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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따라잡기

내부고발 그 후…

잠깐의 의로움이 긴 괴로움으로 이어지기도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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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로 폭로 문턱 낮아졌지만, 내부고발자 보호는 踏步 상태
⊙ 대한민국 역대 내부고발자들, 모두 苦楚의 삶…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 ‘공익신고자보호법’ 강화와 시민인식 개선 함께 이뤄져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1월 2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왼쪽글은 신재민 전 사무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마지막 글. 사진=연합
  결이 다른 폭로였다. 우선 방식에 있어서 그랬다. 과거 논란이 됐던 고발은 주로 기자회견이나 기성 언론 제보로 이뤄졌다. ‘유튜브’는 내부고발에 있어 미증유(未曾有)의 채널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신재민(33)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유튜브 방송은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영상은 최근 청와대가 KT&G 인사에 개입하고 적자 국채를 발행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거운 얘기다. 한데 짐짓 심각한 표정과 눈물은 없었다. 되레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 게다가 영상 한쪽에는 학원광고 배너와 후원 계좌번호까지 붙였다. 신 전 사무관은 그러면서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한다. 후원해 주면 돈 벌기 전까지 일용할 양식으로 쓰겠다”고도 했다. 그간 구축됐던 ‘대한민국 내부고발의 패러다임’에 균열이 인 순간이다.
 
 
  내부고발의 문턱이 낮아졌다
 
  성격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이미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통한 내부고발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가 있다. 대한항공의 ‘갑질’ 사건과 두산인프라코어 ‘신입사원 명예퇴직’,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성추행·성희롱’도 이 앱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내부 직원이 해당 사실을 게시글로 올리면서다. 현재 이 앱 가입자 수는 150만여 명이며 이들은 각각 4만개의 회사에 종사하고 있다. 비슷한 예로 페이스북의 ‘대나무숲’이 있다. 그 밖에도 카카오톡의 오픈채팅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등은 언제 어디서든 공론장(公論場)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의 억울함’을 폭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제는 반대로 SNS를 통한 폭로의 내용을 기성 언론에서 받아쓰는 모양새가 됐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SNS를 통한 내부고발은 영향력 측면에서 기존 채널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기존 매스미디어가 가졌던 영향력이 점차 파편화되면서 상당 부분 SNS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게 표출할 수 있는 데다, ‘유니버설(Universal)’한 플랫폼으로 파급력까지 배가된다”고 했다.
 
  권예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또한 “기존 매체를 통한 고발은 명성, 사회 이슈 경중 정도 등 내부고발자가 검열되는 기준이 다수 존재하지만, SNS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면서 “내부고발 창구를 안전하게 갖춘 조직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SNS는 지위 등이 낮아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 말할 용기를 주는 창구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내부고발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우려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폭로가 범람하면서 불신(不信)사회가 될 수 있어서다. 도준호 교수는 “기존 미디어에는 ‘데스킹’ 기능이 있지만, SNS에는 여과(濾過)장치가 없다”면서 “결국 수용자들이 사실 여부를 선별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권예지 교수 또한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내부고발의 경우 법적인 문제와 연결되는데 SNS를 통하면 법적 자문을 구하지 못한 채 진행될 공산이 크다”면서 “고발 이후 방안 도출이 뒤따르는 게 아니라, 가십으로 끝나거나 네티즌 간 대립 등으로 상황 해결은 되지 않은 채 감정만 상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내부고발의 進化는 시기상조
 
  신재민 전 사무관은 유쾌한 폭로를 기대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1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익제보자라도 어두운 곳에 숨어 다닐 필요 없이 얼마든지 즐겁고 유쾌하게 폭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뜻대로 되진 않았다. 이튿날인 3일 그는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마지막 글’을 올렸다.
 
  “내가 죽으면 내 말을 믿어 줄 것. 이번 정부에서는 최소한 내부고발을 하는 내 목소리를 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 주고 재발방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실종신고 4시간여 만에 발견돼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신 전 사무관의 가족은 병원 측에 개인정보 보호를 공식 요청했고, 그는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로에 대해 기재부가 검찰 고발까지 하면서 강하게 나오자 스스로 심리적 부담감을 많이 느낀 듯하다”면서 “이후 행동이 소극적으로 변해 재반박과 같은 적극적 행동에 다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SNS로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기존의 패턴에서 완전히 탈피(脫皮)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신평 변호사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유쾌한 내부고발’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면서 “(신 전 사무관 고발 내용의)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바로잡으려 했다는 차원에서 봤을 땐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던 신 전 사무관의 고발은 우리 사회가 공익신고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좀 더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언급했다.
 
