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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연구

자멸한 ‘개콘’ 정치학

재미없는 ‘인격살해’ 정치극으로 끝내 자살골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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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콘이 종영되기 전에 최순실 깐 것처럼 조국·윤미향·추미애를 까고, 박근혜를 깠던 것처럼 문재인을 깠다면 시청률 20%는 금세 회복됐을 텐데….”

⊙ ‘민상토론’ ‘대통형’ 등 풍자를 빙자한 어설픈 정치극은 악몽에 가까웠다
⊙ “개콘 담당 PD였던 서수민·조준희의 정치색이 원인”
⊙ “조준희 PD와 전혀 관련 없다. 어디까지나 개그맨 개인적 의견?”… 소가 웃을 일
⊙ ‘박근혜 게이트’라는 푯말을 들며 “이게 맞는 거다?”
⊙ “개콘은 정치 개그를 하면서 더 재미가 없어졌다는 것이 진실”
개콘 ‘민상토론2’ 코너에서 개그맨 송중근이 ‘최순실 게이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 2020년 6월 28일 종방(終放)했다. 1999년 첫 방송 이후 21년 만이다. 개콘의 몰락으로 공중파 TV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앞서 MBC는 2014년 〈코미디의 길〉 폐지 이후 명맥이 끊겼다. SBS 〈웃찾사〉는 폐지→재개→시간대 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다 2017년 사라졌다.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이 모두 없어지면서 이제 억지로라도 웃을 일이 없게 됐으나 이상하게도 개콘 빈자리를 아쉬워하는 이가 드물다. 왜 그럴까. 벌써 폐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개콘 몰락과 폐지를 두고 지금도 소셜미디어(SNS)상에서 말들이 많지만, 개콘의 정치 풍자 코너였던 ‘민상토론’ ‘민상토론2’ ‘대통형’ 등 과거 보수정당이 여당일 때 했던 풍자를 빙자한 어설픈 정치극은 악몽에 가까웠다. 공중파, 공영방송, 국가기간방송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졸속 탄핵의 바람을 타고 마녀사냥에 가까운 정치적 편향성을 개그에 담았다.
 
  그 결과, 보통의 시청자마저 개콘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커졌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그렇게 신랄하게 까더니 정권 교체 후에도 여전히 보수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개콘 몰락을 자초하지 않았을까.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었다. 공중파가 지닌 에토스(Ethos·어떤 시대나 집단의 지배적 의식)를 개콘 스스로 무너뜨렸다.
 
 
  ‘개념 있는 개그맨 코스프레’
 
〈개그콘서트〉 로고. 장수 개그 프로그램으로 21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정치 편향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20년 6월 28일 종영됐다.
  개그맨들은 그들이 개그로 저주했던 정권이 무너지자, 얼마 후 그들마저 공중파를 떠나게 된 비극적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개콘 폐지에 관한 유튜브 댓글 중에 이런 문장이 기자의 눈에 띄었다.
 
  〈… 이빨 발톱 다 빠진 가죽밖에 안 남은 ‘이명박근혜’ 까면서 용기 있고 개념 있는 개그맨 코스프레 오지게 했지. 아무런 불이익도 위험도 없으면서 모든 불이익·위험 감수하며 까는 척도 오졌고. 게다가 쓰리 쿠션으로 돌려 까고 반전도 있어야 웃기기라도 한데 그냥 직선적 일차원적으로 까기만 하니 누가 보나. 아무런 메시지도 없고 그냥 한쪽 편 홍보하면서 그걸 개그라고? 누가 그러데. ‘세계 최초로 집권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을 까는 개그맨들’이라고.…〉
 
  스스로 우파 개그맨이라고 밝히는 개그맨 최국씨는 개콘 몰락을 PD와 개그맨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찾는다.
 
