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新보호무역주의가 밀려온다 | 현장르포〈3〉

‘불황’에 휘청거리던 ‘한국 조선의 산실’ 울산(蔚山)은 순항할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그룹 2018년 조선 부문 수주 목표 전년 대비 30% 증가한 132억 달러로 설정하며 회복 자신감 내비쳐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
⊙ 울산, 인구는 서울의 1/8이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1.6배인 ‘공업도시’
⊙ “재작년보다는 경기 좋아진 것 같은데 현대중공업 직원들 지갑 안 여는 건 여전해”
⊙ “똑같은 불 켜 놔도 경기 좋을 때는 환했는데, 요즘은 ‘암흑천지’ 같아”
⊙ 울산 동구 공인중개사, “원룸 공실률은 20~30%… 체감상으로는 50% 감소한 듯”
⊙ 현대중공업 정문 앞 2억원 하던 아파트(25평)는 1억4000만원으로 가격 하락
⊙ “1년 전부터 폐업 점포 나오지만 들어오려는 사람 없어… 군산처럼 될까 염려하는 목소리 커져”
⊙ 주민들이 ‘경기 침체’ 얘기할 때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 줄다리기… 노조는 노사 합의안 부결시켜
⊙ “이대로 가면 울산 미래는 참담해 지금이 울산 미래 살릴 골든타임”
  3월 6일 오후 6시, 울산광역시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 삼거리에 도착했다. 현대중공업 정문 너머를 살폈다. 한 건물 벽면의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는 일단의 오토바이들이 정문 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퇴근하려는 근로자들이 타고 나온 오토바이였다. 울산시 동구 전하동과 미포동 해안가 일대를 차지한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규모를 감안하면 근로자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올 때 발생하는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상당수가 오토바이로 통근하는 듯했다.
 
  남색 작업복을 입은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녹색 신호가 뜨자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오토바이 행렬을 연출했다. 동남아 도시 거리 풍경인 오토바이 행렬을 1인당소득이 국내 두 번째로 많다는 울산에서 보게 된 건 의외였다.
 
 
  “1년 전엔 원룸 임대업자들이 ‘배짱장사’… 지금은 사정해도 안 들어와”
 
현대중공업(좌)과 현대미포조선(우) 도크에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도 국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387만원이다. 상위 10% 하한액은 6607만원이다. 현대중공업 근로자 평균연봉(2016년 기준)은 6700만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얼룩이 묻은 남색 작업복을 입고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국내 근로자 중 상위 10%에 속하는 셈이다. 이처럼 ‘고액 연봉’을 받는데도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에게선 ‘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신호 대기를 할 뿐이었다.
 
  울산에서 택시운전을 한 지 9년 됐다는 김모(48)씨는 “처음 택시 시작할 때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돈을 잘 썼는데 그게 얼마 가지 못했다”며 “요즘엔 재작년, 작년보다는 조금 낫긴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지갑을 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전하동 거리 일대에도 ‘생기’가 없었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저녁 식사 자리나 술자리에 가는 사람들은 없었다. 퇴근길에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풍경은 연출되지 않았다. 다들 귀가를 서두를 뿐이었다. 주변 상가 역시 한산했다. ‘세계 1위 조선사’가 있는 동네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수주량이 올라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와중에 접한 울산 동구의 실상은 의외였다. ‘한국 조선의 산실’ 울산 동구는 아직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3월 7일 오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작업 현장을 훤히 볼 수 있는 울산대교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린 작업복 차림의 40대 남성은 유리창 너머로 울산 전경이 보이자 자신의 동행에게 “야! 힘들다카더만은 배만 많네? 꽉 들어찼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두 조선소의 도크는 건조 중인 선박들로 모두 들어차 있었다. 해당 현장만 봤을 때 울산 조선업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체감 경기는 그렇지 않다.
 
