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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의 시각

전광훈 목사 無罪를 선고한 허선아 재판부의 아름다운 판결문 해설

‘문재인은 간첩이고 공산화를 시도한다’는 발언은 국민의 권리행사이다!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조갑제TV 대표  mong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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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공개 토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허선아)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광훈 목사에게 모두 무죄(無罪)를 선고해 석방했다. 허선아 재판장이 낭독한 판결문은 한 편의 잘 쓴 논문이고 수필이었다. 교양이 깔려 있고 폭넓고 균형 잡힌 세계관이 묻어 있어 읽기가 편했다. 법리(法理)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을 밀어주자는 취지의 이야기일 뿐인데 이를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불법행위라고 우겨서 기소한 것이 워낙 무리여서 무죄선고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피해자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으로 특정한 명예훼손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데는 상당한 결단과 공부가 있었을 것이다.
 

  판결문을 구해서 읽어보니 과연 탄탄한 법리가 느껴졌고, 감동이 왔다. 그래서 해설해보기로 하였다. 재판부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명예훼손의 법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들어간다. 보통 국민도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다.
 
  재판부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은 있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표현들 모두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대원칙을 천명한다. 일정한 한계를 넘는 표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지만, 자유민주 체제 유지의 대전제는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담긴 대로 개인의 기본권을 신성시하는 자세이다.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공개토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표현은 멋진 수필감이다. 이 ‘숨 쉴 공간’이 화제가 되었다.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되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이재명(李在明) 경기도 지사를 살린 법리가 ‘숨 쉴 공간’이었다. 대법원 전원 재판부의 무죄선고 때 김명수(金命洙) 대법원장은 판결문을 낭독하며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전광훈 재판부는 이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
 
  ‘숨 쉴 공간’이란 표현은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유래한 것이다. 흑인인권운동을 하다가 체포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변호사 비용을 모으기 위한 《뉴욕타임스》 지면 광고가 발단이 되었다. ‘경찰이 앨라배마주립대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다뤘다’는 광고 내용에 대해, 시(市) 경찰국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주(州)대법원은 경찰 손을 들어줬으나, 연방대법원은 “자유로운 토론 과정에서 오류가 있는 발언이 있을 수 있지만, 표현의 자유가 그 생존을 위한 ‘숨 쉴 공간’을 가지려면 이 정도의 발언은 보호받아야 한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한국 대법원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의혹을 제기한 MBC TV 〈PD수첩〉 방송에 대해 정정(訂定)보도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며 “표현의 자유에는 그것의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진실에 부합하는지는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가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고 세부적인 문제에서 객관적 진실과 완전히 일치할 것이 요구돼선 안 된다”고 했다.
 
  ‘숨 쉴 공간’이 필요에 따라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적어도 허선아 재판부는 적절하게 이 법리를 적용하였다.
 
  허선아 재판장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진보든 보수든 표현을 자유롭게 보장해야만 서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므로, 비록 양쪽이 서로에게 벽을 치고 비방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은 그들의 토론과 논쟁을 보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修辭學的)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비판은 거의 무한대로 허용되어야
 
2019년 10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천만 국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
  그런 다음에 재판부가 따진 점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조건이다. 기소된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公的)인 존재(註·公人)인지 사적(私的)인 존재(註·보통사람)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고,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정리하였다.
 
  보통사람들의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인용하였다. 허선아 재판부는, 특히 문제 된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때에는 더욱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대통령처럼)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 이 경우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이념은 최대한 철저히 자유롭게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논증(論證)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 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 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다.’(대법원 2002. 4. 22. 선고 2000다37524, 2000다37531 판결 참조)
 
  문재인 대통령의 이념이 대한민국 정체성(正體性)과 헌법정신에 부합하느냐의 여부는 국가의 운명,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므로 이를 주제로 하는 시비(是非)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는 앞으로 문재인 정권의 본질을 논하는 데 있어서 그 어떤 제한을 없애는 기능을 할 것 같다. 표현의 족쇄를 풀고, 금기(禁忌)를 지움으로써 공포심을 느끼지 않고 마음대로 문재인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다면 대한민국의 자유는 지켜낼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고문, 불법연행을 할 수 없는 정권이며 비밀경찰도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과 싸우는 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부지런함의 문제가 된다.
 
 
  ‘간첩’은 누구인가?
 
  허선아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전광훈 목사의 비판이 사실적시냐 가치판단이냐를 따지는 기준도 제시한다. 가치판단의 의견표명은 명예훼손죄의 대상이 아니다. 판결문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摘示)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였다.
 
  우선 피고인 전광훈의 발언내용에 관해서는 다툼이 없었다.
 
