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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세상 읽기

‘충격적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진단

‘피해자’는 가해자 ‘피해’ 다녀서 피해자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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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면 나오는 살인범 지켜봐야 하는 울분
⊙ 15년을 重刑으로 보는 ‘법원’, 감수할 만하다는 ‘살인범’
⊙ ‘왜 죽였냐’보다 ‘죽이려고 찔렀다’는 故意가 중요
⊙ 살인범의 변호사 고용, 잘못하면 역효과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2019년 5월 23일 경기 김포시 김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울분(鬱憤)’을 토하다.
 
  답답하고 분한 심정이 ‘울분’이다. 아마 살인(殺人)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느끼는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울분’이 적당할 것이다.
 
  한국은 사형(死刑)이 집행되지 않은 지, 20년이 넘었다. 실질적으로는 사형제가 폐지된 국가다. 사형은 주로 살인범에게 내려진다. 사형제 존속 또는 폐지는 법조계의 오랜 논쟁이다.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피해자 가족의 울분을 씻어줘야 하기에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2019년 11월 4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살인 및 시체 손괴, 은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을 상대로 공판(公判)을 열었다. 이날은 살인 피해자인 전남편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검찰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유가족은 “살인마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달라”고 청하며 울먹였다.
 
  고유정을 사형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넘었다. 치밀한 계획하에 남편을 죽여도 사형은커녕 무기징역도 나오지 않는 것이 국민 법감정에 맞을까. 비단 고유정 사건이 아니더라도, 요즘 다양한 강력 범죄가 발생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살인범을 변론하기도 하고 피해자를 돕기도 한다. 살인범들과 가장 가까이 만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이들에게서 살인사건과 법이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모범수로 출옥할 뻔한 이춘재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019년 11월 23일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합동위령제’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왜 ‘피해자(被害者)’라고 부를까요?”
 
  최근 형사사건을 두루 처리해본 변호사가 기자에게 농담처럼 던진 질문이다. 답은 진지했다.
 
  “가해자(加害者)를 ‘피해’ 다녀야 되어서 피해자죠. 법조계에서 일을 해보니 피해자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오는데,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아니라, 가해자로부터 피해 다녀야 하는 사람으로 느껴져요.”
 
  범죄 피해자 측 입장에서는 공감이 되는 말이다. 특히 살인범에게 가족의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 가족들에게 공감이 되는 말이다. 가해자 측이 형(刑)이 낮아 금방 나오게 되고, 나오면 법정에서 불리한 증언을 하거나 합의해주지 않았다고 보복하지 않을까 피해자 측이 오히려 불안해한다는 이야기다.
 
  법은 살인죄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형법 제250조). 법조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살인죄는 15년 안팎에서 처벌된다. 피해자 측과 합의하면 12년 정도로 낮아진다. 현행법상 형기(刑期)의 2분의 1 이상 수감되면 가석방(假釋放)이 가능하다. 실제로는 3분의 2는 감옥에서 살아야 나올 수 있다. 사람을 죽여도, 10년 안팎이면 나올 수 있다는 결론이다.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무기수(無期囚) 이춘재는 20년 모범수(模範囚) 경력으로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징역 15년이면 重刑?
 
  2019년 11월 말 서초동에서 살인사건 등 형사사건을 오랜 기간 처리해온 A변호사는 기자에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했다.
 
  “살인죄 처벌이 생각보다 낮아요. 판사들은 15년도 중형(重刑)이라고 생각하죠. 과거 살인사건에서 17년 형이 나온 적이 있었어요. 친한 판사와 이야기하다가 형이 너무 낮다고 불만을 토로했는데, 그가 ‘17년 형이면 중한 것 아니냐’고 말해 당황했어요.”
 
  죄를 단죄할 때 판사도 사람이라 부담을 느끼고, 그 부담이 관대한 판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다.
 
  살인을 바라보는 법원과 국민의 눈높이는 분명 다르다.
 
  우리 법은 ‘개인의 복수’를 허락하지 않는다.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감정에 맞지 않는 가벼운 처벌이 나오면 아마 피해자 가족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정도밖에 안 나올 거라면, 내가 직접 처벌했어야 했는데…. 기회가 있을 때 직접 처벌하지 않은 것이 한(恨)이 된다.”
 
  형량(刑量)이 낮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요즘 수사에서 휴대전화 압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자료 가운데, 사건 전 범죄자가 어떤 검색을 했는지가 법정에서 중요하게 다퉈진다. 범죄자 머릿속에 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고유정 사건의 경우 뼈의 무게와 강도(强度)를 검색한 것이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치밀한 준비를 해서 누군가를 죽이려고 할 때 범죄 관련 여러 가지 사항을 검색해볼 것이다.
 
