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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다시 보는 ‘장자연 사건’

‘1 對 3’이 벌인 갈등의 불똥,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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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서 잘못 공개되면 죽으니까 비밀 지켜달라”고 한 장자연의 부탁은 어떻게 무시됐나?
⊙ 김종승의 시각으로 본 ‘장자연 사건’
⊙ 장자연 모르고, 문건에 대해서도 몰랐다는 이미숙… 법원은 이를 ‘불인정’
⊙ 송선미 측의 반론 “김종승 측의 주장, 모두 근거 없어… (송선미는) 장자연 사건과도 무관”
⊙ 장자연 문건 매수 관련해 ‘6장→7장→14장→6장’으로 말 바꾼 유장호
⊙ 장자연 매니저의 증언 “유장호, 장자연을 신인 연기자라고 무시… 매우 귀찮아하고 싫어해”
⊙ 유장호, 사기 혐의로 최근 징역형 선고받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前科도
⊙ 윤지오의 주장은 윤씨 본인 진술조서로 간단히 부정
⊙ ‘장자연 계좌’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돈
⊙ 장자연과 가장 빈번하게 만났던 사람은 정작 따로 있다
  그간 ‘장자연 사건’은 사건의 본질보다는 대중의 흥미를 자극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2009년 3월, 장자연씨가 비극적인 선택을 한 직후, 언론은 실체가 불분명한 ‘장자연 리스트’ 운운하며 특정 언론과 특정 인물을 겨냥한 보도를 쏟아냈다. 2년 뒤인 2011년 초, 이 사건과 아무 연관도 없는 어느 재소자가 쓴 ‘가짜 편지’가 보도된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장자연씨의 유서로 둔갑한 이 편지의 진위(眞僞)는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다. 얼마 뒤 그 편지가 거짓으로 판명되자 언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최근 윤지오(본명 윤애영)씨의 등장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이었다. 고(故) 장자연씨와 친분이 있었다고 자처한 윤지오씨는 장자연씨 10주기에 맞춰 《13번째 증인》이라는 책을 발간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언론도 윤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여권 인사들도 가세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여권 인사 다수가 윤씨를 비호하며 ‘공익 제보자’로 추어올렸다. 이처럼 윤씨의 말은 팩트를 넘어 일종의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내 그의 증언에 의구심이 제기됐고, 윤씨의 증언을 반박하는 주장들이 잇달아 나오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장자연 사건 재조사를 벌이던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뚜렷한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지난 몇 달간 윤씨의 등장으로 요란했던 ‘장자연 사건’ 재조사는 사실상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10년 전 사건을 되돌아보는 이유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로 시작하는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문건.
  지난 10년간 대다수 국내 언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취재에 나서 장자연 사건의 실체에 다가갔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대중의 관심이 사건의 본질이 아닌 통속적인 지점에 맞춰져 있다 보니 실제 보도는 진실과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월간조선》이 초기 사건기록에 주목해 장자연 사건을 정리하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당시 수사 당국은 이 사건의 진실을 캐기 위해 거의 모든 관련자를 조사했다. 그렇게 남은 사건기록만 수천여 장에 달한다. 《월간조선》은 어떠한 편견과 감정을 배제하고, 사건기록 일체를 다시금 들여다보며 2009년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사건 자체가 예민한 터라 당사자들의 반론을 모두 받는 게 원칙이나 기사 마감 등 시간관계상, 일부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만약 반론을 제기하는 측이 있다면 오는 8월 17일 발간되는 《월간조선》 9월호를 통해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할 계획이다.
 
 
  김종승 對 이미숙·송선미·유장호
 
장자연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김종승씨가 2009년 7월 3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먼저 이 사건을 다룰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네 사람이 있다. 장자연 소속사 ‘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이하 더 컨텐츠) 사장 김종승(본명 김성훈), 더 컨텐츠 소속이었던 배우 이미숙·송선미, 그리고 더 컨텐츠 총괄매니저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다른 소속사 ‘호야스포테인먼트’(이하 호야)를 세운 유장호씨다. 유씨는 이미숙 전담 매니저를 하기도 했다. (이하 존칭 생략)
 
  이미숙과 송선미는 더 컨텐츠를 나와 각각 2009년 1월, 2008년 9월 호야로 이적했다. 이미숙의 경우, 계약 만료일이 2009년 12월 31일임에도 소속사를 옮겼다. 더 컨텐츠와의 계약이 9개월 정도 남은 상태에서 호야로 이적한 것이다. 송선미는 2008년 9월, 더 컨텐츠와의 계약이 끝났지만 김종승은 그해 12월 어떤 이유에서인지 송선미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을 이유로 6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 관계를 둘러싼 김종승-이미숙·송선미의 갈등은 뒤에서 다루기로 한다.
 
  김종승은 장자연에게 폭력을 가하고 잠자리를 강요한 혐의를 받은 인물이다. 유장호는 이미숙·송선미를 자신의 회사 호야로 이적시키고, 김종승의 비행(非行)이 담긴 소위 ‘장자연 문건’ 작성에 간여했다. 유장호가 김종승과 어떤 관계였는지 역시 이를 통해 짐작이 가능하다. 이처럼 김종승을 제외한 세 사람은 김씨와 대립각을 세웠다.
 
 
  김종승 측 주장을 再검토하는 이유
 
  대다수 언론이 김종승이 장자연에게 가한 행동을 집중 보도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김씨는 악(惡), 나머지 세 사람은 선(善) 또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인상을 준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사건을 평면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그간 덜 주목받았던 김종승 측의 주장을 살피는 것도 언론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월간조선》은 김종승이 유장호, 이미숙, 송선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2013년과 2014년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 3건을 입수했다. 준비서면의 내용 중 일부는 훗날 재판부에 의해 배척됐지만, 사건의 큰 틀을 이해하는 데는 중요한 자료다.
 
  김종승 측은 준비서면에서 ‘장자연 문건’의 성격에 대해 “장자연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피고 유장호의 강요 혹은 기망 회유 등에 의해 작성된 허위 문건”이라고 단정했다. 김종승 측은 ‘장자연 문건’이 장씨 본인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란 근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고 유장호의 악의적인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불러주는 대로 허위, 과장된 내용의 문서가 마치 유서인 양 잘못 알려지고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님에도 작성 명의자의 자살로 인하여 마치 모두 사실처럼 인식되어 버렸습니다.〉
 
 
  ‘장자연 문건’은 유서가 아니다
 
  ‘유장호가 불러주는 대로 장자연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김종승 측의 주장은 법원의 판단에 의해서 배척된다. 하지만 ‘유서인 양 잘못 알려져 있다’는 부분은 사실이다. 실제로 장자연이 목숨을 끊기 일주일 전인 2009년 2월 28일 작성한 문건은 유서가 아니다. 이 문건은 장자연이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에 대응해 만든 일종의 진술서다. 문건 작성 당시 장씨도 그렇게 인식했다. 이는 유장호의 진술로 뒷받침된다. 유장호는 2009년 3월 14일 경찰 조사에서 “자연이가 진술서 같지 않다고 하여 문건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장자연 문건의 성격은 수사와 재판에서도 확인됐다. 2009년 4월 26일 경찰은 중간 수사 결과에서 “유서로 볼 만한 내용이 없고, 각 장(狀) 사이에 간인(間印)이 찍혀 있고 이름과 자필 사인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기획사를 옮길 목적으로 소송 상대방인 김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성된 소송 문건으로 생각된다”고 발표했다.
 
