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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가 로펌 압수수색에 긴장하는 진짜 이유

“수사기관이 변호사를 잡으려면 다 엮을 수 있다”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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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해성사가 법정에서 증거가 될 수는 없어
⊙ 교사·방조죄에 자유로운 변호사는 드물 것
⊙ 변협, 변호사 비밀유지권 입법 요구
대한변호사협회. 사진=조선DB
  10여 년 전에, 법조계에 이런 이야기가 떠돌았다.
 
  〈김앤장 압수수색을 주장한 검사가 있다. 그 결과 그는 지금 지방을 돌고 있다.〉
 
  국내 1위 로펌 김앤장(김·장 법률사무소)이 거대한 권력처럼 느껴진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 위상은 여전하다. 거대한 권력을 향해 돌진한 검사가 좌천(左遷)되어 지방 한직을 돌고 있다는 소문은 일부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김앤장 압수수색을 주장한 검사가 누구인지 찾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소문이 떠돌던 당시 고위 법조인과 나눈 대화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김앤장 압수수색을 주장한 검사가 있다던데.
 
  “(웃으며) 다시는 서울로 못 오겠네요.”
 
  10년 만에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최근 김앤장이 검찰에 털리는, 그것도 연달아 두 번 털리는 일이 벌어졌다. 김앤장은 2018년 11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로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난 2월 역시 가습기살균제 수사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대 로펌 김앤장이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소식에 변호사 업계는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검찰이, 변호사까지 탈탈 털어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충격과 위기감 속에서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이 충격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또 ‘비밀유지권’은 무엇인가.
 
 
  고해성사를 몰래 녹음한다?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조선DB.
  서울 서초동에서 개업해 다양한 형사사건을 다루고 있는 변호사 A는 법무법인 압수수색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고해성사를 몰래 녹음해 죄를 묻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믿고 죄를 인정할 수도, 불리한 증거를 맡겨놓았을 수도 있는데 이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법원이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나아가 법리적인 문제도 있다. 우리 법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진술거부권’을 보장한다. 그런데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고백한 이야기들이 수사 자료로 사용될 경우 진술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보관 중인 의뢰인 간에 오간 문서를 수사기관이 불필요하게 압수한 경우 문제가 된다. 만일 해당 문서의 압수수색을 법원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되지 못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認知)해 다양한 방식으로 의뢰인과 변호사를 압박할 수 있다. 이를 별건(別件)수사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해외에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명문화해 보호하고 있다.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의뢰인이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을 모두 변호인에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형법에서 변호사의 업무상 비밀누설을 처벌하고, 변호사법에서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해 직무상 알게 된 비밀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대체로 변호사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그 권리는 보장하지 않고 있다.
 
 
  압수수색에서 변호사를 겨냥한 검찰
 
  이렇듯 표면적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 논란은 의뢰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주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안을 보면 더욱 복잡하다. 최근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이 문제가 된 것은 법원이 김앤장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불거졌다. 지금까지 법원은 변호사 사무실에 영장을 발부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번에 영장이 발부된 것은 다른 배경이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비밀유지권 침해 논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 혐의가 명확히 소명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서 범죄 혐의는 변호사의 혐의를 말한다. 이 말은 의뢰인이 아닌 변호사가 범죄의 당사자가 되어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변호사 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의뢰인 방어권 보장도 있지만, 그보다 향후 압수수색이 변호사들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A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보면 무엇을 우려하는지 알 수 있다.
 
  ―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의 문제점은.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변호사를 누구나 엮을 수 있게 된다.”
 
  ― 예를 들어 달라.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이 여기에 적용된다. 한 회사가 있는데, (변호사가) 배임 우려가 있으니 서류를 보강하라고 조언을 했다고 치자. 여기까지는 아마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서류를 다르게 바꾸라고 말했다면, 그때부터는 ‘증거인멸교사’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실 그 경계는 애매하다.”
 
  변호사 업계의 이야기를 두루 들으면, 애매한 상황은 수도 없다. 성폭력을 저지른 의뢰인에게 조언을 하면서 “판결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 바라면 시키는 대로 증언하라”고 말할 경우 자칫하면 위증교사가 될 수도 있다.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묻는다면 의사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변호사 역시 모든 조언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로펌이 압수수색을 받으니, 변호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지 변호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뢰인의 자문에 변호사들이 몸을 사리면서 제대로 법률 조언을 해주지 않으면 국민의 변호받을 권리는 위축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A 변호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법정에서 위증하라고 시키거나 증거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는 많다. 변호사가 시키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만 해도 문제가 된다. 말이 그렇지 의뢰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이해할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는 미필적고의(未必的故意)의 책임을 지게 된다.”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해서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능력이 부메랑이 될 수 있기에 변호사들이 우려하는 것이다.
 
 
  변협, 비밀유지권 명문화 요구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전경. 사진=조선DB
  지난 7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 침해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최근 대형 법무법인과 기업 법무팀에 대한 압수수색뿐만 아니라 개인 의뢰인과 변호사 간 메신저 대화내용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증거사용 등이 이어지면서,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우리 형법, 변호사법 등은 “변호사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며 변호사의 의무사항으로 ‘비밀유지권’을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입법을 통해 의뢰인과 변호사 간 온·오프라인 대화 내용, 상담 및 변론 과정에서 작성한 문서 등에 대한 증거 수집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서초동 인근에서 만난 변협 이충윤 대변인은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 법무법인 압수수색에 대한 생각은.
 
  “성역이라고 불리던 김앤장이 압수수색당하는 것을 보고 비밀유지권 입법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 회원(변호사)들의 생각은.
 
