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6大 언론개혁 법안은 민생 입법”… 관련 법안만 9개 이상
⊙ 국회 검토보고서, 민주당 추진 법안에 “언론 자유 침해 우려”
⊙ ‘징벌적 손해배상제’ 놓고 과잉금지 원칙 훼손·이중처벌 등 違憲 논란
⊙ 原보도와 동일한 위치에 같은 분량으로 정정보도 의무화, 불이행 시 과태료
⊙ 언론중재위원 구성, 법조인·언론인 줄이고 시민단체 출신 늘려
⊙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과는 ‘거꾸로’ 가는 언론개혁
⊙ 국회 검토보고서, 민주당 추진 법안에 “언론 자유 침해 우려”
⊙ ‘징벌적 손해배상제’ 놓고 과잉금지 원칙 훼손·이중처벌 등 違憲 논란
⊙ 原보도와 동일한 위치에 같은 분량으로 정정보도 의무화, 불이행 시 과태료
⊙ 언론중재위원 구성, 법조인·언론인 줄이고 시민단체 출신 늘려
⊙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과는 ‘거꾸로’ 가는 언론개혁
집권 4년 차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검찰개혁·사법개혁에 이어 이번에는 이른바 ‘언론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부터 언론개혁 관련 법안을 준비해왔다. 4·7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2월,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이른바 ‘6대 언론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반사회적 범죄”이며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영역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LH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으로 민주당은 미처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보궐선거를 치러야 했다.
민주당, “언론 때문에 선거 패배… 언론개혁 필요”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하자 여당은 “편파적인 언론 때문”이라면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4월 8일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언론의 편파 보도가) 이번 선거만 아니라 꽤 오래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더 심했다고 본다”며 “보궐선거에서 이 정도였는데, 대선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다’라는 느낌을 주면 민주주의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문 성향의 인사들은 “언론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언론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 “이제는 언론개혁을 할 때”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들 수고 많았다”라고 했다.
일부 민주당 당원들은 선거 패배에 대해 “시간을 주었을 때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고 나가지 않고 야당의 눈치를 보며 답답한 행보를 보인 결과”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6대 언론개혁 법안’은 크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형법’ ‘민법’ 개정안 등으로 이뤄졌다.
‘6대 개혁 법안’이라 부르지만, 실제 관련 법안의 수는 6개를 넘긴다. 법안을 심사하는 소관 상임위원회가 3곳이라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가짜뉴스 3법’이라고도 말한다.
지난 2월 8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기자들에게 “정부·여당은 권력 비판이 생명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며 “6대 언론개혁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을 길들이려는 ‘언론후퇴법’ ‘언론규제법’”이라고 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를 위한 민생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 태스크포스(TF) 단장인 노웅래 의원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고의로 게재한 경우에만 국한하기에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는 “잡초를 뽑겠다며 알곡까지 죽일 제초제와 다를 바 없다”며 “언론개혁을 주문했더니 언론검열로 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4월 8일, 노 의원은 “이전처럼 말로만 언론을 개혁하고 언론 관련 입법 처리한다고 소리만 지르고 끝내진 않을 것”이라며 “3월에 마무리하려다 선거 때문에 지연된 6개 안(案)을 반드시 입법 처리하겠다”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지난 2월 25일 열린 국회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총 7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정청래·김영주·신현영·박광온·김영호)이 발의했다.
문체위 소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정청래 안) ▲오보 방지를 위한 정정보도 조건 명시(정청래·박광온·김영호 안) ▲사생활이나 인격권 침해로 판단되는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청구권’ 신설(신현영 안) ▲언론중재위원회 인적 구성원 변경(정청래·김영주 안) 등이 담겼다.
정청래 의원은 총 3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중 첫 번째 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담았다.
정 의원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확립하자”고 밝혔다.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면 소관 상임위원회는 해당 법안에 대한 국회의 공식 검토 의견인 ‘국회 검토보고서’(이하 검토보고서)를 낸다.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민사 소송으로까지 이어져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언론사가 자기검열을 과도하게 강화하게 돼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악의적’이라는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최형두, “징벌적 손해배상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아”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회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최 의원은 “영미권은 명예훼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없는 대신 민사 절차를 통한 배상(징벌적 손해배상)을 거친다”면서 “명예훼손과 관련해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우리 실정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면 이중 처벌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금전적으로 손해배상을 보전받을 수 있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김영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언중위 중재위원의 정원 상한선을 12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행 언론중재법(제7조)은 중재위원회를 40명 이상 90명 이내의 중재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중재위원은 문체부 장관이 ①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법관 ②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한 변호사 ③언론사의 취재·보도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자 ④그 밖에 언론에 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위촉한다. 임기는 3년이며 1회 연임할 수 있다. 중재위원회는 ①~③의 자격을 갖춘 이들이 각각 중재위원 정수의 5분의 1 이상 위촉돼야 한다. 현재는 전체 중재위원의 60% 이상이 법관·변호사·언론 경력자인 셈이다.
