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가짜뉴스’ ‘음모론’의 희생자가 안 되려면… : 월간조선

오늘날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사기 공화국’이라 한다. 다양한 범죄 사건 중 사기 사건은 건수도 가장 많다. 아시아 국가 중 대한민국의 사기 범죄 건수는 월등히 높다고 한다.

최근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수리남〉은 한국 사람들이 일으킨 실제 국제 마약 사기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이렇게 보면, 과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사건’이나 제이유 그룹 사기 사건, 또는 최근에도 불거진 다양한 금융 투자 사기 사건들은 대한민국이 사기 공화국임을 더욱더 잘 알려준다. 왜, 어떤 이유로, 사기 사건이 이 사회의 특성이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누구도,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눈이 멀어 믿고 싶은 것을 무조건 따라갔기 때문이다. ‘사기 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고 또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가짜뉴스나 음모론에 말려들어 가지 않으면서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유엔총회를 계기로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 의회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논란을 일으켰다.

MBC는 발언 후 “(미국)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이후 많은 언론에서 비슷한 내용을 다루었지만, 윤 대통령은 이 기사의 진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9월 26일 출근길 스탠딩 기자회견에서 미국 방문 중에 일어난 이른바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훼손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 했다. 그러면서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언급되는 본인의 발언은 ‘가짜뉴스’라 한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에 대해 뉴욕 현지에서 ‘바이든’을 언급한 적 없으며 ‘이 ××’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변 인사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과 가짜뉴스

2020년 10월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방부종합민원실 앞에서 북한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국방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대통령의 ‘가짜뉴스’ 언급에 대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9월 29일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과 관련한 논란은 ‘가짜뉴스’의 발단이라 진단했다. 김 비서실장은 9월 29일 기자들에게 “가짜뉴스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이간질할 수도 있어서 저희는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10월 3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 실장은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가짜뉴스”라고 단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MBC는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한 것처럼 자막을 조작해 방송하고 자신들의 조작 보도를 근거로 미국 백악관에 이메일까지 보내고 백악관 답변마저 또다시 왜곡해 내보내며 한·미 동맹을 훼손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무엇이 가짜뉴스이며 또 이 가짜뉴스를 만들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해 더욱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겪어야 하는 일이다.

‘가짜뉴스’와 관련된 음모론은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만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 인터넷, SNS 등의 사이버 공간은 말 그대로 ‘사실 같은, 하지만 사실 같지 않은’ ‘믿기 힘들지만, 기꺼이 믿게 되는’ 이야기들의 공유장이다.

예를 들면, “오바마, 힐러리 등 민주당 리버럴 지도자들이 뉴욕의 한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납치해온 어린이들과 소아성애를 하고 있다”와 같은 황당한 이야기에서부터 “미국 특수부대가 독일의 모처를 급습해 2020 미국 대선 부정 관련 자료들을 획득했다”는 CNN 뉴스 수준의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에 북한과의 접경 구역에서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을 ‘자진 월북’으로 단정했다가, 다시 윤석열 정권이 되면서 그 사건이 ‘북한군에 의한 피살’로 된 사건은 실제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것조차 힘들게 한다. 대한민국 해경과 국방부는 “2년 전 입장을 번복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섣불리 월북으로 추정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음모론은 이제 진짜뉴스든 가짜뉴스든 우리가 접하는 모든 소식의 일부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뉴스를 소비하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경우, 무엇이 진짜인지, ‘진실’이나 ‘사실’을 계속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힘든 것이 현실이다.

현대사회, 믿고 싶은 대상을 더욱 필요로 해

정신병자 수용시설은 방랑자나 난봉꾼 등과 같은 사회규범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수용하면서 치안 유지의 기능을 가진 준사법기관이었다. 그림은 영국의 어느 정신병 수용소.

서양의 경우, 16세기까지 ‘무엇을 믿느냐’의 핵심은 ‘절대자 신(神)’이었다. 절대자 신은 나를 대신하여 삶의 문제와 아픔을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렇기에 절대자 신을 대리하는 지배자, 왕이나 귀족들에게 복종하였으며, 일상생활에서 ‘신부(사제)’는 누군가의 행위를 죄라고 명하여 ‘화형’과 같은 벌도 행하였다.

19세기까지, ‘미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악령이나 사탄의 장난, 신의 저주가 씌어 행동하는 것으로 믿었다. 1656년에 생겨난 프랑스 빈민 구제 병원과 같은 정신병자 수용시설은 방랑자나 난봉꾼 등과 같은 사회규범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수용하면서 치안 유지의 기능을 가진 준사법기관이었다. 이들을 관리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보통 족쇄로 묶어놓는 것이었다. 이런 상태는 광기를 질병으로 보기 시작한 20세기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광인(狂人·insane)을 관리하는 의사들은 정신질환자의 수용시설은 넘쳐나면서 이들의 수용시설이 혐오 대상이 되자, ‘광인’ 또는 ‘정신병 수용소(insane asylum)’라는 말 대신, 병을 지칭하는 단어로 ‘신경성(neurosis, psychosis)’이라는 용어를 만든다. 당시, 광인들을 보호 감독하는 의사들이 병을 치료하는 전문의사의 지위를 얻기 위해 ‘광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신경성’이라는 병명을 붙였다

