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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시에서 불거진 박정희(朴正熙) 기념비 철거 논란

“호남 야산 개발과 박정희는 불가분의 관계… 정치적 의도 없이 기록 차원에서 비석 설치”(김제시)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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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시, 지난해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 행적 담은 비석 두 기 세워
⊙ “국가와 민족을 팔아먹은 군사 독재자 박정희 찬양 기념비를 즉각 철거하라!”
    (김제시민사회단체연합,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 “호남 야산 개발은 김제시가 잘살 수 있도록 기틀을 닦은 사업” (국민의당 소속 김제시의원)
⊙ 김제시, “호남 야산 개발은 국가 경제사의 큰 사건… 박정희 비석 철거 계획 없다”
  전북 김제시엔 ‘호남 야산 개발 사업’ 관련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행적을 기록한 비석이 두 개 있다. 김제시가 흥사동 백산(白山)관망대와 월촌동 월촌양수장 앞에 세운 것들이다. 김제시는 2015년 11월 시비 480만원(각각 240만원)을 들여 두 개의 비석을 설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제농민회, 김제여성농민회 등이 모인 소위 ‘김제시민사회단체연합’과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해당 비석들을 철거하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10월 12일 김제시청 앞에서 ‘친일 독재자 박정희 기념비 건립 이건식(李建植) 김제시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이들 손엔 ‘이건식 시장은 친일 독재자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당장 중단하라!’ ‘이건식 시장은 친일 독재자 박정희 기념비를 즉각 철거하라!’ ‘쪽팔려서 못살겠다! 친일 독재자 박정희 기념비 철거하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있었다.
 
  지역 인터넷 매체 《김제시민의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현 정권 들어 역사 왜곡과 한국사 국정화 강행, 친일 독재의 역사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김제 땅에서도 재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분노와 울분과 참담함을 지울 수 없다”면서 “작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던 그때 김제시는 소리 소문 없이 박정희를 미화하는 기념비를 오밤중 도둑고양이처럼 백산관망대와 월촌양수장에 세웠다”고 비난했다.
 
  지역 일간지 《전북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국가와 민족을 팔아먹은 군사 독재자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를 찬양하는 기념비를 즉각 철거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호남 야산 개발 결과 여의도 면적의 19배 달하는 농지 생겨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6년부터 3년 동안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호남 야산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호남 야산 개발’은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 운동인 ‘새마을운동’의 효시 격이다. ‘개간촉진법’은 농업 생산력을 높이고 농가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한 농가당 1만9800m²(6000평)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국유지를 개간하도록 허용한 ‘개간촉진법(1962년 2월 공포)’에 의해 시행됐다.
 
  ‘호남 야산 개발’은 전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지 중 농경지와 축산을 위한 목초지로 전용이 가능한 야산을 개간하는 데 중점을 뒀다. 1966년부터 김제군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농경지 개발과 관개(灌漑)시설 구축을 병행하는 대규모 국토 개조 사업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수차례 현장을 돌아봤고, 추가 융자를 지원하는 등 호남 야산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사업지구 주민들에게 스스로 노력하는 ‘자조(自助) 정신’을 강조하면서 “아까운 야산들을 놀리지 말고 앞으로 목장 개발을 위해 목초라도 심어 놓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3년에 걸쳐 사업을 진행한 결과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달하는 전북 일대의 야산이 농토로 개발됐다. 김제시의 경우엔 19.8 km²의 산지가 옥답으로 탈바꿈했다. 관개시설이 없어 논농사를 못했던 평야에 물이 들어와 벼 재배가 이뤄졌고, 산지에서는 양잠(養蠶)이 시행돼 식량증산과 농가소득 증대 등의 목표를 달성했다.
 
 
  흰 돌만 있던 산간 벽·오지가 대규모 양잠단지로 변모
 
‘호남 야산 개발’ 당시 조성된 백산저수지 덕분에 이곳의 천수답은 옥토로 바뀌었다.
  김제시 안에서 해당 사업 종료 후 가장 많이 바뀐 곳은 백산면이다. 백산면은 호남 야산 개발 사업 전엔 깊은 산중 벽·오지 취급을 받았다. 무수히 많은 야산이 여기저기 산재해 고도가 낮은데도 교통이 불편했다. 야산이 많고, 수리(水利) 시설이 없어 대규모 경작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랬던 백산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호남 야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 같은 변화를 맞았다. 야산들은 깎여 평야가 됐다. 전북 임실군 소재 섬진강댐 방류수를 퍼올리는 호남양수장(김제시 검산동 소재), 양수장에서 백산면으로 물을 끌어오는 수로(총연장 5km), 이 물을 담는 백산저수지가 조성됐다. 빗물에만 의존했던 ‘천수답(天水畓)’이 각종 수리시설물을 통해 용수를 받는 ‘수리안전답(水利安全畓)’으로 변했다. 사업 종료 후 이 일대에선 대규모 벼농사가 시작됐다.
 