  “과거 개콘은 PD 앞에서 ‘리허설’을 했어요. 제작진 앞에서 개그 코너를 보여주고 대화를 했죠. 그러나 어느 순간 ‘검사’를 받게 됐어요. 검사라는 말 자체가 수직관계를 의미합니다. 공유가 아닌 지시가 이뤄지게 되고 개그맨들은 PD 의도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니 창의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이 상황이 됐죠.”
 
  2016년 10월 3일에 방송된 KBS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한 개그맨 유민상은 “연출진과 개그 아이디어로 충돌할 땐 연출진 의견을 전적으로 따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하관계, 주종(主從)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개콘 담당 PD였던 서수민·조준희의 정치색이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개콘 암흑기’를 동행했던 이들의 편향적인 정치 성향이 개콘을 몰락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서수민 PD는 2016년 KBS를 떠나 JTBC로 이직했다. 조준희 PD는 2020년 7월까지 KBS 〈날아라 슛돌이-비기닝〉 프로를 맡았다.
 
 
  ① “4대강 사업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개그맨 박영진)
 
  기자는 2015~2017년 개콘의 ‘정치 풍자극’을 들여다보았다. 일부 대사를 꼼꼼히 되짚어보았다. 기자가 내린 결론은 풍자가 아니었다. 정치에 가까웠다. 당시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추길 때 개콘 역시 풍자의 탈을 쓴 선동기관으로 정치에, 탄핵에 앞장섰다. 직설적이고 뻔한, 유머를 보러 왔는데 뉴스를 보는 듯한 정치극이었다.
 
  먼저 2015년 4월 12일 개콘 ‘민상토론’ 코너로 돌아가보자. 토론 주제는 ‘4대강 사업’. 개그맨 박영진이 사회를 보고 유민상·김대성이 토론자로 나왔다.
 
  〈박영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물 부족을 해결하고 자연재해를 방지한 성공한 사업이라는 평가와 환경오염과 국고를 낭비한 실패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4대강 사업 유민상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민상 (어리둥절해하며) 뭘요?
 
  4대강 사업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나요?
 
  (유민상이 김대성을 향해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박영진이 이렇게 몰아세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을 보니까 실패다!
 
  아닙니다.
 
  그럼 성공이다!
 
  아니에요. 왜 개그맨에게 물어봅니까.
 
  개그맨에게 묻지 말라. 의견이 없다!
 
  의견도 있고 생각은 있지만, 어느 한쪽을 이야기하면 다른 쪽에서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소송을 거네,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의견은 있는데 개그맨이니까 그냥 바보 흉내나 내면서 살이나 뒤룩뒤룩 찌겠다?
 
  아니, 내가 언제 그랬어.
 
  그럼 옆에 있는 김대성씨에게 묻겠습니다. 4대강 사업, 어떻게 보십니까.
 
  김대성 저, 저요?
 
  네, 4대강 사업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
 
  저까짓게 무슨 생각이 있겠습니까.
 
  말씀해주세요.
 
  4대강보다는… 제가 4대 독자거든요. 한 번만 봐주세요.
 
  4대 독자요? 봐드리겠습니다.
 
  뭐요? 4대 독자라고 봐주는 게 어딨어요. 다른 얘기 하고 싶어요.
 
 
  “조준희 PD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럼 유민상씨가 원하는 이야기 하시죠.
 
  정말이죠? 그럼 ‘저 원’하는 이야기할게요.
 
  ‘자원’? 자원외교! 알겠습니다. 유민상씨가 원하는 대로 자원외교, 과연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국가 혈세 낭비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두 분이 정해진 시간 내에 격렬한 토론을 시작하세요. 시작하시죠.
 
  (초침 소리가 긴박하게 들리고, 유민상이 김대성에게 이렇게 말한다.)
 
  먼, 먼저… 정치적 견해를 밝혀주세요.
 
  (안절부절못하며) 유민상씨부터 정치적 견해를 밝혀주시죠.
 
  (낮은 소리로) 이걸 (여기서) 왜 하고 있어. 심야 토론이야, 100분 토론이야. 아, 100분 토론은 MBC 것이구나.
 
