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최악 가뭄’에 위기 맞은 광주·전남 : 월간조선

광주·전남의 가뭄이 심화하고 있다.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라고 한다. 연초부터 계속되는 가뭄에 농업용수, 공업용수는 물론 식수와 생활용수마저도 곧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2022년 누적 강우량이 평년 대비 60%에 불과해 소위 ‘호남의 젖줄’이라고 하는 ‘광주·전남 핵심 상수원’인 주암호(전남 순천시 소재)의 저수율마저 30% 밑으로 하락할 상황에 놓였다. 관계 기관은 이른 시일 안에 해갈 가능한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주암호는 2023년 5월에 완전히 바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암호는 1992년 ‘높이 57m·길이 330m’ 규모 주암댐이 축조된 이후 형성된 광주·전남의 핵심적인 ‘광역 상수원(둘 이상의 자치단체에 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이다. 유역면적은 1010k㎡, 저수량은 4억5700만t이다. 주암호는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뿐 아니라 전남 관내 10개 자치단체(목포·여수·순천·광양·나주·고흥·보성·화순·함평·영광)에 식수를 공급한다. 그뿐 아니라 종합석유화학기지가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 광양제철소와 연관 업체들이 입주한 광양국가산업단지에 공업용수를 제공한다.

2022년 12월 12일 오후 1시 기준 주암호의 저수량은 1억3817t, 저수율은 30.2%다. 주암호 저수율이 매일 0.1%씩 하락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주암호 저수율은 곧 20%대로 떨어진다. 주암호뿐 아니라 광주·전남의 다른 광역상수원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12일 기준 장흥호(전남 장흥군), 평림호(전남 장성군)의 저수율은 각각 36.9%, 32.2%다. 전년도 같은 시기의 경우에는 56.4%, 77.9%를 기록했다.

‘물 부족’ 위기가 가시화되자, 광주·전남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미 전남 화순군과 진도군, 완도군 도서 지역에서는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현재 상태라면, 2023년 1~2월경부터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에서 급수를 제한해야 한다. 남부 지방에서 대대적인 ‘제한급수’가 시행된 1994년 당시와 비슷한 사태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월간조선》은 광주·전남 주요 광역 상수원을 돌며 현장에서 ‘가뭄 실태’를 확인했다.

박정희·전두환 때 만든 댐 덕 보는 광주

전남 화순군 이서면 소재 동복호에 있는 창랑적벽이다. 이곳은 완전히 메말라서 수몰 이전 상태로 회귀했다. 사진=박희석

기자는 2022년 12월 3일 전남 화순군 동복면 소재 동복호를 찾아갔다. 동복호는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2년에 착공해 1985년 준공한 동복댐이 이서천, 동복천을 가로막아 형성된 호수다. 원래 박정희 정부 때인 1971년에 만든 댐(높이 19.3m, 길이 133.8m)이 있었지만, 용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체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 만들었다. 지금의 동복댐 조성 이후 인근에 큰 강과 호수가 없어 만성적인 ‘물 부족’을 겪었던 광주 물 사정은 대폭 개선됐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민주화의 성지’를 자처하는 광주시민이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구축한 시설 덕분에 자체 상수원을 갖게 됐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현재 동복천을 막은 동복댐의 높이는 44.7m, 길이는 188m다. 최대 저수량은 9200만t이다. 광주시 동구와 북구 주민들이 이곳의 물을 생활용수로 이용한다. 광주시가 동복호에서 공급받는 수량은 25만t(2022년 3월)→24만t(7월)→22만t(9월)→20만t(10월) 순으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더 줄어서 하루 취수량이 16만t 안팎에 불과하다. 광주시의 물 수요, 사용량(1일 약 50만t)은 변함없는 상태에서 동복호 취수량이 급감한 까닭에 주암호에서 끌어오는 용수량이 늘었다.

이전에는 주암호에서 하루에 20만t가량을 끌어다 썼지만, 지금은 30만t으로 늘었다.

창랑적벽의 예년 모습이다. 풍수기는 물론 갈수기에도 적벽 하단은 물에 잠겼었다.