  “(김앤장처럼 대형이 아닌) 작은 곳은 무형의 압박을 받기 쉽다. 압수수색할 필요도 없다.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 변호사가 범죄자를 도우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의뢰인을 보호할 수는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은닉하거나 가담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의뢰인이 그런 적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없다는 증거를 만드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변호사는 공정(公正)의 의무가 있다. 이 범위 안에서 의뢰인을 보호한다.”
 
 
  휴대폰도 털린다
 
검찰 압수수색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조선DB
  지난 7월, 변협은 회원들에게 비밀유지권 침해 사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변협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밀유지권 침해 실태조사에 참여한 변호사 250명 중 37.7%가 ‘검찰에 비밀유지권을 침해당했다’고 응답했다. 경찰 18.9%, 공정위 16.7%, 국세청 9.4%, 금융감독원 7.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변호사와 피의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변호 내용이 담긴 자료와 휴대폰, 컴퓨터 등을 증거자료로 가져갔다’고 응답한 비율이 67.3%에 이르렀다.
 
  변호사들의 설문조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휴대폰이다. 최근 검찰 압수수색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휴대폰이다. 그 안에는 모든 것이 있다. 사건 관련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생활 관련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휴대폰 압수수색의 문제점에 대해 실제 휴대폰을 압수당해본 변호사가 이야기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 것이 휴대폰 압수수색이다. 갑자기 수사기관에서 조사받는 중에, 휴대폰에 저장된 사생활 관련 내용을 지나가는 말로 한번 이야기해도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압수수색의 여러 부작용이 변협의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의 근거다. 이충윤 대변인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 설문조사에서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은 조사가 되었는가.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었다.”
 
  ― 의뢰인 혹은 피의자라면 몰라도, 사건과 관련 없는 변호사의 휴대폰을 압수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사현장에서 압수수색은 아주 강력하다. 예를 들어 의뢰인의 사무실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고 하자. 변호사들은 통상적으로 임의제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뢰인을 지키기 위하여 변호사의 휴대폰 자료 제출이 불가피하다면 거부하기 어렵다. 물론 이는 예외적이기는 하다.”
 
  ― 휴대폰에 사건과 관련 없는 내용도 있는데, 대응 방법은 없는가.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휴대폰 말고는 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수사기관에서 포렌식으로 정보를 다 저장한 이후에, 직접 가서 필요 없는 부분은 지워달라고 할 수 있다.”
 
  ―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허락하지 않은 물건을 압수수색해 범죄 혐의를 찾으면 어떻게 되는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
 
  현재 비밀유지권을 보장하는 입법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누구든지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교환 내용 또는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하여 작성한 법률자문 등 자료에 대하여 공개를 요구하거나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만, 의뢰인의 승낙이 있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나경원 의원 대표발의 변호사법 일부개정안)〉
 
  변협은 이렇게 비밀유지권이 명문화되면, 법원도 영장을 쉽게 발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도, 이부, 삼백’은 아직 유효
 
  다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수사상의 필요성이 그 근거다.
 
  이런 농담 같은 진담이 있다.
 
  〈검찰 혹은 경찰 등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도(一逃). 일단 어떻게든 도망
 
  이부(二否). 잡히면 최대한 부인
 
  삼백(三Back). 안 되면 백(인맥이나 권력)을 찾으라.〉
 
  법조계 은어(隱語) ‘일도, 이부, 삼백’은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생겨난 배경도 있다. 과거 제5공화국 시절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면 어떻게 해서든 일단 빠져나와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말이 ‘일도, 이부, 삼백’으로 알려져 있다.
 
  범죄 피의자(被疑者) 입장에서 틀린 말도 아니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10여 년 형사사건을 담당해온 변호사 B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도, 이부, 삼백’은 아직 유효하다. 요즈음은 ‘일도, 이부, 삼변(셋째, 변호사를 찾으라)’이 적당할 것 같다. 피의자는 혐의가 의심되어서 (수사기관이) 부르는 것이다. 아직은 ‘의심’ 단계다. 무조건 (수사기관에) 가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 계속 버티면 검찰 등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피의자 입장에서) 영장 발부 요건에 해당되지 않도록 조정하며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 변호사를 고용해, 수사기관에 ‘무슨 이유로 나오라는 것인가’ 하고 물으면서 시간을 끌 수도 있다. 고소사건의 경우 고소장 열람등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한 이후에, 검찰에 가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된다.”
 
  이렇듯 피의자가 법을 이용해 버티기에 나서면 수사기관의 대응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압수수색까지 제한하기 시작하면 수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변호사가 사건에 적극 개입한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인권과 수사의 균형 필요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근거로 범죄자의 인권이 점차 강화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의 거악을 두고 창을 거둘 수 없다”며 “한국 법의 특성상 폭넓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B 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살펴보았다.
 
  ― 변호사 비밀유지권에 대한 생각은.
 
  “피의자가 찾아오면 변호사는 보호소가 되어서 피의자를 완벽하게 보호하게 하자는 이야기다. 그러면 그 피의자를 불러다 수사할 법적 수단이 약해진다. 권력형 비리의 경우 더욱 그렇다. 수사기관이 뚫고 나가기 힘들다.”
 
  ― 최근 압수수색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원래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90%가 넘는다. 웬만하면 압수수색 영장은 나오는 것이다. 사람을 가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압수수색은 쉽게 나온다.”
 
  ― 해결 방안은.
 
  “미국의 경우 증거제출을 명령할 수 있고,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사법방해죄가 성립한다. 증언할 때 면책을 조건으로 증언하게도 한다. 증언을 조건으로 검찰 측이 형(刑)을 낮추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까지 가능하다. 우리는 이런 제도가 없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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