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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취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사망 4주기… 여전히 고통받는 기무사 간부들

“文 정부, 계엄령 결정적 증거 못 찾자 ‘세월호 사찰’로 방향 튼 것”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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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부 6인, 검찰 특수단 ‘유가족 사찰 무혐의’ 판결 후에도 ‘직권남용’으로 재판 중
⊙ 기무사 전 간부, “부당한 명령 내린 사람 없는데 어떻게 직권남용되나”
⊙ 기무사 세월호 사찰 재판부 대부분 ‘진보 성향’, 민변 회장 출신 主審도
⊙ “부하들이 지휘관 명령 고민하게 되는 사례 된 것… 戰時 상황 대입 시 치명적”
지난 2018년 해편된 국군기무사령부 전경. 사진=조선DB
  ‘모든 공(功)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 지난 2018년 12월 3일,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남긴 말이다. 그러고 나흘 뒤. 세월호 유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수사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모든 걸 본인이 안고 가겠다는 뜻이었지만, 부하들에게 선처(善處)는 없었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간부 6명이 여전히 사찰 관련 재판을 받고 있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2명(김대열 당시 기무사 참모장·지영관 기무사 당시 정보융합실장)은 1심 재판 후 법정구속, 3명(소강원 당시 610부대장·손정수 당시 기무1처장·박태규 당시 1처 차장)은 1심 실형 선고 이후 보석 상태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명(김병철 당시 310부대장)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 무혐의
 
2022년 10월 25일 기무사 간부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민변 등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2019년 11월 세월호 유가족과 4·16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기무사 관계자들이 유가족을 불법 사찰했다며 고소·고발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였다. 같은 달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대검 산하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검찰 특수단)이 꾸려졌다. 특수단은 1년 2개월에 걸쳐 이를 수사했다. 청와대, 해경, 국정원, 기무사, 법무부, 대검 관계자 등 총 201명을 대상으로 무려 269회에 걸쳐서다.
 
  청와대의 ‘하명(下命)수사’였음에도 검찰 특수단은 2021년 1월 19일, 대부분 ‘무혐의’ 결론을 냈다. 정보기관의 유가족에 대한 동향보고서 작성 사실은 확인됐지만, 미행, 도청, 해킹, 언론 유포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 침해는 확인되지 않았기에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혐의 없음’이라 했다.
 
  당시 특수단장을 맡은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는 “철저히 조사했으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고검과 대검에 항고했고,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까지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검찰 특수단 출범 이전부터 군(軍)검찰 등의 조사를 받던 기무사 간부들은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 사찰 관련 징역형을 받았다. 우선 2021년 10월 14일, 김병철 당시 기무사 310부대장(대령)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집행유예)을 선고받았다. 주심(主審)이었던 김선수 대법관은 단 5줄의 짧은 의견서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판결문에는 특수단의 무혐의 결정 내용은 인용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1년여 뒤인 2022년 10월 25일, 또 다른 기무사 간부들의 1심 재판이 열렸다. 김대열 당시 기무사 참모장(소장)과 지영관 기무사 정보융합실장(대령)이다. 복수의 기무사 관계자들은 “정권 교체 후 첫 재판인 만큼 기대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둘은 이날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결국 법정 구속됐다.
 
  방청석을 메운 일부 세월호 유가족은 ‘마땅한 결과’라며 눈물을 흘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서채환 변호사는 이날 선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면서도 “군이 국민을 적대시한 것이 징역 2년에 해당하는 범죄인가. 최종심까지 어떻게 처벌받는지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한편 한 군 관계자는 “미리 짜 놓은 결과에 맞출 거면 재판은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세월호 현장에 기무사가 간 이유
 
  한번 씌워진 오명(汚名)은 그게 진실이 아니더라도 잘 안 벗겨진다. 많은 사람은 아직도 기무사가 유가족을 불법 사찰했다고 생각한다.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럼 기무사는 세월호 현장에 왜 갔나.
 