차를 타고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동복호 주변을 돌았지만, 물을 볼 수 없었다. 동복호 절경 중 한 곳인 창랑적벽(화순군 이서면 소재)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내려 주위를 둘러봤다. 곳곳에 작은 웅덩이만 있을 뿐 물줄기는 없었다. 창랑적벽 전망대 옆에 설치된 ‘화순 적벽 안내판’에는 풍수기인 여름은 물론 갈수기인 겨울에도 적벽 하단까지 물이 차오른 창랑적벽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었지만, 방문 당시 창랑적벽 인근의 동복호는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이곳이 광주시의 주요 상수원이자, 호수라는 사실을 모르고 방문했다면 그저 거대한 바위에 둘러싸인 들판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안내판의 ‘수몰되기 전의 창랑적벽 옛 모습(1980년대)’이란 제목의 사진과 유사했다. 방문 당시 동복호의 저수율은 30%였다. 동복호 평년 저수율이 약 80%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주암호 마르면 광주·전남 320만 명 ‘식수난’

전남 북부 지역 용수 공급원인 평림호(전남 장성군)도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호숫가 산들의 밑동이 드러난 상태다.

같은 날 오후, 전남 순천시 주암면 소재 주암호에 갔다. 앞서 밝혔듯 주암호는 ‘호남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광주·전남 핵심 상수원’이다. 이곳에 있는 주암댐은 박정희 정부 당시인 1977년부터 타당성 조사와 실시설계를 하고, 전두환 정부 시기인 1985년에 착공했다. 완공 시점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5월이다. 주암댐 위쪽 주암호 기념공원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봤다. 저수량, 저수율 등 수치와 무관하게 한눈에 봐도 물이 적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댐 인근 산들은 속살을 드러냈다. 이는 예년 저수율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었다. 방문 당시 주암호 저수량은 1억4104만t, 저수율은 30.9%였다. 전년도 같은 시기에는 각각 2억3093만t, 50.5%였다. 1년 전보다 저수량과 저수율이 63% 감소한 셈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2년 8월부터 주암호의 가뭄 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현재 상태라면, 주암호의 고갈 시점은 2023년 5월로 예상된다.

주암호가 바닥을 보일 경우 광주시민 143만 명, 전남 10개 시·군(여수, 순천, 목포, 광양, 나주, 화순, 고흥, 영광, 보성, 함평) 주민 128만 명이 ‘식수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암호가 고갈되면 사실상 광주·전남 주민 320만 명의 85%에 해당하는 272만 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셈이다. 주암호가 이쯤 될 정도라고 하면, 전남 도내 다른 상수원 역시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광주시와 전남 22개 시·군 전부가 ‘물 부족’에 허덕이는 사태가 곧 도래할 수도 있는 셈이다.

주암호를 둘러보고 전남 순천시에서 화순군을 거쳐 숙소를 잡은 나주시로 갔다. 오후 6시 무렵, 나주시 빛가람동에 도착했다. 빛가람동은 소위 ‘국토 균형 발전’ 명목으로 한국전력공사 본사 등 각종 공공기관이 이전한 ‘빛가람 혁신도시’가 있는 곳이다. 이곳 도로를 지나면서 “가뭄 심화 및 상수도 고갈 위기! 제한급수가 머지않았습니다. 시민 1인당 20% 물 절약 실천으로 가뭄 위기를 극복합시다”란 내용의 문구가 있는 현수막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이튿날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소재 평림호로 향했다. 평림호는 평림천을 2007년 준공된 평림댐(높이 37.3m, 길이 390.5m)으로 막아서 조성한 호수다. 총 저수량은 847만t이다. 이곳은 전남 북부 지역인 ▲장성군 ▲담양군 등지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육안으로 확인한 평림호 상황도 동복호, 주암호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호숫가 산들의 밑동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이날 평림호 저수량과 저수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41% 수준인 333만6900t, 저수율은 32.5%를 기록했다.

10월 들어서야 “비상!” 외친 광주시

출처=광주광역시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맞은 광주시는 2022년 10월 5일부터 ‘비상 체계’를 가동했다. 그런데 광주시 상수원 저수율 상황은 10월 들어 급격히 악화한 게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물 부족’이 예상된다는 전망 역시 여기저기서 제기된 지 오래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10월 초에 ‘비상’ 운운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광주광역시는 최근 지속되는 가뭄과 강수량 부족으로 동복댐 저수율이 낮아짐에 따라 비상급수대책을 추진한다. 앞으로 많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광주·전남 지역 가뭄 해갈이 어렵고, 지난해 말부터 지난 6월까지 강수량을 적용할 경우 동복댐은 2023년 6월, 주암댐은 2023년 8월까지 사용 가능한 실정으로, 이번 비상급수대책은 동복댐과 주암댐 용수의 정수장 간 호환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마련됐다.