  MB? MB? MB가 잘못됐다고요?
 
  아이고, 아니, MBC!
 
  이명박씨!
 
  어이구, 어이구.
 
  들었습니다. MB. 이 사람이 그렇게 청계천에 자주 갑니다.
 
  뭔 소리야.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 형을 보내려고 하는 거야?
 
  형? 형?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이라면 이상득 전 의원?
 
  정확하게 들었습니다.
 
  김대성씨 정확하게 들었습니까.
 
  네, 들었습니다.
 
  자원외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게 되게 복잡한 ‘문제이’긴 한데….
 
  문재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문재인?
 
  잘못했어요.
 
  문재인 대표가 잘못했다?
 
  아니, 아니 억지…, 저한테 왜 그러십니까.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문재인 대표를 자꾸 걸고넘어지는데, 김대성씨. 문재인 대표 저격수입니까.
 
  시청자 여러분. 지금 두 사람 의견은 개그콘서트 조준희 PD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강조합니다.
 
  그런 걸 왜 하는 거야. 다 빠져나가려고 그러는 거지?〉
 
 
  PD의 정치 성향 드러내
 
  세 사람의 대화는 오직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자원외교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한다. ‘MBC→MB→이명박씨’ ‘4대강→4대 독자’로 이어지는 유머 전개도 소심한 말장난에 가깝다. 자원외교에 앞장섰던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도 욕받이 대상이다. 조롱과 비하로 일관한다.
 
  4대강 정비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과제다. 온갖 비난에도 일관되게 추진해왔으나 4대강 보와 댐을 ‘정치화’하는 세력들에 의해 계속된 감사원 감사와 검찰조사를 받았다. 심지어 정부(환경부)가 보(洑) 철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4대강 댐과 보 건설은 지금도 논란이 있으나 여전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4대강 유역의 주민들이 그렇다. 그러나 개콘은 자신도 모르게 가랑비에 옷이 젖듯 4대강 사업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갖게 만든다.
 
  개그맨 박영진의 마지막 대사도 부적절하다. 그는 “지금 두 사람(유민상·김대성) 의견은 개그콘서트 조준희 PD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주장한다.
 
  굳이 이런 말을 개그 대사로 끼워 넣은 이유가 뭘까. 조 PD의 정치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말에 지나지 않는다. 개그맨 뒤에 숨어 장난을 친 것과 다름없다. 소가 웃을 일이다. 유민상이 “그런 걸 왜 하는 거야. 다 빠져나가려고 그러는 거지?”라는 대사도 병 주고 약 주는 말로 들린다.
 
 
  ②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개그맨 유민상)
 
개콘 ‘민상토론2’에서 총리 후보 역으로 나온 개그맨 유민상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의 내용을 패러디하며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자괴감이 듭니다”고 말했다.
  개콘 ‘민상토론’은 2015년 4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이어지다 종영됐다. 이 기간 중 결방된 적이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일도 있다. 변희재씨가 대표로 있는 인터넷미디어협회(인미협)는 그해 6월 14일 방송된 ‘민상토론’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해 불쾌했다며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인미협은 “공영방송 KBS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일방의 주장 및 입장만을 찬양하는 방송을 했다는 것은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민상토론’은 종영되고 더 노골적인 ‘민상토론2’로 등장한다. 첫 방송일은 2016년 11월 13일. “시청률이 본격적으로 저조해지고 작품성도 악평을 받기 시작하던 무렵의 개콘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코너”라는 평가가 나온다. 드라마로 치면 한층 더 ‘막장’에 가까웠다.
 
  ‘민상토론2’ 첫 회부터 개그맨 송중근은 ‘최순실 게이트’라고 적힌 팻말을 든다. 유민상이 “이건 아니다”고 지적하자, 송중근은 “이건 아니다?”고 반문하며 ‘박근혜 게이트’라는 팻말로 바꿔 든다. 풍자가 아니라 선전 선동에 가깝다. 11월 13일 방송된 ‘민상토론2’를 좀 더 들여다보자.
 