언중위는 현재 90명의 중재위원이 18개 중재부를 구성해 언론 분쟁에 대한 조정·중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영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일부 야당 의원들도 신속한 피해구제와 중재위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중재위원 상한선 확대에는 동감했다. 다만, 검토보고서는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인건비 등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기금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과 언중위 감독 기관(문화체육관광부)과 예산지원 기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이 불일치해 책임 있는 관리·감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라고 했다.
김영주 의원은 “매년 조정신청사건의 접수 및 처리 건수가 늘고 있으나 중재위원의 상한이 90명으로 제한됐다. 신속한 조정이 처리되지 않아 언론피해구제라는 법 취지 구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출신 위원, 30%에서 70% 이상 할당
정청래 의원이 두 번째로 제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중재위원회 구성 및 위원의 자격(제7조)’과 ‘반론·정정보도시 원 보도에 해당하는 지면 및 분량 할당 의무화(제16~18조)’를 규정했다. 정 의원의 ‘두 번째 개정안’ 핵심은 중재위원의 자격요건 중 앞서 언급한 ①~③에 해당하는 비율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현행법은 법관·변호사·언론계 유경험자가 각각 최소 20%를 넘겨야 하나 개정안은 이들이 각각 전체 위원의 10%를 넘길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자격요건 변경도 담고 있다.
자격요건 ③의 경우, 현재는 ‘언론 취재·보도 경력 10년 이상’이면 중재위원이 될 수 있지만, 개정안은 10년 이상 종사 경험자 중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추천한 사람’으로 요건이 바뀐다.
④에 해당하는 위원의 자격요건도 ‘그 밖에 언론에 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서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언론 관련 학회 및 시민단체가 추천한 사람’으로 변경한다. ④항의 자격을 갖춘 위원을 전체 중재위원의 70% 이상으로 구성해 언중위의 인적 구성을 변경하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이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언론 분쟁에 대한 준사법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의 법관, 변호사 및 언론종사자 중재위원의 비중을 축소하면 중재부의 직무 수행에 법률적 판단과 언론사 사정에 대한 현실성 있는 판단이 어려워지는 등 위원회 본연의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추천권자로 특정 민간단체를 지정 및 선정하는 데에 따르는 공정성·형평성 문제, 추천받은 중재위원이 해당 단체의 대표성을 띠어 중립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문체부도 “언론 분쟁 조정 기능의 저하와 특정 단체를 지정하는 데에 따르는 공정성 문제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야당은 “현 정부에 우호적인 좌파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중재위원에 앉혀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중재위원의 자격과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그간 언중위가 해온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기에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체부 오영우 1차관도 중재위원의 수를 늘리는 것은 타당하나 법관 등 특정 직역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와의 협의’ 문구 삭제하고 ‘무조건’ 정정보도 명시
정 의원의 두 번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정정·반론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법 제15조 3항에 명시된 내용 중 ‘지체 없이 피해자 또는 그 대리인과 정정보도의 내용·크기 등에 관해 협의한 후’라는 대목을 삭제했다. ‘피해자와의 협의’라는 내용은 삭제하고 ‘원 보도의 지면 및 분량으로 방송 또는 게재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한국신문협회 및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은 보도의 사실 왜곡 정도, 피해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원 보도와 동일한 분량으로 정정보도하도록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언론학자와 언론계 종사자들도 “정정·반론보도를 기존 보도와 동일한 분량으로 내보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광온 의원의 개정안은 매체별 정정보도 방식을 매체의 특성에 따라 달리 규정해놓았다. 정정보도가 이 형식을 지키지 않을 경우, 문체부 장관이 해당 매체에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정정보도는 ▲방송의 경우 프로그램 시작할 때에 소개하거나 ▲신문의 경우 첫 지면 ▲잡지 등 정기간행물은 본문이 시작되는 첫 지면 ▲인터넷 신문의 경우 해당 언론사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게재할 것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언중위는 “정정보도 등을 신문의 첫 지면에 보도하도록 강제하면 언론사가 정정보도 등을 수용하기 위한 부담이 커지고, 당사자 간의 합의 등으로 이뤄지는 정정보도 등에 대한 분쟁 조정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정정보도 청구기한 연장
김영호 의원 안은 정정보도 시 정정의 대상인 언론 보도와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를 일률적으로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문체부 장관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정청래·박광온·김영호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은 정정보도 형태·방식을 규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소관 부처인 문체부는 정정보도 ‘분량’과 관련해 김영호 안을 바탕으로 ‘원래 보도의 시간·분량 및 크기의 2분의 1 이상으로 한다’는 절충안을 냈다. 문체부는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내용이 원래 보도의 일부일 경우, 같은 채널·지면 또는 장소에서 원래의 보도보다 시간·분량 및 크기를 작게 해 정정보도를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원래 보도의 시간·분량 및 크기의 2분의 1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일률적으로 정정보도를 동일 지면, 같은 분량으로 할 경우 일반 국민은 강제적으로 정정보도를 보아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자신의 기자 경험을 소개하며 “이건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정보도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의 세 번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정보도 청구 기한 연장과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상 정정·반론보도 청구 소송은 해당 언론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언론보도가 있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은 이 정정보도 청구 기한을 최장 4배 늘리는 내용이다. ‘정정보도 청구와 이를 준용하는 기한을 언론보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해당 언론보도 등이 있고 난 후 2년 이내’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 “언론중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의 사실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한 언론사 등에 시정을 명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국가인권위, “과태료 부과 부적절”