  현대중공업 옆 동구 일산동 소재 상가 곳곳엔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점심 장사를 하지 않는 집도 많았다. 일산동에서 삼겹살구이 집을 운영하는 한 업자는 “조선소가 안 돼서 손님이 별로 없는데, 아르바이트생 최저 시급만 올라서 힘들다”면서 “아르바이트생은커녕 주인이 직접 일하다가 임대료도 못 건지니까 그만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외식업협회 울산 동구지부 관계자는 “1년 전보다 매출이 40~50% 줄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보면 울산 동구에 대해서 여러모로 아마 소문은 많이 들었을 거예요. 현재 동구는 소문 그대로입니다. 장사 안 됩니다. 회원들 부가세 신고하는 거 보니까 실제 매출은 1년 전보다 40~50% 떨어졌어요. 폐업한 곳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 중공업도 그렇고, 해양사업부도 다 빠져나가고. 2년 전부터 명예퇴직하니까 없어요. 특히 해양사업부 쪽은 외지에서 많이 왔거든요. 그때는 원룸 임대업자들이 ‘배짱장사’ 했는데, 지금은 사정해도 들어올 사람이 없어요. 그 사람들이 여기 와 살고 먹어야 장사가 될 거 아닙니까. 똑같은 불을 켜 놔도 경기 좋을 때는 환했는데, 요즘은 경기가 안 좋으니까 ‘암흑천지’ 같아요.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이 줄었어요. 여기 동구청 앞에 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일산동 해안가의 모텔도 간판불만 반짝거릴 뿐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기자가 묵은 숙박업소 주인은 “요즘엔 숙박비 3만원이라고 해도 아무도 안 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2011년까지 ‘고공행진’한 현대중공업과 국내 조선사들
 
울산은 국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산업의 중심인 ‘공업도시’다.
  울산은 국내 대표 ‘공업도시’다. 특히 수출산업이 대다수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수출액은 많을 때 160%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인구는 986만명인 서울의 1/8에도 미치지 못하는 116만명이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1.6배 많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최종에너지 기준)으로 따지면 서울시민은 1년에 1.52TOE(Ton of Oil Equivalent)를 소비한다. 울산시민은 21TOE를 쓴다. TOE란, 각기 다른 단위를 쓰는 에너지원들의 발열량을 석유 발열량으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울산시민이 서울시민보다 에너지 소비를 14배 많이 하는 셈이다.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울산 시내를 내려다보면 울산 전역에 산재한 공장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볼 수 있다. 울산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자리 잡은 울산광역시 동구는 ‘한국 조선의 산실’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울산시 동구 미포동 일대를 국내 최대 조선단지로 만들었다.
 
  1985년, 현대중공업은 건조량 면에서 ‘세계 1위 조선소’가 됐다. 1·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 갔던 셈이다. 2002년 2월, 계열사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현대중공업그룹(당시 최대주주 정몽준)’이 된 이후에도 계속 성장했다. 세계 최초로 선박 인도 1000척 기록을 달성(2002년 3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1년까지 ‘질주’했다. 국내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중반 중국 특수 등에 힘입은 세계 조선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었기 때문이다. 2002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관세율을 낮추면서 세계 무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유가도 뛰었고, 선박 발주량도 늘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01년 당시 신규 선박 수주량은 1880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 선박 무게에 부가가치 계수를 곱한 무게 단위)였지만, 불과 6년 뒤인 2007년에는 9430만CGT로 늘었다. 6년 사이에 5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그 덕분에 신규 건조 수주량 기준으로 당시 세계 1~6위 모두 국내 기업이 차지했다.
 
  10여 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조선업계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해운업이 침체해 신규 선박 건조 발주량이 대폭 감소했다.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그나마 시장 수요가 있던 중형급 탱커(액체 운반선), 벌크선(곡물·광물 운반선)은 후발주자인 중국 조선업체들이 자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저유가 시장’ 예상 못하고 무리한 해양플랜트 부문 설비 투자
 
현대중공업 근로자 상당수는 오토바이를 타고 통근한다. 사진=조선일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양플랜트(해저에 매장된 석유·가스 등을 탐사·시추·발굴·생산하는 장비) 설계·시공 부문을 무리하게 확장했다. 2014년도 상반기까지는 국제 시장에서 원유 1배럴 가격이 100달러일 정도로 ‘고유가 시장’이 형성됐던 까닭에 조선 부문 손실을 만회하고도 최고 매출과 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유가가 폭락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무리하게 수주한 공사가 부실화하면서 발생한 적자로 인해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 세계 시장 상황 악화에 따라 신규 선박 발주량은 줄었다. 2008년 대비 2015년 신규 수주와 수주 잔량은 각각 35.8%, 39.7% 감소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탱커, 해양플랜트 부문도 신규 수주가 줄었다.
 
