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확장기에 구축된 경제·사회 시스템을 인구 감축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 2021년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연금충당부채는 각각 904조6000억원, 233조6000억원… 국가채무보다 많아
⊙ 국민연금 수익비, 최소 1.88배로 지속불가능한 구조
김용하
1961년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 한국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한국연금학회 제4대 회장,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 위원, 한국사회보장학회 제26대 회장 역임. 現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 2021년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연금충당부채는 각각 904조6000억원, 233조6000억원… 국가채무보다 많아
⊙ 국민연금 수익비, 최소 1.88배로 지속불가능한 구조
김용하
1961년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 한국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한국연금학회 제4대 회장,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 위원, 한국사회보장학회 제26대 회장 역임. 現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 2022년 8월 9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2023년은 베이비붐 세대 대표 연령인 ‘58년생 개띠’가 노인이 되는 해이다. 1958년생을 포함한 노인인구비율은 18.4%로 통상 고령사회로 칭하는 20%를 넘어서는 2025년까지 단 2년이 남았고, 이런 추세라면 2036년 30%, 2055년에 40%를 각각 초과하게 되고, 통계청 인구 추계 마지막 해인 2070년엔 46.4%에 도달할 전망이다.
2070년의 주요 국가의 노인인구비율을 보면, 미국 25.6%, 스웨덴 26.7%, 영국 27.3%, 프랑스 29.2%, 독일 30.6%, 스페인 35.0%, 이탈리아 36.2%이고, 현재 세계 제일의 고령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도 37.9%로 우리나라의 46.4%와 비교하면 훨씬 낮다.
한국 인구 문제의 심각성은 초(超)저출산과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중첩된다는 점에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근로 연령층일 때에는 풍부한 노동력 공급으로 경제성장에 크게 이바지를 했으나, 노년인구로 전환함에 따라 인구 부양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노년인구 부양비(比)는 2020년 21.8명에서 2036년 50명을 넘고, 2070년 100.6명으로 2020년 대비 4.6배가 될 전망이다. 총부양비[유소년 인구(0~14세)+고령인구(65세 이상)]는 2020년 38.7명에서 2056년에 100명을 넘어서고 2070년에는 117명으로 증가한다.
稅收 중심 세대가 稅出 중심 세대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경제·사회적 부양 부담이 대폭 커진다. 이들은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30년 내외 가입한 세대로서 수급자 수도 많지만, 연금액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자가 되면 연금급여 지출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다. 베이비붐 세대가 감소하는 시점에 국민연금 기금도 바닥이 된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직역(職域)연금 역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수급자 수가 많이 늘어나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노인인구의 증가와 관련 높은 사회보장 제도 급여지출의 급속한 증가는 사회보험료에 대한 국민 부담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稅收)의 중심이었던 세대가 세출(稅出)의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조세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국가는 불확실성의 안갯속에 갇히고 만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명료한 트렌드임에도 이를 감안한 미래 계획은 충분하지 않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노인인구비율이 높은 나라는 낮은 나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장수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으로 생기는 고령화 요인 외의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 요인을 적절하게 통제함으로써 안정적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공적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은 대표적으로 해결해야 할 저출산·고령사회의 과제다.
2022년 건강보험 진료비 100조원 돌파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2057년 적립기금의 소진을 전망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불균형 연금 구조에서는 적립기금이 소진될 수밖에 없고, 합계출산율이 0.81명에 불과하고 2070년 기준 노인인구비율이 46.4%에 이르는 초고령 국가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나마 국민연금은 2057년 재정 문제이지만,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재정은 현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고 보전(補塡)이 없으면 현(現)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 없고, 매년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21년도 국가결산 자료에 의하면, 공무원연금 및 군인연금 연금충당부채는 각각 904조6000억원, 233조6000억원으로, 동년의 명시적 국가채무 967조2000억원보다 크다. 사학연금 역시 2049년께 적립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돼 3개 직역연금 모두 수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역시 문제다. 2022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1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2016년 64조5768억원이었던 진료비가 2021년 93조5011억원으로 1.45배 증가했다. 2022년 상반기 진료비가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1.6% 증가한 50조845억원임을 비추어 볼 때, 2022년 전체로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국민건강 보험료율을 급여지출 증가에 따라 2022년 현재 소득 대비 6.99%에서 24% 내외로 인상해야 수지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 증가는 더 빠르다. 재정수지의 적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2021년 소득 대비 0.79% 장기요양보험 보험료율을 2060년 6% 내외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2060년대에는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험료율 합계만 해도 소득 대비 30% 내외 수준이어서 지속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거역하기 어렵다. 노인인구 증가를 경제·사회적으로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기대수명의 연장은 축복이어야 하고 축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출산율이 하락하는 미래를 불안해하지만 전(全) 지구적으로 보면, 2022년 11월에는 80억명을 넘어섰다.
