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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 극진한 ‘고은(高銀) 모시기’

고은 거주지 수선 등에 9억3000만원 지출 … 화성(華城) 인근에 ‘고은문학관’ 건립 추진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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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생태체험관용으로 산 집 8억3435만원 들여 수선한 뒤 고은에게 제공
⊙ “한옥촉진지구에 고은 한 사람 위해 건물 짓는 건 문제 있어”(한원찬 수원시의원)
⊙ 수원시는 수원화성 인근 부지 무상 임대하고 고은재단이 민간 모금 통해 건축비 200억원 조달
    예정
⊙ “고은문학관 건립 재검토 안 하면 시의회에서 수용 않겠다”(민한기 수원시의원)
  지난 5~6월, 수원시는 시인 고은(高銀)에 대한 특혜 의혹 때문에 시끄러웠다. 그린벨트와 상수원보호구역인 관계로 건물 신축은 물론 주택 개·보수 등의 재산권 행사가 불가해 불편을 겪어 왔던 수원시 광교동 주민들이 인근에 거주하던 고씨에 대한 수원시의 지원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사진=조선일보
  이들은 수원시가 2013년 수원시 북동부에 있는 광교 저수지 인근 주택을 수선한 뒤 고씨에게 제공한 걸 두고 형평에 맞지 않는 특혜란 식의 주장을 폈다. 이에 따라 한동안 고씨 거취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지만, 불법성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지금은 논란이 사그라졌다.
 
  광교동 주민들의 주장과는 별개로 《월간조선》은 그간 수원시가 고씨 거주지에 투입한 세금의 규모와 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가 회신해 온 자료에 의하면 수원시는 2012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총 9억3000만원을 고씨 거주지에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은, 십수 년째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기만
 
고은재단에 따르면 고은씨는 자신이 전생에서 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의 친구, 카스피해의 암말, 시베리아의 무당, 사마르칸트 출신의 행상, 내몽골 지역의 목동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진=고은재단 홈페이지
  고은씨의 본명은 고은태(高銀泰)다. 고씨는 자신이 전생에서 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의 친구, 카스피해의 암말, 시베리아의 무당, 사마르칸트 출신의 행상, 내몽골 지역의 목동이었다고 주장한다. 그의 표현을 따르면 금생에선 1933년 8월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군산고등보통학교를 중퇴하고 1952년 군산 동국사에서 출가해 일초(一超)라는 법명을 받았다. 이후 10년간 참선과 방랑을 거듭하며 시를 썼다고 한다. 1958년, 조지훈(趙芝薰)의 추천으로 《현대시(現代詩)》에 ‘폐결핵’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고은씨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노벨위원회가 아닌 영국의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다.
사진=래드브록스 홈페이지
  1962년 환속하고, 1970년대 이후 소위 ‘저항시’를 썼다. ‘김대중(金大中)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돼 복역(재심 결과 무죄)하면서 연작시 《만인보(萬人譜)》를 구상한 뒤 1986년부터 2010년까지 30권을 펴냈다. 매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일이 다가오면 국내 언론에서 수상 후보자 중 한 명으로 언급되지만, 이는 영국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의 후보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걸 의미할 뿐이다.
 
  바꿔 말하면 래드브록스의 후보 순위는 노벨위원회 문학상 수상자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2016년의 경우 고씨는 래드브록스에서 6위까지 올랐고, 1위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였지만 수상자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이었다.
 
  현재 고은씨의 집 주소는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5○번지다. 광교산 밑에 자리한 이 집은 3405m²(1031평) 규모 부지 위에 지상 1층·지하 1층(198.25m²), 지상 1층(66.08 m²) 건물로 이뤄져 있다. 수원시는 2008년 3월 이 주택을 생태체험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샀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전시관 건립이 불가능했다.
 
 
  수원시, 고은 집 공과금 4126만원 납부
 
수원시는 염태영 시장 취임 이후 ‘인문학 중심 도시’를 표방하면서 ‘고은 영입’에 힘썼다.
  2010년 7월, 염태영(廉泰英) 시장이 취임한 후 수원시는 생태체험관을 만들기 위해 건축물을 신축·증축·개축·재축·이전하는 ‘건축’과 건축물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대수선’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선할 계획으로 예산 6억원을 편성했지만 해당 주택은 고씨에게 돌아갔다.
 