20세기 ‘과학의 시대’에서 인간은 진실이나 사실을 과학의 힘으로, 이성으로, 각 개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과거 종교의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개인이 자신의 이성적 능력으로 잘 살아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가짜뉴스나 음모론과 같은 정보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 자본주의 현대사회 속에서 개인주의 형태의 삶을 살게 될 때,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상태로 살고 있을 때, 믿고 싶은 대상을 더욱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절대적 권위를 가진 존재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또 누구를 믿어야 할지를 모를 때, 사기에 당하는 마음이 만들어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정직하게 일하며 건전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말은 공허하다. 가짜뉴스 또는 음모론의 희생자는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결정할 힘이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절대자 신이나 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는 막연한 당위성에 따르려 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 뚜렷하지 않을 때, 마치 절대자 신을 섬기듯이, 법이나 제도에 과도한 믿음을 부여하거나 전문가에게 의존한다.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

다크웹, 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 사범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조선DB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인이 ‘가짜뉴스’ ‘음모론’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바로 자신의 마음을 파악하고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대통령이나 어떤 국가 권력이나 기관도 사실과 가짜뉴스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들의 믿음에 반하는 것은 ‘가짜뉴스’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실인가’를 알기 힘들 뿐 아니라, 자신의 믿음에 따른 선택조차 가능하지 않다. 아니, 그런 선택은 현실적으로 생존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모두 믿고 산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팽배한 세상에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을 사실로 믿고 싶은가?’이다. 아니, 자신이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인지를 모른 채로, 절대적인 진리를 찾고, 자신의 마음이 아닌 몸의 아픔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남들도 다 믿는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나도 믿는 것이 더 안전하고 덜 불안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보모사회나 국가는 더욱더 위험한 존재이다. 이 나라의 정책과 사회 제도는 자기 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문제나 마음의 아픔을 호소할 때, 언제든지 마약과 같은 정신병 약으로 그 사람의 몸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정신건강’ ‘정신위생’ ‘정신면역’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경북 청도군에 있는 청도대남병원 모습. 지난 2020년 2월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당시 환자들이 수용된 곳이다. 사진=조선DB

자유민주주의 또는 경제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한 개인이 자기 마음을 읽지 못할 때, 비극은 시작된다. 자신의 마음의 아픔을 스스로의 눈으로 볼 수 없을 때, 또는 약이나 어떤 권위를 가진 전문가의 처방에 자신의 마음을 의존하게 될 때, 겪는 비극이다. 정신과 약물에 중독되어 1년이 아니라 5년, 10년, 20년 동안 약물 중독자로, 아니 요양원으로 포장된 정신병수용소에서 평생을 지내게 된다.

이런 상황을 코로나19 초기 2020년 겨울에 우리는 대구 지역의 ‘청도대남병원’의 장기 요양 환자들을 통해 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정신병 약에 중독되어 죽음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해 그들이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갇혀 있었던 수용소를 떠날 수 있게 해주었다.⊙

마음을 藥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믿는 시대… 정신과 의사의 등장

정신병이 마음의 아픔이라는 목소리는 20세기 중반 이후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정신의학’ 분야가 다른 의학 분야처럼 ‘전문약’을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마약 성분을 기반으로 한 진정·진통 효과의 약품들이다. 이들 약품들은 2차 세계대전 중 전쟁의 고통과 전투 의지 보강을 위해 병사들에게 보급되었다. 이후, 1950년대에 수술 전 환자들의 과도한 긴장과 불안을 줄여주는 약으로 사용되었다가, 심한 정신병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용도로 ‘클로로프로마진’이 나오게 된다. 이 약은 악마가 붙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환청, 환시, 환각이나 와해된 사고와 언어 증상들을 없애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향정신성 약물’ 처방은 마음의 아픔을 겪는 환자들을 대하는 의사들의 주된 치료법, 즉 대증요법이 되었다. 이후 수많은 환자를 마약, 약물 중독자가 되게 했으며, 이런 향정신성 약물로 더 다양한 정신병 환자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2011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한나라당, 제18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 제3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과명을 변경하는 ‘의료법’과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병명을 변경하는 ‘약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하여 개정하였다.

그러나 조현병이라는 병명은 환자의 증상도 아니고, 아픔을 호소하는 신체 부위를 언급하는 명칭도 아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을 대체하는 새로운 병명은 어떤 과학이나 의학 또는 학술적 근거 없이 철저하게 의사가 믿고 싶은 내용만을 담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마음의 병에 걸렸다는 환자의 마음을 알려 하기보다는 약 먹여 조용히 얌전히 있게 하면 치료라고 믿는다. ‘환자들이 자기 병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정신이 나간’, 아니 ‘미친 사람’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병식을 알려주거나 증상을 확인하는 것을 ‘상담’이라 한다.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삶의 방식은 철저하게 무시된 채로, 의사에 의해 부여된 ‘병명’이 국가 권력이 된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보모국가’로서 국민 개개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사회의 혜택이 비극이 되는 방식이다. 정신과 약이 마치 비타민처럼 국가의 지원에 의해 보급될 때, 그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더욱더 자살과 같은 충동적인 행동을 벌이게 된다. 마약과도 같은, 전문가에 의해 병을 치료하는 명목으로 처방되는 향정신성 약물이 만들어내는 결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이런 정부의 의료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내었다. 지난 10년 이상 자살을 정신병으로 취급하여 정신과 약을 처방한 정신과 의사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이다. 이것을 고려하면, 국가가 나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조차 ‘가짜뉴스’이자 음모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