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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창원 국가산업단지 50주년

박완수 경남도지사 인터뷰

“기계 공업에서 방위 산업·原電 넘어, 우주 산업의 메카로”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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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昌原은 創原… 전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도시”
⊙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단 조성되면 7조9000억원의 직접 투자와 15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직접 고용 1만8000명과 5만2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 기대돼
⊙ 창원, 경남 제조업 생산의 36.8%, 고용의 38.6% 담당(2021년)
⊙ 창원의 상징 ‘정밀 공업 진흥의 탑’… 박정희 대통령이 글자 쓰고, 봉황·무궁화 새겨져
⊙ “50주년 맞아 창원에 박정희 대통령 동상 세워야”

朴完洙
마산공고·경남대 행정학과 졸업. 제23회 행정고시 / 합천군수, 경남도 경제통상국장, 민선 3·4·5기 창원시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20·21대 국회의원(경남 창원의창), 새누리당 최고위원, 미래통합당 사무총장 역임. 現 경남도지사(민선 8기)
사진=경남도청
  “창원은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를 중화학 공업으로, 또 방산(防産) 수출국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성장했고, 이제 또 다른 50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경남 창원은 국내 최초의 계획도시다. 박정희(朴正熙) 정부는 기계 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목적으로 1974년 4월 1일에 창원 일대를 산업기지 개발구역으로 지정했고, 1973년 11월에 제1단지 착공을 시작했다. 내년은 창원산업단지(이하 창원 산단)가 조성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뜻깊은 해를 앞두고 박완수 경남도지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그가 유독 창원과 인연이 깊어서다. 2004년에 민선 3기 창원시장으로 선출된 그는 2006년에 민선 4기 창원시장으로 재선(再選)에 성공했고, 2010년에 3선에 성공해 창원시장을 세 번 지냈다. 2010년은 창원·마산·진해가 통합된 첫해로 그는 첫 ‘통합창원시장’을 지냈다. 그가 20·21대 국회의원으로 뽑힌 곳도 창원시 의창구다. 박완수 지사는 지난해 7월에 65.7%의 득표율로 경상남도 제38대 도지사가 됐다. 종횡무진 활약하는 박 지사를 9월 4일 경남도청이 위치한 창원에서 만났다.
 
 
  “昌原보다 創原이 어울려”
 
  ― 경남의 모든 도시가 소중하겠지만 유독 창원과는 인연이 깊으시죠.
 
  “창원은 빛날 창(昌), 언덕 원(原)자를 사용해 ‘빛나는 언덕’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속에는 만들어낼 창(創), 언덕 원이 어울리는 고장이라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왜 그렇습니까.
 
  “창원 자체가 전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도시니까요. 근방에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청동기 시대인 기원전 10세기경으로 알려졌는데, 철기 시대 때 철을 무기로 만들던 곳이 창원 동모산 아래의 야철지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1973년에 정부가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촌이었던 창원 일대를 산업기지 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오늘날 대한민국을 일으켰잖습니까. 늘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터전이었던 겁니다.”
 

  ― 창원은 국내 최초의 계획도시죠.
 
  “박정희(朴正熙) 전(前)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던 도시입니다. 박 대통령은 1970년대 초부터 국가산업단지를 육성할 꿈을 갖고 있었고 그 꿈을 실현할 곳으로 창원을 선택했습니다. 자주·국방·무기를 생산하는 방위 산업을 자체적으로 일구는 기지가 경남 창원이 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창원은 분지형 도시이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이 날아와도 방어가 가능한, 요새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박 대통령이 헬기로 시찰하고 이곳으로 낙점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창원 국가산단은 26개 기업 입주를 시작으로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성장해 지역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경남 제조업 생산의 36.8%, 고용의 38.6%를 차지하는 경남 경제의 핵심 산업단지입니다.”
 
  ― 창원시장 시절에 창원 국가산단에 애착이 크셨다고요.
 
  “그럴 수밖에요. 1974년 산단에 입주한 기업은 부산포금, 남양금속 2개뿐이었습니다. 2010년에 입주 기업이 2000개로 늘었는데 36년 만의 놀라운 성과입니다.”
 
 
  시장 당선 직후에 창원 산단 찾아가 애로사항 해결
 
창원은 도 단위 최초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사진=경남도청
  박완수 지사는 창원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기업 사랑 단체장’으로 유명했다. 그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숱하게 나오는 것이 창원시가 앞장선 ‘기업 친화 운동’이다. 그는 2004년에 창원시장에 당선되자마자 가장 먼저 창원 국가산단을 찾았다.
 