  〈2019. 10. 9.자 집회에서 “왜 제가 문재인을 끌어내려고 하느냐? 문재인은 간첩입니다. 간첩. 문재인 간첩 입증의 영상을 지금부터 틀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간첩의 왕인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로 말했습니다. 이것은 간첩의 본체인 것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상가 신영복은 누구인가? 간첩의 왕 신영복인데, 내가 가장 존경한다는 것은 문재인도 간첩이라는 것을 확신하십니까? 6·25 때 3대 전범 김원봉을 국군 창시자의 영웅이라고 말했는데, 이거 간첩 아닙니까? 서독의 간첩 윤이상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보겠습니다. 서독의 간첩 윤이상의 묘지에 부인 김정숙을 보내서 동백나무를 헌화하는 것을 보셨죠? 이거 간첩 아닙니까?”라고 말함으로써 ‘피해자는 간첩’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전광훈 목사)의 이 발언이 ‘사실의 적시’냐 아니면 의견표명이냐를 따진다. 먼저 ‘간첩’의 의미론이다. 그 사전적 의미는 ‘한 국가나 단체의 비밀이나 상황을 몰래 알아내어 경쟁 또는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에 제공하는 사람’에 해당하고, 형법도 제98조 제1항에서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므로 간첩의 본래적 의미는 ‘적국을 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볼 일이 아니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으로 인하여 위 ‘간첩’이라는 용어는 일상(日常)에도 파고들어 수사학적·비유적 표현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반사회적 세력’과 같은 의미에서부터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등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적·정치적, 나아가 발언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확장·변용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간첩’도 여러 종류가 있다!
 
  따라서 전광훈 목사가 말한 ‘간첩’의 의미를 문맥이나 발언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의적(一義的)으로 단정하거나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간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곧바로 사실적시라고 볼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표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취한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으로서의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간첩’이란 단어가 가진 복합적인 측면을 예리하게 짚어 정권 측 검찰의 단순논리를 부정한 논리로 절하, 재판부의 성숙한 인격을 느끼게 한다.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으로 보는 근거로 나열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① 피해자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간첩의 왕인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로 말하였고, ② 6·25 3대 전범 김원봉을 국군 창시자의 영웅이라고 말하였으며, ③ 서독의 간첩 윤이상의 묘지에 부인을 보내어 헌화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내용이나 언동으로 미뤄 전광훈이 말한 ‘간첩’은 법률적 의미인 ‘적국을 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행위’와는 무관하고, ‘과거 간첩으로 평가되었던 사람들을 우호적으로 재평가하는 사람’, 혹은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정도로 이해되거나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한편 일정한 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히고 있는 표현행위는 적시된 기초사실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성립된다. 그런데 검사는 공소장에서 간첩 발언의 근거로 제시된 기초사실 부분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그 허위성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점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재판부가 알아본 바로는 ‘피고인이 언급한 피해자의 위 언동은 그 핵심적 사실들이 객관적 자료들로 뒷받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의견표명의 기초가 된 사실들도 허위가 아니란 이야기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적시된 사실만으로 해서 피해자 문재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결론은 명쾌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한 ‘문재인은 간첩’이란 발언은 공적 인물인 문재인의 정치적 성향 내지 이념을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표명 내지 그에 대한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일 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발언을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산화’는 사실적시가 아니다
 
  재판부는 이어서 전광훈 목사가 한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따진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이렇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2019. 12. 28.자 집회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저 문재인 주사파 일당이 지금 와서 김일성을 선택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원래 좌파 종북 빨갱이들은 거짓말의 선수들입니다. 김일성도 거짓말, 박헌영도 거짓말, 문재인도 거짓말쟁이입니다. 서독의 간첩 윤이상에게 부인을 보내서 참배를 하게 하는가 하면, 공산주의자 조국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고 시도했던 것입니다. 조국이가 쓴 논문을 보면 대한민국을 반드시 공산화시킨다고 쓰여 있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피해자가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쟁점은 ‘피해자(註·문재인)가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발언이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위한 조건인 ‘사실적시’에 해당하는가이다. 이때 ‘사실의 적시’란, 의견표명이나 가치판단 혹은 평가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그것이 증거에 의하여 입증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먼저 ‘공산화’라는 의미의 정의(定義)이다. 재판부는 ‘공산화’의 사전적 의미는 ‘공산주의 사회로 변화함 혹은 그렇게 되게 함’ 정도로 이해될 수 있는데, ‘공산주의’라는 개념 자체만으로도 과연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이념으로서의 일의적이고 확정적인 공산주의라는 개념이 존재하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고 했다. ‘간첩’ ‘공산화’는 너무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 이를 증명이 가능한 일의적 사실 표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여기에 덧붙여진 ‘-화(化)’의 개념은 그 의미를 더욱 구체화시킬 수 없게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그날의 집회(2019년 12월 28일자)에서 ‘피해자가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점의 근거를 몇 가지 들었는데, 이것들의 진위(眞僞)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위와 같이 제시된 근거들에 기초하여 곧바로 ‘피해자가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없는 점은 분명한바, 동일한 기초사실에 근거하면서도 다른 결론의 도출이 가능하다면, 이는 이미 사실적시로서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증명이 가능한 사실의 적시가 아니고 의견표명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란 뜻이다. 그래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피해자의 정치적 행보 혹은 태도에 관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두고 어떠한 증거에 의하여 그 입증이 가능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힘들다”고 자신있게 판단하고 있다.
 
 
  구속기소가 말이 되나?
 
