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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

誤報가 키운 ‘푸드 포비아(Food Phobia)’

牛脂 파동, 접착제 당면, 독극물 간장, 포르말린 통조림, 쓰레기 만두 사건까지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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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을 쉽게 만들어 주는 매체가 진실을 일깨워 주지는 않는다” (現 뉴욕타임스 기자)
⊙ 유해 입증 안 된 식품에 “끼니마다 발암물질로 간 맞춰 섭취했다는 끔찍한 결과”
⊙ 폐기한 단무지 찍어서 만두소처럼 보이게 한 보도, ‘업체 사장 자살’ 비극 불러
⊙ 전문가 “怪談 번성하는 사회 구조, 경제에도 영향 끼쳐… 언론이 제대로 보도해야”
2004년 6월 11일 오전 한 시민단체와 어린이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쓰레기가 담긴 대형 모형 만두를 발로 밟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2008년 4월 18일 당시 이명박 정부는 2003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광우병 의심 사례가 발견된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조건부 수입을 결정했다.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포함하되, 동물 사료 금지 조치가 강화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했다. 모 방송은 그달 광우병을 경고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5월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뇌송송 구멍탁’ 같은 괴담이 퍼졌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털어 넣겠다”며 연예인도 합세했다. 인터넷에서는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촛불집회는 여름까지 이어졌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미국육류수출협회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총 12억2000만 달러(약 1조3047억원)로 일본 다음으로 많은 세계 2위였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을 제치고 14년 만에 수입량 1위(17만7445톤)로 올라섰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례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 알려진 바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미국과 호주·한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광우병 위험에서 ‘청정’(Negligible BSE risk)하다고 평가했다.
 
  언론은 ‘유해 식품 사건’이 일어날 때 속보 전달 혹은 특종 취재에 치우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기도 한다. 국민과 사회는 ‘푸드 포비아(Food Phobia·음식 공포증 또는 불안감)’에 빠진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언론의) 식품 안전에 대한 의혹 제기가 소비자와 사회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푸드 포비아를 확산한다면 ‘편식’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식품 안전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 없이 의혹만 언급한다면 제2의 ‘광우병 사태’ 등은 언제든지 터질 수밖에 없고,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식품은 모든 국민이 매일 3번씩 500g 정도 먹습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그러나 안전한지 않은지는 과학적 증거에 기반을 두고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물론 국민들이 먹거리 불안에서 벗어나,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건 결국 정부기관 몫입니다. 언론은 정부가 근본적인 통합 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여론을 제대로 리드하고 촉구해야 합니다.”
 
 
  “미국은 ‘식품 사건 오보’ 내면 패가망신”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를 지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도 “언론이 센세이셔널한 기삿거리를 찾는 속성이 있어 과도한 보도를 하고, 그로 인해 ‘푸드 포비아’ ‘푸드 패디즘(food faddism·먹거리가 건강에 주는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것)’ 현상들이 꽤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괴담이 번성하는 사회 구조는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언론에서 그걸 (제대로) 얘기해야 됩니다. 사명감을 가져야 해요. 식품 안전 문제를 취재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문, 전문 학계의 일치·합의된 의견부터 들어야 합니다. 미국은 그런 걸 잘못 보도하면 패가망신합니다. 처벌이 강해요. 끝까지 손해배상을 물리죠.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에는 우리가 엄정한 잣대, 비판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이사장의 저서 《식품위생사건백서 1·2》(고려대학교 출판부, 1997·2005)는 과학적 무지와 오보가 사회적 혼란을 키웠던 역대 ‘식품 안전 사건’들을 정리했다. 본 기사는 그중 다섯 가지 대표 사례를 요약·인용한다.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위해서다. 살충제 계란, 백수오 사태, 멜라닌 분유 파동 등 식품 사건들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지를 포함한 언론들의 ‘식품 사건 정확 보도’를 위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 사건을 재정리한다.
 