인구구조 변화를 막연하게 걱정하기보다는 변화에 적응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에도 지속할 수 있는 국가체계로 대한민국 재편이 선결해야 할 과제이다. 인구 확장기에 구축된 경제·사회 시스템을 인구 감축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주택, 사회간접자본, 학교 등 인프라, 교원 수, 공무원 수, 병력 등을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조정해야 하나, 관성(慣性)의 법칙에 지배받아 확장세가 유지되는 것이 문제다. 또 인구구조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를 인구 중립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부분의 제도에 내재하여 있는 경제적 렌트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가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다.
‘부담한 만큼도 못 받는’ 세대 없어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민간자문위원회의 활동이 2022년 연말부터 시작됐다. 정부 차원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도 박차를 가하면서 2023년은 연금개혁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개혁은 국민 누구나 부담스러운 정책과제임을 부정할 수는 없음에도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2057년경에 적립기금이 소진된다는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있다.
많은 사람이 적립기금이 없으면 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공적연금 도입 역사가 100년이 넘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립기금은 없지만, 연금은 지급되고 있다. 노인에게 지급할 연금지출액만큼을 그 당시 취업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듯 연금보험료를 받아서 운영하는 것이다. ‘부과방식(pay as you go method)’으로 불리는 연금재정 방식은 개별 가구에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듯 근로계층 전체가 노년계층을 부양하는 사회적인 부양 방법이다.
부과 방식의 재정 방식은 근로인구 대비 노년인구 비율이 낮은 시기에는 무리 없이 운영 가능하나, 노년인구 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미래 세대로 갈수록 보험료 부담이 높아져서 세대 간 공정성 문제를 일으킨다. 노년부양비(근로인구 대비 노년인구 비율)가 한도를 넘어서면 자신이 부담한 보험료의 원금과 이자금액의 합계가 노후에 받을 연금 수급액 합계를 초과할 수 있다. 미래 세대의 입장에서는 근로 기간에 민영 금융기관에 저축해 은퇴 이후 받는 개인연금 혹은 개인저축보다 공적연금이 불리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적연금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연금개혁은 연금제도 초기의 ‘덜 부담 더 받는’ 구조를 ‘더 부담 덜 받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모양새를 가지지만 실제로는 ‘부담만큼은 받도록’ 해 ‘부담한 만큼도 못 받는’ 세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대별로 연금보험료의 원리금 합계액이 연금수급액을 일치하게 해 궁극적으로 총수입액과 총지출액을 균형화시켜 연금재정 수지 적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여 연금재정을 안정화한다.
미래 세대 부담 가능 수준 넘어
현재 공적연금 재정위기가 거론되고 있으나 우리보다 앞서 노령화된 선진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이 2057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은 2056년까지는 적립기금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적립기금 없이 운영되는 유럽 각국과 비교할 때 재정이 양호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금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앞서 제시한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초고령화된 인구구조하에서는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부과방식적 연금보험료율이 현행 소득 대비 9%에서 3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30%를 그 당시 근로 세대가 부담 가능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국민연금 이외에도 국민건강 보험료율이 24% 이상으로, 노인 장기요양 보험료율은 6%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2060년경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3개 제도 보험료율 합계가 소득 대비 60%가 되고, 조세부담률이 2022년 수준으로 유지된다 하여도 GDP 대비 23.3%가 된다. 산술적으로 그 당시 세대가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연금수익비 최소 1.88배
연금구조도 심각하게 불균형한 상태다. 2018년 국민평균수명표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익비(연금보험료 원리금 합계 대비 연금수급액의 배수)는 세대별로 다르지만 3.28~1.88배이다. 부담한 것보다 최소 1.88배를 더 받는 수익 구조는 일견 유리해 보이지만, 연금재정상으로는 언젠가는 적립기금이 소진되는 지속 불가능한 구조임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이 2057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노년인구 증가와 함께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연금재정 구조에 기인한다. 수익비가 최소 1.88배라는 것은 현행 연금보험료율 9%가 17%로 높아지면 수익비가 1.0배, 즉 부담한 것과 받는 것이 일치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연금보험료율이 17% 이상이 되면 수익비가 1.0배 이하가 되어 손해를 보게 된다.