정 의원의 세 번째 개정안에 대해 보고서는 “허위보도에 대한 강제력 있는 대책을 마련해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보이나 과잉규제이며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8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시행 명령을 강제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열람차단청구권 신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인터넷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내용이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피해를 입은 자가 해당 기사(보도)의 열람 차단을 (즉시)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언론보도 등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급속히 전파됨에 따라 기존의 정정보도 등의 청구권만으로는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피해구제를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중위를 통한 피해구제에 시간이 소요되니 이에 앞서 피해자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이다.
검토보고서는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신 의원의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는 3개 요건인 내용의 진실성, 사생활·핵심 영역 침해, 인격권 지속 침해 여부를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검토 가능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댓글로 ‘마음의 상처’ 입을 경우 게시판 운영 제한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주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윤영찬 안) ▲댓글로 인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 입을 경우, 관련 게시판 운영 중단(양기대 안)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허위조작정보 삭제 의무 부과(정필모 안) 등이 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 안은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피해액의 최고 3배 이내 배상)와 유사하다. 차이점이라면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현행법이 불법 정보 및 거짓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에 대해 삭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으나 위법 행위가 반복될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이 미흡해 피해구제가 어렵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한 이용자의 권리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토보고서는 윤영찬 의원 안에 대해 “다른 이용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또는 불법 정보를 생산·유통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위반 행위자가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적용 범위의 적절성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모든 ‘불법 정보’에 적용할 것인지 제44조의7에 1항 2호(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에 따른 정보 중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에만 적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토보고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주로 영미법에서 적용·발전돼온 제도로, 민사 절차와 형사 절차를 구분해 원칙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전보(塡補)는 민사 절차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제재는 형사 절차를 통해 구제하거나 제재하는 우리나라 법 체계와는 조화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또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죄(70조 벌칙)는 형법에서 다루는 일반 명예훼손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이 더욱 강화된 제재는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경우에 이를 도입함이 타당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 제3자는 알 수 없어
민주당 양기대 의원의 개정안은 ‘중대한 심리적 침해를 유발하는 정보에 대한 게시판 운영 제한 조치 신설’을 담았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 ‘중대한 심리적 침해’를 유발할 경우, 해당 댓글이나 게시글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게시판의 운영을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댓글의 개념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당사자에게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가져온 댓글에 대해서 삭제 또는 반박 내용 게재를 요청하려면 댓글을 일일이 확인해 각각의 댓글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침해를 받은 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매우 미흡하다”면서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에 부가적으로 게시된 댓글로 인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받은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해 해당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의 운영 중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도 임의로 같은 조치를 임시로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심리적인 중대한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30일 이내의 기간 임시로 게시판 운영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보고서는 양 의원 안에 대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는 개인의 내심(內心)의 의사로서 제3자는 알 수 없기에 그 성립 여부에 대한 해석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권리 침해 정보’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해석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만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는 다소 추상적이며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댓글도 당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일으키는 댓글로 전락할 수 있다.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의 경우, 특정성·공연성·모욕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는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지적했다.
게시글은 괜찮고 댓글은 안 된다?