  살인을 준비한다면, 검색해볼 것이 또 있다. 자신이 받게 될 형량이다. A변호사는 낮은 형량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누구를 죽이려 한다면, 자연스럽게 어떤 처벌을 받을지 알아보겠죠. 가장 쉬운 것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는 것이죠. 그런데 10년 언저리에서 형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요? ‘할 만하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이런저런 이유로 가석방으로 빨리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그렇게 되죠. 검색해보니 ‘30년 형, 무기 징역형…’ 이런 기사만 나온다면 살인할 마음을 먹지 않는 이가 상당수 있을 거예요. 형량이 낮으면 안 되는 이유죠.”
 
  처벌이 두려워 범죄를 망설이게 하는 효과를 형법 교과서에서는 ‘형벌의 위하적(威嚇的·위협적) 효과’라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 사법 현실은 이러한 효과가 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골프채로 때려죽여도 우발적?
 
‘전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2019년 9월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발적(偶發的)’.
 
  자신의 살인이 계획적이라는 범죄자는 드물다. 대부분 우발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피해자 측과 검사는 ‘계획적’이라고 반박하는 일이 흔하다. 우발적이라는 단어는 애매하게 들린다.
 
  전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 역시 법정에서 피고인은 “수박을 써는 과정에서 전남편이 성(性)폭행을 시도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이 우발적 살인을 인정한 판결이 있다.
 
  유승현 전(前) 김포시의회 의장은 2019년 5월 15일 오후 4시57분쯤 김포시 자택에서 술에 취해 아내 A씨를 골프채와 주먹으로 때려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는 2019년 11월 8일 선고 공판에서 유 전 의장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우선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가격하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했다”며 “생명을 앗아간 피고인의 행위는 어떤 경우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내를 골프채로 때려죽인 살인범이 고작 15년이라는 것이 법감정상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것도 1심이라,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外道’와 ‘性的 비하’, 우발 인정
 
  재판부가 이 사건을 우발적이라고 본 것은, 수차례 피해자의 외도(外道)를 용서하고 살다가 피해자와 내연남(內緣男)이 피고인을 성적(性的)으로 비하한 사실을 알게 돼 범행에 이른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10월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유 전 의장에게 징역 20년을 구형(求刑)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유 전 의장이 과거 두 차례 아내의 불륜(不倫)을 알고도 용서하며 같이 살던 중, 재차 불륜 사실을 알게 되자 소형 녹음기를 아내 차량의 운전석에 몰래 넣어 다른 남성과의 대화를 녹음하기도 했다는 공소사실(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을 추가로 밝혔다. 범죄 혐의를 추가한 것인데 이러한 증거들이 오히려 우발적이라는 주장을 강화시켰다.
 
  우발적은 어떻게 판단이 되는가. 실무에서 처리되는 방식을 형사전문 B변호사에게 물었다.
 
  ― ‘우발적’이 애매하게 느껴진다.
 
  “수십 차례 찔러 죽인 살인범도 법정에서는 우발적이었다고 한다. 주장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할 때 상당히 디테일하게 물어본다. 행동과 말이 맞아떨어지는지가 중요하다.”
 
  ― 예를 들어 설명하면.
 
  “죽일 의도는 없었는데, 피가 솟구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다음 행동이 나온다. ‘아이고’ 하면서 응급차를 부르고, 피를 막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행동이 뒤따라야 우발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 전 김포시의장 사건의 경우는.
 
  “일단 칼을 들고 간 것이 아니고, (준비해 가지 않고) 현장에 있던 골프채로 죽였다. 욱한 것이 인정된 것이다.”
 
  ― 혹시 치밀하게 준비하고, ‘우발적’이라고 위장할 수는 없는가.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평소 거친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을 안다면, 일부러 그런 폭언을 유도한 후 근처에 있는 물건으로 내리칠 수 있다.”
 
  여러 살인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 범죄자가 주장하는 살해 동기(動機)가 많이 인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피해자 가족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형사 절차를 유심히 지켜보면 답이 나온다.
 
  피해자 측과 수사기관(경찰·검찰)은 관심이 다르다. 수사기관은 정말 죽였는지, 죽이려 했는지(고의)가 중요하다. 이는 범죄의 구성 요건이다.
 
  결국 검찰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한 가지다.
 
  “죽이려고 찔렀어요.”
 
  ‘왜 죽였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는 후에 법원의 양형(量刑) 기준에서 중요하다. B변호사의 이야기는 이렇다.
 
  “왜 죽였냐는 ‘동기’의 문제입니다. 일단 (수사기관은) 왜 죽였는지에 관심이 크지 않아요. ‘욕을 계속했어요, 평소에 구타를 당했어요’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냥 수사 기록에 적어주는 것이죠. 그것부터 아니라고 하면, 아예 말을 안 해버릴 수가 있어요. 이런저런 변명을 들어주다가, ‘그래서 죽였어요’라는 결론을 끌어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죠.”
 
  바로 이 부분에서 피해자 측은 분개하는 것이다.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이 여기저기 인용되는 데에 분노하는 것이다.
 
 
  살인범은 왜 법정에서 울까?
 
  “항상 울죠.”
 