 
  대한민국 내부고발의 현대사
 
  어쩌면 미덕(美德)이었는지도 모른다. 조직을 위해 희생하고, 동료의 잘못을 덮어 주는 것. 행여 피해를 받더라도, 함구하는 건 불문율이었다. 그런 사회 풍토 안에서 ‘폭로’는 곧 배신이었다. ‘너’뿐만 아니라 ‘나’도 속한 ‘우리’ 조직 치부를 드러내는 건 곧 반역(反逆)이었다. 낙인을 찍기 충분했고, 퇴출은 수순이었다. 국내 첫 내부고발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문옥 감사관 구속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권력 내부의 인사가 정경유착의 실태를 폭로한 대한민국 최초의 내부고발 사례로 기록됐다.
 
 
  최초 내부고발 사례는 ‘監査 비리’
 
1996년 4월 8일 감사원 직원 현준희씨가 남양주시 효산콘도부지 허가경위에 대한 감사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사진=조선DB
  1990년 5월 11일, 한 신문에 실린 구절이다.
 
  “주요 재벌의 로비로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비(非) 업무용 부동산 보유 현황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중단됐다”, “재벌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비율이 은행감독원(現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2%보다 훨씬 높은 43.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이 직접 제보한 내용이다. 보도 이후 재벌 기업의 땅 투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 감사관은 감사원 측에 제보 사실을 알렸고, 결국 파면당했다. 나아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5월 15일 그를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세월이 지난 후 그의 제보는 대부분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깝다고 판명 났다.
 
  그로부터 6년 후, 감사원 내 또 다른 폭로가 터졌다. 현준희 감사원 주사는 1996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 효산콘도 허가 과정 특혜 의혹과 관련해 “콘도 허가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밝혀 내고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예금 추적과 청와대 등 고위층의 압력 여부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려다 상부 지시로 감사를 중단했다”고 폭로했다. 감사원은 이에 “현 주사가 허위사실을 폭로해 공직자의 품위와 감사원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외부에 누설했다”며 그를 파면했다. 현 주사가 감사 중단 지시자로 지목했던 감사원 간부는 그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고발 당시는 5급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불법사찰·부정투표·군납비리·폭행… 軍 내부고발
 
부대를 탈영한 윤석양 이병은 1990년 10월 4일 오후 보안사의 민간인사찰 사실을 폭로했다. 사진=조선DB
  이문옥, 현준희에 이어 ‘대한민국 3대 내부고발자’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윤석양’이다. 그의 폭로로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가 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지난 1990년 10월 4일, 보안사 서빙고분실에서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은 기자회견을 열고 “(보안사가) 청명계획하에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김영삼 민주자유당 최고위원, 김수환 추기경 등 약 1300여 명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사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일각에서는 일개 이등병이 나라를 뒤흔드는 사태를 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은 윤 이병 편에 섰다. 결국 국방부는 고발 내용이 사실임을 시인했다. 장관과 보안사령관은 해임됐고 보안사는 기무사로 개명했다.
 
  군대 내에서는 행정권력(지휘부)이 수사·기소권 및 사법권을 통솔한다. 민간으로 치면 경찰·검찰·법원이 모두 청와대 하부에 있는 셈이다. 내부고발의 장벽이 특히 높다는 뜻이다. 군복 벗을 각오는 기본이다.
 
이지문 중위(現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는 지난 1992년 3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軍 내 부정투표를 폭로했다. 사진=연합
  1992년 3월, 육군 9사단 이지문 중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군 내 부정투표를 고발했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부재자투표에서 상관들이 병사들에게 민주자유당(당시 여당) 후보를 찍으라고 요구하고 공개투표 행위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계기로 군 내 부재자투표는 영외투표로 개선됐다.
 