보고서는 또 “개정안은 댓글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킨 경우 해당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 운영 제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데, 이 경우 댓글이 아닌 일반 게시글로 인한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게시판 운영 제한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즉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유발하는 ‘댓글’은 안 되지만, ‘게시물’은 괜찮다는 논리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또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해당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의 운영 중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하도록 했는데, 이 ‘조치’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검토보고서는 “해당 댓글이 게재된 전체 게시판의 운영을 제한하는 것은 사업자의 영업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좌파 성향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조차 “악성 댓글을 이유로 게시판 전체를 운영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입맛에 맞는 댓글만 남겨두고 쓴소리와 비판은 아예 하지도, 보지도 못하게 국민의 입과 눈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해관계자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통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라는 정의가 불명확하다고 했다. 사생활이나 명예와는 다른 ‘내심의 주관적 의사’이기에 외부의 제3자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요청자가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침해 댓글로 인해 아무런 침해도 일으키지 않았던 다른 게재자의 댓글까지 영향을 끼쳐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사적 검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불법성이 명확하지 않은 심리적 침해 부분까지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게시판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사적 검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사자는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지 않아도, 사업자가 일종의 사전 검열을 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결론적으로 양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불가능한 일로 판단된다”고 했다
포털의 허위조작정보 삭제 의무화
민주당 정필모 의원의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허위조작정보 삭제를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정필모 의원은 이른바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정보를 매개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을 가진 행위로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언론 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또는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검증된 사실로 포장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포털)에 허위조작정보가 게재돼 있을 경우,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도록 책무를 부여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검토보고서는 정 의원이 정의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과 같은 내용은 추상적이고 의미가 불명확한 개념으로서 타인의 내심의 의사를 추단하게 하는 등 주관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저널리즘’과 같이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와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과 같이 해석이 불분명한 내용이 포함돼 규제 대상에 대한 정의 규정으로서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정안의 정의 규정을 따르면, 규제 대상 정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우려가 있어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송이 출판물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
현행 형법 제309조(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는 ‘출판물’을 텔레비전 방송을 제외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로 한정한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형법 개정안은 출판물에 ‘텔레비전 기타 방송’을 포함해 방송을 더 무겁게 처벌하려는 취지이다. 그간 방송을 통한 명예훼손은 형법 307조를 적용받았다. 현행법상 명예훼손죄 처벌 규정은 ▲일반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사자(死者)의 명예훼손(형법 제308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제309조)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정통법 제70조)이 있다.
법원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일반 명예훼손보다 가중 처벌하기에 기타 출판물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한다. 이에 문언 해석상 ‘기타 출판물’에 텔레비전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 3월 1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소위 제1차 회의록에 따르면, 법무부와 여당 의원들은 라디오나 인쇄 매체보다 파급력이 더 큰 ‘방송’이 오히려 처벌 수위는 라디오나 종이 한 장보다 낮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김남국·송기헌·백혜련 의원은 오늘날 방송이 가진 영향력을 볼 때 “다른 매체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형법 제309조를 제정할 당시(1953년)는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었다. 이 때문에 방송의 영향력이 오늘과 같이 클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주장도 있어
검사 출신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과 판사 출신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형법 309조 개정이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제307조 1항의 행위(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제310조에 따르면, 제307조에 따라 ‘허위사실’을 보도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만 ‘진실한 사실’을 보도할 경우 위법성이 없어져 처벌받지 않는다. 방송이 형법 309조의 출판물에 포함되면,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한 사실’을 보도해도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유 의원과 전 의원은 제307조로 충분히 ‘방송’에 대한 명예훼손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용구 법무차관도 “그렇다”고 답했다. 또 야당은 제309조에 명시된 ‘라디오’를 통한 처벌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방송 역시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방송협회는 형법 제309조 개정과 관련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폐지 논의가 거세고 관련 위헌 소원도 헌재에 지속 제기되는 점, 세계적으로 비(非)형사범죄화라는 추세를 고려할 때,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출판물의 범위 수정에 국한해 논할 사안이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표현의 자유 확대와 언론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집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시 ‘정보통신망법상 사업자의 일방적 임시조치(게시물 비공개 전환 등)에 대해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임시조치 제도 개선’과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 사유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이원욱 의원은 형법 개정안과 함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담은 민법 개정안(제764조 2항 및 3항 신설)도 발의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방식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에 대해 피해자가 입은 손해의 최고 5배를 배상하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이 의원의 민법 개정안에 대해 “형법에 따라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는 경우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다”며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대부분의 법률에서 손해배상액 한도를 3배로 정하고 있다”며 5배는 과하다는 입장을 냈다.