  재판부는, 일정한 의견을 표명하면서 적시한 기초사실만으로도 타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지만, 검사가 이 부분 공소제기에 있어서 위 공산화 시도 발언의 근거로 제시된 사실 부분의 허위성을 판단 대상으로 삼지 않았음도 지적한다. 재판부가 알아보니 피해자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이 윤이상의 묘소에 참배한 사실이 있는 점, 조국이 〈소비에트 사회주의 법·형법이론의 형성과 전개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사회주의 관련 주제를 다룬 논문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의견표명의 근거가 된 사실도 허위가 아니므로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비판의 상대가 가장 막강한 ‘공적 존재’란 점도 놓치지 않았다.
 
  〈피해자는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公人)으로서, 공적(公的)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고, 허위사실에 기초하거나 이를 전제하지 아니한 나름의 검증 결과로 제시된 표현들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법리를 아울러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한 ‘피해자가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발언 역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사족(蛇足) 같은 논평을 덧붙였다.
 
  〈검사는 전쟁을 경험하고 지금도 분단 중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떤 사람을 간첩 또는 간첩행위를 하고 있다거나, 공산화를 시도하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표현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와 같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간첩’ ‘공산화’ 등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부정적 표현을 했다 해서 이를 부당한 표현이라는 평가를 넘어 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인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러한 의심을 자초한 대통령에게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구속기소 한 것이 말이 되느냐는 뉘앙스다. 권력자에 대한 부정적 표현의 자유는 허용되는 것인데, 국민의 법익(法益)수호자여야 할 검사가 국민의 기본적 자유권 행사를 부당하다고 우기는 데 그치지 않고 피고인을 구속기소 한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는 개탄을 점잖게 표현한 것이다.
 
 
  응용
 
  허선아 재판부의 무죄판결이 2심, 3심에서 뒤집힐 수 있을까? 골수 좌편향 판사를 만나면 모를까 워낙 법리가 단단하여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많이 인용한 선고라는 점도 유리하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나 공산화 기도자(企圖者)로 불러도 잡혀가지 않는다면 엄청난 방패와 창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정권의 본질을 드러내는 용어를 널리 사용하여 국민들을 깨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름은 정체성이다. 문재인 정권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여기에 선전과 교육의 핵심이 있다. 불이 나면 ‘불이야’라고 신고를 해야지 ‘산소가 열을 받아 에너지를 내뿜고 있습니다’고 하면 소방차가 출동하지 않는다. ‘강도야’라고 해야지 ‘주인의 허가를 득하지 않은 사람이 쇠붙이를 들고 담을 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늦는다. 문재인 정권을 ‘좌파정권’이라 부르는데 이건 너무 약하다. ‘진보정권’은 거짓말이다. 정권의 심장과 뇌수를 건드리지 못하는 그런 낱말로는 이념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 아래 글을 읽고 무엇이라 부를 것인지 생각해보자.
 
 
  연습문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10일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민중미술 판화가 이철수씨의 서화(書畵)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뉴시스
  1.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6·25 남침전쟁을 ‘내전이며 국제전’이라고 했다. 소련 등 당시 공산권의 시각과 비슷했다.
 
  2.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야(前夜) 리셉션에서 김일성주의자인 신영복을 사상가로 존경한다고 했다. 김일성을 존경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3.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 연설에서 남쪽 대통령이라 자칭하면서 김정은을 국방위원장으로 호칭하고 그를 민족의 지도자인 양 추켜세웠다. 헌법 제3조 위반이었다. 존경하는 김일성의 손자이기 때문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4.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공산주의자이고 6·25 전범(戰犯) 중 한 명인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에 속하는 것처럼 연설했다. 국군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김일성의 남침에 면죄부를 주며 공산주의를 용인하는 생각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5.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4월엔 제주도에서 남로당이 주도한 무장폭동과 제주도민의 피해를 언급하면서 통일을 미리 꿈꾸다가 고초를 당한 것처럼 연설해, 남로당의 목표던 공산통일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불렀다.
 
  6. 위 5개 연설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김일성주의 운동권, 즉 주사파의 영향하에 있든지, 자신이 그런 사상을 가진 것이 아닌지 의심할 권리와 의무가 국민에게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7. 대한민국 헌법은 김정은 정권을 주적(主敵)으로 보도록 명령한다. 문재인 정권은 주적 개념을 없앴다.
 
  국군이 적군(敵軍)을 적대시하는 것을 금지시키면서 국민 다수를 적대시한다. 이런 정권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이적(利敵)정권? 반헌(反憲)정권? 촛불정권? 좌파정권? 간첩정권? 괴뢰정권? 매국(賣國)정권? 반역정권? 극좌운동권정권? 주사파정권? 종북정권? 미친정권?
 
  허선아 재판부는 국민에게 반헌법적 정권의 심장을 찌를 수 있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의 예리한 칼을 선물한 셈이다. 이를 잘 쓰면 자유·인권·법치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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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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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ntrymanor    (2021-02-01) 찬성 : 18   반대 : 0
이놈은 간첩정도가 아니라 중공이 임명한 주 대한민국 총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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