  법원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2010년 11월 1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피소된 김종승·유장호 관련 판결문(사건번호 2009고단1501)에서 장자연 문건을 “(유장호가) 김종승과 소송하는 송선미나 소송이 예상되는 이미숙을 도와 다양한 방법으로 김종승을 압박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작성하도록 한 문서”라고 규정했다. ‘장자연 문건’ 작성 경위는 뒤에 나올 유장호 부분에서 좀 더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장자연은 이미숙·송선미 모른다”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 유장호씨. 사진=조선DB
  다시 김종승 측이 작성한 ‘준비서면’을 보자. 김씨 측은 준비서면에서 “장자연 문건에는 피고 송선미, 이미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매우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씨 측은 “장자연은 피고 송선미·이미숙과 더 컨텐츠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그 이전 이후에 단 한 번도 송선미나 이미숙을 만난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장자연의 매니저였던 백○○도 증인신문 당시 “송선미나 이미숙씨를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하는 더구나 본 적도 없는 사이인데 고 장자연이 이미숙씨나 송선미 피해 사례라는 문서를 작성해 남겼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한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데 마주친 적이 없다는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독자들은 의구심을 가질지 모른다. 하지만 연예계 생리상 이런 일은 흔하다고 한다.
 
  이 사건 취재를 위해 만난 전직 연예부 기자 A씨는 연예 소속사 구조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20여 년간 연예 관련 취재만 해온 A씨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스타급은 소속사를 나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은 거의 야외에서 이뤄지고 소속사에서 매니저와 운전기사를 붙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 비춰 보아 김씨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승 측은 “장자연은 기이하게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피고 송선미·이미숙의 피해 사례까지 그 문서에 기재해놓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준비서면’의 일부다.
 
  〈피고 유장호에 따르면 울면서 자기가 당한 억울한 일에 대해 하소연하였다는 장자연이 어떻게 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었던 피고 송선미, 이미숙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인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합니다.〉
 
  김씨 측은 “(유장호는) 장자연을 순수히 도와주겠다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장자연을 이용할 생각으로 장자연을 기망, 회유하여 장자연에게 허위 문서를 작성하도록 사주하였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장자연 문건’ 작성 과정에 이미숙·송선미가 간여했다고 본 김종승
 
  김씨 측은 ‘장자연 문건’ 작성에 이미숙과 송선미가 사주한 정황이 있다고도 했다. 두 사람이 유장호와 공모해 문제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김종승 측이 내세운 증거를 보자.
 
  〈■ 장자연씨 친구 이○○씨 진술조서 일부
 
  문: 왜 문건에 잠자리 요구란 표현을 했을까요.
 
  답: 잠자리 요구, 성상납(을) 유장호가 코치를 해서 작성한 것 같아요.
 
  문: 담당 형사가 보여준 문건이 장자연씨가 작성한 글씨체가 맞던가요.
 
  답: 자연이가 작성했다면 술 취해서 작성한 것 같아요. 누가 불러주거나 쓰라고 쓴 것 같아요. 평소 자연이는 문서 내용과 같이 ‘배우 장자연의 피해 사례입니다’라는 식의 문장을 쓸 줄 모르는 애입니다. 말한 대로 누가 불러줘서 쓴 것 같아요.
 
  문: 혹시 제3의 인물이 다른 목적으로 배후 조종을 해서 문건을 받은 것은 아닐까요.
 
  답: 제 생각으로는 누군가 유장호를 바지로 내세워 자연이에게 김종승에 대한 나쁜 내용의 문건을 받은 것 같은데 아마도 이미숙씨 아니면 송선미씨 같아요.〉
 
  이○○은 장자연이 생전에 흉금을 털어놓던 몇 안 되는 친구였다. 이씨의 진술에 의하면, 장씨는 김종승의 문제점을 고발한 문제의 문건을 작성한 당일 이씨의 집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장씨는 이씨에게 ‘이제 좋게 풀릴 수 있겠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장자연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말이다. 즉 유장호의 도움으로 자신이 작성한 김종승의 비행이 담긴 문건이, 장차 김씨를 압박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다음은 드라마 감독 정○○의 사실확인서 중 일부다.
 
  〈■ 드라마 감독 정○○씨 사실확인서 요약
 
  ▲2009. 1.경 이미숙이 전화하여 원고(김종승-기자 註)가 자신(이미숙)을 상대로 계약위반 소송을 제기하지 말도록 설득해달라고 말한 사실 ▲2009. 3.경 이미숙이 장자연 문건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원고가 장자연에게 술접대, 성상납 등을 강요하였다고 이야기한 사실 ▲유장호와 장자연을 만나달라고 부탁한 사실 ▲그 후 유장호로부터 전화를 받고 2009. 3. 9.경 유장호와 장자연을 만나기로 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사실 확인〉
 
 
  장자연 모르고, 문건에 대해서도 몰랐다는 이미숙
 
2009년 4월 24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에서 한풍현 분당경찰서장이 장자연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를 두고 김종승 측은 “이미숙이 배후에서 유장호를 조종하여 장자연 문건을 작성토록 하고, 정○○ 감독까지 동원하고 있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미숙은 물론 김종승과도 친분이 있던 이다. 정씨는 ‘더 컨텐츠’ 전속계약을 둘러싸고 이미숙-김종승이 벌이던 갈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정씨가 “이미숙이 2009년 1월 중순 본인에게 전화를 하더니 ‘김종승이 저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 문제가 있는데 감독님이 김종승과 친분이 있으니 혼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고 밝힌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의 진술조서와 정○○ 감독의 사실확인서를 종합하면, 이미숙이 장자연 문건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판결문(사건번호 2009고단1501)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유장호)은 2009. 3. 1. 15:30경 이미숙을 찾아가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의 존재를 알려주었다”고 적시했다. 이어지는 내용이다.
 
  〈이미숙은 정○○ 감독에게 전화를 하여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가 있고 그 내용 중에 정○○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 김종승을 야단쳐주라고 하는 한편 유장호가 찾아갈 테니 도와달라고 부탁하였으며, 피고인은 2회에 걸쳐 정○○ 감독에게 전화를 하여 찾아가겠다고 하였으나 나중에 만나자고 거절당하였다.〉
 
  하지만 이미숙은 장자연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했다. 참고인 조사 당시, 경찰과 이미숙이 나눈 문답을 옮긴다.
 
  〈경찰: 장자연을 알고 있나요?
 
  이미숙: 과거에는 몰랐고 이번 사건을 통해 이름만 들었습니다.
 
  경찰: 장자연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미숙: 모르겠습니다.
 
  경찰: 장자연이 유장호와 함께 문건을 작성을 했다는데 알고 있나요?
 
  이미숙: 모릅니다.
 
  경찰: 유장호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은 사실이 있나요?
 
  이미숙: 없습니다.
 
  경찰: 문건의 내용을 본 사실이 있나요?
 
  이미숙: 본 적이 없습니다.
 
  경찰: 정○○ 감독의 진술에 의하면 진술인이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 A4 용지를 보았으며 그 내용도 알고 정○○에게 말했다는데 사실이 아닌가요?
 