법무부도 이 개정안에 대해 “실제 재판 과정에서는 과잉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형사처벌에 이은 민사 배상은 이중 처벌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언론중재법 아닌 언론제재법
정부·여당이 언론개혁을 발표하자 지난 2월 9일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한국피디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공공 보도인 경우 미국과 같이 허위성과 악의의 입증은 정치인 및 해당 기관에 입증 책임 부여 ▲정보통신망법과 형법 등 중구난방인 개정안 추진을 멈추고 관련 논의를 언론중재법으로 단일화해 처리 ▲형법과 민법 모두에서 규정하는 명예훼손죄를 실효성 없는 형법에서 제외하고 민법에서 규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언론학자들은 “민주당 법안은 피해 구제보다 표현의 자유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 폐지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형두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이 언론중재법을 언론제재법으로 바꾸려고 한다”면서도 “보궐선거 결과 때문에 섣불리 관련 법안들을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여당이 밀어붙이는 법안들을 야당이 갖은 힘을 다해 막아오고 있다”면서 “여당이 의석수를 바탕으로 무리한 시도를 벌인다면 손쓸 방법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 문제 법안의 통과를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반사회적 범죄”이며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영역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LH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으로 민주당은 미처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보궐선거를 치러야 했다.
민주당, “언론 때문에 선거 패배… 언론개혁 필요”
노웅래 의원. 사진=뉴시스 |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4월 8일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언론의 편파 보도가) 이번 선거만 아니라 꽤 오래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더 심했다고 본다”며 “보궐선거에서 이 정도였는데, 대선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다’라는 느낌을 주면 민주주의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문 성향의 인사들은 “언론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언론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 “이제는 언론개혁을 할 때”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들 수고 많았다”라고 했다.
일부 민주당 당원들은 선거 패배에 대해 “시간을 주었을 때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고 나가지 않고 야당의 눈치를 보며 답답한 행보를 보인 결과”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6대 언론개혁 법안’은 크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형법’ ‘민법’ 개정안 등으로 이뤄졌다.
‘6대 개혁 법안’이라 부르지만, 실제 관련 법안의 수는 6개를 넘긴다. 법안을 심사하는 소관 상임위원회가 3곳이라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가짜뉴스 3법’이라고도 말한다.
지난 2월 8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기자들에게 “정부·여당은 권력 비판이 생명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며 “6대 언론개혁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을 길들이려는 ‘언론후퇴법’ ‘언론규제법’”이라고 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를 위한 민생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 태스크포스(TF) 단장인 노웅래 의원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고의로 게재한 경우에만 국한하기에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는 “잡초를 뽑겠다며 알곡까지 죽일 제초제와 다를 바 없다”며 “언론개혁을 주문했더니 언론검열로 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4월 8일, 노 의원은 “이전처럼 말로만 언론을 개혁하고 언론 관련 입법 처리한다고 소리만 지르고 끝내진 않을 것”이라며 “3월에 마무리하려다 선거 때문에 지연된 6개 안(案)을 반드시 입법 처리하겠다”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정청래 의원. 사진=조선DB |
문체위 소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정청래 안) ▲오보 방지를 위한 정정보도 조건 명시(정청래·박광온·김영호 안) ▲사생활이나 인격권 침해로 판단되는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청구권’ 신설(신현영 안) ▲언론중재위원회 인적 구성원 변경(정청래·김영주 안) 등이 담겼다.
정청래 의원은 총 3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중 첫 번째 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담았다.
정 의원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확립하자”고 밝혔다.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면 소관 상임위원회는 해당 법안에 대한 국회의 공식 검토 의견인 ‘국회 검토보고서’(이하 검토보고서)를 낸다.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민사 소송으로까지 이어져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언론사가 자기검열을 과도하게 강화하게 돼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악의적’이라는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최형두, “징벌적 손해배상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아”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회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최 의원은 “영미권은 명예훼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없는 대신 민사 절차를 통한 배상(징벌적 손해배상)을 거친다”면서 “명예훼손과 관련해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우리 실정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면 이중 처벌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금전적으로 손해배상을 보전받을 수 있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김영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언중위 중재위원의 정원 상한선을 12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행 언론중재법(제7조)은 중재위원회를 40명 이상 90명 이내의 중재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중재위원은 문체부 장관이 ①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법관 ②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한 변호사 ③언론사의 취재·보도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자 ④그 밖에 언론에 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위촉한다. 임기는 3년이며 1회 연임할 수 있다. 중재위원회는 ①~③의 자격을 갖춘 이들이 각각 중재위원 정수의 5분의 1 이상 위촉돼야 한다. 현재는 전체 중재위원의 60% 이상이 법관·변호사·언론 경력자인 셈이다.
