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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세하는 좌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어떤 단체인가

문(文)정부 출범 후 뜬 교육시민단체, “우리의 요구들을 문재인 대통령이 대부분 수용했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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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교육싱크탱크’ 별명은 왜 … 교육계에선 ‘김상곤계’ 지적도
⊙ 김상곤 측근 K장학사는 사걱세 간부 출신
⊙ 2008년 전교조 이념적 편향성에 반발해 출범 … 기독교계 교사모임과 통합
⊙ 최근 이사였던 서천석씨 논란으로 더 유명세 … 서씨는 광화문1번가 소통위원으로 활약도
⊙ 박근혜정부 선행학습금지법, 문재인정부 수능절대평가 등 정책 앞장서 관철시킨 전력
⊙ 교육부 위에 청와대, 청와대 위에 사걱세?
교육부는 8월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
  8월 10일 교육부가 수능절대평가를 기조로 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을 발표해 교육계와 학부모단체들이 일제히 들끓고 있는 가운데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사걱세는 박근혜정부의 선행학습금지법과 문재인정부의 수능절대평가 등 역대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을 일찌감치 주장, 정책 반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걱세의 한 이사는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인 광화문1번가의 소통위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사걱세는 어떤 단체이길래 ‘문재인정부의 교육싱크탱크’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것일까.
 
 
  서천석 논란으로 최근 유명세
 
사걱세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및 외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2008년 출범한 사걱세가 최근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유명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인 서천석씨 영향이 컸다. 서씨는 이 단체의 이사로 재직하는 동시에 ‘사교육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대치동 영재고·과학고 입시학원에 아들을 보냈고, 아들은 과학고에 합격했다. 서씨의 집은 경기도 과천이다. ‘사교육을 걱정한다’던 사람이 사교육의 핵심에 뛰어든 셈이다.
 
  정신과의사 서천석씨는 ‘행복한아이연구소’를 운영하며 《하루10분 내 아이를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우리아이 괜찮아요》 《좋은부모 다이어리》 등 육아 및 교육 관련 저서를 다수 펴내 대부분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았다. 또 수많은 강연과 방송, SNS 등을 통해 육아와 교육에 지친 부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 ‘국민육아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또 서천석씨는 강연과 기고를 통해 과도한 사교육의 문제점과 영재고, 과학고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래는 서천석씨가 사걱세 이사로 사걱세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사교육기관은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을 버리고 오직 시험, 오직 높은 점수를 얻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사교육 기관의 입장에서는 혁신이 곧 돈이기에 더 나은 교수법, 암기법, 더 철저한 학생 관리에 집중하기 마련이고 이를 공교육이 따라잡기란 어렵다. 공교육에 수업 능력이 뛰어난 교사가 나온다고 해도 사교육은 걱정하지 않는다. 고액을 들여 스카우트를 시도한다. 수업 준비만 해도 기업적인 마인드로 무장하여 유머 코드까지 계산하며 수업을 하나의 쇼로 만들어 낸다.〉
 
  〈주변에서 영재고 분위기를 듣고 있다. 아이들의 변화를 잘 안다. (중략) 숨막힐 정도다. 이건 정말 똑똑한 아이들을 경쟁속에 망치고 있는 거다.〉
 
  학부모들은 서씨의 자녀교육에 대해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사례”라며 “본인의 자녀교육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만,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를 망친다고 주장하며 수많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현혹시켰던 사람이 자기 자식은 대치동·과학고로 보내느냐”며 분노했다.
 
 
  사걱세·서천석·광화문1번가의 삼각관계?
 
사걱세에 대한 관심은 사걱세 이사이면서 문재인정부의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에 참여한 서천석씨 자녀교육논란에서 확산됐다.
  논란이 증폭되자 서천석씨는 사걱세의 이사직을 내려놓았지만, 사걱세측은 “서씨가 자녀를 특목고에 보낸 것이 왜 문제냐”는 입장이다. 사걱세 송인수 공동대표는 SNS를 통해 “우리가 지금껏 자사고 외고 체제를 비판했지만 자녀를 그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을 비판하지 않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자사고 외고 부모들에 대한 인격적 비난을 시작할 수는 없다”며 “우리 핵심 활동가 및 회원들의 신상을 털어서 그들 자녀가 자사고 등 특권학교 진학을 희망하는지 확인해 회원자격을 박탈해야 하느냐”라고 항변했다. 또 “우리 단체는 과도한 사교육의 폐해를 걱정한 것이지 사교육에 반대한 적이 없는데 일부 언론이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초구에서 자녀를 중학교에 보내고 있는 김모씨는 “서천석씨가 자녀를 대치동과 과고에 보낸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걱세 이름 자체가 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이고, 수많은 학부모들이 사걱세의 활동에서 위안과 희망을 받았는데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천석씨나 사걱세측의 SNS를 보면 아이가 공부를 잘한 것이고 반대세력이 음해를 하고 있다는 내용뿐 끝까지 본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주장이어서 학부모들이 더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학부모들이 사걱세 대표와 사무국 관계자들에게 메일과 SNS, 전화로 항의 및 조언에 나섰으나 진정성 있는 해명이나 사과를 들었다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서천석씨가 문재인정부의 국민인수위원회인 광화문1번가에 소통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어 “이처럼 학부모들과 소통할 줄 모르는 사걱세가 정부정책에 영향력을 미친다면 교육정책의 앞날이 어둡다”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다. “서천석씨가 사걱세와 청와대의 연결고리가 아니냐”는 의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서씨는 “광화문1번가도, 사걱세도 도와달라는 요청이 와서 이름을 올렸을 뿐 그런 의심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수능절대평가에 분노한 학부모들
 