  이미숙: 아니요. 정○○ 감독이 잘못 들으셨나 본데요.〉
 
  이미숙이 장자연을 모른다고 한 이유는 뭘까. 김종승 측은 준비서면에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전속계약 문제였다. 또 다른 하나는 이미숙의 과거 ‘사생활’ 문제였다. 이를 근거로 김씨 측은 “피고 이미숙으로서는 원고가 위 사실을 세상에 알리거나 이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압박을 가해올 것을 매우 두려워하였고, 이에 보다 강력한 무기로 원고를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즉 이미숙이 ‘장자연 문건’에 담긴 김종승의 비리 내용을 이용해 김씨를 압박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김종승 對 송선미가 벌인 소송戰
 
  《월간조선》은 지난 7월 10일 이미숙의 현 소속사에 공문을 보내, 그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 기사 마감 관계상, 7월 15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으나, 이씨는 아무런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김종승 측은 송선미의 역할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준비서면’에서 “피고 송선미 역시 장자연 문건 작성을 사주하고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공모하지 않았다면, 장자연 문건의 내용에 피고 송선미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될 아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송선미도 김종승을 상대로 송사(訟事)를 벌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2008년 12월 ‘더 컨텐츠’는 송씨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송선미는 이미 ‘호야’로 이적한 상태였다. 김씨가 소(訴)를 제기하자 송선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인 2008년 12월 하순경 김종승을 상대로 〈며느리 전성시대〉 출연료 횡령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에 김종승은 2009년 1월 16일 무고·명예훼손 혐의로 송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같은 해 2월 19일 횡령 혐의로 송선미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김종승 측은 “피고 송선미는 원고와의 법적 소송으로 인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터에 장자연 문건이 공개되자 마치 준비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언론에 인터뷰를 하며 원고를 비난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전에도 이미 피고 유장호와 함께 원고의 약점을 확보하여 소송 등에 활용하기 위한 모의를 한 사실까지 있다”고도 했다.
 
 
  송선미 前 로드매니저의 증언
 
  《월간조선》은 송선미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던 중, 송선미의 로드매니저였던 송○○씨의 ‘사실확인서’ 3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문건을 통해 김종승이 송선미를 상대로 왜 소송을 제기했는지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3월29일자 송선미의 로드매니저 송씨의 사실확인서는 “2008년 2월 22일경 전부터 (주)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서는 송선미가 그동안 출연료를 이중 청구하여 수령한 것과 여러 가지 계약 불이행 등으로 너무 문제가 많아 여러 차례 송선미에게 시정을 요구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로드매니저 송씨의 주장이다.
 
  〈그러다 결국 시정이 안 되어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최○○ 부장, 김종승 사장과 저희 매니저팀 직원들이 회의를 하여 (주)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서는 2월 22일 회의 내용을 정리하여 송선미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이 있습니다.
 
  2008년 2월 말경 문자를 보낸 후 얼마 안 있어 송선미는 회사로 찾아와 김종승 사장을 만나 사과를 하여, 김종승 사장이 위약금 6000만원과 송선미 출연료를 상계처리하고 연예활동을 하지 않고 잔여 계약기간을 마치라고 통보하였습니다.
 
  송선미는 ○○토건 등의 광고가 방송 중이니 (주)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가 송선미를 소송하면 광고주 입장에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을 송선미에게 제기할 것이니 소송은 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부탁을 하고 갔습니다.〉
 
  로드매니저 송씨는 “이것으로 송선미의 문제가 일단락되는 것으로 저희는 알고 있었다”고 했지만, 송선미 관련 문제는 또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사실확인서의 내용이다.
 
  〈2008년 4월 초 송선미가 갑자기 전주국제영화제를 가고 싶다고 소란을 피워 (주)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서는 다시 회의를 하여 송선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매니저팀과 김종승 사장이 송선미에게 통보하였습니다.
 
  2008년 4월경 공휴일 송선미가 저에게 전화하여 뜬금없이 김종승 사장을 찾는 등 여러 차례 전화가 와 김종승 사장이 송선미의 연락을 피한 적도 없는데 연락이 안 된다며 이상한 말을 본인에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송선미가 (주)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를 방문하여 김종승 사장을 만났고 (주)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서 송선미에게 소송을 안 하는 조건으로 위약금 6000만원과 출연료를 상계처리하고 연예활동을 하지 않고 잔여 계약기간을 마치는 것으로 서로 간의 분쟁을 확정적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 후로 송선미는 (주)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 더 이상 연예활동과 출연료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국정원 관련설’ ‘청와대 개입설’이 나온 배경
 
2009년 3월 16일 유장호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 송파구 서울병원의 병실에서 한 중년 남성이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다시 김종승 측이 작성한 ‘준비서면’으로 돌아가보자. 김씨 측은 송선미의 로드매니저 송○○씨의 증언 등을 인용해 “송선미의 남편이 고위직을 동원하여 원고를 모함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국정원 관련설’인데 김종승이 강한 의구심을 품은 대목이기도 하다. 김종승은 유장호·이미숙·송선미가 국가기관 인사에게 이 사건을 흘려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자연이 사망한 지 이틀 뒤인 2009년 3월 9일, 장자연 문건 공개를 둘러싸고 장씨 유족들의 항의를 받은 유장호는 돌연 서울 가락동 서울병원에 입원했다(3월 18일 퇴원). 입원 기간에 국정원 직원으로 알려진 사람이 유씨가 입원한 병원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2009년 4월 7일 유장호씨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유씨와 경찰의 이런 문답이 기록돼 있다.
 
  〈경찰: 3월 14일 서울병원 입원 당시 방문한 모 국가기관 담당자와는 언제부터 알고 지냈나요?
 
  유장호: 약 1주일 전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 어떻게 알았나요?
 
  유장호: 핸드폰으로 연락이 와 만나자고 하여 만난 것뿐입니다.
 
  경찰: 무슨 대화를 하였나요?
 
  유장호: 자기가 국가정보원이라고 하며 힘든 것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였으며 자기가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경찰: 장자연이 사망 후 만난 것인가요?
 
  유장호: 네.
 
  경찰: 이번 사건에 있어서 피의자가 위 기관의 사람에게 장자연 관련 문건을 제공해준 사실이 있나요?
 
  유장호: 없습니다.
 
  경찰: 위 기관 사람이 피의자에게 도움을 준 일이 있나요?
 
  유장호: 저는 그 사람이 국가정보원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아무런 도움을 주거나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유장호의 자랑
 
  유씨의 진술로 보아 국정원 담당자를 일주일 전(3월 7일)부터 알았다면 장자연 사망 당일에 알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장자연과 유장호의 관련성을 조기에 파악하고 접근한 경위는 미스터리다.
 
  2012년 7월9일자 송선미의 로드매니저 송○○ ‘사실확인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2009년 3월 14일경 서울병원에 유장호씨가 입원했을 때 국정원(이) 항상 상주하였습니다. 유장호씨는 “송선미가 남편 고○○씨에게 부탁하여 나를 돕기 위해 보낸 사람이다”라고 유장호씨가 본인에게 자랑하였습니다. 병실에 있던 직원이 송선미의 남편 고○○씨도 유장호씨의 병문안을 했다는 말을 하여 사실을 알았습니다.〉
 
  유장호와 윤지오의 통화 내용엔 ‘청와대’도 등장한다. 2009년 3월 10일 통화에서 유장호는 윤지오에게 “그거(기사)는 못 올리게 지금 청와대에서 조치했어. 내가 그걸 얘기했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2009년 4월 8일 경찰 조사에서 유장호는 ‘실제로 청와대에 조치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내가 과장을 하여 이야기한 것 같다”고 답했다.
 
 
  J 변호사는 누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해 있던 ‘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 건물. 사진=조선DB
  그럼 ‘청와대 및 국정원 등장설’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기자는 이 사건을 취재해온 또 다른 연예부 기자 B씨를 통해 그 배경을 일부 파악할 수 있었다. B씨는 최근까지도 김종승의 지인(知人)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김씨의 지인을 통해 확보한 A4 용지 2장 분량의 문건을 기자에게 보내줬다. 문건의 작성 시기는 ‘2018년’이었다. B씨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김종승 측이) 만든 문건 같다”고 말했다.
 
  김종승 측이 작성한 ‘고 장자연 사건 개요’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는, 관련 설이 나온 이유 등이 실려 있다. 문건의 한 대목이다.
 