 
  민상토론2
 
개콘 ‘민상토론’이 종영되고 ‘민상토론2’가 새로운 코너로 등장했다. 첫 방송일은 2016년 11월 13일이었다.
  〈송중근 유민상씨의 이 발언은 개그콘서트 조준희 PD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준비한 대본을 읽으며) 정치권에서도 이번 게이트가 누구의 게이트냐를 두고 말이 많은데요, 이에 대해 두 분이 심화 토론 격렬하게 시작하겠습니다.
 
  김대성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신 유민상씨께서 먼저 말씀하십시오.
 
  유민상 나, 아니라고.
 
  나, 아니다? 나, 아니고 조사받을 사람은 따로 있다?
 
  조용히!(라며 입술에 검지를 댄다.)
 
  한 명! 한 명만 조사하면 된다? 그게 누굽니까.
 
  거기까지 듣겠습니다. 사상 초유의 국정 혼란을 일으킨 이번 사태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 한 말씀씩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문고리 4인방 김대성씨, 한 말씀 해주세요.
 
  뭘 그리 꼬치꼬치 깨물어요. 당신 검찰이야?
 
  (송중근을 보며) 네, 당신이 검찰이야. 검찰에 가서 얘기하겠다잖아요.
 
  그럼 비선 실세이자 최순실씨의 최측근 유민상씨께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게 또 뭐냐고. 마지막에는 ‘결국 내가’….
 
  (‘결국 내가’와 발음이 비슷한) ‘거국내각’? 거국내각 총리로 가야 한다? 그럼 총리는 누가 해야 합니까.
 
  ‘내각’이 아니라 ‘내가’…, 내가….
 
  내가 총리를 하겠다? 여러분 유민상씨가 내각 총리로 자신을 추천했습니다.
 
  유 총리 후보자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없습니까.
 
  왜 그래 진짜.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나 이제 어떻게 해.
 
  (하며 시선이 송준근 뒤에 있는 개그맨 이수지에게 간다. 이수지는 최순실과 외모가 닮았다.)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민상토론,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우주의 기운’
 
  대사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웃음 코드도 없다. 그저 말장난, 말꼬리 잡기다. 무너져가던 박근혜 정부를 노골적으로 힐난할 뿐이다. 물론 언론과 방송에서 대통령에 대한 인민재판식 보도가 줄을 잇고 있던 때였다.
 
  2016년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시종 상기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무엇으로도 국민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심정을 밝혔었다. 그러나 유민상은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비꼬며 웃음 코드로 삼았다.
 
  송준근은 ‘우주의 기운’이란 말까지 비틀었다. 당시 사이비 종교 논란이 일면서 ‘우주의 기운’이란 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문스러운 언행을 암시하는 키워드로 쓰였다. 그러나 이 말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에서 나온 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훗날 밝혀졌다.
 
 
  ③ “대체 7시간 동안 뭘 했냐고요”(개그맨 김대성)
 
  2016년 11월 27일 ‘민상토론2’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의문의 ‘7시간’을 개그 소재로 삼았다. 7시간 행적을 두고 당시 언론은 ‘보좌관 정윤회와 (롯데호텔에서) 만났고,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젊은 시절부터 긴밀한 사이’라는 풍문을 사실인 듯 기사화했다. 정윤회 밀회설뿐만 아니라 심지어 최태민을 위한 굿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가학적(加虐的) 공격이었다.
 
  훗날 정윤회는 “사건 당일 롯데호텔도 아니고, 청와대도 아니고, 강북 지역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역술가 이세민과 만났다”고 밝혔다.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대사는 이랬다.
 
  〈김대성 그날 정확하게 뭘 했는지 말해보세요.
 