  서천석씨가 사걱세를 그만두면서 서천석씨 논란은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학부모들의 이슈는 “사걱세가 현 정부와 어떤 관계냐”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교육부가 수능절대평가를 표방하며 10일 발표한 수능개편안에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가운데 사걱세는 “교육부의 개편안이 부족하다”며 “완전한 수능절대평가를 실시하라”고 거세게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개편안을 발표한 10일, 사걱세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걱세의 성명에 따르면 “이번 수능 개편안 시안은 문재인정부의 교육공약 1호(수능절대평가) 공약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와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새 정부의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며 이 공약의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사걱세가 주장한 수능전과목 절대평가를 밀어붙이지 않고 1안과 2안을 내놓은 데 대한 불만을 정부에 표시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사걱세가 주장하는 수능전과목 절대평가가 학부모들의 다수의견이냐는 점이다.
 
  11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교육부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은 교육부의 1안(수능 일부-7과목 중 4과목-절대평가)과 2안(전과목 절대평가) 중 대부분 1안의 손을 들어 줬다. 공청회에 모인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수능절대평가 절대반대”, “수능 전 과목 상대평가하라”, “혼란만 가중하는 절대평가 반대” 라는 피켓을 들고 수능절대평가 확대와 정시 축소, 학종(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이날 참석한 한 학부모는 “둘 다 맘에 안 들지만 절충계획이 없다니 그나마 1안에 학부모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내신에서 실수한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공정한 기회가 될 수 있는 정시와 수능을 무력화하겠다는 방안은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미 교육부는 “절대평가 확대라는 기조는 변함이 없고 1안과 2안 중 공청회를 통해 결정할 것이며, (1안과 2안의) 절충안을 마련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이날 참석한 또다른 학부모는 “학종으로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평가에 시달리고 있고, 그나마 공정한 수능으로 정시를 노리는 학생도 적지 않은데 수능을 무력화하겠다는 수능절대평가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절대평가 자체도 문제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능대책이 오락가락한다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걱세가 대표적으로 수능절대평가를 주장하고 있는데 사교육을 걱정한다는 취지와 현재 그들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어떤 단체?
 
교육부의 수능 개편안 시안이 발표된 8월 10일 대치동 학원가는 하루종일 학원 관계자들과 학부모, 학생들의 바쁜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사걱세가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걱세는 어떤 단체일까. 출범은 2008년 6월이다. 전교조의 이념적 편향성에 반발해 윤지희씨가 만들어 운영하던 학부모 단체와 기독교계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모임을 이끌던 송인수씨가 공동대표로 함께 만들었다. 회원 수는 4500여 명에 달한다. 송 공동대표는 “이념 논쟁이 아니라 정확한 통계와 실상을 정책결정자들과 학부모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단체 중에서는 신생에 속하지만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능절대평가 등 사걱세가 내놓은 제안 대부분이 새 정부 교육정책에 포함됐고, 학벌·학력 차별 없이 뽑자는 ‘블라인드 채용’도 사걱세가 문재인 정부에 줄곧 요구한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김상곤 부총리의 교육정책이 사걱세의 주장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는 문재인 대선캠프 선대본부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캠프에서 교육정책을 마련할 때 교육계의 ‘김상곤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인데, 김상곤 부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K장학사가 사걱세 출신이다. 경기교육청 교사 출신인 K씨는 사걱세 송인수 대표가 이끌었던 좋은교사운동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문재인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교육정책은 전문가들의 영역이어서 나 같은 정치인들은 관여하기 어려웠는데, 사걱세라는 이름을 캠프에서 처음 들었다”며 “김상곤 선대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교육정책을 주도했고 그중에 사걱세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언론인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근무했던 사람으로부터 ‘교육부 위에 청와대 있고 청와대 위에 사걱세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뜻이 받아들여졌다” 자평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5월 30일 사걱세는 ‘새정부 교육공약 실현 국민참여운동 출범식’을 가졌다. 사걱세측은 “우리의 요구들을 문재인 대통령이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이날 밝혔다.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안상진 소장은 “그동안 ▲대입전형 간소화 ▲대입전형 선행 유발 요인 해소 ▲대입전형 사교육 유발 요인 해소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절대평가화 ▲학생부종합전형 개선운동 등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는데 대부분 수용됐고, 사걱세 운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송인수 공동대표도 “공약 채택까지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켰다”고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사걱세에 대해 우려하는 점은 “이념적 편향성을 가진 단체가 아이들의 미래를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이유로 좌파 성향의 단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걱세의 시초가 전교조학부모모임에서 이념편향성을 탈피하기 위해 갈라져 나온 단체인 만큼 진보성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기독교교사모임이 또다른 시초여서 보수적인 성향을 어느 정도 갖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정부의 ‘선행금지법’을 줄기차게 주장해 관철시킨 단체이기도 하다. 이념편향성에 대한 우려는 아직 적지만 교육부총리에 수도권 교육감까지 진보세력이 득세한 교육계에서 교육시민단체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문재인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보와 교육 등 일부 정책과 관련해 적지 않은 반발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상곤 교육부총리-조희연 서울교육감이라는 진보세력 조합은 교육계에서는 초유의 일이다. 교사와 학생 등 교육현장과 학부모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사걱세가 진정 사교육의 폐해를 걱정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걱정한다면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보다 교육현장 및 학부모들과 소통 노력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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