  〈고 장자연 사건 이후 유장호는 청와대, 국가정보원 등이 자신을 비호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송선미와 유장호가… 감히 일반인들이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는 청와대, 국가정보원과 같은 최고 권력기관을 자신 있게 비호세력으로 주장한 데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J 변호사(익명 처리-기자 註)의 존재 때문이다. 이 사건 당시 J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검사를 사직한 후 잠시 변호사 개업을 하였다가 청와대에 행정관(대통령실 민정2비서관실 특별감찰반 반장)으로 근무하였고, 그 근무 기간 국정원, 검찰, 경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이 간다.〉
 
  문건은 또 “J 변호사가 청와대에서 사직한 후, 김종승의 전 회사인 (주)더 컨텐츠엔터테인먼트와 또 다른 분쟁 중에 있는 배우 이미숙의 추가대리인으로 선임된 점, 송선미가 아무런 이유나 대가 없이 이미숙에게 약 8600만원에 이르는 더 컨텐츠에 대한 채권을 이미숙에게 갑자기 양도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J 변호사는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자신에게 부여된 막강한 권한을 송선미, 이미숙이 고소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원한을 갚는 데 행사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송선미 측은 이에 대한 반론을 보내왔다. 그 전문(全文)을 하단에 전재(全載)한다.
 
송선미 측 반론
 
  1. 귀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배우 송선미의 법률대리인 ○○○ 변호사입니다. 먼저 귀하의 질의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귀하가 송선미와 김종승과의 사적 분쟁에 관심을 갖고 이를 기사화하려는 의도와(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장자연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종승이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아무런 근거 없이 송선미 등을 위 사건에 끌어들이는 행위에 대해 귀하가 동조하는 듯이 보여 심히 유감스러울 뿐입니다.
  송선미와 김종승과의 법적 분쟁은 김종승이 소속 연예인을 상대로 수없이 제기하였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장자연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3. 김종승 측의 주장이 모두 근거 없다는 점은 이미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모두 밝혀진 것으로, 주식회사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가 송선미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을 원인으로 하여 위약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전속계약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더컨텐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당시 송선미와 ‘더컨텐츠’ 사이의 전속계약은 계약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정상적으로 종결된 것으로, 어떠한 계약위반 사실도 없습니다.
 
  4. 장자연 사건에 송선미 등이 관련되었다는 주장 역시 전부 사실무근입니다. 송선미는 장자연을 만난 적도 없고, 장자연 사건이 보도되기 전까지 장자연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했습니다. 이른바 ‘장자연 문건’의 존재나 활용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고 관련이 없습니다. J 변호사 역시 장자연 사건과 전혀 관계된 바 없습니다. 또한 송선미는 유장호와 긴밀한 관계가 아닐 뿐더러, 유장호의 ‘호야스포테인먼트’와 계약체결을 한 사실조차 없습니다.
 
  5. 송선미가 무상으로 이미숙에게 채권을 양도했다는 주장 및 이에 대해 J 변호사가 관여했다는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송선미는 당시 J 변호사가 아닌 자신의 소송 대리인의 법률적 조언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고 이미숙에게 채권양도를 하였을 뿐입니다.
 
  6. 송선미가 당초 장자연 사건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지 않은 것은 동(同)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이 명확했기 때문으로, 검찰의 과거사위원회도 최초 종결예정일까지 송선미에게 어떠한 조사통보도 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 윤지오가 마치 송선미가 장자연 사건에 관하여 밝힐 것이 있다는 식의 근거 없는 발언을 하여 송선미까지 과거사위원회의 조사에 응하게 되었으나, 송선미 등이 장자연 및 그와 관련된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해 관계된 바도, 아는 바도 전혀 없다는 점은 모두 설명되어 수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7. 본건 질의 내용과 관련하여, 더 이상 근거 없는 일방의 주장이나 억측에 기반하여 마치 송선미 등이 장자연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언급되지 않도록 기사화를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런 근거 없는 무책임한 의혹제기로 인하여 그동안 송선미는 배우로서 평판과 이미지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고, 연예인으로서 직업을 영위하는 데 큰 제약을 받아 왔으며 엄청난 심적 고통을 받았습니다.
 
  8.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승 등의 일방적 주장을 내용으로 한 기사가 보도되거나 위 기사에 동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송선미 등의 이름이 언급될 경우, 이는 명백한 명예훼손 행위이며 인격살인으로 당사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초래하는 것인바, 해당 언론사 및 기자에 대해서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오니, 이 점 양지하시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유장호는 왜 ‘장자연 문건’ 매수에 대해 말을 바꿨나?
 
유장호씨의 사무실이 있는 송파구 오금동 오피스텔. 이곳에서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작성됐다. 사진=조선DB
  이제 유장호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앞서 말한 대로 장자연이 문제의 ‘장자연 문건’을 작성할 당시, 그 옆에서 조언을 한 이다. 유씨는 누구보다도 장자연 문건에 대해 잘 아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유장호는 장자연 문건 매수(枚數)에 대해 말을 바꾸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간 대중에게 알려진 장자연 문건은 KBS가 사본을 입수해 공개한 것으로, 그 매수는 총 4장이다. 문건 매수와 관련해 2009년 3월 14일 경찰 조사에서 유씨와 경찰이 나눈 문답이다.
 
  〈문: 진술인은 전회 진술 시 장자연과 작성한 문건이 총 몇 페이지 문서라고 하였나요.
 
  답: 당시 원본 문서는 A4 용지에 총 7장으로 되어 있는데 3장은 장자연이 저에게 편지 형식으로 작성한 문서이고 나머지 4장은 장자연이 김종승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내용으로 김종승을 법적으로 처벌을 하기 위한 문서입니다.〉
 
  유장호는 장씨가 사망한 이튿날인 2009년 3월 8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에 ‘유장호입니다’란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유씨는 “2주 전부터 자연이가 나를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계속 울었다”며 “처음 한두 번은 그냥 힘들어서려니 했다. 그런데 1주 전부터 5시간 동안 나를 기다리더니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어 유 대표는 “그 해결점을 찾을 방법을 서로 얘기하다가 6장의 자필로 쓴 종이를 주었다. 나를 믿는다고 나보고 잘 간직하라고. 가족한테도 알리지 말고 가족들이 피해 보는 게 싫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해결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7장이 6장으로 바뀐 것이다. 경찰은 매수가 바뀐 이유를 유씨를 상대로 캐물었다. 2009년 4월 7일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자.
 
  〈문: 피의자는 3월 8일 자신이 운영하는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유장호입니다’라는 제목하에 어떤 내용의 글을 올렸나요.
 
  답: 지금도 게시판에 내용이 올려져 있기에 그것을 참조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문: 장자연이 남긴 문건이 6장이라고 말한 이유를 말하세요.
 
  답: 제가 말한 총 7장의 문건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문건 1장당 맨 윗줄 한 줄만 작성되었기에 어떻게 보면 6장이라고 해도 되기에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09년 3월18일자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유씨는 문건이 사본을 포함해 총 14장이라고 주장했다. 즉 날짜순으로 정리해보면 6장(3월 8일, 유장호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 → 7장(3월 14일, 경찰 조사) → 14장(3월 18일, 《스포츠경향》 인터뷰 기사) → 6장(4월 7일, 경찰 조사)으로 바뀐 셈이다. 복사본을 언급하는 바람에 매수가 달라졌다고 해도, 당초의 설명과 큰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다.
 
 
  ‘유장호 조언, 장자연 작성’으로 만들어진 문건, 세 차례 改作
 
유장호와 윤지오씨는 서울 삼성동 봉은사(사진) 주차장에서 장자연씨가 쓴 문건을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수사기록에 나타난 유장호의 진술을 종합하면, 문건 작성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의 매수는 대강 이러하다. 우선 해당 문건은 크게 세 차례 개작(改作)됐다. 장자연은 2009년 2월 28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유씨의 사무실에서 크게 세 차례 문건을 작성했다. 장자연이 문건을 작성하다가 쓰다가 찢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A4용지 3~4장의 문건을 쓴 게 첫 번째다.
 