  군납비리에 대한 내부고발도 있었다. 2009년 10월 13일 김영수 해군 소령은 한 방송에 출연해 “계룡대 해군본부 간부들이 부대 비품을 구매하는 데 위조 견적서를 쓴다”고 증언했다. 특정 업체들의 제품을 정상가보다 40% 이상 비싸게 사들인 뒤, 차액을 남겼다는 것. 김 소령은 이로 인해 결국 수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있었다며 해군 헌병대에 신고했지만, ‘확인 불가능’이라며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근무평점에서 최하 등급을 받고 2006년 9월 타부서로 전출됐다. 2007년 2월, 그는 또 한 번 이 사건을 제보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국방부 조사본부는 “9억4000만원의 국고손실 사실을 확인했다”며 “불법행위 관련자 16명을 징계하라”고 해군에 통보했다. 그러나 해군은 당시 수의계약된 물건과 동일한 물건들을 구할 수 없어, 비교견적이 불가능하다며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4월에는 아들을 둔 전국의 어머니들이 일제히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발생했다. 바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다. 선임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한 사병의 용기 있는 제보가 있어서 가능했다.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소속 김재량 상병은 지휘관에게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쓰러졌다”고 알렸다. 폭행 가담자들은 김 상병에게 사실을 은폐해 달라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사건의 진상을 외부에 전했다. 김 상병의 제보가 없었다면, 윤 일병은 ‘냉동식품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사망했다’고 알려질 뻔했다.
 
 
  K社, P社… 대기업 사내비리 제보
 
  A사에 다니던 정모씨는 유능한 컴퓨터 엔지니어였다. 그러던 1996년 말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회사의 구매비리를 포착하고, 이를 본사 감사팀에 제보하면서다. 정씨는 “회사 구입 물품이 고가로 매입되고, 그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오갔다”는 내용을 익명으로 전달했다. 회사는 구매담당자와 납품업자를 징계하고 8500만원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제보자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고초가 시작됐다. 2년간 승진에서 누락됐고,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지난 2011년, 대대적인 전화투표가 진행된 적이 있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주관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였다. 이듬해인 2012년, KT 노조위원장이었던 이모씨는 한 언론에 “당시 전화투표자들에게 KT가 해외전화 요금을 청구했다”고 폭로했다. KT는 당시 001-1588-7715라는 전화번호로 진행된 투표가, 영국으로 가는 국제전화의 단축번호라며 국제전화 요금을 부과했지만 이는 사실 국내전화망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그해 4월 30일 이 같은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는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 및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첩했다.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2012년 12월, KT가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 8조를 위반한 것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방송통신위에 통보했다.
 
  포스코 계열사에 다니던 정모씨는 2012년 9월, “포스코와 계열사가 동반성장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허위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권익위에 제보했다. 그는 당시 포스메이트에서 동반성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다음해인 2013년 7월 권익위로부터 조사 통보를 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해 9월 30일, 〈㈜포스코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자료 허위제출 관련 조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거래협약 이행 실적을 허위로 제출한 포스코에 대한 동반성장 우수기업 지정 취소 및 인센티브 취소 등의 조치를 취했다. 더불어 포스코를 2013년 하도급 거래실태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校庭에 울려 퍼진 ‘호루라기’
 
  교사, 강사, 학부모, 학생…. 교정(校庭)에도 다양한 내부고발자들이 있다. 2001년, 서울 용화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진모 교사는 학비지원 체계의 문제나 학생들에게 청소용역비를 징수하던 문제, 학부모에게 찬조금을 요구하는 문제 등 불법 부당한 학교 운영을 서울시 교육청 민원실에 제보했다. 그러던 중 학교의 야간 자율학습 강요 문제를 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학생이 2002년 10월에 퇴학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진 교사는 학생 구명운동을 벌이다 2003년 10월 파면됐다. 학교 측은 무단결근, 불성실 수업,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 등을 파면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여론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그를 고깝게 본 처사”라고 평가했다.
 
  학생의 입학 비리를 제보한 교사도 있다. 강원외국어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박은선씨는 2010년에 치러진 2011학년도 강원외고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참여했다가, 학교가 합격자를 내정한 후 성적을 조작한 입시 비리와 그 밖의 교사채용 비리 등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해 5월 15일 강원도교육청에 제보했다. 감사 결과 내용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김모 Y대 독문과 강사는 2004년 1월 Y대 홈페이지에 연속으로 글을 올렸다. 제목은 ‘나는 고발한다’. 독문과 교수들의 학술진흥재단 연구비 횡령 의혹을 담은 내용이었다.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총학생회와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등에서 교수 5명을 횡령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했고 이들은 기소됐다. 법원은 교수 5명 중 3명의 ‘연구비 유용 혐의’를 인정했다. 각각 벌금 1000만원, 벌금 500만원, 기소유예 판결을 내렸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들에게 정직 2개월, 견책, 구두경고 처분을 했다. 징계가 끝난 당시 교수들은 모두 복직했지만, 정작 김씨는 2005년 이후 한동안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학교 측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듣지 못했다.
 
