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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상임인사위원회’ 회의록

“국민 세금 130억원 날린 사건, 올해 퇴진할 부장에게만 책임… 핵심 실무자는 견책”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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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인사위원회에서는 “징계양정 참고자료를 보면, 발전용 요금 과소 청구 건에 대하여 징계 요구한 수준은 130억원 정도의 비슷한 금액이 손실되었음에도 견책, 정직 3월 등이다. 이번 징계의 경우 이 건에 비해 징계 요구의 수준이 높은 것에 대해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월간조선》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130억원 사건 외 ▲가산세 과소신고로 46억원 손해 ▲매출교부액 실수로 13억원 손해 ▲부과세 과소신고로 4억원 손해 ▲발전용 요금 과소신청 116억원 손해가 발생했는데, 사건 핵심 담당자는 모두 정직 처분을 받았다.

⊙ 대한상사중재원, 기간 도과를 이유로 현대상선 손 들어줘… 한국가스공사 130억원 손해 위기
⊙ 해당 부서 직원 솜방망이 처벌 지적
⊙ 억대 손해 사건 관련자 중 이 사건 실무자만 ‘포상 감경’ 적용
⊙ 가스공사 ‘상벌규정’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결정이 날 수도
⊙ 사건 담당한 감사실 직원 부서이동 예정… 재심 요청하지 말라는 윗선의 압박?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계약 관리 부실로 13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하게 한 직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직원들의 징계와 관련해 사내 인사 규정을 어긴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포항북)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받은 공사 감사실 문건, 상임인사위원회 회의록 등 다수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운임 차액 130억원 돌려달라
 
2015년 12월 가스공사는 영업양도일(2014년 6월)을 기준으로 ‘2014년 운임 정산’을 시행하면서 현대상선에 운임 차액 130억원을 돌려달라고 통보했다. 현대상선은 영업양수도 계약을 하면서 현대LNG해운에 채무도 넘겼다며 버텼다. 사진은 현대상선 LNG선이다.
  지난 5월 20일 SBS는 한국가스공사가 채권 관리 소홀로 인해 해운사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 돈 130억원을 한 푼도 못 받을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130억원은 국민 세금이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자.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운송권(運送權)은 해운업계에서는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이다. 해운 시장의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해운사에 6조원대 운송권은 앞으로 20년간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현대상선이 맡아 하고 있었는데, 2014년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LNG 운송사업 부문을 현대LNG해운에 매각했다. 현대LNG해운은 우선 협상자였던 IMM컨소시엄이 현대상선과 함께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인 아이기스원이 설립한 회사다.
 
  운송권이 현대상선에서 현대LNG해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스공사는 공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조건으로 두 회사 간 ‘영업양수도’ 동의서를 제공했다. 2015년 12월 가스공사는 영업양도일(2014년 6월)을 기준으로 ‘2014년 운임 정산’을 시행하면서 현대상선에 운임 차액 130억원을 돌려달라고 통보했다.
 
  현대상선은 영업양수도 계약을 하면서 현대LNG해운에 채무도 넘겼다며 버텼다. 2016년 공사는 현대상선과 현대LNG해운을 상대로 정산 운임에 상응하는 수송운임을 미지급하면서 정산금 반환을 촉구했다. 공사는 현대상선 채권 확보를 위해 법원의 압류명령·판정이 필요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수송운임을 미지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압박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지급보류를 통해 채권을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대한상사중재원, 현대상선 손 들어줘
 
  2016년 12월 공사와 현대상선, 현대LNG해운의 3자 중재가 무산됐다. 당연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공사 감사실 자료에 따르면, 중재 시행 시 위임전결규정상 본부장에게 응소·제소방침을 보고해야 하나 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략이 전무했다.
 
  그렇게 애꿎은 시간만 흘렀다.
 