  국군기무사령부령에 따르면 기무사의 임무 중 ‘군 및 군 관련 첩보수집’이 있다. 이를 근거로 군 병력이 상주하거나 출동해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 작전부대가 임무 수행을 잘할 수 있도록 첩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파병 부대에도 기무부대가 같이 편성된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 군은 6·25 이후 최대 규모의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함정만 연(延) 6900여 척, 항공기는 연 4400여 대 지원됐다. 기무사 전 간부는 “(6·25 이래) 아직 전투도 안 해본 대한민국 군이 역대 최대 규모의 병력을 쓴 곳이 세월호 참사”라고 했다. 해군 참모총장까지 현장에 상주해 지휘했다. 유가족 전담 장군도 배치됐다. 그렇게 210일간 투입된 연인원은 36만여 명. 대한민국 국군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총 희생자 295명 중 105명을 군이 수습했다. 시신운구, 가족이송, 의료지원, 야전침대·모포 등 구호물품 제공, 체육관 청소, 유가족 위로에 장군 부인들 포함, 각 군 가족까지 동원됐다. 밤낮 가리지 않았다. 해군 잠수사는 유가족들로부터 “군인은 죽으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으므로 위험을 감수하라”는 얘기를 들으며 수색 활동을 했다.
 
  이처럼 군이 대민(對民) 지원을 할 때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의 조력은 필수다. 육해공 각군이 무턱대고 구조 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유가족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뭔지, 가장 큰 불만은 뭔지,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기무사에 묻는다. 기무사 요원들은 매일 현장에서 이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 동향을 보고했다. 이런 식이다. 기무사 세월호 백서 2014년 5월 15일 자(8보 6-4페이지) 내용이다.
 
  “독도함이 급유를 위해 진해항으로 돌아가려 하자, 현장 기무부대장이 해군 측에 ‘독도함이 현장 이탈 시 군이 철수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조언하여 독도함의 이동계획을 취소.”
 
  이 밖에도 ‘진도 지역 실종자 가족들이 구강청결제 대신 죽염을 요구했다’ ‘자녀 생일에 따른 미역국 등 지원 요구’ 등 후에 유가족과 민변의 심기를 건드린 정보도 있었지만, 이 또한 유가족 지원 차원이었고, 현장에서 공개된 정보들을 묶은 것이었다. 불법 사찰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대원들이 제작한 세월호 백서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지난 2018년 12월 부하들을 선처해달라는 뜻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조선DB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 기무사는 세월호 TF를 꾸렸다. 세월호 TF는 참모장을 TF장으로, 현장지원팀(팀장 1처장)과 정책지원팀(팀장 정보융합실장)으로 구성됐다. 예하 기무부대에서는 독도함(205부대장 등 4명), 진도현장(610부대장 등 18명), 안산합동분향소(310부대장 등 3명) 팀이 편제됐다. 이 TF는 2014년 10월 12일 종료됐다. 당시 세월호 TF에 있던 한 기무사 간부의 말이다.
 
  “TF 종료 후 2014년 10월 중순 무렵 ‘다 같이 식사나 한 번 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부대원들 몇몇이 ‘저희가 각 군 일일 동정을 엮어 백서(白書)로 만들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180일간(2014년 4월 16일~10월 12일) 고생했으니, 그걸 기록물로 남겨 놓고 싶었던 거다. 역사자료로 남기면 후에 참고서로도 쓸 수 있겠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그래, 만들어봐라’ 했다. 10월 중순이니 진급 인사시기였다. 부대원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일인데다, 당시 이재수 사령관은 보직 명령을 받고, 국감 시즌이기도 해서 백서가 만들어진다는 것도 몰랐고, 알았다고 해도 이에 관여할 계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A4 용지 146장 분량의 백서가 만들어졌다. 그 백서가 4년이 지난 2018년 7월 돌연 ‘사찰 증거’라며 세상에 알려진 거다.
 
 
  계엄령 논란 중 갑자기 불거진 세월호 사찰
 
지난 2018년 세월호 유가족 등이 국방부 앞에서 전담 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월호 사찰 논란이 불거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2018년 7월 10일 인도를 방문 중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무사 촛불 집회 계엄령 검토’와 관련해 국방부 특별수사단(국방부 특수단) 설치를 지시했다. 7월 16일 기무사 계엄 문건 규명 특별수사단이 출범하고 이틀 뒤 18일에는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이 기무사 계엄 문건에 등장하는 부대를 돌며 관련 문건 수집에 나섰다. 앞서 2017년 9월 출범한 국방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재조사 TF(댓글 조사 TF)’가 기무사 등을 조사하고 있었다. 2018년 7월 2일 댓글 조사 TF의 이수동 국방부 감찰단장은 약 9개월 만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알리며 “세월호와 관련된 내용도 파악했다”고 했다. 예정에 없던 발표였다.
 