  학생의 내부고발도 있었다. 2012년 7월 18일 명지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홍서정씨는 “학교가 종교수업을 강제한다”고 밝혔다. 홍씨는 “학교의 종교수업이 대체 교과목 없이 운영돼 사실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며 성경 읽기, 부흥회 참여, 학급비로 헌금 납부 등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을 교육청과 언론에 제보했다. 결국 그해 9월 학교 측은 대체 교과목을 설치했고,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한편 학부모의 고발도 있었다. 2013년 영훈국제중학교의 금품제공 입학비리를 제보한 홍진희씨다. 당시 홍씨의 자녀는 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홍씨는 “자녀가 2009년 말 일반전형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는데 학교 측에서 2009년 2월 전화를 걸어와 학교발전기금 2000만원을 내면 입학할 수 있다고 해서 고민 끝에 1000만원을 냈더니 진짜로 입학하게 됐다”고 양심선언했다. 이후 조사과정에서 홍씨의 딸은 신분이 노출됐고, 결국 전학을 가게 됐다.
 
 
  ‘국민 안전’ 위해 명함 버릴 각오
 
  “에이즈(AIDS)에 감염된 피가 유통되고 있다.” 2003년, 한 방송 보도로 나라가 뒤집어졌다. 이는 놀랍게도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직원들이 폭로한 사실이다.
 
  대한적십자사에 근무하던 김용환, 임재광, 이강우, 최덕수씨는 혈액사업본부가 에이즈와 B·C형 간염, 말라리아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환자 수혈용과 의약품 제조용으로 유통시킨 사실을 2003년 8월 언론과 부패방지위원회에 제보했다. 그해 12월 감사 결과, 적십자사가 부적격 혈액 7만6677건을 시중에 유통시켜 이를 수혈받은 9명이 B, C형 간염에 걸렸으며 에이즈 감염이 의심되는 99명의 혈액 309건이 이미 병원과 제약사에 공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수혈연구원장 등 10명을 해임 또는 징계했다. 그리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혈액안전관리개선기획단이 설치됐으며, 보건복지부는 혈액사업 선진화 방안으로 적십자사에 5년간 4300억원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달리는 흉기’에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의 차량관리원이던 신모씨는 2011년 5월 8일, 부산발 서울행 KTX열차가 광명역 부근에서 심한 진동과 소음을 일으켜 승객이 대피했던 이유가 사실은 엔진고장 때문이었다고 한 언론사에 제보했다. 당시 사측은 과열된 엔진을 식히기 위해 속력을 줄여 달렸을 뿐 엔진고장은 아니라고 해명했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1998년 황모씨를 포함한 5명의 철도청 검수원은 철도 안전관리가 소홀하다는 내용으로 한 언론에 제보했다. 그는 당시 “검수원들끼리 ‘열차가 굴러가는 게 용하다’며 한숨을 쉰 적이 많다. 섬뜩할 정도였다”면서 “축상 발열의 위험성을 미리 감지해 열차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건의하면 간부들은 ‘이미 승차권을 팔았으니 그럴 수 없다’고 운행을 강행했다”고 폭로했다. 보도 이후 철도청 본청에서 서울동차사무소에 대한 특별복무감사에 착수했다. 감사팀은 황씨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결국 그를 포함한 3명이 파면되고, 2명에게는 감봉 3개월과 지방전출 조치가 내려졌다.
 