  “글씨가 엉망”이란 유씨의 지적을 받고 장씨는 새로 4장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한다. 이것이 두 번째다. 이 두 번째 문건은 4장의 사본으로 복사됐다. 검토 과정에서 원본이 수정되기도 했다. 유씨가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의 실명(實名)을 매직펜으로 검게 칠했다”고 진술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실명이 지워진 문서는 다시 복사돼 4장의 사본으로 만들어졌다. 장씨 사망 이후 KBS 보도로 공개돼 널리 알려진 장자연 문건, 즉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로 시작되는 문건은 이 사본으로 추정된다.
 
  이 문건 역시 “내용이 이상하다”는 유장호의 지시(또는 권유)로 장씨는 다시 4장의 문건을 다시 작성했다고 한다. 이것이 최종본이고 역시 사본 1부가 만들어졌다. 이런 식으로 2월 28일 장씨가 만든 문건은 원본과 사본을 합쳐 대략 27~28장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중 최종본(사본 포함) 8장은 3월 12일 유족과 윤지오가 보는 앞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주차장에서 소각했다.
 
  당초 유장호는 2월 28일 장자연이 문건을 가지고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왔다고 증언했다. 왜 이런 식으로 진술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문건 작성에 자신이 개입한 걸 감추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이 증언이 다른 관련자들의 증언에 의해 의심받자 유씨는 “장자연이 ‘내가 당한 것을 종이에 적어줄 테니 나를 도와줄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달라’며 사무실에서 문건을 작성했다”고 번복했다. “문건을 작성할 땐 특별히 도와준 것이 없다.(2009년 7월 27일 검찰 진술)”는 주장도 했다.
 
 
  “(유장호가)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 비리가 적힌 문건 보여주며…”
 
  장자연의 친구 이○○의 증언은 다르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렇게 말했다.
 
  〈2월 28일 밤 11시 집에 와서 자연이가 ‘이제 좋게 풀릴 수 있겠어’라고 하기에 물어보았더니… 유장호가 자연이(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미숙·송선미 등 알 만한 여배우의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 비리가 적힌 문건을 보여주며 이 문건들이 공개되면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신원을 보장하고 (이전 소속사와의) 계약도 풀어줄 테니 네가 당한 것과 비리를 적어달라….〉(2009년 3월 15일 이○○ 경찰 진술조서)
 
  이○○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장호는 장씨가 문건을 작성하기 전 해당 내용이 담긴 문건을 사전에 작성했다는 의심이 가능해진다. 또 유씨가 장씨에게 관련 내용을 구술(口述)해 작성케 했다는 의구심도 갖게 만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009년 3월 18일, KBS가 공개한 문건이 장자연의 필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비춰 법원은 유씨가 문건을 직접 작성함은 물론, (장씨에게) 지시해 작성하게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시각을 보였다. 2013년 1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김종승이 유장호·이미숙·송선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사건번호 2012가합85378) 판결문에서 ‘피고 유장호가 장자연에게 자신이 지시하는 내용대로 적도록 하여 장자연 문건을 작성하였다’는 원고(김종승)의 주장에 대해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듬해 7월 14일 서울고등법원도 “유장호가 이 사건 문건을 직접 작성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장호와 장자연은 정말 친한 사이였을까?
 
  그렇다면 유장호와 장자연은 실제로 친분이 두터운 관계였을까. 언뜻 보면 유씨가 김종승으로부터 강압행위를 당한 장씨를 감싸준 듯하다. 문건 작성도 그러한 친밀한 관계 속에서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유장호는 2009년 3월 18일 장씨 죽음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고 장자연이 부당함에 싸우려다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단지 그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며 “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씨와 유씨가 서로 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다. 오히려 유씨가 장씨를 하대(下待)했다는 것이다. 장자연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백○○씨는 ‘사실확인서’에서 “유장호는 고 장자연과는 일을 한 적이 없었고 더더욱 담당 매니저도 아니었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유장호는 저에게 고 장자연을 신인 연기자라고 많이 무시했고 자신에게 쓸데없이 말을 건다며 고 장자연을 매우 귀찮아하고 싫어했습니다… 고 장자연 자살사건 이후 고 장자연의 백기사인 양 언론에 떠드는 모습을 보곤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장자연 유족과 유장호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고 ‘봉은사 문건 소각’ 현장에도 있었던 윤지오씨도 유장호의 태도에 의구심을 가졌다. 윤씨는 법정에서 판사와 이런 문답을 나눴다.
 
  〈판사: 피고인 유장호가 김종승 때문에 장자연이 죽었다고 하였나요.
 
  윤지오: 예.
 
  판사: 피고인 유장호가 그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없었나요.
 
  윤지오: 구체적인 말은 하지 않았고 장자연이 죽은 것이 억울하니까 대신하여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였습니다.
 
  판사: 증인은 피고인의 태도를 보고 진솔하게 느껴졌나요.
 
  윤지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느껴져서 증인이 도움을 주려고 유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문서를 소각할 때에도 같이 간 것인데, 지금은 왜곡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판사: 왜곡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윤지오: 피고인 유장호가 유서 자체를 소각할 때에도 굳이 증인을 부르지 않아도 되는데 불렀고, 유서 자체를 언론에 공개할 때 증인이 공개한 것으로 이야기해달라는 부분도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왜곡되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유장호는 2009년 3월 12일(추정) 윤지오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윤씨에게 장자연 문건에 대해 일종의 ‘코치’하는 듯한 말을 했다. ‘3월 12일’은 유장호가 유족들과 윤지오씨 등이 보는 앞에서 문건의 원본과 복사본 총 8장을 소각한 날이다. 두 사람의 대화록을 보자.
 
  〈유장호(이하 유): …한 장 언론에 공개된 거 있잖아.
 
  이순자(윤지오의 가명·이하 이): 네네.
 
  유: …너가 한 거야?
 
  이: 제가요? ‘마지막으로 저는 나약하고 힘 없는 신인입니다’ 그거.
 
  유: 어어.
 
  이: 그게 그러니까 저도 인터넷으로만 봤는데 그 지장 찍히고 제일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유: 이제 다른….
 
  이: 어어. 네.
 
  유: …니가….
 
  이: 네. 뭐 어떤 내용이 있고 어떻게 폐기했냐고 그러면 뭐라고 말씀드려야 돼요? 예?
 
  (중략)
 
  유: 어떻게 될 거 같냐?
 
  이: 네.
 
  유: 폐기했다고 하면 김성훈(김종승의 본명)이 더 활개 칠 거란 말이야.
 
  이: 그렇죠.
 
  유: 그러니까… 보관할 거다. 그것만 얘기해달라고.
 
  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런데 또 우려가 되는 건 유가족분들이 갖고 있다고 하면 유가족분들한테 피해가 가는 거 아니에요. 원본 사수하려고. 아니면 검찰 쪽으로도 아! 그건 말이 안 되는구나. 하….
 
  유: 유가족이 저렇게 있는 한 아무것도 못 해. 자연이 말고 다른.
 
  (중략)
 
  이: 그러니까 총 몇 장인 거예요? 그 문서가? 예?
 
  유: 6장.
 
  이: 6장 다 뭐 어디 가서 불로 태웠다 그럴까요 아니면? 예?
 
  유: 분명히 너는 너….
 
  이: 예. 그러니까 그 문서 한 장은 뭐 니가 언제 받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말씀드려야 돼요.
 