가뭄에 따른 선제적 대비를 위해 월 1만t 이상 수돗물을 소비하는 다량 급수처에 대해 물 절약 실적을 집중 관리하며, 관리부서 간 협의를 통해 지하수 및 중수도 등 물 재이용 활성화와 수돗물 사용량 절감을 적극 추진한다. 또한 유수율이 저조한 지역에 대해서는 노후수도계량기를 교체하고 누수탐사를 강화해 땅으로 스며드는 수돗물을 줄이고, 긴급순회점검을 통해 상수도관 인접공사 손괴 방지로 낭비되는 수돗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5개 구청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시민들에게 가뭄의 심각성을 알리고, 방송 등을 통해 각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물 절약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상수도사업본부의 이런 선제 대응은 재난상황에서도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공급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의 평상시 수돗물 아껴 쓰기 실천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도요금 감면 조례의 기대효과는?

강기정 광주시장이 11월 16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사거리에서 ‘물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광주시는 비상 대체수원 개발 등 단계적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고, 8개 실국·13개 부서가 참여하는 ‘위기대응 가뭄극복 추진단’을 구성했다. ‘물 절약’을 독려하기 위해 수돗물 사용량을 감량한 가구에는 일정 부분 요금을 감면하는 조례를 개정하고, 이르면 2023년 1월 납부 요금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례안은 11월 28일, 광주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광주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2022년 11월에서 올 6월까지 상수도 사용량의 10% 미만을 아끼면, 절감한 양만큼 요금을 감면할 방침이다. 수도요금 감면 대상 절감률은 최고 13%다.

참고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광주시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555.04원/t이다. 광주시민 1명의 하루 물 사용량이 205.6ℓ인 점을 바탕으로 추산한 4인 가구 기준 한 달 물 사용량과 그에 따른 상수도 요금은 각각 24.7t, 1만3709원이다. 최고 절감률이 13%이므로, 평균적인 물 소비 행태를 보이는 가구가 광주시 캠페인에 동참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요금 절감분은 한 달에 1782원에 불과하다.

한편, 광주시는 11월 17일부터 5급 이상 공무원을 아파트별 책임관으로 지정하고, 광주시 관내 공동주택 1200단지·44만6947가구를 대상으로 수도 밸브 수압 낮추기를 유도했다. 이 밖에 지하수 개발에 160억원, 누수율 저감을 위한 노후 상수관 교체 등에 157억원을 투입했다. 이처럼 광주시가 밝힌 내용을 보면 도래하는 ‘물 부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한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기댈 곳은 시민의 ‘물 절약’뿐인데, 이는 상수원 고갈 시기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상수원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2022년 12월 13일, “물 사용량이 큰 폭으로 줄지 않으면 내년(2023년) 3월 1일부터 제한급수라는 비상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한급수를 시행할지 말지 근본적인 검토와 함께,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1992년 당시 광주광역시에서 제한급수가 시행됐을 당시 업무 담당자까지 논의에 참여해 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라남도는 2022년 11월 21일, 김영록 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전라남도 가뭄대책본부’를 가동해 앞으로 매주 가뭄대책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가뭄대책 상황보고회에서 김 지사는 물 절약을 당부하는 담화문을 내놨다. 그 내용을 보면, 앞서 살핀 광주시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이 밖에 전남도는 11월 18일 여수국가산업단지 등지에서 환경·산림 민간단체 회원, 여수산단협의회 등과 함께 ‘장기 가뭄 극복을 위한 20% 물 절약 실천’ 간담회를 하고 현장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초단체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전남 영광군의 경우에는 11월 11일, 강종만 군수 포함 공무원 90명과 관계기관 40명이 “생명을 살리는 물, 생활 속 물 절약을 실천합시다” “물 절약은 내가 먼저 한 방울의 물도 아껴 씁시다”란 문구가 있는 어깨띠를 두르고 영광읍 ‘만남의 광장’에서 터미널을 거쳐 고추시장까지 이동했다. 이 밖에 영광군 관내 35개소에 “가뭄이 심각합니다. 물 절약! 이제 실천이 필요합니다”란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설치했다.