 
  파면·징계·소송… 苦楚의 삶
 
지난 2016년 11월 7일 《뉴욕타임스》는 한국 내부고발자들의 고초를 기사화했다. 그러면서 KT의 통화요금비리를 폭로한 이모씨를 인터뷰했다.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었다.” 현준희 감사원 주사가 1996년 파면된 후 남긴 말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내부고발자의 말로(末路)를 대변한다. 파면 1년 후 그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 감사원은 잘못을 잘못했다고 밝히는 곳”이라면서 “당연히 할 바를 했기에 눈곱만큼의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1997년 그는 생계를 위해 당시 휴대전화의 일종이던 ‘PCS’ 영업직에 뛰어들었다. 불명예 퇴직으로 연금의 절반인 월 48만원이 고정수입이었다고 한다. 각종 고소 건에 대해서는 12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2008년 11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현 주사의 양심선언은 헌법상 독립적, 중립적 기관인 감사원의 기능을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촉구하고, 공공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주사는 파면처분 취소소송에서는 재심청구 끝에 다시 패소해 복직에는 실패했다.
 
  포스코의 동반성장 허위사실을 고발했던 정모씨 또한 고발 직후인 2012년 해고당했다. 그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부당해고임을 인정받았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건은 2013년 중앙노동위원회로 넘어갔고 서울지노위와 같은 결정을 받았다. 회사는 이에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소를 제기했다.
 
  학교의 강제 종교수업을 고발했던 홍서정 학생은 결국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몇몇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했고, 종교수업 대체로 마련된 수업에는 결국 홍씨 혼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내부고발자들이 겪는 고초에 대해선 《뉴욕타임스》도 다룬 적이 있다. 2016년 11월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내부고발자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South Korea's Whistle-Blowers Sound Off at Their Own Risk)’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여기서 KT의 전화투표 비리를 고발했던 이모씨 사례를 대표적으로 다뤘다. 기사는 이씨에 대해 “회사를 고발한 대가로 지난 4년 동안 정직과 전근, 감봉, 해고 등을 감수해야 했다”면서 “이는 한국에서 부패를 없애려는 광범위한 노력에도, 내부 경영진이나 간부에게서 내부 문제를 끄집어내는 게 왜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다시 그 일(내부고발)을 하겠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내 자녀나 친구들에게 나처럼 하라고 부추기진 못할 것”이라면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공익제보자의 권익보호자로 인생 2막
 
  대한민국 최초 내부고발자는 어떻게 됐을까.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은 1996년 결국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6년에 걸친 긴 법정투쟁의 끝이었다. 그는 또한 같은 해 10월, 파면처분 취소 청구소송에도 승소해 감사원으로 복직할 수 있었다. 복직 후 감사교육원 교수로 근무한 그는 지난 1999년 정년퇴직했다. 긴 다툼 끝에 복직한 사례는 또 있다. 용화여고의 부당한 학교운용 방침을 고발한 진모 교사는 3년간의 심판 끝인 2004년 4월 말 복직이 결정됐다.
 
  대한적십자사의 김용환씨 또한 2004년 당시 혈액원 측에서 비밀누설 혐의로 고소 및 징계위원회의 회부 등 한동안 고초를 겪다가, 부패방지위원회의 권고로 징계위 회부가 철회됐다. 김씨는 복직 10년을 맞이한 지난 2014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적십자사에서 정년을 마치고 싶다. 공직자를 상대로 외부강연도 하지만 몸담은 조직의 간부 중에는 여전히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어 그게 안타깝다. 정년 후에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시각과 문화를 바꾸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군 내 부정투표를 고발한 이지문 중위는 1992년 회견 직후 근무지 이탈로 연행돼 구속됐다. 그 후 이등병으로 파면됐으나, 3년간의 법정다툼 끝에 1995년 중위로 전역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을 맡으며 공익신고자의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다. 이 이사장은 “내부고발은 정의와 의리 사이에서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라는 정의를 택하는 것”이라며 “내부고발은 하는 것보다 고발 후 역풍(逆風)을 버텨 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해군본부의 구매비리를 폭로했던 김영수 소령은 2010년 1월에 국군체육부대로 발령나고 3월에는 허가받지 않고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징계조치까지 당하는 등 군 내에서 냉대를 받다 2011년 6월 말 전역했다. 2011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관으로 채용됐다가 현재는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으로 일한다.
 
