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창간특집 | 死鬪의 현장을 가다

우리 시대를 지키는 ‘愚公移山’들의 현장을 찾다

陰地에서 피와 땀을 흘리는 응급실의 의사·간호사, 경찰관, 소방관 이야기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서가(書架)를 서성거리다 낡은 책 한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월간조선》이 24년 전 펴낸 신년 별책부록 《한국인의 성적표》입니다. 해방 50년을 맞아 부모 세대가 일군 ‘기적과 같은 성취물’을 항목별로 정리한 아주 두꺼운 책이지요. 책 표지에는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문장 하나가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일밖에 한 일이 없다.”
 
  조갑제(趙甲濟) 당시 편집장은 서문에서 “분단・전란・정변 속을 헤치고 선진국 문턱에까지 이 나라를 끌어올린 그들의 성취는 20세기 세계사의 최우등상감임에 틀림없다”며 “절망 끝에는 희망밖에 없었다”고 썼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만 남은 듯합니다. 24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교육 수준도 높아졌지만 들리는 건 한숨 소리뿐입니다.
 
  저는 그 원인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낮춰 보는’ 현 세태에서 찾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주변에서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악하고, 머리 회전을 기민하게 하는 이들이 더 대접을 받는 세상이지요. ‘열심히’보다는 ‘쉽고 편하게’를 금언(金言)처럼 여기는 게 오늘날 우리 자화상입니다.
 
  그 결과, ‘열심히 일하면 손해 본다’는 터무니없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이는 근로 의욕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왜곡된 인식이야말로 시급히 청산돼야 할 ‘적폐’임이 틀림없습니다.
 
  《월간조선》은 창간 39주년을 맞아 음지(陰地)에서 피와 땀을 흘리는 우리 시대의 ‘우공이산’을 조명해봤습니다. 특히 ‘사투(死鬪)의 현장’에서 제 한 몸 아끼지 않는 이들을 다루고자 응급실의 의사·간호사, 경찰관, 소방관의 세 직업군을 선별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막내 기자 세 명이 팔을 걷어붙이고 직업군별로 밀착취재 해, 그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응급실 의사들은 주당(週當) 80~100시간을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주 52시간제는 다른 나라 얘기인 셈입니다.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를 치료하는 그들이, 정작 환자 신세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간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성희롱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하니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해 보입니다.
 
  경찰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한 경찰관은 “가끔 내가 경찰이 아니고 노예가 된 기분”이라며 자조 섞인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을 ‘슈퍼맨’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편견에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소방관은 의사만큼 시신(屍身)을 많이 보고, 경찰만큼 생명의 위협을 많이 느낀 직업군일 겁니다. 화마(火魔)와 싸우고, 대민(對民) 업무도 게을리할 수 없는 그들에게도 꽁꽁 감춰온 고충이 있었습니다.
 
  세 직업군의 일상을 엿보고 확인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모두 타인을 위해 헌신한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절대로 공치사(功致辭)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저 담담하게 회고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이따금씩 불만 섞인 말을 내뱉을 때도 있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미미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우리에겐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으니까요.
 
  본업(本業)과 관련해서는 절대로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묵묵하고 우직한 사람들, 진정한 감동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번 기획취재가 독자 여러분의 요구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늘에서 마땅히 소임을 다하는 이들에게 격려의 말 한마디 보태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더불어 취재에 응해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 모두 우리 시대의 자랑스러운 우공이산입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주어진 임무에 전념하는 당신들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번영의 시대를 구가(謳歌)하고 있습니다. 그 헌신과 희생에 다시 한 번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조회 : 1006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908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