언중위는 현재 90명의 중재위원이 18개 중재부를 구성해 언론 분쟁에 대한 조정·중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영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일부 야당 의원들도 신속한 피해구제와 중재위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중재위원 상한선 확대에는 동감했다. 다만, 검토보고서는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인건비 등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기금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과 언중위 감독 기관(문화체육관광부)과 예산지원 기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이 불일치해 책임 있는 관리·감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라고 했다.
김영주 의원은 “매년 조정신청사건의 접수 및 처리 건수가 늘고 있으나 중재위원의 상한이 90명으로 제한됐다. 신속한 조정이 처리되지 않아 언론피해구제라는 법 취지 구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출신 위원, 30%에서 70% 이상 할당
정청래 의원이 두 번째로 제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중재위원회 구성 및 위원의 자격(제7조)’과 ‘반론·정정보도시 원 보도에 해당하는 지면 및 분량 할당 의무화(제16~18조)’를 규정했다. 정 의원의 ‘두 번째 개정안’ 핵심은 중재위원의 자격요건 중 앞서 언급한 ①~③에 해당하는 비율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현행법은 법관·변호사·언론계 유경험자가 각각 최소 20%를 넘겨야 하나 개정안은 이들이 각각 전체 위원의 10%를 넘길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자격요건 변경도 담고 있다.
자격요건 ③의 경우, 현재는 ‘언론 취재·보도 경력 10년 이상’이면 중재위원이 될 수 있지만, 개정안은 10년 이상 종사 경험자 중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추천한 사람’으로 요건이 바뀐다.
④에 해당하는 위원의 자격요건도 ‘그 밖에 언론에 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서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언론 관련 학회 및 시민단체가 추천한 사람’으로 변경한다. ④항의 자격을 갖춘 위원을 전체 중재위원의 70% 이상으로 구성해 언중위의 인적 구성을 변경하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이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언론 분쟁에 대한 준사법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의 법관, 변호사 및 언론종사자 중재위원의 비중을 축소하면 중재부의 직무 수행에 법률적 판단과 언론사 사정에 대한 현실성 있는 판단이 어려워지는 등 위원회 본연의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추천권자로 특정 민간단체를 지정 및 선정하는 데에 따르는 공정성·형평성 문제, 추천받은 중재위원이 해당 단체의 대표성을 띠어 중립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문체부도 “언론 분쟁 조정 기능의 저하와 특정 단체를 지정하는 데에 따르는 공정성 문제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야당은 “현 정부에 우호적인 좌파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중재위원에 앉혀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중재위원의 자격과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그간 언중위가 해온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기에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체부 오영우 1차관도 중재위원의 수를 늘리는 것은 타당하나 법관 등 특정 직역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와의 협의’ 문구 삭제하고 ‘무조건’ 정정보도 명시
정 의원의 두 번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정정·반론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법 제15조 3항에 명시된 내용 중 ‘지체 없이 피해자 또는 그 대리인과 정정보도의 내용·크기 등에 관해 협의한 후’라는 대목을 삭제했다. ‘피해자와의 협의’라는 내용은 삭제하고 ‘원 보도의 지면 및 분량으로 방송 또는 게재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한국신문협회 및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은 보도의 사실 왜곡 정도, 피해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원 보도와 동일한 분량으로 정정보도하도록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언론학자와 언론계 종사자들도 “정정·반론보도를 기존 보도와 동일한 분량으로 내보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광온 의원의 개정안은 매체별 정정보도 방식을 매체의 특성에 따라 달리 규정해놓았다. 정정보도가 이 형식을 지키지 않을 경우, 문체부 장관이 해당 매체에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정정보도는 ▲방송의 경우 프로그램 시작할 때에 소개하거나 ▲신문의 경우 첫 지면 ▲잡지 등 정기간행물은 본문이 시작되는 첫 지면 ▲인터넷 신문의 경우 해당 언론사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게재할 것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언중위는 “정정보도 등을 신문의 첫 지면에 보도하도록 강제하면 언론사가 정정보도 등을 수용하기 위한 부담이 커지고, 당사자 간의 합의 등으로 이뤄지는 정정보도 등에 대한 분쟁 조정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형두 의원. |
정청래·박광온·김영호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은 정정보도 형태·방식을 규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소관 부처인 문체부는 정정보도 ‘분량’과 관련해 김영호 안을 바탕으로 ‘원래 보도의 시간·분량 및 크기의 2분의 1 이상으로 한다’는 절충안을 냈다. 문체부는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내용이 원래 보도의 일부일 경우, 같은 채널·지면 또는 장소에서 원래의 보도보다 시간·분량 및 크기를 작게 해 정정보도를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원래 보도의 시간·분량 및 크기의 2분의 1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일률적으로 정정보도를 동일 지면, 같은 분량으로 할 경우 일반 국민은 강제적으로 정정보도를 보아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자신의 기자 경험을 소개하며 “이건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정보도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의 세 번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정보도 청구 기한 연장과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상 정정·반론보도 청구 소송은 해당 언론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언론보도가 있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은 이 정정보도 청구 기한을 최장 4배 늘리는 내용이다. ‘정정보도 청구와 이를 준용하는 기한을 언론보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해당 언론보도 등이 있고 난 후 2년 이내’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 “언론중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의 사실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한 언론사 등에 시정을 명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국가인권위, “과태료 부과 부적절”