만약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진돼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같이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면 연금보험료율이 30% 수준으로 높아져, 그 당시 연금보험료를 부담하는 근로 세대 입장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으로 크게 손해가 난다. 노년부양비가 100.0에 이르는 인구구조하에서는 적립기금이 없이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면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게 된다.
물론 연금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연금급여 수준을 3분의 1 수준으로 삭감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지급도 미흡한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크게 줄게 되므로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안 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되어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적립 방식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핵심이고, 이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가능한 한 조속히 균형 구조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연금지급률을 낮추거나 지급개시연령을 늦추거나 보험료율을 높이는 방안 중 적정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연금개혁에서 연금지급률을 낮추는 선택을 하여 더는 급여 수준을 낮추는 것은 어렵다.
국민연금, 早期 개혁이 중요
지급개시연령을 현재 62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높이게 돼 있는 국민연금법을 2038년에 66세, 2043년에 67세, 2048년 68세로 상향 조정하고, 연금보험료율은 현재 소득 대비 9%에서 17%까지 20년 내 단계적으로 인상하면(5년에 2%p씩), 적립기금 고갈연도를 2057년에서 210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렇게 개혁하면, 현재의 2030세대가 노령이 되어도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부담한 만큼 받는’ 연금개혁은 ‘부담한 만큼도 못 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고육지책이다.
연금보험료율의 인상 폭이 같더라도 가능한 한 조기(早期)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3년 기준 만 50세 나이 인구는 88만 명이나 신생아는 26만 명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같은 1% 보험료율이라 하더라도 50세 연령층은 신생 연령층보다 3배의 재정수입 증가 효과를 가진다. 현재 4050세대가 현역으로 있을 때 연금보험료율 인상이 이루어져야 재정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적립 방식 연금제도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금운용수익률 확보가 중요하다. 국민연금기금은 2019~2021년 3년간 평균 10.59%의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지만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8.0%의 적립기금 손실을 보였다. 지난 13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활황에 맞춘 액티브 투자전략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금운용수익률이 1% 높아지면 기금고갈연도가 5년 내외 늦추어진다고는 하지만 그 전제는 안정성에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노후 빈곤 문제
국민연금에는 재정안정성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전에 고령기에 이른 세대와 근로 기간에 저소득 등으로 국민연금에 제대로 가입 못 한 계층의 노후 빈곤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2007년에 입안된 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박근혜 정부에서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월 30만원으로 인상됐고, 윤석열 정부는 임기 중 월 40만원으로 인상을 공약하고 있다. 2022년 기준 20조원의 기초연금 예산이 연 30조원으로 늘어나게 돼 재원 조달도 걱정이지만 국민연금 수급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
성공적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국민연금보다 재정이 심각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함께 개편돼야 한다. 2015년 제4차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제고에 주안점을 뒀으므로, 국민연금 개편의 폭만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함께 조정이 돼야 형평성 시비를 방지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개혁도 시급하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과 달리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적립기금을 쌓아두기도 어렵기 때문에 급속하게 늘어나는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에는 국민연금과 달리 의료공급자라고 하는 이해당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빠른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험자, 의료이용자, 의료공급자 등 모든 주체가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유인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의료이용자가 적정 수준으로 의료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진료비 일부를 자신이 부담토록 하는 본인부담금 제도(deductible)는 보험가입자의 의료 이용을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방법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의 경감 목적으로 판매되는 민영 의료보험의 존재로 효과성이 반감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민영 의료보험의 효과적인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공공기금화해야