 
  〈1. 우지(牛脂) 파동
 
2008년 5월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사진=조선DB
  1989년 11월 3일, 검찰은 5개 식품회사 대표와 실무자 10명을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라면 등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구분된 우지 원료를 식품 제조·가공·조리용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언론은 검찰 발표 후 ‘원유 상태의 비식용 우지’를 ‘공업용 우지’로 표현했다. 당시 신문을 보면 ‘공업용 우지 사건이 터져 가공식품 전체로 소비자의 불신이 증폭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기업윤리가 존재하는가. 국민 모두에게 경악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온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마치 관련 업체가 기계에 넣는 공업용 기름을 사용, 라면을 제조한 것처럼 인식시켰다. 언론은 업체들이 라면 제조 시 기준에 적합한 정제유를 사용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도리어 검찰의 ‘우지의 유해 가능성’에 대한 발표를 ‘라면에 대한 유해성’으로 확대·표현해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
 
  국민과 전문가들은 “공업용 쇠기름을 식품에 사용했다”고 분노했다. 한 독자는 신문에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기업가들이라 할지라도 이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속이 메스껍고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다”는 내용의 규탄문을 기고하기도 했다. 라면 생산 중단 및 반품 사태가 이어졌다. 관련 업체는 100만 박스 이상의 라면을 폐기처분했다. 직원 3000명 중 1000명이 이직했다. 1988년 31%였던 시장 점유율은 사건 직후 10%로 하락했다. 1990년대 초까지 수백억 원의 적자를 봤다.
 
  업체 측은 “정부에서 20년 전부터 ‘국민에게 동물성 지방분을 보급한다’는 취지로 권장, 우지를 수입·정제해 식용 우지로 사용해 왔다”며 “식품위생법 제반 검사에 적격한 것으로 인정돼 왔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식용 우지는 미국 우지 생산량의 5% 정도밖에 안 된다”며 “우지와 더불어 팜유를 비롯한 미국 내에서 대부분 소비되는 식물성 유지들은 원유 상태에서는 모두 비식용”이라고 해명했다.
 
  1989년 11월 말, 국립보건원이 ‘우지 사용 제품의 인체 무해’를 공식 발표했다. 서울지방법원은 구속자에 대한 보석을 결정했다. 관련자들은 풀려났지만 이후 5년 8개월 동안 22차례의 재판을 거치고서야 자유의 몸이 됐다. 1995년 7월 서울고등법원 형사 1부에서 사건 관련자 및 기업체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우지는 우리 사회의 식생활 관행과 사회 통념에 비춰 식용으로 인정된다”며 “우지의 신선도, 청결도, 가공법, 보관 및 관리 상태 등이 식품공전상의 원료 구비요건에 맞아 안전성이 입증된다”고 밝혔다.
 
 
  2. 접착제 당면 사건
 
  1995년 4월, 서울지검은 ‘공업용 접착제 원료’인 작물 ‘타피오카’ 전분을 첨가해 당면을 제조한 업체들과 원료 공급 업체 관계자들을 구속했다. 검찰은 타피오카 전분이 국내에는 공업용 접착제 원료로만 수입된다고 했다. 수입 시 검역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식용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타피오카는 감자·고구마 같은 작물로, 단백질이 적고 탄수화물 함량이 많아 전분 재료로 쓰인다.
 
  국립검역소 수입검사과는 타피오카 전분이 식용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검역 대상에서 제외시킨 게 아니라고 했다. 공업용 원료로 수입되는 것은 검역할 필요가 없고, 식용으로 수입될 때만 검역을 실시한다고 했다. 즉, 타피오카 전분도 제반 서류를 갖춰 검사 규격에 합격한다면 식품 원료로 수입·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에서도 당면 제조를 위한 전분으로 ‘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타피오카 전분은 왜 공업용으로 인식된 걸까. 수입 업체는 ‘식용을 공업용으로 신고’해 검역을 받지 않고 타피오카 전분을 들여왔다. 경비 절감을 위해서였다. 명목상 ‘공업용 전분’도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수사 방향이 어긋났다. 검찰은 ‘경제 사범’을 ‘식품위생 사범’으로 규정한 셈이었다.
 
  언론들은 ‘공업용 접착제 원료’ ‘접착제 당면’ 등의 문구를 써서 보도했다. ‘공업용 접착제 원료를 첨가해 당면2500톤을 제조·납품했다’ ‘접착제 원료로 쓰이는 타피오카 등을 섞어 70억원대 당면을 만들었다’는 식이었다. 국민들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유해한 전분’으로 느끼게끔 만들었다. 업체들은 당면 점도를 높이기 위해 2.8~3%의 타피오카 전분을 첨가했을 뿐이었다. 사건이 끝난 후, 면류조합에서 해명 광고를 냈지만 사건 진상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3. 유독물질 간장 사건
 
  1996년 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는 “시판 간장을 수거, 국내 공인 전문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며 “세 차례에 걸쳐 시험한 결과 산분해간장 모두에서 많게는 52PPM까지 MCPD가 검출됐다. 특정 업체의 경우 DCP가 최대 1.2PPM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간장의 한 종류인 ‘산분해간장’은 단백질 원료(탈지대두)를 염산으로 분해해 만든 것이다. 화학 분해 과정에서 불임·발암 위험성이 있다고 알려진 물질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와 ‘DCP(디클로로프로판올)’가 생성된다.
 