  “시장 되고 산단을 찾아갔는데, 공단 본부장이 ‘창원시청 공무원들이 몹시 나쁘다’며 입에 거품을 무는 겁니다. 아니, 차 한 잔 내놓고 얘기를 시작해도 될 텐데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웃음). 들어보니 창원 산단에서 창원시에 애로사항을 건의하면 시에서 ‘국가산단은 창원시에 있을 뿐 창원시 담당이 아니다. 국가산업단지이기 때문에 국가에 관리 의무가 있다’고 했다더군요. 버스 노선 문제 등 교통 문제에 대해서조차 창원시가 협조적이지 않았나 봅디다. 얼마나 울분이 쌓였는지 저를 보자마자 쏟아내더라고요.”
 
  ― 좋은 마음으로 찾아가셨을 텐데 당황하셨겠어요.
 
  “현장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려고 시장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 듣고 돌아가서 시청 간부 회의를 소집했어요. ‘창원 산단이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맞지만 창원 산단과 연관된 산업, 가족들까지 합치면 창원 시민의 절반이 아니냐. 창원시가 산단 덕분에 먹고사는데, 창원시가 소홀히 하는 건 공무원의 직무 유기다’고 했습니다.”
 
 
  “지역 산업 있고, 품격 높아야 ‘명품도시’”
 
2008년 10월에 운행을 시작한 ‘누비자 자전거’를 타고 있는 박완수 당시 창원시장. ‘누비자 자전거’는 전국 최초의 시민공영자전거다. 사진=경남도청
  ― 공무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변화라던데 바꾸라고 하신 겁니까.
 
  “창원시장에 당선됐을 때부터 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창원시가 지속적인 명품도시로 거듭날 수 있느냐였습니다. 당시 명품도시라고 꼽혔던 제네바, 밴쿠버 등 외국의 도시를 쭉 살펴봤더니 명품도시가 되려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더군요.”
 
  ― 두 가지가 뭔가요.
 
  “지역의 산업적 기반이 튼튼해야 하고, 도시의 품격이 높아야 했습니다. 지역의 산업 기반이 튼튼하다는 것은 시민이 떠나지 않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일자리가 있다는 겁니다. 제조업, 관광, 농업 뭐든 상관없이 지역 내의 산업이 탄탄해야 합니다. 도시의 품격이 높으려면 교육·의료·복지·문화·환경·사회가 모두 고르게 발전해야 하더군요.”
 
  ― 지사님 보시기에 창원이 명품도시가 될 것 같던가요.
 
  “탄탄한 산업은 이미 있지 않습니까. 창원 산단이라는 좋은 장치가 있는데, 이런 보물을 갖고 있으면서 공무원들이 그들의 애로사항을 ‘우리 업무가 아니다’며 외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 사랑 운동’을 시작한 것도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였습니다.”
 
  ― 요즘이야 너 나 할 것 없이 ‘기업 친화’를 운운하지만, 꽤 빨리 시작하셨네요.
 
  “시작은 창원 산단 사랑 운동이었는데 범위를 넓혀서 기업 사랑 운동이라고 했습니다. 탄탄한 사업은 있는데, 이번에는 품격이 문제더라고요. 창원은 공단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니까, 폐수·공해 등 환경이 안 좋은 도시로 인식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업 사랑 운동과 함께 환경수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명품도시가 되는 거니까요. 도심에 공영자전거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도 창원시입니다.”
 
  박 지사는 이 같은 사회 변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한 덕분에 2012년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 행사에 우리나라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陸海空 방위 산업의 중심지, 이제는 방산 수출

 
2010년 7월 1일 통합창원시 출범식 때 모습. 박완수 지사는 초대 통합창원시장을 맡았다. 사진=경남도청
  창원 산단의 관문인 창원시 성산구 신촌동 신촌광장에는 ‘정밀 공업 진흥의 탑’이 있다. 정밀 기술만이 세계 제조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미사일 모형으로 만들어진, 높이 20~25m의 탑이다.
 
  “정밀 공업 진흥의 탑은 창원의 상징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방위 산업 기지를 염두에 둔 것처럼 미사일 형태로 탑을 만들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정밀 공업 진흥의 탑’이라는 글자를 썼고, 봉황과 무궁화가 새겨진 동판이 부착돼 있습니다. 제가 창원시장을 할 때 기업 사랑 운동을 하면서 탑을 세제로 일일이 닦은 적이 있습니다.”
 
  ― 그 높은 탑을 일일이 닦으셨다고요?
 