  백산면장을 지낸 박두기 김제시 시의원(국민의당)은 호남 야산 개발 덕분에 김제시가 잘살게 됐다고 평가한다.
 
  〈호남 야산 개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은 장경순 국회 부의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개발의 필요성과 현장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대통령이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를 했습니다. 쓸모없이 버려졌던 땅에 많은 자금과 장비, 수백만 명의 인원이 투입돼 잠업단지, 축산단지, 관개 개선 등 막대한 면적이 다양한 용도로 개발됐습니다. (중략) 사업이 준공될 때 백산면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 치사에 장경순 부의장은 “이 자리는 백산입니다. 나무는 없고 흰 돌만 있어 백산이라고 했지만, 앞으로 3년 후에는 하얀 누에고치가 산을 이뤄 백산을 이룰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의 답사 내용처럼 누에고치가 흰 산을 이뤘고, 우리 김제시가 잘살 수 있도록 기틀이 닦아진 개발 사업이 됐습니다. 40년 후인 현재, 변화에 맞춰 지평선 산업단지 및 민간 육종단지 등으로 변화시켜 가고 있습니다.〉 - 2016년 7월 15일, 김제시의회 본회의 회의록 중
 
 
  “야산 천수답을 옥토로 바꿔 … 가뭄 모르고 농사짓게 됐다”
 
전북 김제시는 2015년 11월 240만원을 들여 흥사동 두악산 정상 백산관망대 앞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기록한 ‘기념비’를 세웠다.
  김제시의 변화상은 백산면 흥사동 두악산(해발고도 58m) 정상 백산관망대에 설치된 철제 입간판에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김제시에서 익산 쪽으로 6km 정도 가면 흥사동에 이른다. 이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말(斗)에다가 쌀을 담아 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두악산(斗岳山)이라 했다. 두악산은 호남 야산 개발 사업에 착수하면서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하여 기공식을 했던 산으로 정상에 전망대가 세워졌다. 이 전망대에 오르면 호남 야산 개발 지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야산을 개발하기 위하여 김제시 검산동 양수장에 220마력 양수기를 설치하고 섬진제에서 내려오는 물을 품어 올려 산등성이마다 용수로를 통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면서 옥토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두악산 서쪽에 저수지를 만들어 이 물을 저수했다가 김제시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여 가뭄을 모르고 농사를 짓게 되었다. 또한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 금만경 평야가 여름이면 넘실거리는 푸르름에, 가을이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황금 물결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 입간판 안내문 ‘두악산과 전망대’
 
  김제시는 2015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호남 야산 개발 사업을 기리고자 이 입간판 옆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화강암 비석(높이 약 1.7m)을 세웠다.
 
  〈호남 야산 개발 기공 기념
 
  1966년 9월 21일 한눈에 금만경 평야를 볼 수 있는 이곳 두악산에서 열린 호남 야산 개발 사업 기공식에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참석하시어 우리 김제의 번영을 염원하시었다.
 
  2015. 11
  김제시장〉
 
 
  ‘잘사는 농촌’ 제시한 박정희 기리는 월촌양수장 비석
 
김제시 월촌동 월촌양수장 앞 삼거리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비가 있다.
  김제시는 월촌양수장(김제시 월촌동 소재)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비를 세웠다. 월촌양수장은 호남 야산 개발 당시 정부가 1억9800만원을 들여 1966년 7월에 준공한 곳이다. 월촌양수장 조성 이후 당시 월촌면 13개 리(里)의 5.158km² 면적의 천수답이 기름진 농토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증산된 식량은 연간 977t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66년 7월 5일 김윤기(金允基) 무임소(無任所)장관, 지역구 국회의원 장경순(張坰淳) 국회부의장과 함께 월촌양수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부가 85% 내지 90% 농토에 대한 수원(水源) 개발을 해 농촌 소득을 올려 잘살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한 성과를 올리기 위해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노력을 바쳐 보다 잘살 내일을 꾸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기록한 비석은 월촌양수장 앞 삼거리에 있다. 비석의 규모와 재질은 백산관망대 비석과 동일하고, 비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월촌 양수장 통수 기념
 
  1966년 7월 5일 월촌지구 전천후 농업용수원 개발 사업 월촌 양수장 통수식에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참석하시어 잘사는 농촌 건설의 염원을 치사하시었다.
 