건강보험 지급보상 체계의 개편이 요구된다. 우리 건강보험은 진료할 때마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행위별 진료비제(fee-for-service)를 채택하고 있다. 행위별 진료비제는 진료의 양에 따라 비용 지급이 이루어지므로 의료공급자의 과잉 진료를 유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량 최대화가 목적 함수가 될 수 있으므로, 진료비 절감 노력이 목적 함수가 될 수 있는 대안적 지급보상 체계로의 전환이 검토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의 증액이 요구된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14% 해당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지원하고,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예상수입액의 6%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늘리면 보험료 인상 부담의 일부는 완화되겠지만, 국고도 조세로 조달된다는 점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과 같이 국고 지원이 미미한 사회보험이 공공기금으로 관리되고 있듯이,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도 공공기금화해서 투명성과 국가책임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2020년 83.5세로 세계적 수준이지만 건강수명은 66.3세로 생애기간 중 유병기간이 17.2년이 된다는 점은 건강한 장수를 위한 국민 각자의 건강증진 노력과 이를 권장 교육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건강증진 정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의료이용자와 의료공급자가 서로 빼먹기 하는 구조가 아닌 소중한 건강보험이라는 자원을 서로 아끼는 초고령사회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상생적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간 대승적 차원의 양보와 합의가 요구된다.⊙
2070년의 주요 국가의 노인인구비율을 보면, 미국 25.6%, 스웨덴 26.7%, 영국 27.3%, 프랑스 29.2%, 독일 30.6%, 스페인 35.0%, 이탈리아 36.2%이고, 현재 세계 제일의 고령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도 37.9%로 우리나라의 46.4%와 비교하면 훨씬 낮다.
한국 인구 문제의 심각성은 초(超)저출산과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중첩된다는 점에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근로 연령층일 때에는 풍부한 노동력 공급으로 경제성장에 크게 이바지를 했으나, 노년인구로 전환함에 따라 인구 부양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노년인구 부양비(比)는 2020년 21.8명에서 2036년 50명을 넘고, 2070년 100.6명으로 2020년 대비 4.6배가 될 전망이다. 총부양비[유소년 인구(0~14세)+고령인구(65세 이상)]는 2020년 38.7명에서 2056년에 100명을 넘어서고 2070년에는 117명으로 증가한다.
稅收 중심 세대가 稅出 중심 세대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경제·사회적 부양 부담이 대폭 커진다. 이들은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30년 내외 가입한 세대로서 수급자 수도 많지만, 연금액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자가 되면 연금급여 지출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다. 베이비붐 세대가 감소하는 시점에 국민연금 기금도 바닥이 된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직역(職域)연금 역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수급자 수가 많이 늘어나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노인인구의 증가와 관련 높은 사회보장 제도 급여지출의 급속한 증가는 사회보험료에 대한 국민 부담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稅收)의 중심이었던 세대가 세출(稅出)의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조세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국가는 불확실성의 안갯속에 갇히고 만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명료한 트렌드임에도 이를 감안한 미래 계획은 충분하지 않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노인인구비율이 높은 나라는 낮은 나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장수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으로 생기는 고령화 요인 외의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 요인을 적절하게 통제함으로써 안정적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공적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은 대표적으로 해결해야 할 저출산·고령사회의 과제다.
2022년 건강보험 진료비 100조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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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2021년 건강보험료율을 2.8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20년 12월 9일, 당산동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 모습. 사진=조선DB |
국민건강보험 재정 역시 문제다. 2022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1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2016년 64조5768억원이었던 진료비가 2021년 93조5011억원으로 1.45배 증가했다. 2022년 상반기 진료비가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1.6% 증가한 50조845억원임을 비추어 볼 때, 2022년 전체로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국민건강 보험료율을 급여지출 증가에 따라 2022년 현재 소득 대비 6.99%에서 24% 내외로 인상해야 수지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 증가는 더 빠르다. 재정수지의 적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2021년 소득 대비 0.79% 장기요양보험 보험료율을 2060년 6% 내외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2060년대에는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험료율 합계만 해도 소득 대비 30% 내외 수준이어서 지속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거역하기 어렵다. 노인인구 증가를 경제·사회적으로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기대수명의 연장은 축복이어야 하고 축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출산율이 하락하는 미래를 불안해하지만 전(全) 지구적으로 보면, 2022년 11월에는 80억명을 넘어섰다.