  유: … 받을 때.
 
  이: 예.
 
  유: 누가 줬다 그래. 내가 줬다 그래. 그냥.
 
  이: 그러니까 자연 언니 일 있고 나서?
 
  유: 어. 자연이가 너….
 
  이: 너한테 왜 줬어? 그러면 뭐라고 그래요.
 
  유: 응?
 
  이: 너한테 왜 줬냐고 물어보면?
 
  유: 편지였다 그래.〉
 
 
  최근까지 논란의 중심에 선 유장호
 
  김종승 측이 작성한 ‘준비서면’에는 유장호의 전과(前科)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장호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과 모텔에 투숙한 다음 그녀의 체크카드 등을 훔쳐 사용한 절도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전과가 있고, 더 컨텐츠에서 근무하던 중 부당하게 배우 지망생의 부모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하였다가 이런 사실이 밝혀져 더 컨텐츠에서 쫓겨난 자입니다.〉
 
  유장호는 최근 또 다른 혐의로 피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유명 패션 브랜드 직원 C씨에게 “할리우드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해주겠다”며 4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현재 유씨는 법정구속은 안 된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유장호는 2015년 7월 C씨에게 접촉해 모델비의 3%를 광고대행 수수료로 주면 스칼렛 요한슨과 95만 달러(10억여원)에 계약을 체결해주겠다고 했다. 유장호에게 속은 C씨는 선급금 명목으로 유씨에게 회삿돈 4억여원을 보냈고, 유씨는 이를 자기 회사의 운영비와 채무 변제금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유씨는 계약의 성사를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준이 되지 않는 상태인데도 C씨에게 그러한 단계에 이른 것처럼 속이고 돈을 받았다”며 ▲피해 금액이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회사 운영이 어려워 돌려막기 상황에서 시급한 비용을 마련하고자 적극적으로 기망한 점 등을 종합해 형(刑)을 정했다고 밝혔다.
 
 
  본인 진술조서로 간단히 부정되는 윤지오의 주장
 
윤지오씨가 지난 3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3번째 증언》 북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윤씨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사진=뉴시스
  이 사건과 관련해 숱한 논란을 낳은 윤지오씨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엔 ‘거짓말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후원자들에게 후원금 반환 소송도 당한 상태다.
 
  윤씨 관련 의혹은 이미 수많은 언론이 다뤘다. 이 글에선 핵심 사항인 ‘《조선일보》 방 사장’ ‘《스포츠조선》 사장’에 관한 윤지오씨의 주장이 왜 신빙성이 없는지, 그 명확한 근거에 대해서만 밝히려 한다.
 
  윤씨는 지난 3월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선일보》 관련 언론인 3명의 이름과 특이한 성(姓)을 가진 국회의원의 이름을 장씨가 작성한 문건에서 보았다고 주장했다. 3월 12일엔 성접대 대상 명단에 포함된 《조선일보》 관련 언론인 3명과 정치인 1명의 이름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진술하기도 했다.
 
  2009년 3월 25일, 윤지오의 경찰 진술조서 일부를 보자. 경찰은 윤씨에게 장자연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방 사장’ ‘《스포츠조선》 사장’에 대해 묻는다. 이에 대한 윤씨의 답변을 그대로 옮긴다.
 
  〈자연이 언니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 사장님인지 모르지만 김 대표가 나오라고 하여 자연이 언니와 같이 압구정동 시네시티 건너편에 있는 ○○○○가라오케에 갔는데 김 대표와 변○○ 대표, 자연이 언니, 저와 같이 갔는데 다른 룸에 있는 신문사 사장님이 우리 룸으로 왔을 때 소개를 시켜주었는데 그 분이 조선일보 방 사장님인지 모르지만 김 대표가 소개를 할 때 신문사 회장님이라고 소개를 하였고, 신문사 회장이라는 분은 노래를 할 때 일본 노래를 유창하게 하였고, 자연이 언니가 쓴 내용 중에 조선일보 방 사장님과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과 술자리를 같이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조선일보 방 사장님과 자연이 언니가 잠자리를 하도록 김 대표가 강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연이 언니가 쓴 문서를 보고 알게 된 것이고, 그런 내용은 잘 모릅니다.
 
  윤지오씨는 ‘《조선일보》 방 사장’ ‘《스포츠조선》 사장’을 단 한 명도 특정하지 못했다. ‘모른다’는 표현을 네 번이나 반복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윤씨는 이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참고로 《스포츠조선》 사장이 《조선일보》 방 사장의 아들이 아님은 이미 확인된 팩트이기도 하다. 유장호와 윤지오의 통화기록에 나오는 ‘《조선일보》 강상섭 이사’ 역시 실체가 없는 인물이다. 당시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간부 중 ‘강상섭’이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 4월 26일 윤지오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박훈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 내용 중 일부다.
 
  〈윤지오는 누구에게나 초미의 관심사인 고 장자연씨 문건에 나오는 ‘조선일보 방 사장’ 부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른다는 말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마치 ‘조선일보 방 사장’ 부분에 뭔가를 아는 것처럼 얼버무려 사람들을 기망했습니다.
 
  (중략)
 
  저는 국민들께 윤지오는 조선일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말씀드립니다. 윤지오는 스스로 그것을 과거사위에서 명백하게 진술했으나 언론에서는 전혀 밝히지 않아 기대감만 한껏 부풀렸던 것입니다. 있을 수 없는 처참한 기망행위였던 것입니다. 거기에 많은 언론들이 부끄럽게 부역했던 사건입니다.
 
  (중략)
 
  나아가 사실은 장자연씨가 쓴 ‘리스트’가 전혀 존재하지 않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다 정체불명의 수사 서류를 본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본 것을 기화로 “법 위의 30명 사람들과 목숨 걸고 혼자 싸운다”라면서 사람들을 기망하였습니다.〉
 
 
  ‘장자연 계좌’에 입금된 정체불명의 돈
 
2018년 4월 5일 ‘미투시민행동’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장자연리스트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性)접대 명단이 담긴 ‘장자연 리스트’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사진=조선DB
  이 사건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 중 하나가 장자연 계좌에 입금된 ‘정체불명’의 돈이다. 장자연 문건에서 ‘성상납’을 연상케 하는 대목은 ‘조선일보 방 사장’ 한 건이지만, 수사 당국은 누구를 지칭하는지 특정할 수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관련 인사들의 ‘알리바이’가 확인돼 이들은 수사선상에 오를 이유가 없었다.
 
  경찰은 성상납이 있었다면 그 대가에 따른 돈이 오갔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장씨가 사용한 국민은행 계좌(279602-○○○○○○○○)의 2007년 10월부터 2008년 말까지 금융거래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과 관계된 인물의 입금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다.(2009년 4월 24일 경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2011년 한 매체는 ‘고 장자연 수사 비화’란 제목으로 장자연 계좌에 수표를 입금한 이들에 대해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수표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한 사람은 20~30명에 달한다고 한다. 수사팀은 정체불명의 수표들이 장씨가 사망하기 4~5개월 전인 2008년 10~11월까지 장씨와 주변인들의 계좌에 들어오고 나감을 확인했다.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들이 내놓은 장씨에게 돈을 준 이유는 다양했다.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연히 알게 됐는데 불쌍해서 돈을 줬다” ▲“고마워서 차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줬다” ▲“우연히 지인들과 만나 식사 자리에서 알게 됐는데, 식사 자리를 즐겁게 해준 것에 대해 사례를 한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골프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우연히 장씨를 알게 됐고, 생활이 어려워 보여서 그냥 돈을 줬다”〉
 