  댓글 조사 TF에서 파악했다는 ‘내용’은 세월호 백서의 일부였다. 복수의 기무사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2018년 7월 내내 계엄령에 포커스를 맞추다가, 계엄령을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못 찾아 세월호로 방향을 튼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국방부 특수단은 2018년 11월 “세월호 참사 당시 정국 조기 전환을 위한 출구 마련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회복을 위해 민간인 사찰을 주도했다”며 기무사 참모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특수단의 재수사 결과와 대척점이었던 셈이다.
 
  당시 혐의는 엄중해 보였다. 이에 따르면 2014년 4~7월 기무사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인적사항, 무리한 요구사항, 성향, 진도 현장 및 안산 합동분향소 분위기 등을 파악해 세월호 사태의 조기 종결이나 사태 해결, 대통령이나 여당의 지지율 회복에 필요한 각종 제언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이들이 이 같은 혐의의 근거로 삼은 것 중 하나는 146페이지의 백서 중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이라는 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다. 여기에는 유가족들의 직업 등 신상과 정치 성향이 적혀 있었다. 기무사 관계자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 당월(2014년 4월)에는 다들 구조 자체에 집중했다. 백서에도 나왔듯 해당 월에는 ‘조명탄을 쐈다’ 등 구조 방법 등의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5월 들어서 구조가 답보 상태에 빠졌고, 관심사도 장례, 추모, 보상, 인양추진 여부, 수색중단 여부, 진상규명 등으로 바뀌었다. 현장에 ‘갈등’ 혹은 ‘대치’ 구조가 형성됐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 정보기관에서는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정치 성향 같은 것도 유가족 간 갈등 완화 차원에서 ‘불필요하다’ ‘이질감이 든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또한 모두 해당 인물 소셜미디어와 유족 언론 인터뷰 등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사찰’에 해당하는 미행, 해킹, 도청 방식이 아니었다.”
 
 
  사찰 방지에 특히 신경
 
  기무사는 ‘사찰 트라우마’가 있는 조직이다.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였던 이름을 기무사로 바꾼 것도 사찰 때문이었다. 1990년 ‘윤석양 이병 양심선언’으로 민간인 1300여 명을 불법 사찰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이후 기무사 시절인 2009년에도 모(某) 대위가 8개월간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사찰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때문에 사찰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특히 신경 썼다. 세월호 백서 5월 19일 자(12보 5-4페이지)에 나온 “31사단 영관장교가 군복이 아닌 민간 자원봉사자 복장으로 진도체육관 주위를 배회하여, 실종자 가족을 감시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주의 조치가 필요함을 해당 연대장에게 조언”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방부 특수단의 “기무사가 대통령이나 여당의 지지율 회복에 필요한 각종 제언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건 ‘PI(President Identity·대통령 이미지) 제고 방안’이라는 파일이 근거가 됐다. ‘정치 관여’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기무사 전 간부의 말이다.
 
  “대한민국 어느 정보기관이든 청와대에 보고할 문서에 한해 이 정도 정책 지원을 하지 않는 곳은 없을 거다. 해당 정보가 만일 누구에게 피해를 주거나, 정보 획득 과정이 부당했다면 문제겠지만 국정운영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보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이미지 고양을 위한 건의성 의견은 일부 제시했지만, 지방선거나 여당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실질적인 정치관여 목적의 내용은 전혀 없다.”
 
 
  “사찰하지 않았지만 부당행위는 했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6명의 기무사 간부에게는 민간인 사찰과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적용됐다. 이는 ‘직권남용(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과 ‘권리행사방해(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함)’로 구분된다. 2021년 1월 검찰 특수단은 ‘권리행사 방해’ 부분에 대해서만 ‘혐의 없음’을 내렸다. 그러다 보니 이후 재판 논리가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무사 전 간부의 말이다.
 
  “‘유가족 사찰은 없었다’는 검찰 특수단 판결이 나온 뒤 재판에서는 ‘사찰’이라는 단어가 쏙 빠졌다. 그러나 윗선에서 정치 관여 목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일’을 시켰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런데 그 ‘부당한 일’이라는 게 결국 사찰을 가리킨다. 사찰이 없었다면, 부당한 일도 없어야 하는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혐의를 유지한 것이다.”
 