인구구조 변화를 막연하게 걱정하기보다는 변화에 적응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에도 지속할 수 있는 국가체계로 대한민국 재편이 선결해야 할 과제이다. 인구 확장기에 구축된 경제·사회 시스템을 인구 감축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주택, 사회간접자본, 학교 등 인프라, 교원 수, 공무원 수, 병력 등을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조정해야 하나, 관성(慣性)의 법칙에 지배받아 확장세가 유지되는 것이 문제다. 또 인구구조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를 인구 중립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부분의 제도에 내재하여 있는 경제적 렌트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가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다.
‘부담한 만큼도 못 받는’ 세대 없어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민간자문위원회의 활동이 2022년 연말부터 시작됐다. 정부 차원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도 박차를 가하면서 2023년은 연금개혁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개혁은 국민 누구나 부담스러운 정책과제임을 부정할 수는 없음에도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2057년경에 적립기금이 소진된다는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있다.
많은 사람이 적립기금이 없으면 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공적연금 도입 역사가 100년이 넘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립기금은 없지만, 연금은 지급되고 있다. 노인에게 지급할 연금지출액만큼을 그 당시 취업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듯 연금보험료를 받아서 운영하는 것이다. ‘부과방식(pay as you go method)’으로 불리는 연금재정 방식은 개별 가구에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듯 근로계층 전체가 노년계층을 부양하는 사회적인 부양 방법이다.
부과 방식의 재정 방식은 근로인구 대비 노년인구 비율이 낮은 시기에는 무리 없이 운영 가능하나, 노년인구 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미래 세대로 갈수록 보험료 부담이 높아져서 세대 간 공정성 문제를 일으킨다. 노년부양비(근로인구 대비 노년인구 비율)가 한도를 넘어서면 자신이 부담한 보험료의 원금과 이자금액의 합계가 노후에 받을 연금 수급액 합계를 초과할 수 있다. 미래 세대의 입장에서는 근로 기간에 민영 금융기관에 저축해 은퇴 이후 받는 개인연금 혹은 개인저축보다 공적연금이 불리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적연금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연금개혁은 연금제도 초기의 ‘덜 부담 더 받는’ 구조를 ‘더 부담 덜 받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모양새를 가지지만 실제로는 ‘부담만큼은 받도록’ 해 ‘부담한 만큼도 못 받는’ 세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대별로 연금보험료의 원리금 합계액이 연금수급액을 일치하게 해 궁극적으로 총수입액과 총지출액을 균형화시켜 연금재정 수지 적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여 연금재정을 안정화한다.
미래 세대 부담 가능 수준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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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모습. 사진=조선DB |
초고령화된 인구구조하에서는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부과방식적 연금보험료율이 현행 소득 대비 9%에서 3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30%를 그 당시 근로 세대가 부담 가능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국민연금 이외에도 국민건강 보험료율이 24% 이상으로, 노인 장기요양 보험료율은 6%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2060년경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3개 제도 보험료율 합계가 소득 대비 60%가 되고, 조세부담률이 2022년 수준으로 유지된다 하여도 GDP 대비 23.3%가 된다. 산술적으로 그 당시 세대가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연금수익비 최소 1.88배
연금구조도 심각하게 불균형한 상태다. 2018년 국민평균수명표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익비(연금보험료 원리금 합계 대비 연금수급액의 배수)는 세대별로 다르지만 3.28~1.88배이다. 부담한 것보다 최소 1.88배를 더 받는 수익 구조는 일견 유리해 보이지만, 연금재정상으로는 언젠가는 적립기금이 소진되는 지속 불가능한 구조임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이 2057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노년인구 증가와 함께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연금재정 구조에 기인한다. 수익비가 최소 1.88배라는 것은 현행 연금보험료율 9%가 17%로 높아지면 수익비가 1.0배, 즉 부담한 것과 받는 것이 일치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연금보험료율이 17% 이상이 되면 수익비가 1.0배 이하가 되어 손해를 보게 된다.
만약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진돼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같이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면 연금보험료율이 30% 수준으로 높아져, 그 당시 연금보험료를 부담하는 근로 세대 입장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으로 크게 손해가 난다. 노년부양비가 100.0에 이르는 인구구조하에서는 적립기금이 없이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면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게 된다.
