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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성범죄 약물 탐지 ‘물뽕 키트’, 실제로 써보니

상대방 기분 나쁠까 사용하기 어려워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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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버닝썬 사태’ 이후 음료에 탄 ‘데이트 강간 약물(GHB, 케타민 등)’ 확인할 수 있는 ‘물뽕 키트’ 개발, 하반기 보급
⊙ 업소 관계자, “물뽕 키트 보급되면 안전한 곳이라고 홍보할 수 있을 것”
3월 4일 이태원 참사 현장 바로 옆 클럽 내부 모습. 사진=월간조선
  5년 전 세간을 경악시킨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지난 2월 출소한 데 이어 유명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투약 혐의를 받으면서 마약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경찰은 음료에 탄 ‘데이트 강간 약물(GHB, 케타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키트(물뽕 키트)를 보급하겠다고 2019년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올해 안으로 이 키트의 시범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기자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민간 업체의 물뽕 키트를 입수, 실제로 써보고 개선할 점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경찰은 “약물 성범죄에 주로 이용되는 마약류는 빠른 반감기로 사후 적발이 어렵고, 주류·음료 등에 약물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국산 감지 키트도 없다”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과 함께 ‘저비용의 휴대용 마약류 탐지 키트’를 개발했다.
 
 
  경찰-연구진 “하반기 초쯤 보급될 듯”
 
클럽에서 사용한 물뽕 키트. 사진=월간조선
  키트가 올해 안에 보급될 전망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용화는 경찰과 과기부의 후속 과제”라며 “언제, 어떻게 현장에 보급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키트가 경찰용 키트보다 먼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이 쓰는 것보다는 (결과 확인이) 신속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에게 시판된다면 가격이 어느 정도로 책정될 것인지를 묻자 “키트를 만든 연구진에서 책정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진을 이끌고 있는 정희선 성균관대 석좌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인용 키트의 보급 일정에 대해 “올해 하반기 초반쯤”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키트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키트의 가격(1만2000원) 차이에 대해선 “그보다 저렴하든지 그 정도, 저렴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보급될 키트에 대해 정 교수는 “유통되고 있는 것보단 정확도와 성능 면에서 향상되고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민간에 보급될 스티커형 물뽕 키트와 사용법이 유사한 제품은 지금도 시중에서 1만2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이에 기자는 6개입짜리 키트 3팩을 구매해 여성들에게 나눠주고, 강남과 홍대입구 인근의 나이트클럽에서 써보게 했다. 이들은 실제로 키트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가 나눠준 물뽕 키트를 갖고 클럽에 다녀온 조모(22)씨는 “남성이 바로 앞에서 술을 권하는 상황에서 손가락에 술을 묻혀 스티커에 적시는 행동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대놓고 사용하면 상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키트를 손목에 붙이고 마치 입을 닦는 것처럼 입술에 남은 술을 묻히는 방법을 썼다. 그러면서 “(키트) 스티커를 신체에 부착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었는데, 손님이 클럽에 입장할 때 손목에 도장(재입장용)을 찍어주기 때문에 손목에 무엇이 붙어 있어도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클럽처럼 정신없이 조명을 쏘는 어두운 환경에서는 키트의 색깔이 바뀌는 걸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씨는 “다수가 뿜어내는 담배연기와 빨간색, 보라색으로 번쩍이는 불빛 아래에서 겨우 희미한 노랑과 초록 색깔을 판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했다. 특히 “색깔이 바뀌었는지 확인하려면 형광등이 달려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관찰해야 했는데, 오히려 술잔을 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남성이 약을 타는 게 더 쉬워질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걱정했다.
 
  다행히 그가 두 명의 남성으로부터 건네받은 각각의 술잔에서는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키트를 사용하는 내내 “남성이 준 술을 곧바로 마셔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졌다”며 “몰래라도 키트의 색깔 변화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키트의 가격도 시중에 유통되는 정도라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내부 직원 “버닝썬 당시 여성 방문 줄어… 키트 도입 좋을 것 같다”
 
  업계에 따르면 버닝썬 사태 직후 클럽 등에도 타격이 있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직원(MD) A(26)씨는 “버닝썬 사태 때 여성들은 잘 안 왔었다”며 “물뽕은 대부분 접대나 상업적 수단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물뽕 키트가 보급되면 업계 입장에선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전한 곳이라고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걸 사서 써야 하더라도 입구에서 나눠주는 식으로 사장님께 권유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마약류 범죄의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밀수 적발량은 2017년 이후 5년 동안 18배 늘었다. 검찰이 지난 2월 발표한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전체 마약 사범 가운데 20~39세 사이의 젊은 세대가 57.2%를 차지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류 범죄가 늘고 있어 관련 범죄를 막기 위해선 키트 보급 또한 실용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키트를 사용하려면 거의 마술에 가깝게 상대방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단점이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한 보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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