30년 전에도 지금도 ‘대책’은 없어

김영록 전남지사는 11월 21일, 가뭄대책 상황보고회 자리에서 도민을 대상으로 ‘물 절약’ 담화문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광주시와 전남도의 대처는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다. 가뭄이 갑자기 들이닥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지역 ‘물 부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가뭄도 초유의 위기가 아니다. 더구나 이번 가뭄은 2021년 겨울부터 계속됐는데, 왜 지금 와서 비상체제로 돌입하고 대책본부를 운영한다고 운운하는 것일까. 가뭄 대응 단계가 ‘경계’로 올라갈 때까지, 주요 상수원 저수율이 ‘고갈’ 위기에 놓일 때까지 대체 뭘 하다가, 시민에게 뒤늦게 ‘물 절약’을 하라고 강조하는 것일까.

광주시는 1992~1993년에 6개월 동안 ‘물 부족’을 겪으며 관내 전역에서 ‘제한급수’를 했다. 2009년에도 동복호 저수율이 10%대로 하락해, 위기를 겪었다. 제한급수 목전까지 갔다가 집중호우 덕분에 해갈한 일이 있다. ▲가뭄 극심… 광주도 수돗물 공급 비상(2009년 2월 8일) ▲주암호가 바닥났다… 저수율 26%로 사상 최악(2009년 2월 9일) ▲계속된 가뭄에 광주 지역 식수 공급 비상(2009년 6월 15일) ▲광주, 17년 만에 제한급수 검토(2009년 6월 16일) 등의 기사 제목을 보면, 당시 광주시의 가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광주시는 그때도 지금처럼 그저 ‘물 절약’을 얘기할 뿐,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거 같은 위기를 반복해서 겪었다면, 기상이변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했어야 한다. 특히 광주시의 경우에는 ‘물 부족’과 관련해서 최근 여러 지적이 제기됐는데, 특별히 개선한 대목을 찾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노후 상수도관’ 문제다. 노후 상수도관은 당연하게도 ‘관 파손’ 위험이 크며, 그럴 경우 누수가 생긴다. 도로 침수, 도로 함몰(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 광주시 상수도관의 총연장은 4032km다. 이 중 노후 상수도관의 길이는 577km다. 2020년 기준 광주시의 총 급수량은 1억7683만7798t이다. 누수율은 5.2%다. 이를 감안하면, 연간 919만5565t이 상수도관 노후화 등의 원인 때문에 지하로 스며들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143만 광주시민 전체가 18일 동안 소비할 수 있는 물을 날려버린 셈이다. 광주시는 왜 노후 상수도관을 미리 교체하지 않았을까. 당연하게도 관계 당국은 ‘한정된 예산’ 운운하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겠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예산은 항상 한정돼 있다. 다음은 광주시 노후 상수도관 문제와 관련해서 서용규 광주시의회 의원과 염방열 광주시 상수도 사업 본부장이 2022년 7월 20일에 나눈 문답이다.

〈서용규: 광주시에 상수도관이 4032km나 되네요. 그중에서 노후상수도관은 577km로 나와 있는데, 맞습니까?

염방열: 예, 맞습니다.

서용규: 2022년도 노후상수도관 정비계획은 42.13km로 나와 있네요.

염방열: 예.

서용규: 그러면 노후상수도관 577km에 비해서 10%가 채 안 되는데, 42.195km도 아니고 42.13km밖에 아니니까, 이것은 왜 이렇게, 애초에 예산이 너무 적어서 계획을 그렇게 짧게 잡았는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염방열: 저희들이 한 4000km에서 570km가 노후관인데, 이 노후관을 만약에 다 교체하려고 한다면 예산이 2000억~3000억 정도 들기 때문에 저희들이 방향을 세관 쪽으로 틀어서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이 수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그렇게 하는 거고요.〉

가뭄 와중에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광주시는 ‘물 부족’ 위기가 심화하는 와중에 ‘제4 수원지’ 일대의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이에 대해서 지역사회에서는 “대체 무슨 이유로 비상 식수원인 제4 수원지를 보호구역에서 해제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광주시가 2022년 8월 5일, 광주시 북구청의 요청을 받고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결정을 내린 9월 5일까지 ‘광주 가뭄’과 관련해서 언론 매체들은 ▲환경부 “광주·전남, 공업·생활용수 공급 줄여야 할 수도”(8월 16일) ▲장마 끝났는데… 가뭄 여전(8월 17일) ▲순천 주암댐 저수율 38%… ‘물 부족’ 지속(8월 21일) ▲광주·전남 물 공급 주암·수어댐 가뭄 ‘심각’ 단계 격상(8월 30일) ▲주암댐 가뭄 심각 단계… 목포시 ‘수돗물 아껴 쓰기’ 적극 동참 호소(9월 1일)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광주시는 ‘제4 수원지’ 일대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광주시 제4 수원지는 광주시 북구 청풍동 일대에 있다. 광주시가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1967년에 석곡천을 막아 조성했다. 제4 수원지 일대의 9.7km²는 1981년에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제4 수원지는 광주시민 생활용수원이었지만, 동복댐과 주암댐 완공 이후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했다. 광주시민이 하루에 소비하는 50만t을 전부 동복호와 주암호에서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5일, 광주시는 “제4 수원지가 41년 만에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고 밝혔다. 해제 구역 대부분은 국립공원에 포함돼 개발이 쉽지 않지만, 0.24km² 구역에는 연면적 230m² 이하 2층 건물, 3층 이하 300m² 이하 1·2종 근린생활시설을 건축할 수 있다. 대규모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식당, 카페 등은 얼마든지 들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가뭄에 대한 관심·대책 전혀 없는 전남도”