  유민상 저는 정상적으로 아이디어를 짰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7시간 동안 회의실에 나타나지 않았잖아요.
 
  제가 회의는 참석 안 했지만 짧게는 3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 없이 상황을 보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아니, 후배분들 아이디어 회의할 때 꼭 대면이 필요한가요? 하하하.
 
  아니, 아니 저기요. 대체 7시간 동안 무얼 했냐고요.
 
  좋습니다. 제가 이때 회의 당일 여러분 이것이 팩트입니다. 이걸 다 홈피에 올려놨습니다.
 
  (유민상은 다음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든다.
 
  10:00 후배 깨톡 연락
 
  10:05 “알겠다. 짜고 있어라.”
 
  11:00 후배 재차 무선연락
 
  11:05 “최선을 다해 짜라” 지시
 
  15:00 “회의실 갈 테니 짜장면 시켜놔라” 지시
 
  15:30 “회의 준비됐다” 연락
 
  17:15 회의실 도착)〉
 
 
  “7시간 행적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알겠습니다. 3시에 회의실 갈 때 짜장면 시켜놔라 지시하고 그다음에 아무런 지시가 없다가 5시15분이 돼서야 나타났습니다. 그럼 2시간15분 동안 도대체 어디서 뭘 했습니까. 회의실이랑 집이랑 걸어서 5분 아닙니까.
 
  배고파서 오다가 햄버거 사 먹었다! 씨~. (관객 웃음)
 
  짜장면 시켰잖아요.
 
  그건 면이고 이건 빵이고 같냐?
 
  돼지 저게 진짜~.
 
  여러분 보십시오. 저는 할 도리 다 했고 필요한 지시 다 했습니다. 이 모든 게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으로 지어낸 사상누각이다, 인격살인이에요. (하하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우 김상중을 흉내 내며) ‘민상토론2’에서는 유민상씨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 흉내를 내는 거야. 모르겠다, 야.
 
  (하이톤으로) 맞춤법 퀴즈,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송준근이 ‘선생님 : 학생들을 가리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다.)
 
  아! 이것은 ‘가르칩니다’가 맞죠.
 
  정답!(이라고 외치며 ‘대통령 : 검찰조사를 받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든다.)
 
  저기…, 왜 갑자기 확 바꿔?
 
  말이 확 바뀌었다? 검찰조사에 응하지 않겠다?
 
  예, 맞습니다. 당초 검찰조사를 받기로 했다가 갑자기 응하지 않겠다고 바뀌었는데요, 유민상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이씨…. 뭐 하는 거야.
 
  김대성 뭐 하는 거야? 조사받을 것 빨리 조사받아야 된다?
 
  나와서 이야기해.
 
  자신 있으면 검찰에 나와서 당당하게 얘기해라?
 
  유민상씨의 이 발언은 개그콘서트 조준희 PD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대본에도 없는 유민상씨의 애드리브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이런 유치한 말장난 대사 때문일까. ‘민상토론2’는 그해 11월 13일 첫 방송 이후 2주 만(11월 27일)에 종영됐다. 코너 종영과 함께 조준희 PD가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개콘 암흑기를 열었던 조준희 체제가 이 코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④ “왜 남의 연설문을 자꾸 써줘요. 시녀예요?”(개그맨 서태훈)
 
2016년 12월 4일 첫 방송된 개콘 ‘대통형’은 일찍 종영된 ‘민상토론2’보다 한층 더 강력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공격했다. 사진은 개그맨 서태훈과 유민상.
  그런데 2016년 12월 4일 ‘대통형(大統兄)’이란 코너가 새롭게 등장했다. 논란 끝에 일찍 종영된 ‘민상토론2’보다 한층 더 강력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공격했다. ‘대통형’은 ‘민상토론2’에 출연했던 유민상, 김대성이 그대로 나와 ‘막장 국무회의’ 모습을 그린 코너였다.
 