  “탑이 더러워져서 글씨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거든요. 창원이 탄생한 이유, 창원의 역사적 의미와 지속 발전하는 데 대한 상징적 기념물인데 후대가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7년부터 기업 사랑 시민축제 행사 때는 올해의 경영인, 근로자 등 수상자에게 탑 모형의 트로피를 제작해서 수여했습니다.”
 
  ― 대단한 열정이네요. 그런 창원이 이제 방위, 원자력 융합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됐죠.
 
  “지난 3월에 윤석열(尹錫悅) 대통령 주재로 전국 15개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경남은 방위, 원자력 융합 국가산단(339만㎡·103만 평)으로 선정됐습니다. 방위 산업, 원전 산업은 경남 경제에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장이 필요한데 1974년에 조성된 창원 국가산단은 이미 포화 상태였습니다. 도지사가 되고 대통령 주재 회의, 대통령 면담 등을 통해 새로운 산업 입지와 그린벨트 해제의 필요성을 계속 건의해왔습니다. 이제 경남의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할 산업 입지가 마련된 겁니다.”
 
  경남도의 추산으로는 창원의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단이 조성되면 7조9000억원의 직접 투자와 15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직접 고용 1만8000명과 5만2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경남은 실무 협의체, 추진단을 자체 구성해 남아 있는 타당성 조사, 각종 영향평가, 산업단지 계획 수립 등 절차들을 정부와 협의해 2026년에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완수 지사의 얘기가 이어졌다.
 
  “창원은 당초에 만들어졌던 계획대로 기계 공업의 메카가 됐고, 이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굴지의 방산 기업이 위치해 명실상부한 육해공(陸海空) 방위 산업의 중심지입니다. 고무적인 일은 이들 기업이 국내 방위 산업뿐 아니라 수출 전략으로 국내 방산 수출을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 5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요.
 
  “그렇지요. 경남은 앞으로 방위 산업 구조를 수출 위주로 전환하고 국가 첨단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는 데 매진할 생각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의지로 원전 생태계가 정상화되는 것도 정말 고무적입니다. 원전 관련 280여 개의 협력업체가 거의 폐업 직전까지 갔다가 이제 회복 단계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원전 기술이 세계 톱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창원에 본사가 있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 원전 소재를 수출키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반갑던지, 경남은 원전 기술을 더욱더 키울 겁니다. 지난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원전 수주, 올해 4조9000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및 보조기기 제작 착수 등이 착착 이뤄지고 있어 창원의 활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경남, 2030년까지 100조원 투자 유치”
 
  경남은 ‘2023~2027 경남 방위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앞으로 5년간 1조9000억원을 방위 산업에 투자해 인프라·연구개발·기업지원·수출지원·거버넌스 등 5대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다. 중소 방산기업의 수출 지원, 판로 확대를 위해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산수출지원단을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국책기관으로 설립을 추진하는 방산부품연구원은 앞으로 핵심 방위 산업 부품 국산화율을 높여 방위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은 방산과 함께 원전 산업의 글로벌 제조 거점 육성을 위해 지난 6월에 ‘경남 원자력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32년까지 2조5970억원을 투입해 제조혁신 클러스터 조성, 차세대 원전 제조혁신 기술 개발, 글로벌 수출 강소기업 육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투자 유치라는 게 참 어려운 일이죠.
 
  “민선 8기 경남도의 역점 사업 중 하나가 투자 유치입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6조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는 7월 말을 기준으로 이미 6조8000억원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광역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투자 유치 전문기관인 경남 투자청이 진주에 만들어졌습니다. 투자유치단, 투자유치자문위원회가 원팀이 되어 공격적으로 활동 중입니다. 앞으로는 해외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항공, 첨단 산업 등에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고, 주요 투자국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해외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설 겁니다.”
 
  ― 어떻게 해야 기업들이 투자합니까.
 
  “파격적인 인센티브, 적극적인 유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투자 의향에서부터 투자 협약, 투자 실행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고요. 무엇보다 기업들에 친화적인 도정(道政)을 펼쳐야겠지요.”
 
  박 지사는 과거 창원시에 둥지를 틀었던 삼미특수강(오늘날 현대비앤지스틸) 때의 얘기를 꺼냈다. 당시 삼미특수강 공장 안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회사 측에서는 하천을 메워서 추가 부지로 활용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환경론자들이 ‘하천을 메워 공장을 만들면 환경이 훼손된다’는 논리로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하천이 없어져 환경이 훼손되면 하천을 새로 만들면 될 것 아닙니까. 공장 부지 내 하천은 메워서 추가로 활용하고, 외곽 하천은 공장 부지 밖으로 돌려서 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행정 절차를 바꿨습니다.”
 