  염 시장은 수원을 ‘인문학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며 고씨를 수원 주민으로 만드는 데 열중했다. 고씨가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다 정조와 수원화성에 관심을 표명했었기 때문이다. 염 시장은 고씨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경기도 파주시. 전북 군산시, 강원도 태백시가 영입 경쟁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고씨 역시 20여 년 동안 살던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소재 전원주택을 떠나는 걸 주저했다. 염 시장은 “수원 화성은 정조가 만든 신도시로, 실학과 정조의 애민사상이 남아 있는 만큼 시인을 모셔와 문화가 풍요로운 도시로 만들겠다”면서 수원시 관계자를 10여 차례 보내 고씨를 설득했다. 그 결과 고씨는 2013년 8월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으로 이사를 왔다.
 
  수원시는 고씨가 이사를 확정하기 전인 2012년 6월부터 상광교동 주택 수선 작업을 시작했다. 2012년 6월, 수원시는 해당 주택의 전기·통신 공사를 하는 데 7815만원을 썼다. 그해 8월엔 주택을 수선하고, 공사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7억5620만원을 들였다. 2012년 12월엔 가구와 주방 기구 등을 사들이는 데 5700만원을 지출했다. 총 8억9135만원을 고씨 거주지에 투입한 셈이다.
 
  수원시는 2013년 11월부터 현재까지 고씨가 상광교동 주택에 지내면서 이용한 전기, 상하수도 요금은 물론 무인경비 용역 대금도 지원했다. 수원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12월, 두 달 동안 고씨가 쓴 전기요금은 145만원이다.
 
  이듬해엔 1346만원이 나왔다. 2015년과 2016년엔 각각 752만원, 766만원이 발생했다. 올해는 1월부터 5월까지 440만원이 나왔다. 3년 6개월 동안의 전기요금 3450만원은 수원시 예산에서 나갔다. 같은 기간 상하수도 요금 136만원과 무인경비 용역 대금 540만원이 지출된 걸 감안하면 수원시는 지난 43개월 동안 고씨 거주 비용으로 총 4126만원(월평균 96만원)을 지원한 셈이다.
 
  이는 2011년 8월 제정한 ‘수원시 문화도시 조례’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례 7조는 수원시장은 문화예술인의 문예 활동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문화 시설 및 제반 여건을 확충·조성하는 데 노력해야 하고 토지·건물 등을 한시적으로 문화예술인에게 창작 활동 공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고씨에게 집은 물론 ‘고은문학관’을 지어 주려 한다.
 
 
  수원시, 고은 이주 이전부터 고은문학관 건립 제안 … 부지 무상임대
 
수원시는 현재 수원시 팔달구 장안동 50번지 일대에 ‘고은문학관’을 건립하려 한다. 수원시는 해당 부지를 고은재단에 무상 임대하고, 고은재단은 민간 모금을 통해 건축비 2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사진=네이버 거리 뷰
  수원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고씨가 수원시로 이주할 당시 수원시와 고씨 사이엔 또 다른 조건이 있었다. ‘고은문학관’ 건립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기사의 일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고은 시인이 최근 수원 광교로 거주지를 옮겨 작품 활동을 시작한 데 맞춰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이 검토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고은 선생이 수원에 거주지를 옮기기 전 장안지구 내에 문학관을 짓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은 선생은 이에 대해 문학관 건립 논의가 빠르다”면서도 “대기업에서 문학관 건립을 제안해 온 데가 있다. 차후에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 2013년 10월 19일, 《뉴스1》
 
  고은문학관은 수원시가 부지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고은재단이 200억원을 모금해 건축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2015년 11월 23일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를 통해 발족된 고은재단은 고은씨의 문학적 성과를 연구하기 위한 아카이브 구축과 자료 수집 및 보존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수원시와 함께 고은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은재단은 2016년 6월 30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 승인을 받았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2015년 10월 13일 수원시의회 문화복지교육위원회에서 민한기 수원시의원과 홍사준 당시 문화교육국장(현 장안구청장)이 주고받은 문답이다.
 
  〈민한기 위원: 그러면 이런 모든 대지라든가 건축비라든가 이런 걸 다 민간 ….
 
  문화교육국장 홍사준: 대지는 수원시에서 무상임대로 제공하게 될 것 같고 사업비는 ….
 
  민한기 위원: 사업비라는 건 건축비요?
 
  문화교육국장 홍사준: 건축비, 그렇습니다.
 
  민한기 위원: 약 얼마 정도 예상하는데요?
 
  문화교육국장 홍사준: 한 197억~200억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민한기 위원: 200억가량을 민간이 출자를 하는 방식입니까?
 