  서태훈은 철부지 대통령, 유민상은 아부 잘하는 총리 역을 맡았다. 그날(12월 4일) 방송에서 서태훈이 “대통령은 원래 재택근무하는 것 아닌가. ‘깨톡’으로 회의하려 했다”고 한다. 집무실보다 관저, 서면보고를 즐겨한 박 대통령을 빗댄 것이다. 서태훈이 두통을 호소하자 유민상은 비아그라를 권한다. 덧붙여 “100알 있다”고 귀띔한다.
 
  비아그라 구입 논란과 관련, 당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비아그라는 (대통령의) 아프리카 고산지역 국가 순방에 대비해 고산병 치료제로 쓰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비아그라 구입 지시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 다음은 2017년 1월 1일 방송된 ‘대통형’ 대사 중 일부다.
 
  〈유민상 연설문을 건네며 고대로(그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서태훈 국민 여러분! 2017년 ‘정유라’가… 아니, 아니 ‘정유년’이 밝았습니다.
 
  올해도 저는 국민을 위해 나랏일을 ‘순실히’, 아니 ‘성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한마디로 정유년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민상 박수! 연설문이 진짜 ‘대박’입니다.
 
  이현정 이것이 총리님이 써준 연설입니까.
 
  (개그맨 이현정은 창조경제부 장관 역을 맡았다. 말끝마다 “사퇴하세요!”를 남발했는데 새누리당 이은재 전 의원을 연상시켰다.)
 
  네.
 
  사퇴하세요!
 
  왜 남의 연설문을 자꾸 써줘요. 시녀예요?
 
  시녀라니.〉
 
  대통령 서태훈은 정유년을 ‘정유라’, 성실히를 ‘순실히(최순실)’라고 말하는데 유치한 말장난에 가깝다. 서태훈은 총리 유민상에게 “왜 남의 연설문을 자꾸 써줘요. 시녀예요?”라고 묻는데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썼다’는 의혹을 개그 소재로 삼은 것이다. 그런데 팩트를 고의로 뒤틀었다. 실제 최순실은 연설문을 ‘쓴’ 것이 아니라 ‘고쳤다’. 연설문은 부처나 청와대 참모들이 작성한 것이다.
 
  당시 언론은 최순실이 “연설문 고치는 게 취미”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최초 발설자로 알려진 고영태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었다.
 
  “정유년은 ‘대박’” “연설문이 진짜 ‘대박’”이란 말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을 빗댄 것인데 그 무렵 언론은 ‘통일대박’이 최순실 아이디어라고 단정해 보도했다. 하지만 ‘통일대박’은 2013년 6월 20일 제16기 민주평통 회의에서 처음 나온 말이었다. 한 참석자가 “신창민 교수가 ‘통일은 대박’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는 말을 듣고, 대통령이 그 후 활용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최순실과 ‘통일대박’은 아무 관련이 없었다.
 
 
  ⑤ “저와 잘 어울렸던 노란 턱받이, 쓰디썼던 퇴주잔”(개그맨 홍현호)
 
  2017년 1월 22일 방영된 ‘대통형’은 당시 대선 후보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개그 소재로 삼았다. 총리 역을 맡은 유민상이 자판기 동전 구멍에다 지폐 2만원을 넣으려 쩔쩔매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그해 1월 13일 반 전 총장은 공항철도 탑승을 위해 승차권을 발권하면서 지폐를 1장씩 넣어야 하는 발매기에 2장을 한꺼번에 넣었다. 오랜 해외 체류와 의전에 익숙해 발권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유민상 대통령이 오시기 전에 우리 커피라도 한잔하실까요? 제가 쏠게요.
 
  이현정 아니 총리님이 웬일이십니까.
 
  아니, 커피 가지고 왜 그래요. 2만원이면 되겠지.
 
  (지폐를 들고 자판기 동전 넣는 곳을 더듬는다. 이때 대통령 서태훈이 등장한다.)
 
  커피 한잔 드시지요.
 