  ― 말이 쉽지, 행정 절차 바꾸는 게 쉬운가요.
 
  “의지가 있다면 못 할 것도 없지요(웃음). 경남은 2030년까지 투자 유치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산단 초기, 창원은 ‘경남도출장소’로 운용
 
박완수 지사는 2010년 3월 24일 창원시청 개청 30주년을 맞아 오원철 전 경제 제2수석비서관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사진=뉴시스
  ― 창원 산단이 생길 때 20대였으니 기억이 생생하시겠습니다.
 
  “그럼요. 저는 고등학교는 마산에서 다녔는데 그때 마산은 경남에서 7대 도시로 꼽혔지만, 창원은 정말 포장도로 하나 없는 시골 면이었습니다. 국가산단으로 선정돼 만들어질 때에도 창원은 ‘시’가 아니라 ‘경남도출장소’ 형태였어요. 산업단지가 만들어진 뒤에도 한참 동안 근로자들이 마산에서 출퇴근하고 창원에선 살지 않았습니다. 창원의 터를 제법 닦느라 닦았지만 빈터가 수두룩했습니다. 창원의 시작은 박정희 정부의 계획이었고, 번창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83년도에 경남도청을 창원으로 옮기면서부터예요. 도청·도청 관련 기관이 창원으로 가니까 그때부터 사람들이 유입되더라고요. 아직 창원은 인구 101만 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현대사를 통해서만 들었는데, 지사님은 허허벌판인 창원을 목격하셨군요.
 
  “창원 산단 얘기를 하면 오원철(吳源哲)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빼놓을 수 없지요. 제가 창원시장을 할 때 오 수석을 한정식집에 모신 적이 있습니다. 오 수석께서 ‘창원은 광장, 공원, 도로마다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도 과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에 정말 동감했습니다.”
 
  ― 창원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데요.
 
  “사실 제가 시장이었을 때 박정희 대통령 도로나 기념할 만한 동상을 세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미 정치인으로 활동 중이어서 자칫 제 행동이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오랫동안, 여기 창원광장 앞에 조선의 무신(武臣)인 최윤덕 장군 동상을 세울 때부터 박정희 대통령 동상 또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 산단 50주년을 맞아 혹시 계획이 있으신지요.
 
  “네. 저는 창원의 기업인, 창원의 단체들을 만날 때마다 ‘산단 관리공단 앞에 이제라도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줄곧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건 있어요. 창원이 민주노총의 본산지여서 반대가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창원의 역사는 후손에게 사실 그대로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속히 우주항공청 생겨야”
 
  ― 내년 창원 산단 50주년을 맞아 경남도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습니까.
 
  “경남도와 산업통상자원부·창원시·한국산업단지공단이 함께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에서 경남의 미래 50년을 위한 미래형 산업단지로 전환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창원대로를 중심으로 산업·기술·문화 집적의 미래형 산업단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타운·미래형 복합문화공간·융복합지원센터 등을 만들 예정입니다. 또한 글로벌 제조융합 소프트웨어 개발·R&D 센터 구축·소형모듈원자로(SMR) 제조 파운드리 혁신 제조기술 개발 등 신(新)사업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물론 50주년 행사도 경남 차원에서 창원시와 면밀히 얘기 중입니다.”
 
  ― 기계 공업의 메카, 방산, 원전에 이어 요즘은 우주항공으로 각광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네. 항공우주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우주 산업 5배, 미래항공교통 분야는 200배가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남은 국내 항공우주 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내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여러 곳에 항공우주 전문 기업이 있고요. 우주 산업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우주 산업 클러스터 위성특화지구를 추진 중이에요. 8월에 예타면제도 확정됐습니다.”
 

  ― 경남의 역할이 굉장히 크네요.
 
  “창원이 국가 산업에 혁혁한 공을 세운 만큼 이제 진주에는 국제 수준의 우주환경시험시설을 갖춘 항공국가산단, 사천에는 위성 관련 연구, 제조 시설을 갖춘 위성개발혁신센터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사실 우주항공청이 빨리 생기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우주항공청법의 중점 논의를 당부했는데, 여야(與野)가 협력해 정기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합니다.”
 
  ― 잘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하네요.
 
  “6월에 파리에서 열린 우주쇼에 다녀왔습니다. 한 유력 인사를 만났는데 ‘한국이 우주 산업에 늦게 뛰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산업 분야에서 기술이 만만치 않다. 빠른 시간 안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만한 역량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는 얘기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안보·통신·자율주행·항공모빌리티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데 우주 산업이 일익을 담당해야 하고, 그 일익을 경남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국내외 인력이 경남에 정착하고, 국제적인 산업, 연구, 국제교류 복합 기능을 수행하는 우주항공복합도시로 반드시 만들어나갈 겁니다.”
 