  2018년 3월 현대LNG해운은 공사가 2016년 미지급한 수송운임에 대해 지급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하자, 공사는 11월 현대상선에 미환수 운임 비용 130억원 지급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미환수 운임 130억원에 대한 지급 의무는 현대상선에 있으나 해당 운임의 제척기간을 2년으로 판단하고 기간 도과를 이유로 공사가 제기한 중재신청을 각하했다. 현대상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1966년 설립된 대한상사중재원은 국내 유일의 상설 법정 중재기관으로 국내외 상사 분쟁에 대해 중재 판정을 내리고 있다. 중재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안일한 대처로 허송세월을 하다 130억원을 날리게 된 셈이다. 공사 감사실 자료를 보면 “공사는 중재를 통한 환수기한을 자체적으로 2017년 6월로 정했음에도 관련 직원들은 타 업무 추진 등을 이유로 제척기간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적시돼 있다. 상황 발생 즉시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사 감사실은 실무자에게 ‘정직’ 처분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가스공사가 김정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로는 소위 130억원 증발 사건에 관련한 수송부 직원은 총 7명이다. 감사실은 자체 감사를 통해 A부장에게 해임, B직원(3급)・C직원(4급)에게 정직, D직원(4급)에게 감봉, E직원(3급)・F직원(4급)・G직원(1급)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 중 견책 처분을 받은 E, F, G직원은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인 2018년에 수송부로 왔기 때문에 사실 이 사건의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란 분석이다.
 
  감사실은 처분 이유로 수송운임 정산업무 추진 과정에서 ▲수송선사와 협의 부실 ▲미환수 수송운임 회수용 담보채권 확보를 위한 주의 의무 태만 ▲미환수 채권 회수를 위한 중재업무 추진 태만 ▲중재과정에서 대응방안 마련 소홀 및 관리자 관심 부족 ▲수송운임 관련 내부통제 관리체계 미흡 ▲간부 직원들의 사무 인계·인수 소홀, 실무자들의 문서관리 소홀 등을 내세웠다.
 
  감사실의 징계 요구는 ‘상임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여기서 감사실 징계 수위가 유지될지, 아니면 높아질지 낮아질지를 결정한다. 이 사건에 대한 상임위원회는 지난 7월 28일, 8월 10일에 열렸다. 참석자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다음은 7월 28일 회의록의 일부분이다. 이날 위원들과 감사실 직원, 노동조합, 해당 직원들이 참석했다.
 
  〈AAA 위원: 불복소송으로 130억원을 회수하였다고 했을 때, 회사의 손실이 없는데 중징계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BBB 부장: 3번에 걸쳐서 법률자문을 한 결과 실질적으로 업무를 해태한 부분에서 징계 양정이 가능하다고 했고, 불복소송의 경우 현실적으로 승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업무해태와 공사 이미지 손실에 대한 징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HHH 위원: 제가 아쉬운 부분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때 제척기간이 90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권리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에 어떻게 빨리 청구할지를 고민하게 되는데 2년 동안 권리 주장을 하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5년이든 2년이든 법적인 것은 몰랐어도, 2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OOO: 저희는 그동안 수송운임을 정산할 때 연중에는 이를 수송운임으로 보지 않으며 정산을 마친 후에야 수송운임으로 판단합니다. 그렇기에 정산이 되어야 우리가 권리주장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HHH 위원: 즉 2014년도 정산금에 대해서는 2015년도 연말에 정산되면 권리가 생긴다고 생각하신 거죠?
 
  OOO: 네, 하지만 현대상선에서 이를 확정하지 않고 분쟁이 발생했기에 아직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DDD 위원: 감사실에서는 수송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제척기간에 대해 다 알 수 있다고 하던데요?
 
  노동조합: 법률자문을 보면 제척기간은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없으며, 담당한 세종 변호사도 쉽게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상임인사위원회 회의록 표지 캡처.
  DDD 위원: 징계대상자들이 제척기간을 알고 있었습니까?
 
  BBB 부장: 네 처음에는 몰랐다고 주장하였지만, 나중에 이메일을 감사해보니 ○○○의 지시로 ○○○은 상대편의 제척기간에 대해 반박하는 메일을 보낸 바 있습니다.
 
  EEE 위원: 운임을 안 주는 상황에서 채권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가압류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채권을 확보하는 것이 조금 더 상식적으로 생각됩니다. 그 절차가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KKK: 당시 현대해운이 법정관리 상태였고 싱가포르에서도 선박 가압류 중이었기에 선박활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저는 선박보다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EEE 위원: 14년 6월에 영업양수도가 이뤄졌고 13년 정산은 현대상선이랑 했다는 말입니까? 지급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건은 현대LNG해운으로 넘어갔다고 양수도 계약에 적혀 있는데 이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KKK: 수송에서는 과거 사례가 중요합니다. 영업양수도에 대한 해석이 다양했는데 가장 안전한 방법인 이전 방법을 따랐습니다. 동일한 사례인 ‘한진해운-H라인해운’ 역시 문제가 없었기에 이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LLL 위원: 소송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변제과정에서 원금과 이자에 대해 다툴 수 있는데 계속 싸우면서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해태 문제로 보입니다.
 