  서태훈 잘 마실게요.
 
  아니, 그냥 드시면 옷을 버릴 수 있으니까 턱받이를….
 
  아니 턱받이를….
 
  턱받이는 제가 하고.
 
  아니, 왜 이러는 거예요.〉
 
 
  반기문 조롱 후 “앗싸, 한 명 제꼈다”
 
2017년 2월 5일 방영된 ‘대통형’ 코너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연상시키는 외교부 장관역으로 개그맨 홍현호가 출연해 연기하는 모습.
  이날 ‘대통형’에서는 대통령 서태훈에게 커피를 권하는 유민상이 턱받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커피는 서태훈이 마시는데 말이다. 이 황당 장면은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봉사활동을 비튼 것이다. 침대에 눕힌 노인에게 죽을 떠먹이는데 턱받이는 반 전 총장이 하고 있어 “정치 쇼”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훗날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49)의 일당은 4000여 명에 이르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을 동원해 악의적 댓글로 ‘반기문 턱받이’를 공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 조작에 개콘이 가담한 셈이 되었다. 결국 얼마 후 반 전 총장은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권 레이스를 포기했다. 출마를 공식화한 지 2주 만이었다.
 
  2월 5일 방영된 ‘대통형’도 논란이 됐다. 개그맨 홍현호를 외교부 장관으로 등장시켜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2월 1일)을 연상시키는 개그를 선보였다.
 
  〈이현정 홍현호 장관님 거기 왜 서 계신 겁니까.
 
  홍현호 저는 오늘 중대 발표를 할까 합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이 한 몸 불 싸지르려 했지만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 당했습니다. (이때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겠습니다. (객석에서 다소 어색한 박수 소리가 났다.)
 
  유민상 언제 출마 선언을 했었어?
 
  돌이켜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잔잔한 피아노 멜로디가 흐르며) 저와 잘 어울렸던 노란 턱받이, 쓰디썼던 퇴주잔, 저를 귀찮게 하는 나쁜 놈들 아니 기자님들. 다시 외교부로 돌아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띠며) 앗싸, 한 명 제꼈다. 이제 나의 시대가 오는구만. 하하하.〉
 
 
  ⑥ “망한 이유가 있는데 딴 곳에서 이유를 찾아요”(유튜버 ‘도람뿌’)
 
  반기문 전 총장은 대선 포기를 밝히며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큰 상처만 남기게 되었다”며 탄식하듯 말했었다.
 
  그러나 ‘대통형’은 야멸차게도 반 전 총장의 탄식마저 희화화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인격살해에 가담한 셈이다. 유민상의 대사도 저급하다. “언제 출마 선언을 했었어?” “앗싸, 한 명 제꼈다. 이제 나의 시대가 오는구만”이라는 발언은 특정 후보를 연상케 한다. PD가 정치에 앞장섰다는 의혹을 지우기 힘들다.
 
  그 무렵 KBS 공영노동조합은 〈KBS, 좌파 매체로 전락했는가?〉라는 제하의 성명을 냈다.
 
  〈… 매주 일요일 〈개그 콘서트〉의 ‘대통형’ 코너에서는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한 일방적 공격과 비난이 ‘풍자’라는 명분으로 쏟아진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으로도 부족해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풍자’라는 명분으로 좌파와 야당의 비난과 비방을 일방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KBS의 정체성이 무엇이란 말인가? 정권이 벌써 바뀌었는가? 여야 양쪽 눈치를 살피며 줄다리기를 하던 KBS가 이제는 야당의 우세가 드러나니 노골적으로 좌파와 야당을 편들고 있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 되고 나서 꿀 먹은 벙어리”
 
한 온라인 매체가 개콘 ‘대통형’ 코너 폐지 이후 〈‘본질’을 놓친 개그 프로그램의 최후〉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통형’은 그해 2월 19일 종영됐다. 어쩌면 개그맨은 죄가 없을지 모른다. 제작진의 정치 편향적 개그 ‘지시’가 개콘을 재미없게 만들었고 결국 공중파 개그를 몰락시키지 않았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개그맨의 말이다.
 