물론 연금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연금급여 수준을 3분의 1 수준으로 삭감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지급도 미흡한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크게 줄게 되므로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안 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되어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적립 방식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핵심이고, 이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가능한 한 조속히 균형 구조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연금지급률을 낮추거나 지급개시연령을 늦추거나 보험료율을 높이는 방안 중 적정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연금개혁에서 연금지급률을 낮추는 선택을 하여 더는 급여 수준을 낮추는 것은 어렵다.
국민연금, 早期 개혁이 중요
지급개시연령을 현재 62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높이게 돼 있는 국민연금법을 2038년에 66세, 2043년에 67세, 2048년 68세로 상향 조정하고, 연금보험료율은 현재 소득 대비 9%에서 17%까지 20년 내 단계적으로 인상하면(5년에 2%p씩), 적립기금 고갈연도를 2057년에서 210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렇게 개혁하면, 현재의 2030세대가 노령이 되어도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부담한 만큼 받는’ 연금개혁은 ‘부담한 만큼도 못 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고육지책이다.
연금보험료율의 인상 폭이 같더라도 가능한 한 조기(早期)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3년 기준 만 50세 나이 인구는 88만 명이나 신생아는 26만 명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같은 1% 보험료율이라 하더라도 50세 연령층은 신생 연령층보다 3배의 재정수입 증가 효과를 가진다. 현재 4050세대가 현역으로 있을 때 연금보험료율 인상이 이루어져야 재정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적립 방식 연금제도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금운용수익률 확보가 중요하다. 국민연금기금은 2019~2021년 3년간 평균 10.59%의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지만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8.0%의 적립기금 손실을 보였다. 지난 13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활황에 맞춘 액티브 투자전략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금운용수익률이 1% 높아지면 기금고갈연도가 5년 내외 늦추어진다고는 하지만 그 전제는 안정성에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노후 빈곤 문제
국민연금에는 재정안정성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전에 고령기에 이른 세대와 근로 기간에 저소득 등으로 국민연금에 제대로 가입 못 한 계층의 노후 빈곤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2007년에 입안된 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박근혜 정부에서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월 30만원으로 인상됐고, 윤석열 정부는 임기 중 월 40만원으로 인상을 공약하고 있다. 2022년 기준 20조원의 기초연금 예산이 연 30조원으로 늘어나게 돼 재원 조달도 걱정이지만 국민연금 수급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
성공적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국민연금보다 재정이 심각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함께 개편돼야 한다. 2015년 제4차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제고에 주안점을 뒀으므로, 국민연금 개편의 폭만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함께 조정이 돼야 형평성 시비를 방지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개혁도 시급하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과 달리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적립기금을 쌓아두기도 어렵기 때문에 급속하게 늘어나는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에는 국민연금과 달리 의료공급자라고 하는 이해당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빠른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험자, 의료이용자, 의료공급자 등 모든 주체가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유인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의료이용자가 적정 수준으로 의료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진료비 일부를 자신이 부담토록 하는 본인부담금 제도(deductible)는 보험가입자의 의료 이용을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방법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의 경감 목적으로 판매되는 민영 의료보험의 존재로 효과성이 반감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민영 의료보험의 효과적인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공공기금화해야
건강보험 지급보상 체계의 개편이 요구된다. 우리 건강보험은 진료할 때마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행위별 진료비제(fee-for-service)를 채택하고 있다. 행위별 진료비제는 진료의 양에 따라 비용 지급이 이루어지므로 의료공급자의 과잉 진료를 유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량 최대화가 목적 함수가 될 수 있으므로, 진료비 절감 노력이 목적 함수가 될 수 있는 대안적 지급보상 체계로의 전환이 검토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의 증액이 요구된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14% 해당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지원하고,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예상수입액의 6%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늘리면 보험료 인상 부담의 일부는 완화되겠지만, 국고도 조세로 조달된다는 점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과 같이 국고 지원이 미미한 사회보험이 공공기금으로 관리되고 있듯이,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도 공공기금화해서 투명성과 국가책임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2020년 83.5세로 세계적 수준이지만 건강수명은 66.3세로 생애기간 중 유병기간이 17.2년이 된다는 점은 건강한 장수를 위한 국민 각자의 건강증진 노력과 이를 권장 교육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건강증진 정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의료이용자와 의료공급자가 서로 빼먹기 하는 구조가 아닌 소중한 건강보험이라는 자원을 서로 아끼는 초고령사회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상생적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간 대승적 차원의 양보와 합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