정주영(가운데) 현대그룹 창업주는 1970년대 허허벌판이던 울산의 미포만 해변에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만들어세계 1위로 키워냈다. 사진=조선일보
  이에 국내 조선사의 매출 역시 감소세로 돌아서자 호황을 누릴 때 늘어난 ‘몸집’이 문제가 됐다. 조선업은 대형 건조 설비가 필수적이다. 넓은 작업장과 도크(선박 건조·수리 시설)가 필요하다. 초대형 크레인도 있어야 한다. 숙련된 고급 인력도 투입해야 한다. 해양플랜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설비를 갖추는 데 막대한 초기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장치산업’이란 얘기다. 이런 탓에 매출은 줄었지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투자한 설비와 고용 인력은 그대로여서 고정비용이 많았다. ‘불황’을 버티기 위해선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수적이었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에 매출액(연결 기준)은 54조원, 당기순이익은 2조7400억원 등 최고 기록을 세운 현대중공업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늘었지만, 이익률은 줄었다. 2013년부터는 매출과 이익률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 분사와 외주화,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 비용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울산 동구, 인구 줄고 실업률 늘고 장사는 안 되고…
 
울산 동구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현재 원룸 공실률은 20~30%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1년 전부터 폐업하는 점포들이 나와도 수요가 없어 매매ㆍ임차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진=조선일보
  조선업은 종합조립산업이므로 전·후방 연쇄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들이 많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이 ‘위기’에 빠지자 협력업체들도 휘청거렸다. 2015년 이후 퇴직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협력업체 근로자는 2만7000여 명에 달한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떠나는 경우가 늘면서 울산 동구의 인구는 줄었다. 지역경제도 침체됐다. 역내 조선업 부문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줄고, 실업급여 신청자는 늘었다. 주택 거래는 바닥이고, 원룸이나 상가는 임차하려는 사람이 없어 공실률이 늘었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울산 동구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2013년 말 18만4297명에서 16만9605명으로 4년 사이에 1만4674명이 감소했다. 인구와 함께 주택 거래량도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17년 연간 주택 매매 거래량’에 따르면 2017년 울산 지역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1만7413건이다. 전년 대비 15.7% 줄었다. 최근 5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35%가량 감소했다. 전국의 경우엔 최근 5년 평균 거래량인 98만8000건보다 2.1% 줄었을 뿐이다.
 
  매매하는 사람이 적어 전·월세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울산 동구의 원룸 공실률은 20~30%에 달한다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정문 부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1년 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많이 빠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리해고되고, 하도급 업체들이 문 닫고 그러니까 많이 빠졌어요. 현대중공업 정문에 있는 명덕아파트는 25평 기준으로 예전에 2억 정도 했는데, 지금은 1억4000만~1억5000만원 합니다. 수요가 없다 보니까 많이 빠진 거죠. 세입자도 없고. 원룸이나 작은 아파트들은 보통 하도급 업체들이 직원 숙소로 사용하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니까 공실이 생기는 거죠. 원룸 같은 경우엔 1년 전에는 10개 중 9개가 찼다면, 지금은 한 7개 차는 수준 되나? 체감상으로는 임대차계약은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아요.”
 