  문화교육국장 홍사준: 예, 성금 모금하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2015년 10월 13일
 
 
  “고은에게 호화 저택 주고 문학관 건립하는 건 수원시민·문학인에 상처 줘”
 
한원찬 수원시의원은 “처음 용도와 관계없이 한옥촉진지구에 단 한 사람을 위해서 건물 짓고 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고은문학관 건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직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고은재단의 모금 목표액이 200억원가량인 걸 감안하면 고은문학관의 규모는 일찌감치 정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수원시의회에선 수원시가 소유한 수원화성 인근 6515m²(1974평) 규모 부지(팔달구 장안동 50번지 일대)에 본관(지상 3층·지하 2층)과 별관(지상 2층·지하 1층)으로 이뤄진 고은문학관이 들어설 것이란 얘기가 예전부터 돌았었다.
 
  〈한원찬 위원: 땅 용도가 어떻게 돼 있죠?
 
  문화예술과장 원영덕: 땅은 한옥촉진지역으로 돼 있습니다.
 
  한원찬 위원: 한옥촉진지역으로 돼 있죠?
 
  문화예술과장 원영덕: 그렇습니다.
 
  한원찬 위원:그리고 상업지역이죠?
 
  문화예술과장 원영덕: 거기까지는 제가, 상업지역 거기까지는 제가 확인을 못했습니다.
 
  한원찬 위원: 상업지역이죠. 평당 땅값이 굉장히 비쌉니다, 1000만원 이상 갈 거예요. 관련해서 업무보고 때도 본 위원이 1974평 정도, 6515m² 이렇게 나와 있는데 약 2000평 정도 돼요. 2000평 정도 되면 1000만원이 넘어가면 200억이 넘는 거죠. 이 내용 자체가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거주하고 있는 데 그 공간(고은 집)에도 작업실 있죠? (중략) 이것(고은문학관 건립)도 처음부터 재고를 해 주세요, 이건 안 됩니다. (중략) 처음 용도와 관계없이 한옥촉진지구에 단 한 사람을 위해서 건물 짓고 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까.〉 - 2015년 11월 30일, 수원시의회 문화복지교육위원회 행정사무 감사
 
  같은 날, 이재선 시의원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주민 세금으로 문화재보호구역 땅을 매수해 놓고 이렇게 무너지는 건 큰 문제”라며 “고은문학관을 짓는 걸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한기 시의원도 “수원시립문학관을 만들어서 그 한쪽에 고은 집필실을 만들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고은문학관 건립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시의회에선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고은문학관 건립 지원에 대해 수원문인협회 역시 반발했다. 수원문인협회는 2015년 11월 21일 긴급이사회의를 열고 고은문학관 건립 반대 입장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어 그해 12월 3일엔 수원문학인의 집에서 고은문학관 건립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 앞서 박병두 수원문인협회 회장은 “수원시가 지역연고와 명분이 전혀 없는 고은 시인을 위한 정책을 4년 동안 추진해 오면서 향토 문인들과 전혀 소통 없는 행정을 해 왔다는 것은 인문주의 정신과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고은 시인에게 호화로운 저택을 마련해 준 것도 모자라 고은문학관을 수원 중심 상가지역에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는 하나만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행정”이라며 “어려운 서민경제를 제쳐놓고 연고와 명분도 없는 일에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수원 시민과 수원 문학인들에게 상처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은재단, 문학관 건축비 200억원 조달 가능할까?
 
  수원문인협회는 올해 들어 그 입장을 바꿨다. 박병두 수원문인협회 회장은 올해 2월 17일 열린 이사회에서 “고은문학관 건립을 환영하며, 지역 문학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면서 수원문학관 건립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고은 특혜 논란’이 진행 중이던 5월 30일엔 수원문인협회 이름으로 ‘고은 시인에 대한 수원문학 공식 입장’을 통해 “지금 우리는 당장 눈앞의 셈법에 어두워 우리 수원시에 큰 별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며 “가칭 ‘수원문학관 또는 홍재문학관 건립 추진을 위한 심포지엄’을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연기하고, 오직 고은 시인을 지키는 데 진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수원시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은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설계를 완료한다는 계획에 따라 염태영 시장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를 직접 만난 것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건축가와 접촉하고 있다. 고은재단 역시 6명으로 구성된 재단 산하 고은문학관 건립위원회에서 설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 문학관 설계는 마무리할 수 있을 듯하지만 과연 수원시와 고은재단이 어디서 200억원을 조달해 건물을 올릴지, 운영비는 어떻게 해결할지, 어렵사리 세금과 기부금을 모아 만든 고은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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