  경실련 발표 다음 날, 언론은 ‘시판 간장에 발암물질’ ‘끼니마다 발암물질로 간을 맞춰 섭취했다는 끔찍한 결과’ 같은 문구를 써 가며 보도했다. 신문들은 ‘간장에 발암물질이라니’ ‘왜간장에 발암물질’ 등으로 제목을 달았다. 보건복지부가 “유해성 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소비자의 항의는 빗발쳤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산분해간장을 매대에서 치웠다. 한 달 동안 간장 업계 매출액은 20~40% 감소했다. 대신 일본 간장 수입량이 늘어났다.
 
  그해 3월, 보건복지부는 WHO(세계보건기구) 통보 내용을 근거로 MCPD와 DCP는 “유해성의 상관관계가 명백하지 않고, 외국에서도 국가 차원의 규제 기준이 없다”고 발표했다. 다만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이므로, 생산업자들은 가능한 최소한으로 줄여 나갈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4.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당시, 검찰은 “업체들이 중국·태국에서 수입한 번데기 등 식품 원료를 포르말린으로 방부처리, 통조림 134만 캔을 제조·시판했다”고 밝혔다. 사진=MBC 뉴스 캡처
  1998년 7월 8일, 서울지검은 포르말린이 들어 있는 번데기 통조림 등 가공식품을 제조한 혐의로 업체 관계자들을 구속·입건했다. 검찰은 “업체들이 작년 8월부터 중국·태국에서 수입한 번데기 등 식품 원료를 포르말린으로 방부처리, 통조림 134만 캔을 제조·시판했다”고 밝혔다. 언론은 검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업체가 원료 1kg당 0.01~0.02mg의 포르말린이 함유된 상태에서,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물에 희석한 포르말린을 첨가했다”고 보도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성 방부제를 사용했다’ ‘식품에 발암물질을 섞는 건 간접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는 등의 보도로 업계를 질타했다. 신문마다 ‘통조림에 포르말린 범벅’ ‘통조림에 발암물질’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사건에 연루된 중소업체들은 밀려드는 반품과 고소로 도산·폐업했다.
 
  포르말린은 포름알데히드 수용액으로 무색투명한 액체다. 살균 소독제, 합성수지, 접착제, 의약품 등의 원료로 쓰이는 물질이다. 다량 오용(誤用)할 경우 중추신경 억제, 호흡곤란, 신장 장해(障害) 등 급성 독성을 일으킨다. 포름알데히드는 가연성 무색 기체로 살균방부제에 사용된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7월 23일 “자연 상태의 번데기나 골뱅이에서도 상당량의 포르말린이 검출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일반 식품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포름알데히드는 극미량을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통관검사 과정에서도 인위적으로 첨가된 사실이 없으면 적합 판정을 내리도록 했다.
 
  WHO가 1989년에 펴낸 자료 《환경건강기준》에 따르면 자연 상태의 어류·야채 등에서 상당량의 포르말린이 검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약학회가 1990년 펴낸 책자 《위생시험법》에 따르면 말린 표고버섯에는 100~300PPM의 포르말린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내 유통 중 검찰에 적발된 통조림에서 검출된 포르말린 양은 말린 표고버섯의 최고 ‘1만5000분의 1’ 수준인 0.02~0.19PPM이었다.
 
  1999년 1월 22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는 구속기소돼 징역 6년이 구형된 ‘포르말린 통조림’ 제조·판매업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만든 완제품에서 원료에서보다 많은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는 점만으로, 천연물질이 아니라 화학적 합성품인 포름알데히드를 일부러 넣었다고 볼 수 없다”며 선고 배경을 밝혔다. 재판은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관련자들의 무죄는 확정됐다.
 