  OOO: ‘2년 동안 왜 아무것도 안 하였냐’고 말씀하시는데, 16년 10월에 보고할 때 가압류 조치 등이 내부적으로 제외된 상황이었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부방침이 정해진 상태였기에 중재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을 안 한 것이 아닙니다.
 
  KKK: 감사실에서는 우리가 돈을 못 받을 것을 ‘예상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현대상선과 현대LNG해운에서 공문을 통해 3개월만 기다려달라는 지연요청이 계속 왔습니다. 이를 보고 못 받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곧 중재에 가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상선이나 현대LNG해운을 만나는 일이 있으면 보고서에 남기지는 않았지만, 매번 얘기했습니다. 양사 모두 만나고 연락이 되는데 상대방이 업무를 해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8월 10일 회의에서 해당 직원 징계 확정
 
한국가스공사 감사실 사무감사부 자료 중.
  지난 8월 10일 두 번째 회의에서 해당 직원들의 징계가 확정됐다. 위원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AAA 위원: 6개 징계사유 중에 첫 번째는 징계시효 도과사항이고, 담보력 있는 채권 확보 노력 태만의 경우 방침을 결정하여 처장에게 보고하였지만, 결재권자가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책임 정도가 ‘중’ 또는 ‘하’라고 생각합니다. 환수시한 검토 부실 및 중재 추진 해태는 제척기간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수송부 내 제척기간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모른다고 해서 죄가 안 된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책임 정도가 ‘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제척기간 인지 후 후속업무 부적정은 책임 정도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재 응소 제소방침 미보고 및 사무 인계인수서 미작성은 책임 정도가 ‘하’라고 봅니다. A부장은 해임은 과하고 정직 1~2개월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CCC 위원: ‘이렇게 했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라서 ‘상’으로 평가하기까지는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A부장의 책임 정도가 가장 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직 선에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JJJ 변호사: 제척기간에 대해 실무자들이 알았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간을 확인하지 않은 법무법인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다만, 15년 말에 정산 이후 거의 2년간 업무를 해태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A부장의 해임은 과하고 정직 선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EE 노무사: 제척기간 인지 후 후속업무 부적정, 제척기간 연장 동의 부적정에 대한 책임은 A부장님에게 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해임은 무리일 것 같고 정직 내에서 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HH 위원: 제척기간을 몰랐다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좀 더 알아봐야 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A부장의 책임이 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장은 해임으로 생각하고, 직원들은 경징계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III 위원: 문제는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빠른 전환태세를 하지 않고, 너무 자신감 있게 일을 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총괄적으로 방침을 정하는 것은 부장님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에 부장은 해임으로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상급자의 방침에 따라 일했고, 해당 사항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했다고 보기 때문에 경징계 수준으로 생각합니다.
 
  KKK 위원: 제가 봐도 이 건은 채권확보, 제척기간 등 방침이나 방향 결정의 역할이 가장 컸고, A부장님이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임으로 양정하겠습니다. 실무자들은 제출한 자료를 보면 방침에 따라 본인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었고 몰랐던 것까지 책임을 묻기에는 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OOO 위원: 부장은 처분요구대로 양정하고, 실무진은 최선을 다해 일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경징계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 처장과 A부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처장은 퇴직하였고, 부장이 후속업무를 하면서 2년 동안 한 번만이라도 검토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고 해임에 대해 동의하는 바입니다. 부장님은 위험성에 대해 판단을 하거나 후속조치를 지시하는 바가 없었습니다.〉
 
 
  인사위원회, “감사실이 요구한 실무자 징계수위는 너무 높다”
 
  정년을 4개월 앞둔 A부장에 대해서는 정직과 해임 의견이 맞섰으나, 위원장은 ‘해임’으로 결정했다.
 
  해당 직원들에 대해서는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회의록 중 관련 부분이다.
 
  〈HH 위원: 18년에 부서에 온 E, F, G는 경고로 생각합니다.
 
  CCC 변호사: B와 C에 대해 포상감경을 고려하여 견책으로 정했으면 합니다. D도 견책, E, F, G는 경고로 생각합니다.
 