  이 20~30명 대부분은 기업체 대표거나 기업의 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유명인은 거의 없다. 한 3~4명 정도가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수표거래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을 법적인 처벌 대상에 올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29일 KBS는 ‘고 장자연 계좌에 고액 수표, 수십 장… 재수사 단서 되나?’라는 보도에서 ‘장자연 계좌’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2011년 보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찰이 확인한 계좌와 카드 내역은 950여 건… 계좌추적 결과, 경찰은 장씨와 가족 계좌에 백만원권 이상 고액 수표가 수십 장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입금된 총액은 억대, 수표를 건넨 남성은 20여 명이었다. 유명 기업인과 고위 공무원 등 유력 인사도 여러 명 있었다. 하지만 모두 장씨를 오며 가며 만났는데 용돈으로 쓰라고 줬을 뿐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수사팀 관계자 A “전부다 그런 식으로 ‘김밥값으로 줬다’ 이런 식으로 진술해서 처벌을 못했는데” ▲수사팀 관계자 B “불쌍해 보이고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할 걸로 보여서 힘내라고 주기도 하고”)
 
  수사팀은 해명만 들은 뒤 조사를 중단했고, 수사 결과 발표에도 고액권 수표 입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장씨 계좌에 돈을 입금한 사람의 명단이 공개됐을 경우, 큰 파문이 일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부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흐지부지 넘어갔다. 일각에서는 “《조선일보》와의 관련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만약 《조선일보》 관련 인사가 장씨에게 돈을 줬다면, 한국 언론은 가만히 있었을까?
 
 
  장자연과 가장 자주 만난 사람은?
 
  수사기록상 장씨와 가장 빈번하게 만난 사람은 정작 따로 있다. 바로 변○○ ○○펀드 대표다. 2009년 3월 10일 유장호·윤지오씨 통화기록엔 이런 대화가 나온다.
 
  〈이순자(윤지오의 가명): (변○○ 명함을 발견함) 아 여기 있다. 언니(장자연)랑 제일 많이 만났던 사람이거든요. 저랑 ○○ 변○○ 대표.
 
  유장호: 이 부사장, 그 ○○○○ 만든 사장(이○○ 당시 ○○○ 대표)이랑?
 
  이순자: 예, 그 사람이랑 제일 많이 어울려 다녔어요.〉
 
  변○○ 대표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김종승의 접대 목록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인 내용을 날짜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07년 10월 18일
  김종승이 접대 장소로 이용한 사무실 1층 ‘거기엔’에서 변○○ ○○펀드 대표가 참여한 ‘세계 IT포럼’ 참석자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 장자연씨와 윤지오씨가 참석했다.
 
  ■ 2008년 1~2월경
  김종승 대표가 술자리 장소로 이용하던 사무실 3층 VIP룸에서 변○○씨와 오○○ ○○투자증권 전무를 접대했다. 이 자리에 장자연씨와 윤지오씨가 참석했다.
 
  ■ 2008년 2월 15일
  김종승과 변○○씨 일행이 ‘거기엔’에서 술자리를 가졌고, 이 자리에 장자연씨와 윤지오씨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 가기 위해 장자연씨는 회사 비용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했다.
 
  ■ 2008년 6월 18일
  사무실 3층 VIP룸에서 변○○씨, 조○○ ○○○파트너스 상무, 오○○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김종승씨와 장자연씨의 접대를 받았다.
 
  ■ 2008년 8월 5일
  사무실 3층 VIP룸에서 김종승 생일 파티가 열렸다. 파티가 끝난 뒤 변○○·조○○·김종승·장지연·윤지오 등 5명이 청담동 ‘○○가라오케’에서 2차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 상무가 장자연씨를 성추행했다고 윤지오씨가 진술했다. 변○○씨는 경찰 수사에서 ‘강요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김종승 대표가 장자연씨를 폭행, 협박해 식사 자리나 술자리에 참석하도록 강요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강요 방조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변○○씨와 VIP룸에 동석한 오○○씨는 두 차례 더 장자연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변씨와 같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이○○·양○○ ○○○ 대표도 같은 이유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장자연과 술자리를 가진 고○○ ○○○나인 대표도 역시 같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강요 방조와 함께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조○○씨는 2009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으나, 2018년 6월 26일 검찰의 재수사로 기소됐다.
 
 
  실존 여부 불분명한 ‘리스트’임에도 惡性 소문 돌아
 
  결론을 말하자면 수많은 사람이 장자연과 관련 있었지만, 정작 이들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애꿎은 이들만 언론과 여론의 유탄을 맞은 셈이 됐다. 물론 그 단초는 ‘유장호·장자연’을 통해 만들어진 4장의 문건이 제공했다.
 
  ‘초미의 관심사’던 성접대 대상자를 연상케 하는 리스트는 그 4 장 안에 들어 있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장씨가 생전 김종승에게서 당한 피해 사례를 서술 형식으로 적은 것일 뿐, 리스트하고는 거리가 멀다.
 
  문건 작성에 간여했던 유장호는 4장 이외에 리스트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지금까지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장자연 자필 문건 외에 ‘장자연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만 무성해졌다. 소문은 악성(惡性)으로 변질돼 불필요한 의혹을 양산했다. 결국 실존(實存) 여부조차 불투명한 이 리스트의 실체를 당사자들도, 언론도 제대로 해명하거나 규명하지 못했다. 그 사이 사건의 본질은 희석되고 말았다.
 
  중요한 건 장자연이 생전에 했던 부탁이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장호가 2009년 3월 14일 경찰 조사에서 “장자연이 나에게 문서가 잘못 공개되면 둘 다 죽으니까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유씨는 이후 문건이 공개되자 ‘장자연과 문건 공개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번복함.)
 
 
  A씨 “장자연의 직접적 死因은 졸피뎀”
 
  장자연씨가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0년 11월 12일 법원은 유장호 판결문에서 “장자연 사망 원인이 문건에 적힌 김종승의 부당한 대우 때문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구체적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장자연은 당시 소속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방송출연도 자비(自費)로 하는 상황이었으며 그나마 유일한 연예활동이던 〈꽃보다 남자〉 출연이 종료되어 추가 수입이 없어졌고, 마침 남자친구와도 헤어진데다 헤어진 남자친구의 어머니로부터 1000만원의 반환독촉을 받는 상황이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심각했다. 또한 또래 연예인들에 비해 연예활동에 있어 전망이 불투명한 문제, 부모를 일찍 사별해 보호받지 못한다는 열등감, 악화된 우울증, 소속사 사장인 김종승과의 갈등문제….〉
 
  마지막으로 법원이 지적한 장자연의 사망 원인은 ‘문서의 유출 우려’였다.
 
  전직 연예부 기자 A씨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주장을 내놨다. 장자연이 죽음에 이른 결정적인 이유가 졸피뎀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A씨는 “(졸피뎀은) 장자연씨 검시(檢屍)보고서에도 나왔던 부분”이라며 “장씨 집에서 관련 약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에 사용하는 수면제의 일종으로, 다른 수면제와 비교했을 때 약효가 빠르고 지속 시간이 짧은 게 특징이다. 졸피뎀은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우려가 있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실제로 장씨가 사망한 직후, 경찰은 유족의 말을 빌려 장자연이 ‘1년여 전부터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해왔다’고 밝혔다. A씨의 말과 법원의 판단, 그리고 경찰의 발표를 종합하면 장씨는 ‘우울증을 앓으며 약물(졸피뎀) 복용을 해오던 중 문서 유출에 따른 우려 등이 겹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김종승·유장호 등은 어떤 처벌 받았나?
 
  김종승은 성매매 알선과 (성접대·술접대) 강요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은 두 혐의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이런 혐의에 대한 무혐의 처분과 동시에, 다른 혐의(장자연 폭행·협박)를 적용해 김종승을 기소했다.
 