  앞서 김대열, 지영관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는 “기무사령관과 지휘부가 정치 관여 목적으로 부대원들에게 정치적 중립 위반의 부당행위를 지시했다”면서 직권남용죄를 인정했다. 기무사 관계자는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부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게 인정돼야 하는데, 이 쟁점과 관련 2021년 김선수 대법관의 판례가 적용됐다”고 했다.
 
  앞서 김병철 전 310부대장 재판의 주심이었던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 출신이다. 2014년 헌재의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당시 통진당 변호인단 단장을 맡은 그는 헌재 결정 직후 “헌재가 그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말을 남겼다.
 
  민변 회장 시절 국보법 폐지 운동을 하기도 한 김 대법관은 지난 2021년 3월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야권 인사 등 사찰 사건에 직무권한의 범위를 확대, 국가공무원법 및 국가정보원법을 적용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원세훈 전 원장의 직권남용죄 1, 2심은 ‘부하들에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돼 있지만, 김선수 대법관이 이를 뒤집었다. ‘정치적 중립 위반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부여하면서다.
 
  이후 김대열·지영관 재판부는 2021년 김선수 대법관의 이 같은 판례를 인용했다. 한편 2022년 12월 13일 ‘사이버 댓글’ 사건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의 재판부 또한 김선수 대법관의 원세훈 전 원장 판례를 적용했다.
 
 
  ‘대령 이상은 가해자, 중령 이하는 피해자’
 
  기무사 관계자들은 “납득되지 않는 점은 또 있다”고 했다.
 
  “직권남용이 되려면 군 체계상 ‘지휘관의 명령’이 시작이어야 한다. 그들 논리라면 직권남용의 출발점은 이재수 전 사령관이다. 한데 이 전 사령관은 사망해 ‘공소권 없음’이다. 그를 조사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가 직권남용의 출발이 되나. 더군다나 이재수 사령관은 생전 본인이 지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검찰이나 재판기록 어디에도 이재수 사령관이 언제, 누구에게, 무슨 명령을 했는지, 육하원칙에 따른 근거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들은 그로부터 지시받았다는 전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정에서는 마치 이재수 전 사령관이 살아 있는 것처럼 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김대열·지영관의 판결문은 요컨대 “이재수 사령관이 두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명령해 직권을 남용했는데, 이를 거부하지 않고 실행했기 때문에 죄가 된다”는 내용이다. ‘공소권 없음’인 지휘관의 명령이 있었다고 전제하면서, 명령을 따랐다는 것을 ‘공모’로 쳤다는 얘기다. 특히 기소된 6명 전원은 당시 대령 이상 계급이었는데,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대령급 이상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거부하지 않아 공모를 한 것’이 된다.
 
  기무사 한 소식통은 “조직 내부에서는 검찰이 중령급 이하 인사들에게 ‘부당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하면 사건에서 빼주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그래서 대령급 이상은 가해자, 그 이하는 피해자 구도가 됐다”고 했다.
 
  실제로 김병철 전 기무사 3처장의 재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중령 이하 부대원들은 “부당한 것을 인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손정수 전 기무 1처장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모 대위 또한 “유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무사 소식통은 이어 “인터넷 등을 검색해 유족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 212부대장은 당시 중령이라는 이유에서인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전반적으로 형평성이 없다”고 했다.
 
 
  “戰時 상황에 대입하면 치명적”
 
세월호 참사에는 창군 이래 최대 병력이 지원됐다. 사진은 당시 희생자 시신을 블랙호크 헬리콥터로 운구한 후 자리를 떠나는 군인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국방부의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5조’의 ‘명령 복종의 의무’에 따르면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대령급 이상은 경륜이 있기 때문에 사령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이고, 중령급 이하는 제25조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건데, 그런 계급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전 합동참모본부 공보실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군 위계질서다. 부하들이 지휘관의 명령을 고민하게 되는 사례가 된 것”이라면서 “전시(戰時) 상황에 대입하면 치명적”이라고 했다.
 
  기무사 안팎에서는 향후 재판 결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선수 대법관 외에도 기무사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 대부분이 이른바 ‘진보 성향’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1월 6명 중 한 간부의 재판을 방청했던 군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판사가 증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정보융합실의 결정이 기무사령관, 정보융합실장, 각 처장들까지 대여섯 명의 ‘집단지도체제’와 같은 회의체를 통해 이뤄질 수도 있느냐’고. 깜짝 놀랐다. 집단지도체제는 일반적으로 민간에서 권력을 분산시키는 의사결정 체계인데, 군에 그런 게 어디 있나. 상명하복이 가장 철저한 군에서 무슨 의사결정을 집단지도체제와 같은 회의체를 통해서 한다는 말인가.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생각했다. 아, 남은 판결도 어렵겠구나.”
 