전남도의 경우에는 관내 시·군별 강수량 자료조차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관내 재난안전과 관련해서 22개 시·군을 지휘해야 할 전남도가 관내 지역 강수량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은 사실상 홍수·가뭄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음은 2022년 11월 22일,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위원회에서 김문수 도의원이 김신남 전남도 도민안전실장에게 해당 문제를 지적한 대목이다.

〈김문수: 요즘에 지금 가뭄이 심해서 제가 도에 강수량 자료를 요구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라남도의 시·군 단위 연평균 강수량을 갖고 있지 않더라고요. 적어도 평균 강수량 정도의 통계를 가지고 다음 연도 예산을 편성한다든가 또 각 실국에 필요한, 즉 농정국이나 기획·예산실이나 예산을 세워서 대비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까 2017년도에 거의 비슷한 강수량으로 가뭄을 겪었습니다. 대책을 보니까 아무것도 없어요. 대책이 없더라고요. 이게 사회재난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데 강수량이 그런 데이터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면 굉장히 심각하지 않냐, 문제가. 재난대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신남: 위원님 말씀하신 것처럼 최소한 그래도 시·군이 그 정도 데이터는 갖고 있어야 되는데 사실 그런 것도 없다는 것 자체가 창피하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들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만 부분 부분 노력을 했습니다.

김문수: 이게 어떤 문제를 낳았냐면 적어도 시·군 단위의 강수량 정도도 통계를 갖고 있지 않을 정도라면 재난이라든가 물 부족이라든가 어떤 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전라남도에는 전혀 없이 그냥 임기응변식으로 대책을 해왔다는 거예요.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김신남: 잘 챙겨보겠습니다.〉-2022년 7월 29일,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위원회

〈김문수: 강수량에 대한 통계 하나가 전라남도 전체 실국을 전부 물어봤더니 그것조차도 안 갖고 있더라고요. 이게 심각하더라고요. 지난 우리 전라남도가 쭉 정책을 시행해오는 과정 속에서 가뭄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었다. 그게 증명이 되는 거예요. 몇 년 치 강수량 하나의 통계도 없더라는 거예요. 관심이 없었다는 거예요. 다행스럽게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재난안전실에서 한다고 하니까 그나마 다행스러운데 예산이 먼저 확보가 돼야 된다, 예비비에 의존하지 않고.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하십니까?

김신남: 위원님, 저부터도 당장 궁금했던 게 왜 앞전에 태풍 올 때는 막 밤새고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이렇게 가뭄이 심각해도 아무 생각이 없을까? 저부터도 반성하는 게 일단 태풍이나 다른 자연재난은 급하게 와서 인명사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뭄은 장기적으로 오면서 인명이 다치거나, 제가 생각해봤거든요. 왜 이렇게 둔감할까? 저부터도 그랬는데 보니까 당장 누가 돌아가시지는 않는 거예요, 불편을 호소할 뿐이지. 그러다 보니까 가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까 컨트롤타워가 없고 기존 과거에 일했던 패턴들, 그러니까 이번에 지사님도 뭐냐면 의례적인 대책 좀 그만 세우고 진정성 있게 진지하게 검토를 해라, 절실하게. 저도 그거 느끼는 겁니다.〉-2022년 11월 22일,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위원회

‘수도법’이 규정한 시·도지사의 책무

‘수도법’ 제2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좋은 물’ 공급에 대한 책무가 있다. 특히 해당 조문 2항은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관할 구역의 주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상수원의 관리 등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 ‘물 절약’을 외치고 다니는 광주·전남의 단체장들은 질 좋은 물을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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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가뭄’에 위기 맞은 광주·전남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물 절약”만 외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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