정 의원의 세 번째 개정안에 대해 보고서는 “허위보도에 대한 강제력 있는 대책을 마련해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보이나 과잉규제이며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8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시행 명령을 강제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열람차단청구권 신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인터넷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내용이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피해를 입은 자가 해당 기사(보도)의 열람 차단을 (즉시)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언론보도 등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급속히 전파됨에 따라 기존의 정정보도 등의 청구권만으로는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피해구제를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중위를 통한 피해구제에 시간이 소요되니 이에 앞서 피해자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이다.
검토보고서는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신 의원의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는 3개 요건인 내용의 진실성, 사생활·핵심 영역 침해, 인격권 지속 침해 여부를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검토 가능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주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윤영찬 안) ▲댓글로 인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 입을 경우, 관련 게시판 운영 중단(양기대 안)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허위조작정보 삭제 의무 부과(정필모 안) 등이 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 안은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피해액의 최고 3배 이내 배상)와 유사하다. 차이점이라면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현행법이 불법 정보 및 거짓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에 대해 삭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으나 위법 행위가 반복될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이 미흡해 피해구제가 어렵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한 이용자의 권리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토보고서는 윤영찬 의원 안에 대해 “다른 이용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또는 불법 정보를 생산·유통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위반 행위자가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적용 범위의 적절성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모든 ‘불법 정보’에 적용할 것인지 제44조의7에 1항 2호(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에 따른 정보 중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에만 적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토보고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주로 영미법에서 적용·발전돼온 제도로, 민사 절차와 형사 절차를 구분해 원칙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전보(塡補)는 민사 절차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제재는 형사 절차를 통해 구제하거나 제재하는 우리나라 법 체계와는 조화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또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죄(70조 벌칙)는 형법에서 다루는 일반 명예훼손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이 더욱 강화된 제재는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경우에 이를 도입함이 타당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 제3자는 알 수 없어
민주당 양기대 의원의 개정안은 ‘중대한 심리적 침해를 유발하는 정보에 대한 게시판 운영 제한 조치 신설’을 담았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 ‘중대한 심리적 침해’를 유발할 경우, 해당 댓글이나 게시글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게시판의 운영을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댓글의 개념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당사자에게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가져온 댓글에 대해서 삭제 또는 반박 내용 게재를 요청하려면 댓글을 일일이 확인해 각각의 댓글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침해를 받은 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매우 미흡하다”면서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에 부가적으로 게시된 댓글로 인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받은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해 해당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의 운영 중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도 임의로 같은 조치를 임시로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심리적인 중대한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30일 이내의 기간 임시로 게시판 운영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보고서는 양 의원 안에 대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는 개인의 내심(內心)의 의사로서 제3자는 알 수 없기에 그 성립 여부에 대한 해석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권리 침해 정보’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해석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만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는 다소 추상적이며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댓글도 당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일으키는 댓글로 전락할 수 있다.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의 경우, 특정성·공연성·모욕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는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지적했다.
게시글은 괜찮고 댓글은 안 된다?