  B변호사는 살인사건 피의자들의 공통점으로 눈물을 꼽았다. 법정에 들어서면 반성의 의미로 울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에는 반전(反轉)이 있었다. 그의 주장이다.
 
  “눈물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곤 해요.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우는 것일까?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10여 년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해서 우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반성의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말 반성하면 피해자 측 가족에게 반성의 편지라도 보낼 것”이라며 “재판부에는 반성문을 계속 쓰지만,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 측 가족에게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억지로라도 울어야 하는 이유는 형을 감경(減輕)하거나 낮춰주는 기준 때문이다.
 
  같은 살인이라 하더라도, 범행 동기와 수법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책임이 낮은 사안부터 큰 처벌이 필요한 범죄까지 다양하다. 법원은 양형 기준을 만들어 적정한 형량 범위를 정하고 있다. 살인범죄의 양형 기준은 살인죄를 범행 동기에 따라 제1유형(참작 동기 살인),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제4유형(중대범죄 결합 살인), 제5유형(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수년 동안 성폭행을 당하다 살해하는 경우 ‘참작 동기’가 인정되어 형이 낮아지지만, 불특정 다수를 죽이는 ‘극단적 인명경시’의 경우는 형이 크게 높아진다. ‘보통 동기’ 경우가 15년 언저리에서 형이 결정된다.
 
 
  살인죄 변호의 전략
 
  누구나 법정에서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 살인범의 경우, 국선(國選)변호사의 도움이라도 받게 된다. 살인범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솔직히 어떤 생각을 할까. 나아가 변호사가 살인범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최근 살인사건 피해자 측 변호를 맡아본 C변호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살인범 입장에서 변호사는 어떤 도움이 되는가.
 
  “모 아니면 도다.”
 
  ― 왜 그런가.
 
  “죽인 것이 분명하면, 그냥 법정에서 반성한다고 읍소(泣訴)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를 고용하면 무언가 하게 되고, 그것이 역효과(逆效果)가 날 수 있다.”
 
  ― 어떤 역효과가 난다는 얘긴가.
 
  “3000만~5000만원 받고 사건 수임을 했는데, 변호사가 그냥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주장만 하면 되겠는가. 살인이 아니라 상해치사(傷害致死)고 우발적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잘못 주장하면 오히려 반성 안 한다고 형이 세진다.”
 
  C 변호사는 자신이 실제 경험한 사건을 이야기해줬다.
 
  칼을 준비해 가서 사람을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상해치사를 주장했다. 범인은 피해자가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등 잘못된 행동을 계속해서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피고인은 범행 도구를 준비해 가서 사용하고, 그것도 수십 차례 찔렀어요. 또 피해자가 오랫동안 자신을 무시했다는 주장이 허위라는 것이 입증되었죠. 그런데 상해치사를 인정할 판사가 과연 있을까요. 이런 주장은 오히려 범죄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량이 더 높아질 수 있어요.”
 
  당시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됐는데, 차라리 처음부터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 허위 주장을 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선고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C변호사의 평가다.
 
  변호사 입장에서 범죄자, 특히 살인자를 변론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아가 피고인의 주장을 과연 믿고 변론하는 것일까. 솔직한 의견은 이렇다.
 
  “그냥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라고 말해버리는 경우도 본 적 있어요. ‘나도 모르겠다’는 것인데, 변호사 성향에 따라 다르죠.”
 
  변론은 해주지만, 비단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는 받을 수 없다. 대법원은 성공보수를 약속해도 이는 원인무효로 효력이 없다고 한다. 사람의 인권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조두순 고작 ‘징역 12년’ 선고받은 이유는?
 
나영이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 경북 청송교도소 CCTV 화면. 사진=뉴시스
  형량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건 중 대표적인 것이 ‘조두순 사건’이다.
 
  2008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조두순이 당시 10세(초등학교 3학년) 여아(女兒)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하여 중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피해 아동은 이로 인해 성기와 항문 기능의 80%를 상실해 인공항문을 만드는 등 영구적 장애를 입었다. 이제 조두순이 감옥에서 나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심신미약(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약한 상태)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은 이런 경우 형을 감면(형법 제10조 제2항)해주고 있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함이 마땅하나,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減刑)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징역 12년,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공개 5년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린 근거는 피고인에게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었던 점, 피고인이 범행 전날부터 지속적으로 술을 마셔 당해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점, 피고인이 당해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혈흔이 묻은 양말과 운동화를 그대로 신고 귀가하여 집 안에 그대로 방치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나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만, 국민이 볼 때 그 기준은 각양각색이다. 2018년 4월 선고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에서는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여아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는데, 만성 신경정신 질환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아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살인범들이 주장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18세 미만인 피고인이 받을 수 있는 최장기 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조두순이 남긴 것
 
  물론 법원은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조두순 사건’을 보면 그 해결책이 보인다. 조두순의 경우 당시 유기징역의 최장기 형은 15년이어서 국민의 법감정이 용납되지 않았다. 결국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위 형법 제10조(심신미약)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국민 법감정에 맞는 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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