  2015.11
  김제시장〉
 
 
  육사 출신 김제시장이 ‘박정희 기념비’ 세워
 
백산관망대와 월촌양수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비를 세운 이는 육사 24기 출신의 이건식 김제시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비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은 비문 중 ‘~하시었다’란 존대 표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 사회 일각에선 존대 표현을 새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비가 설치된 배경을 두고 ‘시장이 개인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에 극존대를 한 것 아니냐’ ‘시장이 현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보신용으로 세운 것 아니냐’는 식의 추측을 하기도 한다.
 
  해당 비석들을 세운 이건식 김제시장은 1968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24기)하고 월남전에 참전한 바 있는 군인 출신 3선 단체장이다. 2006년 당선 이후 10년째 김제시정을 이끄는 이 시장은 평소 ‘안보’를 강조해 왔다. 그는 김제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안보·통일 교육’을 정례화했다. 올해부터는 김제시가 매주 목요일에 여는 대(對)시민 강좌 ‘지평선 아카데미’에 탈북 인사를 강사로 초청해 북한의 인권 유린상을 알리는 등 일반인에게도 ‘안보 교육’을 하고 있다. 다음은 비석 설치 배경 등과 관련해 김제시 문화홍보축제실 관계자와 나눈 문답이다.
 
  — 김제시장이 육사 출신이고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에 비석을 설치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그렇다고 해도 그 방향이 틀렸다면 우리 실무 공무원들이 못한다고 보고하면 끝나는 거예요. 저희가 검토했을 때 (비석 설치는) 꼭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진행한 거예요. 정치적인 의도 없이 행정적인 측면에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비석을 세웠습니다.”
 
  — 호남 야산 개발 사업이 그렇게 의미가 큰 사업입니까.
 
  “굉장히 큰 사업이죠. 김제뿐 아니라 국가 경제사 측면에서도 의미가 큰 사업이죠.”
 
  — ‘~하시었다’란 표현 때문에 비석 설립 취지가 곡해될 수도 있을 듯한데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고 업적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존대를 쓴 건데요. 그것 때문에 많은 곤란을 겪었습니다.”
 
김제시 장화동 주민들은 2012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자신들의 마을을 방문해 모내기를 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표지석을 세웠다. 사진=김제시
  — 그렇다 해도 과한 표현 아닌가요.
 
  “2012년,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우리 시의 장화동을 다녀가셨을 때 주민들이 세운 표지석이 있어요. 이 대통령은 농민들 실정을 알아보기 위해 오신 건데 ‘~하시었다’라고 하고 큰 국책 사업을 하기 위해 오신 박 대통령에게는 ‘하였다’ ‘했다’라고 쓰면 형평에 어긋나잖아요? 그런 부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 일부 단체들이 해당 비석들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철거할 계획이 없습니다. 우리는 호남 야산 개발 사업을 역사적 사건으로 봅니다. 1960년대엔 식량 증산이 최우선 과제였고, 미곡 생산이 원활해져야 그걸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잖아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남 야산 개발 사업을 했거든요. 그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에요. 이 인물과 그 사업은 불가분의 관계예요. 호남 야산 개발 사업을 얘기하려면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이 꼭 들어가야 하는 거죠.”
 
 
  “내년엔 박정희 ‘친필 현판’ 있는 호남양수장에 비석 세울 예정”
 
김제시는 내년에 ‘호남 야산 개발’ 당시 준공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 현판을 남긴 호남양수장(김제시 검산동 소재)에 박 전 대통령 기념비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김제시는 내년에 김제시 검산동 소재 호남양수장에 또 다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이 담긴 비석을 세울 예정이다. 호남 야산 개발 당시 조성된 이곳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있다. 앞선 김제시 문화홍보축제실 관계자는 “백산관망대나 호남양수장 등은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에 그 역사성을 기록하려는 목적에서 비석을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기념비 철거를 주장하는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11월 4일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 김재호씨에게 전화했다. 김씨는 10월 13일 자 《한겨레》를 통해 “기념비를 즉각 철거하고 시민에게 사죄하라”고 주장했지만,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엔 응하지 않았다. 그와의 통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현재 김제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비석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잖아요.
 
  “예.”
 
  — 그에 대해 몇 가지 문의할 게 있는데요.
 
  “저는 인터뷰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네요. 《월간조선》이라고 하셨죠?”
 
  — 예.
 
  “예, 전혀 생각이 없으니까 다른 분하고 통화하세요. (전화 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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