보고서는 또 “개정안은 댓글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킨 경우 해당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 운영 제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데, 이 경우 댓글이 아닌 일반 게시글로 인한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게시판 운영 제한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즉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유발하는 ‘댓글’은 안 되지만, ‘게시물’은 괜찮다는 논리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또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해당 댓글이 게재된 게시판의 운영 중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하도록 했는데, 이 ‘조치’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검토보고서는 “해당 댓글이 게재된 전체 게시판의 운영을 제한하는 것은 사업자의 영업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좌파 성향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조차 “악성 댓글을 이유로 게시판 전체를 운영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입맛에 맞는 댓글만 남겨두고 쓴소리와 비판은 아예 하지도, 보지도 못하게 국민의 입과 눈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해관계자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통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라는 정의가 불명확하다고 했다. 사생활이나 명예와는 다른 ‘내심의 주관적 의사’이기에 외부의 제3자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요청자가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침해 댓글로 인해 아무런 침해도 일으키지 않았던 다른 게재자의 댓글까지 영향을 끼쳐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사적 검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불법성이 명확하지 않은 심리적 침해 부분까지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게시판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사적 검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사자는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지 않아도, 사업자가 일종의 사전 검열을 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결론적으로 양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불가능한 일로 판단된다”고 했다
포털의 허위조작정보 삭제 의무화
‘허위조작정보’ 규제 법안 제정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
정필모 의원은 이른바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정보를 매개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을 가진 행위로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언론 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또는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검증된 사실로 포장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포털)에 허위조작정보가 게재돼 있을 경우,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도록 책무를 부여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검토보고서는 정 의원이 정의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과 같은 내용은 추상적이고 의미가 불명확한 개념으로서 타인의 내심의 의사를 추단하게 하는 등 주관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저널리즘’과 같이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와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과 같이 해석이 불분명한 내용이 포함돼 규제 대상에 대한 정의 규정으로서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정안의 정의 규정을 따르면, 규제 대상 정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우려가 있어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송이 출판물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
현행 형법 제309조(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는 ‘출판물’을 텔레비전 방송을 제외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로 한정한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형법 개정안은 출판물에 ‘텔레비전 기타 방송’을 포함해 방송을 더 무겁게 처벌하려는 취지이다. 그간 방송을 통한 명예훼손은 형법 307조를 적용받았다. 현행법상 명예훼손죄 처벌 규정은 ▲일반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사자(死者)의 명예훼손(형법 제308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제309조)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정통법 제70조)이 있다.
법원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일반 명예훼손보다 가중 처벌하기에 기타 출판물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한다. 이에 문언 해석상 ‘기타 출판물’에 텔레비전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 3월 1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소위 제1차 회의록에 따르면, 법무부와 여당 의원들은 라디오나 인쇄 매체보다 파급력이 더 큰 ‘방송’이 오히려 처벌 수위는 라디오나 종이 한 장보다 낮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김남국·송기헌·백혜련 의원은 오늘날 방송이 가진 영향력을 볼 때 “다른 매체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형법 제309조를 제정할 당시(1953년)는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었다. 이 때문에 방송의 영향력이 오늘과 같이 클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주장도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 |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제307조 1항의 행위(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제310조에 따르면, 제307조에 따라 ‘허위사실’을 보도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만 ‘진실한 사실’을 보도할 경우 위법성이 없어져 처벌받지 않는다. 방송이 형법 309조의 출판물에 포함되면,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한 사실’을 보도해도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유 의원과 전 의원은 제307조로 충분히 ‘방송’에 대한 명예훼손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용구 법무차관도 “그렇다”고 답했다. 또 야당은 제309조에 명시된 ‘라디오’를 통한 처벌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방송 역시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방송협회는 형법 제309조 개정과 관련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폐지 논의가 거세고 관련 위헌 소원도 헌재에 지속 제기되는 점, 세계적으로 비(非)형사범죄화라는 추세를 고려할 때,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출판물의 범위 수정에 국한해 논할 사안이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표현의 자유 확대와 언론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집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시 ‘정보통신망법상 사업자의 일방적 임시조치(게시물 비공개 전환 등)에 대해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임시조치 제도 개선’과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 사유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이원욱 의원은 형법 개정안과 함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담은 민법 개정안(제764조 2항 및 3항 신설)도 발의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방식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에 대해 피해자가 입은 손해의 최고 5배를 배상하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이 의원의 민법 개정안에 대해 “형법에 따라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는 경우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다”며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대부분의 법률에서 손해배상액 한도를 3배로 정하고 있다”며 5배는 과하다는 입장을 냈다.
법무부도 이 개정안에 대해 “실제 재판 과정에서는 과잉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형사처벌에 이은 민사 배상은 이중 처벌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언론중재법 아닌 언론제재법
언론노조·민언련 등 언론 종사 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
언론학자들은 “민주당 법안은 피해 구제보다 표현의 자유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 폐지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형두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이 언론중재법을 언론제재법으로 바꾸려고 한다”면서도 “보궐선거 결과 때문에 섣불리 관련 법안들을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여당이 밀어붙이는 법안들을 야당이 갖은 힘을 다해 막아오고 있다”면서 “여당이 의석수를 바탕으로 무리한 시도를 벌인다면 손쓸 방법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 문제 법안의 통과를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