 
  소비심리도 낮아져… “월세·공과금 부담 돼 폐업하는 점포 속출”
 
2008년 5월 7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기공식에 참석해 기념발파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16년 7월부터 수주물량이 없어 ‘휴업’ 중이다.
  지역 일간지인 《울산신문》에 따르면 땅값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방어동의 지가는 전년 대비 -3.2%를 기록했다. 동구 일산동은 -2.2%, 미포동과 동부동, 서부동은 -1.3% 하락하는 등 동구 대부분의 땅값이 떨어졌다. 울산시 전체가 이 기간 3.4%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울산 지역 체불임금 규모도 ▲2015년 358억원 ▲2016년 400억원 ▲2017년 531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전국 총액 기준 체불임금 규모가 2016년 1조4286억원에서 지난해엔 3.4% 줄어 1조3810억원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울산의 실업률도 악화하고 있다. 2013년 대비 2017년 실업자 수는 1만명 증가한 2만2000명이다. 실업률 역시 2.1%에서 3.8%로 늘었다. 이는 조선업 부진에 따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협력업체 등의 경영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 지역 소비심리 역시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밝힌 ‘2월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이달 중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103.5보다 3.2포인트 낮은 100.3이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향후 경기 전망을 과거 평균치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가구가 많고, 이하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울산 동구 요식업체 관계자와 나눈 문답이다.
 
  — 경기가 안 좋습니까.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가 있는 방어동 꽃바위 지역은 경기 침체가 심각합니다. 경기가 조금씩 안 좋아지긴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급격히 안 좋아졌습니다.”
 
  — 1년 전에는 괜찮았습니까.
 
  “예. 그때는 그래도 음식점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니까. 명의변경이 되고 그랬는데.”
 
  — 나가고 들어왔다고요?
 
  “예. 요즘에는 빈 점포가 늘고 있죠, 월세나 공과금이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니까 폐업하는 가게들이 나오더라고요.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니까 월세도 떨어졌는데, 그것보다 매출이 더 떨어졌으니까요. 감당 안 되는 가게들은 나가는 거죠. 그 수를 세어 보진 않았지만 폐업한 곳이 많습니다. 기존에는 폐업하면 금방 새로운 식당이 들어섰는데 지금은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원룸도 그렇고요. 들어오라 해도 들어올 사람이 없어요.”
 
  — 군산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가동 중단(2017년 7월)되는 걸 보면서 걱정되진 않았습니까.
 
  “동구는 중공업 종사자 비율이 높아서, 혹시라도 완전히 문을 닫는다면 군산이랑 똑같이 가지 않을까. 군산 사태를 보면서 염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조선 불황’인데도 2년 동안 임단협 놓고 줄다리기한 현대중공업
 
올 1월 3일, 울산 동구 주민들이 구청 인근 도로에 현대중공업 노사의 2016ㆍ2017년 임금ㆍ단체 협약 타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뉴시스
  지역 주민들이 ‘경기 침체’를 걱정할 때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단체 협약(임단협)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2016년 5월에 시작한 ‘2016년도 임단협’은 그해 마무리되지 못하고, 이듬해 임단협과 묶어서 2년치를 한꺼번에 진행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겨우 2017년 말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당시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은 “임단협 문제로 지난 2년 동안 동구지역이 큰 위기를 맞았다. 지금이라도 잠정합의안이 마련된 것에 대해 환영하고 힘들게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울산시도 “임단협 체결을 위해 마지막 남은 관문인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노사가 합심해 조선산업이 부활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잠정 합의안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찬반 투표에서 부결돼 임단협은 또 해를 넘기게 됐다.
 