  모든 위원: 이에 동의합니다.
 
  위원장: 2014 미환수 수송운임 회수업무 태만 관련 징계 심의(안)에 대하여 특정직 A부장은 해임 B, C은 감봉이지만 사장상 1등급 포상감경하여 견책, D는 견책, E, F, G는 경고로 의결토록 하겠습니다.〉
 
  알파벳이 다수 나와 헷갈릴 수 있겠지만,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감사실이 내린 처분과 같은 결정이 난 인물은 A부장 한 명이다. 그는 해임됐다. B, C직원은 정직에서 견책으로, D직원은 감봉에서 견책으로 E, F, G직원은 견책에서 경고로 징계수위가 낮아졌다. 견책은 견책·감봉·정직·강등·해임·파면으로 이어지는 징계 중 가장 낮은 것이다. 경고는 사실상 징계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월간조선》이 공개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알 수 있듯 언뜻 합리적 결정을 내린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사내에서 제기됐다. 사건 진행 중인 2018년에 이 부서로 온 E, F, G직원이 경고를 받은 것은 이해할 만하나 나머지 결정은 A부장에게만 책임을 전가한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징계 결정과 관련해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됐다.
 
 
  A부장 오는 12월 퇴직 예정
 
한국가스공사의 문책기준.
  첫째, 해임당한 A부장은 오는 12월 퇴직 예정자로 정년을 4개월 남긴 인물이다. 그에게만 130억원 사건의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연히 사건에 연루된 직원 중 A부장이 가장 높은 결정권자인 것은 맞다. 책임 정도가 가장 중하다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공사 ‘상벌규정’의 비위행위자와 감독자에 대한 문책 기준을 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 기준을 보면 방침결정사항일 경우, 최고감독자(결재권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단순·반복 업무일 경우, 비위행위자 즉 실질적으로 업무를 맡아서 한 직원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묻는다. 그러니까 수송업무를 ‘방침결정사항’으로 볼지, 단순·반복 업무로 볼지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얘기다.
 
  공사 직원 중에는 수송업무를 단순·반복 업무로 보는 이들도 많다. 공사 측은 이 건과 관련해서는 제척기간 연장 동의 등 결정해야 할 사안이 많았던 만큼 ‘방침결정사항’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공사 측 논리대로라면 방침결정사항이 아닌 건 없다. 단순·반복 업무를 하면서도 윗사람에게 결재는 받아야 하는 까닭이다.
 
 
  왜 이들에게만 포상감경 적용했을까?
 
  둘째, 《월간조선》이 공개한 회의록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AAA 위원: 징계양정 참고자료를 보면, 발전용 요금 과소 청구 건에 대하여 징계 요구한 수준은 130억 정도의 비슷한 금액이 손실되었음에도 견책, 정직 3월 등입니다. 이번 징계의 경우 이 건에 비해 징계 요구의 수준이 높은 것에 대해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본지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큰 액수의 손실을 본 사건은 130억원을 제외하고 총 4건이었다.
 
  ▲가산세 과소신고로 46억원 손해 ▲매출교부액 실수로 13억원 손해 ▲부과세 과소신고로 4억원 손해 ▲발전용 요금 과소신청 116억원이 그것이다. 이 사건의 해당 담당자는 모두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 관련자 중에서도 포상을 받은 이가 있었는데, 130억원 사건 관련자들처럼 ‘포상감경’되지는 않았다. 또 46억, 13억, 4억은 130억원과는 액수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나마 116억원 손실 사건이 규모 면에서는 비슷한데 이 손실액은 나중에 다 돌려받았다.
 
  130억원 손실 사건은 현재 소송 중인데, 공사 감사실 자료에는 ‘진행 중인 소송결과에 따라 미환수 수송운임(일부) 환수 가능’이라고 나와 있다. 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전액이 아닌 일부만 환수받는 것이다. 직원 B(3급), C(4급)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셋째, 감사실에서 이와 관련한 감사를 진행한 직원의 부서 이동이 예정된 것이다. 감사실은 상임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직원의 부서 이동으로 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자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전언이다. 감사실 직원의 부서 이동이 이 사건 때문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충분히 의혹은 제기할 수 있다.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고 했다. 공사는 지난 8월 13일 인사위원회 징계심의 결과를 감사원에 보고했다. 과연 감사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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