸업생은 3년짜리 F-1 STEM OPT를 발급받을 수 있어 H-1B 비자 신청 기회를 세 번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공계 외 학과 졸업생은 1년짜리 OPT만 발급받을 수 있다.
 
 
  對美 투자 커지지만 인력 수급 어려워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과 영 김 미국 공화당 의원이 지난 4월 27일 워싱턴 D.C에서 만났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유학생뿐만이 아니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또한 인력 수급에 고충을 겪고 있다. 미중(美中) 무역 갈등이 장기화함에 따라 반도체·배터리·전기차 관련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비자 문제가 자칫 사업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현재 170억 달러(한화 약 22조3000억원)를 들여 텍사스주에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43억 달러를 투자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포드(Ford)와 함께 배터리 공장을 건립, 가동할 계획이다. LG 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 역시 최근 43억 달러를 들여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한국 본사에서 주재원을 파견하고 있지만, 그 숫자엔 제한이 있다. 또 주재원 비자 발급에 최소 2~3개월이 소요돼 현지 한인 채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앨라배마주의 한 자동차 부품 기업 관계자는 “투자 규모는 확대되고 있는데, 정작 한인 기술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H1-B 비자 발급을 위해 고용 인력 1명당 수천 달러의 비자 후원 비용을 쓰고 있는데, 추첨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손해가 크다”고 밝혔다.
 
  최근 비자발급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이른바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로 불리는 E4 비자 창설 법안인 ‘한국과 파트너 법안(The Partner with Korea Act)’이 지난 4월 상하원에서 공동 발의됐다. 한반도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us)’의 공동의장 게리 코널리 민주당 하원의원, 한국계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 마지 히로노 민주당 상원의원, 마크웨인 멀린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뒤이어 존 오소프 민주당 상원의원 등이 지지 의사를 밝히며 공동발의자는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19명으로 늘어났다.
 
  김 의원은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수많은 전문 인력을 보유한 국가”라면서 “(‘한국과 파트너 법안’은) 미국의 경제적 성공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히로노 의원 또한 “한국과의 협력은 한미 양국의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문직 비자 프로그램을 확대하면 미국 내 숙련 노동자를 늘리는 동시에 두 국가 간 교역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美 주요 의원들 지지 촉구할 것”
 
  우리 경제계도 ‘한국과 파트너 법안’ 제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영 김 의원과 만났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미국의 첨단 산업 인프라 구축에 있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전문 인력 수급을 위한 한국인 전문직 비자 법안 통과는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대하고 시급한 현안”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미국 연방의원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김 의원에게 요청했다. 구 회장은 지난 9월에도 KITA 네트워킹 리셉션 참석을 위해 워싱턴 D.C를 찾아 김 의원을 포함한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E4 비자 창설 법안은 지난 2013년 113대 연방의회 이후 매 회기 발의됐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번번이 폐기됐기 때문이다. 올 1월 문을 연 제118대 미국 연방의회는 2025년 1월 2일 종료된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은 “E4 비자가 이민과는 무관한 비자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공장이 주로 위치해 있는 미국 남부 지역 공화당 의원들은 비자 관련 법안을 이민 이슈로 인식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미국 노조 역시 외국 인력의 유입을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가 가기 전에 한국 대기업들과 공동으로 미국 주요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지지를 촉구할 계획”이라면서 “우리 대사관 및 각종 협회의 로비 역량을 모을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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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J    (2023-12-13) 찬성 : 1   반대 : 0
모든 H1-B Visa 가 100 프로 추첨 이라는 것은 틀린 사실 이네요.... 정확하지 않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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