  이에 지역 소상공인 단체에서 “어려운 지역 경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권명호 동구청장이 지역 언론 기고와 성명을 통해 압박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월 7일, ▲기본급 동결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수당 지급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유상증자에 따른 우리사주 청약 대출금에 대한 1년치 이자 비용 지원 ▲직원 생활안정지원금 2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2차 잠정 합의안을 내놨다. 2일 뒤, 2차 잠정 합의안은 전체 조합원 9826명 가운데 8724명(투표율 88.78%)이 참여한 찬반 투표에서 56.3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수출입은행, “국내 조선사, 과거 점유율 거의 회복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며 수주잔량을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한 148척·99억 달러를 수주해 목표인 100척·75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2018년에는 조선 부문에서 2017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132억 달러를 수주목표로 설정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올해 1월에 15척(10억 달러), 2월엔 8척을 수주했다. 3월 1일과 5일엔 각각 대형 가스운반선 2척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의 수주량이 늘어난 건 미국의 적극적인 에너지 수출 기조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 정책에 따라 세계 액화천연가스와 액화석유가스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가 성장세에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개선되는 한편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위기 이후 현대중공업은 현대자동차와 KCC, 포스코 등 보유하고 있던 투자 주식을 매각하고, 현대삼호중공업의 기업공개(4000억원)를 실시했다.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3500억원), 하이투자증권(4500억원), 호텔현대(2000억원), 러시아 호텔·농장(865억원)과 같은 비핵심 자산을 파는 자구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의 2017년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89.9%, 18.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가스운반선 영업 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강도 높은 경영개선을 지속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작년 12월 28일 〈2017년도 조선·해운 시황 및 2018년도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2018~2019년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국내 조선산업 위기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해당 보고서는 먼저 2017년 실적에 대해 “2017년도 수주 증가폭은 세계 발주량 증가폭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수주량이 건조량의 56%에 그쳐 여전히 조선소들이 필요한 일감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의 침체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과거 88% 내외이었던 한·중·일 3국의 수주점유율은 2016년 크루즈선의 호황으로 유럽의 점유율이 상승하며 67.9%까지 하락하였으나 2017년 일반상선의 발주 증가로 11월말 75.3%까지 회복. 중국의 수주점유율은 2016년 38.3%에서 2017년 11월 36.6%로 소폭 하락하였으나 중국 정부의 금융지원 등 강력한 지원을 배경으로 2017년에도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함. 일본은 별다른 수주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11월까지 수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하는데 그치며 수주점유율이 2016년 13.0%에서 2017년 11월 9.3%로 다시 하락. 한국은 2017년도 탱커, 컨테이너선, LNG선 등의 수주를 기반으로 전년도 점유율 16.6%에서 2017년 11월 누적 기준 29.4%로 30%의 점유율을 거의 회복함.〉
 
 
  “2019년 이후 건조량 점증하며 안정화할 전망”
 
  한국수출입은행은 이 2018년 시황에 대해 “2018년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약 27% 증가한 2600만CGT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한국의 수주량은 2017년 대비 약 33% 증가한 800만CGT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주액은 약 42% 증가한 220억 달러 수준 전망. 2018년도 수주는 해양플랜트의 수주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탱커에 편중된 경향은 완화되어 컨테이너선 등 선종별로 비교적 고른 분포의 수주 예상. 여전히 2015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본격적인 회복이라 할 수는 없으나 수주시황의 개선은 지속되며 점차 회복 수준에 다가갈 것으로 전망. 2018년도 조선산업의 문제는 수주보다 건조량 감소가 중요한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18~2019년은 금융위기 이후에 시작된 국내 조선산업 위기의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 (중략) 일감 부족으로 인한 조선소들의 실적 악화는 2019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이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위기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 2019년 이후에는 2017년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수주량의 영향과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신규 선복투자 증가 등으로 건조량도 점차 증가하며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
 
  수출입은행의 전망처럼 세계 조선 시장 상황이 회복되고, 현대중공업 재무구조가 개선된다고 해도 이들의 ‘부흥’을 장담하기 어렵게 하는 게 있다. 노사의 불협화음이다. 현대중공업은 1995~2014년 무분규 기간에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런 전례를 감안해 현대중공업 노사는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역 주민들은 말한다. 이와 관련, 지역 일간지 《울산신문》은 3월 5일 자 ‘활기 잃은 기업, 소비심리 위축된 울산’이란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울산의 침체는 자만과 무사안일, 미래를 볼 줄 모르는 나태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보다 혹독한 진단을 한다. 그 좋은 예가 최악의 노사관계다. 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은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 가다 겨우 타결됐고 수십 년 동안 거의 매해 파업을 해 오던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파업의 악순환을 이어 갔다. 이대로 가면 울산의 미래는 참담하다. 행정의 창조적 정책과 시민들의 새로운 의식, 산업현장의 혁신, 정부의 집중적인 미래투자가 담보되어야 울산의 미래가 되살아날 수 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조회 : 8479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805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