  남은 재판 또한 사찰이 아닌 ‘정치 관여 목적으로 부대원들에게 정치적 중립 위반의 부당한 지시를 했는지’가 핵심이다.
 
 
  세 가지 딜레마
 
  기무사 전 간부는 “현재 세 가지 딜레마에 빠진 채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첫째, 중령급 이하는 ‘위에서 시켜서 한 것’이라 주장한다. 나는 시킨 적이 없다. 그렇다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면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상사로 비칠 수 있다.
 

  둘째, 검찰이 기무사 조직별 업무 분장에 대한 이해 없이 기소를 했다. 예컨대 A 부대에서 한 일을 모두 B 부대로 묶어서 B 부대장만 재판을 받고 있는 식이다. B 부대장은 재판에서 누차 ‘그건 A 부대에서 한 일’이라고 소명하다 보니, 기무사 조직이 ‘책임 떠넘기기’ 혹은 ‘내부 싸움’을 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셋째, 지금 이재수 사령관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 재판장에서는 계속 묻는다. ‘이재수 사령관이 지시했느냐’고. 이재수 사령관도 지시하지 않았다. 이 말을 누군가는 해줘야 한다. 그런데 하기 힘들다. 이미 ‘윗선의 지시였다’고 증언한 중령급 이하 부대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령급 이상들은 그래서 너무 힘들다. 이 전 사령관이 나타나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 식으로 재판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씁쓸하다.”
 
 
  5년째 세월호 재판
 
세월호 참사 당시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의료지원을 나온 군인이 유가족을 부축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체 없는’ 계엄 문건과 세월호 사찰 의혹으로 기무사는 2018년 8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해편(解編·해체 후 새로 편성)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편 결정과 함께 “기무사의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결코 해서는 안 될 국민 배신 행위를 했다”고 했다. 해편 과정에서 원대복귀 등으로 기무사를 떠난 간부는 756명이다. 그중 한 명의 말이다.
 
  “국가적인 재난상황으로 규정한 세월호 사건에 대해 모든 국가기관이 역량을 집중하던 차에 성실히 임무를 수행한 군인들이 불법을 자행한 자들처럼 취급받는 것에 너무도 큰 비애(悲哀)를 느낀다.”
 
  이재수 전 사령관은 유서에 “우리 군과 기무사는 세월호 유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일했다”며 “이 일(극단적 선택)로 인하여 우리 부하들이 모두 선처되었으면 한다”고 썼다.
 
  재판 중인 기무사 한 간부는 “이 전 사령관이 본인이 다 안고 가려고 한 건데, 그 뜻이 무색해지고 말았다”면서 “힘들어하는 부하들의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는 이 사령관의 심경이 어떨지 생각하니 슬프고 착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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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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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래갸    (2022-12-20) 찬성 : 24   반대 : 0
기무 사령관 이재수와 기무사 군인들의 억울함이 반드시 밝혀지길 바랍니다. 무고한 죄를 씌운 삶은 소대가리와 그 정권 인간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소망합니다.
  patriot    (2022-12-20) 찬성 : 12   반대 : 0
문재인 이 넘과 그 졸개들 그리고 주변 주사파 넘들. 대체 이 지구상에 공산주의를 흠모하는 국가가 몇이나 되겠는가. 이 시기에 대통령씩이나 되가지고 했던 짓거리는 완전 역적 행위뿐이다. 그나마 정권이 바뀌어서 제대로된 질서를 서서히 찾아가니 매우 다행이다. 문재인 저 넘은 반드시 그 과오를 밝혀 내어 원칙대로 법대로 처리를 해야한다. 이적여적 죄는 전시 최고 사형이다. 대한민국은 평화시가 아닌 준 전시다. 그에 합당한 처벌이 따르기를 꼭 바란다.
  David K    (2022-12-20) 찬성 : 24   반대 : 0
역도 문재인일당에 희생당한 참군인 이재수 장군의 영면을 기도한다. 본 사건은 대공용의 선상에서 재수사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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