  “개그맨들은 ‘편향된 정치 개그가 많아서 망했다’ ‘공중파 규제가 많아 개그가 망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개콘이 망한 결정적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정치 개그를 해도 정치 소재가 불편하지 않고 재미있으면 시청자가 봅니다. 또 정치 개그를 굳이 안 해도 재미가 없으면 안 봅니다. 그런데 개콘은 정치 개그를 하면서 더 재미가 없어졌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래서 개콘이 망한 것이죠.”
 
  풍자의 본질은 약자 편에서 강자를 풍자하는데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에도 여전히 보수우파를 희롱의 대상으로 삼았고 결국 시청자들이 등을 돌렸다.
 
  개콘 출신 개그우먼 강유미는 2018년 3월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다스가 누구 것이냐”고 외쳤다. 강유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현장을 찾아가 “다스는 누구 겁니까” “이 모든 게 보복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구독자 22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도람뿌’는 개콘 폐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때 정치병 걸려서 정치 풍자니 뭐니 난리를 치더니 조국사태 때 아가리를 처닫았어요. 문재인 정부 되고 나서 한마디도 못 해요.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요. 하루 종일 재미도 없는 동네 양아치 모아놓고 뻘짓을 해도 시청률 3%대입니다. 진성 대깨문도 재미없어 안 본다고 합니다. 얼마나 재미가 없었으면….
 
  실컷 문재인 정부 나팔수 노릇을 하고, 이래놓고 마지막 방송한다는 게 ‘1000회 특집, 개콘을 빛낸 인물들’을 말하며 개그맨 심현섭을 뺐다는 것이죠. 망하는 순간까지도 정치병 걸려서 정신을 못 차린 것인데 ‘빰바야~’ 몰라요? ‘미친~나’, 심현섭이 애국우파 집안에, 이회창씨를 지지했다고 심현섭을 빼버리니까, 축구팀 바르셀로나가 ‘메시’를 빼고 깝치는 것과 마찬가지죠. 심현섭이 개콘의 개국공신 아니에요? (개콘이) 망한 이유가 있는데 이래놓고 망한 이유를 딴 곳에서 찾아요. 이제 알 때도 됐는데….”
 
 
  “실력 있는 사람은 어차피 살아남아”(개그맨 엄용수)
 
  기자와 통화한 개콘 출신 개그맨 P씨는 넋두리처럼 이렇게 말했다.
 
  “진짜 개콘이 종영되기 전에 최순실 깐 것처럼 조국·윤미향·추미애를 까고, 박근혜를 깠던 것처럼 문재인을 깠다면 시청률 20%는 금세 회복됐을 텐데….”
 
  (사)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엄용수(현재 ‘엄영수’로 개명) 회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폐지해야 옳다”고 했다.
 
  “한 프로가 오래 지속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착시(錯視)현상이 생겨요. ‘내가 한 것은 다 재미있는’ 것처럼 생각해요. 노력의 정도가 줄어들고 내용을 충실히 담지 못하면 외면을 받아 시청률이 떨어집니다. 방송국은 영리(營利)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하루 이틀은 버티지만 오래 못 버팁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 폐지 이야기가 나오면 선배들이 나서서 ‘프로가 없어지면 많은 젊은 개그맨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읍소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우리 프로가 재미없다,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는다, 시청률이 안 나온다’면 없애야 합니다. 시청자가 안 보는데 국민이 외면한 프로를 계속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좀 더 내공을 쌓고 좀 더 좋은 고품격의 프로를 만들어야 해요. 옛날 선배들은 프로그램 개편 때 백지 수표를 받았습니다. 서영춘, 배삼룡 선생님을 민간방송에서 스카우트하려 서로 난리를 쳤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은 어차피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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