  2010년 11월 12일 1심 법원은 장자연을 폭행·협박한 혐의를 인정해 김종승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1년 11월 17일 항소심 법원은 협박죄를 무죄로 판결, 징역 4월과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했다. 김종승의 형량은 2013년 10월 11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유장호는 사자(死者)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유족에 의해 고소됐다. 그러나 검찰은 “고의로 문서를 유출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과 동시에 다른 혐의(김종승을 공개 비방해 명예훼손)로 유장호를 기소했다.
 
  2010년 11월 12일 1심 법원은 “구체적 허위사실 적시가 없다”며 유장호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으나, 모욕죄를 새로 적용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1년 11월 17일 항소심을 거쳐 2013년 10월 11일 유장호의 형량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과거사위 발표에 빠진 이미숙 관련 부분
 
박훈 변호사가 지난 4월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인실 앞에서 김수민 작가를 대리해 윤지오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제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과거사위의 편파적인 조사도, 이 사건을 불필요한 논란으로 비화시키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과거사위가 지난 5월 20일 발표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 보도자료를 보면, 전체 26쪽 중 14쪽이 《조선일보》 관련 내용을 채워져 있다. 과거사위의 ‘장자연 사건’ 조사가 《조선일보》를 겨냥한 것이었음을 시사한다. 과거사위는 일방적 주장과 억측을 토대로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식으로 발표함으로써 《조선일보》 임직원 전체의 명예에 상처를 입혔다.
 
  사건 당시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이었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도 반발했다. 5월 21일 강효상 의원은 자신이 《조선일보》 재직 시절 ‘장자연 사건’ 대책반을 만들어 사건에 대처했다는 과거사위 발표에 대해 “과거사위가 왜곡으로 점철된 수사 외압 주장만을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장자연 사건의 핵심 의혹은 ‘장씨가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가’였다. 전술(前述)한 대로 ‘장자연 문건’이 유서로 알려지면서 문건에 적힌 접대와 폭행이 원인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렸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일부 언론이 ‘문건 내용’이 아니라 ‘문건 유출’이 실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증거가 제시됐고, 이미숙 등 관련 인물도 거론됐다. 이씨도 과거사위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사위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이미숙 관련 부분은 실리지 않았다.
 
  과거사위가 주목했던 윤지오의 증언도 사실상 증거 능력을 잃어버렸다. 윤씨가 실제로 장자연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장씨의 최후의 순간을 잘 알지도 못한다는 주장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윤지오가 봤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역시 실제로 윤씨가 봤는지 여부를 입증할 단서도 없었다. 윤씨의 저서 《13번째 증언》을 대필한 작가 김수민은 장자연의 유족이 윤씨가 책을 내는 데 반대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출간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는 윤씨와 김수민 작가 간의 공방(攻防)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재심(再審) 사건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증’이란 제목의 글을 썼다. 박 변호사는 지난 3월까지 과거사위 실무 조사기구인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일했다.
 
  박 변호사는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윤지오가 방송에 출연해 했던 주장에 대해 언급했다. 장자연과 접대 자리 등에 자주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윤씨는 지난 3월 28일 KBS TV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장씨가) 유리컵으로 한 잔도 안 마셨는데 의식이 아예 없는 상태를 여러 번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방송 후 인터넷 등에선 “누군가 약물을 넣었다면 특수강간”이라는 말이 돌았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윤씨가 최근 장자연씨가 술이 아닌 다른 약물에 취한 채 (접대 등을) 강요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며 “이 진술이 언제 비로소 나왔는지, 어떤 경위에서 나왔는지, 뒷받침할 정황이 존재하는지 따지지 않고 특수강간죄를 논하고 공소시효 연장 등 특례 조항 신설을 얘기하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간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윤씨의 이러한 진술에 대해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이 검증은 도대체 누가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윤씨를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숙소를 마련해주고 경호팀을 붙여주는 등의 국가예산 지출로 이어졌다”며 윤씨의 편의를 봐준 행정 당국을 비판했다. 이어 “윤씨가 주장하는 ‘가해자의 실체’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각종 논란에 불 지핀 과거사위의 무리한 조사들
 
지난 5월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문준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위원이 ‘장자연 사건’ 관련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과거사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12월 발족했다. ‘검찰의 인권침해나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란 이유에서였다. 이유는 그럴듯했지만 사실 과거사위는 전(前) 정권과 비판 언론을 욕보이려 구성됐다는 의심을 받았다. 과거사위원 9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 5명이나 되는데다가, 조사 대상 역시 전 정권에 맞춰져 있어 그 의도가 분명해 보인 탓이다. 이는 “과거사위 조사 기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법무부 발표가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번복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실제 과거사위는 수사 권고 당시부터 자신들 입맛대로 조사 결과를 왜곡하거나,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에 불과한 사안들을 당사자 실명(實名)과 함께 마치 사실인 양 공개해 명예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들이 공개한 사실로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은 친여(親與)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로 인해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고통을 겪었다.
 
  과거사위 조사 대상이 됐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의 반발은 ‘현재진행형’이다. 10년 전 ‘용산 참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수사팀은 과거사위 발표에 대해 “(과거사위 발표문은) 허위 공문서 수준”이라며 “범죄가 되는 부분이 없는지 법무부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 참사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철거민들이 극단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경찰관 1명이 순직하고 철거민 5명이 사망한 비극적 사고였다.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져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았다. 경찰 진압이 치밀하지 못했으나 위법(違法)이 아니라는 결론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이미 확정된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과거사위는 “철거민들이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해 전치 4~7주 부상을 당했는데 수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는 4층 건물 옥상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바닥으로 추락해 다친 것이었다. 이는 판결문에 적시된 사항이기도 하다. 심지어 과거사위는 사건 당시 경찰이 찍은 동영상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과거사위 상대로 소송도 제기
 
  과거사위는 지난 5월 29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이 유착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윤갑근 전 고검장은 과거사위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을 형사고소한 데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윤중천씨는 김학의 전 차관에게 이른바 ‘성접대’를 했다는 인물로 지목된 이다. 과거사위는 ‘김학의 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 전 고검장이 윤씨와 만나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함께 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사위가 제기한 의혹을 살펴본 검찰 수사단은, 윤 전 고검장과 윤씨의 유착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전 고검장은 “과거사위와 조사단 관계자들이 객관적인 증거에 비춰 진위(眞僞)를 판단하지도 않은 채 의혹이 마치 사실인 양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을 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예 문재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과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이 2013년 김학의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다. 그러나 검찰 진상수사단은 지난 6월 4일 “수사 외압을 인정할 단서가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이에 곽 의원은 “과거사위가 수사 권고 이후에 경찰 내사(內査) 등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허위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더 큰 의혹을 제기했다”며 반발했다.
 
 
  과거사위 활동 종료와 장관의 ‘나 홀로 발표’
 
  지난 6월 12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텅 빈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브리핑실에서 ‘나 홀로 발표’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박상기 장관은 과거사위 활동 종료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기로 돼 있었다. 기자회견 약 1시간 전, 법무부는 ‘기자단 질문을 안 받겠다’고 공지했다. 그러자 기자단이 “질문 못 하는 기자회견에는 안 가겠다”며 브리핑에 불참했다. 박 장관은 그 상황을 알면서도 발표를 강행했다. 회견장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KTV’ 카메라 한 대만 서 있었다. 박 장관은 그 카메라 앞에서 약 8분간 보도자료만 읽고 회견장을 나갔다. 이처럼 출입기자들이 장관 브리핑에 불참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검찰 개혁 등 정권 입맛에 맞는 내용만 발표하려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과거사위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피날레였다”는 조소(嘲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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