 
  내부고발자 처우개선 방안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됐다. 내부고발을 포함한 공익신고 체계를 정비하자는 차원이었다. 당시 180개로 출발했던 공익신고 대상 법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8년 12월 기준, 284개의 법률이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돼 있다. 대략 1500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법률 중 약 20%에 해당한다. 하지만 안팎에서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일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은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의 신고대상범위·신고기관이 제한적이다”라면서 “내부고발자 신상정보가 누설될 위험성과 그로 인한 불이익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관은 이어 “신고대상범위·신고기관을 확대하는 등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고 익명신고, 변호인 대리신고, 신상정보 누설 벌칙 강화 등 내부고발자의 신상정보 보호 또한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불이익조치 신속 회복, 구조금 지급 강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내부고발 제도가 뿌리 내리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법 제도에 앞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라고 했다. 그는 “우선 조직을 지배하는 온정주의와 연고주의 문화가 뿌리 뽑혀야 한다”면서 “인간적 관계 때문에 부정행위를 보고도 모른 체하고 넘어가는 조직문화 속에서 내부고발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평 변호사 또한 “우리 사회는 철저히 기득권 위주로 돌아간다. 이를 시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부고발자가 많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굳이 고초를 감내하면서까지) ‘내부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들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내부고발자 보호법은?
 
  ① 영국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라는 단어를 처음 쓴 영국은 1998년 이미 ‘공익신고법’을 만들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신고자가 진실 여부를 직접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신고 자체만으로 법의 보호를 받는다. 설령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해도 당시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던 사유가 있었다면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로 간주한다. 또한 신고자가 현직에 몸담고 있다면 신고 내용에 관해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소속기관은 어떤 불이익도 줄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② 유럽연합
  2018년 4월 내부고발자 보호를 강화했다. 개정된 법은 내부 정보가 공개된 기업이나 정부 기관이 계약 위반을 이유로 내부고발자와 소송을 벌이는 행위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이나 조직 측에서 다른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 내부고발자에 대한 해고나 강등, 부당한 업무지시 등은 모두 회사의 보복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조항은 불법과 편법이 자주 벌어지는 금융계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데, 민간 기업은 물론 정부 기구에도 적용된다.
 
  ③ 미국
  30여개의 전문 영역에서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법률을 갖추고 있다. 비리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믿음이 있었다면 공익신고로 폭넓게 인정한다. 그만큼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태도는 유연하다. 혹여나 신원이 드러난 고발자가 신분상 불이익을 당했을 때는 국가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특징이다. 미(美) 당국은 고발자에 대한 기업의 인사처분을 45일간 강제로 정지시킬 수 있다. 공익신고에 따른 보복인지 정당한 사유에 근거한 것인지 법원에서 판단할 때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약간의 연관이 의심된다면 미국 법원은 부당한 처우로 인정한다.
 
  ④ 일본
  2004년 ‘공익통보자보호법’이 만들어졌다. 조직 내부자가 기업의 부정행위를 고발하려면 사내 준법경영 창구나 회사가 지정한 변호사사무소에 통보해야 한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까지 이어진다. 실명고발이 원칙이며, 과거 직장의 잘못은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고 있지만, 불이익을 준대도 지루한 재판을 거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고발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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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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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cha    (2019-02-17) 찬성 : 5   반대 : 0
내부 고발자 보호한다던 이 작자 공약 어디 갔나? 모든 것이 안되니 비밀 친위대 만드는 독재자의 말고 그대로 따라 하는 이 작자 보면 나오는 말은 역사는 되풀이한다이다.
  자인    (2019-02-17) 찬성 : 6   반대 : 0
자칭 우파의 비겁함과 나약함으로 작금의 사태를 유발한 바 누가 종북 좌빨들의 행태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가짜 유공자가 진짜 유공자를 망언이라 비난하는 작금의 언론 작태를 보라.

유일하게 이들과 싸우는 아스팔트의 우파들을 애둘러 외면하는 언론들이 감히 누구를 비판하려 하겠는가? 언론을 사칭하여 수많은 왜곡 선동과 마녀 사냥에 앞장서 온 찌라시성 언론들의 책임 또한 방대하다.

결국 여론의 최선봉에 있는 언론이 정의롭지 못하니 언론이 변하지 않는 한 이는 하세월이며 어린 아이의 푸념에 불과하다.

지난 날 왜곡 선동으로 으로 불법 탄핵에 앞장 선 언론은 최소한 자유대한 민국에서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자유대한 민국에는 죽음을 무릎쓰고 전장을 누비는 종군기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제 태극기를 들고 아스팔트를 걸으며 생각했다. 언론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정의로웠어도 작금의 국가 상황은 안되었을텐데라고.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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