 
  “남해안 관광 사업 육성해야”
 
경상남도, 전라남도, 부산시가 2022년 12월 28일, 해안 글로벌 해양 관광벨트 구축을 위한 상생협약식을 가졌다. 가운데가 박완수 지사. 사진=경남도청
  경남도청의 접견실 벽면에는 경남의 아름다운 섬 풍경 사진이 걸려 있었다. 다도해(多島海) 풍경이 주는 고즈넉함이 전해졌다. 경남도는 남해안 관광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박완수 지사의 얘기다.
 
  “남해안이 천혜의 환경을 가진 것은 수도권과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뛰어난 관광 자원인 만큼, 앞으로 남해안 관광 산업이 국가 발전의 큰 성장동력이 될 겁니다. 남해안을 글로벌 해양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환경 조성, 관광 콘텐츠와 자원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경남에 거주하는 유인 조건도 될 겁니다.”
 
  ―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도시가 청년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가까운 곳은 아랫목이고, 수도권에서 멀수록 윗목이라고 합니다. 수도권에서 가까울수록 청년들이 모여서 펄펄 끓고 멀어질수록 차디차죠. 그런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수도권의 높은 집값, 긴 출퇴근 시간, 고(高)물가로 수도권 청년들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얘기들을 많이들 합니다. 결국에는 내가 머물기 편한 곳, 내 만족도가 높은 워라밸의 삶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날 겁니다. 경남은 그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관광 산업은 제조업보다 취업 유발 효과가 2배에 달하니, 청년들을 우리 지역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라도 관광 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특히 지난 6월에 ‘남해안권 관광진흥 특별법’이 발의돼 남해안 관광 전망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 주요 골자가 뭔가요.
 
  “규제해소, 재정지원, 남해안권 관광진흥청 설치 등입니다. 남해안 관광 개발을 위해서는 토지 이용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수고, 또 남해안 관광 개발을 총괄할 행정기관이 필요합니다. 보호할 곳은 보호하고, 개발할 곳은 과감하게 개발해야 합니다. 남해안 관광 활성화를 위해 부산, 전남이 손을 잡았습니다. 남해안에 많이 있는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를 육상·해상·항공에서 관광하는 상품과 이순신 장군 승전지 순례길 조성 등은 남해안 협력의 대표 사례가 될 겁니다.”
 
  ― 남해안 관광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요.
 
  “1조2000억원이 투입돼 770실의 숙박시설, 300여 개의 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장목관광단지, 5113억원을 투입해 로봇랜드와 연계한 모험체험지구, 기업 연수지구 등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최초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만들어
 
  ― 사람들 유입이 많아지다 보면 아무래도 안전에 신경을 안 쓸 수 없죠.
 
  “재난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데 대응 방법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 아닙니까. 경남은 도 단위 최초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만들었습니다. 재난 전문가인 방재안전공무원, 소방관 등 전문 인력이 24시간 빈틈없이 상황 근무를 하고 있고, 국가재난관리시스템, 시·군 방범 CCTV 4만1000여 대, 재해위험지역 CCTV 610대 등이 종합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6월 말부터 쏟아진 기록적 폭우와 태풍 ‘카눈’이 경남을 관통했는데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이런 재난안전 상황실의 대처 능력이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위급 환자 치료에도 경남은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 지방의 열악한 의료 시스템은 최근 들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죠.
 
  “경남은 소아 응급환자에게 24시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9월부터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이를 위해 도내 양산부산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삼성창원병원과 협약을 맺었습니다. 도는 행정,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병원에서는 전문의를 추가 채용해 소아 응급환자에 대해 24시간 진료와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소아 경증환자가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에 가지 않고도 외래 진료를 비롯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도 현재의 6곳에서 2025년 8곳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응급환자 이송과 적기 치료를 위한 ‘경상남도 응급의료지원단’이 4월에 출범했고요. 지원단과 응급의료기관, 119구급대가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창원의 향후 50년 미래는 어떨까요.
 
  “최근 경남에서는 희망적인 경제 지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역 수지는 지난해 10월 이후에 계속 흑자를 기록 중입니다. 고용률과 취업자 숫자도 1998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남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경남 경제의 상당수를 책임지는 창원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창원, 경남은 전략 산업인 항공우주, 원전, 방위 산업,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이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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