 
  5. 쓰레기 만두 사건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사장이 자살한 만두 업체 공장의 당시 모습. 이 사건은 언론의 과장 보도로 더 큰 파장을 낳았다. 사진=조선DB
  2004년 6월 7일, 언론은 ‘쓰레기 무말랭이’로 만두를 만들어 유통시킨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매일 슈퍼에서 사다 먹는 만두에 쓰레기더미를 갈아 넣었다’는 보도에 여론이 들끓었다. ‘대기업 만두도 못 믿겠다’ ‘중국집 군만두, 공짜라도 싫다’ ‘일본도 한국 만두 수입 중단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넘쳐났다. 3일 뒤 식약청장은 불량 무말랭이를 사용, 만두를 제조한 25개 업체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중 상태가 심각한 3개 업체의 재고량인 20톤가량을 현장에서 압류했고, 54톤가량은 영업자가 자진 회수·폐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식약처는 불량 무말랭이 업체로부터 원료를 사들인 기록이 있는 모든 만두 업체들을 ‘불량만두 업체’로 밝힌 셈이었다. 이로써 국내 대부분의 만두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쓰레기 만두’ 사건은 언론의 과장 보도로 더 큰 파장을 낳았다. 한 만두 제조업체 사장이 자살하기까지 했다. 사장은 자살을 결심한 순간까지 “우리 만두는 절대로 쓰레기가 아니다. 제발 믿어 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해당 만두 업체를 취재한 방송사들은 경찰이 제공한 ‘쓰레기 단무지’ 화면을 내보냈다. 경찰이 단무지 공장에서 만두소 재료가 아닌 ‘버리기 위해 모아 놓은 쓰레기’를 찍은 장면이었다. 화면상으로는 해당 업체가 쓰레기 단무지로 만두를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무지 공장 관계자는 관련 인터뷰에서 “방송된 화면은 우리 공장이 확실하다. 지난 5월 경찰이 ‘수사 참고자료’라며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단무지를 찍어 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이 화면이 방송에서는 만두소 재료인 것처럼 나갔는지 모르겠다”며 “아마 (방송사에서) 경찰이 제공한 화면 중 필요한 부분만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가 지나치게 왜곡 또는 과장돼 매출이 70% 이상 떨어졌고, 대부분의 단무지 공장이 문을 닫아야 될 형편”이라고 했다. 한국단무지제조협회도 ‘불량만두’ 파동 해명서에서 “방송에 보도된 자투리 무 등은 100% 폐기물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는 쓰레기”라고 밝혔다. 협회 측은 “방송 이후 우리가 만두 공장에 ‘쓰레기 만두소’를 제공한 것으로 지탄받고 있다”고 밝혔다.
 
  쓰레기 만두 사건은 만두소에 사용되는 무말랭이 업체의 비위생적인 시설과 관리 행태가 1차적 원인을 제공했다. 여기에 경찰의 무리한 단속, 언론의 과장 보도가 더해져 파장이 컸다. 우리 식품산업의 대외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고, 정부 대처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오명을 남겼다.〉
 
 
  ‘과대 포장’ ‘이분법적’ 식품 보도 근절해야
 
  최낙언 식품공학 전문가는 “특정 식품을 ‘좋은 음식’ ‘나쁜 음식’으로 판단하려고 할수록 (보도상의) 무리수가 나오게 된다”며 “한쪽에서는 남들이 보기에 특이한 원료를 가지고 ‘수퍼푸드’라면서 효능을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 음식은 인체에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흥미 위주로 (뉴스를) 만들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형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오보를 낸 언론사가) 몰라서 쓴 건지, 알려고 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며 “식품은 ‘너무 좋고 너무 나쁜’ 극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섭취량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을 볼 때는 사람 중심으로 보면 괜찮아요. 특정 식품을 사람들이 얼마만큼 먹느냐에 따라서 (유해 기준이) 다 달라요. 술도 마찬가지죠. 조금 마시면 별 문제가 없는데, 많이 마신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잖아요. 저는 식품을 ‘동의보감’ 식으로 해석하는 걸 싫어해요. 어떤 식품에 대해 만병통치약 아니면 만병의 근원으로 보는 언론의 이분법적 시각을 버려야 합니다.”
 
  파하드 만주 《뉴욕타임스》 IT 전문기자는 책 《이기적 진실》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거짓말을 쉽게 만들어 주는 매체가 진실을 일깨워 주지는 않는다. 특수화된 신뢰는 일반 신뢰를 무너뜨린다. 끼리끼리(같은 마을 사람)의 믿음이 두터워질수록 낯선 이에 대한 불신도 커진다. 그리고 특수화된 신뢰가 일반 신뢰를 능가하면 끔찍한 사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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